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거도 안에 삽화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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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가: White      감수: あめもちうず, AJ       아츠코(복통) 




키보토스에서 멀리 떨어진 폐허 속에는, 비교적 형태가 남아 있는 건물들이 있는데 한 때는 학교라고 불리곤 했다. 폐교된 지는 오래여서 학교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예전에는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로 붐볐겠지만, 쇠퇴해 버린 걸까? 지금의 추운 계절도 어우러져 애수를 머금고 있다.


나는 지금, 그런 가혹한 곳에서 지내고 있는 학생이 궁금해져서, 상황을 보러 온 것이다.


「......!」


너덜너덜한 교실. 그 곳에 있던 건 짧은 원피스 위에 하얀 코트를 걸친 후드 차림의 화사한 소녀, 하카리 아츠코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후드와 양쪽 어깨 사이에 늘어뜨린 연보라색의 묶음머리, 그리고 얼굴 전체를 덮고 있는 검은 방독면이다.


이쪽을 알아낸 듯, 손짓으로 만난 걸 기뻐하는 눈치다. 이쪽도 만나서 기쁘다는 걸 전하기 위해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든다.


「......?」


여기서 위화감을 느꼈는지, 조금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


조금 뒤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챘는지 쓰고있던 방독면을 벗는다. 그러자 방독면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느껴지던 기품에 걸맞는 단정한 얼굴이 나타난다. 맑고 깨끗한 흰 피부와는 반대되는,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붉은 색의 깊은 눈동자.


몇몇 사람들에게서부터 공주라고 불리고 있는 것도 납득할 만하다.


「또 쓰고 있었다는 걸 잊어버렸어.」 라고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평소에는 방독면을 쓰고 있어 말을 할 수가 없기에 수화를 사용해온 생활이 끝나지 않았을 거야.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있는 아츠코지만 의외로 장난기 있는 부분에 친근감이 느껴지게 된다.


「좋은 아침, 선생님.」


「좋은 아침」 이라는 기분좋은 인사에 이끌려, 이쪽도 자연스럽게 인사해준다. 


「인사는 중요하니까.」


이것이 그녀가 버릇이 되다시피 하는 말이다.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원래의 목적인 근황을 묻는다.


「최근에? 으음, 아직까진 별다른 문제는 없달까.


정기적으로 숨는 곳을 바꾸고 있어서 정착지는 없지만 추위는 히요리가 모은 책이나 필요없는 것들을 태워서 따뜻하게 하고 있어.


식량도 미사키가 두고 가서 당분간은 괜찮아. 식사 끝낸 지도 얼마 안 됐고」


......과연. 조금은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안심이야. 미사키나 히요리라던가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듣기로는 지금은 각자 나가있어 부재중이라고 한다.


「아, 맞다 선생님.


저번에 히요리가 모은 책중에 꽃 도감이 있었어. 읽으면서 꽃의 생김새나, 이름이나, 키우는 방법이라던가 여러가지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꽃말이라고 알고 있어?」


꽃말.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어떤 꽃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없다. 정직하게 답한다.


「그렇구나, 그럼 오늘은 내가 가르쳐줄게. 후후, 내가 선생님을 가르친다니 왠지 이상하네.」


선생인 내가 모른다는 걸 좋게 받아들여 조금 득의양양해지는 그녀가 참 기특해진다.


「그럼 처음은 이거.」


아츠코가 어딘가로부터 가져온 도감을 펼쳐서 보여주었다.


「이건 사프란이라는 꽃이야. 꽃말은 기쁨, 쾌활, 절도있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이 있고, 절도있는 아름다움은 과도함을 삼가하라는 말이래.」


펼친 페이지에는 사프란의 사진과 설명이 적혀있는데, 사진 속에 있는 꽃은 연보라색의 꽃잎과 붉은색의 암술이 특징적이며, 설명하자면 향기가 좋은 꽃이라고 한다. 


연보라색의 머리와 꽃잎, 붉은색의 눈동자와 암술, 그리고 아까부터 도감을 같이 보려고 옆에 선 그녀에게서 꽃같은 향기가 나. 가혹한 생활 속에서 향수 같은 건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공주란 그런 걸까?


『사프란은 마치 아츠코같은 꽃이네.』 


비슷한 점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감상이 튀어나와 버렸다.


