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자리에 누웠다. 오늘도 힘들었다. 나 종훈. 꿈은 있지만, 돈이 없어 이렇게 알바를 하면서 살고 있다.

막상 누우니 깔끔하게 정돈된 자취방과는 다르게 너저분한 내 침대가 신경 쓰였다. 아, 맞아. 침대도 정리해야 하는데. 몰라, 내일은 뭐 먹지. 아까 번호 따 간 여자한테는 제발 연락 안 왔으면 좋겠다. 예쁘긴 한데, 성격이 좀 이상해 보이던데…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아 씨, 왜 잠이 안 오지.’


내일은 모델 일에 편의점 알바까지 해야 하는데. 자야 되는데.








“종훈아, 눈을 뜨거라.”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깜빡 잠들었나? 눈을 뜨라고?


“일어났구나, 종훈아.”


눈을 떠 보니, 웬 할아버지가 바위에 앉아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이건?


“히히히. 종훈이 맞지?”


“네, 맞긴 한데… 누구세요?”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나 설마 지금 어디 납치돼서 끌려 온 건가?

안 되는데. 꿈도 못 이루고 죽을 순 없는데. 대학 나와서 알바만 하다가 죽긴 싫은데. 씨발…


“역시 그렇구먼. 나를 모르겠나? 이십 년 동안이나 같이 살았는데 말이야.”


“네…?”


이십 년 동안 같이 살았다고요? 뭐라는 거야…?


“허허, 평생 모신 스승을 못 알아보는 제자라! 신통함을 금할 수가 없노라.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것이냐?”

 

아냐. 난 저런 인간을 모신 기억이 없다. 아니, 일단 저 할아버지가 인간이 맞긴 한 거야…?

기억 안 나. 안 난다고. 아니, 그런 적이 없다니까요.


“날 때부터 드래곤 용사 수행을 하다가, 인간 세계를 넘보고 속세를 탐하다 쫓겨난 제자여. 인간 세상에서의 삶이 어떻느냐?”


예?


말도 안 돼. 내가 사실은 드래곤이라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됩니다. 저는 인간인걸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네. 종훈아, 거울을 보거라.”


할아버지가 건네 준 거울 속 내 모습을 본 나는,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임 속에서나 보던, 드래곤족 용사 복장을 입은 내가 서 있었다. 잠깐만, 이게 진짜라고?

내가 수행 도중 속세를 탐하다 쫓겨났다라. 아아, 벌 받은 거구나. 이제 내 삶이 조금 이해가 간다.

키 크고 잘생기면 뭐 하나. 어릴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랐고, 대학에 가서도 내 인생엔 검정빛과 회색 뿐이었어. 내가 벌로 쫓겨나서 그런 거라는 거지, 지금. 믿기지는 않지만, 내 인생을 설명할 방법이 그것 외에는 없어 보이긴 해. 에라이, 좆같은 인생…


“힘듭니다. 솔직히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허허!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너의 정해진 벌인, 이십오 년의 고통은 오늘부로 끝났단다. 하늘께서 보살피시어, 네게 작은 선물을 주시기로 했다는구나.”


“예? 선물이오?”


“그래. 들어오거라!”


그러자 한 여인이 묶인 채 끌려 들어왔다. 그녀는… 와우, 정말 예뻤다.

드래곤 세계의 전형적인 모습, 그러니까 용의 모습이 살짝 섞인 그녀였지만, 그것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적당히 큰 키에 여신 같은 청순한 얼굴.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에 몸매도 좋아서, 터질 듯한 골반과 아름다운 가슴의 소유자였다. 초라한 모습만 아니었으면 귀부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드래곤 세계의 여인들은, 죄다 이런 건가…?

그나저나 왜 묶여 있는 거지. 저렇게 예쁜 사람이…


“그 애를 풀어 주게.”


그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뭐 잘못을 한 건가. 아니면, 사정이 있는 걸지도.


“사… 살려 주세요...”


그녀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정말이지… 귀여웠다. 안아 주고 싶었다.


