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Amazing

#7 홍마관 집결

안개의 호수에 가면 붉은 대저택을 발견할 수 있다.
홍마관.
붉은 안개가 햇빛을 가렸던 홍무이변의 근원지이자, 흡혈귀 스칼렛 자매가 거주하는 곳.

"그리고 여전히 일 안하는 문지기네."

서있는 상태로 벽에 기대어 잠을 자고 있는 문지기를 보며 레이무는 말했다.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
이래뵈도 오랜 역사를 살며 기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을 익힌 강한 요괴이다.
문지기 역할은 전혀 해내지 못하지만.

"그보다 이 녀석, 오줌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걸. 킁킁, 킁킁..."
"그만둬 레이무. 네가 무슨 개냐. 그러던 중에 깨어나면 뭐라고 변명할 건데?"
"바로 기절시키면 그만인데 왜 변명을 해?"
"이 깡패 무녀가...!!"

마리사가 어이없어하자 레이무는 호숫가를 가리켰다.

"저기 있는 물고기는 굳이 안 건드려도 되겠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빙글빙글 눈이 돌아가며 물가에 쓰러져있는 인어.

"어디로 가더라도 오줌 냄새가 가득~가득...."

마리사는 잠시 호수의 인어를 향해 명복을 빌어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무는 홍마관의 문을 열어보았다.

"보통은 이때 즈음 팟! 하고 메이드장이 등장해야 할 텐데. 이상하게 조용하네."
"분위기가 여간 심상치가 않다제."

안개 속에서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한 홍마관의 분위기에 레이무와 마리사 둘 다 의아함을 느꼈다.
안개도 평소보다 훨씬 자욱한 느낌이고, 공기도 차가워져서 더욱 분위기가 싸늘하다.

"확실히 그 말대로인걸."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레이무와 마리사가 돌아보니, 앨리스와 케이네가 걸어왔다.

"오던 중에 두부가게 아저씨랑 마주치긴 했지만, 안개가 자욱해서인지 요정들도 잘 보이지가 않았어."
"보나마나 얼음요정의 장난이겠지만 오늘은 정도가 심하네. 나중에 만나면 훈계를 해줘야겠어."

이변 해결을 위해 4명이 홍마관 앞에 모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홍마관의 정원을 걸어가는 4명 앞 허공이 열렸다.

"이변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노력은 칭찬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는걸."
"무슨 소리야 유카리."

스키마에서 나온 유카리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양산을 펴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와 한쪽손으로 앞을 눌렀다.

"환상향은 본래, 사라져가는 요괴들을 위해 창조된 작은 세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힘의 균형이 맞춰져야하는 법..."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나오면서 환상향의 이치를 설명하는 유카리, 그 모습은 과연 환상향의 현자.
다만 앞을 누르며 정원을 장식해주는 수풀로 걸어가는 것은 왜인가.
유카리는 치마를 천천히 걷어올리며 말했다.

"이 기이한 힘은 인간과 요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상태가 지속된다면...환상향을 유지해주는 힘의 균형에마저, 후우....간섭하겠지."

마지막으로 드로워즈를 잡은 유카리.

"나도 구멍을 막으려 쉴 틈도 없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그치만, 후후....역시 이번 이변은 도가 지나친 장난 같네.."

드로워즈를 천천히 내리면서 쪼그려 앉을 준비를 한 순간...
팟!
잠깐 바람이 불었다.
유카리의 드로워즈는 다시 올라가있었다.

"...이렇게까지는 해야 나올 것 같았지."

유카리가 땀방울이 하나 맺힌 상태로 여유롭고 우아하게 웃었다.

"아쉽게도 지금 나한테는 시간이 부족하거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나타난 메이드복 차림의 소녀가 서있었다.
시간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흡혈귀의 메이드 '이자요이 사쿠야'.

