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냥함은 때로 칼날이 되어

 

문이 잠겨 있다. 나는 그 앞에 서서 문에 귀를 기울였다.

힘을 주는 앙증맞은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린다.

"우응! 우으-응! 으으응!"

푸슥, 뿌스슥, 가스가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퐁당, 퐁당.

변기 속 수면을 두드리는 청명한 물소리, 내가 요새 통 듣지 못한 소리다.

"후이~~ 나왔다."

기분 좋아 보이는 듯한 여동생의 목소리, 부럽다.

스윽슥 하며 휴지를 꺼내 닦는 소리.

이윽고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우왓! 언니 뭐야⁉

여동생이 문 앞에 서있던 내 존재에 놀라 뒤로 물러섰다.

"언니는 벌써 화장실 썼잖아, 왜 아직도 있어?"

"음~ 도대체 넌 어떻게 그렇게 매일 쾌변을 하는거야?"

나는 동생에게 지극히 순수한 의구심에서 나온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냐니,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내가!"

뜬금없이 웬 쾌변의 비결이냐는 듯, 여동생은 부끄러운 듯이 눈을 돌렸다.

"아 왜~ 쩨쩨하게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

난 얼굴을 붉히며 도망치려는 여동생의 팔을 낚아챘다.

"그~만~해~"

”알~려~줘~“

복도에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던 중,

"시~끄~럽~다~!"

우리 집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이 납셨다.

"왜 화장실 앞에서 떠들고 싸! 둘 다 가라는 학교는 안 가고!"

우리의 엄마님께서 손을 홱홱 흔들며, 지금도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들은 쏜살같이 집에서 빠져나왔다.

잠깐 걸어가다 보면 여동생과 내가 서로 갈라지는 길목이 나온다.

도중에 되돌아보니까,

"메~롱!"

이 얼마나 유치한 짓인가.

"저게 진짜!"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참는다.

저 녀석은 애라고 해도, 나는 다 컸으니까.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얼굴 메이크업을 확인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교복을 확인한다.

오늘도 옷차림은 깔끔했다.

‘뱃속의 ’사정‘ 빼고는 말이지...‘

걸으면서 은근히 배에 손을 얹었다.

여동생에겐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나는 도통 해결할 수가 없는 것, 그것은 고민의 씨앗이었다.

한참 걸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와 합류하게 된다.

"오이오이~ 하루찡~~"

"리찡~만나버린 거냐고 젠장~~"

이 의미불명의 손가락 사인은 친한 친구와의 인사랍시고 한 것이었다.

”오늘 치마 좀 짧지 않아? 고릴라면 극대노 각 아님?“

"아 그거 쉽지 않은데...ㅋㅋㅋ"

학생주임을 맡고 있는 저지 입은 아재 선생님, 그 사람이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여학생들을 음흉한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은 좋게 봐줄 수 있지만, 그 놈의 몸에 남사스러울 정도로 딱 붙는 셔츠를 매일같이 입고 다녀서 그 비주얼이 거진 걸어다니는 성희롱 급이었다.

진짜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그런데 얼굴이 고릴라상이라, 우리 사이에선 그냥 고릴라라고 통한다.

본인 앞에서 그렇게 부르면 화낸다. 아 이건 당연한 건가?

어쨌든 우리 나름대로 낸 멋인데 거기에 대고 왈가왈부하는건 좀 귀찮긴 하다.

화장 이야기, 텔레비전 이야기 등등 수다를 떨다 보면 교문이 보인다.

"으아, 하고 많고 많은 선생 중에 하필 오늘 교문이 고릴라냐..."

”자연스럽게 슥 빠지면 안 들키지 않을까?“

리카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릴라는 죽도를 어깨에 메고 오늘도 위압적인 태도로 학생들의 용모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 죽도가 실제로 체벌을 주는 데 쓰인 걸 본 적은 없었지만, 그걸 알아도 충분한 위압감을 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오오오..."

대강 고갯짓으로 인사하면서 재빨리 고릴라 앞을 가로질러갔다.

파앙! 죽도가 지면에 내동댕이쳐지는 굉음이 들렸다。.

흠칫!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솟구치며 움츠러들었다.

"얌마 니들! 이리콤! 그렇게 훅 가버리면 안 걸릴 줄 알았냐?"

