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  https://arca.live/b/scottoberg/48732889


***4장*** 

 

점심시간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교실은 6교시 영어 수업 중에 있다. 학생들이 지문을 해석하는 소리와 교사가 그걸 해설하는 소리가 교대로 들려온다. 수업은 무사히 진행되고, 오후이기도 해서 졸린 기색을 보이거나, 혹은 이미 꿈속에 있는 학생이 드문드문 보이는 등 평온 그 자체이다.

 

꾸르르르...... 구르르르륵!

 

"읏...."

 

그러나 그 중에도 한 사람, 평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험상궂은 표정으로 시계만 바라보고 칠판 필기를 옮겨적지도 못한 채 자꾸만 배를 문지르고 눈썹을 찡그리며, 잠든 것도 아닌데도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 지금의 후우카의 상태였다.

 

’배, 아파...괴로워...이, 이제 더는...’

 

그 원인은 역시 자그마치 닷새치의 변비똥과 그것을 잡아두고 있는 대장의 멈출 줄을 모르는 배변 유도 운동이었다.

 

그 고통스럽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에 후우카는 아직도 응답하지 않고 있었다. 5교시- 실험을 수반하는 화학 수업을 듣고 돌아가는 길, 소란스러운 학생들 무리에서 다소 떨어진 여자화장실 문 앞에서는 후우카도 크게 망설였다. 지난 50분간 박차를 가한 복부 압박감과 뚜렷한 윤곽이 드러난 욕구에 흔들렸지만 결국 후우카는 이번에도 버티기를 택했다.

 

그렇게 맞은 6교시도 이미 절반을 지났다. 다행히 아직 욕구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단계는 아니었으며 한계까진 아직 멀어보인다. 하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으로, 조금만 생각해도 후우카는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라는 점이 명백했다.

 

꾸르르르릉- 꼬로로로록...

 

’흣...안돼! 교실에서 방귀를 뀐다니, 절대로 안 돼!‘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불룩해진 뱃속에는 대량의 가스가 그득그득 차 있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소변을 볼 때도 조금 뺐고 5교시 이후에도 슬그머니 지나치게 땡땡해진 복압을 몰래 손봤지만 지금 당장 후우카가 느끼는 복압과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압력계라도 붙어 있으면, 반드시 그 바늘이 벌써 계기판을 뚫어버렸을 것이다.

 

’변비 때문에 굉장히 냄새가 지독할 거니까...그러니까, 절대로, 죽어도, 뀌면 안 되는 거니까...!‘

 

정적의 교실 안에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틀림없이 이목을 끌게 될 것이다. 이 교실은 창문과 문이 전부 닫혀있어서 배출된 악취도 엷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방귀를 뀌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구르르... 고로로록! 꾸우우구구구국... !!

 

"흣, 하읍...!"

 

’아...안돼...이, 이제 더는, 나...나온다...!

몸을 조이고 눈을 부릅뜨며 맹렬한 압박에 맞서 필사적인 저항을 시도하지만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 미친 듯이 떨리는 항문이 그 한계를 알려주고 있었다. 인내의 한계점은 진작에 넘겨버렸던 것이었다.

 

푸슥, 푸스슥-

 

더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다. 안 되는 대로 후우카는 겨우 엉덩이의 왼쪽 절반을 올리고, 괄약근 조절 신경을 극한의 수준까지 키웠다. 이 괄약근의 힘조절에, 향후 남은 후우카의 학창시절의 사활이 달려있었다. 이번만큼은 후우카도 철면피의 사람들이 그러듯 스스로 엉덩이 구멍을 열어젖힐 수 밖에 없었다.

 

푸르릉...푸쉬시시시...푸으으윽-

 

‘제발 소리만은, 최대한 조용히, 천천히, 조금씩, 신중하게!’

 

"...후읏...우으으...응..."

 

부윽, 푸쉿... 스스스스스... 부윽... 쉬쉬시시...

 

‘우으... 말도 안 되는 냄새가... 미, 미안해... 제, 제발, 눈치채지 말아줘...’

