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히비스커스)


로도스 아일랜드 인원들은 이틀 후에 카시미어를 떠나기로 되어있었다. 카시미어에 온 뒤로 대부분의 나날은 과로의 연속이었지만, 목표가 확실한 상태에서 숨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인지 중요한 일을 거의 마무리짓고 난 뒤에는 오히려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오퍼레이터들은 카시미어에 있는 동안 자신의 임무에 집중하느라 한 곳에 붙박혀있었고 관광 따위는 거의 하지 못했다. 그래서 로도스 아일랜드가 카시미어를 떠나기 전 박사는 그동안 고생한 오퍼레이터들에게 직접 시내 관광을 시켜주기로 했다.


"박사님! 여기서부턴 저는 혼자 따로 돌아보려고 하는데요! 괜찮겠죠?"


히비스커스가 문득 등 뒤에서 묻자 박사는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평소처럼 활기찬 표정과 목소리였지만 왠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다른 사정이 있나. 히비스커스는 빠릿빠릿하고 계획적인 성격이라서, 이런 사소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 주의깊게 신경을 써줘야 할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니 그녀가 하려는 일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박사는 별로 의심하지 않고 히비스커스를 보내주었다. 다른 오퍼레이터들도 히비스커스의 이탈에 그다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여동생에게 뭔가 깜짝 선물이라도 준비해주려는 건가,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올 뿐이었다.


한편 박사와 다른 오퍼레이터들에게서 떨어진 히비스커스는 매의 눈으로 주변을 주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실상의 영양사 역할로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 만큼이나 자신의 건강에도 신경을 쓰는 히비스커스였지만, 그런 그녀도 최근 며칠만은 과로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가 종종 나와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기하느라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고, 식사도 그냥 배를 채우는 목적만 최우선으로 해서 먹었다. 그러다 보니 뱃속에는 똥이 꾸역꾸역 쌓이는데 배출은 하지 않아 장 상태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결국 오늘 관광을 하기 전에 깔끔하게 비우고 나가려고 평소 같았으면 절대 먹지 않았을 변비약까지 동원했는데, 박사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나서 출발을 독려하는 바람에 졸지에 뱃속에 숙변을 꽉 채운 상태로 변비약의 약효를 참으면서 시내를 돌아다니게 되었다.


물론 히비스커스도 중간에 화장실을 가려고 했다. 그러나 카시미어의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인데다가 그마저도 최근에 카시미어 시내에서 발생했던 소요사태의 여파로 수도관이 파손되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게 된 곳이 많았다. 처음 두어 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찾으려고 애써봤지만 전부 실패하고 나서는 히비스커스도 슬슬 창피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직 박사나 다른 오퍼레이터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화장실을 필사적으로 찾는 모습을 보였다간 지금 똥이 엄청나게 마렵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들키고 말 것이다. 물론 들킨다고 해봤자 딱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겠지만, 그냥 그 사실 자체가 최악이었다. 매일 봐야 하는 동료들이 자신의 그런 에피소드를 기억하게 되는 건 대충 유쾌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바라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히비스커스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결정을 내렸다. 관광을 포기하더라도 우선 화장실부터 찾자.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을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다면 눈에 띄지 않게 혼자 다녀야 해...! 그래서 박사에게 말하고 잽싸게 일행에서 이탈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히비스커스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아 보였다.


꾸르르르르륵... 꾸르르르르르르륵...!


갑자기 히비스커스의 아랫배가 뒤틀릴 듯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냥 배가 아플 뿐이라면 어떻게든 참아볼 수 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장을 꽉 채운 숙변이 안에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면서, 항문에 슬슬 위험할 정도의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굵직한 된똥이 가하는 묵직한 압력과 틈새로 스며드는 묽은 설사똥의 견딜 수 없는 기세가 동시에 히비스커스를 괴롭혔다. 게다가 지금 히비스커스가 위치한 곳은 주택가였다. 안 그래도 더 가다가는 정말 화장실이 없을 것 같아서, 일행이 주택가 쪽으로 더 들어가기 전에 여기서 이탈한 것이었는데 덕분에 최악은 면했으나 여전히 차악 정도였다. 과연 내가 화장실이 있을 만한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히비스커스는 그나마 지금의 자신을 일행들이 보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동시에 그녀에게 천박한 본능을 싹틔우게 했다. 어차피 보는 눈도 없잖아... 화장실 같은 걸 찾지 말고 그냥 어디 구석진 곳에서... 싸버릴까? 히비스커스는 길 한쪽에 주차된 자동차의 바퀴 뒤에 쪼그리고 앉아서 활짝 벌어진 항문으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의 똥을 쏟아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바퀴 옆에 토사물처럼 걸쭉하게 퍼질러진 설사똥과 그 가운데에 설사로 뒤덮인 채 볼록하게 둔덕을 이룬 묵직한 숙변들. 자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시원하게 오줌을 싼다. 오줌은 똥덩이 속에 스며들고 덩어리를 통과하여 아스팔트 바닥을 검게 적신다... 그리고 설령 그런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고 해도 여기는 외국. 아무도 모르니까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아?!


"아... 흐으으윽?! 으... 흐읍!"


뿍... 푸르륵! 뿌부부북...! 꾸르르륵... 꾸르르르르르르르르륵...!