"요정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오줌을 지리고 있을 지 모르거든. 이 저택은 지금도 충분히 힘들어. 깨끗한 정원에 오줌을 싸버리진 말아주겠어?"
"후, 후후...과연 유능한 종자답네. 그렇다면 홍마관의 화장실을 빌려줄 수 있을까?"
"안됐지만 홍마관의 화장실은 지금도 만원이야. 아가씨와 작은 아가씨를 위해서 항상 여유분을 챙겨두고 있거든."
"그렇다면 너는 어떨까? 시간을 조종하는 정도의 능력....그걸 쓴다고 해도 몸 속의 요의는 사라지지 않아. 어딘가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겠지?"

찰싹!
잠깐 그런 소리가 난데없이 울려퍼진 뒤 사쿠야는 이변 해결을 하러 온 4인방 앞에 섰다.

"아가씨를 기다리게 하지는 마. 자, 이쪽으로."
"우리 먼저 간다 유카리. 뒷일을 부탁해."
"너무 무리하진 마, 열심히 해주겠다제."

4인방이 떠날 때 유카리는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만 양산은 땅에 떨어져있고, 양산을 잡고 있던 손으로는 허리를 숙인 몸의 앞을 꾸욱 누르고 있다.
발밑에는 오리변기가 하나 놓여있는 상태에서.

"후후...역시 흡혈귀의 종자답게, 손이 빠르네. 그 잠깐 사이에 이런걸 갖다놓고, 선택지를 줄이고자 엉덩이를 때리다니. 숙녀답지 못한 행동인걸."

사쿠야의 재빠른 행동을 칭찬해주며 유카리는 뒷편을 보았다.
메이링은 아직 자고있다.

"하지만 내가 이 정도로 당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환상향을 위해서는 언제나 계획이 필요한 법. 이 정도는 금방 버텨내고 적당한 곳에서..."

그러나 유카리가 말한 것은 통상의 컨디션과 일반적인 요의일 때의 이야기.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요의가 차올랐다.
이변의 영향이었다.

'....아아, 그런가. 나는 또 이 이변을 과소평가해버렸구나. 점점 더 심해지다니.'

움직일 수 없게 된 유카리가 우아하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유카리의 자세는, 땅바닥에 엎드린 상태에서 엉덩이와 허리만을 위로 올린 채 두 손으로 가랑이 부근을 붙잡고 있는 보기 흉한 모습.
오리변기는 뒤쪽에 있다.

"흣, 후우...!"

엉금엉금, 유카리가 뒤로 기어가 오리변기를 잡고 자신의 밑으로 끌어당겼다.
힘겹게 드로워즈를 내린 유카리는 현자답게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손잡이를 잡고 자세를 취했다.

푸쉬야아아아아....

".....후우."

그리고 몸에서 힘을 뺀 유카리의 물소리는 그 뒤 한참동안 고요한 주변을 울렸다.

------------------------

"우와...이건 좀 심한데."

홍마관에 들어선 앨리스가 내뱉은 말.
그 정도로 홍마관의 내부는 어수선했다.

온 복도에 진동하는 오줌 냄새.
혼란스러워하며 이리저리 움직여대는 요정 메이드들은 자기들끼리 부딪치거나 균형을 못잡고 벽에 충돌하기까지 한다.
어딘가에서는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요정은 오줌을 참는 것조차 잊고 그대로 허공에서 싸버렸다.
누군가의 지린 자국을 닦는 요정 메이드가 걸레질 도중 자신도 모르게 오줌을 배출해버리는 것은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다.

"여기는 인간 마을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어. 이미 수습은 불가능한 상태이지."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제. 그런데, 그 정도로 심한 영향이라면 여기 전체가 영향권일텐데? 아하, 알겠다. 너도 아침에 이불에 실례를.."

팟!!
마리사의 바로 옆으로 날아간 나이프가 벽에 꽂혔다.

"아가씨를 기다리게하진 마. 자, 어서 가자."
"무섭잖아?!"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오줌 냄새가 변하질 않는다.