 

후우카의 뱃속을 비집고 나온 악취의 지독함은 그 누구의 상상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불쾌함을 넘어 속이 뒤집어질 정도의 썩은내에 여러 명이 얼굴을 찡그리며 일부러 콜록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범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성난 가스가 빠져나가며 남긴 속옷의 온기도, 비정상적인 속도도 꿀럭이는 뱃속 사정도 아직은 후우카만이 아는 일이었다. 귀까지 올라간 수치심의 붉은 홍조도 칠판 필기를 베끼는 시늉으로 고개를 숙이고 넘어갔다.

 

끄르르르... 구르르르... 꾸루루루룩-...

 

하지만 이런 엄청난 수모를 겪고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우으윽...아, 아파...방귀를 뀌었는데도, 배가 똑같이 아파...’

 

뱃속에 잠들어있던 거대 변괴가 조금씩 항문으로 진격해오고 있는 상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방귀를 뀌어도, 닷새째의 변비똥은 진정할 기미가 없었다.

 

***5장***

 

 

“어라? 오늘은 토모에의 집에서 같이 공부하는 거 아니었어?“

 

오늘 마지막 수업인 6교시와 담임 선생님과의 간단한 교무실 면담이 끝나고, 겨우 맞이한 방과 후. 이로써 집에 돌아가, 마음껏 화장실에 갈 수 있다고 안도하고, 허둥지둥 교실을 나오려던 참에, 친구의 리오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원래 깜박깜박하는 면이 있는 후우카이기도 했지만, 절실한 욕구로부터 벗어나고픈 소망에 잠긴 상태에서는 며칠 전에 한 약속은 망각의 저편에 있었다.

 

‘흐읍... 이거, 절대로 저녁까지 못 버텨!’

 

사정이 어떻든 간에 뱃속에 쌓인 거대 변괴는 여전히 항문을 매섭게 두드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때 까지라면 아직 참을 수 있을 것 같아도 한 두 시간을 내리 버티는 건 한계를 맞이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리오나 토모에에게... 똥 싸는 걸 들키는 것도 절대 싫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 번째는 친구 집의 화장실을 빌려서 거기서 똥을 싸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대답은 당연히 절대 불가능- 화장실에 오래 있으면 당연히 큰 쪽인 걸 눈치챌 것이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매일매일 엉뚱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자신의 오욕을 해소하는 행위를 알게 되는 걸 상상하면...

 

친구를 불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일을 본 직후의 화장실에 들어가 남긴 악취를 맡게 되면 거기에 불쾌감을 추호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이런 냄새나는 걸 진작에 학교에서 끝내고 오지, 굳이 내 집에서 이러는 걸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 이상은 소름 끼치는 수치심에 더는 파고들지 못했다.

 

'하지만, 모처럼의 약속이니까...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고...'

 

두 번째 방법은, 사족을 붙여 방과 후의 약속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을 무시하는 데는 극복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있다. 게다가 후우카의 학업 성적은 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기에 스터디 모임이 되면 자신이 남을 가르치게 되는 일이 많다. 친구들도 거기에 기대하고 의지하고 있어서인지 더욱 그 기대를 저버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결국 그 자리에서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던 후우카는 결단을 미뤘다- 선생님이 불러서 기다리라고 한마디 하면 쉽게 친구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복도를 따라 초조하게 걸었다. 소란스러움을 헤치며, 그 무리와 떨어진 건물 모퉁이로 걸어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빠르면서도 신중한 작은 종종걸음. 그 앞에는, 늘어선 2개의 문이 있었다.

 

‘아무도...없는 거지... 여기라면 괜찮은 거지...‘

 

불안에 찬 안색에, 주위를 몇번이고 다시 둘러보는 모습은 마치 천적으로부터 도망치는 먹잇감을 보는 듯 했다. 심장이 쿵쾅대고 입가가 말라붙으며, 어느새 식은땀이 등을 적시고 있었다. 근처에 인기척은 없다. 오직 여자화장실이라고 기계적인 글씨체로 쓰인 표만이 허둥지둥 문 안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후우카의 모습을 유연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똥을 싸자... 아무도 모르게 확 끝내버려야지.‘

 

거기는 음악실 앞의 여자화장실이었다. 학교에서도 특히 후미진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음악부는 다행히 시험 기간이라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든 변기칸이 일본식이기 때문에 즐겨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후우카가 선택한 닷새간 그녀를 줄곧 괴롭혀온 변비와 담판을 짓기로 한 전장이었다.

 

’다행이다...아무도 없다.’

