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나는 작업실에서의 일을 끝내고 함선 내의 복도를 걸으며 조깅 중이었다. 요즘 얼굴을 볼 수 없는 그 녀석도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진 김에 가볍게 찾아보려는 의도로 걷기를 시작한 지 불과 10초 만이었다.

   

‘음? 저 아이들 뭐 때문에 저렇게 뛰어다니는 거지? 마치 도망가는 거 같은데...’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달리는 카우투스 꼬마, 한 손으로 코를 막은 채로 달리는 세라토 꼬마, 평소에도 밝지는 않았지만 더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달리는 불포 꼬마를 본 나는 무슨 일인지 호기심이 생겨 아이들이 나온 곳으로 역으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 곳으로 가게 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안 좋은 표정으로 이곳에서 빠져 나온 건지 알 수 있었다. 그저 이곳에서 나는 구린내를 피해 달아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구린내의 원인은 어렵지 않게 귀로 알아낼 수 있었다.

   

뿌우우웅... 뿌우웅... 부르르륵...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뭘 잘못 먹은 듯하다. 그런 걸 감안해도 사람들이 지나다는 복도에서 저렇게 큰 소리와 상당한 냄새를 풍기는 방귀를 아무렇지도 않게 뿜어대다니 어지간히 부끄럼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나랑은 별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조깅을 마저 하려 했지만, 저렇게 부끄럽지 않게 가스를 뿜어댈 수 있는 성격이랑 요즘 들어 잘 안 보이는 그 녀석이 머리에서 떠오른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소리가 난 곳으로 가 보았다. 소리와 냄새를 쫒아간 결과 그곳에는 역시 예상과 크게 별 다르지 않는 장면을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푸쉭... 푸슛.. 푸쉬익...

“벌컨 언니!! 나한테 오면 안 돼!! 나 또 나와버려!!”

   

“응?”

   

“또 방귀 나온다~~!!”


뿌우우웅... 부르륵... 부북 피시식~~

   

자신 곁으로 다가오지 말라면서 엄청난 굉음의 방귀를 뀌어대는 케오베를 보게 된 나는 어이가 없어져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째 저번에 작전 나간 이후 모습이 잘 안 보인다 싶었더니 이러한 일 때문에 날 안 찾아온 건가? 하긴 대장간 같은 뜨거운 곳에서 뀌어버리면 폭발의 위험이 있으니 안 오는 게 나을까?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의 케오베는 어딘가 상태가 좀 이상해 보였다.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은 채 발을 동동 굴리며 안절부절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건...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 아닌가? 배를 잡고, 발을 굴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밖엔 생각 안 나는데.

   

“저기, 혹시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야? 저기 바로 있는데 왜 안 가는 거야?”

   

“화장실 갔어!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안 나왔어! 방귀만 계속 나와서 그냥 나왔어...

으으... 배 아파..“

부르르륵... 푸쉬이이... 푸쉬식--

   

“속에 잔뜩 있는데 안 나오는 거야?”

   

“속에 방귀만 가득 차 있어! 그런데 아무리 뀌고 뀌어도 속이 부글거려”

   

뭐지? 말하는 걸 들어보면 변비는 아닌 거 같다. 속에 들어 있는 게 없는데도 방귀가 계속 나온다고 한다. 대체 뭘 먹으면 저렇게까지 배에 가스가 차는 거지?

   

케오베는 평소에도 아무거나 많이 잘 먹는 녀석인 만큼 장활동도 활발한 편이라서 잊을 만하면 방귀를 시원하게 뀌어대고 해맑게 웃는 녀석이다. 

   

그래서 공공장소나 사람들 앞에서 방귀를 크게 뀌는 건 나쁜 행동이니까 때때로는 참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고 케오베는 이걸 알아듣고 공공장소에는 참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고 오퍼레이터들에게 확실히 듣기까지 했다.

