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변비 해소 에로 트랩 던전] 언짢은 사신/사신이라며 두려움 받는 소녀가 슬라임에게 변비 배 마사지 & 관장되는 이야기

작가: 灰屋ちゃん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eries/8983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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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장 언짢은 사신



 메마른 풀밭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외길. 그 위를 마차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대지 위에 햇빛을 가리는 나무는 없다. 초여름 햇살에 마차 안은 몹시 더웠다.

 더위에 진저리가 난 승객들은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다. 그러다가 이따금씩 맨 뒤에 진을 치고 있는 한 이색적인 손님 쪽으로, 의아한 시선을 흘깃 돌렸다가 다시 발밑으로 시선을 옮긴다.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한 명의 주근깨 소녀.

 소녀는 이 더위에도 새카만 로브에 몸을 감싸고 머리까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다. 작은 체구에는 무거워 보이는 배낭이 매어져 있다. 그리고 그 후드 위에는 작고 새하얀 도마뱀붙이가 매달려 있다.

 소지품도 특이했다. 소녀의 발밑에는 그녀의 팔뚝만한 길이의 날이 달린 커다란 낫이 놓여 있다. 그 큰 낫은 어쩐지 기분 나쁜 물건이었다.

 칼날은 피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장식도 매우 특이했다. 칼날에는 웃고 있는 해골이 새겨져 있고, 자루에는 검은 손발이 휘감겨 있어, 오싹하게도 장식이 되어 있다.

 주근깨 소녀는 언짢은 듯 무릎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며, 사나운 눈초리를 밖으로 향해 마차 밖을 내다보고 있다.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부스스한 붉은 머리와 몸이 흔들렸다.


 마차의 고삐를 당기는 노인 마부는 말들보다 이 수상한 소녀에게 더 의식이 향해 있었다. 마부는 이 길만 수십 년인 베테랑이다. 이 길은 모험가들도 자주 사용한다. 당연히 아는 사람도 많고 그들이 어떤 성질인지도 몸소 알고 있다.

 모험가는 괴짜가 많다. 목숨을 걸고 위험한 숲이나 던전을 파고들어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보통 사람이 생각할 만한 직업이 아니다.

 그러나, 마부는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괴짜가 많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색다른 사람도 드물다. 애당초 직업이 짐작 가지 않는다. 큰 낫을 들고 다니는 걸 보면 언뜻 낫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그러나, 로브 자락 사이로 보이는 종아리에서는 단련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소녀의 작은 키로 저 큰 낫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 소녀가 말을 걸었다.


 "내릴게."

 "네?"

 "여기서 내린다구."


 마부는 놀랐다. 이곳은 풀밭 한가운데다. 아무리 모험가라도 소녀가 혼자 내릴 만한 곳은 아니다.


 "네? 손님 여기서 내리시게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데?"

 "알고 있어."


 마부는 소녀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몸이라도 안 좋은 건가요?"


 라고 물어봐도,


 "괜찮아. 내릴게. 중간에 내린다고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위험하다며 타일러 보았지만, "괜찮아.", "내릴게."라는 말만 반복할 뿐, 굽힐 기색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삐를 세게 잡아당겨 마차를 세운다.

 그러자 소녀는 바닥에 놓여 있던 커다란 낫을 들어 마차에서 땅으로 떨어뜨렸다. 큰 소리와 동시에 모래 먼지가 흩날린다. 그녀는 그걸 딱히 의식하지도 않고, 조용히 마차에서 내려왔다.


 "고마워."


 라며 쌀쌀맞게 감사를 말하곤, 거대한 낫을 질질 끌며 그녀는 키가 큰 수풀의 그림자로 들어간다.

 마부가 말에게 출발을 명령하고 뒤를 문득 돌아봤을 때에는,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소녀는 무엇이었을까. 저 모습,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마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승객 중 한 명이 동료에게 말을 꺼냈다.


 "저기, 아까 그 눈매가 사나운 녀석, 『사신』 아니었어?"

 "『사신』? 뭐야 그게."

 "뭐야, 너 몰랐어? 천재 마법사라고, 있잖아. 이름은 그 뭐였더라."


 승객은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혹시 알아?"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툭하고 손을 두드렸다.

 몸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낫. 언제나 띠고 있는 기분 나쁜 표정.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언짢은 사신, 유니그에인가."