「정말? 나 이 꽃을 좋아해서 처음으로 소개한 건데, 그렇구나. 기뻐......」


어떻게 될까 했는데 기뻐해 준 것 같아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럼 이번엔 이 꽃을 길러 볼까. 예쁘게 피면 선생님에게도 알려 줄게.」


다음으로 기를 꽃이 정해진 것 같다.


「아,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샌 것 같네. 그럼 다음 꽃을 소개할게.」


기분이 좋아진 아츠코의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됐다.





「음, 이런 곳이려나.」


아츠코에게 꽃과 꽃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도 많은 설명을 할 수 있어서 만족하는 눈치다.


「그럼 다음은 뭐 하고 놀까?」


공주는 아직 충분히 놀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선생님, 또 학교 놀이 할까? 실은 아직 교탁이나 책상이 부서지지 않은 교실이 있거든. 이쪽이야.」


그렇게 말하고는 교실로 가는 그녀를 나도 따라갔다.


「여기야, 선생님.」


안내받은 교실은 낡긴 했지만 의자와 책상이 몇 개 남아 있었고 둘이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많았다. 아츠코가 그 중 하나의 먼지를 털고는 착석했고, 나도 상황 파악을 한 뒤 교탁 앞에 선다. 오늘은 무슨 수업을 할까.


「선생님, 오늘은 시험 놀이 하자.」


시험 놀이? 여느 때처럼 엉뚱한 제안이다. 그렇다곤 해도 오늘은 시험지 같은 건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고 있던 참에,


「시험지라면 있어. 교무실에서 찾았어.」


그러면서 그녀는 책상 밑에서 누런 시험지를 꺼냈다. 아마 누군가가 두고 간 시험지겠지. 표지에 시험 시간은 60분이라고 적혀 있다.


「나는 언제든 괜찮아 선생님.」


이미 의욕으로 가득 찬 그녀의 앞,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아리우스 분교 학생이 얼마나 똑똑할 지도 미지수고, 앞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곧바로 휴대폰의 타이머를 60분으로 맞추고 주의사항을 설명한 뒤에 시험 시작 신호를 보냈다.


「......」


시험이 시작되고 아츠코는 답안지에 묵묵히 글씨를 써내려간다. 둘 뿐인 정적인 공간에서는,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나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옷 스치는 소리가 잘 들렸다.




잠시 후 아츠코의 펜이 멈춘다. 힐끗 답안지로 눈을 돌리면 아직 빈 공간이 남아 있다. 어려운 문제로 손을 멈추고 생각중인 거겠지. 



쿠르르르...



갑자기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 교실은 지금 나와 아츠코 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니, 소거법을 사용해 보았을 때 이 소리의 발생원은 아츠코일 것이다. 



쿠르륵, 구르르륵



또 들려온다. 분명 이런 조용한 공간이 아니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다.



구루루루룩.....



「......」


아츠코에게 눈을 돌려보니 시선은 시험지를 향해있긴 하지만 펜은 그닥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반대쪽 손은 종이가 아니라 배 위에 놓여 있었다. 



꾸르르르르륵!



잠시 뒤 방금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눈을 돌리니 배 위에 있던 손은 어느새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스륵, 스륵 하며 천천히 옷이 스치는 소리를 내고 있다. 


「으읏......



꾸르르르륵 꼬록, 꼬로로록



몇 분 뒤에 또 소리가 울리고, 작은 신음소리가 이어진다.



꼬로록 꾸르르르르!



다시 아츠코의 얼굴을 보니, 어느새 얼굴은 창백해져 있고 펜은 손에서 놓은 채로, 배 위에 있던 손도 자꾸만 문지르고 있었다. 불안해하며 몸을 비틀 때마다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서 비명 소리가 나온다.


내 눈에는 그저 아츠코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걸 참고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조금 전의 모습으로 보아 큰 쪽이라고 생각돼. 하지만 여자애한테 그런 걸 지적하고, 화장실에 가라고 재촉하는 건 뭔가 섬세함이 없다고 느껴져 말을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화장실이란 걸 가긴 하는 건가? 아니 이건 이상한 의문이지. 비록 아츠코처럼 공주이고, 좋은 향기가 나고, 귀엽고 미스터리한 미소녀라도 살아있는 한 생리 현상은 피할 수 없어. 당연한 건데 믿기지가 않는 나 자신이었다.