“소희 양, 이제 괜찮네. 종훈아, 이 여인이 앞으로 너와 평생을 함께할 분이란다.”


“예…? 정말입니까? 저렇게 아름다운 분이…”


“그렇네. 죄를 짓긴 했지만, 그 죄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억울하게 옥에 갇혀 학대를 당하던 여인이란다. 드래곤 세계를 떠나 인간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는구나.”


이야, 좀 불쌍하긴 하네. 근데…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내게 준다고?

죄를 짓긴 했다는 게 조금 찜찜하긴 해도, 저렇게 귀여운 여자를…!

좋아. 이제 행복 시작이구나. 저 여자랑 같이 다시 으쌰으쌰 해 보는 거야.


“서로 돕는 배필이 되어, 인간 세상에서의 삶을 잘 마친다면 둘 다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좋아! 소희 양, 종훈 군과 인사하게.”


소희 씨가 눈물을 닦고 일어나, 내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녀가 내게 바짝 다가와, 내 손을 꼭 쥐고 하는 말.


“안녕하세요. 소희라고 해요.”


“종훈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녀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봐도 정말 예쁘다. 인간 세상에 가면, 소희 씨도 사람의 모습이 되겠지. 얼른 보고 싶다…


“좋아! 이제 둘이 입을 맞추면, 인간 세계로 갈 수 있네! 자, 얼른!”


입을 맞추라고? 초면에?

잠깐만, 소희 씨는 벌써 눈 감고 들어오고 있네…?


‘에라, 모르겠다.’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얼마 만의 입맞춤이지. 이제 기억도 안 나.

그건 모르겠고 정말… 달콤했다.







“삑 삑 삑!”


아, 뭐야…

알람을 껐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 방 내 침대 그대로였다.


‘하… 꿈이네.’


그래, 당연히 꿈이지. 무슨 드래곤이고 무슨 소희 씨야… 씻고 준비나 해야지. 얼른 일하러 가야 하니까.


“안녕히 주무셨어요?”


잠깐만, 이 목소린… 소희 씨?

설마, 꿈속의 얘기가 사실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침대에 걸터앉은 저 아름다운 여인이, 소희 씨가, 사실 드래곤이라는 거잖아.

그리고 나도 사실은… 저들과 같은 존재인데 죄를 지어 인간 세계로 쫓겨난 거고.


‘진짜인 건가…?’


“일어나셨어요, 서방님? 집에 있는 걸로 아침밥 차려 놨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상이 펴져 있었고, 밥이 차려져 있었다.


“아… 소희 씨? 알았어요. 씻고 나올게요.”


꿈이 아니었다니. 정말 소희 씨와 같이 살게 됐다니.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아내가 생겼다니.

그녀의 인간일 때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다니…!


‘하… 인생 펴는 건가?’


샤워를 하면서도 자꾸 웃음이 나왔다. 서방님이라… 그럼 당신은 내 공주인 건가? 함께 살아갈, 평생의 동반자이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돌리는 것이 아닌가.


“소희 씨? 왜 그래요?”


“아…! ㅈ… 죄송해요… 너무… 너무… 잘생기셔서…”


“네…?”


그녀가 고개를 떨궜다.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죄송해요… 너무 쑥스러워서…”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엥, 이게 울 일인가? 부끄럼을 많이 타나 보네…


“함부로 쳐다봐서… 죄송해요…”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부부 사이에 꼬박꼬박 존댓말 안 해도 돼요. 21세기 대한민국은, 평등한 세상이에요.”


“저… 정말요…?”


“그럼요. 내가 먼저 말 놔야겠네. 몇 살이에요?”


“저… 올해로 스물다섯이에요… 으흑흑!”


그 말을 하자마자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아니, 나이 물어보는 게 울 일이냐? 나도 스물다섯인데, 그냥 나도 발 동동 구르면서 쳐 울까? 스물다섯이 죄였나…?