제 2장 놓치고 싶지 않은 변의



 "유니그에님, 왜 여기서 내리신 건가요?"


 소녀가 거대한 낫을 질질 끌고 있는데, 머리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유니그에라고 불린 소녀는 후드 위의 목소리의 주인에, 트레이드마크인 언짢은 표정으로 귀찮은 듯 대답한다.


 "어쩌다 보니."


 도마뱀붙이는 후드에서 어깨로 뛰어내려 유니그에의 얼굴을 옆에서 들여다보았다.


 "어쩌다 보니, 이런 풀밭 한가운데에서 내리셨다고요? 도마뱀붙이는 잘 모르겠어요."


 유니그에는 도마뱀붙이로부터 눈을 돌렸다.


 "……화장실."

 "화장실인가요? 그거라면, 후딱 끝내고 돌아오면 마차에 늦지 않았을 것 같은데……."


 유니그에는 도마뱀붙이가 말을 끝내는 걸 듣지 않은 채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그 위에 도마뱀붙이를 올려 놓았다. 낫을 배낭에 기대어 세웠다.


 "됐어. 짐이나 보고 있어."


 키가 큰 수풀 사이의 그림자로 들어간다.


 '야모리는 상냥하지만, 섬세하질 못하단 말이야…….'


 마음속으로 자신의 심부름꾼을 향해 한숨을 내쉰다.


 '부끄러우니까, 그다지 묻지 않아줬으면 좋겠는데…….'


 길을 충분히 벗어나 자신의 모습이 수풀 그늘에 완전히 가려지는 것을 확인한 뒤, 로브를 걷어 올리고 드로어즈를 스르륵 벗었다.

 엉덩이가 전부 드러났다. 커다랗고 흰 엉덩이엔 좁쌀같은 빨간 여드름이 나 있었다.


 소녀는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으응."


 목소리가 소녀로부터 새어나왔다.


 뿌슷.


 작게 가스가 빠지는 소리가 울렸다.

 소녀는 허리를 조금만 띄우고, 다시 쪼그리고 앉아, 한번 더 작은 폐에 공기를 채우고 배에 힘을 주었다.


 "응극…!"


 부우우우웃! 북.


 뜻밖에 큰 소리가 풀밭에 울려 퍼져, 유니그에는 얼굴을 약간 붉혔다.

 로브 위로 배를 문지른다.

 모래 냄새에 섞인 독특한 냄새가 올라오자, 유니그에는 얼굴을 찡그렸다.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으응!"


 부우우욱! 푸슛, 푸슷.


 공기가 엉덩이를 떨게 하며 빠져나간다.


 햇볕에 그을린 땅의 열기가 훤히 드러난 엉덩이로 올라온다.


 "더워……."


 얼굴을 찡그리며 작게 중얼거린다.

 실컷 힘을 쓴 바람에 더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로브 위에서 불룩한 배를 매만진다.


 "방귀밖에 안 나와……진짜 똥일 줄 알았는데……."


 자신의 몸에 불평을 쏟아내며, 배 안쪽에 쌓인 변과 가스를 피부 위로 원을 그리며 쓰다듬었다.


 유니그에가 풀밭 한복판에 마차에서 내린 이유, 그것은 그녀의 아랫배에 묵직하게 쌓인 변 때문이었다.

 유니그에는 철이 들었을 때부터 변비가 잦은 체질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직업은 모험가. 안정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의뢰에 따라 일어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제각각. 의뢰를 받지 못해 돈이 없을 때는 야채 따위는 살 여유가 없어 불균형한 식생활이 되기 쉽다. 게다가, 던전에선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도 안전한 장소까지 참아야 한다.

 이러한 일이 겹쳐, 유니그에는 일주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이번 변비는 특히 심해서, 벌써 2주째 나오지 않았다.

 코끝에 붉은 여드름도 생겼고, 피부가 갈라지는 것도 심하다. 얼굴도 화끈거리고 나른함도 있었다. 소녀는 한시라도 속이 편해지고 싶었다.


 그런 그녀가 사흘 만에 변의를 느낀 것이 풀밭을 달리는 마차 위였다.

 유니그에는 망설였다.

 마차에 화장실은 없다. 화장실에 가려면 마을까지 참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모처럼의 배변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음엔 언제 내보낼 수 있을지 몰랐다.

