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arca.live/b/scottoberg/44835043


자경단이 위치한 도시의 외곽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연구소가 존재한다.

그 연구소는 자경단과의 협력 관계에 있는 곳으로 기계공학, 생명공학 가리지 않고

모든 분야의 과학을 전담하기 때문에 자경단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연구소의 주인은 백룡으로, 열렬한 과학신봉자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한다.

성격은 상당히 괴팍하며 절대 돌려말하지 않는 직설적 화법을 사용해 눈치가 없다는 얘기도 자주 듣지만

심성이 나쁜 용은 아니라 인간들을 돕는 것을 나름의 낙으로 삼고 있다.

백룡은 흑룡과는 친구 사이로 흑룡이 현장에서 움직이는 육체파라면 백룡은 후방에서 각종 장비 공급과

치료에 관련된 약품들을 지원하는 후방 서포터로서의 역할을 띄고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백룡도 어마무시한 방귀쟁이이며 흑룡에게 뒤처지지 않는 양을 자랑한다.

무심한 성격이라 초면인 사람 앞에서도 방귀를 부륵부륵 뀌어대는 흑룡과 달리

백룡은 괴팍한 성격 뒤에 부끄러움이 상당히 많아 자신이 방귀 뀌는 것을 고의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 여기를 조이고 여기를 풀어주면 되겠지~ "


뿌와아아아악-!!


축축한 물방귀를 주로 뀌는 흑룡과는 반대로 백룡의 방귀는 엄청난 풍압과 소리를 자랑하는 대포 방귀라는 특징이 있다.

그 힘이 워낙에 강해서 뒤에 누가 있는 줄도 모르고 방귀를 뀌었다가 사람을 날려버려 병원 신세를 지게 한 적도 있고

뒤에 엄청 쌓아놨던 물품들이 방귀를 맞고 모조리 무너져내려 한동안 치우느라 고생한 적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럼에도 백룡의 방귀는 흑룡과는 반대되는 뛰어난 장점이 하나 있었으니


" 자, 이제 마무리로 이걸.. 흐읍! "


뿌와아악! 뿌드드득!


바로 백룡의 방귀를 맞은 대상은 치료가 된다는 것.

방귀를 맞은 대상이 생명체일 경우 병이나 상처가 치료되고 신체 나이가 젊어지는 파격적인 버프를 제공하며

무생물일 경우 낡거나 녹이 슨 물건의 모든 세월의 여파가 사라지고, 고장난 곳이 수리되며 품질도 더 튼튼해진다고 한다.

다만 완전히 박살이 나거나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건 아무리 방귀를 뀌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듯 하다.

완성된 제품의 경우 마무리 작업용으로 방귀를 뀌어준다고 한다.


" 하아, 드디어 이 몸의 역작, 슈-퍼 공기청정기 3000이 완성되었단 말씀!

   자, 이제 이 몸의 방귀 냄새를 측정하고 정화해보도록 하거라! "


뿌와아아악!!


기계공학자이며 생명공학자인 백룡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품질은 상당히 괜찮다고는 하지만


[ 삡- 형언 불가능한 수준의 악취로 판별됩니다. 생화학 경보 발령. 자폭을 개시합니다. ]


" 에? "


완성품들이 괴팍하거나 이상한 기능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렇게 백룡은 오늘도 자기 발명품의 자폭에 휘말려 작업실 밖으로 튕겨져나왔다.

헤롱거리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는 백룡.

자신의 흰색 가운은 검게 그을리고 작업용 고글은 깨져버렸지만 


뿌아앙!


백룡은 그 자리에서 방귀를 뀌어 모든 것을 다시 되돌려놓았다.


" 아이, 이번에도 실패작이구만. 분명 청사진 대로 잘 만든 것 같은데... AI가 문젠가... "


백룡은 다시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또다른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밤을 지새기 시작했다.







새벽 5시.

조금 있으면 아침 해가 뜨는 시간이다.