“죄송해요… 저처럼 나이 많은 노처녀가… 이렇게 젊고 잘생긴 남자를 따라 내려와서… 흑흑…”


예? 나이 많은 노처녀요? 스물다섯인데? 그럼 난 ㅈ찐따 노총각이냐? 그 세상은 도대체 뭐 하는 데야?


“동갑이네요. 그냥 말 편하게 하자, 우리. 알았지, 소희야?”


“어? 그래도 되면… 으… 응…!”


말을 마치고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품에 꼭 안긴 그녀를, 평생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 먹자. 차리기만 하고 아직 안 먹었지?”


“웅… 근데… 너랑 밥 같이 먹어도 돼…?”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여긴 대한민국이지 조선이 아니란 말이야.  


“당연하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건 행복한 일이야.”


밥을 함께 먹으며 그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드래곤 세계는 스무 살 전에 결혼하지 못하면 무조건 노처녀고, 남녀가 평등하지 않다고. 그곳에서 조그만 죄를 지어서 쫓겨나고 학대당하다가, 문제가 해결되어서 풀려나 소원을 빌었고 인간 세상에서 만날 짝으로 나를 골랐다고. 말하면서 그녀의 표정이 점점 좋아졌다. 


음, 난 어쩌면 그곳에서 쫓겨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 같은 반항아가 안 쫓겨났을 리도 없고. 소희도 인간일 때의 모습이 훨씬 예쁜 것 같고. 흰 반팔에 돌핀팬츠라니… 저런 건 또 어디서 나서… 


“그… 있잖아…”


그녀가 수줍게 말을 꺼냈다. 뭐지?


“나… 나…”


“응, 말해 봐. 뭐 불편해?”


확실히 어딘가 불편해 보이긴 해. 뭐지? 어디가 아픈가?


“나… 사실 아까부터 방귀 나올 것 같아서…”


“응?”


아, 뭐야. 겨우 그걸로 이렇게까지 한다고? 같이 사는 사이에?

소희야, 그냥 뀌고 웃어도 안 놀라울 상황에…


“뭐야, 깜짝 놀랐네. 난 또, 뭔가 크게 불편한 줄 알았잖아.”


“ㅈ… 종훈아…”


“마음대로 뀌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지, 사람이.”


“그… 그럼…”


그녀가 수줍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소희 엉덩이… 다시 봐도 정말 탐스럽다. 어떻게 저렇게 예쁘지?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다른 의미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으니…


“뿌악!! 뿌와아아아아아악!!! 뿌아아아아아앙!!”


“아아아…! 흐읏…!”


“뿌어어어엉!! 뿌으으으윽!!!”


그녀가 항문의 힘을 푼 순간, 엄청난 양의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냄새와 소리는 덤이었다.


“ㅅ… 소희야…?”


“바… 방귀 또 나올 것 같아…!”


“자… 잠깐만, 소희ㅇ…!”


“푸시시시…”


“으으윽… 끄응…!!”


“뿌우우우우웅!!!”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치만… 또 나와…!”


“뿌다다다다다닥!!! 뿌우우우우웅!!!!”


“푸드드드드드득!”


우아. 저 예쁘고 귀여운 몸에서… 가스가 잘도 나오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정신이 혼미하지…? 냄새가 싫진 않은데, 왜 이렇게… 설마 똥을 싼 건 아니겠지?





“으흐흑… 어떡해… 종훈아…”


정신을 차려 보니 그녀가 옆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뭐지?


“소희야…?”


“으아앙… 다행이다…! 너 못 일어나는 줄 알고… 흑흑…”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잠깐 기절했었나 보구나. 하긴, 그런 양과 냄새의 가스는 처음이었으니까…


“미안해… 첫날부터 더러운 모습만 보여서… 그치만… 배가… 배가 너무 아파서….”


“아냐! 그럴 수 있지. 오늘 샵 못 가겠다, 늦었네.”


나를 끌어안고 우는 그녀를 토닥이며 달랬다. 기절한 시간이 꽤 길었나 보다. 모델로 일하는 샵에 도저히 못 갈 것 같았다. 사장 누나한테 전화드려야겠네. 


