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캐릭터가 엘렌이고 고양이는 오른쪽 캐릭터가 변신한 모습임


모두가 잠이 들 밤 시각이었다.
야간 작전에 들어간 일부의 인원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야간 작전 투입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엘렌도 잘 시간인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엘렌은 잠들지 못했다.
어째선지 자꾸만 자기 다리에 얼굴을 부비고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를 한참 데리고 있다 보니, 해가 어두워져 버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엘렌은 결국 막사에까지 고양이를 데려와 버리고 말았다.


원래는 본래 자리였던 식당 천막에 되돌려 놓으려고 했다.


'새끼 고양이니까 그래도 같이 있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버림받기까지 했는데...'


아델리아의 말 때문에 엘렌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막사에 고양이를 데려온 참이었다.


고양이는 뭔가 바동거리는 것 같더니, 결국 엘렌의 품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어쩐지 끌려오듯엘렌의 막사까지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어쩐지 흐려졌던 의식과 마음에도 조금씩 안정이 찾아온 것 같았다.


꾸르르르르륵!!


아니 취소.


"으윽..."


엘렌은 입고 있던 예장용 갑옷을 해제하려던 순간 뱃속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허리를 굽혔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야심한 밤, 깨어 있는 인원들은 없는 것 같았다.


'어쩌지...이거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거 같은데...'


엘렌은 천천히 손을 들어 갑옷을 벗어 거치대에 대충 갑옷을 집어 던지듯 걸어 버렸다.
그러고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배를 콕콕, 찌르며 배 속에 가스가 얼마나 들어찬지 확인했다.


'가득...? 언제 이렇게 차버린 거야?'


오늘 야간 작전이 없어서 과식한 게 무리가 됐을까? 전투 도중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먹은게 문제였을까?


'애애애옹~!'


그 순간 가슴에 품었던 고양이가 불편한지, 몸을 바동거리며 얼굴을 쏙! 하고 내밀어 엘렌을 바라봤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에 어쩐지 속이 편안 해 지는 기분을 느낀 건 기분 탓일까?


엘렌은 이런 곳에 있는 게 이상한 작은 짐승의 귀여움 때문일까?
평소에는 터질 것처럼 아릿한 감각이 고작 고양이 한 마리에 편안 해지는 게 신기했다.
알 수 없는 마법이라도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면...평소처럼 순간적으로, 가스가 올라간것처럼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걸 수도 있었다.


"...아니겠지?"


엘렌은 슬쩍 곁눈질로 야옹야옹~! 거리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귀엽게 냥냥 울면서도 가만히 엘렌를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엘렌은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어디서 어떻게 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고양이라 그런지 몸단장을 열심히 했는지 그다지 더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엘렌은흙먼지 속에서 뒹굴었을 고양이를 씻겨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깐 가스가 올라간 거 같은데..."


엘렌은 아직도 빵빵하게만 느껴지는 자기 복부에 손가락을 콕콕 찌르며 인상을 푹 썼다.
남몰래 가지고 문제에 엘렌은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많이 먹는 만큼, 그보다 훨씬 더 그 이상으로 많은 양의 가스를 만들어 냈다.
마치 방귀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도 있는 것처럼, 음식을 먹은양에 비례해 만들어지는 가스양은어마 어마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냄새는...


"잘못하면 야옹이가 기절해 버리지 않을까...?"


엘렌은 자기 품 안에 있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이 고양이에게 전해졌을까?


-애애애애애오애애앵~!!!
"...?"


고양이는 자기 운명을 직감하기라도 한 것처럼 엘렌의 품에서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렌도 이대로 이 귀여운 고양이를 놓칠 수는 없었다.


"씻어야 해."
-애애애앵~!!!
"앗...!"


욕실로 들어가자 고양이는 절대로 안 된다는 듯, 거의 발악하듯 버둥거리다가 엘렌의 품을쏙 빠져나갔다.


