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나쁜 날]

https://arca.live/b/scottoberg/74111867


(내용 상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이전 소설 먼저 읽고 오면 더 즐길 거리가 있으니 위 링크 먼저 보고 오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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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눈을 떴을 때 한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문이 없는 단칸방이어서 환기가 안 된 탓만은 아닐 것이다. 아침마다 나를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분명 며칠 전부터 내 밤잠을 설치게 한 ‘그것’ 때문임이 분명했다.

   

내가 이 고시원에 들어온 지로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고3때 수능을 거하게 말아먹은 것이 벌써 재작년. 목표인 의과대학 입학을 위해 거금을 들여가며 재수학원을 다니던 것이 작년의 나였다. 그 결과 국어와 수학, 영어는 물론 과학탐구 영역은 거의 통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으로 올라서게 되었지만, 얼마 전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에서 덜컥 발목이 잡혀버렸다. 당연히 최저등급은 맞출 거라 지레짐작하며 주요과목들에 치중한 탓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능 당일에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도 내가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삼수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현역 때도 그랬지만 재수마저 실패한 것에는 주변 환경에 쉽게 휘둘리는 내 성격 탓이 컸다. 언제나 잘 조성된 환경에서 공부를 해오다보니 정작 수능 당일 지정된 학교에서 수능을 볼 때면 책상이 흔들린다거나 마루가 삐걱거리고, 대각선 자리의 학생이 다리를 달달 떠는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집중이 흐트러지고 예민해져서 시험문제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바로 이 고시원에 입주하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공부를 열악한 환경에서 해내다보면 수능 당일의 주변 환경 변화에도 금세 적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애초에 삼수를 하게 된다면 독학으로 하려고 마음먹었었고, 비싼 대학 등록금을 위해서라도 삼수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했기에 부모님도 내 선택에 동의하셨다.

   

고시원에 처음 입주하여 내 방으로 배정된 203호의 내부를 들여다봤을 땐 솔직히 충격을 받았었다. 이렇게 좁은 방에서 사람이 산다고? 라는 생각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고시원의 환경은 열악했다. 작은 책꽂이에 일체화되어있는 책상과 다리를 움츠리고 겨우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침대,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한 선반이 한 평이 될까 말까한 방에 퍼즐 조각 맞추듯이 들어차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도 견뎌 내리라, 마음을 굳게 먹은 상태로 일단 덤벼들어보니 생각보다 살만했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게 하루 일과다 보니 좁은 방으로도 충분했고, 식사는 2층에 마련된 공용휴게실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개인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없다는 건 조금 불편했지만, 이 또한 내 방 가까이에 공용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었기에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이처럼 생각보다 고시원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다. 딱 한 가지, 방음 문제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인지라 곰팡이나 벌레도 거의 없고 내벽에 때도 덜 탔지만, 한 층에 최대한 많은 방을 욱여넣다 보니 방과 방 사이를 가로막는 벽이 매우 얇았다. 얇디얇은 합판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방이 서로 맞닿아있는 구조다보니 자연히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았다. 옆방 사람이 만들어내는 생활소음이 여과 없이 내 방까지 들려오는 것이다.

   

주변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훌륭한 환경이 아닐 수 없었다. 다행히 이웃한 두 방 중 왼쪽 방은 빈 방이었고, 오른쪽 방인 204호에 사는 사람은 평소엔 말소리도 거의 안 내고 벽을 치는 일도 없었기에 수험 공부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다.

   

옆방, 그러니까 벽 건너편인 204호에 사는 사람이 내는 소음 중에 딱 한 가지, 내 신경을 뒤집어 놓는 소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방귀 소리'다.

   

타이머를 맞춰두고 사설 모의고사를 집중해서 풀고 있을 때면 이따금 벽 너머로부터 륵- 하고 괄약근이 축축하게 떨리는 소리가 터진 듯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공부에 몰입하던 도중 갑작스레 방귀 소리가 들리면 순간적으로 집중이 흐트러졌다.

