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 무슨 옷으로 할지 몰라서

첫 댓글에 올라온 대로 정해드림. 물론 일상복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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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됐다.


이것이 영화 중간에 든 내 생각이었다.


내 뱃속에서 올라오는 깊은 쿠르릉 소리가 얼어붙은 온몸을 흔들었다. 내 뱃속에서 나는 소리는 3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 이유 없이 나는 작은 꾸륵 소리, 다른 하나는 좀 있으면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신호를 알리는 더 큰 소리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3번째였다.


대장 깊은 곳부터 울려오는, 그동안 꾸준히 배출해줘도 뱃속에 조금씩 쌓이고 쌓이던 가스가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 그리고 방금 내 배를 뒤흔든 신호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것도 영화관 한복판에서.


"가람아? 왜 그래?"


옆좌석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루.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우연히 영화관에서 만났다. 거기다 나같이 혼자 와서 보고 싶은 영화도 같았기에, 어쩌다 말을 터놓고 옆자리까지 앉아 같이 보게 된 것이었다. 혹시 몰라 아끼던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왔던 것도 행운이었다.


상영 전에 얘기를 나누다 보니 꽤 마음에 드는 놈이었다. 너무 편해져서 뱃속이 슬슬 끓고 있다는 것도, 며칠동안 먹는 것도 조절하며 비장한 각오로 왔다는 사실도 깜박할 정도였다. 게다가 같은 약간 소심한 성격에 영화광이기까지 했다. 이런 우연은 다시 올 수 없지 않을까. 근데 왜 하필 지금..!


"가람아?"


옆자리에서 다시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낭비할 새가 없었다. 그래. 좀 더럽다고 바로 찰 거면 어차피 좋은 놈도 아닐텐데. 최대한, 그럴듯한 이유라도...


"야 나루야... 나... 좀 속이 안좋아서 ..." 


"그럼-"


그 때, 결국 아주 잠깐이지만 컨트롤이 풀리고 말았다.


부우우우우르르륵!!


푹신한 의자에 막혀 비교적 작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나루가 듣기엔 충분했다. 나루는 한 청순해보이는 여학생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듯 했다. 그래도 새빨개진 내 얼굴을 못 봐서 다행이다. 


"미안..."


"아... 화장실 가야 해?"


"아니, 영화 끝날 때까진... 버틸 수 있을 거 같은데... 미안해..." 난 배를 부여잡고 최대한 아픈 척을 해보았다.  


"괜찮아." 다행히 나루는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바로 화장실로 달려갈까 고민했지만, 30분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깊이 심호흡한 후, 버텨 보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가며, 안 그래도 풍선같던 배는 더욱 빵빵해졌다. 중간중간 살짝씩 내보내 보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격이었다. 영화 내용에 신경쓰기도 힘들었지만, 애써 나루의 말엔 답을 해 주었다.  영화 막바지, 슬슬 진짜 시작되는 것 같았다. 엄청난 양의 가스가 언제든 나올 기세로 괄약근을 세차게 두드렸다. 어떻게든 1초라도 시간을 더 벌고자 등받이에 엉덩이를 딱 붙였다.


마침내 화면이 암전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계단을 내려갔다. 빨리 출구로, 빨리 화장실로 가야 해. 빨리 배를...


하지만 이미 한계였다.


결국 내 대장이 터질 걸 염려한 뇌는, 내가 출구로 나서기 한 발짝 전, 내 의식을 씹고 강제로 명령을 내렸다. 난 그 거역할 수 없는 신호와 통증에, 그 자리에 멈춰 엉덩이를 치켜들 수밖에 없었다.


뿌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락!!


이로써 단순한 배탈로 포장하려던 내 시도는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뒤따라 나오려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소녀의 장에서 나온 독가스를 정면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인간이 내뿜는 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가스를, 2초, 5초, 8초... 계속해서 뿜고 있었다.