이어 방금의 죽도 소리보다도 큰 쩌렁쩌렁한 호령이 교정에 울려 퍼졌다.

"아, 아 진짜 그렇게 귀 아프게 소리 치지 좀 말라구요!"

"맞아맞아! 우리 하루카는 큰 소리에 트라우마도 있는데!"

고릴라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쪽에서도 큰 소리로 대항했다.

"늬들이 복장을 좀 단정하게 하고 다니던가! 하도 봐서 이젠 니들 얼굴도 눈 감아도 다 보이겠다!

학생들이라고는 해도 머릿수가 밀리는데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낌새도 없이 정론으로 우리를 괴롭힌다.

"아 솔직히 여기 규정 좀 선 넘었어요 진짜!"

"레알 다른 학교들은 다 이 정도는 봐주는데!"

리카는 나에게 맞장구치면서 항의하듯 살짝 치마끝을 집어올렸다.

"야 됐어, 나이도 어린 것들이 그렇게 노출하고 다니지 말라고."

고리가 허벅지보다 위로 올라간 손을 막았다.

"어머? 선생님 뭐에요, 뭐 문제라도 있나?"

"지금 여학생의 야한 모습에 흥분하기라도 하시는 건가?"

이 틈에로 우리들은 선생님에게 공격을 가한다.

하지만, 고리는 우리들의 공세에 한숨을 쉬며,

"얌마, 난 늬들 같은 쥐방울들을 욕심내는 변태가 아니야. 내 취향은 연상인데 니들 정도의 연하에 흥분하겠냐?”

"에이! 고릴라보다 나이가 많으면 할망구 아님?!"

"와---! 진짜 레알 변태!"

뜻밖의 답변에 놀라 버렸다.

"얌마! 나 아직 27이야! 연상의 기준을 얼마나 높게 잡고 있는 거야!"

"27⁉ 와 진짜 너무 노안인데?"

"40대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경악스러운 정보에 우리는 놀랄 뿐이었다.

"너희들 날 대체 어떻게 봐온...그나저나 내가 뭐라고?"

"아 조졌..."

"그럼 이만..."

더 이상 귀찮아지기 전에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뒤에서 '딱 서!’ 이런 말은 들리지만 우리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신발장에서 서둘러 신발을 실내화로 갈아 신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까지 향했다.

뒤를 돌아보지만, 고릴라는 역시 쫓아오지 않았다.

"휴우, 따돌린 것 같지?"

"아오~, 나중에 뭔가 귀찮아질 것 같은데..."

일단은 안심하고 우리는 복도를 걸어갔다.

이런 창창한 학창 시절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텐데, 그 때 멋 좀 부리는 게 어때서...

선생님에게도 계속 주의를 받겠지만, 그렇다고 개성없는 지나가는 학생 3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 교실 문 앞, 나는 그 앞에서 멈춰섰다.

"응? 갑자기 왜 하루카?"

“먼저 들어가, 큰 놈이다.“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자, 리카는 갸하하하! 하고 천박하게 웃으며 교실에 들어갔다.

 

아직 사람이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 홀로 전세를 낸 것과 다름없었다.

변기칸에 들어가 문만 잠그는데도 유난히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조용한 화장실에선 마음놓고 집중할 수 있다.

‘여기라면 될지도 몰라.‘

속옷을 무릎까지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스읍-

숨을 조용히 들이마시고,

"우으읍!"

숨을 참음과 동시에 힘을 줬다.

단단하게 굳어버린 이 배를 의식하며, 움직이지 않는 그 녀석을 상상하면서,

”으으으응! 으응! 우으응!“

목소리와 함께 복근에 잔뜩 힘이 들어가지만 뱃속은 도통 움직일 기미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점차 힘이 빠져가던 나는 숨을 내쉬며 힘을 뺐다.

”하아……”

’이번에도 안 되는 거야?’

대충 물을 내리고 변기칸을 나왔다. 조금 열이 오른 몸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거울로 화장을 가볍게 확인했다.

화장도, 고릴라에게 주의를 받은 교복도 특별히 고칠 부분은 없었다.

역시 문제는 뱃속이었다. 벌써 3일째 소식이 없다.