바닥에 내려온 고양이는 꽁무니를 빼며 침실 구역을 도망치는 고양이를 엘렌은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도 고양이가 도망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엘렌은 제대로 숨지도 못한 채 천막, 한구석에머리를 박은 채 바르르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래. 도망치지만 않으면 됐다.
엘렌은 부디 자신이 씻고 나올 때까지만 이 자리에 있어 달라고 속으로 부탁하며 욕실로 천천히 들어갔다.


"..."


생각해 보면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고 했던가?
엘렌은 속설이 사실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


그리고 다행히도 고양이는 엘렌이 씻고 나올 때까지도 구석에 머리를 박은 체 덜덜 떨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엘렌은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 동안, 고양이는 가만히 앉은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추운 걸까?
아니면 어디가 아픈 걸까?
가만히 보면 움직이는 게 뭐랄까, 약간 고장 난 것처럼 빳빳해 보이기도 한다.
날렵한 고양이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인간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엘렌이 머리를 말리고 있자, 고양이는 느릿하게 일어나더니 엘렌의 무릎으로 천천히 올라왔다.


-애옹~!


물은 무섭고 탈탈 털리는 물방울은 무섭지 않은 걸까?
엘렌은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며 수건으로 머리를 칭칭 감싸며 생각했다.


하지만 엘렌이 방심하고 있던  사이, 하늘의 구름이 솜사탕처럼 뚝 떨어지는 것처럼, 엘렌의 방귀의 한조각이 순식간에 엘렌의 경계를 뚫고 튀어나와 버렸다.


부욱~!


-캬아아아아옹~!!!


그리고 그 방귀 소리에, 놀란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며 스프링처럼 엘렌의 다리를 벗어났다.
하필이면 위치도 좋지 않았다. 엘렌의 다리 사이, 가스가가장 직접 뿜어지는 곳에 고양이는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고양이는 시큼 떨떠름하고 고약한 엘렌의 방귀냄새에 독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바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미안해 야옹아...내가 오늘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엘렌은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히 말했다.


다행히 엘렌이 내뿜은 양은 사람의 실수라고 할 수 있는 양이었다.
고양이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조금 경계를 하듯, 멈칫멈칫고개를 틀었지만, 결국은 천천히 다시 엘렌에게로 다가왔다.


엘렌은 그 모습을 보고 어미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받고 싶고 애정을 받고 싶은 고양이.


엘렌은 사과하듯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고양이의 이마를 톡톡 건드렸다.


-애옹~!


고양이도 사과받아주겠다는 듯, 소심하게 울었다.
엘렌은 그런 고양이의 눈을 마주 보며 교감을 하듯 빤히 바라봤다.
검은 고양이도 엘렌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쪽은 말이 없고, 한쪽은 말을 못 한다.
그렇게 얼마나 말없이 서로 바라봤을까.


검은 고양이는 포기했다는 듯 천천히 엘렌에게로 걸어오더니, 폴짝 뛰어 엘렌의 간이침대로뛰어오르려 했다.


-퍽!
-왜옹!!


"?!"


그런데 점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는지, 그리 높지도 않은 엘렌의 간이침대 모소리에 그대로머리를 찍으며 나가떨어지는 고양이였다.


"괜찮아...?"
-...


엘렌은 마사 카펫에 형편없이 나동그라진 검은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간이침대로 올려 줬다.


점프도 못 하는 고양이.


-부르르...


고양이는 엘렌의 옆에 가만히 누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이 마치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엘렌은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엘렌은 자신이 웃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작 이런 일로 웃을 수 있는 건가?
아직 웃음을 잃지 않은 건가?


엘렌은 수건으로 머리를 마저 털며, 가만히 수치심에 떨고 있는 고양이의 뒷목을 간질여 줬다.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그 순간에도 엘렌의 뱃속에서는 심상치 않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고양이는 어딘가로 가려다가 포기했는지 엘렌의 막사에 남기로 결정 한 것 같았다.
그래 추운 밖보단 따뜻한 실내가 조금이라도 더 났겠지.


