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없는 주말에는 가끔 운동을 하러 아비도스를 찾는다.


아비도스는 대부분이 무인지대다. 사람이 떠난 도시. 폐허라고 하기에는 아직 대부분의 건물이 멀쩡하긴 하지만 한 시간을 걸어도 사람 한 명 만나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오는 것이기도 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걷다 보면 자연스레 키보토스의 다양한 학생들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나는 샬레의 선생이라는 직책상 그들이 난데없이 온갖 기이한 사건들의 해결을 부탁해와도 거절하기가 어렵다.


키보토스의 학생들은 자유분방하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가게를 폭파한다거나 하는 정말 해괴한 사건도 심심찮게 터지곤 한다.


주말에까지 그런 일의 뒷처리를 위해 뛰는 건 사양이었다.


아무튼 인적이 없는 아비도스의 해안도로를 조용히 산책하고 있었는데 문득 저 앞에서 뛰어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뜻밖이라면 뜻밖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새삼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아비도스에서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만약에 만난다면 상대는 거의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절도 있게 뛰어오는 그녀의 이름은 스나오오카미 시로코.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5명뿐인 학생 중 한 명으로 외모는 얌전하고 침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근히 엉뚱한 기질이 있는 아이다.


"안녕. 선생님."


시로코가 내 앞에서 제자리뛰기를 하며 멈추었다.


"안녕. 오늘은 사이클이 아니고 조깅이야?"


내가 묻자 시로코는 제자리뛰기를 계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운동을 멈출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대로 인사를 하고 시로코를 보내주려고 했는데 시로코가 뭔가 오류 난 것처럼 맹한 표정으로 제자리뛰기를 계속하길래 나는 결국 물었다.


"...만난 김에 잠깐 같이 쉴래?"


그러자 시로코는 제자리뛰기를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시로코와 함께 근처 폐건물의 실외 계단에 드리워진 그늘에 앉았다. 운동 중간에 쉬면서 먹으려고 가져온 도시락을 가방에서 꺼냈다.


어차피 중간에 언젠가는 먹을 것이라 시로코를 만난 것을 계기 삼기로 했다. 시로코도 자신이 가져온 에너지 바를 꺼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음식을 적절하게 나누어 먹었다.


"음... 선생님. 선생님은 지금 반드시 가야 하는 목적지가 있어?"


주먹밥을 오물거리던 시로코가 문득 물었다.


처음에는 무슨 철학적인 질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시로코의 말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냥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나는 평이하게 대답했다.


"그냥 운동하려고 나온 거야. 저녁까지 아무 데나 걷다가 돌아가려고."


"음... 그렇구나. 그렇다면 선생님과 같이 걷고 싶어."


사고의 결과가 바로 노출된 듯한 즉답. 나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그러자."


짧은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시로코는 걷고 싶다고 말한 대로 정말로 집중해서 걸었다. 속도도 내 페이스에 맞추었다.


걸으면서 말을 별로 많이 하지는 않았다. 시로코는 늘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은 구태여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로코의 평소 운동량을 생각하면 느린 페이스다. 그럼에도 조금 발갛게 상기된 시로코의 얼굴.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나도 그녀가 조용히 걷도록 내버려 두었다.


시로코의 침묵이 깨진 것은 그로부터 제법 시간이 흐르고 난 후였다.


...뿌웅!


아주 선명하게 들린 소리. 순간 시로코가 움찔하며 멈췄다.


부부부북... 뿌욱!


걸음은 멈추었지만 남은 소리가 시로코의 엉덩이 쪽에서 마저 새어나왔다. 시로코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미안. 선생님."


엉덩이 쪽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시로코가 말했다. 그 말만 하고 끝내기에는 뭔가 부끄럽고 만족스럽지 못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원래는 이 시간대 즈음에 화장실을 가게 돼."


시로코는 운동을 좋아하고 생활 패턴도 규칙적이다. 몸이 건강한 것은 당연지사. 소화도 빠르며 배변의 주기도 일정한 모양이다.


내가 민망해하는 기색을 보이면 시로코가 더 부끄러워할 것 같아서 일부러 태연히 대답했다.


"생리현상이니까. 별로 신경 안 써."


시로코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짓곤 하는 맹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눈을 꼭 감더니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고마워. 선생님."


그러고는 휙 고개를 돌린 시로코. 시로코의 시선이 조금 위로 올라가면서 얼굴에 힘이 들어가는 기색이 느껴졌다. 다리는 살짝 굽혀졌고 골반이 내려갔다. 힘이 들어가서 전보다 더 상기된 얼굴로 입은 꼭 다물었으며 동시에 입꼬리는 미묘하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뿌부부붕! 푸부북! 푸부부부북! 뿌우웅...!