모두들 그 시간동안 마치 허수아비가 된 듯 했다. 이건 영화도 아닌 냄새, 바람까지 있는 현실이었다. 평범한 소녀가 튜바같은 쩌렁쩌렁한 소리를 12초간 내며, 영화관의 4분의 1을 채울 만한 가스를 내뿜는 게, 현실이었단 말이다. 


그 맨 앞에는, 나루가 그걸 100%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겨우 가스가 잠시 멎자, 난 울다시피 하며 화장실으로 달려갔다.


왜? 왜 이 배는 평범해질 수 없는 걸까? 왜 그것도 여자로써, 일반인의 몇 십 배가 넘는 가스를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게 된 걸까?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붉은 볼을 적셨다. 그 와중에 끊임없이 방출되는 가스는 신경 밖이었다.ㅡ


뿌우우우우루루루룩! 푸드드드드드드등! 푸아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어느정도 지나서일까, 아직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이성은 돌아왔다. 그리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기 칸 진짜 시끄럽다."


"아이고, 배탈 나셨나."


날 비웃는 건가? 설마 찍고 있나? 여기도 안전한 곳이 못 된다는 순간적 생각에, 난 문을 박차고 화장실을 뛰어나왔다. 하지만 내 배는 아직도 빵빵했고, 주말 오후의 영화관은 꽉꽉 차 있었다. 그 때였다.


"한가람."


놀라서 괄약근을 놓을 뻔 했다. 화장실 옆에는 나루가 기다리고 있었다.


"너..."


난 그냥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나루가 내 손을 잡았다.


"잠깐만."


"씨발 비켜 좀!" 급박한 배의 상황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당장이라도 나루의 손을 뿌리치고 전력질주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달리다가 아까처럼 실수로 괄약근이 풀리기라도 한다면?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꼴을 피할 수나 있을까. 이미 제일 중요한 한명에게도 노출되었는데.


그래서 난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온 힘을 다해 엉덩이를 조였다. 가스가 가슴까지 찼는지 숨쉬는 것도 조금 힘들었다. 금세 다시 풍선처럼 쌓인 메탄가스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씨발..."


나루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려다놓았다.


"야, 괜찮아. 방귀 그렇게 많이 뀌는게... 어때서.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인데."


"뭐, 그러니까 신기해? 불쌍해?"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나루가 말했다. "이런 거 상관 없이 넌 다시 없을 내 친구라고."


무슨 수를 썼는지 말이 저렇게 버터같이 부드러운지 모르겠다. 나루의 저 눈빛도, 정말 아이처럼 순수한 눈빛이었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약속. 그러니까 얘기 좀 하자."


그제서야 좀 이성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 배의 상황도 다시 파악하고 말이다. 아까까지 기껏 배출한 건 어느새 거의 다시 차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끝날때까지 화장실에 있기엔 듣는 귀도 너무 많고, 가스가 흘러나올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 답은 하나뿐이었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여기부터 나가자. 오케이?"


나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획을 세우자. 지금 뱃속의 상태를 봐서는 길어야 1분이 한계이다. 우선 영화관 건물을 빠져나갈려면 여기 6층에서 1층으로 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는... 미쳤냐? 결국 엘레베이터밖에 없었다.


난 최대한 조심스럽게 엘레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달리면 조절이 풀릴 수도 있다. 만에하나 실수로라도 풀린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다행히 엘레베이터는 금세 도착했다. 물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나와 나루는 겨우 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갔다. 베이지색 원피스로 가려진 내 배가 나루와 맞대었다. 드디어 문이 닫히고, 6층, 5층, 4층... 서서히 내려갔다. 아마 나루는 그동안 내 배가 실시간으로 부풀어오르는 것과 가스가 속에서 용처럼 요동치는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층. 이제 엄청난 압력의 가스는 내 엉덩이를 황소같이 세차게 들이받고 있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우린 도망치듯이 뛰어나와 출구를 향해 뛰었다. 북, 북, 약간씩의 가스가 나왔지만 상관없었다. 드디어 문을 열자 서늘한 바깥공기가 내 몸을 감쌌다.