엘렌은 가만히 고양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아무리 엘렌이 강하다 하더라도, 전장은 한순간에 목숨을 앗아갔다.
어설프게 잠을 설치거나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이튿날의 컨디션에 그대로 영향이 갔다.


오늘 처럼 뱃속의 가스가 불규칙하게 들어가 버린 것도 그런 종류의 피로감 중에 하나겠지.
점점 신체가 고장 난 시계처럼 태엽이 망가져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꾸루루루루룩!


"아파..."


엘렌은 침대에 누워 뱃속을 휘젓는 느낌에 양손으로 배를 감싸 버렸다.
누군가가 뱃속에 창을 쑤셔 박고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애오옹~!


그리고 그런 엘렌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고양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천히 엘렌의 배위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양 앞발을 엘렌의 배 위에서 천천히 교차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한 쪽씩 펴지는 발바닥들.
귀엽기 그지없는 고양이의 모습에 엘렌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쓰게 웃을 수 있었다.


"걱정해 주는 거야...?"
-애오오오오옹~!!
"고마워 고양아..."


엘렌은 조명을 끄고 간이침대에 누운 채, 몸을 옆으로 돌렸다.
제멋대로 제어 되지 않는 방귀를 내보내기 위해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 문득 보이고 말았다.


검은 고양이의 황금빛 눈, 그리고 그 속의 동공이 어둠 속에서 커진 채 자신을 바라보고있었다.
약한 달빛만으로 보석처럼 빛나는 고양이의 눈에, 엘렌은 멍하니 고양이를 바라봤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만약 고양이가 사람이었다면, 서로가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가까운 거리.


-애옹~!


엘렌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차마 고양이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아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곧 엘렌의 뱃속에 있는 가스들은 이 방 안을 가득채울 것이었다.


엘렌이야 이 정도는 익숙하다만 고양이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민감한 코에 그 냄새는 더욱 고약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조금 춥더라도 고양이를 밖에서 자게하는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애옹?


고양이는 엘렌의 사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앞발을 움직였다.
오른쪽 그리고 왼쪽, 꾹꾹이를 하는 고양이의 손에 힘이 꽉꽉 들어갔다.


하지만 고양이는 몰랐다.
자신이 쥐어 짜는 건 엄마의 젖이 아닌 엘렌의 방귀라는 것을.


꾸루루~! 꾸루룩!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엘렌은 속에서 일어나는 폭풍에 몸을 도저히 움직이지 못했다.


"고양아...도망가..."


그저 작은 고양이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애처롭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무 급작스럽게 몸속의 상황이 변하고 말았다.
평소라면 여유롭게 먼 곳에서 이 가스들을 분출해 버렸을 태지만, 지금은 그게 절대적으로불가능했다.


아니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애옹~! 애옹~!


하지만 고양이는 샤워할 때와는 다르게, 엘렌의 옆에 붙어서 애처롭게 울어대고 있을 뿐이었다.
열심히 배를 향한 꾹꾹이를 멈추지 않았다.


"도망가야 해...더 이상...못 참아..."


그리고 그 응축된 가스들이 천천히, 거인이 진격하듯 괄약근으로 향했을 때, 엘렌은 치아를 꽉 깨물고 말았다.
내게 웃음이 살아 있다는 걸 알려 준 고양이였다.
그런 고양이에게 차마 하지 못할 짓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엘렌이었다.


하지만..


푸쉬이이이~!


생리적인 현상을 참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설계된 방향이였다. 몸에서 해로운 걸 내보내는 것.
그리고 엘렌의 배에 가득 들어찬 방귀는 명백하게 엘렌의 몸에 해로운 것이었다.


배를 아프게 하고, 대장의 소화를 어렵게 만드는 방해꾼.
그래서 엘렌이 참으려고 의지를 다 해 봐야 태초부터 설계된 뇌는 엘렌의 의지를 천천히 무너트렸다.


-캬옹...?


처음은 남몰래 뀌어진 방귀였다.
고양이는 예민한 후각에 맞아지는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며 이게 무슨 냄새인지 판단했다.