「......」



슥,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아츠코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왠지 짐작이 가긴 하지만 무슨 일인지 묻자 아츠코는 조금 말하기 힘든 듯이 대답한다.


「선생님, 그...... 꽃 따러 다녀와도 돼?」


꽃 따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뜻이다. 나의 의문은 간단하게 해결돼버렸다. 아츠코 정도의 미소녀여도 역시 화장실에는 간다. 현실은 평등하고 비정했다.


『다녀와.』 


딱히 막을 이유는 없다. 시험을 열심히 치루고 있는데 중단해야 하는 건 아쉽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나쁜 원인을 해결하는 데 전념하길 바라니까. 나는 흔쾌히 보냈다.


「미안해 선생님. 갑자기 배가 아파서...... 식량 중에 뭔가가 상한 걸지도...... 읏」



꼬로로로로록 꼬록 꾸루루루룩!



괴로운 듯이 말하니, 그걸 뒷받침하듯 배에서 나는 소리가 대답하였다. 걸음걸이도 비틀거리며 느려지고, 아마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겠지. 걱정이 된다.


복도로 나와 배를 움켜쥐며 걷기 시작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교실 바로 저쪽에 화장실이 있었을 것이다. 간신히 시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녀가 가는 곳은 화장실과는 반대 방향. 학교 건물 안으로 더 향하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안절부절 못해 아츠코의 곁으로 달려가고, 몸을 지탱해주며 왜 이쪽으로 가고 있는 지 물었다.


「......」


아츠코는 말하기 힘든 듯이 입술을 떨며 대답한다.


「거, 거기는 침실 근처고, 모두가 자주 쓰는 곳이라서 안 돼. 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잊고 있었다. 이런 폐허에 있는 건물에 전기는 고사하고 물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런 곳에서 했다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나 냄새가 남아서 부끄러울테고, 누군가가 보면 몸이 아프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어 걱정시켜 버릴 것이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화장실로 가는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여자애한테 이런 말을 하게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꾸루루루 꾸극! 쿠르르륵



「우으......」


또 배가 울리고, 아츠코의 괴로워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총에 맞아도 아프면 그만인 학생이지만, 그런 그녀들도 복통과 배설 욕구는 감당할 수 없어. 아픈 건 익숙하다던 아츠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 아츠코의 뱃속에서는 날뛰는 오물이 출구를 찾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화장실 입구까지 어깨를 빌려주기로 했다.



부글부글 꾸르르르륵!



「아......」



프쉭, 푸슷 프스스......



좀 더 가고 있는데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느낌이었다.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그걸 부정하듯 악취가 풍겨오고, 아츠코를 보니 볼을 붉히고 있다. 믿기 힘들지만 그 소리의 정체는 아츠코의 뱃속에서 만들어진 가스인 것 같다. 알아채지 못한 척 하지만 이제 참기 힘들 정도로 한계인 걸지도 모른다. 서두르지 않으면......




가는 도중에 트러블이 있긴 했지만 간신히 원하던 화장실까지는 도착했다.


「하아...... 하아......」


그러나 아츠코도 한계인지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져 가고 숨도 가빠온다. 마음이 내키진 않지만 개인실까지 데려다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꾸루루루루루루룩 꼬로록 꾸루루룩!



「으그읏...... 앗!」


배에서 큰 소리로 울리고 괴로운 목소리가 새어나오더니 아츠코의 발걸음이 멈췄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큰 변의가 몰아친걸까? 그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순간―― 



뿍 푸브븍, 부부부부북!



속일 수 없는 상스러운 소리, 그리고 다시 풍겨오는 아까보다 더 진한 냄새.


「선생님...... 너, 너무 듣진 말아줘.」


다시 볼이 빨개진 아츠코. 꽤 축축한 소리였지만 붕괴라는 비극은 면한 것 같다. 변의가 잠잠해진 타이밍에 개인실까지 데려간다. 컨디션이 나쁘니까 앉아서 할 수 있는 서양식 변기가 좋겠다. 


변기 안은 역시나 물 따윈 없고 바싹 말라있긴 했지만 간신히 시간 안에는 도착했다. 뒷일은 내가 나가면......