나는 바로 몸을 왼쪽으로 틀어 건물 옆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 그 가운데엔 나무들과 벤치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난 벤치에 앉아, 즉시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고 오른쪽 다리를 들었다. 하지만 힘을 주면 안됐다. 난 최대한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얌전한 소녀답게, 눈을 감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힘을 뺐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륵.....!


"하..."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최고 세기로 내뿜지 못해 찝찝하긴 했지만 말이다. 바깥공기를 마시며 안에 드럼통만큼 쌓여 있던 썩은 가스를 내보내니 이보다 더 상쾌할 수는 없었다. 내 원피스는 마치 산들바람이 불듯이 흔들렸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조절한 것이지, 아마 지금 주위 사람들은 어디서 오토바이가 10초 넘게 시동을 거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됐어?"


그런 나머지 옆에 나루가 있다는 것조차 또 깜박 잊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놀라 가스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뻔 했다.


"아이씨 깜짝이야."


나루는 거기 서서 계속 방귀를 뀌고 있는 나를 빤히 보고있다, 곧 내 옆에 어색하게 앉았다. 몇십초가 지나도 끊어지지 않는 가스줄기에 감탄하는 듯도 했다. 


"너 매일 이렇게 참고 살아?"


"아니, 며칠에 한번씩. 평소엔 일반인의 몇 배 많은 정도." 난 대답했다. "원래 집이나 사람 없는 공원에서 해결하는데, 이번엔 씨발 - 조절을 못해가지고."


"야... 어떻게 이렇게 방귀를 많이 껴?"


"낸들 아냐?" 순간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알면 이러고 살겠냐고..."


"괜찮아. 이것도 어떻게 보면 특별한 점이잖아? 내 눈엔 좋- 재밌는데?"


"코가 막히기라도 했냐?"


"뭐 비염에 자주 걸리긴 하는데." 나루가 능글맞게 말했다. 난 별로 대답하기 싫었다. 대신 다리를 더 들어올려 가스가 더 잘 나오게만 하였다.


푸르르르르르르르륵...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건물 한구석의 유일한 녹색 정원은 이제 내 대장에서 나온 독가스로 한가득 덮여 있었다. 주위 사람들도 슬슬 눈치채는 듯 했다. 다들 코를 쥐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점점 더 지독해지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다시 배가 쑤시는 듯이 아파왔다. 갑작스러운 뱃속에서 폭죽이 터진 것 같은 통증에 난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내 뱃속 깊숙한 곳에선 낮은 쿠르릉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묵은 가스가 나오려고 하는 것이었다.


"왜 그래?" 나루는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제 가자."


"왜? 끝났어?"


"아니. 더 큰 게 몰려와서... 씨발... 여기서 뀌면 백퍼 다 들려. 사람들 아예 없는 곳으로, 저기 공원까진 가야 해."


"그래? 그럼 빨리 일어나. 뭐해."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라고! 지금 뀌기 시작해서 더 나오기 쉬운데... 사람들 사이서 실수했다가는..."


"지금 아니면 더 힘들어지잖아. 빨리."


하지만 난 여전히 바보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때, 나루는 나의 손을 굳게 잡고, 날 일으켜 세웠다. 그의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내 정신이 다시 들었다.


"나 믿어."


그리고 우리 둘은 군중 사이를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온갖 느낌이 터지기 일보직전 나에게 들었다. 와플가게의 배를 쥐게 하는 달콤한 향, 쌀쌀한 바람,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내 뱃속... 눈 앞이 혼미해질 것만 같았다. 걸음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가스로 꽉 찬 배가 출렁거렸다.


하지만 난 나루만 보며 뛰었다. 길을 건너, 계단을 올라,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배는 다시 한계에 다다랐지만, 이번엔 참을 수 있었다. 나루를 믿고 따라가며. 심지어 누군가와 부딪혔을 때도,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드디어 도시 중 사람이 제일 적은 곳이었다. 바로 다리 밑 광장 구석. 주위엔 사람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조용한 작은 광장엔 빈 벤치만이 놓여 있었다. 마침내, 영화관을, 도시를 무사히 탈출한 것이었다. 나루 없이는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껴도 돼!" 나루는 주위를 둘러보고 외쳤다. 내 배는 평소라면 이미 터지고도 남을 과포화 상태였지만,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화장실에 혼자 있을 때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편안히, 난 힘을 주었다. 물론 편안하다는 건, 어디서나 내 관점이었다.


