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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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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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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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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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가 없네...’

 

저번처럼 먼저 급식실을 나가길래,

또 반에서 엎드려서 혼자 끙끙 앓고 있을 줄 알았는데,

교실로 간 게 아니라면 어디로 간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혹시, 화장실인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만약 그런 거라면, 이 요구르트는 그냥

책상 위에 두고 가면 알아서 챙겨먹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 요구르트가 나온 걸 알텐데...‘

혹시 주는 거라고 설명을 안 하면,

누가 자기 책상에 안 먹는 요구르트를 버리고 간 거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도달할 즈음이었다.

 

덜커덩-

“...아.”

“......”

 

이상하리만큼 타이밍 좋게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은하였다.

은하의 모습을 보니, 얼굴이 엄청 붉게 상기되어있고,

대강 씻은 듯 하지마는, 온몸이 살짝 땀으로 젖어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안색도 나쁘고 몸에 힘도 하나도 없어 보여,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연약해보였다.

’아...화장실 갔다온 거 맞나 보구나...‘

 

“...뭐해, 내 책상 앞에서...”

“아, 뭐 그게...뭐라고나 할까...”

“...”

 

막상 은하를 보니,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은하를 도와주겠다고 먹은 마음은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은하에게 해주려는 것뿐이었지,

정작 우리가 현실적으로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는 저번주 수요일.

그마저도 누구의 잘못이든 간에 좋게 끝나지는 않았던지라,

서로 사이가 서먹했던 걸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다.

 

“그, 저번 수요일 일은... 내가 미안했어. 괜히 오지랖을...”

“...미안, 나 조금 피곤해서...비켜줄래...?”

“...앗, 잠시만 은하야!”

“...뭐야...”

 

’싸, 싸늘하다...‘

말도 끝까지 들어줄 생각이 없어보이고...

역시 그 날 이후로 나한테 화난 걸까...?

 

은하가 나한테 도움을 받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해보면 지극히 일리 있던 가능성은 미처 생각치도 못한 채,

이런 냉담한 반응을 받아버리니까,

머릿속이 더 새하얘지고 말도 꼬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저번 일은 제쳐두더라도, 아니 그 날 일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라도, 이거...받아주라.”

“...이거...”

“그, 절대 짬처ㄹ...아니 그러니까 내가 안 먹으려는 걸 버리려는 건 아니고...아니 안 먹는 건 맞는데...”

“...짧게...본론만...”

“아...그치...미안, 그러니까... 너 그, 몸이 좀 아픈 것 같길래... 배도 아파보이고...”

“...왜 배가 아픈 사람한테... 먹을 걸 주려는 거야...?”

“아...그게 그러니까, 그 요구르트가 유산균이 있잖아? 그게 그, 설사나 변비에도 효능이 있다고 하고...”

 

그 말을 꺼내자마자 은하의 안 그래도 안 좋던 안색이 더더욱 굳어버렸다.


“...뭐...?”

“...응? 아, 아...! 그게, 그러니까...!”

“......”

“그게...특별히 뭘 집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너가 몸이 좀 나아졌으면 해서...!”

“...알겠으니까...그냥, 나 좀 내버려 둬...부탁할게.”

“...!...”

 

아뿔싸,

당황하다 보니 실수로 자책골을 넣어버렸다.

거기서 인터넷에서 본 유산균 효능은 왜 설명하고 있어 병신아...

이러면 내가 다 알고 말하는 것 같잖아...뭐 틀린 건 아니다만,

금요일에 보니까 이게 은하의 콤플렉스인 거 같은데...

...망했다...

 

“...그, 이건 두고 갈게... 편하게 마셔...”

“......”

“...그, 나는 잠시 나가봐야 할까나...”

“......”

드르륵-

 

교실 후문을 나서면서 힐끗 보니,

은하는 그 새 자기 책상에 엎드려있었다.

 

“어? 뭐하냐 안 들어가고?”

“...”

“...여보쇼?”

“...아오오오!! 대우주 이 개좆병신 찐따 새끼야아아!!!”

“아, 아니 그 말에는 백번천번 동의하는 바다만 그걸 왜 나한테 지랄하는 거야 미친놈아!! 얌마 내 멱살! 멱살! 진짜 아까부터 돌았나, 왜 이래 얘!!”

 

-----

 

“......”

 

우주...

나한테 그렇게 자기 요구르트를 챙겨주고 하는 말이 몸이 아파보였다니...

’...바보 진짜, 다 티나잖아...’

 

‘...아는 거겠지...?’

