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기업의 사내 엘리베이터.


마침 출근시간대라 엘리베이터 안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 잠시만요, 들어갈게요. "


그 사이를 비집고 겨우 엘리베이터에 발을 올리는데 

성공한, 20대 후반의 윤민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진한 갈색의 장발.

베이지색 블라우스 위에 걸쳐입은 미디움 길이의 검은색 코트.

과하지 않은 모던한 향수의 냄새.

청순하면서도 우아한 그녀의 모습은 여느 남사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담이지만

그녀는 올해 사원에서 주임으로 승진을 했다.

지난 분기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일것이다.


인간관계도 좋아 사내에서 그녀를 뒷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한 그녀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아랫배로부터 전해져오는 신호,

대장의 발효된 가스가 모여져 만들어지는


[ 방귀 ]  였다.



어젯밤에 야식으로 먹은 치킨과 생맥주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급히 먹고나온 고구마와 계란 샐러드가 문제였을까?



어느쪽이든 상관없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지독한 냄새의 방귀가 엘리베이터 안에 대량 살포될 것이기에,

그녀는 빨리 자신이 누른 층수에 도착하기를 기도하며

최선을 다해 자신의 괄약근을 조였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엘리베이터 구석에 서있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중인 지훈에게로 가서 멈추었다.



' 지훈씨... 죄송해요...'



민아는 구석진 곳으로 조금 자리를 옮겼다.

지훈의 대각선 뒤쪽,

그녀는 헛기침을 두어번 한 뒤 소리없는 무음방귀를 은밀히 살포했다.


프브으으으으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


지독한 냄새가 그녀의 타이트한 스커트를 뚫고 엘리베이터 안에 퍼졌다.


푸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스으으으으읏-


브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상한 고기와 계란 썩은내를 합쳐놓은 듯한 끔찍한 냄새.


민아는 짐짓 자신이 벌인 일이 아니란것처럼 손부채질을 

하며 지훈을 곁눈질할 뿐이였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훈에게로 쏠렸고, 그는 갑작스런 시선에 얼굴이 붉어진채 고개를 숙였다.


" 저... 저 아닙니다... "



- 띵...! 6층입니다.


" 어떤 년놈인지, 민폐짓 한번 제대로 하는구만...! "


" 그러게 말입니다. 부장님. "


앞줄에 있던 부장과 과장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서둘러 아무층의 버튼이나 눌러 내렸고,

남은 사람들도 코를 쥐어잡으며 그 다음 층에서 앞 다투어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남은것은 민아와 지훈, 그리고 

아직도 올라오는 지독한 잔향이였다.


민아는 조심스레 지훈의 이름을 불렀다.


" 저기... 지훈씨, 아까는 미안했어요... "


" 네? "


뒤돌아보는 지훈.


" 방귀... 제가 뀌어놓고는 모르는척, 뒤집어 씌워서 미안해요. "


" 아.. 그게... 윤주임님 방귀였습니까? "


민아는 손가락으로 옆머리를 배배 꼬았다.

당황하면 나오는 그녀의 습관인것이다.


" 평소에는 그렇게 지독하진 않아요, 오늘따라 속이 좀

안 좋아서... "



" 아닙니다. 누구나 다 하는 생리현상인데요, 뭘 "


지훈도 민망한지 뒷머리를 긁었다.


" 보답은 꼭 하고싶어서요. 오늘 점심에 고기 어때요?

근처 역 주변 골목에 괜찮은 고깃집이 있다던데. "



" 윤주임님이 사주시는거면, 저는 아무거나 좋습니다."



" 그래요. 그럼, 이따 12시에 제 자리에서 봐요 "



그렇게 두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가서 업무를 진행하였고



따뜻한 지훈의 배려로 

그날 엘리베이터 방귀 테러사건은

끝내 누구의 소행인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