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 30분
"미자야~ 빨리 일어나! 나 출근한다?"
오늘도 영미는 아침을 차리고 같이 동거하고 있는 미자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다.
"어머? 침대에 없었네? 그렇다면..."
똑똑똑--
"끄응...뭐야...? 영미야?"
"넌 또 변비냐? 빨리 끊고 안 나오면 밥 그래도 두고 간다?"
"아읏! (프슷!) 좀 기다려 봐... 변비는 신호가 왔을 때....끄응! 밀어내야..."
"어휴, 내가 더러워서 때려친다 때려쳐~"
"넌 그렇게 근성이 없어서 어디 취업이나 하겠냐?"
"아, 왠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스를 주고 그런대? 스트레스가 변비의 천적인거, 알아, 몰라?"
"됐고. 어디보자..."
영미가 가져온 것은 베란다 한쪽 구석에 쳐박혀 있던 빵과 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꺼내온 우유였다.
"....이게 뭔데?"
"너 이거 먹으면, 분명히 시원하게 설사할거야."
"그니까, 이게 뭐냐고."
"유통기한 한 주 넘게 지난 빵이랑 우유."
"너 미쳤어?! 사람 아주 장염 걸려서 돌아가게 만들고 싶냐??"
"에이,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너 어차피 병원가서 힘들게 관장 받고 변비약 받아오느니, 어차피 집 지키고 청소만 하면 되는데 배 아프면 화장실 가서 찍 싸면 그만이지."
"우리, 대학 때 MT 갔을 때도 상한거 잘못 먹어서 홀쭉해져서 돌아왔잖아~"
그 말과 동시에 영미는 미자의 불룩하게 부른 배를 콕 찔렀다.
"너, 너! 정말...!"
"아무튼, 잘 생각해보고~ 난 먼저 간다?"
영미는 미자를 두고 출근길을 떠났다. 출근길을 떠나며 그녀는 가방 속의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무슨 우유에서 이렇게 시큼한 냄새가....'
순간 영미는 아차 하는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냉장고 속의 그 우유, 혹시 하나가 더 있지는 않았던가?
"어, 어쩌지? 먹어버렸나봐...."
이미 아파트를 떠난 시점에서 다시 집에 들어가서 볼일을 봤다간 출근이 늦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거기다가, 만약에 미자가 이미 화장실을 쓰고 있다면... 영미는 애써 합리화를 하며 길을 계속 걸어갔다. 그래, 어차피 유통기한은 숫자에 불과하고, 사람 위장은 99%의 세균을 사멸시킬 정도로 튼튼해, 그러니 아무 일 없을거야...
그렇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 1%의 미세한 차이라도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오전 9시

지하철에 올라탄 영미에게 본격적으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르르륵......
왜 슬픈 예감은 항상 지나치는 법이 없을까. 왜 난 바보같이 미자에게 이런걸 버리지 않고 주려다가...
타이밍 또한 최악이었다. 출근길에 꽉 끼인 지하철. 그야말로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영미에게 압박과 진동을 주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영미는 오른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은 채 왼 손으로는 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스읍...후우....괜찮아...괜찮을거야....앞으로 두 정거장만 더 가면...."
쿠르륵! 꾸르르르르르...
"이번 역은, 영등포구청, 영등포구청 역입니다..."
끼-익
부부부부부부북!
열차가 정거하면서 생긴 관성이 영미의 온 몸을 덮쳤다.
그 관성은 그녀의 몸 곳곳에 충격을 주었고, 그것은 배도 예외가 아니였다.
하필, 왼손으로 배를 붙들고 있던 것이 악수가 되어, 배를 마치 주먹으로 강하게 친 것 같은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묽은 방귀가 문자 그대로 터져나온 것이다.
"흐오오옥...오호옥....."
영미는 죄송하다고 말할 정신도 없었다. 양 옆의 사람들이 코를 움켜쥐며 불쾌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부끄러워 심장 마비가 올 것 같아도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영미는 엉덩이 구멍을 날카로운 바늘로 콕콕 찌르듯 덮쳐오는 묽고 뜨끈한 덩어리들과 보이지 않는 사투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이번 역에서 내릴거야...차라리 그게 지각보단 낫겠어....'