안 그래도 급식실 화장실에서 뒤늦게 찾아온 수치심에

되려 얼굴이 터질 정도로 화끈화끈 달아올랐다가

찬물로 여러번 세수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좀 돌아온건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주가... 내 치부를 알게 됐다니...

 

‘아까 급식실에서...들은 거지?’

다시 한번, 아니 아까보다도 더 심하게 얼굴에 열이 확 올라왔다.

‘아니면 설마...봤...다던가...?’

 

물론 문은 활짝 열어놔도 화장실 밖에서

안쪽에 있는 변기칸이 보일 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경황이 없던 상황이라면,

도중에 우주가 그 화장실에 들어왔던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내가 거기서 정확히 뭐뭐를 했었지...?!

 

여러가지 가능성을 따져보며 생각이 복잡해지는 와중에,

이제 더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왔다.

 

구르르르르...

“...끄으윽...”

 

아까 8일치 변비의 무시무시한 변괴의 크기를 맛본 뒤로,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변의와 복통마저 차원이 달라졌다.

그 담판 아닌 담판으로, 뱃속의 변비똥이 정말 단단히 화가 난 듯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젠 직장을 꽉 막고 있는 숙변 탓에

방귀마저도 마음껏 뀌기 힘들어졌다.

방귀로 차오르는 복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남는 건 결국...

 

꾸르르르르릉...!

“으...아으...아윽...”

 

지금 이 순간에도,

이성을 유지한 채로 사람이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는 건

죽어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유가 아니라,

이대로면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니,

떠오르는 온갖 공포심에 다른 의미로 생각이 복잡해졌다.

 

‘사람이 죽었는데... 사유가 배가 터진 거라면...’

역겹고 웃기기 짝이 없는 죽음일 것이 뻔했다.

상식적으로, 똥을 못 싸서 죽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꾸구구구구궁...!!

“...윽하아...허억...허억...!”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우주가 내게 건네준 요구르트였다.

생각해보니, 저게 급식에서 준 거라면

아까 나도 주머니에 챙겨왔을 것이었다.

 

부스럭-

‘역시...’

 

총 두 병의 요구르트.

유산균이 변비에 좋다는 말은 나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밑져야...본전이겠지...?’

 

변비로 목숨을 잃기 싫다는,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이런 극한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어

그런 농담같은 말이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포로까지 다가온 나에게 있어선,

평소라면 한낱 간식에 그쳤을 그 요구르트마저

내 생명을 구해줄 수도 있을 관장약이요 생명수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 지체할 것 없이, 나는 그 자리에서 요구르트 두 병을 모두 열고,

그 걸쭉한 흰 음료를 입 속으로 부어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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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여러분들이 영어 듣기를 할 때 반드시 주의를 해야 되는게 뭐냐면은, 바로 그 발음은 비슷하지만 철자가 다른 놈들이지? 자 함 보자. 여기를 보면...”

 

5교시 영어 시간도 벌써 반이 지나갔다.

마침 밥도 먹었겠다, 날씨도 적당하게 따뜻했겠다,

이미 교실의 절반 이상은 식곤증에 초토화된 상태였다.

 

평소라면 그 시체 무더기에 나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렇게 마음 편하게 잠을 청하기엔, 머릿속에 잡념이 너무 많았다.

 

‘은하한테... 앞으로 말을 어떻게 하지?’

‘은하... 몸은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지는 않았고, 좀 나아는 졌으려나...’

‘은하, 내가 아까 준 요구르트는 먹었으려나...’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은하 생각뿐이었다.

절대 사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아마도.

그냥... 친구로써 걱정이 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은하 그 애를 챙겨주는데 그러다 말이 헛나왔다?’ 

’뭐...그렇게 된 거지.‘

’근데 그래서 걱정이라고? 이 새끼 이거 빼박 꽂혔네ㅋㅋㅋㅋ’

’아니, 그런 건 몇번이고 말하지만 아니라니까! 내가 왜 걔한테...‘

‘그러면? 그게 아니라 그렇게 애 하나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냐?’

‘그건...그건 아닌데...그렇다기 보다는...’

‘그리고 애초에 너가 언제부터 남의 사정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었냐?’

’아니...뭐 그건...그랬던가 내가...‘

’그냥 지나쳐도 될 걸 다 일일히 신경쓰고 있는 거 아냐? 솔직히, 걔가 뭐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새끼, 이럴 때만 혼자 예리해져가지고...’