지금까지는 억지로 힘을 막 주다 보면 어떻게든 나왔지만,

이번엔 그렇게 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겉으로 만져도 얼마나 딱딱한 똥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면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변비약이나 관장약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오늘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렀다 가야 하나?’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채로 화장실을 나와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가서 모두에게 인사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리카는 내 오른쪽, 그리고 내 왼쪽에는...

"와! 위원장! 아시는구나!"

"안녕, 그런데 나 위원장 아니라니까."

요즘 보기 드문 땋은 머리와 큼직한 안경.

사뭇 지적인 느낌 때문에 모두의 추천으로 학급위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학년이라 아직 위원장은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엄격해 보이는 눈은 위원장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주로 나와 리카에게

“위원장은 고릴라한테 한 소리 들은 적 있어?”

"없어. 너희들이랑 다르게 난 학칙을 잘 지키는 편이라."

아까부터 책만 읽으면서 통 고개를 들어서 봐주질 않는다.

화제를 바꾸어 보다.

"그럼 위원장 요즘 똥은 잘 싸고 있어?"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갑자기."

이제야 위원장이 내 얼굴을 봐준다.

"나 이제 벌써 사흘째 안 나와서 말야. 리카가 추천한 채식 전략은 망했어. 전혀 효과가 없었어."

"진짜? 나는 그렇게 하니까 금방 나왔는데..."

미리 들었던 조언도 실패했다.

건강해 보이는 위원장에게 다른 조언을 듣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생활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생활 패턴의 붕괴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 늦게까지 안 잔다던가 그런 거 있잖아."

그것은 부모님한테도 들은 얘기라 다른 것을 듣고 싶었다.

나는 위원장의 손을 붙잡고 고민했다.

”뭔가 더 없을까? 하자마자 뿌직뿌직 나오는 운동이라든지...“

”더러워. 이제 이 얘기는 그만.“

위원장은 차갑게 굴더니 다시 책으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리카와 나는 위원장의 자리를 에워쌌다.

"위원장, 라노벨 읽지 말고 좀 들어봐~"

"너, 너 그건 어떻게 알고..."

”으엥-? 그렇게 어려운 얼굴로 읽으니까 무슨 해외 논평 같은 거라도 읽는 줄 알았네. 우리 하루카찡 눈썰미 좋아~?“

옆에서 들여다보자 위원장은 책을 힘차게 덮었다.

"뭐야? 난 이런 거 읽으면 안 돼? 나도 이런 거 읽어!"

위원장은 얼굴을 붉히고 발끈 화를 냈다.

"에이~ 읽으면 안 된다니~ 그런 게 아니라 그거 나도 읽었던 거라 그냥 좀 본 거야."

"하루카도 라노벨 같은 걸 읽는다니, 그것도 뭔가 의외네."

이번에는 위원장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맞아~ 나도 씹덕이니까. 만화, 라노벨, 애니메이션 이런 거 진짜 좋아해.“

"뭐야, 그거 나도 빌려줘~ 다음에 만화 빌려줄게!"

그렇게 리카와 서로 맞장구치고 있는데 위원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드르륵! 의자를 당기는 소리에 나는 헉! 하고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시끄러워! 수업 전이니까 나 방해하지 말라고!"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난 것 같다.

"뭐야, 진짜 놀리려던 건 아닌데..."

“그니까그니까, 우리 같은 학우잖아? 동지지 동지!"

"서로 좋아하는 게 똑같다 해도 너희들이랑 그런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IQ가 내려갈 것 같다고! 똑같은 취급하지 마!"

그 때, 리카와 나와 서로 뭔가 강렬하게 통하는 촉을 느꼈다.

”리카찡, 포메이션 K다!“

"좋다 ㅋㅋ 딱 대!"

우리는 재빠르게 움직여 위원장 앞뒤에 자리를 잡았다.

"뭐, 뭔 짓을 할 생각이야?"

그 순간적인 움직임에 위원장은 약간 주춤한 투였다.

위원장이 앞의 리카를 보는 찰나에-

"빈틈이닷~~"

나는 뒤에서 위원장의 팔을 걸어잡아 들어올렸다.

순간 굳어지는 위원장이었지만,

”뭘 하려는 거야! 말해!"

위원장은 팔을 버둥거리며 날뛰었다.

“위원장 몸 가볍네, 밥은 잘 챙겨먹는 거야? 그렇게 움직여도 전혀 풀릴 것 같지가 않아.”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작은 위원장, 힘도 보이는 것처럼 그닥 강하지 않았다.