“말씀드렸어. 잘 쉬고 내일 오래.”


“미안해… 나 때문에 일도 못 가고… 방귀 뀌어서 미안해.”


“아냐아냐. 너랑 있을 수 있어서 더 좋은걸?”


“뭐야…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역시 수줍음이 많구나, 소희는. 귀엽다, 정말로.


“근데 있잖아… 그게 혹시 전화라는 거야?”


“엥? 따지고 보면 그렇지…? 혹시 휴대폰 몰라?”


“휴대…폰? 그게 뭐야?”


이걸 모른다고? 드래곤 세계는 생각보다 도태된 세계구나. 인터넷도 못 하는 세상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솔직히 내가 개길 만 했다, 이거는…


나는 소희에게 휴대폰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그녀가 모르는 다른 현대 문물(…) 들을 소개해 주었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도 대강 가르쳐 주었다. 이걸 써서, 인간 세상에 빨리 적응하라는 거였다. 


“잠깐 나갔다 오자. 편의점도 안 나간다고 말해 놨어. 너 옷이랑 필요한 걸 좀 사야지.”


“그래도 괜찮아…? 미안, 나 때문에 돈 쓰게 생겼네…”


“아냐, 괜찮아. 인간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돈을 쓸 줄 알아. 나는 더더욱 그렇고.”


“너 따뜻한 사람이구나. 고마워…”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자꾸 심장 폭행하지 말라니까?


백화점에 가서 소희가 입을 옷을 몇 벌 샀다. 그녀가 옷을 입어 볼 때마다, 정말 안 어울리는 게 없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속옷을 고를 때는 내가 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저렇게 예쁜 여자 애와 같이 살고 있다니…

소희도 행복해 보였다. 그동안 못 받은 사랑을 내가 몇 배로 돌려주고 싶었다. 개만도 못한 용들의 세상에서, 학대당하다 겨우 빠져나온 우리 소희…

그나저나 수줍음이 많은 거 맞아? 왜 이렇게 매달리고, 자꾸 안기려고 하는 거냐고, 설레게…!


“저건 뭐야?”


길을 걷다 말고 그녀가 물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떡볶이였다.


“아, 저건 떡볶이라는 건데… 매콤한 소스에 떡이랑 어묵 같은 걸 넣은 거라고 보면 돼.”


“떡볶이… 그렇구나.”


소희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떡볶이가 먹어 보고 싶구나. 하긴, 아침 먹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먹긴 했으니까.


“소희야, 떡볶이 먹고 갈까?”


“그… 그래도 괜찮아…?”


너무 수줍어하는 거 아니냐. 왜 먹고 싶은 것도 말을 못 하는데. 나란 남자, 부자는 아니지만 떡볶이 사 줄 돈은 있다고. 거긴 도대체 어떻길래 애가 할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게 만드냐?


“그럼, 당연하지. 인간 세상 처음 온 기념으로 떡볶이나 먹자.”


“앗싸…!”


그녀가 웃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간만에 떡볶이 먹겠네.


“잘 먹겠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떡볶이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소희 먹는 속도가 범상치 않다. 내가 좀 많이 먹으려고 시킨 3인분의 떡볶이와, 튀김 그리고 어묵이 그녀의 뱃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맛있어? 더 시켜 줄까?“


“웅! 너무 맛있다. 더 먹을래.”


웃으면서 애교 섞인 말투로 저러면 안 시켜 줄 남자가 어디 있으랴. 그녀는 떡볶이 4인분과 튀김 2개를 추가로 흡입한 뒤, 어묵 국물까지 들이키고 나서야 배가 부른 눈치였다. 나는 얼마 먹지 못했지만,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래, 원래 드래곤인데 많이 먹겠지 뭐. 많이 먹어, 우리 소희.


“잘 먹었어… 고마워, 종훈아.”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집에 가자. 아직 가르쳐 줄 게 많아.”


“응! 얼른 배우고 싶어. 여긴 꼭 천국 같아.”