뿌푸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다다다다다당!!!


앞의 영화관에서의 사건은 애교 수준으로 보일 만한 방귀가 평화로운 공원에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힘을 준 것과 안 준 것은 차원이 달랐다. 너무 많은 가스가 한꺼번에 터져나와 항문이 아플 지경이었다.


다부진 엉덩이 사이로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는, 너무 진해 그 연노랑색 아로마가 들판에 뿜어져 나오는 게 정말 눈에 보일 정도였다. 빈 공간이 생기자 내 대장도 비로소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가스를 생산하고 밀어내며, 정말 끊이지 않는 방귀처럼 풍압을 꾸준히 유지해 주었다.


나루는 만화영화를 보는 건 아닌지 눈을 의심했다. 20초가 넘도록 찢어지듯 울리는 소리, 주위 공기를 삽시간에 연노란색으로 물들여 버리는 엄청난 양의 가스가 이런 예쁜 소녀한테서 나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곧 시큼하고 축축한 썩은 내가 코를 찌르기 시작하자,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눈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약하고 진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 공기 자체가 따뜻해져 기분도 이상했다. 하지만, 이게 싫지 않았다.


"캬- 이 맛이지!"


28초에 달하는 에피타이저를 끝마치고, 난 상쾌하게 웃으며 외쳤다. "이제야 좀 제대로 시동 걸리네!"


뿌아아아아다다다다닥!!


푸푸루루루루루루루드드드등!!


그 기세를 몰아 연속해서 두 방을 더 뀌었다. 일반인이라면 하루 종일 참아도 이렇게 뀌기 힘들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숨쉬듯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뭔가 걸렸다. 맞다, 나루. 돌아보니 나루는 눈을 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코를 벌릉거리며. 아직 남아있다니 다행이었지만, 코도 그렇고,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야, 너 아직도 비염 있어?"


"...아니."


"그럼 왜 그렇게 킁킁대?"


"어... 그게..."


그 때, 난 그의 바지를 보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서 있었다.


"너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미안." 


나루는 대답했다. 노력하긴 했나 보다. 하지만 일반인의 몇십배의 방귀를 뿜어내는 여자 앞에서라니, 나체 모델을 앞에 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격일 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루가 이러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 난 내가 뿜은 메탄가스를 휘저으며, 얼굴이 새빨개져 애써 다른 곳을 보고 있는 나루에게 다가갔다.


"아니, 네가 말했잖아. 그런 게 어때서?" 그런 다음 나루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이렇게 가스 뺄 때 너무 기분 좋거든. 그 쪽으로도."


"ㅁ-뭐?" 


갑작스러운 말에 나루는 뒷걸음질쳤다. 나도 청순하다고 자부했던 내가 누군가한테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숨기고 있기 싫었다. 그런 모험을 하기에 지금의 기분은 딱 맞았다.


난 나루와 어깨동무를 꽉 하고, 서로의 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붙었다. 나루는 얇은 베이지색 원피스 밑 내 배의 진동을 고스란히 전해 받았다. 마치 장 속에 기차가 지나가는 듯한, 깊고 낮은 진동을. 난 다른 한쪽 팔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쳤다.


"이런 인연도 어딨겠냐? 여기까지도 와줬겠다, 너한테만 특별히 주는 기회야. 가람이와 함께하는 특별 가스빼기 코스!"


뻐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러러러러더더더더더덩..!!!


화산처럼 뿜어져나오는 메탄가스의 반작용과 진동을 나와 나루는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나루는 이젠 꼴림보다는 무서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직접 이만큼 뀌어 보니 어떠신가. 하지만 이미 이런 걸 숱하게 뀌어본 나는 오장육부의 격렬한 떨림을 즐길 뿐이었다.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이 말이다. 나루를 꽉 잡고 있으니 훨씬 더 세게 뀔 수 있었다. 거의 지진이라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더더더뿌으으으으으으으으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랑!!!