"그럼 이번엔 우리 차례지?"

릿카가 서서히 하루카와 위원장에게 다가갔다.

"안 돼... 오지마..."

엄습하는 공포에 위원장의 얼굴을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심한 말을 하는 위원장 같은 친구에겐 역사적으로도 이게 약이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혀 양손을 겨드랑이 밑에 끼웠다.

“간질간질간질간질!”

"으핫, 으하하학! 그, 그만! 아하하학!“

이름하야 포메이션 KUSUGURI!

전에 잠깐 위원장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을 때 꽤 큰 반응을 보인 것을 보고 약한가 했더니 역시 간지럼을 잘 타는 체질이었다.

위원장은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몸을 뒤틀었다.

"이런, 위원장이 난동을 부린다! 안 되겠다 이거, 하체 좀 까자!"

”꺄하하하핫! 그, 그만! 그만해! 아하하학!“

온통 발버둥치니 길쭉한 치마 길이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의 허벅지가 힐끔힐끔 위태롭게 보일락말락 했다.

"어이구, 이거 좀만 더 조지다 보면 보일 거 같구만요! 간질간질 더 간다!"

리카가 벗어나려는 위원장을 추격했다.

나도 위원장의 얼굴을 알아보려고 잠깐 잡은 팔을 풀었다.

"아하하하핫!"

위원장이 힘껏 팔을 흔들었다.

그 팔꿈치가 예상 외로 내 배에 땡! 하고 들어왔다.

"어우윽!"

갑작스런 충격에 나는 위원장을 놓치고 무너져 내렸다.

"어, 하루카 왜 그래?"

"아핫, 하흐흣, 허억, 허억, 허억...”

간지럼으로부터 해방된 위원장은 괴로운 듯이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그 이상으로 괴로워하며 웅크리고 있었다.

"으그그그...

"아이고야, 하루카 괜찮아?"

"하아......하아......으에?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한 위원장은 이제야 내 이변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난 배를 꾹 누르면서 훌쩍 일어섰다.

"위원장...좋은 엘보였다..."

굳세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 팔꿈치가 맞은 거야? 미안해, 많이 아파?”

갑자기 위원장이 어쩔 줄 몰라하는 걸 보니 뭔가 미안해졌다.

"좀 아팠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사실은 아직 조금 아프지만, 우리가 장난을 치다 이렇게 된 거니까, 사과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

"뭐, 하루카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지. 위원장도 너무 신경 쓰진 마.“

"으응...그래도 정말 미안해"

별 것도 아니라는 반응의 리카와 달리, 위원장은 정말 미안한건지, 직접 보건실에 데리고 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진짜 사과 안해도 돼, 이것 봐, 진짜 괜찮다니까!"

그녀의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나는 내 배를 툭툭 쳐보였다.

좀 아프긴 하다만...

잔뜩 근심스러운 얼굴이 좀 부드러워졌다.

리카도 확실히 안심할 수 있도록 뭔가 하려고 했다.

구르르르….

내 뱃속 깊은 곳에서 울림이 전해졌다.

‘어라, 이 느낌, 설마...’

지금껏 애타게 기다려온 신호, 나는 이걸 쭉 기다려오고 있었다.

‘좋아, 지금 화장실에 간다면...’

딩-동-댕-동-

예비종이 울림과 동시에 고릴라가 교실로 들어왔다.

"종 울렸다~ 제자리 가서 앉아!"

그 말에 몇몇 무리들이 황급히 자기 자리로 찾아가서 앉기 시작했다.

"거기서 선생님이 왜 나와?"

평소에 오지 않을 사람이 왔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말이 입 밖에서 튀어나와버렸다.

「오늘 사이토 선생님은 감기라 쉬게 돼서, 부담임인 내가 왔다, 그것뿐이다. 무슨 문제 있나?"

살짝 이쪽을 노려보는 눈초리에 마지못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대로 출석 확인이 시작되었다.

꾸루루루......

또 배가 울려온다.

"왜 갑자기 이렇게 신호가 오지... 혹시 아까 그게..."

배에 쑥 들어간 팔꿈치, 그것이 절묘한 자극이 되어 덩어리가 들어 있는 장을 잠에서 깨운 것은 아닐까.