   

그래도 그게 어쩌다 한 번이라면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고질적인 장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일단 한 번 방귀가 터지고 나면 마치 설사처럼 질퍽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방귀를 물컥물컥 쏟아내고서야 멈추는 것이었다. 냄새라도 안 새어 들어와서 다행일까, 그 멈출 듯 멈추지 않는 더러운 소리가 부륵부륵 터질 때면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어마무시한 방귀 배출이 낮 동안에만 일어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외출이라도 한 건지 낮 동안 잠잠하다싶은 날이면 어김없이 그날 저녁 즈음엔 방 안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까먹는 내 귀가 얼얼할 정도로 물방귀를 락- 빠롸롹--- 뀌어대는 탓에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입주하고서 처음 두 주 동안엔 간간이 방귀 소리가 들려오기는 했어도 그렇게 폭발적으로 뀌는 일은 아주 가끔 드물게 있는 정도였는데, 날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아마도 내가 옆방에 입주했다는 사실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려 해보았지만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뀌어대는 것일 터였다.

   

심지어는 한밤중, 또는 새벽에 고요한 정적을 깨고 찢어질 듯한 방귀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기도 했다. 외출한 동안 뱃속에 억지로 꾹꾹 눌러 담았던 다량의 가스가 잠든 사이 저도 모르게 뿍, 뿍, 밀려나오는 게 분명했다.

   

내 침대의 머리맡이 벽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에 나는 갑작스런 굉음에 놀라 자다 깨는 일이 잦아졌다. 그 탓에 나는 항상 잠이 깊이 들지 못해 아침에 잠을 깨기가 힘들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 불쾌할 정도로 철퍽이는 소리와 무지막지하게 뿜어대는 방귀의 양으로 미루어보아 204호 입주민은 분명 뱃살이 불룩하게 나온 40대 아저씨일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그 이전에 사람이 이만큼이나 방귀를 뀌어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어쨌거나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그 엄청난 방귀의 주인공이 젊은 여성일 것이리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옆방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었다. 가격이 저렴한 고시원이어서 그런지 내가 입주한 2층에는 남녀 구분 없이 사람들이 입주해있었다. 휴게실 같은 공용시설 또한 남녀 구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샤워실은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뉘어있긴 하지만 화장실은 남녀 공용으로, 좌변기만 칸막이로 구분되어있는 정도였다.

   

그 여자를 본 건 문제집을 사러 잠시 외출을 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손을 씻으러 공용화장실을 들렀을 때 마침 변기칸에서 젊은 여자가 볼일을 보고 나오던 참이었던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둥글둥글한 눈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다갈색 단발을 지닌, 복도에서나 세탁실 등에서 종종 마주치던 여자였다.

   

배탈이라도 난 건지 아랫배를 문지르던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급히 시선을 돌리며 황급히 화장실을 뛰쳐나갔다. 왜 저러나, 의아해하며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복도로 나서자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어느 방 앞에서 멈춰선 그녀는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들어간 방이 바로 그 문제의 204호실이 아니겠는가!

   

내 방에 들어와서도 설마 하는 마음에 잠시 의심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의심을 지우듯 잠시 뒤 「퓻... 퓨루룩— 풉푹부그륵.....」 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걸쭉하게 뒤섞인 물크레한 방귀가 괄약근을 천덕천덕 맞부딪히며 옆방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뿌롸락---!!!!! 뽜롸라락----!!!!!!!!」

   

도중에 손으로 엉덩이를 꾹꾹 틀어막는지 방귀가 막히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마저도 이내 터져 나와 더욱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결국 옆방 문이 벌컥 열리며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는 그녀의 소리가 복도를 따라 이어졌다. 뛰어가는 발소리에 맞춰 부르릅- 부륵-- 새어나오는 방귀가 뒤따랐다.

   

옆방 사람이 여자였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매일 밤마다 수면을 방해하던 엄청난 양과 소리의 방귀의 주인공이 젊고 아담한 체형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한순간 정신이 멍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의 트러블이 생길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고시원이라는 좁은 공간의 특성상 사람들과 부닥치는 일도 생길 것이고, 사소한 일로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어떠한 트러블이 생길지라도 유하게 넘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고시원 입주 후 며칠 만에 맞닥뜨리게 될 첫 트러블이 다른 무엇도 아닌 옆방 여자의 장 트러블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르릇.....!!! 르르......... 륵-!!!!」

   

오늘 밤도 어김없이 머리맡의 벽 너머로 그녀가 내뿜는 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한 눈을 붙이고 겨우 잠이 들려던 무렵이었다. 축축하게 터져나온 방귀는 잠을 깨운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졸음을 싹 날리려는 듯 계속해서 합판 벽을 울려댔다.