   

혹시 그걸 듣고 너무 무리해서 참다가 속이 더 안 좋아지기라도 한 걸까? 확실히 케오베의 표정을 보면 영 그녀답지 않게 창백하고 어두운 표정에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몸으로 가스를 계속 뿜어대고 있다. 아무래도 배탈이나 그와 비슷한 증상인 거 같다.

   

그럼 더 생각할 것도 없을 거 같다. 아프면 의료실을 가야지. 이런 사소한 증상일지라도 진단은 일단 받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방귀가 좀 많이 나온다고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 거 같지만..

   

“벌컨 언니, 코 막아! 우읏..”

뿌우우웅--- 부륵 부드득... 피시시식---

   

사소한 증상이라는 말은 빼야 할 거 같다. 속에 든 건 없다면서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지독한 냄새의 방귀를 뀔 수 있는 걸까? 엄살이 아니라 계속해서 맡았다간 정말 정신을 잃을 수도 있을 거 같은 냄새다. 

   

나는 병원이랑 아픈 건 싫다면서 땡깡을 부리는 케오베에게 병원 잘 갔다 오면 맛있는 과자를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 협상을 체결해서 간신히 의료실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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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벌컨이군. 화상이라도 입은 건가? 자네가 웬일로 이 시간에 의료실을...”

   

“케오베도 왔네. 어디가 아파서 온 거니?”

   

“일단, 다들 코를 막을 물건을 준비했으면 좋겠어.”

   

“엥?”

   

뿌우우우우우웅------

   

나는 우리를 반기는 의료 대원들에게 먼저 경고부터 했지만, 케오베의 위장은 그보다도 더 빠르게 작동했다.

   

“....쿨럭!? 이건 뭐하자는 건가?”

   

“대장장이 언니, 이 엄청난 냄새는..? 읍...!”

   

“헤헤, 다들 미안!!”

   

“...보다시피 이 녀석의 장활동이 좀 많이 비정상적이라서, 당신들이 진찰을 해 줬으면 좋겠어.”

   

본능적으로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찡그리게 된 와파린과 히비스커스는 생각도 못한 냄새에 잠시 멍해 있다가 이후 정신을 차리고 신속하게 케오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중간에 속이 계속 안 좋은 케오베가 또 지독한 방귀를 방출하는 바람에 결국 코마개를 한 채로 진찰을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찌해서 왜 이런 증상을 보이는지 답을 알아낼 수 있었다.

   

“......굉장하구만. 테라인이 이런 증상을 보이고 있는 건 처음 봤어. 이 페로족의 증상은 과거 빅토리아의 어느 평야의 동물들이 보이던 행동이랑 정확히 일치하는군.”

   

“전 또 광석병의 악화로 인한 새로운 증상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에요..”

   

다행히 광석병의 악화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 뭔가를 잘못 먹어서 저렇게 됐다는 결론밖에 없는데...

“그럼 이렇게 된 원인도 알 수 있을까?”

   

“확신은 했지만 마지막 확인을 해 봐야지. 이봐, 최근 우리 함선에 있는 음식 말고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먹은 적이 있나?”

   

“응? 케오베는 잘 모르겠어. 최근 먹은 거 너무 많아서 기억 안나.”

   

“조금만 잘 생각해 봐라. 아니면 어떤 나무에 있는 열매를 따서 먹은 기억은 없는가?”


“음... 아! 생각났다! 케오베가 저번에 작전 나가서 어떤 곳에서 잔뜩 잤는데, 너무 배고파서 먹을 걸 찾다가 나무에 있는 열매를 따서 먹었어!”

뿌우우웅----

   

“그 나무, 좀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었나?”

   

“응! 케오베랑 마찬가지로 몸에 돌 자라 있었어! 나뭇잎도 하나도 없었어! 그래도 열매는 맛있었어!”

부르르르륵----

   

“이거, 답 나왔군. 그 열매를 먹은 탓에 이 페로 아이가 방귀쟁이가 되어버린 거라네.”