 마차를 잠시 세우고 기다려달라고 할까, 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승객도 있는데 화장실 때문에 마차를 세우다니 부끄럽다. 게다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고 의식해 버리면, 초조해져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시시각각 시간은 지나간다.

 이러다가도 또 변의가 없어져 무거운 배를 안은 채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초조해진 유니그에는 풀밭 한가운데서 마차를 내리게 된 것이었다.


 숨을 들이마시려다 벌어진 입에, 바람에 휘감긴 모래 먼지가 들어가 모래맛이 났다.

 혀를 내밀어 퉷 하고 내뱉는다.


 '……무조건 쌀 거야.'


 그렇게 결심하고 천천히 부츠를 풀밭 위에서 미끄러뜨려, 힘을 주기 쉬운 자세를 찾는다. 소녀는 배에 고인 변을 보기 쉬운 자세가 되기 위해 몇 번이나 무거운 엉덩이를 흔들었다.

 이윽고, 소녀는 자세를 정했고,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흐응……!"


 힘 주는 소리.


 부우읏, 붓. 부븟.


 메마른 방귀 소리가 울린다. 짙은 가스가 뜨거운 모래에 뿜어져 나온다. 


 "으으으으응!"


 부웃!


 그녀의 분투도 공허하게, 엉덩이 구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엉덩이가 입을 벌리고, 장내에 고여 있던 이상한 냄새를 열기와 함께 내뿜을 뿐이다.


 양손을 배에 파고들어, 등을 구부린다. 얼굴을 지면으로 향한다.


 "후응, 응극!"


 목소리를 높인다.


 부우우우욱! 뿍!


 커다란 방귀 소리가 울린다.


 "으그으으으윽……!"


 유니그에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힘을 준다.


 '무조건 싸는 거야!'


 방귀 소리가 들리는 부끄러움보다, 이제는 변의가 있을 때 내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으응극……!"


 힘을 준다. 흔들리는 허벅지에, 묵직한 아랫배에, 깊숙히 박힌 팔에 힘을 준다.

 오로지 변을 보고 싶어서 소녀는 힘을 준다. 어깨를 들썩인다.


 숨이 차서 고개를 든다. 연신 부츠를 미끄러뜨린다.


 "하앗, 하앗, 안 나와아……."


 뱃속에 덩어리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랫배가 무거워. 열심히 해도 안 나와서 기분 나빠.


 모처럼 변의가 있음에도 나오지 않는다.


 싸지 않은 마차값을 날리면서까지 중간에 내렸는데도 나오지 않는다.


 아직도 뱃속에 답답한 덩어리가 붙어 있다. 머리가 무겁다. 배로 인한 둔탁한 통증이 뒤통수에 일었다.


 '우으, 배가 괴로워…….'


 문득 발밑으로 시선이 향했다. 모래에 땀이 흘러 색이 변하고 있다. 땀에 젖은 머리가 끈적끈적 달라붙어 기분 나쁘다.


 '이제 그만, 나와…….'


 다시 한번 힘을 주려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을 때였다.


 "유니그에 님! 도적이에요!"


 도마뱀붙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제 3장 사신의 실력



 모험가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떤 때에도 임전태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풀밭에서 변을 보러 가려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유니그에는 배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을 바꾼다. 드로어즈를 올리며 로브를 내리고 재빨리 일어선 뒤 도마뱀붙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나갔다.


 짐 옆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 덩치 큰 사내와 마른 사내였다. 그 2인조 도적은 유니그에의 배낭에 붙어 있는 도마뱀붙이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에잇, 이 녀석 날 할퀴었어."


 도마뱀도 얌전히 짐을 가져가게 놔둘 생각은 없고, 배낭 위에서 짐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한껏 응전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저항의 보람도 없이, 짐째 굴러 떨어진 도마뱀붙이는 가볍게 집어진 뒤 모래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헤헷!"

 "아까는 잘도 할퀴었겠다! 납작하게 만들어 주지!"


 덩치 큰 사내는, 옆에 두고 있던 곤봉을 잡아서 휘두르려 했다.


 "허억, 허억, 기다려!"


 위험한 순간 덩치 큰 사내와 도마뱀 사이에 유니그에가 끼어들었다. 두 팔을 벌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덩치 큰 사내를 노려본다.