처음은 아주 적은 양의 냄새였다.
하지만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고양이가 맡게 된 냄새는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처럼 묵직하고 시큼한 방귀냄새였다.


-캭! 캬학!


고양이는 헛구역질하며 몸을 나뒹굴었다.
엘렌은 그 모습을 보고 차마 더 보지 못하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미안해..."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를 바라보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엘렌은 알았다.


무서웠다. 연약한 아기 고양이가 자기 방귀냄새에 질식해 죽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우우우우르르륵!!


연약해진 의지를 비집고 드디어 선발대가 들이닥친다.
조금 전처럼 소리소문없이 지나간 정찰대와는 다른 선발대가.


요란하게 엉덩이의 가죽을 뒤흔들며 튀어나온 선발대는, 냄새라는 칼과 창을 들고 사방으로돌진했다.
소리라는 말발굽 소리로 땅을 뒤흔들며, 모두에게 자기 존재감을 알렸다.


-!!!!!


고양이는 더 침대를 손톱으로 박박 긁어내며 고통스러워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냄새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옥에서 가져온 지옥불을 불태우는유황이 이런 냄새가 날까?


엘렌은 거의 죽어 가는 것처럼 괴로워하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지금 뱃속에 있는 가스들을 참을수 있을 정도까지 빼내고, 고양이를 내보내야 한다는 걸 목표로 배에 힘을 한가득 주기 시작했다.


뽜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락! 뿌아아아아아악-!!!!


엘렌이 덮고 있던 이불이 강풍을 맞은 것처럼 흩날리기 시작했다.
방귀로 이불을 흩날리게 한다는 게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엘렌은 지금, 이 상황이 익숙한 것럼 아까 고양이가 배를 꾹꾹 눌렀던 것처럼 자기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들었을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쯤 잠에서 깨어나 상황판단을 하고 있겠지.
지금 들린 소리는 거의 한밤중에 폭탄을 터트린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캑! 캬학! 캐핵!


고양이는 이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온몸을 경련하며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웃을 때 숨을 쉴 수 없어 괴로운 것처럼 고양이도 제멋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에 고통스러울 것이었다.


엘렌은 나중에 고양이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기로 했다.


뿌아아아~! 뿌뿡! 뿌아앙-!!
푸르르르르르르르륵...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물론그사이에도 엘렌의 엉덩이에서는 공기를 쏘아내듯 강한 방귀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설마 마수가 습격한 거 아니야?
-그런데 이런 소리가 난다고?


주변 막사에서 불이 켜지는지, 어두운 달빛만 넘어오던 창문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엘렌은 점점 다급해졌다. 이 비밀을 들킨다면, 말이없는 엘렌이라도 당분간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부끄러워질 것 같았다.


꾸르르르르륵! 꾸르륵!


하지만 엘렌의 뱃속에 남은 방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었다.
이제 겨우 선발대를 보낸 수준이었기에, 아직 본대는 몇 개로 쪼개져 나갈 순간을 기다리고있었다.


쿠르르륵!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그리고 첫 번째 본대는 당당하게 칼을 뽑아들며, 천둥소리를 내며 괄약근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엘렌은 더부룩한 윗배가 편안 해 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아랫배가 점점 묵직해지는 것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괄약근은 그녀의 의지를 들을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소화기관에 매수되어 조절할 수 없는 소화기관처럼 괄약근을 활짝 열고, 방귀를 잔뜩내보내 버렸다.


프쉬잇!


처음은 우스울 정도로 가벼운 피리 소리가 났다.


'안 돼! 안 된다고! 지금 다들 깨어났는데이 가스를 내뿜은 순간... 난 끝이야...'


엘렌은 생각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주변의 환경에 안색을 파랗게 질리며, 온몸을 덜덜떨렸다.
수천 번은 외친 것 같았다 참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엘렌의 의지는 결코 괄약근에 닿지않았다.