시로코의 엉덩이에서 뿜어져나오기 시작하는 척 들어봐도 심상치 않은 방귀 소리. 뱃속에 똥이 얼마나 차있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로 묵직한 방귀였다.


생리현상이니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이 정도의 방귀를 배출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엉덩이를 내민 시로코의 표정에는 이제는 부끄러운 기색보다는 방귀를 있는 힘껏 뿜어내서 시원해진 듯 기분좋은 미소가 보였다.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아이다.


다행히도 억지로 오래 참은 변비똥이 아니라 매일 배출하는 신선하고 건강한 똥에서 비롯된 방귀라서 그런지 냄새는 그리 역하지 않았다. 게다가 야외인 덕에 냄새는 거의 바로 흩어져버렸다.


"선생님. 그럼... 슬슬 가볼까."


이윽고 시로코는 뱃속이 꽤 시원해졌는지 허리를 펴고 자세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시로코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저쪽에서 너무 스스럼없는 태도를 보이니 오히려 이쪽이 부끄러워진다. 시로코가 처음에 부끄러워하며 덧붙였듯이 나도 결국 덧붙여서 묻고 말았다.


"괘... 괜찮아? 화장실 가고 싶었던 거 아니야?"


뿌부북...! 뿌웅...!


시로코는 벌렁거리는 항문에서 새어나오는 방귀와 함께 침착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좀 더 마려워지면 쌀게."


그렇게 태연하게 대꾸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시로코.


생리현상이니까 신경쓰지 않는다는 내 말이 시로코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일까? 내 앞에서는 이제 저런 말을 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확신이 생긴 걸까? 신뢰받고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기분이 미묘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가 다시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수십 분.


시로코는 걸으면서 짧은 방귀를 조금씩 끊어서 배출했다. 그런데 슬슬 그 빈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방귀 소리가 들려오는 정도랄까.


뿍. 부북. 뿌르륵...!


뿍! 뿡! 뿡! 부부부북...! 푸부북...!


시로코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소리만 들어서는 이미 상당히 마려워진 것 같은데... 대체 언제까지 참을 셈이야? 변의를 느끼는 것은 내 쪽이 아닌데도 마치 내 일인 양 초조해졌다.


푸부부북! 부우욱! 뿌우욱...!


"저기. 시로코. 진짜 괜찮아? 혹시 창피해서 계속 참는 거라면..."


"...읏!"


결국 답답해서 말을 꺼냈을 때 갑자기 멈춰선 시로코. 아랫배를 붙잡으며 엉덩이를 내밀고 허리를 조금 굽힌다.


"시로코...?!"


정말로 똥이 마려워졌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자세였다. 화변기에 쭈그려 앉을 때처럼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 그러나 아직 그 정도까지 쭈그리지는 않았고 선 채로 엉덩이만 내밀고 조금 엉거주춤하게 주저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안심할 때가 아니었다. 항문이 활짝 열어젖혀지기에 가장 최적인 자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시로코의 엉덩이에서 방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부지직...


방귀보다 훨씬 위험한 소리가 아주 작게 시로코의 엉덩이 구멍 안쪽에서 들려왔다.


시로코는 어느새 완전히 주저앉아 있었다. 그 자세가 되었는데 방귀를 뀌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했다. 이미 나올 수 있는 가스는 다 나오고 이제는 똥구멍의 바로 안쪽까지 꽉 들어찬 똥자루가 힘차게 항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시로코가 순간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가 싶더니 시선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핑핑 돌았다. 눈의 초점이 점점 흐릿해지며 눈물이 핑 돌아 차오르기 시작하고 입에서는 위험한 신음이 새어나온다.


"으... 끄흐응... 으그으으응...!"


"시로코! 바지를 내려!"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시로코의 두 귀가 팟 하고 솟아오르며 손이 나보다도 더 다급하게 바지의 윗부분을 마구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지를 내리는 일에 너무 정신이 팔렸기 때문일까? 이미 완전히 평정심이 무너진 시로코는 다음 순간 마침내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행동이 증명하기라도 하듯 예정되었던 참사가 시로코의 바지 속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시로코의 아랫배에 풀장전되어 있었던 묵직하고 두꺼운 바나나 똥자루.


그것은 배출되어야 했을 자연스러운 시간을 넘긴 채로 시로코의 장 속에서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강하게 반죽되고 있었다.


똥자루의 양이 더 많았어도 차라리 변비였더라면 참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로코의 생활 습관은 너무 건강했고 장의 운동력도 왕성했다.