14초쯤 지나서일까, 나루도 이제 진동에 적응했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 분출구를 보려 하는 순간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에 방치된 썩은 계란 한 꾸러미를, 그것도 몇 배는 농축시킨 듯한 냄새가 산들바람처럼 불어왔다. 분명 공기인데 진짜로 입에서 썩은 맛이 났다. 반경 한 10M가 그랬다. 나도 이쯤 되니 한두번 헛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1시간같이 느껴진 30초 후, 그제서야 내 엉덩이에서 소리가 멎자 나루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입으로는 썩은내가 끊임없이 들어와 구역질이 났지만 이 어안이 벙벙한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야, 도데체 어떻게 이렇게 많이 뀌는 거야?!"


드디어 나루가 소리쳤다. 난 무덤덤하게 배를 만지며 대답했다.


"뭐, 의사선생님이 말하기를 내 뱃속에 섭취량 대비 엄청난 가스를 생산하는 박테리아가 있다고는 하는데, 거기다 소화도 느려서 발효될 시간도 많고."


"아무리 그래도 이게 말이 돼?"


"이해하려 하지 마. 몸으로 느껴~"


그리고 난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처럼, 다른쪽 발을 살짝 들고 다시 독가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랑!!!


부푸우우우우르르르르르푸우우우우우웅!!


푸푸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지금쯤이면 코끼리 크기의 풍선 하나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나루의 왼손은 눈물을 닦느라 쉴 새가 없었지만, 여전히 오른손은 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몇 분 후일까, 이제 슬슬 진짜 가스가 빠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영화관에 있었다간 아마 상영실 전체가 숨쉴 수 없는 가스로 꽉꽉 차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것도 평소에 비하면 잘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내 뱃속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창자는, 아직도 제대로 배출이 안되었다며 쿡쿡 쑤시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 씨... 아까 너무 참아서 그런가 잘 안 나오네..."


"이게 잘 안 나오는 거야...?"  


"응." 난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좀 남았는데."


나루는 용케 아직까지도 깨어 있었다. 나도 내 방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붙임성이 좋은 만큼 적응성도 좋나 보다. 


"그럼 뭐... 배라도 문질러 줄까?"


나루의 말에 움찔했다. 진심인지 아니면 정신줄이 반쯤 놓여 뱉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용케도 내가 막 하려던 걸 맞추다니. 


"...해봐."


나루는 따뜻한 손을 내 아랫배에 갖다댔다. 내가 직접 할 때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준 마사지가 생각났다. 나루가 손을 살살 문지르자, 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내 배는 그에 맞춰 다시 요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그렇게 해서 뭐하냐. 좀 더 꾹꾹 눌러야지."


그러자 나루는 압력이 느껴질 정도로 더 힘을 줬다. 이제야 배에서 깊은 쿠르릉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똥은 아닌데 그만큼 거대한 기체 덩이리가 움직이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특히, 덩어리진 것 같았던 왼쪽 아랫배에서 말이다. 난 그곳을 가리켰다.


푸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루루루루루루

부드드드드드등-!!


중간에 20초짜리 걸쭉한 방귀가 나왔지만, 이제 이 정도는 나루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전조 증상에 불과했다. 가스 덩어리가 움직이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드디어, 난 모든 게 차곡차곡 쌓였음을 느꼈다.


"아아, 이제 다시 신호온다!"


이번엔 난 나루와 조금 떨어졌다. 왜냐하면 이게 어떤 건지 난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나루는 다시 나에게 왔다.


"잠시만, 부탁 하나 해도 돼?"


"빨리, 뭔데?"


"내 얼굴에 대고 껴줘."


나루의 얼굴은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난 빠르게 말했다.


"...안 죽을 자신 있어?"


"응."


"조심해..."