 "유니그에 님!"


 도마뱀붙이가 반가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헉, 헉, 야모리, 괜찮아?"

 "유니그에 님, 그것보다 짐이…."

 "괜찮아. 나한테 맡겨."


 2인조 도적을 바라보며, 덩치 큰 사내에게 삿대질한다.


 "사신의 사역마에게 손을 대다니, 어쩔 수 없는 우매한 자로군요. 『사신 유니그에』가 벌을 내리겠습니다."


 순간, 풀밭은 조용해졌다.


 "푸핫, 으하하하하하!"


 다음 순간, 덩치 큰 사내가 손뼉을 치며 웃기 시작했다.


 "누가 사신이라고? 뛰기만 해도 헉헉대고 있는, 이 아가씨가? 이거 걸작이군! 흐하하하하하하하!"


 유니그에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반박한다.


 "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 『언짢은 사신』의 실력을 깔보다가는 아픈 꼴을 당할 거야."


 그렇게 유니그에는 과시하며, 덩치 큰 사내를 노려본 채 짐 옆에 놓여 있던 낫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어? 없어."


 낫이 없다. 유니그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째서?"


 "형님, 제가 무기를 뺏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짐 옆에 놓여 있던 큰 낫이 마른 사내에게 안겨 있다.


 "동생, 잘 했어!"


 "헤헤헤, 사신이라느니 떠들어 대니까 웃음 참느라 혼났다고요."


 형님이라 불린 덩치 큰 남자는 무장해제된 유니그에를 내려다본다.


 "아아, 무기를 빼앗겨 버리다니. 어리숙한 사신님이로군."


 오른손에 쥔 몽둥이로 왼손을 두드리며, 실실 웃는 표정으로 유니그에를 바보 취급한다.


 "형님, 이거 보세요, 이거! 이 낫, 검붉은 색에다가, 해골까지 붙어 있어요. 완전 악취민데요! 그죠?"


 형님을 향해 동생이 낫을 보인다.


 "우왓, 이건 심하군. 이런 쪽팔리는 낫, 본 적도 없어."

 "그렇죠? 정말 악취미네."


 소녀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악취미 아니야! 그 낫은 멋있어."

 "풋! 후하하하하! 멋있다고? 아, 웃겨 죽겠네! 너, 센스가 정말 대단한데? 뭐, 사역마를 하얀 도마뱀붙이로 고른 시점에서 네 센스 따윈 금방 알 수 있지만 말이야."


 유니그에의 발밑에 있던 도마뱀붙이가 흠칫 몸을 굳혔다.


 형님은 기분 좋은 듯이 계속 지껄인다.


 "알겠냐? 사역마가 눈에 띄어서 어쩌자는 거야? 그런 튀는 색의 도마뱀붙이로 뭘 하고 싶은 건데? 게다가, 그 녀석은 네 짐 하나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잖아? 어차피 남들과 다른 사역마가 갖고 싶어서 하얀 도마뱀붙이 따윌 골랐겠지만, 안목이 형편 없다고. 넌 말야, 사역마 노릇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쓰레기를 고른……."

 "내 사역마를 바보 취급하지 마!"


 소녀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 붉은 눈은 형님이라고 불린 사내를 노려보고 있다.


 "너희들 같은 비겁한 놈들에게 바보 취급 받고 싶지 않아."


 형님은 표정을 바꿨다. 눈이 번쩍 빛났다.


 "아? 뭐라고? 비겁한 놈들이라고?"


 유니그에는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도마뱀은 불안한 듯 유니그에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래. 남이 열심히 얻은 것을 낚아채 가기나 하는 비겁한 놈. 남의 사역마에 대해, 뭐라도 아는 척 하면서 떠들어대고."


 형님은 동생 쪽을 향했다.


 "야, 동생. 난 이런 놈이 싫단 말이야. 죽이자."


 형님의 이마에는 혈관이 도드라져 있다.

 형님의 비위를 맞추듯 동생은 말을 맞춘다.


 "형님, 저 녀석 어떤 험한 꼴을 보여주면서 죽여버릴까요?"

 "해 봐. 남의 사역마를 바보 취급하다니. 패배감을 뼛속까지 맛보게 해줄게."


 "아? 얕보지 말라고!"


 형님이 곤봉을, 동생에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을 때였다.