「기다려, 가지 말아줘......」


......하지만 응석 부리는 목소리가 나를 멈춰세운다.


「너무 아파서 쓰러질 지도 모르니까...... 가지 말아줘......」


아츠코의 어리광이 시작됐다. 소리라던가 냄새 같은 게 좀 곤란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아츠코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고, 같이 개인실로 들어간다.


「빨리......!」



꼬록 쿠루루루룩 꾸루루 꾸르르르르륵!



몇 번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울리고, 아츠코가 급히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이쪽도 황급히 눈을 돌렸지만, 생생하게 옷이 스치는 소리 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하지만 뒷일은 아츠코에게 맡기고 나는 양쪽 귀를 막는다. 단지 그럴 뿐이었는데......


「서, 선생님. 추우니까, 손, 잡아줘......」


어리광은 끝나지 않았다. 왜냐고 말하며 눈을 돌리자 그쪽에는, 코트만 걸친 채로 있는 아츠코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아츠코가 옷 안에 입고 다니는 건 속옷이 아니라 상하 일체형인 레오타드였다. 볼일을 볼 때는 전부 벗어야 하겠지. 이렇게 추운 날에 차가운 바닥으로 된 곳에서 거의 알몸인 모습으로......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져서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밀었고 이제 나는 귀를 막을 수단을 잃었다.


「고마워, 선생님 손, 따뜻해......」


아츠코는 매달리듯이 두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변기에 앉았다.


「그, 그럼...... 이제 할게.」


개인실에 둘이 들어가 있다는 상황 때문인지 이상한 선언을 한다. 그러고는......


「크, 으으읏......!」



뿌븍 푸부부북!



뱃속에 있던 가스의 소리가 울려퍼진다. 너무 들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손을 내밀어 버렸기에 저항할 수가 없다.


「응, 크으읏......!」



뿌직 푸득푸드득! 철퍽 철퍼덕!



숨결. 딱딱한 것이 점막을 문지르는 소리. 물이 없는 변기로 떨어지는 소리. 모든 게 들려버린다. 원래부터 뱃속에 모아뒀던 건가...... 그닥 영양가 있는 식사는 하지 않아 변의가 잘 오지 않는 것으로 보여.


「읏 하아...... 크읏......」



뿌드득 뿌지지직! 철퍽 철퍽!



숨 한 번 쉬고 다시, 고체가 변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쥐어진 손에 힘이 들어가고, 아츠코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진다.


「응, 으읏.....!」



뿌다닥 푸득 철퍽 철퍽! 뿌드드득 뿌직 뿌지직 뿌디디디딕!! 철퍽!



딱딱한 부분은 다 나오고 기다란 게 나온 걸까?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닌 듯하다.



꾸루룩, 꾸륵 꼬로로로록!



「배, 배 아파, 으응, 크으읏......!」


아츠코를 괴롭게 하는 것은 아직 뱃속에 남아 있다. 쥐어진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푸지지직 뿌득! 뿌부북 푸부우우욱!



빠른 속도로 느슨해져 가는 방귀 섞인 소리. 물이 없는 변기에서는 이미 지독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아...... 읏, 크읏......!」



뿌뷰브브브브븍!!! 쀼즈즈즈즉! 뿌르르르!!



마침내, 그녀를 괴롭게 하는 원인이 기세좋게 튀어나왔다. 소리만으로도 속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흐읏...... 그으읏......!」



푸지지지직 푸다닥 뿌닥! 뿌륵 푸브브브븍......



그 위로 탁한 물 같은 것이 변기에 쏟아진다. 이 독소를 전부 내보내기 전까지 배설은 계속될 것이다.


「윽......! 읏......!」



쀼쥿 뿌브브븍!



일단 방출은 끝났지만, 복통이 심한 지 아츠코의 숨소리는 멈추지 않고 손은 여전히 꽉 쥐어져 있다.


「미안해 선생님. 그, 냄새...... 나지......?」


『신경쓰지 않아도 돼.』 


능글맞은 대답일지도 모르지만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 지금은 빨리 나아지는 것에 전념하면 좋겠다.



꾸극 꾸루루룩 쿠르르르륵 꼬로록 꼬록!