 

늘어선 네 변기칸이 모두 쓰는 사람 없이 열려 있음을 확인한 후우카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민 끝에 큰맘 먹고 온 것이었지만 앞으로 할 일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될 금기였기에, 사람은 단 한 명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하게도 변기칸은 출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안쪽 칸이었다. 후우카는 수치와 망설임으로부터 도망치듯 뛰어들어갔다.

 

꾸르르르르...꾸구구구국...

 

"으으..."

 

사방이 둘러싸인 채 홀로 독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문을 굳게 잠가도, 눈 밑에 펼쳐진 사용감 적은 일본식 변기의 풍경은 후우카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그 변기에 뭔가 묘한 구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의 후우카에는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후우...하아아아..."

 

‘정말 싫지만...죽을 만큼 부끄럽지만... 여기서 해버리는 거야.‘

 

애써 진정의 심호흡을 해보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앞으로 하게 될 일을 생각하면 도저히 없어지지 않았다.

 

집 밖에서는 애써 변을 보지 않으려는 후우카지만, 그런 그녀에게마저도 몰아치는 변의를 이겨내지 못하고 수치심을 무릎쓰며 엉덩이 깊숙한 곳의 구멍을 열어야 했던 적이 몇번 있었다.당장 이 학교에서도 여러 번 겪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성을 붙든 채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지에 싸버리는 미래밖에 볼 수 없었던 절박한 때뿐이었다. 애타는 변의에 굴하지 않고, 5분만 더, 5분만 더 되뇌이며 싵낱같은 희망으로 버티는 배수진의 승부에 도전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지만, 그런 장렬한 투쟁 중에도 스스로의 판단을 사무치게 후회하기 일쑤였다...날카로운 변의의 유혹을 뿌리치기엔 너무나도 유약했던 것이었다.

 

’리오와 토모에에게는 아프다고 말하고 집에 가면...학교에서 안 싸도 되고...그러면 여유롭게 참을 수도 있겠지만...그래도...‘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껏 수없이 등장했던, 문제 상황에 당당히 맞서는 여장부 후우카가 지금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음 속에서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디면 그 곳에 너무나도 달콤한 과실이 있다고 하는데, 장 속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변의의 파도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는데도, 다리가 본능적으로 움츠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나, 나도 할 수 있어, 이제 고등학교 학생이나 됐는데 학교에서 똥 정도는 쌀 수 있어!’

 

그렇게 열심히 유치하면서 다소 감성적인 사고를 되뇌이고 일종의 오기와 같은 무언가로 결심을 굳힌 후우카였다.

 

아직까지도 마음 한 켠에서 들끓는 망설임을 억누르고, 창피함을 억지로 삼키며 속옷을 내린다.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무릎을 꿇어 쪼그리고 앉았다... 뒤쪽을 보며 엉덩이가 변기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 옷이 바닥에 닿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서부터의 습관이었다. 괴로운 변기에 괴로운 자세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의식을 한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밥을 먹은 뒤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줄곧 마음 속 깊이 갈망해 온 것을 시작할 수 있다- 엉덩이의 구멍을 열며, 배에 힘을 넣는다. 숨을 몰아쉬며 대변을 눈다. 몸에 배어있는, 어려운 것 없는 일이다.

 

"...응"

 

사르르르... 꾸르르르륵...

 

"우윽...으읍...우으응..."

 

배에 힘을 줄 때마다 엉덩이 끝의 분홍 꽃잎이 수줍게 벌름거린다. 숨을 꾹 참고, 대장에 압력을 가한다. 이 변비똥을 내보내려고, 짜내려고, 안간힘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응...끄응...!"

 

'마, 말도 안 돼... 왜 안 나오는 거야!?배가 아파서 터질 것 같은데...!'

 

똥을 누고 싶지만 똥을 못 누는 이상 사태였다.

 

변의는 분명히 있었다, 대장은 배설이라는 목표를 위해 격렬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으므로, 그 강도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다. 그러나 아직 배설욕은 정점을 찍지 못한 채, 오히려 하필 변의의 파도가 몰아친 뒤 잠시 가라앉는 시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정작 뱃속에 쌓인 변괴는 뿌리를 내린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우읍...후으...으으윽!"“

 

푸싯...피시식...푸으윽...

 

‘부탁이야...제발 빨리 나와줘...다리도 너무 아프고...이러다 누가 오기라도 하면...’