시로코의 몸의 모든 부위가 그 건강한 똥자루를 제때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시간에 늘 습관처럼 해온 배변은 거의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 번 시로코의 똥구멍이 활짝 열어젖혀진 이상 그녀는 이제 본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야생동물처럼 오직 육체의 명령만을 따르는 한 마리 암컷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 아...! 하아아앗...❤! 으으응...! 끄흐으으으으응...❤!"


부지지지지지지지직... 푸드득! 부다다다다다다다다! 뿌지지직! 뿌지지지지지지지지직!


시로코의 신축성이 있으면서도 몸에 달라붙는 바지 안쪽에 갈색의 두꺼운 덩어리들이 비쳐 보인다. 신선하고 건강한 바나나 같은 똥자루들이다.


과하게 뭉개지지 않고 본래의 형태를 적당히 유지하여 바지 위로 불룩 튀어나온 여러 개의 원기둥 모양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로코의 배변량이 많아서 똥덩어리들은 점점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바지 속에서 눌려서 뭉개지기 시작한다. 바지의 튀어나온 모양도 마치 뭉쳐진 진흙 덩어리처럼 둥글어진다.


한 번 시작한 이상 쉽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배설. 시로코의 똥구멍 안쪽에서 우렁차게 뿌직거리며 울려퍼지는 천박한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바지 속의 두꺼운 똥덩어리들은 점점 그 양을 늘려가며 시로코의 가랑이에 불알처럼 늘어진 묵직한 무게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아...❤! 응히이이잇... 응기이이이이잇...❤!"


푸쉬이이이이이이...!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리고 그렇게 불룩하게 튀어나온 바지 안쪽에서 이윽고 터져나오기 시작한 따뜻한 오줌이 똥덩어리와 옷에 스며들어 질펀하게 젖어간다.


부드러운 똥덩이를 통과하여 옷 바깥까지 배어나온 오줌이 시로코의 엉덩이와 다리를 타고 지저분하게 흐르며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퀴퀴한 냄새가 나는 자국을 만들고 있다.


쿨하고 침착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아이가 눈앞에서 저질렀다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광경.


바지가 불룩하게 부풀어서 기저귀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양의 똥을 싼데다가 그대로 오줌까지 지렸다.


뱃속을 시원하게 비워낸 데에서 오는 황홀감으로 눈이 완전히 풀려버린 채 부끄러움인지 쾌감인지 모를 감정을 행복한 미소로 환하게 표현하며 거의 눈물범벅이 된 시로코의 얼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제정신을 되찾은 시로코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 후로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미안해. 선생님... 휴지가 없었어."


시로코는 어기적거리며 바지와 팬티를 벗어서 그 안에 쌓여있던 뭉개진 똥자루들을 도로 가장자리에 버리며 말했다.


뽀얀 피부 위에 발갛게 튀어나온 시로코의 보지와 항문. 그러나 그 위에는 누런 물과 갈색 찌꺼기들이 질펀하게 발라져 있었다. 시로코가 똥자루들을 버린 곳에는 강렬한 냄새가 나는 진흙 덩어리 같은 둔덕이 생겨났다. 단순히 길에다 똥을 싼 것도 아니고 옷에다 지린 다음에 오줌과 섞여서 뭉개졌기 때문에 비주얼이 제법 지저분하다.


일단 그렇게 뒷처리는 했지만 똥오줌이 스며들어간 시로코의 바지와 팬티에는 커다란 갈색 자국이 남았다. 다행히 아비도스라서 그 상태로 입고 다녀도 사람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휴지가 없어서 닦지 못한 아랫도리에서 여전히 구릿한 똥냄새가 난다.


"음... 이런 일은 처음이야. 휴지를 안 가지고 나온 건..."


배변도 은근히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인데다가 너무 당황한 탓도 있어서 땀으로 흠뻑 젖은 시로코. 약간 퀴퀴하면서도 생기 있는 암컷의 체취와 옷에 밴 배설물 냄새가 섞여서 불쾌하면서도 살짝 중독적인 냄새가 난다.


"하지만... 밖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몇 명 없으니까. 부끄럽지만... 이건 선생님한테만 보여주는 내 모습."


시로코는 용기를 냈는지 귀를 쫑긋거리며 나와 눈을 맞추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호감은 마치 나를 따르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아 받아들여주지 않기는 곤란했다.


"선생님... 어땠어? 똥 싸는 내 모습."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있지만 그런 사소한 일은 벌써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맹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로코.


"조금... 천박했으려나?"


정말로 순수하게 물어보고 싶은 듯 조그만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냈다.


앞에서 흘렸던 눈물도 어쩌면 수치심 때문에 났다기보다는 단순하게 기분좋은 배변의 쾌감에서 비롯된 산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로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로코는 얌전히 귀를 접으면서 기분좋은 숨소리를 내며 쓰다듬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