   

“...열매?”

지금까지 먹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오랫동안 지독한 방귀를 뀌게 하는 과일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나무에도 돌이 자라있다고 했었나...?

   

“그 광석병에 걸린 나무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츠를 발현한 것이다. 마치 감염자가 본능적으로 아츠를 구사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아츠라는 건...”

   

“자신의 열매를 먹은 포식자의 몸속에서 소화 중인 다른 음식물을 전부 녹여버리고 가스로 만들어버리는 원리의 아츠지. 속이 텅 빈 거 같은데도 계속해서 방귀를 내보내는 이유 또한 그것이다. 지금도 저 아이의 몸 속에서는 가스가 생성되고 있을 거라네.”

   

“우으... 또 나온다..!”

   

“잠깐만...!”

부르르륵... 부다다닷--- 푸시익...

   

히비스커스가 코마개를 쓸 시간도 안 주고 또 배출해버리는 케오베를 보고 저렇게 뀌다가 싸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장 속 소화 중인 음식물이 전부 가스가 되어 버렸다 했으니 그럴 일은 없으려나.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있다. 저 감염된 나무의 아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현된 것인데, 고작 포식자들이 방귀를 뀌게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고? 차라리 독을 만들어 내거나 껍질을 더 단단해지게 하는 능력 같은 게 보호용으로는 더 좋을 텐데.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긴 나머지 와파린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방귀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단치고는 너무 약한 거 같은데...?”

   

“난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감염된 나무의 행동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할 방법은 없네. 하지만 이 방귀 아츠는 크흠!(와파린은 헛기침과 함께 잠깐 말을 멈추었다. 자신이 임의로 지어낸 이 명칭이 본인도 낯간지러운 것 같다.)나무 본인에게 있어선 ‘자신의 보호’와 ‘번식’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군.”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걸까? 간신히 코마개를 한 히비스커스는 물론 계속 방귀를 뀌어대고 있던 케오베까지 궁금해졌는지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와파린을 응시하는 중이였다. 

   

“동물들은 지속적인 자극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기 때문에 자기 위장 속에서 가스가 끊임없이 부글거린다면 상당히 거슬리고 불편할 거네. (뿌우우우웅~~~~) 거기에다 방귀 소리와 냄새 때문에 천적으로부터 몸을 감추기 어려워... (부륵— 푸쉬시식~~~~) 그중에서도 귀가 특히 예민한 동물들이라면 자다가 뀐 자기의 방귀 소리 때문에 놀라서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가 축적되다가 쇠약사할 수도 있.. (푸르르르륵~~~~~뿌웅... 뿌우웅....)

하아... 저 엄청난 소리 때문에 정신 사나워지는군..“

   

케오베의 방귀 소리와 냄새를 계속 듣고 맡아가던 와파린은 한숨을 쉬더니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거기에다 이 아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위 속에 축적된 다른 음식물은 물론 장에 있는 대변까지 증발시켜버려서 배변 활동을 하지도 못하게 하고 계속 방귀만 나오게 만든다는 거지. 물론 씨앗은 몸 속에서 가스를 만들며 점점 작아지고, 나중에는 방귀와 함께 항문으로..... (뿌웅...)

에잇!!! 진찰 후 점심을 준비하려고 했건만, 이런 더러운 이야기를 꺼내게 만들다니!!“

   

“우왓! 의사 선생님 화났다!” 부르르륵---

   

점심 식사를 앞두고 이런 대화를 하는 것이 싫었는지, 와파린은 갑자기 설명을 중단했다. 하긴 좀 그런 이야기로 너무 오랫동안 붙잡은 거 같다. 잠깐, 원인은 알겠는데 까먹은 게 하나 있는 거 같다.

   

“쓸데없는 걸 물어봐서 미안. 그런데 치료는 어떻게 할 거지?”

   

“치료라... 이 같은 경우는 치료 작업을 하기 많이 곤란한데...”

   

“대체 왜...?”