 그녀의 입이 작게 움직였다.


 "사신의 사슬."


 유니그에의 손가락 끝에서 청보라빛 광선이 뿜어져 나온다. 무심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광선은 형님의 양팔에 직격했다.

 벼락을 맞은 듯한 저림이 일었다.


 형님은 자신도 모르게 팔을 누르며 유니그에로부터 거리를 뒀다.

 불에 타버린 팔을 상상하며 주춤주춤 쳐다봤지만, 상처 없이 그대로다.


 '어떻게 된 거지?'


 그 대신, 청보라빛 쇠사슬 같은 멍이 광선의 직격탄을 맞은 팔에서 촉수처럼 서서히 퍼져 나가고, 그와 함께 저린 듯한 감각도 퍼져 나간다.


 '이 멍, 약화 마법의 문장이다! 젠장! 팔이 저려서 움직일 수가 없어. 마비 마법의 일종인가? 어쩌지? 이대로는 몸 전체가 안 움직이게 돼!'


 형님은 유니그에를 응시한다.


 자신의 팔과 유니그에 사이에는 희미한 청보라색 실 같은 것이 보였다. 마력의 실이었다.


 '마력의 실이 연결되어 있군. 아직도 마력을 계속 쓰고 있는 거야. 놈은 내가 아파서 정신을 잃은 줄 알았겠지만, 난 아직 의식이 있다. 나를 향해 마력을 쓰는 것을 그만두면 내가 마비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에, 마력을 쓰는 것을 멈출 수도 없는 거야. 마법사란 하나의 마법을 사용하는 도중엔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법. 지금, 놈은 무방비다.'


 자신의 뒤쪽에 있어야 할 동생에게 소리친다.


 "동생! 끝내 버려! 지금 저놈은 마법을 쓸 수 없어!"


 대답이 없다. 자신의 목소리가 저리기 시작한 가슴에 와닿는다.


 "어이, 뭐하는 거야! 겁내지 말고 빨리 해!"


 동생을 돌아본다.


 '하아?'


 형님은 눈을 부릅떴다.


 거기 서 있어야 할 동생은 검을 떨어뜨린 채, 모래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얼굴에는 연두색의 멍 같은 것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수면마법이 걸려 있는 것이다.


 "마법, 따로 사용할 수 있어."


 소녀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린다.

 돌아보니 소녀는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형님에게 걸린 마비 문장은 목 언저리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어째서지? 지금 너의 마력은 나를 마비시키는 데 쓰고 있을 텐데! 어째서 동생이 잠든 거지?"


 침을 튀기며 고함을 지르는 형님에게, 유니그에는 귀찮다는 듯이 설명한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중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부 마법사는 평범하게 마력을 분산해서 행사할 수도 있어. 내가 할 수 있을 뿐이야."

 "그래도, 주문은 한 번밖에 외우지 않았을 텐데? 분명히 나를 향해서 주문을 외웠잖아!"


 유니그에는 나른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형님 앞을 지나간다.


 "주문 영창을 생략했을 뿐."

 "그렇다 해도! 동생을 향해 마법을 썼다면, 내가 눈치챘을 거다."

 "마법의 기점을 낫으로 삼았을 뿐. 딱히 기점 따위는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 꼭 사용자를 기점으로 삼아야 하는 건 아니야. 이제 됐어? 슬슬 하고 싶은 게 있거든."


 유니그에는 어느새 동생 가까이까지 도달해 있었다.


 "야, 너!"

 "뭐야? 끈질기게."


 유니그에는 싫은 듯이 돌아본다.


 "왜, 난 정신을 잃지 않은 거지? 그 정도 실력이라면 나를 기절시키는 것 따윈 쉬울 텐데. 어째서냐!"


 유니그에는 의외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깨닫다니, 오빠, 의외로 영리하네. 답은 간단해. 일부러 기절시키지 않은 거야. 무서운 걸 보면서, 야모리를 바보 취급한 걸 반성하도록 해."


 "악몽의 꼭두각시."


 잠들었던 동생이 벌떡 일어났다. 비틀비틀 형 쪽으로 다가온다. 눈은 떠 있지 않고 목은 흔들리는 채다. 아무래도 꿈속에 있는 채로 유니그에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다.


 "어이, 너, 무얼 할 생각이야?"