   

「뿌왁..!!! 릅- 륵— 우오악....!!!」

   

방귀를 한가득 눌러 담은 채 잠이 든 것일까. 잠결에 몸을 뒤척이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녀의 괄약근은 지독한 나팔을 불어댔다. 나는 급격히 몰려드는 불쾌감과 피로에 다소 기분이 언짢아졌다. 간헐적으로 터지는 그녀의 방귀소리 때문에 이미 잠이 싹 달아난 상태였다.

   

불편한 기분으로 겨우겨우 잠이 들려던 찰나에 또다시 「뽜라라라락!!!」 하는 소리에 화들짝 잠에서 깨어버렸다. 합판이 얇은 탓에 그 소리의 크기는 바로 옆에서 엉덩이를 귀에다 대고 뀌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결국 도저히 못 참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슬리퍼를 대충 신고 복도로 나섰다.

   

옆방인 204호실 문 앞에 서자 방 안에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토해내는 방귀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렇다는 건 아마 이 고시원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방귀 소리를 들었다는 걸까.

   

또다시 무지막지한 방귀 소리가 들려오는 찰나에 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마치 화들짝 놀란 듯 소리가 도중에 뚝, 끊겼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며 대답이 없자 나는 다시 노크를 하며 내 신원을 밝혔다.

   

“실례합니다. 옆방 203호에 사는 사람인데요.”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됐는지 안쪽에서 허둥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현관문이 조심히 열리며 그 틈으로 그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 안 한 민낯이었지만 그 귀여운 얼굴은 어디 가지 않았다. 분명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보니 내 또래처럼 어려 보이는 외모였다. 동안인 걸까.

   

막상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려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되겠다 싶어서 나는 다소 강하게 말했다.

   

“죄송한데 그쪽 방귀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어요. 하루도 아니고 매일 그러니…….”

   

“앗, 그… 그게…… 죄, 죄송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장이 안 좋아서…… 가급적 참으려 하는데 그게 잘…… 아, 아무튼 죄송해요. 최대한 참아보도록 할게요…….”

   

진심으로 미안한 듯 쩔쩔매며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아랫배는 여전히 꾸룩구륵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못 가 다시 내 귀를 시끄럽게 울려대는 새벽녘 천연 알람을 터트릴 게 분명했다.

   

“저기…….”

   

내 부름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 옆방엔 저 말고는 없는 거죠? 그러니까, 205호 말이에요.”

   

순간 무슨 뜻인가, 의아해하던 그녀는 이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대답했다.

   

“네. 205호는 쭉 빈방이었어요. 그런데 그건 왜……?”

   

그렇다면 그녀의 방귀 소리가 들리는 건 내 방까지라는 뜻이다.

   

“속이 안 좋으시다면, 차라리 지금 한 번에 뀌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억지로 참는 것도 좋지 않을 거고, 이대로라면 새벽에 또 깨게 될지도 모르니…….”

   

“ㄴ, 네? 지금 한 번에……요?”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제 앞에서 지금 뀌라는 게 아니라……. 자는 동안 참기 힘들 것 같으면 차라리 자기 전에 한 번에 뀌는 게 낫지 않을까 해서요.”

   

“아, 그, 그런…….”

   

그녀는 다시금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부끄러운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럼 그, 그렇게 해볼게요. 밤늦게 죄송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다. 이웃 배려 없이 방귀만 무지막지하게 뀌어대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대화해보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잠깐 만났을 뿐이지만 쉴 새 없이 꾸르륵거리는 배를 보니 아무래도 정말로 장 트러블이 심각한 모양이다.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았을 땐 이미 합판 벽 너머로 그녀의 무지막지한 배출이 시작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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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두 달여 간이 지날 동안은 크게 이렇다 할 트러블이나 문제 사항은 없었다. 204호의 그녀 역시 그날 이후로는 최대한 조심하려는지 방귀는 가급적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뀌었고(그래도 풍압은 어찌나 센지 이따금 조용할 때면 푸쉬이익- 하고 엉덩이를 세차게 비집고 나오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잠을 청하기 전엔 화장실에서 혹시나 남아있을 장내 가스를 최대한 비우고 온다고 했다.