푸븝! 푸빠빠빵!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크으으으응! 뿌콰아아아앙~!!


웅장한 진군가를 부르는 듯 엄청난 방귀 소리였다. 주변에 깨어난 사람들이 전부 소리의 진원지를알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진군가.


고양이는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은 듯 고개를 툭, 떨구고 말았다.
눈을 뜬 채로. 차마 억울해 눈을 감지 못한 고양이의 눈을 엘렌은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직접 눈을 감겨 주었다.


뱃속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여기야!!!"
"엘렌의 막사에서 소리가 들렸어!"


그 순간 막사의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엘렌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야 하는지 갈등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생각을 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엘렌!"


누군가의 부름.
하지만 엘렌은 그저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독! 독이야! 조심해!"
"우욱! 세상에 이렇게 독한 냄새를 내는 독이라니!"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은 엘렌의 막사의 천막을 걷자 스멀스멀 퍼져 나가는 냄새에, 코를 질끈틀어막고 말았다.
독이 아니라면 이 고약한 냄새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엘렌이 위험해! 분명히 안에 있어! 밤에돌아오는걸 봤다고!"
"젠장! 하지만 이대로 들어가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분명히 엘렌을 봤다는 목소리에 엘렌이 걱정스러운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내가...내가 들어가서 구해 올께!"


그리고 먼저 손을 들고 나선 건, 머리가 산발이 되어 버린 아델리아였다.
잠에 깊게 들었었는지 입가에 침 자국이 나 있는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소매로 입과 코를 가렸다.


"우욱!"


하지만 입과 코를 막았는데도 스멀스멀 뚫고 들어오는 냄새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한 냄새에 눈물을 질질 흘리는 그녀였다.


'안 돼...오면 안 돼!!!'


엘렌은 그런 발걸음 소리에 안색이 창백해져,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한 개의 본대로 만족하지 못한 뱃속의 병사들은 이번에는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내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엘렌!!"


그녀는 간신히 엘렌의 간이침대까지 걸어와 엘렌을 불렀다.


하지만 이미 엘렌의 몸은 경련하는 것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방귀를 참아내기 위해서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엘렌이 독에 당해 중태에 가까운 상태로 보였다.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야 해...!"


그녀는 엘렌을 번쩍 껴안고 들어온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독을 마셨는지 현기증이 들었다.


"아..."


하지만 그녀는 보고야 말았다.
침대 위에서 경련하며 죽어 가는 한 마리의 아기 고양이를.


그녀는 짧은 시간에 수백 번은 갈등했다.
엘렌을  살리기 위해고양이를 버리고 갈 것인지, 아니면 저 가여운 작은 생명을 살릴 것인지.


터벅터벅.


그녀의 결정은 빨랐다.
작은 고양이를 손에 들쳐 안은 엘렌의 배 위로 올려 둔 그녀는 이제는 앞이 흔들리는 시야를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온다!"
"여기야!!!"


그리고 이미 밖에는 엘렌을 이송할 간이침대와 온갖 약품이 준비된 상태였다.
엘렌을 안은 그녀는 막사에서 나오자마자 비틀비틀 만취한 사람처럼 걸어가더니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었다.


"다음을...부탁..."


그녀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혼절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엘렌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꾸욱~!


바닥에 떨어진 엘렌의 배가 꾸욱 눌렸다.
그 압력에 엘렌의 배 밖으로 나가기 위한 대군들은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기마대처럼 추진력을 받아 폭발하듯 엘렌의 괄약근을 찢어버릴 듯튀어나왔다.


뿌우웁!!!!!!!!!!!!!!!!!!!!!!!!!!!!!!!!!!!!!!!!!!!!!!!!!!!!!
뿌푸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다다다다다당!!!


이걸 무슨 소리라고 해야 할까.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은 방귀소리 같은 걸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귀를 찢는 초음파에 하나같이 귀를 틀어막으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리고...


"우욱!"
"웨엑! 독이 벌써 여기까지!!"


