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스슷-

“...응, 후...”

 

화창하고도 나른한 토요일,

오늘도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언제나처럼 화장실 변기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언제부터 이래왔었던지, 언제부터 이런 일과가 생겼는지

본인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으읏,”

퐁, 포퐁...퐁...

“...후우...”

 

변기에 그저 앉아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나의 현 상태는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녀는 스스로와의 끈질긴 지구전을 펼치고 있었다.

 

설유나, 그녀는 어릴 적부터 지금껏 만성적인 변비를 달고 살아왔다.

변비에 좋다는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변비에 좋다는 운동을 해봐도,

그녀의 변비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그녀를 줄곧 괴롭혀왔다.

 

“...휴...”

삐리리리- 삐리리리-

‘아, 벌써...‘

 

유나의 힘겨운 투쟁을 말려세운 것은

변기 앞 그녀의 발 근처에 놓인 핸드폰 알람 소리였다.

그 소리는 그녀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10분이 되었음을,

오늘의 규칙적 배변 활동을 마칠 시간임을 알려는 종소리였다.

그녀는 몸을 숙여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끼똥 4알... 그래도 이번엔 나오긴 했네.’

 

유나는 아직 휴지로 가려지지 않은 변기 속 변을 보고

핸드폰 앱에 오늘의 배변 성과를 기록했다.

그녀가 내보낸 조그만 콩알들은 형광등의 빛 아래에서도

조금도 빛을 반사하지 않은 채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검은색을 띄었다.

자그마치 사흘만에 내보낸 흑진주와 같은 똥이었다.

 

덜컥- 쏴아아아-

 

유나는 휴지로 뭐가 묻어나오지도 않는 엉덩이를 닦은 뒤,

힘빠지는 아침 배변의 산물을 우두커니 보며 물을 내렸다.

 

한번은 그녀가 어렸을 적 너무나도 답답한 변비의 고통에 악에 받쳐

저녁을 왕창 먹은 뒤 효능이 강한 변비약을 정량의 두배로 먹고

곧장 결사의 각오로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 유나의 용맹함에 무색하게,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기약 없던 그녀의 사투는 그대로 늦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오랜 시간 죽을둥살둥 배에 힘을 준 유나의 피나는 노력은

되려 줄곧 피로가 누적되어왔던 그녀의 몸을 무너뜨렸다.

결국 그 길로 그녀의 장이 속된 말로 꼬여버리게 되어,

극심한 고통 속에 엉금엉금 기어가며 부모님을 깨운 뒤

가까스로 응급실로 향하게 된 적이 있다.

 

그때 하늘이 노래지는 아픔 속에서도 여자로서의 일말의 수치심에

119를 부르는 걸 거부하고 부모님의 차로 직접 응급실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주체할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방귀로 차내가 화생방이 됐던 건

유나에게 있어 마냥 웃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아침에 규칙적으로 일어나 변의가 있던 없던 화장실에 앉아

1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배설을 시도하고

이후 매일의 배변 결과를 기록하는 이 일과는

그날 유나가 응급실의 의사 선생님께 배운 생활패턴이었다.

 

이 덕분에 그녀는 만성적인 그녀의 변비가 특히 심해지면

그 기미를 빠르게 눈치채고 미리 병원에 방문하여

적합한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꾸르르르...

“에휴...”

 

물론, 그 용하다는 한약이나 치료도 뿌리뽑지 못한 걸

그런 단순한 생활의 일과를 좀 바꾸고 유지한다고

유나의 변비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흘만에 내보낸 똥이라고 한들,

상식적으로 그깟 양으로 그녀의 뱃속이 비었을 리가 없었다.

그 조금이나마 힘겹게 내보낸 토끼똥들은

그득그득 들어차버린 뱃속에서 마지못해 밀려난

거대한 숙변 끝의 잔변의 일부였을 뿐이었다.