   

“이 열매의 씨앗은 소화 당하는 동안 단순히 위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점막에 잼처럼 늘러붙어서 가스를 만든다. 위에 달라붙은 씨앗, 그것도 아츠를 발동시키고 있는 열매를 강제로 제거하거나 의료 아츠로 없애버리기엔 너무 위험하다네. 그리고 수면에 방해가 될 뿐이지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는데도 내장을 갈라야 하는 위험한 수술을 하기에는 지금 인력이 좀 부족한 참이라...”

   

“혹시 도와줘야 할 일이 있거나 필요한 거 있다면 저에게 말하세요. 케오베가 나을 때까지 최대한 할 수 있는데로 도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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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지면 당분간만 이렇게 살아라. 대신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니까 보호자인 나한테 케오베가 다 나을 때까지 보살펴주라는 말이었다.

   

이 상태에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기 힘들겠지. 그렇다는 건 케오베가 그렇게 좋아하는 식당에도 갈 수 없다는 거다. 음식은 내가 얘 숙소 앞에다 가져다줘야 할 거 같고...

   

“벌컨 언니! 의사 선생님이 한 말 잘 이해 못하겠어! 나 나을 수 있는 거야? 계속 배가 구륵거려... 그래도 주사 안 맞고 쓴 약 안 먹어서 좋아!”

   

“아프면 숙소에서 좀 쉬다가, 시간 날 때 산책을 좀 하면 빨리 나을 거라고 했어.”

   

“에헤, 그러면 나을 수 있는 거지? 쉽네!!” 

부르르르륵----

   

케오베 성격상 방 안에만 갇혀 있다간 답답해 미칠 거다. 그럼 내가 시간이 남을 때 케오베를 데리고 가서 산책을 시켜야겠다. 마침 와파린이 말하길, 몸 속에서 씨앗을 빼내려면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으니까. 

   

또 다른 처방은 방귀를 최대한 많이 뀌어야 씨앗의 힘이 빨리 바닥나니 아무도 없을 때 참지 말고 뀌라고 했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위에 붙은 씨앗이 빨리 떨어진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보니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은 거 같다. 이번 주 내로 손질하고 고쳐야 할 무기와 장비들이 수두룩한데, 나 혼자 케오베의 간호까지 해주기는 무리다. 아무래도 내가 없는 동안 케오베를 돌볼 수 있는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하다.

   

그나저나 방귀를 쉴 새 없이 뀌게 만드는 아츠라니... 상당히 끔찍한 기술인 것 같다. 전장에서 적의 생리 현상을 마음대로 조종해버리는 물건 같은 건 상상도 하기 싫다. 하지만 제압용무기로는 꽤 괜찮을 수도 있겠다? 

   

나는 그 임무에 투입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부디 저 열매를 먹은 인원이 케오베 말고 또 있지 않기를 바란다. (뿌우우웅~~~) 하긴 무슨 성분이 있는지 검증도 안 하고 먹어 버릴 정도로 무모하고 바보같은 녀석이 또 있을 리... (부르르릇~~~ 뿌뿌붑— 푸쉬식---)

   

이런 잡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저 방귀쟁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입 무거운 녀석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래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있는데 저걸 소문내고 다니지 않을 수 있는 믿을 만한 대원이 있을까...

   


2편에서 계속?



분량 조절 실패로 단편으로 못 끝낸 방귀 소설임 사실 저 이후의 줄거리는 생각 거의 안 함

왜 이렇게 방귀를 많이 뀌게 됐는지 설정을 넣으려다가 정작 가장 중요한 방귀 묘사는 거의 못 넣었다 병신..

방귀 합성 짤 여기서는 써도 되는 거지?


아마도 다음 편을 쓰긴 할 건데 그 전에 다른 꼴리는 캐릭터들로 먼저 소설 써야겠다 머릿속에 있는 걸 좀 풀어내고 싶음

아 글 쓸 시간이 잘 안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