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주인공)


유카(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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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비빅, 6시 알람이 울렸다.


"..하아암.."


바깥은 아직도 어두웠고,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 샤워를 했다.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피곤했다. 하기야 어제 그런 일도 있었으니.. 잠을 설치게 되었다.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아침으로 먹었고, 다여섯 숟갈 정도 먹으니 가로등 불빛이 꺼져가 창문이 파랗고 어둡게 변했다. 교복을 입고, 리본을 고쳐맨 뒤..


"다녀올게.."


하고 미리 몸을 떨며 집을 나왔다. 그래도 오늘은 그리 춥지 않아서 그런지 가디건만으로도 생각외로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걷다보니 횡단보도에 도착했고, 폰을 보려는 순간..


" 좋은 아침~~ 유우!"


시라사키는 내 뒤에서 달려들어 팔로 나의 목을 감쌌다. 어제처럼 아주 기운찬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말을 건내야 할 것 같아 인사를 했다.


"..어..좋은 아침...시라사키.."


인사를 건냈지만 자기가 보기에 그리 밝지 않았는지 얼굴이 뾰루퉁 해보였다.


"흐음~ 유우도 내 이름 불러줘어~"


인사를 밝게 못한 것에 대한 이유는 아닌 모양이었다.


'..아, 그런거 였나..친화력 너무 빠르잖아....'


시간을 지체할 수록 시라사키는 삐친 얼굴을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결국 애교에 못 이겨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알았어..그럼..다시 한다..?"


살짝 부담감이 들긴 했지만..일단 기침을 하고..


"..조..좋은 아침..유카.."


조그마한 목소리로 다시 아침인사를 했다.


"응! 좋은 아침 유우!!"


내가 남을 성대신 이름으로 부른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사실..뭐, 일부러 남과 거리를 두려 했으니 그건 어쩔 수 없나...그래도 어제 일에 유카가 공감을 해준 것 때문인지 몰라도 유카라고 부르는 게 그리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에헤헤..앞으로 잘 부탁해~"


하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제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유카는 엄청 하얀 피부에다가 손이 닿지 않을 듯한 미소녀였다. 거기다 어린애같이 웃어주니..나도 모르게 뚫어지게 유카를 보고 말았다.


'..이 순진무구한 표정하나는 귀여워 죽겠네..'


소란스럽던 아침인사를 뒤로 하고 학교에 갔다. 도착한 뒤 반으로 들어갔고, 아직 반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 아무도 안 왔구나~"


유카는 이런적이 처음인지 반을 두리번 거렸다.


"..내가 일찍 등교해서 그래..혹시 불편해..?"


"야냐~ 그런건 아니고, 그냥 신기해서..전 학교에서는 이 시간대면 다 와있어서"


'얼마나 일찍 등교하는 거야..'


유카의 출신은 재쳐두고 몇 분 지나자 반 애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례가 끝나고, 유카는 계속 내 앞자리에 앉기로 정해졌다. 1교시가 시작하고 선생님은 영화를 틀어주셨다. 이미 기말고사도 끝난 때라 거의 모든 시간마다 영화, 애니메이션을 봤다. 뭐... 당연히 거의 다 봐왔던 거지만...

가끔 어떤 선생님들은 자습을 시키시는데 그때에는 다음 학년 준비를 했다. 점심시간도 지난 6교시 자습시간, 나는 노트를 펴서 삼각함수를 공부하려고 했다. 유카는 나랑 얘기하고 싶은지 뒤를 돌아 말을 걸었다.


"유우~ 뭐 보고있어..?"


"..어? 아..수학 공부 중..2학년 준비로.."


"우와아~ 유우는 수학 잘 하나 보네? 나도 가르쳐 주라~"


대화 주제는 뭐가 됐든 상관없는 모양이다..


"..알았어..가르쳐 줄게.."


나는 중학생 때 배운 것을 언급하며 간단한 것만 알려줬다.


"..여기 원에 그은 선 보이지..? 여기 선이랑 원이랑 만나는 부분의 y값이 sin값이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유카에게 알려주었다. 유카도 내 교과서를 보면서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루할 수도 있는 수학이었지만 유카는 그런 낌새 하나없이 잘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유카 쪽에서 나에게 귓속말을 걸어왔다.


" 유우..방과 후에 오늘도 가는거야..?"


"..그건 왜..?"


나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오늘은 유카도 같이 가줄게"


거절해도 딱히 소용이 없을 거 같아 그냥 수락했다.


"..알았으니까..조용히 해야해.."


속삭이며 우린 약속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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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종이 울렸고, 여김없이 모니터에는 영화가 흘러나왔다. 그동안 턱을 괴며 6교시 때의 약속을 생각했다.


'..어떡하지..?'


내가 약속을 받아주고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어제야 우연이라고 쳐도 이건 완전히 본격적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끝 종이 쳤다. 선생님께서 종례를 하시고 유카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유카는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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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게되는 건가...'