여전히 그녀의 뱃속에는 무겁고 더러운

숙변의 교통체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내보낸 똥 자체는 적어도 보름 전,

어쩌면 한 달도 이상 전에 그녀의 뱃속에서 만들어져

지금껏 쭉 숙성되어온 변이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작은 똥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절로 구역질이 나오는 냄새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속 시원하게 싸본 것은 벌써 두세 달 전이었다.

 

‘오늘은 병원에 가봐야겠네.’

 

하지만 이런 거로 슬프다느니 짜증이 난다느니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소모하기엔

이미 그녀는 변비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녀는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땀에 젖은 속옷을 벗고

터덜터덜 샤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 울-어라- 젋은 인-생아-♪”

 

샤워기로 물을 틀려던 찰나, 그녀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전화벨 소리였다.

그녀는 샤워실에서 나와 변기 맡의 핸드폰을 집었다.

사귄지 곧 3주년이 되어가는 그녀의 남자친구 이민우였다.

 

“여보세요?”

“어 유나야! 깨있지? 혹시 오늘 쭉 시간 돼?”

“어...뭐 약속은 없어, 왜?”

“아, 그러면 혹시 한 시간 뒤에 너희 집 가도 될까?”

“한 시간? 뭐야 이거, 데이트야?”

“ㅋㅋㅋ 그렇다고 봐야지? 오케이인 걸로 알게!”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언제나와 같이 갑작스러운 민우였다.

남들이 볼 때는 마냥 제멋대로인 피곤한 남자였지만,

유나는 오히려 그런 민우의 주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민우의 이런 한결같은 모습은 2년이 넘은 연애 속에도

관계가 여전히 적극적이고 두근거리는 이유기도 했다.

 

“씻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히힛.”

 

-----

 

유나가 설레는 마음에 씻고 화장을 끝낸 뒤 밖에 나가보니,

민우가 차를 한 대 몰고 그녀의 자취방 앞에서 대기중이었다.

 

“뭐야, 차? 너 차 없지 않아? 어딜 가길래 차까지 빌렸어?”

“글쎄? 어디를 가는 걸까? 일단 타!”

“뭐야 그게 ㅋㅋㅋ 믿어도 되는 거야?”

 

유나는 민우의 능청스러운 모습에 웃으며 조수석에 탔다.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확인한 민우는

곧장 액셀을 밟고 도로로 나갔다.

 

한창 달리고 고속도로에 들어갈 때 즈음,

유나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자... 이제 도망도 못 가니까 알려줘야지!”

 

민우는 그 말을 하더니 곧장

목적지가 입력되어 있는 핸드폰을 유나에게 보여주었다.

행성지는 홍성의 한우 맛집이었다.

 

“호, 홍성?! 지금 우리 충청도 가는 거라고?!”

“응! 나 이번에 알바 월급 들어왔거든!”

“어...어어......”

“돈도 쫙 땡겼겠다, 우리 며늘님한테 밥 한번 제대로 먹여야지!”

“이, 이렇게 갑자기...?”

“엇, 혹시 안돼? 오늘 뭐 일정 없다길래 가는 건데...”

“그, 그건 분명 그랬지...”

 

‘이, 이렇게 되면 오늘 병원 못 갈 거 같은데...’

 

갑작스럽게 편도 두 시간 거리의 여행길에 오르게 된 유나는

적잖게 당황했지만, 아무 일 없으니 하루 시간이 된다고 한 쪽은

분명히 유나 본인 쪽임을 그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안 된다고 말을 하면 안 들어줄 민우도 아니었지만,

이제 와서 자길 위해 큰맘 먹고 준비한 민우의 이벤트인데,

차마 그 놈의 변비 하나 때문에 그걸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루 쯤 병원 늦게 가는 것 정도야 뭐...’

“...아냐 아무것도, 괜찮아, 가자!”

“진짜 괜찮은 거 맞지? 무슨 일 있으면 돌아가고.”

“아냐 아냐! 진짜로 괜찮아! 한우 맛있겠다!”

 

유나는 민우의 걱정에 미소와 같이 화답했고,

그 미소를 본 민우는 그제서야 안심했다.

 

“좋아...그럼 간다!”