   

다만 그럼에도 이따금 잠결에 뽜라락, 뀌어버리는 일이 있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항상 그녀가 외출 후 밤늦게 돌아왔다는 점과 그 이야기를 할 때면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며 한쪽 손가락에 끼운 얇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느라 내내 방귀를 꾸역꾸역 눌러 참은 탓에 그런 것으로 보였다.

   

남자친구는 과연 그녀가 방귀를 이렇게나 뀌어댄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문득 궁금할 때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곤 해도 그녀에게 차마 물어볼 순 없었는데, 뜻밖에도 그녀 쪽에서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었다.

   

그 얘기를 듣게 된 것은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도시락을 사들고 휴게실에 갔을 때였다. 전자레인지에 도시락을 용기째 돌리고 있자니 잠시 뒤 그녀가 마찬가지로 저녁거리를 사들고 들어왔다. 복도를 지나다닐 때나 화장실 앞 등에서 이래저래 마주치긴 했지만, 막상 둘이서만 있게 되니 뭔 말을 해야할지 몰라 서로 어색한 인사만 주고받았다.

   

서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각자 챙겨온 저녁을 먹고 있자니 휴게실 내부에 불편한 적막감이 흘렀다. 그 참을 수 없는 침묵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그 뒤로는 혹시 시끄럽지는 않으신지……,”

   

묘하게 어물거리는 그녀의 태도에 순간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싶었는데, 이내 의도를 깨닫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네. 그 후로는 괜찮았어요. 어제만 해도 잠도 잘 잤고…….”

   

사실 중간중간 그녀 자신도 모르게 요란스레 뀌어버려 자다 말고 화들짝 깨는 일이 몇 번 있었긴 하지만, 굳이 그녀에게 말하진 않았다.

   

“다행이네요. 최대한 폐를 끼치진 말아야 하는데…….”

   

그러고는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침묵을 깬 것은 잔잔히 울린 그녀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잠시만요, 전화가 와서…….”

   

그러고는 수저를 내려놓고 급히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언뜻 화면에 뜬 발신인을 보니 이름은 보지 못했지만 새빨간 하트 이모티콘이 몇 개 붙어있었다. 아무래도 전화 상대는 남자친구인 모양이다.

   

“남자친구 연락인가 보네요?”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 넌지시 묻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마침 영화표가 생겼다고 내일 보러가자고 하는데, 내일은 회사에서 저녁 회식이 있어서……. 아쉽지만 주말로 미루기로 했어요.”

   

“그랬군요. 어떤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요?”

   

이를 시작으로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금의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는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장 상태가 특히나 안 좋아서 처음 본 그 남자 앞에서 대차게 뀌어버렸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저런 일을 겪다가 우연히 해외여행 일정이 둘이서 계속 겹쳐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관광을 다니기로 하고 함께 지내다보니 사랑이 싹텄다나 뭐라나. 말로만 들으면 마치 운명적인 만남 같기는 하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와중에 ‘속삭이는 회랑’으로 유명한 무슨 대성당에서 그녀가 또 대차게 터트려버리는 바람에 수습하느라 정신 없었다고는 하지만.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에 각자 저녁식사가 끝났기에 우리는 그쯤에서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내 고시원 생활 한 해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그 사건이 벌어졌다.

   

그날따라 저녁을 먹고서도 두 시간쯤 지나니 슬슬 출출해져서, 하던 공부를 잠시 접어두고 간식거리를 사러 나갔다. 마침 챙겨두었던 간식거리도 다 떨어졌던 것이다. 고시원 근처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들고 돌아오니 고시원 입구에 서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옆방 204호 여자였다. 건물 현관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불안해보였다. 술이라도 마신 걸까?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에 회식이 있었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었던 것 같다.