"이번 역은 영등포시장, 영등포시장 역입...."
털푸덕!
사람들이 이윽고 마주한건, 눈에 초점이 풀리고 검은자가 거의 보이지 않은 상태로 거품을 몰고 쓰러진 영미의 모습이었다.
"뭐, 뭐야 저 여자. 설마...!"
뿍! 뿌르륵! 뿌비비비비비빅!! 푸우욱...!
영미의 설사는 전형적인 오피스레이디의 하의인 속바지 안의 팬티를 뚫고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튀겼다.
"꺄아아아아아악!"
"우웨엑. 냄새!"
"여기 기관사 없어요? 전철 좀 세워주세요!"
그렇게, 영미는 출근조차 못한 채로 병원에 실려갔다.
.
.
.
.
오전 8시 50분

미자는 상당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영미의 말은 말만 놓고 보면 그럴 듯 하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최선인가?'
미자는 옷을 훌렁 벗은 채 변비를 불룩해진 자신의 배를 거울을 통해 보았다.  마치 커다란 순대가 그대로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 조금이라도 빨리 고통을 덜기 위해서라면...'
"우욱...!"
쉰내와 시큼한 향이 가득한 빵과 우유를 미자는 꾸역꾸역 구토의 욕구를 참아가며 먹었다.
그렇게 아침 청소를 한지 30분쯤 지났을 때. 오전 9시 30분의 일이었다.
꾸르륵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미자의 배는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다.
마치 임산부의 진통 같았다.  그 고통은 위장 바로 아래, 즉 대장의 시작점에서부터 시작되어 점점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미자는 들고 있던 청소 도구를 내려 놓은 채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뿌쥭, 뿍, 뿌쉬식, 뿌북, 뿡, 뽀오옥~
"으허어억...."
2주일이 넘게 그녀를 괴롭혀오던 항문 앞의 굵은 똥들이, 마치 아이스크림 기계에서 짜내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천천히 엉덩이에서 새어나왔다.
철푸덕, 뿌지직, 부다닥. 부닥...
"하아...하...하...아하하...."
미자는 홀가분한 기분이 잠시나마 들었다. 진즉 이렇게 할걸...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치 폭발적인 화학 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이번엔 대장의 중간쯤에서 미친 듯한 복통과 울림소리가 들려왔다.
꾸득!꾸득!꾸득!꾸득!
"흐어억...!"

그녀는 화장실 문을 열고 달려나갔지만, 하필 영미가 샤워하면서 뿌렸던 물기가 남아있던 터라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악!"
넘어지면서 생긴 충돌의 힘이, 배에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뿌부아아아아아악! 뿍, 푸르륵!!!
"흐이이익!"
항문이 찢어질 것 같은 격통과 함께 엄청나게 큰 방귀가 밀폐된 화장실을 뒤덮었다.
"커흑...커흑...! 너무 지독해...!"
미자, 그녀 자신이 낳은 똥이거늘, 그녀는 그 지독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기침과 헛구역질을 계속했다.
뿌지직! 뿌쥬쥬쥬쥬쥭! 뿌븦 픞 프르릇 프쥿!
그런 그녀에게 벌을 내리듯, 가스가 다 빠져나간 미자의 대장은 마치 물 흐르듯 연해진 설사들을 내보냈다.
진흙과도 같은 설사들은 벽과 바닥에 이리저리 튀기를 반복하여 그녀의 바지와 윗옷도 더럽히기 시작했다.
"방법을 찾아야...돼...뭐라도 하지 않으면...!"
머리에서는 코가 썩을 듯한 지독한 냄새가. 배에서는 계속해서 꾸르륵 거리기를 반복하며 멈추지 않는 복통이, 엉덩이에서는 항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설사가 콸콸콸 쏟아지는 최악의 콤비네이션이었다.
"아아...아...악..."