 

그렇게, 그 둘은 본격적으로 홍성을 향한 고속도로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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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부르릉-

 

홍성길에 오른 지 이제 40분,

고속도로길은 어느 정도 밀리고 있었다.

 

“허어...오늘 뭔 날인가? 분명 내비에선 원활이랬는데.”

“...”

“유나야?”

“...어, 어어?”

“혹시 어디 아파? 안색이 좀 안 좋아보이는데... 멀미해?”

“응? 아,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조금 졸려서.”

 

거짓말이었다.

사실 유나의 의식은 멀쩡히 깨어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차라리 본인이 졸렸으면 했기를 바라고 있었다.

 

범인은 역시나 그녀의 변비었다.

유나의 속에 잠들어있는 엄청난 규모의 숙변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쭉 차곡차곡 뱃속에서 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친과 같이 탄 밀폐된 차 안에서

이 지독할 방귀를 내보내는 건 때려죽여도 해선 안 될 일이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고 또 쌓여 농축된 가스는

어느새 그녀의 뱃속에 적지 않은 복부팽만감을 주고

당장이라도 그녀의 항문 밖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아, 난 또... 편히 자. 어련히 알아서 뚫리겠지.”

“미안한데...그래도 될까?”

“응, 난 정신 말짱하기도 하고, 거기다 너 어짜피 면허도 없잖아.”

“그럼...눈 조금만 붙일게, 부탁할게...”

 

‘그래, 차라리 자자, 잊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유나의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피곤한 것은 언제나 이런 약속 자리였다.

조금만 약속이 길어지거나 하면, 그녀의 일상을 지배하는 변비는

어떻게든 그 자리를 망칠 만한 더러운 흉계를 꾸미려고 들었다.

그녀는 그런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고통을 인내하고 감춰가며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본인의 치부를 숨기고 싶어했다.

이러한 점은 특히, 더욱이, 민우에게만은 들켜선 안 되는 것이었다.

 

구르르르...

 

그녀의 뱃속 깊은 곳에서, 낮고 무거운 고동소리가 울려퍼진다.

가스가 뱃속에서 도는 소리였다.

 

구르르륵...구륵...

‘참자...참아...참아야 해...!’

 

꾸르르르...꾸릉...

“......읏...”

 

꾸르륵...꼬르르륵......

“...후우...”

 

유나는 내심 그녀의 뱃소리가 민우에게 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공포가 엄습해오는 것도 못 느낀 것이 아니었지만,

40분간의 자동차 여행에 뱃속에서 가스를 조금도 빼내지 못한 마당에

그녀는 그런 걸 걱정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때,

 

끼이이익-

“후으읍...!”

 

갑작스럽게, 정체된 구간에서 조금씩 벗어나

속도를 내기 시작하던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그에 따라, 민우와 유나 모두 몸이 앞으로 훅 쏠렸다.

 

“에이 씨, 저 과학 진짜... 거기서 니가 왜 들어오는데...”

“하아...하아으...!”

“아... 미안해 유나야, 놀랐지? 앞에 누가 갑자기 칼치기를 해서...”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갑작스런 급브레이크에 유나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그녀를 지켜주던 안전벨트가 그녀의 배를 강하게 눌러버린 것이다.

갑작스런 충격에, 안 그래도 아우성이던 뱃속 가스들이

본격적으로 유나의 항문을 압박하며 한껏 날뛰기 시작했다.

 

꾸르르르릉...! 꽈르르르륵...!!

“!...읏하아...하아읍...흐으읍...!!”

 

‘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그녀의 팬티 속, 쌍바위골 속에 꼭꼭 숨어

굳게 닫힌 그녀의 분홍빛 꽃망울이

오물오물하며 위태롭게 떨려오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한껏 거세지는 방귀의 압박에,

물밀듯이 터져버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차악을 선택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방귀가 조금이라도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다면,

적어도 소리만이라도 줄여야만 했다.

 

‘적...적어도 조용히 나와줘...제발...!’

 

“흐...흐으윽!”

...쉿- 프스슥, 푸스스스...슷...