 

일단 변비에 시달리기 시작하면, 설령 넘실대는 변의를 한계까지 꾹꾹 참았다 힘을 준다 해도, 생각처럼 손쉽게 거대한 변괴를 배설해내기 쉽지 않다.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느끼는 확실한 변의에 마음만 저만치 앞서가도, 장 속에 밀린 며칠분의 숙변을 토해내기 위해선 한두방울 정도 땀 흘리는 수준의 노력으론 어림도 없는 것이다...지금껏 매 아침 쾌변하는 생활만 알던 후우카는 이런 고충을 알 리가 없었다.

 

"후으응...응하...우으응...끄흐으응...!"

 

쉬이잇...푸시이익...푸슥, 푸슷...

 

이대로면 5분이나 10분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인적이 적은 장소라고 해도 이곳은 무수한 학생이 모이는 학교 건물로, 누군가가 이 고독의 공간에 발을 들이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후우카에게 있어서, 제일 알리고 싶지 않은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두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중대한 문제다. 숨이 너무 차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은 후우카의 초조함을 여실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끄응...끄으흐-으으윽!!"

 

푸싯...부우우우욱...!

 

‘히익....너무 큰 소리가...안돼...’

 

여유라곤 없는 숨소리와 후우카의 갈라진 바위골 사이에서 나오는 얼빠진 소리는 정숙한 공간에서 쓸데없이 잘만 울린다. 뺨이 붉어진 것은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무인이라 해도 이곳은 안심할 수 없는 공공장소다.

 

"...으응...끄읍, 끄...응."

 

푸슷...푸, 푸릅...!

 

'지, 진정하고... 아주 천천히... 조금씩...'

 

정말이지 바늘에 실을 꿰는 듯한 섬세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호흡이 거칠어지지 않도록 서서히 힘을 주고, 의협 장치로 숨기지 못하는 큰 방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신중하게, 뱃속에 그득그득 들어찬 가스를 빼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육중한 변괴 덩어리를 움직이기에 충분한 힘은 모이지 못했고, 연약한 꽃잎도 조금씩 떨려서 열리지 않았다.

 

"우으...응...응으읏...!"

 

‘내 몸에서...나가...!‘

 

"...하아, 후으응...우으윽, 우응..."

 

푸르르르르륵...뿌슷!...쉬시시시...

 

"...으끅...하아아..."

 

’변비가 이렇게나 심하다니... 나올 것 같은데, 배도 이렇게나 아픈데, 방귀만 나오고 본 게임은 전혀 나오질 않잖아...‘

 

매일 아침 정확히 정해진 시간에 대변을 눈다. 그것은, 부끄러움을 피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그렇다고 해도, 늦잠으로 화장실에 앉아있을 몇 분조차 즐길 수 없었던 아침이라든가, 2박 3일의 수학여행이라든가...매일 화장실에 가지 않는 여자애들이, 그럴 필요가 없는 여자애들이, 조금 부러웠던 순간들이 예전에 있었다.

 

'지금 전부 말끔하게 싸내서...그리고 내일도 그 다음날도 매일 쑥쑥 나와주길...이제 변비라니..두번 다신 겪고 싶지 않아..'

 

싸고 싶어도 쌀 수 없는 애타는 욕구불만을 알게 된 지금 그런 감정은 진작에 사라져 없고 매일 쾌변할 수 있는 건강한 체질을 매일 누려온 당연한 일상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꾸구구구국...꽈르르르-르릉!

 

’배가...아파앗... 그래도, 이거라면, 이 정도나 된다면...이번에야말로 쌀 수 있을지도...‘

 

매일 쾌변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던 배에 이제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는 마음이, 그런 건강을 되찾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이 닿아 주었던 것일까? 실은 단지 변의의 파도가 다시금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일 뿐이었지만, 후우카에게 그런 이성적인 사고는 당장에는 큰 의미가 없는 대망의 순간이었다.

 

"우으으으...응, 끄응, 끄-으응...!"

 

확실히, 변의의 파도에 몸을 맡긴 감각이 든다. 온 힘을 다해 힘을 주니 무겁고 단단한 변괴가 장벽을 훑으며 통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후우카에겐 이곳이 학교 화장실이라는 의식도 지금은 흐려지고 있는지도 모르리라.

 

"응, 으으으응...끄...응하!"