"메이링은 아무런 변화가 없던데..."
"그녀는 오랫동안 연마한 체술의 결과, 몸 속의 기를 다루며 일주일간 오줌을 참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 되었어."
"중국 무술 쩐다!!"

그 뒤 오줌 냄새를 맡으며 또 걷기.

"이래선 책을 훔쳐가려 해도 도중에 젖어버릴 것 같다제..."

------------------------------------------------------

한편, 홍마관 지하 대도서관.
수많은 책들이 위치한 이곳만은 오줌 냄새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딱 한 곳만 빼고.

"파, 파츄리...님..."

홍마관 구석, 화장실 앞.
문에 매달려 애원하는 붉은 머리 소녀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소악마. 이곳의 사서이다.

"죄송합니다...저...더는..."

쉬이이이...
그녀 역시 이변으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다.
그렇다면 화장실 안에는 누가 잇는가?
바로 파츄리 널릿지.
마법을 사용하는 정도의 능력을 지닌, 홍마관의 움직이지 않는 대도서관이다.
한참 전 화장실에 들어간 이후 그녀는 변기 위에서 움직이질 않고 계속 책만 붙들고 있다.

'.....휴지가 없어!!'

그녀의 책을 향한 열정과 여정은 계속된다.

 

#8 근원지 찾기

영원히 붉은 어린 달, 레밀리아 스칼렛.
500년을 살아온 흡혈귀이자 환상향에 탄막 놀이를 도입하게 된 계기인 흡혈귀 이변을 일으킨 장본인. 그리고 이후 홍무이변을 일으켰던 원흉.
오늘도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며 그녀는 앉아있다.

"그래, 이변을 막기 위해 무녀가 직접 나섰구나."
"하지만 여기도 이렇게나 심할 줄은 몰랐다제. 여기는 영향을 받은지 얼마나 됐어?"
"인간마을보다도 훨씬 더. 요정 메이드들이 화장실 가는 걸 잊는 건 가끔씩은 일어나던 일이었지만 갑자기 빈번하게 오줌을 지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이 모양이지."

뒤쪽 안뜰에는 요정 메이드들이 썼을 침대 시트들이 젖은 채로 한가득 널려있었다.
그런 상황인데도 잦은 소변 배출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물과 음료수를 섭취하는 걸 자제하질 않는다. 요정들은 바보라서 그게 낳을 결과도 까먹어버린다.

"정말 큰일이야. 이래선 항상 불쾌한 냄새가 나고 공기도 습해져서 금방 찝찝해지잖아? 그러니 레이무, 빨리 이변 좀 해결해줘."
"네가 재촉 안해도 알아서 다 하네요. 그리고 차 좀 더 내오지?"
"하여간 뻔뻔하기는.....사쿠야."

레밀리아가 말하자마자 팟! 하고 사쿠야가 나타나 찻주전자를 바꿨다.

"...후우. 여기서 곧바로 모리야 신사까지 가면 될까? 케이블카도 설치되어 있으니까."
"아니, 그건 힘들거야. 레이무."
"무슨 소리야?"

레밀리아가 안개의 호수를 가리켰다.
자욱한 안개 탓에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요즘 갑자기 안개가 짙어졌는데, 저 안에 들어가면 방향을 알 수가 없어. 몇 차례나 시도해봤지만 이상하게도 호수를 가로질러서 산으로 가는 게 불가능해."
"뭐? 그럼 케이블카는?"
"그건 말이지..."

케이네가 입을 열었다.

"실은 일주일 전 쯤에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면서 잠시 가동을 중단했어. 이변 때문에 다들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럼 호숫가를 돌아서 요괴의 산을 오르는 수밖에 없나."
"사쿠야."

레밀리아가 다시 사쿠야를 부르자 팟! 하고 사쿠야가 나타났다.