「아, 미안해 선생님...... 또...... 읏」


말 끝을 흐리는 아츠코였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또 쥐어진 손에 힘이 들어간다.


「크으읏......!」



뿌북 푸다다다닥 뿌루루루루룩!! 푸디디딕 뿌즈즛 뿌즉!



「하앗...... 하아...... 하아...... 하」


물같은 것이 쏟아지는 소리가 계속된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조금 눕고 싶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끊기고, 그제서야 아츠코의 배는 조금 진정된 것 같다. 


코트 주머니에 들어있던 파우치에서 휴대용 티슈를 꺼내서 엉덩이를 닦고 있다. 면적이 작은 종이를 몇 번이고 뽑아내서는 변기에 떨어뜨린다. 엉덩이를 다 닦을 때까지 티슈를 세 통이나 비워버렸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던 것인지, 어디선가 봤던 금융회사의 광고가 끼어 있다. 볼일 볼 때를 대비해서 모아두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쉬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옷차림을 가다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아츠코는 침실에 도착하자마자 너덜너덜한 담요를 덮은 채 누워 차가운 몸을 녹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도......


「미안해 선생님, 또...... 가고 싶을 지도」


「선생님...... 또 손 잡아도 돼?」


「읏, 또 배 아파......」


배가 아파올 때마다 그 화장실로 향했고, 배가 진정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지쳐버린 아츠코는 「이젠 괜찮아. 오늘은 미안해. 좋아지면 또 놀자.」 라고 말하며 침실로 돌아갔다. 나도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피곤하니 이만 돌아가야겠다. 지금 시각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꺼내려 했는데, 주머니 어디에도 없었다.


망했다. 학교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 시험 시간 타이머를 맞출 때 썼으니 교실이나 침실이나 화장실 어딘가에 있을 텐데......


우선 교실로 갔지만 풀다 남은 시험지밖에 발견하지 못했고, 다음으로는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은 당연하게도, 아츠코가 내보낸 것들이 풍기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개인실로 들어가니 휴지 홀더 위에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찾아서 다행이야.


근데 어째서 홀더 위에 있는 거지? 우연히 두고나서 잊어버린 건가? 아니면 아츠코가 주워준 건가? 진상은 수수께끼인 채로 남아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지만 정말 지독한 냄새야. 냄새의 원인인 변기는 뚜껑이 닫혀 있지만 시선을 막는 역할밖에 못 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이 뚜껑의 너머에 있는 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오늘 일어난 여러 사건들. 그것은 아츠코나 다른 학생들에게 남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모조리 파괴해버릴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숨기려 하는 행위. 나는 그것을 드러내고, 보는 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 뚜껑 너머에는, 아츠코의 뱃속에서 뿜어져 나온 모든 게 들어있다. 


그렇게나 더러운 소리를 들었고, 이렇게나 지독한 냄새를 맡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이 안에 있는 답을 보아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최악이라고는 생각하면서도, 나는 뚜껑을 들어올렸다.


냄새가 더욱 짙어져 숨이 막힐 것 같으면서도 본 것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끔찍했다. 새하얀 변기 안은 물 대신에 고여있는 질척한 것들과, 아츠코가 내보낸 대량의 변을 흡수해서 더러운 색으로 변해버린 티슈로 넘쳐 있었다. 변기 주변도 노란색이나 갈색의 물방울로 흩뿌려져 있어, 어디에도 아름다움 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소녀로서 실수일 수밖에 없는 답안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실수를 기록해서 남겨두고 싶다는 최악의 감정이 싹튼다.


손에는 마침, 아까 주운 휴대폰이 있다. 나는 그것을 변기로 향한 뒤에......






그로부터 몇 달 후, 오늘도 변함없이 샬레의 선생님으로서 업무를 계속하고 있던 어느 날 휴대폰에서 모모톡 알림음이 들려왔다. 확인해보니 아츠코가 한 연락이었다.


「예쁘게 피었으니까 사진 보낼게.」 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전송되었다. 사진에는 그 때 아츠코가 가르쳐줬었던 사프란 꽃이 있었다. 기른다던 꽃이 무사히 잘 피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생각나 버렸다. 가르쳐준 그 날 있었던 일이. 그 때의 소리, 냄새, 쥐어진 손의 감촉 그리고, 다른 폴더에 저장되어있는 한 장의 사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