똑똑똑-


이 이른 시간에 백룡의 연구소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으니


뿌롸라락- 뿌르르륵-


" 아... 이 망할 가스가 또... "


자경단장 흑룡이었다.

자경단과 연구소는 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흑룡은 자주 연구소를 찾아와 백룡의 도움을 받는다.

긴급 치료제부터 자경단원들을 지원할 장비까지 모두 백룡의 손에서 탄생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비들을 지원받기 위해선 공급 허가증이 필요하지만 오늘 백룡의 손엔 그 허가증이 없는 듯 하다.


" 아이 씨... 얘는 또 뭘 하길래 문도 안 열어주는거야... 야! 문열어! "


또 밤샘 업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흑룡은 문을 더 거세게 두들겼다.

마음 같아선 이까짓 문짝 발로 걷어차 부숴버리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모두 잠든 시간이라

함부로 소란을 피우면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화를 억누르기로 한다.


" 아니, 이 백지렁이가 죽었나? 안 열면 진짜 부수고 들...? "


문을 몇번 더 두들기자 잠긴 줄 알았던 문이 스르륵 하고 열리는 것이었다.

백룡은 한번 뭔가에 몰두하면 그것이 끝나기 전까진 목에 칼이 들어와도 꿈쩍하지 않는 용이었기에

문이 안 잠긴 것도 모른 채 작업실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 아무리 그래도 여자 하나 사는 곳에 문도 안 잠그고 참... "


흑룡은 앞서 험한 말을 한 것이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백룡의 작업실 내부는 넓은 편이었지만 각종 기계 장치들과 동력 공급 장치들 때문에 통로 자체는 상당히 좁았으며

기계들이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굉장히 시끄러웠다.

백룡의 작업실 문 앞까지 와서 문을 두들겨봤지만 여전히 시끄러운 기계음과 작업 몰두 때문에

백룡은 흑룡이 온걸 알지 못한 듯 했다.

결국 흑룡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업용 고글을 쓰고 각종 연장을 들고 뭔가를 만들고 있는 백룡의 뒷모습이 보였다.


" 야, 사람.. 아니 용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할 것 아냐! "


" ... "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기계음 때문인지 바로 뒤에서 흑룡이 부르는데도 백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흑룡은 백룡을 직접 터치해야 자신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 백룡의 등 뒤까지 걸어들어갔다.

그리고는 연장으로 열심히 기계를 조립하고 있는 백룡의 꼬리를 힘껏 붙잡아 치켜올렸다.


" 히꺄악!! "


" 야, 내가 너 몇번을 부른 줄 아냐? 연구 지원비 안 받고 싶어? "


순식간에 잡힌 꼬리가 하늘로 치켜올라가자 백룡은 이상야릇한 비명을 지르며 까치발을 들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

치켜올라간 꼬리 때문에 흰 가운이 걷어올려지고 커다란 엉덩이에 착 달라붙은 면바지가 보였다.

꼬리가 잡힌 백룡은 얼굴이 새빨개지며 손을 날개마냥 파닥거리며 말했다.


" 빠, 빨리 놔줘! 안, 안 그러면 나.. 나올거 같... "


" 뭐라고? 기계 소리 때문에 안들리잖아. "


" 나.. 나온다! "


뿌와아아아아아앙-!!


순간 백룡의 엉덩이에서 대포와도 같은 방귀가 뿜어져나왔고 흑룡은 그 방귀를 정면으로 맞아버려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작업실 밖으로 튕겨져나갔다.

마치 낮에 백룡이 자폭에 휘말려 그랬던 것처럼.


" 에엥~ 별이 몇개냐... 하나... 둘... "


흑룡은 헤롱거리며 정신줄을 반쯤 놓쳐버렸다.

튕겨져나온 충격도 충격이지만 자신과 비견될 정도로 지독한 백룡의 방귀 때문이었으리라.


" 내... 내가 예전부터 꼬리 함부로 만지지 말랬지! "


백룡은 뒤따라나와 새빨개진 얼굴로 흑룡에게 소리쳤다.