"요정들을 보내서 몇가지 루트를 알아보았지만 호숫가를 돌아서 가려고 해도 요괴의 산에 접근할수록 이변의 영향이 강해져서 접근하기가 쉽지가 않아. 마치 막는 것처럼."
"곤란한걸...그렇다면 차라리 요괴의 산의 뒤편으로 접근해야겠어."
"뒤쪽으로?"
"그래. 태양의 밭을 경유해서 가면 될 거야. 정면으로의 접근을 막으려고 한다면 뒤쪽으로도 들어가봐야지."
"좋아, 당장 출발해보자구!"

기세 좋게 마리사가 일어났으나 레밀리아는 홍차 잔만을 들고 가만히 앉아있다.

"아, 레밀리아 너는 흡혈귀라서 못 나가지? 지금은 해가 쨍쨍하니까."
"어머나, 이해해줬다니 고마워라.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마. 환상향의 이변은 늘 있어왔던 일, 침착하게 살피면 곧 원흉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오옷, 웬일로 맞는 소리를 하네? 그럼 넌 뭔가 짚이는 거 있어?"

그리고 침묵.

"....사쿠야."
"예? 아아, 그렇죠. 그렇다면 레밀리아님, 레이무를 도우러 저도 나가보겠습니다."
"어?"
"그야 그럴게, 이변이 빨리 해결되어야 저택을 좀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상태로는 청소를 해도 금방 더러워집니다."
"아아, 응....그렇겠네. 응..."

어쩐지 이상한 레밀리아의 움직임.

"레밀리아 너, 참고 있지?"
"어머나 무슨 소리일까. 나는 긍지 높은 흡혈귀, 겨우 소변 따위에..."
"아까는 그렇게나 우아한 기품을 드러내며 마셔대더니 지금은 한모금도 안 마시잖아?"

움찔.
레밀리아가 뜨끔했는지 몸을 떨었다.

"후, 후후...무슨 소리니? 나는 천천히 차를 음미하는 성격이거든."
"그래? 그렇다면야 뭐. 그럼 한번 마셔봐."

레이무는 별 생각 없이 말한 거지만 레밀리아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침을 꿀꺽 삼킨 레밀리아가 결의를 다지고, 마침내 차에 입을 댔다.
그 순간, 노란 번개가 순간적으로 레밀리아의 가녀린 몸을 강타했다.

"으, 아아, 앗...!!"

레밀리아가 급히 달려갔다.
앨리스, 케이네, 마리사 모두 도끼눈으로 레이무를 보았다.

'악마 무녀....'

레이무는 그러거나 말거나 차를 마시켜 천천히 맛을 음미할 뿐이다.

"후우....맛 좋네."

---------------------------

홍마관 복도를 질주하는 레밀리아.
목표는 화장실.

"으아아...싸, 싸버린다, 나오지 마!!"

겨우 화장실 문에 다다랐을 때 살짝 열린 틈새 사이로 변기가 보였다.
그걸 본 레밀리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레이무 일행과 같이 있던 사쿠야이다.

"사, 사쿠야?! 잠깐, 사쿠야! 기다려!"
"....아가씨?"

다급히 달려온 레밀리아가 화장실로 급히 뛰어들었다.

"미안!"
"아니요, 서두르세요."

문이 닫히고, 직후...
푸샤아아아앗!!!

"아앗, 아......아아..."

레밀리아가 행복한 물소리를 내며 황홀하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안 늦었다..."

똑, 똑.
사쿠야가 문을 두드렸다.

"으아앗, 사, 사쿠야? 아, 응. 왜 그래?"
"죄송합니다 아가씨. 파츄리 님을 구출해드리느라 아가씨한테 신경을 못 써드렸습니다..."
"구출...? 뭐, 아, 아무튼...괜찮아. 이제 그만 가 봐..."
"예."

뒤늦게 사쿠야한테 부끄러운 물소리를 들려버렸단 사실에 레밀리아가 얼굴을 붉혔다.
홍마관의 당주, 오늘도 열심히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

홍마관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
시간을 멈추는 능력으로 분주히 움직여도 일은 끊이질 않고 있다.

