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다... 화장실..."

사키는 관객 5만명 규모의 스타디움에서 혼자 생각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치어리더 팀에 들어간 사키는 대학을 가서도 치어리더를 계속해 졸업 후 인연이 닿아 프로축구팀 치어리더 팀에 가입하게 됐다.키 167cm의 큰 키와 미인에다가 C컵가량의 몸매 좋은 그녀는 축구팬들한테도 인기있는 치어리더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팀에서 제일가는 꽃미남 공격수인 히로키와 사귀고 있다. 게다가 우승하면 결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야말로 인생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치어리더의 일은 경기 전 관객에게 춤을 선보이는 것이다. 경기 중에는 그라운드 근처에서 응원가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춘다. 공의 위치에 따라 TV에도 나오는 곳이다.

이 날은 시즌종료 직전의 11월. 사키가 응원하는 팀은 우승이 걸린 D-DAY를 맞이하고 있었다. 관객5만명 규모의 스타디움도 만원이였고, 지상파 TV 중계도 저녁시간대에 있어 그야말로 중요한 일이었다.

팀은 히로키의 활약 덕분에 전반전에 선제골을 넣어, 이대로의 기세를 몰아 우승하고 싶은 참이다.

그런 가운데, 사키는 전반 종료직전에 복통에 휩쓸렸다. 변비가 잦은 사키였지만, 본래는 시합 전날에는 나오도록 조정해 왔다. 하지만 우승이 걸려있는 결승전이라는 말에 긴장해서인지, 히로키에게 프로포즈를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날 화장실에서 변비는 해소되지 못했다.

다행히 조금만 참으면 하프타임에 들어갔다. 이 15분짜리 휴식시간은 치어리더에게도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사키는 제일 먼저 여자화장실로 향한다. 스태프용 여자 화장실은 하프타임에는 치어리더밖에 사용할 일이 없다. 개인실이 2개 밖에 없는 화장실에 12명의 치어리더가 향하는 것은 완전히 평소의 광경이다.

서둘러 개인실로 들어가다. 그러나 현실은 잔혹하다. 화장실에서 기를 써도 전혀 나와주는 기색이 없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과도하게 참은 탓인지 그만 항문에 가장 가까이에 그것도 가장 큰 대변이 마개역할을 해버린 것이다.

콩콩

누군가 문을 노크하다.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

"아 감사합니다!"


노크한 것은 후배 유리였던 것 같다. 가볍게 인사만 하고 사키는 화장실을 떠난다. 복통은 있지만 어떻게든 참아보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치어리더를 하면서 시합도중 복통에 휩쓸린 것은 처음이었으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불안한 듯 화장실을 보며 그라운드를 향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팀은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우승하려면 이겨야 하는 경기다. 기세가 꺾인 것일까.
동점이 되고 나서는 상대에게 자꾸 밀리고 있어.

그런 팀 상황에 맞추듯이 사키도 점점 한계로 몰렸다. 다시 화장실이 급해진 것이다.

"미치겠다, 하지만 예전에도 참아봤었으니깐... 조금만 버텨보자."


예전이라는 것은 사키가 고등학생 때, 사키는 수업중에 설사 신호가 와 버렸다. 맨 뒷자리에서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참은 것이다. 그때는 수업이 일찍 끝나는 행운도 있었고 그나마 참아냈다. 40명이 있던 반에서 화장실에 가기도 힘든데 5만명 앞, 게다가 TV 중계까지 지켜보고 있으니 화장실에 가는것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고등학교 때처럼 빨리 끝나지는 않겠지...?"


축구 경기에 연장은 있어도 단축은 없다. 헛된 소원은 이루어질 리 없다.

'꾸르르르르르륵'


11월의 찬 공기가 아무것도 없이 드러난 아랫배를 자극한다.
손과 발을 번갈아 추기만 하는 단순한 춤은 실수 없이 계속할 수 있지만 머릿속은 춤에 집중할 수가 없다.

배에 손을 대고 따뜻하게 하고 싶지만 그것마저 춤 때문에 할 수 없다.

"적어도 방귀라도 뀌면 편해질지도 몰라."


고등학생시절 참았을 때도 몇 번이나 방귀를 몰래 뀌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다.


"으으... 조금만..."

'뿌득'

사키의 춤이 약간 흐트러졌다.

"으읏! 조금 나왔...!"

'푸슉... 뿌지직'

그녀의 바람도 헛되게, 방귀와 함께 딱딱하고 긴 마개역할을 하던 딱딱한 대변은 멈추지 않고 핫팬츠를 부풀려 간다.


'푸드득... 푸득...'


마개역할의 대변덩어리가 다 나오자마자 이윽고 설사가 곧 핫팬츠에서 쏟아져 나와 다리를 타고...

"사키씨 여기로!"

누군가에게 화장실 쪽으로 끌려가서야 사키는 제정신이 들었다. 보니 유리가 데리고 온 것 같다.


"괜찮으세요?"

"에... 으응..."

사키는 잠자코 화장실로 들어가 핫팬츠를 벗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아직 흘러내릴 정도는 아닌 거 같았다.

아직 많은 설사가 배속에 남아있는지 급하게 싸기 시작하는 사키.

'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스타디움에서 대환성이 들린다. 팀이 이긴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시합 전개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히로키! 히로키! 히로키!'

히로키의 활약이 있었던걸까. 그의 이름이 호출당하고 있다.
사키는 미래의 남편에게 처음으로 숨기는 일이 생긴 것을 생각하고서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