그리고 난 뒤돌아서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숙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건 나루의 비장한 각오를 한 눈망울 뿐이었다. 난 나루를 믿었고, 내 장도 이제 믿었다. 이제 남은 건 내 모든 걸 터놓는 것 뿐이었다. 나루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건, 30분 전까지만 해도 완전 순수하게만 보였던 소녀의, 이제 약간 갈색으로 물든 베이지색 원피스였다. 장 전체가 울리자, 눈을 꾹 감고, 난 마침내 괄약근을 마음껏 풀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다리 전체에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가스가 본격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나루는 그걸 폭발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내장 전체가 튀어나오는 느낌과 함께 가스가 쏟아져나왔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을 더 주는 것 뿐이었다.


만일 이 방귀를 시내에서 뀌었다면 거리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코끼리도 뀌기 힘들만한 방귀가, 몇 초를 넘어 몇십초간 지속되고 있었다. 아마 폭주족 오토바이도 이렇게 오래 가동하다간 엔진이 과열되어 터질 것이다. 하지만 내 아랫배는, 자신의 몇십배나 되는 괴물을 거뜬히 내놓을 수 있었다.


다다다다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푸푸우우우우우아아아라라라라라랑-!!!


거기다 이 가스는 지금까지 가스와는 질이 달랐다. 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며칠동안 숙성된 완벽한 독가스였다. 산소는 제로에 수렴했고 그 자리는 일반인의 10배를 가볍게 넘어가는 농축된 메탄과 스카톨, 인돌이 차지했다. 너무 진하고 습해 반쯤 액체로 느껴질 정도였다.


더 무서운 건 이런 가스가 끊일 기미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생겨난 태풍처럼, 눈과 코를 태울 것만 같은 폭풍이 나루의 얼굴에 바로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었다. 가스 빼기야 며칠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하지만, 나루가 이걸 맞고 있다 생각하니 이제서야 이 스케일이 실감나는 것 같았다.


라라랑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랑!!! 푸푸푸르르르르륵!!


내 배는 1분을 한참 넘어서야 잦아들더니, 방귀의 세기도 줄어들었다. 더이상 압력은 유지되지 않았고, 마지막 남은 가스만이 서서히 방울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빠져나갔다. 그렇게 1분 42초, 비로소 가람이는 장대한 배출을 끝마쳤다. 다리 밑 반경 30M는 마치 죽음의 지대를 연상케 했다. 아마 이번 방귀로 배출한 메탄가스만 압축하면 왠만한 탱크로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마침내 배가 텅 빈 느낌을 받았다. 죽기 살기로 엄청난 가스를 배출하며 힘들 때 나온다는 엔도르핀이 방출되서인가, 반쯤 정신이 혼미했다. 하지만 입가엔 함박웃음이 피어 있었다. 아마 나루도 같은 기분일 것이다. 2일같이 느껴질 2분간의 마약같은 기쁨. 


기지개를 펴고, 곧바로 나루를 확인해보았다. 역시나, 나루는 웃음을 띈 채 기절해 있었다. 난 마침내 가스빼기가 무사히 끝났다는 것을 기념하며 텅 빈 배를 톡톡 두드리고, 나루의 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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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난 나루의 외침에 잠에서 깼다. 나루는 바로 내 무릎을 베개삼아 벤치에 누워있었다. 나도 나루를 옮긴 후 피곤해 깜박 잠들었던 것이었다. 하늘은 이제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루는 날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너... 그 방귀... 꿈이었나?"


"아니 - 뿌우우우우욱!" 난 웃으며 바로 입증해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가스가 많더라. 미안."


"야, 근데 어떻게 딱 우리끼리 만난 거, 영화같지 않냐?"


"그니까. 하늘이 정해준 거 아닐까?" 난 미소지었다. "어쨌든, 이제 내 배도 잠잠하니까... 뭐 마시러 갈래?"


하지만 그 때, 그제서야 호르몬의 이상분비가 끝난 것 같았다. 나루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주섬주섬 일어났다.


"아니, 그 전에 집에 가서 팬티 좀 갈아입고..."


"아... 맞다, 나도."


그리고 둘은 살짝 키스한 후 집으로 달려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