   

불안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던 그녀가 별안간 몸을 휘청하더니 층계참에 철퍽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화들짝 놀라 달려가서 그녀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워보니 다행히 상처는 없었다. 다만 꽤나 많이 마셨는지 눈은 반쯤 감은 채였고 다리는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이제 막 아홉 시를 넘긴 시간이었는데 이 정도로 취한 걸 보면 회식이 일찍 시작되었거나 그녀 자신이 술을 잘 못 마시는 타입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것으로 보였다. 그녀의 외형만 보면 아무래도 후자 같긴 하지만.

   

그녀가 무어라 웅얼거리긴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진 않았다. 죄송하다는 말이었던 것 같았지만 발음이 뭉개져서 하나마나였다. 어찌됐든 나는 그녀를 부축하여 2층 복도까지 올라왔다. 바로 옆에 붙으니 알코올 냄새가 훅 끼쳐왔다.

   

“집에 다 왔어요. 비밀번호 누를 수 있겠어요?”

   

그녀의 방문 앞에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보았지만 그 귀엽게 끝마디를 먹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연신 죄송하다는 웅얼거림만 반복할 뿐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손을 도어록에 억지로 가져다 대보았지만 숫자패드를 두 번 누르는가 싶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그러더니 이내 완전히 골아 떨어져버렸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

   

나는 이도저도 못한 채 취해서 기분 좋게 잠들어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복도에 팽개치고 갈 순 없는 노릇이다. 휴게실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어휴,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겨우겨우 그녀를 내 방 침대로 끌어다가 눕혔다. 구두는 벗겨서 현관에다 놓아두었지만 옷은 그대로 입은 채였다. 이불을 덮어주자 한 차례 몸을 뒤척이던 그녀는 이내 더욱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언제까지고 내 방에서 재워둘 순 없었다. 자정 쯤이 되면 슬슬 깨워서 방으로 돌려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다시 책상 앞으로 의자를 끌어 앉았다. 풀던 문제는 마저 풀어야 한다.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를 하나 뜯어서 문제집 옆에 놓아두었다. 한입 물어보니 달착지근한 맛이 혀에 감돌았다. 인기 있는 신상이라더니 과연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쯤 문제 풀이에 열중했을까, 침대에 눕혀두었던 그녀가 별안간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읏, 우윽…….”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술에 취한 그녀가 내 침대 이불에다가 토악질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되어서였다. 다행히 그런 낌새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사태는 다른 의미로 심각했던 것 같다.

   

「꾸루루르르---..... 꾸드르륵... 꾸룹--.......」

   

그녀의 웅크린 아랫배로부터 불안한 울림이 들려왔다. 무언가 꾸득꾸득한 것이 그녀의 장을 타고 꾸역꾸역 밀려 내려가는 소리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이 방귀임을 직감했다.

   

고시원은 한 층에 많은 방이 욱여넣어진 구조이다. 따라서 자연히 한 방의 크기는 굉장히 좁을 수밖에 없었다. 내 방만 하더라도 침대가 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책상과 선반을 놓고 나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그런 좁은 방에서, 더군다나 창문도 없이 밀폐된 방 안에서, 알코올에 의해 괄약근의 통제를 잃은 상태로 방귀를 뀐다면, 그것이 냄새가 심하든 안 심하든 방 안을 한가득 채워버릴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뻔했다. 게다가 평소 그녀가 뀌어대는 방귀의 소리와 더불어 방금 전에 들렸던 그 꾸륵거림을 감안해보았을 때, 그녀의 방귀가 냄새 하나 없이 상쾌하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찡그리며 신음했다. 아직 잠은 깨지 않았지만,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오는지 몸을 움츠리며 두 손으로 배를 부여잡았다. 그 탓에 그녀의 아담한 엉덩이가 내 쪽을 향하게 되었다. 골반에 꽉 끼는 치마 탓에 그녀의 굴곡진 엉덩이 라인이 보란 듯이 드러났다.