“에...에흠! 케흐흠!”

프으으으으...푸으윽...프르륵...

 

지이이이잉-

 

그녀는 뱃속에 꼭꼭 눌려담겨진 가스를 내뿜으며

재빨리 조수석의 창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타오르듯 불타오르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애꿎은 헛기침을 연발했다.

 

“창문? 갑자기 왜?”

“아, 그 저, 그니까... 잠이 깨서, 바깥 공기 좀 쐬려고! 하하, 아하하...”

“아...뭐, 그래...”

 

‘소...소리는 안 들렸나?’

민우의 얼굴 표정이나 안색을 보아하니,

다행히도 특별히 뭔가 이상한 점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다...다행이다...’

 

그때, 갑자기 민우가 코를 쥐어막았다.

 

“어우, 이거 무슨...”

‘...어?’

“야 이거 갑자기 냄새가...무슨...”

“히윽?!”

 

유나는 일그러지는 민우의 얼굴에 가슴이 철렁했다.

들켰구나. 결국 냄새가 안 빠졌구나. 망했구나...

그런 확신에, 유나의 얼굴은 어느새 불꽃처럼 붉어져 있었다.

 

“아, 어쩐지...”

“...그, 그러니까...! 그게...!”

“지금 보니까, 저기 논밭이 있었네.”

“...응?”

 

확실히, 유나가 창문을 연 저 멀리에

푸른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논, 밭...”

“저기서 비료 뿌렸나 보다. 저거야 뭐 어쩔 수 없지...”

“...그, 그러게...”

 

아주 짧은 순간에, 족히 20살은 더 늙은 것만 같았던 유나는

민우의 오해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들키지 않은 것이었다.

 

“유나야, 냄새도 나고 하니까 바람 충분히 쐬고 창문 알아서 닫아.”

“...으, 응...”

 

지잉-

 

유나가 창문 스위치를 눌러 창문을 닫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기발한 묘안이 스쳐 지나갔다.

 

콰과과과과-

 

열린 창문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가르는

맹렬한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유나의 본능은, 그보다도 더 크게 소리쳤다.

 

어쩌면, 이건 기회라고...

 

“...좀만 바람 더 쐬고, 닫을게...”

 

...부르륵,..

“...!읏...후으...웃...”

 

부우웃...부으으윽...!

“...으읍, 후으응...!”

 

뿌우우웅...! 뿌브브브븍!

“후우...후웃...후으아...!”

 

뿌르르르륵!! 뿌우우우앙!! 

“...하아...하아...”

 

뿌우윽...뿌스슥, 푸우우으윽...

“하아아...”

 

지이이잉- 턱-

 

그렇게 창문이 닫히면서,

본인 빼고는 아무도 알지 못할

역한 완벽범죄가 실현되었다.

 

“어우...확실히 냄새가 안에 다 들어오긴 했네... 순환 좀 켜야지...”

“...그러게 말이야...비료 냄새가, 심하긴 하네...”

“...그래도 확실히, 바깥 공기 좀 쐬니까 잠은 다 깼나 보네 우리 며늘님?”

“응? 아...하하, 그러게 말이야...하하하...이제 좀 괜찮아졌어!”

 

그렇게 말하는 생기있어진 유나의 얼굴은,

창문을 열어버린 그 순간처럼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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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 변비 소설 하나로 또 돌아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글 쓴 게 야로나 양성 뜨고 나서였던 거 같은데,

그때 떡밥 던진 선택지형 게임이든 그 이전 소설 시리즈든

하나같이 판만 벌려놓고 정작 귀찮아서, 소재가 안 떠올라서 등 이유로

결국 실천 못하고 1편충과 다름없어졌음


이건 예전에 쓴 소설들처럼 그렇게 길게 쓸 생각이 당장은 없어서

이번 소설은 진짜 죽어도 끝까지 연재하겠음

나머지도 이거 끝나고 나서 언젠가는 꼭 끝내야지


그러고 보니 변비소설이라 해놓고

이번 편은 초반부라 스캇 묘사가 별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