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까마귀 울던 밤




권태는 서른에 오는가

고맙던 각시의 엉덩방아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

감정은 북받치지 않고 시간만 침착되고 있었다


엉덩이만 뒤룩다 찐 아내의 뒷골을 치면

부끄럼 없이 뿌욱 라고 바람을 날려 보내는

그런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여느

까마귀 울던 밤

새들이 쑥떡꿍거리던 소리를 듣다

목힘줄이 새빨개진 아내가

벌겋게 부어오른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내 어깨에 스윽 기대며

저 새들처럼 되어보자 속삭인다


새 둘이 남사스럽게도

깃털이 뒤엉켜 서로의 항문을 핥아주고 있었는데

이미 풀어헤친 아내의 항문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흑심을 지저귀고 있었다


주름살 하나없이 북처럼 울리며

아내는 항문과 입이 뒤바껴 한마리 머리 검은 까마귀가 되어 지저귄다

새들이 스피오 스피오 울듯이

스보보보복 부보보롯 뿌쥬쥬룹 지저귀며

아내는 두텁고 빨간 항문으로 

서방님 얼른 이 까마귀의 입에 입맞춤을 해 

인간으로 돌아오게 해주세요

라고 사람 말 같은 방귀를 뀐다


나는

얼굴에 살이 뽀얗게 오른 까마귀의 입에

입맞춤을 하고

그 커다란 얼굴에 아기가 되어

모성애를 느끼며

아기 펭귄이 부모의 입에서 자기 입으로 먹이를 받아먹듯

까마귀의 입에서 보도도도도 뿌뤼릿 나오는 기침을 받아 먹는다


이내 바이러스가 옮아

내 눈이 벌게지고

코끝이 비뚤어질 거 같으며

기침이 대 여섯번 나올 때쯤

이 사람 잡아먹는 까마귀가

다리를 꽉 조여매 내 얼굴을 그것보다 댓 배는 클 자기 얼굴에 파묻을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나는 두 식경에 걸쳐

평소보다 긴 식사를

까마귀의 기침으로 충족하고

까마귀의 항문이 내 생식기를 덮치는 것을 막지 못해

종족의 벽을 허물고 나도 까마귀가 되었다


까마귀끼리의 사랑이 다섯 번 끝날 무렵

이내

정욕의 저주가 풀리고

인간으로 돌아온 아내는

애액과 함께 씻어낸 도발적 적극성이 쓸려 나가고

태양같이 붉어진 얼굴과

블랙홀만한 엉덩이를 한 손씩 사용해 가리고

안방 밖으로 뛰쳐나가다

난간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며 뿌르드드득 하고 까마귀 똥을 싼다

까마귀가 전날에 먹은 수박 씨앗과 소화되지 못한 자두 껍질이 어지럽다




쪽팔림이 없기 때문에 창작탭에 올림

생각해보니 소설인거 같아서 탭 바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