상상을 하는 동시에 가스를 조금씩 내보내면서 변의를 달래보려고 했던 히비스커스는 한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길거리에서 싸지르고 싶어질 만큼 너무 변의가 강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상상에 지나치게 공을 들였고, 하마터면 방귀를 뀌다가 살짝 정신줄을 놓고 그대로 싸버릴 뻔했다. 안 돼... 길에서 쌀 수는 있어도 옷에는 안 돼! 절대로! 하지만 길에서도... 싸면... 안... 되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화장실은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확실했다. 그렇다면 어딘지도 모를 화장실을 찾으려고 애쓰다가 지리느니, 차라리 길에서라도 싸는 편이 훨씬 낫잖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히비스커스의 눈에 눈물이 핑 고이면서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 싸고 싶어. 싸고 싶어...! 싸고 싶어 싸고 싶어 싸고 싶어...! 아니, 괜찮아. 괜찮을 거야... 더 참을 수 있어...! 식은땀과 눈물이 섞여서 히비스커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문득 눈물처럼 다리를 타고 설사똥이 흘러내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안 돼. 정신 차려! 아직 지리지 않았어... 하지만, 이대로는 정말...!


양손으로 아랫배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배배 꼬면서 히비스커스는 비틀비틀 걸어갔다. 극한에 달한 변의 앞에서 화장실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는 이미 사라졌다. 싸야 해. 이젠 진짜로 아무 데서나 싸는 수밖에 없어...! 눈에 띄지 않을 곳을 찾아야 해! 걸음의 속도는 절망적으로 느렸다. 눈은 저절로 주변 사물과 지형을 마구잡이로 훑었지만, 봤던 곳을 또 보면서 아까 했던 판단을 또 하고는 다시 잊어버릴 정도로 의식의 정확도가 흐려졌다. 항문은 이미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싼다! 그 생각만 한 번 했다가는 곧바로 쫙 벌어지고 말 것이다. 싼다고 생각하면 안 돼. 싼다고 생각하면 안 돼... 싼다고 생각하면... 싼다... 싼다고... 싼다 싼다 싼다 싼다 싼다... 싼다...! 순간 히비스커스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픽 하고 끊어졌다. 그 다음은 이미 의식의 영역이 아니었다. 갑자기 눈앞이 아찔해지고, 감았다 뜬 눈꺼풀에 물기가 차오르면서 파도가 치는 듯한 느낌이 뇌를 확 휩쓸고 지나갔다. 실처럼 가늘게 늘어진 의식의 끝자락에서 히비스커스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치마와 팬티를 내렸다고 확신했다. 눈앞에 자동차가 보였고, 히비스커스는 동물처럼 뛰어서 바퀴 옆으로 달려갔다. 히비스커스의 다리가 일자로 벌어지는 순간 그녀의 엉덩이 가운데에 생겨난 커다란 구멍 안쪽으로 팬티가 조금 움푹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팬티는 그 반대 방향을 향해 갈색의 거대한 덩어리를 받아내면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바퀴 옆에서 히비스커스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녀는 감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쳐들었고 다리를 M자로 벌리면서 엉덩이를 내렸다. 모두 본능으로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위험하게 벌어진 구멍에서 갈색 쾌락의 줄기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뿌지지지지직...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직!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단단하고 뜨끈한 똥덩어리들이 팬티 아래에서 마구 뭉개지면서 히비스커스의 엉덩이를 꽉 눌렀다. 히비스커스가 잠시 놓쳤던 의식을 다시금 붙잡았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나있었다.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히비스커스가 마구 싸지르던 숙변이 팬티를 꽉 채워서 불룩 튀어나오게 할 정도가 되었고, 더이상 공간이 없자 똥구멍이 똥으로 막혀서 배변이 잠시 멈추었기 때문이다. 입은 채로 성대하게 싸질러버린 히비스커스는 더이상 돌이킬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냥 배변을 즐기기로 결심해버렸다. 히비스커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팬티를 서서히 내렸다. 두꺼운 진흙덩어리 같은 거대한 똥덩어리들이 그 묵직한 무게를 과시하며 바닥에 떨어져 푹 하고 박혔다. 푸르르르륵...! 뿌지직! 부지지지지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막혔던 길이 열리면서 히비스커스의 똥구멍에서 갈색 치약 같은 똥줄기가 발사되듯이 주욱 뽑혀나와 바닥에 철푸덕 떨어지며 긴 똬리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히비스커스는 이제 의식적으로 아랫배에 힘을 계속 주면서 여전히 뱃속에 가득 남아있는 똥덩어리들을 시원하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뿌지직... 푸드득! 푸다다다다다다다다!! 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변비약으로 녹아서 마치 마요네즈를 짜내듯이 부드럽게 싸지지만 완전히 썩은 냄새를 풍기는 반쯤 묽은 똥, 냄새가 코를 찌르는 토사물 같은 푸짐한 설사똥이 차례대로 튀어나오면서 히비스커스의 가랑이 아래를 똥범벅으로 만들었다.


잠시 후 히비스커스는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팬티는 뭉개진 똥의 자국이 남아서 갈색과 노란색으로 얼룩덜룩했고, 거의 터져나오듯이 세차게 뿜어낸 설사똥이 치마와 허벅지에 마구 튀어 묻었으며 심지어 그 와중에 조준에도 실패하여 자동차의 바퀴 한쪽 면은 거의 설사로 칠해져있었다. 히비스커스가 침을 꿀꺽 삼키자 다시금 쾌감 섞인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히비스커스는 바퀴를 깨끗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미 반쯤 올라간 상태였던 팬티를 다시 내리면서 바퀴에 엉덩이를 가져다댔다. 쉬이이이이이이이... 푸쉬이이이이이이이이...! 이번에도 엉뚱한 방향을 조준한 굵은 오줌줄기가 시원하게 뿌려지며 자동차의 서치라이트를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