아무래도 꼬리가 약점인 듯 하다.

곧 정신을 차린 흑룡도 인상을 팍 구기며


" 네가 사람이 왔는데도 못 알아들은건 잘한 짓이고? "


라며 질책했고


" 뭐라는거야! 이 매너없는 물방귀 용가리가! "


뿌와아아악!! 뿌락-!


" 이 항공모함급 방귀 발사대가 방귀 가지고 날 놀려?! "


뿌르롸라락-!! 뿌르륵-!!


.. 서로 또 티격태격이 시작됐다.

중간중간 서로 화를 내다가 힘조절을 못해 지독한 방귀가 서로 오고간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렇게 30분 가량을 서로의 약점을 주고받던 둘은 둘 다 제풀에 지쳐

거실로 나와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내가 요즘 밤샘 업무가 많아서 좀 날카로워. 아까 말은 미안해. "


" 나야말로 사람... 아니 용 무시하고 면전에다 방귀 갈겨서 미안해.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날 왜 찾아온거야? "


" 아, 맞다. "


한참을 싸우다 그제서야 자신이 연구소를 찾아온 이유를 생각해낸 흑룡.

곧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요구사항을 말한다.


" 요즘 음식을 하도 잘못 먹었더니 속이 안 좋아. 방귀량이 2배는 늘었어. 냄새도 심하고.

   그래서 그런데 속 좀 진정시켜줄 약 좀 줄 수 없을까? "


" 아아... 그거라면... "


백룡은 자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상표도 붙지 않은 흰색 약통을 꺼내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푸른색 모양의 알약 하나를 꺼내 흑룡에게 건네주었다.


" 너처럼 속 안좋은 친구들한텐 이게 직방이지. "


" 오... 이게 뭔데? "


" 먹어보면 알아. "


흑룡은 그 정체불명의 알약을 입에 털어넣고 꿀꺽 삼켰다.

효과는 머지않아 곧바로 나타났는데 흑룡의 배에서 갑자기 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몰려오는 복통에 흑룡은 불안한 표정으로 백룡을 바라보며


" 야... 너 또 나한테 생체실험 한거냐... "


라고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고 백룡은


" 아니? 그거 나도 자주 먹는거야. 걱정하지마. 곧 편해질거야. "


라고 대답했다.

흑룡의 뱃속은 한참동안 꾸르륵 소리를 내며 요동치다 잠시 잠잠해졌다.

흑룡은 배의 요동이 멎자 신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 이야, 복통도 사라지고 더부룩한 느낌도 사라졌는걸? "


" 그치? 이 몸의 발명품을 무시하지 말라고. "


" 역시 그래도 믿을건 너 하나 뿐- "


뿌르롸라라라라락-!!


" ... "


순간 흑룡의 엉덩이에서 특유의 물큰한 물방귀가 뿜어져나왔고 백룡이 웃으며 말했다.


" 아, 효과가 빨리 나타나네. 내 방귀 배출제 효과가 말이야. "


" 너... 이게 무슨... "


뿌르롸라락!!


흑룡은 주체할 수 없이 뿜어져나오는 방귀를 양손으로 막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손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방귀 때문에 소리는 더 탁해질 뿐이었다.


" 더부룩한 것의 근본은 결국 가스 때문이잖아. 방귀를 다 빼내면 문제 해결. "


" 내 말은 그게 아니- "


뿌루루루롸라라라락-!!


" 내가 진짜 널- "


뿌르르르륵- 뿌롸락- 뿌륵-


" 하아... "


뿌롸라락! 부르륵-


그렇게 장장 1시간동안 방귀를 다 쏟아내고 나서야 흑룡의 물방귀쇼는 끝이 나게 됐고

백룡은 분노한 흑룡에게 딱밤을 몇대나 맞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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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올리려 했는데 내일 올릴 짬이 안날거 같아서 지금 올림

존못글 재밌게 봐주는 방붕이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