   

「프룩.....슈우우우---- 뤽...!!」

   

결국 우려했던 대로 그녀의 두 볼깃살 사이로 끈적하고 탁한 방귀가 새어나왔다. 한결 편해졌는지 그녀의 얼굴이 잠깐 풀어졌지만, 다시금 「꾸르륵- 꾸륵.....」 아랫배가 울려대는 탓에 그녀는 다시 불편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뤼뤼륏---!!!! 픗슈우으우으으..........

   

다시 한 번 역하디 역한 방귀가 치마 틈을 비집고 끈끈하게 늘어져 나왔다. 소리에서 느껴지듯 후텁지근할 것 같은 그 농후한 방귀는 아주 천천히, 끈덕지게 바닥과 공기를 타고 스멀스멀 퍼져 나왔다. 그리고 그 냄새가 마침내 내 코에 다다랐을 때, 나는 숨을 헉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한동안 변비에 시달리고 있던 게 아닐까싶을 정도로 그 냄새는 가히 악취라고 평할 만했다. 회식을 아마도 고깃집에서 한 건지 황화수소 특유의 농밀하고도 농후한 구릿함이 농축되고 농축되어 내 코를 사정없이 쥐어짰다.

   

나는 순간 무지막지하게 뀌어댈 그녀를 침대에 방치해두고 밖으로 뛰쳐나갈까, 생각했다. 안 그래도 공기가 탁한 곳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바에야 공부고 뭐고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뒤이어 떠오른 가능성에 나는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나 그녀가 구토라도 한다면, 이불이며 매트릭스가 오물로 더럽혀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만약 토사물이 역류라도 한다면 그녀가 질식할 위험도 생기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바에야 차라리 그녀가 정신이 들 때까지 만이라도 그녀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뿌그르—릇... 루르르......

   

그녀의 엉덩이는 수그러드는 권총 연기처럼 힘없이 짙은 방귀를 토해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제껏 벽 너머로 들어온 그녀의 방귀소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엉덩이를 움직였다.

   

「푸루웃- 푸브륫..... 붑...뿝- 프쉬이이이이잇.......」

   

그녀가 몸을 움찔할 때마다 간헐적으로 괄약근을 울려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더더욱 짙어지는 냄새가 콧구멍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이쯤 되니 더 이상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한손으로 코를 부여잡은 채 의자를 뒤로 빼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다. 탁한 실내 공기가 복도로 빠져나가고 신선하고 맑은 공기가 조금씩 흘러 들어왔다.

   

그러다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나는 황급히 문을 닫았다. 복도를 걷는 발소리와 함께 “어후, 이게 무슨 냄새야.” 하는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방귀를 진창 뀌어대고 있었다.

   

우우우욱---!!!!! 부룻- 뿟— 롸라락!!!!」

   

한번 신선한 공기를 맡고 나니 한층 옅어졌다고는 해도 그 냄새가 더욱 지독하게 느껴졌다. 그뿐 아니라 옅어지지 말라고 더욱 악독한 방귀를 친히 끼얹어주니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평소에도 몇 번이나 해오던 생각이었지만 한 사람이, 그것도 이렇게 젊고 아담한 여성이 이다지도 무지막지하게 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대체 저 작은 뱃속 어디에 이만한 양을 담아둘 수 있는 것일지. 생각해보니 그녀는 항상 못 담아두고 뀌어버리긴 했구나.

   

그런저런 실없는 생각으로 냄새를 버티다보니 생각보다 견딜만해졌다. 오래 냄새를 맡다보니 어느덧 코가 익숙해진 것이다. 차츰 방귀 방출량이 줄어들고 있었고, 그녀도 한결 표정이 편해진 것으로 보아 한동안은 괜찮을 거라 판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푸부룩... 훗슈우우우우우우---』

   

한참 공부에 몰두하던 도중, 한동안 잠잠하던 그녀 쪽에서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어딘가 이상했다. 방귀소리처럼 들렸지만 분명 어딘지 모르게 다른,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뿌부루루룩.... 뿌북-.......」

   

그리고 뒤이은 울림. 이 소리만큼은 분명한 방귀소리였다. 나는 분명 잘못 들었겠거니, 넘겨짚었지만 그 추측을 반박하기라도 하듯 다시금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풋슈위이이익--- 푸루루후우우으으-----』

   

그와 동시에 무언가 끈끈한 것이 서로 붙어 있다가 쯔억, 벌어지는 듯한 소리가 섞여 들렸다. 마치 끈적한 꿀을 맛본 뒤 입을 천천히 열 때 나는 것과 같은 소리였다. 이건 명백히 평범한 방귀 소리가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펜을 내려놓고 침대 위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시금 방출이 시작되었다.