천국 같다니 다행이다. 얼른 데리고 가서 인터넷 쇼핑도 가르쳐 주고, 영화도 한 편 보고 자야지.

잠깐만, 우리 집에 침대는 하나뿐인데…? 그럼 나랑 소희랑… 한 침대에서…

아니, 정신 차려.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그러라고 하늘에서 내려 준 여자, 아니 드래곤인 줄 아냐? 아니, 애초에 덮치기 전에 쳐맞을지도…


집에 오는 지하철에 올랐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우리 둘은 가까이 붙어서 서서 가야 했다. 그녀의 가슴이 내 몸에 닿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됐다. 안 돼, 정신 차려…!


“꾸르르르륵…”


뭐지? 나 아닌데. 내 배는 고팠으면 고팠지 멀쩡한데.

잠깐만, 소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혹시… 배가 아픈가? 그녀에게 귓속말을 했다.


“소희야, 어디 불편해?”


“나… 배가 아파…!”


망했다.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똥이 마렵구나. 어떡하지? 집까지는 아직 세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공중화장실을 쓰게 하기엔, 아직 화장실을 사용하는 훈련이 잘 됐는지도 모르고…


“소희야, 집까지 참을 수 있겠어?”


“배 아파… 응가 나올 것 같아…!”


그녀가 울상이 된 얼굴로 배를 잡고 말했다. 제발, 집까지만 버텨 줘…


“알았어. 조금만 참아!”


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소희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당장이라도 지하철 바닥에 변을 모두 내보낼 기세였다. 


“조금만 참아, 소희야… 금방 좋아질 거야.”


“응… 아, 배야…”


그녀를 꼭 안고 그녀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성난 뱃속에서 변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역은 xx, xx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좋아, 이제 내릴 수 있다. 소희야, 조금만 참아. 화장실에 가면, 편안히 똥을 눌 수 있게 해 줄게…!


“잠시만요, 내릴게요!”


퍽.


“하으으읏…!”


“소… 소희야…!”


“뿌아아아아아앙!!!“


아.

소희가 참지 못하고, 내리기 직전에 엄청난 양의 가스를 살포하고 말았다. 나는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냄새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으아아아…! 나 진짜 쌀 것 같아…!”


“조금만 참아! 집까지 빨리 갈게!”


그녀를 업고 미친 듯이 뛰었다. 소희의 엉덩이에서 따뜻한 가스가 새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급하구나. 제발… 제발…


“아… 아…! 종훈아… 나 못 참겠ㅇ…!“


“아냐! 거의 다 왔어! 조금만 힘내, 소희ㅇ…”


“뿌르르르르륵! 푸르르륵!”


아…?


설마, 아니겠지. 

그래. 약간 젖은 방귀를 뀐 거겠지. 

아닐 거야. 설마 쌌으려고…


“으흑흑… 으아앙… 종훈아… 나… 똥 쌌어…”


에라이…


“괜찮아, 소희야. 혹시 많이 나왔어?”


“으아앙… 좀 많이 샌 거 같아… 나 어떡해…”


”괜찮아. 다 왔다. 화장실에 얼른 들어가.”


바지에 똥을 싼 그녀를 다독이며 집에 왔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엉덩이에서는, 짙은 방귀와 똥이 무수히 새고 있었다. 


“여기 앉아. 앞으로 볼일은 여기서 보는 거야.”


“으… 응…! 빠… 빨리이…! 나 급해…!“


소희가 절박하게 외쳤다. 그녀가 순식간에 갈색으로 물든 레깅스와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


“푸르르르르륵!!! 주르르륵! 푸지지지지직!!!”


“뿌다다다다닥!!! 푸드드드득!!”


엄청난 양의 똥이 순식간에 변기로 쏟아졌다. 전체적으로 설사 같았지만, 굵은 덩어리들도 중간중간 섞여 있었다. 정말 엄청난 양이었다. 똥을 한 번에 저렇게 많이 쌀 수가 있구나…


“흐읍…!”