어쨌든,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담담하게 향후 행사나 위원 연락정보들을 알리는 고릴라,

이것이 끝나면 다음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바로 화장실에서 해결하자.

주위에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힘을 줘봐도 움직이지 않았던 그 놈이, 지금은 파죽지세로, 출진을 앞두고 있었다.

"으읏, 후, 후우..."

우물쭈물, 의자 위에서 엉덩이를 비볐다.

빨리, 빨리 끝나라... 이거 좀 위험해...

지금 앉아 있는 이 곳이 화장실이었으면....

그래서 마음껏 쌓여있던 똥을 시원하게...

아, 안돼! 생각하고 있으면 더 하고 싶어진다!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르륵......

뱃속에서 지금껏 움직여주길 바래왔지만, 지금은 마냥 멈춰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침 조회는 이상으로 끝이다.”

고릴라가 드디어 끝냈다, 하는 얘기를 전혀 못 들었지만, 지금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어어, 어딜 가려고. 앉아."

이내 고릴라가 나를 멈춰 세웠다.

“조회가 너무 빨리 끝났지? 할 얘기가 좀 더 있다.”

“조회는 끝났지만 여기서부터는 내가 개인적으로 전파하고 싶은 내용을 말하겠다. 특히 너희들이 들어야 할 얘기다, 앉아.”

고릴라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저 몸이 좀 안 좋아서 일단 보건실이라도..."

“거짓말로 튈 생각 하지 마! 잠자코 앉아!"

빵! 교탁을 내리친 그 큰 굉음에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도 움찔했다.

너무 놀라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 버리면서, 안의 숙변이 얼굴을 내밀 것 같았다...!

꾸구구국, 엉덩이가 한층 더 꾸물대기 시작했다!

"후으읏!"

나는 황급히 자리에 앉아 있는 힘을 다해 싸버리지 않도록 온 힘을 다했다.

앉은 덕분인지 조금 있다가 다시 진정되어서,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싸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우선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여겨버리는 그 태도, 그걸 이제는 고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앉은 것을 보고 고릴라는 어른의 설교를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 갈 수 있는 기회가 늦어져서 조금 화가 났다.

다행히 변의는 아까와 같은 파도가 되어 몰아치지게 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연장전에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처럼 쌓여 있던 것을 내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니까 최대한 빨리 쌀 수 있는 장소로 향하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반박하거나 억지로 이 자리에서 도망치면 그거야말로 모두에게 폐가 될 테니 잠자코 넘어가기로 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그제서야 조회가 끝나고 고릴라가 교실에서 나갔다.

그러자 예비령도 울리고, 조금 있으면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다.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몇몇 스쳐지나간 학생들은 모두 벌써 교실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기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문조차 잠그지 않고 무너지듯이 변기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이 골칫덩이도 안녕...

하지만, 나의 예상은 깨끗이 뒤집혔다.

안 나와...

확실히 아까 몸 속에서 숙변이 움직여 항문 끝까지 도달한 걸 느꼈다.

그것 때문에, 교실에서는 정말 자칫하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모처럼 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또 뱃속에서 변의가 사라졌다.

얼굴을 찌푸리고 또 양껏 힘을 줬다.

"대, 체, 왜엣...안 나오는 거야~~~아읏!!”

양손을 벌벌 떨고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힘을 줬다.

아까는 그렇게 부드러워졌던 것 같은 것이, 지금은 꿈쩍도 않았다.

"우으으으응! 이제 좀, 나와아아앗!!“

땀을 흘리고, 숨을 내쉬고, 엉덩이를 벌려도, 나오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아까는 배를 직접 자극받아서 신호가 왔음을 떠올렸다.

나는 침착하게 배를 몇 군데 꾹꾹 눌러줬다.

이걸로 나중에 집중하면 또 내려올지도...

눈을 감고, ‘그 분‘의 당도를 기다리는 자세를 취하자마자,

띵동댕동, 타임 오버였다.

”…… 아으으으! 좀만 더 하면 됐을 거 같은데!"

땀을 닦으며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나섰다.

다음 휴식시간 쯤에면 각이 보이려나...

한숨을 쉬며 벌써 수업이 시작된 교실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늦었습니.... 어, 왜 또 고릴라가⁉"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또다시 언짢은 얼굴의 고릴라가 교탁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얌마, 사이토 선생은 쉬는 날이라고 아까 그랬잖아. 국어는 내 담당 교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 있는 거다.”