 

그 놈이 지 때문에 내가 얼마나 큰 번뇌에 휩싸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당사자 쪽을 돌아보니 그 녀석은 맘 편하게 잠이나 쳐 자고 있었다.

 

하긴, 애초에 저 놈이 아니었어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 같긴 하다.

난 뭔데 은하를 그렇게까지 챙기는 거지?

그냥...친해서? 서로 이야기도 하고 친해서 그런 거 뿐이겠지?

 

“...아오...”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봤자, 머리만 아파올 뿐이었다.

어짜피 답이 안 나올 거라면, 차라리 아예 다른 생각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가령, 실제로 수업에 집중을 해본다던지...

 

스윽-

“자 이번에는 rice와 lice 한번 보자, 전부 발음은 라이...어 거기, 왜?”

 

어?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나 말하는 건가?

...는 아니었네, 누군가 손을 들었다.

아, 난 또 누구라고,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은하야 뭐...

 

...잠깐만.

뭔가, 질문을 하려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든 듯 만 듯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어있었다.

 

다시 보니, 손 뿐만 아니라 몸 전부가

사시나무처럼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어...장...시이...”

“으응? 얘야 뭐라고? 멀어서 잘 안 들려!”

“저, 저어어...ㅎ...자앙...”

“...화장실? 빨리 갔다 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하는 부들부들 떨며 위태롭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가까운 앞문으로 교실을 비틀거리며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

“자...그 어디까지 했지? 그렇지 lice! 이건 그러니까...”

 

‘...다 일일히 신경쓰고 있는 거 아냐?...’

“...”

 

‘...애초에 너가 언제부터 남의 사정에 그렇게 관심을 가졌었냐?...’

“...”

 

‘걔가 뭐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

 

‘...애 하나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냐?...’

“...!”

 

번쩍-

“선생님! 저 코피가 나서 그런데 잠시 화장실 좀 갔다와도 될까요?”

“뭐? 너도? ...그래, 나머지는 혹시 화장실 가고 싶으면 저 둘 돌아오고 가거라잉.”

 

드르륵!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도 자리를 박차고 교실을 나왔다.

나도, 내가 뭘 하는 건지, 뭘 하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딱히 무슨 뾰족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곱씹어서 생각해도...

 

“그 얼굴을 보고... 대체 누가 걱정을 안하겠냐고...!”

 

덜컹!

 

“어...자...그러니까 lice였던가?...”

 

“...”

‘새끼...마음이 없긴 뭐가 없어 저러면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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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르르르르릉!! 부글부글부글...

“하윽!! ...아으으...!!”

 

하느님, 부처님...

제발, 정말로 계신다면...

저 좀... 저 좀 살려주세요...

너무...너무 힘들어요...

 

쉬는 시간까지는 참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너무...

너무 아프잖아...

 

아까 요구르트를 먹었다지만...

설마 이렇게... 반응이 빨리 온다니...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왜... 왜 배가 이렇게까지...!

 

“빨리...아무도 없는 옥상...에...!”

꾸구구구구국!!

“으흐익...!! 후아...! 후아...!”

꽈르르르륵!! 부글부글부글부글...!

“...끄허억...!! 허억... 허억...”

 

절대 불가능했다.

이건, 참을 수 있고 말고의 문제도 아니라,

이 고통을 안고 어딘가 더 멀리 걸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향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교실 옆 화장실도,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도 먼 길이었다.

 

손으로 피가 날 정도로 꽉 쥔 내 배는

표면적으로도 울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고,

아까 전에 실컷 유린당한 엉덩이도

지금, 통제를 잃고 미친듯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대한 숙변으로 꽉 막힌 직장 끝 항문은,

폭발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뱃속 밸브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었다.

 

“아으으...쌀래...나...쌀래애......싸고...싶어허어어......”

 

어느새 볼에 땀과 같이 눈물이 흐른다.

필시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무서웠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아까, 그렇게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던 변비똥은,

단 한 덩어리도 나오지 않고 버텼던 걸로도 모자라,

그나마 나에게 안식을 주던 가스의 배출마저도 틀어막았다.

이런 마당에, 나는 이런 무시무시한 변비를, 이런 몸으로,

화장실에 철면피를 깔고 간다 한들 대체 어떻게 무찌를 거란 말인가...?

 

이제, 너무 힘들어.

그만할래 나...

그런데...

어떻게... 그만해...?

 

꾸뤠뤠뤠뤠뤠!! 꾸륵꾸륵꾸르르릉...!!

“아흐으윽...아아윽...!”

꽈르르르릉!! 꽈르르르르르륵!!!