“푸더더더더덕! 푸지지지지직!!! 빠드드드득!!”


소희가 다시 힘을 주자 굵은 변이 다시 한 차례 쏟아졌다. 그녀가 두 번 정도 변을 내보냈을 뿐인데 변기가 가득 찼다. 원래 드래곤은 똥을 저렇게 많이 싸나…?


“어… 어떡해…? 나 아직… 더 싸야 하는데… 똥, 너무 많이 나올 거 같은데…”


소희가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의 배는 아직도 꾸룩거리고 있었다. 지금 물을 내려 봤자 무조건 막힐 것 같고, 답은…


“소희야, 일단 저기 욕조 있지? 저기다 눠. 빨리!”


“그… 그치만… 끄으응…!”


“뿌지직! 툭!”   


그녀는 고민하는 와중에도, 힘을 주어 똥을 밀어냈다. 변기는 이미 넘치기 직전이었다.


“소희야, 배 아직 아프잖아. 욕조에 눠도 괜찮아.”


“그… 그럼… 으으윽…!”


소희는 신음 소리를 내기가 무섭게 욕조에 걸터앉았고, 이미 변기에 질펀하게 싸 놓은 똥을 뒤로한 채 다시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흐으응… 아아아… 끄으응…!!!”


“푸지직!! 푸드드드득!! 뿌우우우웅!!!”


소희의 엉덩이에서, 질퍽한 똥이 지독한 가스와 함께 쏟아져 내렸다. 소희야, 저런 걸 도대체 어떻게 한 시간 정도 참은 거야…!


어느 정도 설사가 멎자, 그녀는 신음하며 똥을 내보내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소희… 변비구나.


“하아아앙… 종훈아… 끄으응…!”


“응, 소희야. 왜 그래?”


“나… 지금…  똥이 도저히 안 나와서…”


“응…?”


“힘 주고 싶은데… 손 잡아 주면 안 돼?”


“당연히 되지. 손 이리 줘, 우리 소희.”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소희는 얼굴이 붉어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끄으응…”


드디어 그녀의 항문이 벌어졌고, 그녀의 팔뚝 굵기만한 덩어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저렇게 여신 같은 소희가, 사실 저렇게 큰 똥을 품고 있었구나…


“으으응… 끄흐으읏… 응가아앗…”


“뿌지지직…”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며 힘을 계속 주자, 굵고 긴 덩어리가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내 손을 꼭 잡은 소희의 가녀린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흐으읍… 끄으응…!!“


“소희야, 힘내…!”


“으으응…!”


“푸시시… 뿌지지직!!“


드디어 소희를 괴롭히던 커다란 똥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 애 몸에서… 저렇게 큰 똥이 나오다니.


소희는 몇 번 더 지독한 방귀를 내보내더니 그대로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굵은 덩어리도 함께였다. 소희가 흐읍 하고 한 번 힘을 줄 때마다, 그녀의 엉덩이는 갈색 초콜릿을.


“뿌지지직!!! 뿌르르르륵! 뿌다다다다닥!!”


“아아아… 하아아앗…!”


“푸지지직!! 푸드더더더덕!!!”


“끄으응… 끙…!”


그녀가 끙끙댔지만, 변은 더 이상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다 싼 건가?


“하아… 하아아… 종훈아, 나 다 쌌어…”


“아…! 알았어. 수고했어, 정말로.”


성대한 배변을 끝마친 그녀가, 욕조에 앉아 고개를 떨구었다. 힘들겠지. 저렇게 많은 양을 내보냈는데…


“소희야?”


“으아앙… 흑흑흑…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아 갑자기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니, 미안할 건 없는데… 생리 현상을 가지고…

그나저나 똥 진짜 많이 쌌네. 변기는 넘쳤고, 욕조도 거의 가득 찼으니… 저걸 어떻게 치우지?

아니다, 일단 소희를 위로하는 게 먼저야. 얼마나 부끄러울까.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일단 좀 씻는 게…”


“미안해… 이렇게 더러운 여자라서… 근데 나… 어떡하지? 여기서 또 버려지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흑흑….”