'....나도, 수련이 아직 부족한가...'

사쿠야는 한숨을 쉬며 홍마관 복도에 멈춰섰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사실은 그녀가 줄곧 홍마관을 돌아다니며 수시로 다리 사이로 손을 넣고 비비거나 억누르면서 괴로워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이용해 다른 이들의 시간을 멈춰도, 자신의 시간은 멈출 수 없다.
그것은 당연히 몸 속의 생리현상도 마찬가지.
누구에게도 그런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시간을 멈춘 순간에만 괴로워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는 평상시의 모습을 보여왔다.

사쿠야가 항상 허리를 약간씩 숙이고 있었단 사실도, 평소보다 치마가 조금 부풀어있단 사실도 들키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사쿠야는 안심하고 힘을 뺐다.

조르르르르르르.....
슈와슈와하는 소리와 함께 물소리가 나왔지만 웅덩이는 생기지 않았다.

'역시 미리 입어두길 잘한 건가.'

부르르!
몸을 떤 사쿠야는 아랫도리가 따스해지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곳에 있던 것은 평소의 어른스러운 속옷이 아닌, 크게 부풀어있는 기저귀.
잔뜩 오줌을 머금고 부풀어서 무거워져있지만 물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쉬이이이이....

"읏, 하아...하앗, 이대로면..."

조금씩 오줌이 새어나오며 다리를 적시기 시작하자 사쿠야는 힘을 주어 배출을 멈춰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힘이 들어가질 않게 되어버린 괄약근은 아무런 저항도 하질 못한다.

주륵, 주르륵...뚝, 뚝...
조금 새어나와서 바닥을 적셨지만 다행히 오줌은 더 나오지 않았다.

"하아, 하아....나도 아직 부족한가. 죄송합니다 아가씨.."

사쿠야는 시간을 멈추고 바닥 청소를 준비했다.

'빨리 치우고 무녀와 나갈 준비를 해야해.'

목표는 태양의 밭.

-----------------------------------------

같은 시각, 홍마관 지하 대도서관.

"그래도 파츄리님 다행이네요. 사쿠야 씨가 빨리 와주셔서."
"코아한테는 미안하게 됐어."
"아, 아니에요! 그래도 책은 안 젖었으니까, 하하...어라? 갈아입을 속옷이.."
"여긴 넓어서 화장실도 멀고 책을 적시면 안되니까 당분간 이 종이기저귀를 차도록 하렴."
".....예에에에엣?!"

 

#9 태양의 밭
안개의 호수에서 숲을 우회하여 인간마을의 반대편으로 향하면 커다란 해바라기들이 가득한 태양의 밭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은 바로 사계절의 플라워 마스터, 카자미 유카.
인간과의 사이는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일부러 마을과는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주로 지내고 있다.
예전에 잠깐, 누가 퍼트렸는지 모를 소문이 돌았을 때는 사실 그녀의 진짜 거주지는 환상향이 아니라 환상향과 다른 세상의 경계에 위치해있다고 했다.
그러나 언제 그런 소문이 퍼졌냐는 것처럼 금방 사라져버렸기에 현재에 와서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다.

"으, 하앗, 하아...!"

녹색 머릿결에 붉은 치마, 커다란 양산을 쓴 그녀가 오늘은 두 손으로 앞을 꾹 누른 채 밭을 급하게 달리고 있다.
엉덩이를 내밀고 달리는 모습이 꼴사납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아아, 아, 안돼....거리가...읏, 화장실....!"

거의 울먹이다시피한 표정으로 그녀는 멈춰서서 치마가 구겨질 정도로 손에 힘을 주며 사타구니를 쥐어짜듯 누르고 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자 꼬인 다리를 억지로 움직일 때 한 손은 그대로 두고 다른 손은 뒤쪽으로 보내 엉덩이 아래를 눌러 오줌구멍을 압박했다.
5cm씩 이동하여 겨우 도착한 곳은 바로 앞에 있던 해바라기.