 

뿌욱...뿌디디디딧...뿌우우우욱!

 

’...됐다...!‘

 

뿌직, 뿌지직...

 

숨을 막고 안간힘을 다할 때마다 변괴는 움직여 주었다. 이쯤에선 후우카는 약간의 수치심에는 눈을 감은 채, 소중한 곳을 꽁꽁 숨기듯이 닫고 있던 다리를 조금 벌리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서... 비로소 마개변의 머리끝이 모습을 드러냈다.

 

"끄흐으으으윽...후으응!“

 

디디디딕...뿌디딕...찌지직...뿌지짓-

 

후우카가 한층 더 강하게 힘을 주자, 있는 대로 활짝 열린 항문은 그 속 장벽을 날카롭게 긁히며 작은 조약돌들을 하나, 둘, 셋, 넷... 하나씩 숙변을 뱉어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똥을 출산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퐁당...찰박찰박...철썩!

 

"응하아...하으아...후아아아..."

 

'조금이지만...간신히...쌌어...'

 

일본식 변기 위에 뒹굴고 있는 것은 아침에 간신히 싼 것을 한층 더 크게 만든 것 같은 구슬같은 토끼똥이었다. 가장 오랫동안 장 내에 쌓여 있었던 만큼, 발산하는 냄새는 가히 파괴적일 수준이었으나, 역시 5일분이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양이었다.

 

꾸르르르릉...꾸르르르르륵!

 

’이 느낌... 더 큰 것도 쌀 수 있어. 반드시, 전부 싸낼거야...‘

 

본체은 따로 있었다. 점심시간의 낮잠을 계기로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느꼈던 압도적인 존재감. 그것이 이제 엉덩이의 바로 근처까지 행차했다. 뱃속의 기분나쁜 한기가 한층 더 고조되고, 엉덩이 근처의 애타는 오욕이 비로소정점에 이르렀다... 변비의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후우카의 본능은 지금이야말로 변비 탈출의 절호의 기회라고 외치고 있었다.

 

’목소리가 조금 샐 지도 모르지만...이번 한번에 끝을 내자...‘

 

숨을 가다듬자. 들이마시고, 내쉬고. 그리고 다시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단번에-

 

"하아~ 시험 공부 더는 지쳐서 못하겠어."

 

’...힉!?’

 

"넌 또 시험 조지면 슬슬 유급각 잡히지 않냐?"

 

"3명이서 2학년은 동시에 올라가야지."

 

- 어깨가 솟구치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 어떡해... 누, 누가 들어왔...!!‘

 

가벼운 발걸음과 왁자지껄한 수다소리가 타인의 존재를 알렸다. 누군가가, 여기에 있어... 누군가에게, 그야말로 생판 남일지도 모르는 타인에게, 내가 똥을 싸고 있다는 걸 들킬지도 모른다는 위기. 그것은 후우카가 가장 두려워했던 사태였다.

 

’제발 눈치채지 말아줘...빨리 어디론가 가버려...’

 

자신이 하등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들켜 손가락질 받게 될 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변기칸을 막는 얇은 칸막이와 문이 최소한의 시야는 막아준다 해도 그곳은 절대 후우카만의 공간이 될 수 없었다.

 

"...왠지 엄청 냄새나지 않아? 이 화장실"

 

‘싫어... 아, 아니야... 기분탓이야...’

 

"응...이거, 저 안쪽에 누가 들어가있는 칸에서 나는 거겠지, 아마?"

 

모든 것을 막아도 악취만은 막아주지 못하는 화장실의 근본적 구조는 마음껏 내지른 방귀와 변기 위의 숙성 변비똥이 내뿜는 농밀한 썩은내를 맡지 않기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화장실에서, 그 근원인 문이 잠긴 화장실 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으엑...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많이 심한데?“

 

"그러니까. 뭘 먹었길래 이 정도 냄새가 나냐?"

 

‘그만해...그, 그런 말, 제발 하지 마...‘

 

분명히 코를 막고 말하는 듯한 코맹맹이 소리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대방으로부터 쏟아지는 말은 악의로 가득했지만, 그러나 동시에 반박할 수도 없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는 후우카에게 그들의 말은 후우카의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 사정없이 쑤셔버리기 시작했다.