 

...살려줘...

아무라도...누구라도...

제발... 제발...!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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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 으, 은하야!!”

 

은하는 다행히도 얼마 가지는 못해서, 쉽게 쫓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은하를 쫓아 모서리를 돌아보니,

그 사이에 은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것이었다...!

 

“은하야! 소은하! 정신 좀 차려봐! 내 말 들려?”

“...하아...하아...아으...”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듯 하다.

은하의 상태를 대충 보니,

얼굴은 아까의 상기된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심할 정도로 핏기가 빠진 채 창백하게 떠있고,

얕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될 때까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대로 앞에 화장실에 데려다 줘야 하는 건가?

그거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나?

 

“아...아흐아으윽...”

“뭐...뭐라고?”

“...아...파아...아파...”

 

침착하게 생각하자 대우주.

은하가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화장실에 가지 못했던 걸까.

단순히 변비라서...?

아니지, 너무 심했다면 진작에 보건실을 갔겠지...

 

아니면, 보건실이 답이 될 수 없었던 이유...

학교 화장실을 못 갔던 이유...

...

학교 화장실에 가지 않을 이유...?

 

언제나 혼자 다니는 은하...

밥 먹는 모습 말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화장실을 가는 걸 숨긴다...

숨긴다...?

 

거기까지 생각의 연쇄가 이어지자,

내 머릿속에 그럴싸한 논리적 연계가 형성되었다.

설마, 설마 싶었지만,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대체 이걸 어떻게...!’

 

꽈르르르르르륵...!!

“아...아으윽! 흐아! 하아! 하으윽...!”

“이...이게 무슨...? 은하야!”

 

마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은하는 복통으로 사경을 헤메는 것 같았다.

 

“배...배가...뭐 이렇게 부푼거야...?”

 

‘이...이것도 변비라 그런건가?’

원래 변비가 이렇게 무서운 거였나?

어쨌든 뭐라도 해야만 했다.

뭔가 행동을, 그것도 빠르게 취해야 했다.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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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워...

아파...괴로워...

답답해...

...추워...

...바람? 바람에 내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어...?

떨어진다...?!

 

터어엉!!

“허억...허억...두 계단만 더...!”

 

‘우주...?‘

아주 가까이서, 우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으랏챠!!”

 

또...또!!

으...으아아!!‘

 

터어엉!!

 

계속되는 오싹한 떨어지는 감각에,

나는 필사적으로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눈 앞으로, 학교 계단이 슉슉 지나간다...

지금...내가 내려가고 있는건가...?

 

아니...아니야.

그러고 보니, 내 몸 앞으로 느껴지는 포근함. 이거...

 

’나, 나 지금...우주한테 업혀있는 거야...?!‘

대체 왜? 어쩌다가?

기억을 되짚어보지만, 어느 시점부터 기억이 흐릿해진다.

분명...난 영어 시간에 교실을 나와서...화장실에 가다가,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배가 아파오더니...

그 뒤로...

 

“이엿챠!!”

터어엉!!

 

’히...히익!!’

또 한번의 예상치 못한 강하를 겪은 뒤,

얼마 가지 않아 갑작스레 비친 따스함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햇빛이었다.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허억...허억...조금만...조금만 버텨 은하야!!”

 

‘대체...무슨 상황이야 이게... 날...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라고 말한 줄 알았으나, 입 밖으로 목소리가 도통 나지를 않았다.

정신이 몽롱해서, 정작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했다.

내 말을 듣지 못한 우주는...아니 들을 것도 없긴 했다만...

잠시라도 쉬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그런데... 이렇게 계속 몸이 흔들리면...‘

꾸르릉...꾸르르륵...!!

“...아아...!”

 

아무리 애를 써봐도 나오지 않던 목소리,

그런 와중에 나온 내 목소리는,

고통이라는 원초적인 감각에 지배당한 탄식이었다.

 

격하게 달리는 우주에 업혀있던 나는 몸이 계속 흔들리는 와중에,

그것도 모자라 우주의 딱딱한 척추에 내 배를 압박당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점심 이후부턴 대장이 숙변에 완전히 막혀서

변의에게 습격당할 때마다 생긴 방귀도 한번도 못 뀌었는데...

그 덕분에 끝도 없이 마냥 부풀고만 있던 배에겐 너무 가혹한 자극이었다.

 

“아...아윽...!”

나 죽어... 나 죽어... 정말로 죽어...!

 

푸쉿-

’?!‘

 

...방귀...? 나온 거야...?