"하, 하앗, 으.......후우...!"

심호흡을 한 유카는, 날렵한 손놀림으로 치마를 걷고 드로워즈를 내렸다.
순식간에 '꽃따기 자세'를 취한 유카는 그제야 안심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푸쉬야아아아아아.....!!
가득 모여있던 소변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해바라기 꽃밭의 땅을 적시며 소변웅덩이가 퍼져나간다.

"읏, 아....하읏, 으...으...!"

배뇨의 감각에 취해 몸을 움찔 떠는 카자미 유카.
그녀도 요괴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소녀로서 천천히 방뇨의 쾌락에 몸을 맡겼다.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구만."
"오오, 꽤 오래 참은 것 같다제. 전혀 기세가 꺾이질 않잖아."
"그나저나 오늘은 이쪽에 요정들이 안 보이네?"
"정말이네. 평소 같았으면 들어오기도 전부터 꾸준히 마주쳐야 할 텐데."

레이무 일행이었다.

".....에?"

유카가 뒤늦게 뒤를 보자 4명은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지긋이 유카의 방뇨를 관찰하고 있었다.

"아.....아아....!"

얼굴이 붉어진 유카가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표정이 굳어 안면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아, 안 돼애애애애애!!!"

소녀의 절규가 태양의 밭을 뒤흔들었다.

-------------------------------------

잠시 후.

"요정들은 공중화장실로 향해서 이쪽엔 없었던 건가."
"간이용으로 급조한 거긴 하지만."

유카가 나무그늘의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설명했다.
태양의 밭 근처 숲에 요정들을 위해 간이 화장실을 몇개 만들어주었다. 이유는 그래야 요정들이 태양의 밭에 오줌을 안 뿌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본인은 화장실까지 오줌을 못 참고 신나게 소변을 흩뿌려버렸단건가~"
"읏, 시끄러워!!"

쾅!
거칠게 찻잔을 내리친 유카.
앨리스가 옆에서 급히 말렸다.

"진정해, 진정...."
"후우....아무튼, 나는 이번 이변과 아무 관련 없어. 오히려 피해자라고, 알겠어?"
"이변에 대해서 어떤 단서 같은 건 없을까?"
"단서라..."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신 유카.
그녀는 저 멀리 산봉우리를 보며 말했다.

"이변이 일어나기 이틀 전에, 산 위쪽이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됐지. 그때 구름 속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걸 봤어."
"천둥번개?"
"아니지, 그냥 번개라고만 할게. 천둥소리는 안 들렸으니까. 희한하지? 그리고 그 다음에 이야기할 건....레이무는 이미 알아차린 모양인걸?"

마리사가 고개를 돌리자 레이무는 돗자리 위에 다소곳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쌀과자를 먹고 있었다.
느긋해보이는 모습이긴 하지만 시선은 요괴의 산을 향하고 있다.

"이상한 기운이 새어나오고 있어. 반대편에서는 아마 산에 가려서 느낄 수 없었겠지만, 뭔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요력이 산으로부터 내려오고 있어."
"그 말은 즉....이변의 원흉은 산에 있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자세한 건 몰라. 한번 산에 접근해봤는데 갈 수가 없었거든."
"텐구가 막아서?"
"아니, 말 그대로 갈 수가 없어. 공간이 비틀렸다고나 할까? 나머진 저 무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직접 알아보도록 해."
"흐응.....좋아, 단서가 꽤 모였다제. 어이 레이무! 어서 움직이자! 다음 목적지는 현무의 계곡이야!"
"아앙? 귀찮은데 좀만 더 쉬자 가자, 마리사~"
"이 불량 무녀가! 그만 좀 먹고 빨리 안 움직여?!"

소란을 피우며 이동하는 레이무 일행을 카자미 유카는 여유로운 미소로 천천히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었다.
고요해지자 새소리가 들려오고 주변은 평온해졌다.

