여느 평범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의 남고생의 이야기이다. 그의 옆엔 친절한 여자 짝이 앉아있다.


친절하다는 수식어는 지당하다. 짝꿍은 가끔 샤프나 샤프심 같은 자잘한 필기구가 없어 당혹해하고 있을 때, 말없이 슬쩍 빌려주기도 하고 노트 필기하다 놓친 부분을 질문하면 곧잘 알려준다.


또 얼굴도 예뻐서 그런 친절을 베풀 때마다 심쿵하게 된다. 짝은 글래머러스하게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간 곳은 들어간 몸짱이기도 했다. 봐줄거라곤 키 큰 것밖에 없는 내게 왜 그렇게 친절히 대하나 가끔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같이 자리에 앉은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내 짝은 쉬는 시간에 보면 활달해서 여자 동성친구도 많은 편이다. 또 내게도 가끔 장난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나는 맞장구쳐주고 하다보면 고백해서 여자친구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싹튼다.


그런데, 여기까진 좋은데 에로사항이 하나 있었다. 가끔. 아니, 생각보다 자주? 옆에 같이 앉아있다보면 썩은 마늘냄새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런 구린 냄새는 날때마다 두통을 호소하게 된다. 맡는 순간 짜증이 나며 한동안 예민해지게 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똥방귀 냄새의 원인이 내 짝 같다는 것이다. 처음엔 짝꿍을 의심하기보단 주변을 의심했다.


" 야. 봉순희. 너가 뀌었어? "

" 아니? 야. 너 나한테 못하는 얘기가 없다? ^^ "

" 아, 그래? 미안. "


물론 이렇게 직접 물어봤을 땐 누구라도 부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확신하게 된 것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짼 주위에 다들 화장실 가서 둘 밖에 없을 때 그 냄새가 난 적 있다. 물론 이건 한두번 밖에 없어 증거가 약하다.


그런데 두 번째 증거는 꽤 직접적이다. 냄새가 날 때 예민해진 감각으로 귀 기울여 소리를 들으면 옆 짝 자리에서 '푸시시시시식~' 하는 소리가 정말 작게 들린다.


듣기로도 똥방귀 냄새가 날 것 같은 방귀를 뀌어도 짝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냄새는 물론 극악. 나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코를 쥐어잡는다. 이 때 확신하게 되었다. 내 짝이 못말리는 방귀쟁이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단지 점점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보통 하루에 한 번 맡을 방귀냄새가 한 교시에 한 번씩 나는 것으로 빈번해지고 있었다.


" 하... 이거 어떡하지? "

" 걔한테 직접 말해. 방귀냄새 난다고. "

" 나 그 앨 좋아해서 못 말하겠어... "

" 그니까 걔가.남자친구가 없겠지. 어쩌다 그런 똥방귀녀를 좋아하게 된겨? "

" 닥쳐. 이 시키야. "

" 에휴. 알았어~ "


믿을만한 같은 중학교롤 나온 다른 고등학교 친구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럼으로서 나온 가장 확실한 문제는 내가 내 짝에게 그런 이야길 못하겠다는 것이다.


' 지혜야. 방귀 좀 그만 뀌어줄래...? '

' 야. 평소에 방귀 뀌는거 다 알고 있거든? 그만 좀 뀌어줄래? '


" 아... 다 멘트가 이상해. 날 싫어하게 되진 않겠지? "


그렇게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고민하고 있자 짝이 빨대가 꽂힌 초코우유를 마시며 등장했다.


" 어머. 지훈아. 뭐해? 머리 아파? "

" 으응. 고민되는 일이 있어가지고. "

" 응. 너 안 줄거니까 노리지 마~ "

" 안 마셔 ㅋㅋ "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이 커보이는 그녀를 빤히 보고 있자 장난스런 멘트를 쳐주는 짝꿍이었다. 나는 웃어넘겼지만 사실 그리 웃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오늘이야말로 그녀와 방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지혜야.  "

" 응? "

" 잠깐 나가서 이야기할 수 있어? "

" 뭐-뭔데? 뭔데 그러는데. "

" 있어 그런게. 잠깐 시간 내주면 안돼? "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너 평소에 방귀뀌지. "


갑자기 그 이야기를 들은 지혜는 얼굴이 화악 붉어지면서 부끄러워했다.


" 냄새 많이나? 내가 뀌는 것도 알고 있었어? "

" 응. 최근에 알게 됐어. "


그렇게 말하자 지혜는 얼굴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잘익은 고추처럼 발갛게 물들어갔다.  나는 괜시리 지혜에 대한 마음때문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또 보기에 안쓰럽기도 하여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너무 부끄러 안했으면 좋겠어. 생리현상이잖아. 다만, 수업시간에 뀌면 곤욕스러워서 그래. "

"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근데 나 장이 약해서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어. "

" 그건 나도 이해할게. "


막상 이야기를 꺼내자 마음 속 어딘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야기도 잘 진행되어 방귀에 대한 이야기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 내가 방귀 뀌고 싶을 때마다 신호를 줄게. 가스가스. 이런 식으로. "

" 그래주면 너무 고맙지. 나도 자리를 잠시 비우던지 할게. "


그렇게 마음 속의 이야기들을 쏟고나자 편안해진 마음으로 옥상 화단에 앉아있었다. 


" 지훈아. 이제 나 가볼게. "

" 응 그래~ 나 여기서 좀 있다가 들어갈게. "

" 지훈아. "

" 왜에? "


지혜는 화단에 앉아있는 내게 옆에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 얼굴에 무언가 온기를 가진 것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옆을 보자 치마폭에 싸여진 큼지막한 엉덩이가 우유향과 독특한 구린내를 풍기며 위치해 있었다.


" 가스가스. "


그러더니  그 곳 엉덩이에선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푸슈우우~~ 


" ? "


코 끝을 가벼운 풍압이 감싸더니 소리없는 방귀다운 강렬한 썩은 내가 날 반겨주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맡아서 그런지 평소 지혜가 뀌는 방귀하곤 차원이 다른 역하디 역한 냄새에 뇌가 흔들릴 지경이었다.


" 쿨럭. 쿨럭.  "

" 나 갈게~! 지독했으면 미안! 날 부끄럽게 한 그런 복수라고만 생각해줘! "


지혜는 베시시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지훈이가 헛구역질하며 정신을 못차릴 구린내를 추스른 건 5분정도 지난 뒤였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코를 핑 풀었다.


" 스컹크도 아니고 이게 뭐람. "


이 때부터 지혜와의 관계가 방귀로 얽혀들어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스컹크지만 예쁘기도 한 지혜에게 고백하는 것도 훗날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