채워지고 쌓이다가, 더 이상 고이 담아두지 못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던 뱃속에서,

뭔가가 빠져나온 것이 느껴졌다.

 

푸슛, 픽, 푸슈슛-

“...아윽, 아아으...”

 

달리면서 배가 눌릴 때마다 가해지는 극한의 복압은,

그 8일치의 마개 숙변의 견고한 봉쇄마저 물리력으로 뚫어버리고 있었다.

터지기 직전의 빵빵한 배가 눌리는 압박은 너무나도 아팠지만,

그 고통이 지나갈 때마다, 나를 괴롭혀온 노폐물이 배를 빠져나가는 감각은,

...솔직히... 너무나도 반갑고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다.

 

뿌슷, 푸륵, 뿌르륵-

“...아응...하읏...끄흐읏...”

 

그렇게 비정상적인 쾌감의 전기충격과 같은 자극과

그 순간에도 휘날리던 바람은 점차 내 몽롱한 뇌를 깨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슬슬 정신이 돌아오고,

인지능력이 덩달아 되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잠깐, 나 그러고 보니...!!’

 

‘어떡해...나 미쳤나 봐...’

‘누구한테 업힌 채로... 방귀를...’

 

못...못 들었겠지? 막 달리고 있으니까?

냄새와 소리는 달리면서 씻겨나갔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내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한다는 걸

그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었기에 지금까지 그런 고생을 한건데...

 

잠깐, 그러고 보니...

우주가 나를 받치고 있는 부위가...

이거 감촉이...설마...설마...

...히이익?!

 

”꺄아아아아악!!“

”으악 씨바!! 뭐, 뭐야!!“

”...너...너...!!“

”...은하야! 일어났구나!! 배는...허억...좀 괜찮아?“

”...너...지금...어디를 만지는 거야!!“

”뭐? 어디를 만지고 있냐니...어...어?!“

 

지금까지, 우주가 하필, 하필이면...

하필이면 내 엉덩이를 받치고 날 업고 있었다는 건...!

난...난 지금껏...

 

”아...아냐 이거!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

”아...아아...흑...흐윽...흐으...“

”아, 아니! 이건 너가 정신은 잃었는데...손은 배를 잡고 놓지를 않길래...“

”우으...으으...“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이렇게 안하면 뒤로 계속 넘어갈 것 같길래...!“

 

또 눈물이 나온다. 이번엔 수치심의 눈물이다.

쪽팔려 죽을 것 같다...

아니,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

하필, 하필이면 우주 앞에서 이런 꼴을...

 

”그...그럼 이제라도 다리로 들게, 팔 올려!“

”아...아으윽!!“

”뭐...뭐야? 왜 그래? 괜찮아?“

 

자세를 바꾸려니까, 의외의 복병이 나를 덮쳤다.

다리로 지탱해서 업히려니까, 내 자세는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아래로 빠지는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항문으로 힘이 쏠려서...

 

”나...나으윽! 나온...!“

”...어...어어?“

”다...다시이잇...원래대로...으으윽! 원래대로...!!“

”아...알겠어!“

 

분명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올 리가 없는 사이즈였다.

그 사실은 아까 통렬하게 느껴서 알고 있는데,

8일간 쌓인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뱃속의 똥...

뭔가, 물기가 있어...

윤활류가 칠해진 것처럼...아까처럼 고정되어 있지가 않아...!

 

그 생각이 머리를 관통함에 따라,

단순히 악으로 버티고만 있던 복통이,

다시금 바지에 실례를 할지도 모르는 공포로 바뀌었다.

다시...이 괴물같은 변의가 다가온다...!

더 이상,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야...!!

 

꽈르르르릉!!

뿌르르륵!! 푸스스슥!!

”하...하으윽!! 아으흐윽...!!“

”은하야! 정신차려! 은하야!“

”빠...빨리...화장실...화장실 아무곳이나...제발...!!“

 

”다... 다 왔다...저기야! 우리 집!“

”하으으...ㅁ, 뭐? 어디...?!

 

난 그 긴급한 순간에서도,

절대 내가 듣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한 말에

내 두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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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최종 하이라이트 직전까지 왔다

3편이면 되겠지...싶었던 소설이

소재에 소재를 더해가니까

결국 예상했던 분량의 두배를 훌쩍 넘어가버림


하지만 그 소재들을 꼭 글로 한번 옮겨보고 싶단 생각에

하루에 두편 존나 빠르게 조짐

최종편도 지금 아주 빠르게 써내려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