 

"배탈이 제대로 난 거거나...아니면 변비 걸리면 이렇게 냄새 지독하다던데 그걸 수도 있지...그런거면 너무 불쌍한데 이렇게 대놓고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ㅋㅋ"

 

’제발그만제발그만제발그만제발그만제발그만...!!’

 

비난을 받고, 난데없는 품평을 당하고 있었다... 이는 가슴속 깊은 곳에 꽁꽁 묶어두고자 했던 수치심의 걷잡을 수 없는 홍수를 일으켜 후우카를 집어삼켰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싶었다.

 

"다들 빨리 일 볼 거 보고 돌아가자."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다른 세 사람이 자신의 변의를 해결하고자, 마침 딱 비워진 세 개의 변기칸으로 다가왔다-후우카의 양옆에 딱 붙어있었던 그 변기칸이었다.

 

'어,어떡해...똥 아직 다 못 쌌는데, 그런데...

 

이대로 숨을 죽이고, 침입자들이 지나간 후 느긋하게 배변을 재개하겠다는 길도 있다... 그래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만약 이 학생들이 상상 이상으로 못된 애들이라 비뚤어진 호기심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칸 앞에서 죽치고 있다가, 역겨운 악취를 뿜어낸 장본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혹은 우연히 대화가 고조되어 문 앞에서 아까같은 앞담을 나누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저 애들이 떠났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어쨌든, 들키면 난 끝장이야. 나를 보면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년이라고 생각할거야. 학교에서 냄새나는 똥을 싼 수치스러운 여고생이야-

 

‘아, 아냐!! 난 학교에서 똥 안 싸! 그런 더러운 년 아니야!!’

 

생각하기도 더 이상 미치기도 전에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더니 정신을 차리니 화장실을 뛰쳐나가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싸던 똥이 제대로 닦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스커트에 주름이 져 있었다, 손도 씻지 않았다...하지만 그건 당장 어찌할 바 없이 끓어오르는 마음과 머릿속에겐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그 길로 후우카는 무언가에 쫓기듯 계단을 허겁지겁 내려와 수많은 학생들을 제치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또 못쌌어...또 학교에서 똥을 못 쌌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버스정류장, 후우카는 집 방면의 버스가 정확히 1분 정도 뒤에 도착하는 것에 안도하며...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이 참을 수 없는 한심함을 느꼈다. 들키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유치함을 낳는다는 사실을 후우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번번히 알고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그런 수치를 다시 직면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초등학생 때 심한 배앓이로 끙끙 앓다 끝내 변의에 굴복하고 간 화장실, 그걸 다른 학생에게 들키고 나서 심하게 놀림 받은 기억... 후우카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소심하고 섬세한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런 와중에, 엄습하는 뱃속의 격통에 후우카는 지레 눈을 감게 되었다. 애타는 마음에 간신히 눈을 뜨고 시간을 보고자 스마트폰을 켜니 예상대로 돌아올 생각을 않는 후우카를 걱정하는 토모에와 친구들의 메세지가 와있었다.

 

답장을 해야 한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다 끝에는 몸이 아파 돌아가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쓰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송신버튼을 눌렀다. 곧 돌아온 컨디션을 염려하는 답장은 기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견딜 수 없는 복통과 자책감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했다.

 

꽈르르르르릉- 꾸구구구구국...!!

 

"으긋...흐아..."

 

뱃속 변의를 잠재우고자 쓸어내린 오른손을 통해 아랫배 안쪽 너머에서도 찢겨진 마음처럼 길길히 날뛰는 대장의 힘찬 배변 운동이 느껴졌다. 한창 싸던 와중에 억지로 똥을 끊어서 몸은 아직 똥을 더 쌀 마음이 있는 듯 묵직한 변의의 폭풍을 동반하며 후우카의 가녀린 꽃잎 관문을 연신 두드리고 있다. 집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지만 그 동안은 항상 항문 끝에 의식을 두고 변의를 어르고 달래야 한다.

 

‘...이제, 밖에선 화장실 가고 싶지 않아...집까지 참자...’

 

하지만 후우카는 변괴의 엄포에 흔들리지 않았다. 수치심에 맞서는 용기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것과 달리, 수치심으로부터 도망가고자 한번 먹은 마음은 어떻게든 관철시켜버렸다... 어른이 될 날은 아직 멀기만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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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장 (完) : https://arca.live/b/scottoberg/48858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