아...맞다...

"많이 늦진 않았어도 늦는 건 잘못된 거다. 뭐 왔으면 된 거긴 한가?"

고릴라는 비어 있는 내 자리를 가리켰다. 앉으라는 것 같다.

나는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왔다. 

리카가 앉는 나에게 가까이 기대왔다.

“하루카 무슨 일이었던 거야? 그렇게 갑자기 나가고.”

“아, 그게 잠깐,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아무리 리카라도 갑자기 변의가 와서 그랬다고 말하긴 힘들어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다음 휴식시간에도 화장실을 갈 생각이니까,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간다는 것을 알려지는 것은 역시 나도 쑥스럽다.

”수업 시작하겠다. 거기 잡담 그만하고 교과서 펼쳐.“

고릴라에게 가볍게 주의를 받았다.

여기서 고릴라를 더 자극해봐야 좋을 게 없으니 순순히 교과서와 노트를 책상에서 꺼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이 수업이 끝나고 다시 화장실에...

꾸구구구구...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배에서 들려왔다.

잠, 잠깐 벌써...⁉ 벌써 신호가 왔...⁉

또 뱃속이 울리고, 그에 맞춰 고요해진 줄 알았던 변비똥이 변의의 파도를 타고 다시금 전진하기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한지 아직 5분밖에 되지 않았다.

고릴라는 분필로 칠판에 뭔가를 막 적고 있었다.

조용한 교실에서 나 홀로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터지도록 힘주며 억지로라도 꺼내려던 것을, 이제는 거꾸로 끌어당겨야 한다.

싸고 싶어, 근데 지금은 화장실에 갈 수가...

나도 모르게 의자 위에서 엉덩이가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조졌다...다른 선생님이었으면 그냥 화장실을 가겠는데, 고릴라는 뭐 듣는 시늉도 안하겠지..."

꾸르르르륵, 벌써 아까만큼 힘들어졌어...

또 덥지도 않은데 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마시는 것도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이 들어가 숙변이 신나서 내려올 것 같다 보니 호흡도 이상하게 쉬게 된다.

답답해... 힘들어... 빨리 편해지고 싶은데...

꾸우우욱, 꽈르륵!

"으흐윽!"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한걸음 더 엉덩이 끝에 가까워진 숙변의 기세에 나는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응? 뭐야, 어떤 놈이야?"

고릴라가 판서하던 손을 멈추고 이쪽을 돌아봤다.

당연히도 반응은 정적 그 자체, 소리를 낸 나도 잠자코 있었다.

잠시 교실 안을 둘러보고 있는 고릴라였지만, 마냥 수업을 멈추고 있는 것도 교사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조용히 해라~" 라고만 말해놓고 다시 칠판으로 돌아섰다.

서서히,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하루카 너 아픈 거지? 안색이 말이 아닌데?"

리카가 작게 속삭여왔다.

"으응, 조...조금..."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솔직히 지금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좋겠다.

항문 끝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 필사적으로 싸버리지 않게끔 조심하는 중이니깐...

그래도 리카는 아직 말을 걸어온다.

“너무 힘들면 보건실이라도 가는 게 좋지 않아? 아무리 고릴라라도 그건 들어주겠지."

"괜찮아,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질거야..."

”그래도, 아까 조회 때부터 너 안색이 계속 그 꼴인데? 이런 건 빠르게 말하는 게 낫다고."

심지어 옆에서 위원장까지 말을 걸어온다.

좀, 내버려 두라니까 글쎄...!

고릴라가 보고 또 혼나기 전에 두 사람을 입을 다물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꾸구구구국......

하지만, 그 순간 뱃속의 변비똥이 굳게 닫힌 항문을 억지로 비집고 나오려는 일격을 가했고,

나는 한순간에 목소리도 못 낼 지경이 되어버렸다.

"우으윽, 으흡, 후으윽, 흐으읍...“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조용하게 넘기긴 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런지는...

수업시간은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화장실 가고 싶어. 싸고 싶어, 싸고 싶어, 싸고 싶은데...!