에렌의 배에서 나온 방귀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후각을 공격했다.
차라리 코를 베어내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도망쳐!!"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엘렌의 방귀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뿌욱! 뿌아아앙!!!!!!!!!
뿌아아아아다다다다닥!!
푸푸루루루루루루루드드드등!!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랑!!!

부푸우우우우르르르르르푸우우우우우웅!!

푸푸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두 번째. 본대는 그보다 더 거대했으니까.
엘렌의 주위로 갈색의 무언가가 팍! 하고 퍼져 나갔다.
유독한 가스는 눈에 보일 정도로 형상화되어 도망가는 사람들의 코에 자기 몸을 내던져 버렸다.


하필이면 도망치느라 급하게 숨을 들이쉬던 중인 그들이었다.


"컥!"
"커헉!"


그들은 숨을 한번 들이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하아..."


그리고 엘렌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누구도 고개를 들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되버린 이상 더는 조절할 필요가 없으리라......
엘렌은 배를 꾹꾹 누르며 남은 가스를 전부 내려보내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할 때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오빠가 배탈이 났을때에 해준마사지가 생각났다. 엘렌이 손을 살살 문지르자, 천 한 장을사이에 두고 있는 내 배는 그에 맞춰 다시 요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마력강화를 사용했다. 배에 압력이 느껴질 정도로 힘을 주었다. 이제야 배에서 쿠르릉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템플 로얄클레스숙소 바깥까지 들릴것같은 굉음이였다. 거대한 기체 덩어리가 움직이는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특히 덩어리진 오른쪽 아랫배에서 가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루루루루루
부드드드드드등-!!

약 15초에 걸쳐서 걸쭉한 방귀가 나왔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배에서 가스 덩어리가 움직이는게 바깥으로 보일 정도였다.
쓰러진 아이들과 가능한 떨어진 위치에 갔다. 이게 어떤정도의 가스인지 알것같은 기분이 들었기때문이다.
가능한 멀리 떨어지려고 했으나 복통이 너무 심해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


엘렌은 아이들을 쳐다보는 방향으로 앉고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숙였다. 이제남은건 모든걸 내보내는것 뿐이였다. 그리고 아까까지만 해도 순수한 색이던 잠옷은 어느샌가 갈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장이 울리며 눈을 감고 괄약근을 마음껏 풀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가스가 본격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폭발 말고는 표현할수가 없었다. 마치 내장 전체가쏟아지는것 같은 가스가 쏟아져나왔고 하반신에 힘이 풀려 더더욱 가스가 뿜어져나왔다.
만일 이 방귀를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수 주변에서 뀌었다면 소형 게이트를 망가트릴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뿌다다다다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푸푸우우우우우아아아라라라라라랑-!!!


장에서 압축된 가스는 아까와는 격을 달리하는 독가스였고 산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인의수십 수백배에 가까운 농축된 메탄과 스카톨이 주변을 오염시켰고 너무 진해서 거의 액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그런 농도를 가진 가스가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뿌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닥!!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랑!!! 푸푸푸르르르르르륵!!

1분 이상 시간이 흘러서야 가스는 잦아들더니 남은 가스만이 방울터지듯 힘이 풀린 괄약근에서 새어나왔다. 주변 30미터는 마치 죽음의 지대를 이자리에 강림시킨거 같이 되어있었다. 잔디들은 삭아있었고 주변엔 부숴진 부락이 여럿 존재했다.

엘렌은 한숨을 쉬며 자괴감에 양손을 머리를 부여잡았다.


뿌우우우우욱~!


그리고 패잔병처럼 남아 있던 작은 양의 방귀를 내보내자 엘렌의 배는 마법처럼 편안 해졌다.


"...그냥 나도 죽은척해야겠다."


엘렌은 천천히 걸어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 기절한 장소 주변에 몸을 뉘었다.
어차피 농도가 짙다고는 해도 방귀는 방귀였다.
곧 정신을 차리리라.


"제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으면..."


엘렌은 게거품을 물고 있는 아기 고양이의 입을 닦아주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