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일수도 아닐수도 있음


=======================================


'....그거 들었어? 지난 번에 말이야 별관에서...'


수업이 끝나고, 나른한 5교시 쉬는시간. 지루한 국어 수업을 듣다 잠든 나는 수업 종소리에 잠을 깼다.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인 나는 엎드린 상태로 다른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세상에 계단에서 똥이 발견됐때. 별꼴이지 정말."

'응, 뭐라고? 계단에서 똥?'


귀를 쫑긋 새우고 몰래 이야기를 훔쳐들어보니, 그런 내용이었다.

누군가 별관 6층 계단에다가 푸짐하게 똥을. 그냥 똥이 아니라 설사똥을 싸고 갔다는 것.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미 학생들이 다 돌아가고 난 뒤인 5시 반쯤이었다는 것.

나는 왠지모르게 묘한 느낌으로 흥미가 들기 시작했다.


이후 수업은 역시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민지, 너 오늘 할일 있어?"

"뭐, 별로 없어서. 동아리 가서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려고."

참고로 이 친구는 수연이다. 키도 크고 예쁘고. 성격은 좀 까칠하지만.

"그래? 나랑 PC방 고고? 아님 노래방?"

"돼쑤다. 오늘은 가서 잠이나 더 잘래."

"에잉. 뭐야 그게. 됐고 그냥 가자!"

"오늘은 정말 피곤해서 그래. 내일 가자."

"쳇. 알았어. 내일은 꼭 가는거다. 아, 내일 떡볶이 먹으러 갈꺼다."

"그래그래~"

어휴. 귀찮은 녀석. 뭐 그래도 저 녀석 만큼 챙겨주는 녀석도 없지.

그 길로 수연이가 떠난다. 나는 수연이가 떠나는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사실은, 다른 일이 있지만.. 나 혼자 궁금해 하고 싶거든.'


이후 동아리에서, 나는 녹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지루한 내용의 철학책에 내 의식은 세상의 뒤편으로 가라앉았다.


"핫!"

아무도 없다. 몇 시지? 6시?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인것 같다. 슬슬 귀가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아참! 기억났다. 내가 왜 남아있었는지.

나는 동방 문을 잠그고 별관 쪽으로 설렁설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별관은 정말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 대비 거대한 편이긴 하지.

그러나, 누군가가 여기서 실례를, 그것도 큰 쪽을 한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면서 복도를 걸었다.

만약 상대가 강심장이라면 들키고 나서도 다시 하러 오겠지.

하지만 아직 복도에서 그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적당히 빈 교실에 들어가, 밖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았다.

왠지 들키면 안될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태양이 바닥 아래로 사라지고 있을때였다.

누군가의 기척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아.. 하아.."

틀림없다. 저 애다. 흑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작은 키인... 어디서 봤더라?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좇기 시작했다.


그녀는 5층과 6층 사이의 계단에 멈추더니.

"좋아.. 아무도 없지?"

세상에. 팬티를 내리고 쭈구려 앉았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그 광경을 제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호.... 후... 흡..."

푸슉. 부르르. 부르.

그녀의 항문에서 나오는 방귀소리는 곧 이어질 일의 전조였다.

"후. 후. 흐으읍!"

부츠즈즈즈즈. 뿌직. 뿌지지직. 뿌지지지아아악.

처음 보는 광경. 누군가의 항문이 내려와 확장되어, 그곳에서 더러운 갈색의 그것이 내보내지는 광경.

나는 묘한 두근거림과 함께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아, 하아."

언제였던지 깨닫지도 못하게, 그녀는 배설을 끝맞힌 듯 하다.

팬티를 올리고 갈 채비를 하는 그녀.

왠지 모르게 도망가게 하면 안될 것 같다.

나는 작게, 하지만 명료하게 속삭이면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어이, 변태씨"

그녀가 놀란 기운이 느껴진다.

"무, 무슨 소리야?"

"니 앞에 있는 그거 보고도 할 말이 있어?"

"이거? 아, 그래. 지금 발견한 참이야."

"뭐?"

"너도 그 얘기 들었나보지? 누군가 별관에다가 똥을 싸고 도망갔다는 얘기."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있었다. 본인 얘기를 하니 부끄러운듯 하다.

"그래. 그리고 그 범인은 너겠지."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

꾸르르르륵.

서로의 귀에 잘 들릴 정도의 장운동 소리.

"윽?"

"시치미 때지 마. 니가 한거지."

"뭔 소린지 전혀 모르겠...네... 내가 했다니? 난 발견한 것 뿐이야. 윽."

얘기를 할때마다 배가 꿀렁이는게 보인다.

"아 그러세요? 내가 그런다고 믿을 줄 알아?"

"아니, 내가 아니라니깐? 으으윽.."

뿌륵.

'히익?'

'어?'

"잠깐, 나 화장실이 급해."

"어딜 가려고? 현행범은 체포야."

"아니 진짜, 잠깐만!"

"안돼."

"으으윽. 으으윽. 으윽?"

푸슉. 푸슈슉. 부르르르르르. 푸슉 푸슉.

그녀는 어느샌가 다리를 떨고있었다. 

그녀의 손은 배로, 복통을 참는 것 처럼. 아니, 참고 있었다는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실패의 순간은 찾아온다.

"너.. 다가오지.. 으윽.. 으앗!"

뿌지지지지직. 뿌직. 뿌직. 뿌르륵. 뿌르르륵. 뿌지지지직. 뿌와아아아아아아악.

그녀는 떨리는 동공으로 날 바라보며, 팬티 안에 똥을 내보내고 있었다.

팬티를 부풀리고, 부풀리는 것으로 모자라 설사는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뿌좌자자자작. 뿌좌자작. 뿌좍.


나와 그녀는 서로 황당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