"후우..."

그제야 유카는 일어났다.

"....대체, 어째서."

앞을 꾹 누르며.

"대체 어째서냐고! 방금 전에 그렇게 싸버리고선 또?! 대체 뭔데 이 이변은!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던가 그런 것도 무시하냐고! 하윽, 아, 안돼, 안 움직여져...!"

사실 용량 자체는 일정하다고 볼 수 있다.
방광이 비어있으면 요의가 찾아올 때 즈음 일정량의 소변이 저절로 생겨난다.
그러나 자세한 원리는 불명. 자주 목이 마르기 때문에 분명히 몸에서 오줌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겠지만 저절로 없던 오줌이 생겨나기도 한다.
창피를 당한 것 탓에 그걸 알면서도 유카는 굳이 다량의 차를 마셨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오줌이 빨리 쌓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한데, 홍마관보다도 더욱 이뇨이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야하는 태양의 밭에서 이뇨효능이 뛰어난 차를 벌컥벌컥 마셔댄 탓이다.

"아, 아아, 안돼, 하다못해 나무까지라도 으아앗...!"

레이무 일행 앞에서 애써 평온한 태도를 보이느라 제대로 참지도 못했던 요의다. 이제와서 저항이 가능할 리 없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유카의 댐은 무너져버렸다.

푸쉬야아아아아앗...!!!

"흐아아아, 아아, 앗...!"

이후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따뜻해지는 하체의 감각에 몸을 맡긴 유카는 천천히 자신의 오줌을 배출하며 느껴지는 쾌감만을 음미하였다.

"흐~음. 그렇구나, 요괴도 오줌 냄새는 사람과 같은가."
"?!"

뒤편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은발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

"너, 너 언제부터...?!"
"이쪽은 인간은 아니어도 요정들이 자주 드나들지? 한명한명에게 그렇게 연기를 해야한다니 슬프겠네. 이거라도 줄게. 원래는 내가 쓸 예정이었지만."

툭.
사쿠야가 던진 것은 성인용 기저귀 한묶음.

"...?!"

유카가 더욱 얼굴을 붉혔다.

"기, 기저...? 아니아니아니 제정신이야?! 기저귀라고, 기저귀! 갓난아기도 아니고 나보고 기저귀를?!"
"닳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적어도 네 소녀로서의 자존심은 이미 닳았구만!!"

사쿠야는 유카가 남긴 차를 마셨다.
자주 목이 마르는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이다.

"후우...맛 좋네. 그러면 이만 실례."

팟!
사쿠야가 갑자기 사라졌다.

쉬이이이....

이 와중에도 유카의 소변은 멈추질 않는다.
그 감각 탓에 다리가 풀린 유카는 아직도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

"으그그극....이것들을, 내가 가만 두나 봐라...!!"

말은 그렇게 해도 떨리는 허리와 엉덩이를 가만히 두질 못하는 유카.
퍼지는 소변웅덩이 위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시선을 옮기면 기저귀가 눈에 들어왔다.

"...."

멀리에서 프리즘리버 자매의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그, 그러면....손님맞이용으로...."

------------------------------------------

한편, 요괴의 산 입구.

"이건 확실히...."
"그래. 공간이 휘어질 정도로 두터운 결계라니, 무서울 정도네."

유카가 말한대로 산은 손님을 거부하고 있다.
거대한 결계를 통해.

"유카리라도 불러야겠는데 이 정도면. 어이 레이무, 유카리를.."

레이무는 주저없이 그것에 손을 댔다.

빠지직...
쾅!!

결계에 구멍이 뚫리고 굉음이 울렸다.

"어, 어이 레이무?!"
"뭘 그러고 있어. 빨랑 이딴 이변 해결하고 집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고."

거침없이 진격하는 레이무는 탱크처럼 전진한다.
그 무서운 기세에 마리사도 앨리스도 케이네도 허탈해할 뿐이다.

이뇨이변 해결, 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