덜컹! 옆자리 리카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고릴, 아니 선생님! 하루카가 몸이 아픈 것 같은데 보건실로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괜찮다고는 말은 해도, 내가 봐도 내 모습은 분명 문제가 있어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리카가 일어섰을 때 낸 커다란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의 긴장이 풀려버렸다.

위험하다고 생각지만, 이미 조금 늦은 것 같았다.

이제 진짜...진짜 차마 더...이상은...

"아, 아... 조, 조금 나왔..."

아직 항문에서 머리만 조금 내밀었을 뿐이었지만, 하지만 이젠 정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고릴라의 손이 멈추고. 분필이 부러졌다.

그러더니 잔뜩 정색한 얼굴로 천천히 이 쪽을 돌아봤다.

”아까부터 계속 쑥덕쑥덕하더니만, 이젠 아예 꾀병을 부리고 튀려는 거냐?“

성큼성큼, 이쪽을 향해 온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형편마저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제발 들어가 줘, 제발, 제발 부탁이야, 나오면 안돼...

엉덩이를 비집고 나온 마중에도 사그라들 줄 모르는 변의의 파도로 출렁이는 뱃속 사정에 사력을 다해 저항하는 내 앞에 고릴라가 당도했다.

"해도해도 적당히 해야지, 그렇게 타일렀는데도 아직도 그런 태도라니."

"선생님! 하루카 얘 진짜로 아프다니까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나 대신, 선 채로 있는 리카가 반박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능글능글 거짓말이나 해대고! 아주 선생이 만만하냐?!"

쾅! 고릴라가 내 책상을 세게 때린다.

눈앞에서 난 그런 굉음에 나도 모르게 몸이 소스라쳤다.

디딕, 디디딕......

머리만 내밀고 있던 그 녀석이, 무의식적으로 전진에 전진을 더해갔다...!

"응아앗, 아흐읍, 허으윽!"

호흡이 거칠어진다, 지금 당장 화장실로 뛰쳐가지 않으면, 정말로...

그런데, 설 수가 없어... 이대로 서 버리면 다 싸버릴 것 같은데...

집어넣는 건 무리라도 어떻게든 끊을 수는 없을까, 바지가 더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더 이상 심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항문을 닫아야 해...정신을 가다듬고...

덜커덩! 옆에서 울린 큰 소리에 나는 다시금 폴짝 뛰었다.

”선생님! 하루카는 정말로 몸이 안 좋아요! 조회 시간 때부터 안색이 나빴다구요!"

위원장이었다. 나 때문에 평소엔 그러지 않던 아이도 목소리를 높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크게 소리를 내버리면...

부드득, 뿌직, 뿌지짓...

"아윽, 아으윽..."

마침내 굵디 굵은 몸통도 바깥 공기를 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가냘픈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었다.

고릴라는 위원장까지 나를 감싸니는 것에 내심 놀라고 있는 투였다.

"미카... 너까지 이런 애들을 감싸다니, 이 선생님은 정말 실망했다."

지금 현재진행형으로 하얗게 불타버리고 있는 나를 제쳐두고, 주변의 언쟁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쾅! 또 덜컹!

“선생님이야말로 실망스러워요. 학생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그걸 꾀병이라고 치부하다니, 당신이 그러고도 선생이야!"

위원장이 가냘픈 몸에서 상상할 수 없는 큰 소리로 자신보다 큰 고릴라를 노려본다.

다 좋은데, 정말 고마운데... 소리칠 때마다 그렇게 책상을 치면...

뿌지직, 뿌딧, 디디디딕...

단단한 숙변은 결국 팬티 끝까지 기어나오고 나서도 더 나아갈 장소를 찾아 팬티 속을 훑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 어떻게 해도 멈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쾅! 뿌딧!

”지금까지 이 놈들이 선생에게 거짓부렁을 늘어놓은 게 하루이틀 일인 줄 알아! 너 같으면 그게 믿어지겠냐고!“

콰앙! 뿌직, 뿌지직!

"그렇다고 그렇게 의심만 해대면, 정말 중요한 때에 이렇게 일이 틀어지기밖에 더해요?! 이러니 고릴라에게 뭔 말을 못하지!"

뻐엉! 디디디딕!

”그게 지금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야! 말 돌리지 마!"

커다란 굉음의 연속, 그와 함께 서서히 기어나오는 그 놈...

"제발, 제발 그만..."