 동생 뒤에서 걸어오는 유니그에에게 형은 묻는다.


 "야모리에게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 안 나? 저 곤봉으로 납작하게 만들려고 했잖아. 야모리를 바보 취급 했잖아."

 "젠장."


 불리함을 깨달은 형님이 도망치려고 뛰기 시작했다. 유니그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먹을 꽉 쥐자, 마비가 형님의 온몸에 번졌다.

 형님은 서 있지도 못하고 땅에 얼굴부터 쓰러져 버린다.


 "아파, 젠장, 빌어먹을!"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발버둥치자, 눈앞의 땅을 본 기억이 있는 구두가 짓밟았다.

 무심코 올려다본 형님의 얼굴에, 동생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역광으로 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머리 위로 곤봉이 서서히 들어 올려지고 있는 것만은 알았다.


 "그만! 그만해그만해그만해. 머리가 깨진다고! 그만둬어어어!!!"


 소녀의 언짢은 표정은 여전하다. 동생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납작."


 곤봉이 내리쳤다. 형님의 의식은 암전했다.





 소녀는 나른한 듯 낫을 끌고 걷고 있다.

 

 "……하아……."


 마음속 깊은 한숨과 함께, 시선은 로브 아래의 부푼 아랫배를 향한다.


 '으으……싸움 때문에, 모처럼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사라졌어……. 아까 그 도적들 때문이야……."


 그녀의 뒤에는 도적들이 땅에 엎드려 있었다. 형은 눈을 부릅뜨고 기절해 있고, 동생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역시 유니그에 님, 사신이라는 이명은 겉멋이 아니네요."


 후드 위의 도마뱀붙이가 칭찬한다.


 언짢은 사신, 유니그에.

 늘 언짢은 얼굴로 낫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붙은 소녀의 이명이다.


 유니그에는 열다섯 살에 약화 마법의 달인이었다.


 적에게 마법을 걸어, 마비, 수면, 기타 여러 상태 이상에 빠지게 하는 약화 마법. 마법을 발동한 후에도 마력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경시되기 쉬운 마법이었다.

 하지만 유니그에의 약화 마법은 남들과는 달랐다.

 동시에 여러 종류의 마법을 각기 다른 대상에 시전할 수 있어, 영창을 생략하더라도 충분히 통용되는 효과를 갖는다.

 게다가 마법의 기점은 유니그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라면 어디든 가능했다. 1km 떨어진 상대방의 눈앞을 기점으로 마법을 발동시킬 수도 있다.

 수십명의 집단이 상대라 하더라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집단 전원의 코끝을 기점으로 마비 마법을 발동하여, 단번에 무력화해 버리는 것마저도 가능한 것이다.


 유니그에는 이른바 천재였다.

 유니그에는 세 살에 초등교육 주문서를 손에 넣어, 그 주문서의 마법을 모두 할머니 앞에서 시전해 보였다.

 그 재능을 노리고 여러 마법학교의 권유가 있었지만, 유니그에가 선택한 것은 약화 마법을 다루는 비인기 마법학교였다.


 약화 마법보다 더 도움이 되는 마법을 연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주변 마법 교수들에게 잔뜩 만류되었지만, 유니그에는 자신의 적성을 알고 있었다.


 유니그에는 천재 대접을 받고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유니그에는 다른 또래 여자아이들이 아기자기한 옷을 입고 거리를 걷는 시간을 마도서와 눈싸움하며 보냈다. 세련된 마법 사진을 찍는 시간을 이론 구축에 할애해 왔다.

 그리고, 유례 없는 재능은 개화했다. 다른 마법사와 구별되는 유니그에의 여러 약화 마법은, 약화 마법의 입장 자체 향상에도 기여해 왔다.


 마법학교를 떠나겠다고 그녀가 말을 꺼냈을 때, 학교에 남아 함께 연구하지 않겠느냐고 역시 만류되었지만, 그녀는 견문을 넓히고 싶다며 모험가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녀의 실력은 모험가가 되어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전투에서는 거의 지지 않는다. 패배자는 무엇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그 중에는 그동안 경시해 온 약화 마법에 된통 당한 탓에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무기를 뺏기고도 두 사람을 이기다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도마뱀붙이가 머리 위에서 물었다.