그녀는 결국 복통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오전 11시 30분
그런 그녀가 정신을 차린 것은 대략 2시간 뒤였다.
기절한 동안에도 소똥처럼 주룩주룩 나오던 설사들은 그녀의 다리를 완전히 뒤덮었고, 딱딱하게 굳어 갈색의 얼룩과 자국을 이미 수북히 남긴 뒤였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똥 범벅이 된 옷을 벗은 채 뜨거운 물로 몸을 씻는 미자. 하지만 그녀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꾸르르르르륵...
"또...또...!"
푸다다다다다닥...
"으아악! 으악! 아아악...!"
장염으로 인해 완전히 맛이 가버린 대장은 미자가 하루, 이틀, 사흘 전에 먹은 음식물의 조각 하나하나까지 설사똥으로 바꾸어 쏟아냈다. 겨우 변기를 내리고 나면 10분 간격으로 고통은 닥쳐왔고, 윗옷을 빨면서 총 두번, 바지를 빨면서 총 두번.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는 그냥 바닥에 뿌직뿌직 싸지르고 물과 함께 하수구로 흘려보내야 했다.
"이러다간 살이 빠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말라 죽겠어."
청소를 겨우 끝낸 미자는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네, 제가 다름이 아니라 지금 장염이...!"
푸쥬쥭! 퓨쥭! 푸쥭! 푸쉬식~
그 새를 못참고 항문에서는 설사가 또 새어나왔다.
비록 먼젓 번들에 비하면 소리는 상당히 작았지만, 부끄러워 하는 미자의 얼굴과 구릿하게 풍겨오는 냄새에서 정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네...보시다시피 이래서요..."
병원에서는 미자에게 기저귀를 급히 입힌 다음 링거를 맞힌 채 한켠에 눕게 했다. 그런데, 병실에 누운 미자에게 익숙한 얼굴이 옆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바로 영미였다.
"저, 저 옆의 환자분은 어쩌다..."
"저 환자분도 지금 환자분처럼 장염이 의심되서 실려왔어요."
'기지배...혼자 잘난 척 하더니, 알고보면 지 속도 별반 다를바 없었네...'
쌤통이다. 하고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씨익 웃는 미자였다.
.
.
.
.
"그러게 쌤통이다. 기지배. 지 혼자 날씬한 척 다하다가...."
"야, 오미자. 주둥아리 안 다물어?"
"그나저마 회사는 어쩔거야? 짤렸어?"
"짤렸겠냐? 병가지. 아무튼, 아우, 빨리 화장실이나 찾아보자고..."
두 명의 친구는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비어있는 화장실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긴 없는거 같고...한 층 내려가야겠는데?"
"엘리베이터 줄 좀 봐...힘들어도 계단으로 가는게 더 빠르겠다."
"오미자 너 제정신이야? 이 무거운걸 지고 계단을 내려간다고?"
"잘 들면 되겠지~일단 해보자고."
두 사람은 마치 유인원처럼 허리를 굽힌 채 어기적어기적 문 앞에 섰다.
"하, 하나. 둘. 하나, 둘...."
꾸르르르르르륵...
"미, 미자야. 나 배가 아파...좀 잡아줘..."
미자는 영미의 손을 잡으려는 척 하면서 살짝 놓았다.
"오, 오미자! 너! 꺄아아아악!!!"
와당탕!
"꺄하하하하하하! 꼴 좋다! 기지배야!"
"......"
뿌지직, 주르르르르륵....
허리가 망가져버린 영미의 가랑이 사이로 묽은 설사만이 흘러나왔다.
부르륵! 부북, 주르륵....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계에 부딛힌 미자의 괄약근도 뜨끈한 설사를 내보냈다.
엉망이 된 영미를 대리고 의사 선생님을 호출하는 미자.
병 주고 약주는 사이인 둘은, 누구보다도 구린 냄새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예전에 방귀 릴레이 소설 보고 감명받아서 써봤는데, 이거 똥방귀소리 갈색으로 고치는거 어떻게 하는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