   

「뿌왁....!!! 아—아앙!!!!!」

   

술에 떡이 된 채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녀는 분명 아까 전과는 다른 자세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그렇게 된 것이겠지만, 매트릭스에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움츠려 엉덩이만을 높게 치켜든 채 무릎을 딱 대고 엎어져있는,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언젠가 TV 화면을 돌리다가 보았던 요가 자세 중 고양이자세와 매우 흡사했다.

   

방귀를 한껏 뀌어 내보낸 그녀는 잠결에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 호흡에 맞춰서 그녀의 엉덩이가 움찔하더니, 다시금 그 ‘쯔어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프러럭...!! 부르룩훕슈루루루루욱--.......』

   

그녀의 치마 아래의 엉덩이는 다시금 그 요란스런 소리를 흘렸다. 나는 그제서야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뿜어냈던 방귀가 그녀의 엉덩이를 통해 다시 장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였던 것이다.

   

지금 그녀가 취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세로 있게 되면 괄약근의 조임이 쉽게 풀려 항문이 약간 벌어져, 내부 기압차에 의해 그 틈으로 바깥 공기가 빨려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현재 이 밀폐된 공간에는, 특히나 그녀의 엉덩이 주변에는 그녀가 뀐 농후한 방귀가 자욱하게 퍼져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 공기를 항문으로 빨아들이게 될 경우, 그녀의 방귀가 다시 장 내부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장 속을 다시금 헤집고 뿜어 나오는 방귀는 그 악취가 더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이다.

   

「뿌롸롸라라라락---!!!!!!

「푸르릅부부부---우웃...---!!!!!!!!!!」

   

한층 격한 소리와 함께 한층 역한 냄새의 방귀가 그녀에게서 퍼져 나왔다. 만약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정신을 차릴 때까지 이 무한한 방귀의 순환을 끊임없이 되풀이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이 악취의 순환을 멈추어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침대에 가까이 갈수록 코를 훅 파고드는 냄새는 더더욱 심해졌다. 단백질과 지방의 집합체인 고기와 알코올, 그리고 변비 삼박자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냄새는 가히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독한데, 거기다가 방귀가 장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숙성되고 나니 그 냄새가 더욱 끔찍해졌다.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끊임없는 방귀 순환을 끊으려면, 당연히 그녀가 지금 뭣 모르고 취하고 있는 자세를 돌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푸브브루루룩— 훗슈루루우우우우우---...』

   

또 한 번 그녀의 엉덩이가 방출을 위한 공기탄창을 장전했다. 그녀의 위로 세운 엉덩이를 돌려놓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몸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취한 여성의 몸을 건드린다는 것이 다소 껄끄러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사태다.

   

나는 그녀의 허리춤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그리곤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옆으로 눕혔다. 다행히 그녀는 별 저항 없이 돌아누웠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흐트러진 이불을 덮어주려고 들추니 안쪽에 고여 있던 방귀가 후욱- 퍼져 나왔다. 나는 고약한 냄새에 뒤로 주춤했다. 이불을 펄럭여 냄새를 흩어내고는, 그녀에게 덮어주려고 다리 쪽으로 다가갔을 때였다. 아까 전의 장전의 영향일까, 잠잠하던 그녀의 엉덩이가 드디어 발포를 시작하였다. 돌아누운 엉덩이는 물론 내 얼굴을 향한 채였다.

   

「푸르와아악!!!!! 뽜라락, 롹!!!!」

   

검은 치마 속 작은 엉덩이가 내 얼굴을 향해 후끈한 열기를 정통으로 뿜어냈다. 그녀의 갑작스런 방귀세례에 나는 반사적으로 콜록거렸다. 그 질척하고 지저분한 소리에 걸맞게 상당히 구린 냄새였다.