 유니그에는 귀찮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여느 때처럼. 약화 마법을 걸었을 뿐이야. 동생 쪽을 재우고 꼭두각시로 만들어, 다른 사람 앞에서 곤봉을 내려치는 시늉을 시켰어."

 "하지만 도둑에게 낫을 뺏겼잖아요. 낫이 없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요?"

 "음, 이거, 없어도 마법을 쓸 순 있어."

 "네? 그런가요? 그럼 이 낫은 왜 있는 건가요? 유니그에 님은 항상 마법을 쓸 때, 이걸 들고 있잖아요."

 "이 사신의 낫은, 멋있으니까, 들고 다니는 거야."

 "멋있다……. 역시 유니그에 님은 대단해요!"


 유니그에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전투 스타일에도, 도마뱀붙이는 감동한 듯했다.


 "어쨌든, 야모리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저 녀석들 야모리한테 나쁜 말했지만, 야모리는 소중한 사역마야. 신경 쓰지 마."


 유니그에의 말에, 도마뱀붙이가 후드 위에서 몸을 흔든다.


 "유니그에 님! 야모리의 걱정을 해주셔서 기뻐요! 야모리를 위해서 화내 주시다니, 야모리는 기뻐요!"


 울렁울렁, 머리가 흔들린다.


 갑자기 흔들리면서 문득 두통이 관자놀이 쪽으로 번졌다. 그리고는 머리 뒤쪽이 쾅쾅 맥박이 뛰는 듯 뜨겁게 느껴졌다.


 "우윽……."


 무심코 땅바닥에 앉아, 머리를 싸맨다.


 "유니그에 님?"

 "미안, 조금 어지러워서……."

 "우왓, 들떠서 미안해요!"


 도마뱀붙이는 머리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햇빛 때문인가봐. 그늘, 없으려나?"

 "찾아볼게요!"


 도마뱀붙이는 허둥지둥 풀밭을 달리기 시작했다.


 '머리도 아프고, 약간 구역질도 나. 혹시 또 그 두통……?'


 유니그에는 작게 머리를 흔든다.


 '아냐, 분명 더워서 더위 먹은 것 뿐일 거야…….'


 그렇게 혼잣말로 불안한 예감을 떨쳐낸다.


 배가 무겁다. 속이 메스껍다.


 '아……구역질이 심해졌어. 기분 나빠…….'


 하늘을 힐끗 훔쳐본다. 하늘의 푸르름도 이런 상태라면 그저 혐오감밖에 들지 않는다. 눈가를 두 손으로 누른다.


 '중간에 내려가면서까지 열심히 노력했는데, 나오지도 않고 방해나 받고, 머리까지 아프고 진짜 짜증 나…….'


 잠시 후, 도마뱀붙이가 돌아왔다.


 "유니그에 님! 저쪽에 그늘이 있었어요!"

 "정말?"


 유니구에는 천천히 일어나 어질어질한 몸을 끌기 시작했다.





 "자, 여기에요."


 유니그에의 키만한 풀을 헤치고 나아간 끝에서, 도마뱀붙이가 머리로 가리킨 것은 큰 구멍이었다.

 풀밭 한가운데 뻥 뚫린 5m 사방의 정사각형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구멍 가장자리로부터 계단 같은 것이 구멍 바닥까지 이어져 있다.


 "야모리, 고마워."


 유니그에는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구멍 바닥에 닿자 유니그에는 벽에 기대었다. 그늘이 져 있어서 그런지 시원하다. 등 뒤에서 물주머니를 꺼냈다. 마물 껍질을 사용한 가죽주머니에 입구를 붙여 물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마시는 입구를 입에 머금고 목구멍으로 흘려 넣는다.


 "푸하……."

 "유니그에 님, 부채질 해드릴게요!"


 그러자 도마뱀붙이는 유니그에 근처에서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작은 꼬리를 붕붕거리지만 산들바람도 불지 않는다.


 '야모리, 바람, 전혀 안 부는데.'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졸, 려…….'


 갑자기 강한 졸음이 몰려와, 유니그에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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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존경하면서 아주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작!

 방대한 분량이지만 조금씩 해 보려고 해


 여담이지만 똥이 나오지 않아!(변비 소설 앤솔로지) 맨 첫 작품 핫산도

 느리지만 진행 중에 있어

 변비 소설에 목마른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