이미 숙변에게 속옷을 내줄 대로 내준 상황에서도, 아직 완전히 내 몸에서 벗어나지 않은 부분이라도 어떻게든 하려고 주변에 애원해 보았지만, 서로 호통을 치는 소리에 내 목소리는 묻혀버렸다.

살짝 자리에서 엉덩이를 뗐는데, 그럼에도 의자에서 떨어지지 않고 늘어진 정도로 많이 나와버린 구렁이는 지금도 바깥 공기를 훤히 쐬고 있었다.

"지금도 이런 하루카가 안 보이는 거에요? 고릴라 눈에는 아직도 이게 꾀병으로 보이나?"

리카가 내 어깨를 잡고 살짝 힘을 줬다.

“됐어 리카, 이런 선생님은 믿을 수 없어. 우리끼리 보건실로 데려가자!"

위원장도 반대편에서 내 어깨를 지탱했다.

잠깐, 혹시 이대로 교실에서 나가려는 거야...?

"그, 그만... 지금은, 지금은 안 돼..."

이미 어지간한 만큼은 나왔지만, 3일간 쌓인 숙변은 이게 끝일 리가 없었다.

더 이상 자극하지 말고... 좀만 있다가...

"가자! 하나, 둘...!"

쓸데없이 친절했던 그 둘의 부축에, 나는 반강제로 일으켜졌다.

그대로 구렁이의 묵직한 무게가 아래로 실리면서, 숙변과 중력의 마무리 일격이 작렬했다.

"이, 아윽, 안...돼앳...!”

내 갑작스런 비명에 주위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나의 항문은 끝내 백기를 올리고 출구가 완전히 열려버렸다.

뿌지지지지직!! 푸드드다다닥!!

뿌아앙! 디디디디디딕!! 뿌저저저저적!!

느닷없이 교실에 울려 퍼지는 파열음.

그 교실을 채우는, 지금껏 난 소리중 가장 큰 소리를, 내 몸이 내고 있었다.

"아으응, 으흥... 하으윽... 하아윽..."

천고의 시간 끝에 싸버리는 데 성공한 그 해방감에 야한 목소리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소리 내기 싫은데, 너무, 너무 시원해...

나를 부축하던 두 사람이 무슨 일인가 확인하기 위해 나에게서 떨어졌다.

“하, 하루카. 너 설마...?"

”하루카...? 방금, 그거..."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내 항문이었다.

뿌부우우욱-! 뿌지지지직!! 뿌바박!!

중간중간 숙성된 가스도 같이 삐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썩은 냄새가 교실에 퍼지는 것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너, 너 임마..."

그 천하의 고릴라도 역시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은 듯 했다.

뿌우우우웅~!! 푸쉬시시식......

다 끝났다고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의 오랜만의 배변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팬티 속, 따뜻해...

나머지 사람들은 그야말로 아연실색, 믿을 수 없는 물건을 보는 눈이었다.

그 나이를 먹고, 똥을 교실에서 쌀 것이라고는 양 옆의 친구도 눈앞의 고릴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컨디션이 좀 안 좋다거나 그 날이거나, 그런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지금껏 똥을 못 싼 것 뿐이었고 그런 걸 쭉 참고 있었던 거였다니...

아무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 하는 완전한 정적을 깬 것은 나였다.

"선생님... 화장실... 좀 가도 될까요...?"


*** **


이번엔 좀 짧은 소설을 번역해봤음


사실 처음에 착수하면서 페이지 수가

저번에 했던 '16세의 첫 변비' 반절이길래

하루면 되겠지? 하고 싱글벙글했는데

직역이 안 되는 요즘것들 은어 왜 이리 많냐고 아ㅋㅋ

틀딱 간접체험하고 왔다


내가 딱히 일어의 지식을 가지고 번역하는 게 아니다 보니

대략적인 내용도 모른 채로 번역을 시작하는데,

이 소설은 착의탈분 엔딩이었네


나는 개인적으로 극태변비똥을 변기에 시원하게 터치 다운 하는

해피 엔딩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지라

짧았으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솔직히 번역하다가 찍 쌌을 듯 ㅋㅋ;;

그래도 착의탈분을 원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으니까,

취향 맞는 변붕이들은 즐감했으면 좋겠네 ㅎ


변붕대장경 해독 진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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