   

그래도 다행히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폭발적으로 뀌는 일 없이 잠잠해졌다. 물론 이따금 이불 속에서 뿌루룩- 뽜락— 질퍽한 소리가 들리곤 했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열어 방 안을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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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마무리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우리 고시원 내 규정상 입주 후 반년 즈음이 되면 전체적으로 방 배치를 변경하게 된다. 내 경우엔 복도 끝에서 두 번째 방으로 배정받았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멀어진 게 흠이긴 하지만 휴게실은 가까워 식사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방 청소와 더불어 짐 정리를 끝마친 뒤, 휴게실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사설 국어 모의고사를 한 번 돌린 후, 오늘치 영단어를 익힌 뒤 잠자리에 누웠다. 침대 머리맡에 난 창문으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이번에 재배정 받은 방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창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창문틀 한가운데에 합판벽이 설치되어 옆방이랑 공유되어있긴 하지만, 빛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폭신한 이불 속에 파묻혔다. 문득 몇 달 전의 그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도 대사건이라면 대사건이었지. 그녀를 겨우겨우 방으로 돌려보낸 후 이불이며 걸어둔 옷에 잔뜩 밴 냄새를 빼내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 낮 무렵에 숙취와 잠에서 깬 그녀는 휴게실에서 나와 마주치자 갑작스럽게 전날의 기억들이 몰려왔는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며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에 깊게 잠들었던 게 아니었는지 취중에 본인이 어떤 짓을 저질러버렸는지 생생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한사코 저녁이라도 사겠다며 기를 쓰는 바람에 얼떨결에 식사를 대접받고야 말았다. 귀여워 보이는 외모에 생각보다 한 성깔 있구나,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다. 그 덕에 평소에는 입에도 못 대는 고급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지만.

   

그런 걸 생각해보면 그 방에 배정받은 것도 생각보다 운수 나쁘지만은 않았구나, 나는 그렇게 감회에 젖은 기분으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204호의 그녀도 방 배정을 새로 받았을 텐데, 그녀는 어느 방으로 갔을까. 그녀라면 좌우에 이웃이 없이 빈 방이어야 속 시원하게 뀔 수 있을 텐데……. 그런저런 생각 속에서 이제 막 잠에 빠져들락 말락 할 때였다.

   

「뿌르르르릇.....!!! 뿌르르......... 륵-!!!!」

   

익숙한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려왔다. 아니, 근처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 소리는 바로 내 머리맡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 얇디얇은 합판 벽 너머에서…….

   

나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오늘 배정받은 이 방은 복도 끝에서부터 두 번째 방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내 옆방, 그러니까 복도 끝 방에는 젊은 여자 한 명이 옮겨왔다고 했는데, 설마 그 젊은 여자가…….

   

「뿌루르왁..!!! 푸르릅- 륵— 뿌우와아악....!!!」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참으려는 노력의 흔적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나는 코를 킁킁거렸다. 기분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소리에 걸맞은 지독한 냄새가 슬금슬금 퍼져오는 것만 같았다. 아니, 그건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내 시선의 끝에는 절반이 합판 벽으로 인해 나뉜 창문이 보였다. 이 창문은 창틀이 벽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 말인 즉, 이 방과 옆방은 창문을 매개로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공기 또한 같이.

   

「뿌롸롸롸락---!!!!! 부릅롸라락----!!!!!!!!」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그녀의 방귀소리와 더불어 풍겨오는 냄새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역시 이곳은 운수 나쁜 방이었어…….



- The End -




내 옆방에도 저런 여자 있었으면 좋겠네ㅋㅋㅋ


예전에 고시원 배경 호러소설 읽다가 삘받아서 썼던 소설임

중간에 나온 고양이자세 씬은 요즘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저런 소재가 흔치 않았어서 이참에 함 넣어보자 해서 쓴 거고.


이번에도 하이퍼급은 아니지만 전편보다 더 심해진 준하이퍼급 방커긴 한데 ana didovic 같은 영상 보면 저 정도로 뀌기도 하니까 실제로 저런 여성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아님 몰?루


암튼 어땠을진 모르겠지만 다들 재밌게 봐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