메일 그러듯이 창고로 왔다. 유카랑 같이...


"..하아..."


난 한숨을 내쉬었다.


"유우, 빨리 보여줘어~"


유카는 나에게 애교하며 재촉했다. 그냥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치마를 걷어올리고, 책상을 짚고 배에 힘을 주었다. 몸에 진동이 오며 오늘도 큰 소리가 났다.


"..하아아.."


방금 뀌어 터져나온 소리와 떨림의 만족감이 입에서 탄성으로  새어나왔다. 몸으로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머릿 속은 너무나 복잡했다. 유카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창피함까지 느껴졌다.


'..죽고싶어...'


"오오~역시 유우, 소리 좋다아~"


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거 같다. 그러고선 유카도 나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럼 나도 간다~?"


하고 호기롭게 말하고는 치마 속에서 귀여운 소리를 내며 뀌기 사작했다. 남의 방귀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귀여운 소리였다.


"..기분 좋아아..."


유카는 만족감에 탄성을 질렀다.


"..소리 귀엽네...윽?!"


난 순간 찌르는 듯한 냄새에 코를 막았다. 맞다..까먹고 있었네..얘 방귀 냄새 엄청 지독했었지...


코를 막고 있다가 숨이 막혀 창문으로 달려가 힘겹게 숨을 쉬었다.


"..푸하아!"


"..유우는 내 냄새가 싫은거야..?"


창문으로 달려간 내 모습을 보고 유카가 물었다.


"..아니..그 뭐냐..냄새는 내 취향이 아니랄까..."


숨을 마저 내쉬며 대답해줬다. 급격하게 기분이 내려갔다. 더 이상 방귀를 뀌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유카에게 어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이런 취향을 갖게 되었는지는 나도 몰라...그저 기분이 좋아서..."


자백하듯이 나는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집에 아무도 없을 때마다 이런 짓을 했는데...고교생이 되고 나서 이 창고를 발견한 뒤로...거의 매일 가까이 방과 후마다 이런 짓을 해왔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듯 내 혀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어느 순간부터...이런 걸 좋아하고나 있다는 자각이 들고...내 자신이 싫어졌어...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겠어..."


내가 느끼는 감정을 유카에게 표현했고, 뒤로 갈 수록 나의 울먹거리는 소리가 섞여들어갔다.


"..그럼 내가 귀에서 뀌어줄게...코..막고 있어..."


유카 얘는 듣고 있던건가...유카의 대답은 아까 냄새는 취향이 아니라고 내가 말한 것에만 대답했다. 내 감정섞인 토로를 들어주지 않은 유카에게 조금 화가 났다. 그리고..


"..알았으니까..맘 대로 해..."


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코를 막았다. 유카는 주저앉은 내 오른쪽으로 와 자세를 낮추고, 내 귀를 향해 방귀를 뀌어주었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충분히 기분좋게 느낄 수 있는 소리였다. 막고있어도 냄새는 계속해서 코를 찔렀지만 그래도..버틸만은 했다. 유카의 소리가 귀 속에 울려..맴돌았다.


그런데, 뀌다말고 갑자기 유카가 나를 끌어안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흠칫 놀라며 코를 막고있던 손을 놓아 버려 숨을 참았고, 유카는 속삭이며 말을 꺼냈다.


"..유카도 유우의 그 마음 잘 알고있어..."


아까 내가 털어 놓았던 이야기를 유카는 나도 모르게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아...아까 듣고 있었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인형을 끌어안아도 느껴지는 그 외로움...유카도 잘 알아..."


유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나의 내면을 아주 섬세하게 더듬어 주었다. 유카의 지독한 체취는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유카는 내 마음 깊숙한 곳을 부드럽게..아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잘 아는거냐고...너는...'


생각하면 할 수록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오더니 이내 눈망울을 적시고..볼을 따라..입술을 지나..유카의 목까지 흘러내려갔다.


"..괜찮아...괜찮아..."


유카는 등을 토닥이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바깥도 슬슬 어두워져 가기 시작했다. 난 팔을 얼굴로 향해 눈물을 닦았다. 그럼에도 얼굴에 남은 눈물자국은 피부를 통해 아직도 흐르는 듯이 아직도 생생했다.


"유우, 이제 그만 울라니까~"


내 얼굴을 보며 유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유카의 놀림에 얼굴이 화끈거려 남은 눈물자국도 재빠르게 닦아냈다.


"..아, 안 울어.."


"유우는 울보래요~~"


유카는 날 다독여주던 그 다정함은 온데간데 없고 완전히 장난꾸러기로 말투가 변했다.


"..아, 안 운다니까..!"


"에헤헤..장난이야~"


그래도 유카의 짖궂은 장난 덕에 분위기는 금새 풀어졌다. 나 혼자 어색한 채로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헤어질 때, 유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유우, 내일 또 만나자~에헤헤..잘 가~"


나도 유카의 밝은 인사에 화답하며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응, 내일 또봐~"


그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어"


'..뭔가 후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