버려진다고? 아니, 이까짓 일로 버려지는 거면… 거긴 도대체 여자를 뭘로 생각하길래…


“야! 누가 버린대. 이런 일로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다는 건, 그만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잖아.”


“그럼 나… 계속 너랑 살 수 있는 거야…?”


“당연하지. 근데 소희 너 일단 좀 씻어야 될 텐데… 화장실 치울 때까지만 좀 기다려 봐.”


“으… 응…! 근데 나, 한 번만 안아 주면 안 돼…?”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련하게 말했다. 귀엽긴. 제대로 사랑받은 적이 없어서 이렇구나.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앞으로 절대,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없게 해 줄게. 넌 내 여자니까. 선녀고 공주님이니까.


욕조와 변기를 가득 채운 소희의 똥을 내다 버렸다. 똥을 봉지에 담는 중에도 그녀는 배가 아프다며, 또 나올 것 같다며 비닐봉지에 대고 또 똥을 싸질렀다. 아까 그렇게 싸고도, 또 내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렇게 채운 비닐봉지만 다섯 개가 나왔다. 똥을 버리고 온 뒤 그녀를 구석구석 씻겨 주었다. 다시 봐도 소희 몸매… 정말 죽여준다. 맨몸이라 그런지 더 탐스러워.


오늘 산 잠옷을 그녀에게 입혀 주고, 침대에 눕혔다.

소희는 아까부터 졸고 있었다. 많이 피곤하겠지. 눕자마자 곯아떨어진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소곤소곤 말했다.


“소희야. 니가 못 받은 사랑, 내가 다 채워 줄게. 앞으로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 아, 물론… 유산균이랑 푸룬 같은 것도 챙겨 줄게.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소희야.”


‘쪽.’


잠든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정말 사랑스러워. 

내 여자가 돼 줘서 고마워, 소희야. 날 선택해 줘서 고마워.


“우웅… 종훈아…”


뭐야?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아이 씨, 쪽팔리게…


“나도, 고마워…”


“아, 응… 얼른 자. 피곤하겠다.”


“이리 와. 너랑 같이 자고 싶어. 여기서는, 사랑하는 남자랑 함께 자도 되는 거지?”


“으응, 맞지. 그건 그렇지…”


“막 이렇게, 안고 만져도 되구?”


“응, 뭐… 안 될 건 없지.”


그녀 옆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그럼 지금까지 안고 만지고 쓰다듬은 건 뭔데. 우스꽝스럽지만 그녀를 등지고 멀찍이 떨어져 누웠다. 아직 내 심장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엥…? 소희야?“


“좋아해.”


그녀가 내게 다가와서, 백허그를 해 버렸다. 녹아내릴 것 같은 말과 함께. 아까 그 소심하던 소희 맞니?


“넌 날 처음으로 아껴 주는 사람이야. 정말 사랑해.”


더 이상은 못 참을 것 같아서.

오늘 처음 봤지만, 너무나 사랑해서.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여자 같아서.


뒤돌아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내 품에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나를 꼭 안았다.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눈빛, 숨소리, 머리카락의 윤기까지도, 전부 사랑스럽다.

드래곤이면 어떤가. 똥을 좀 많이 누면 또 어떤가.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나는 오늘, 조금 특별한 여자 친구가 생겼다.





오늘도 힘들었다. 편의점 알바를 마치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엥?”


“오빠야❤️ 왔어?”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소희가 고양이 코스프레를 하고 침대에 요염하게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가슴과 엉덩이를 거의 다 드러낸 채로, 머리띠와 꼬리까지 꽂고 말이다. 뭐지, 이건…?


“소희야, 이게 무슨…”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거, 야옹이 아니야?❤️


아니 잠깐만, 이게 무슨…

켜져 있는 내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한 스트리머가, 야한 고양이 복장을 한 익숙한 그 사진이…


“우리 종훈이가 좋아하는 거 같아서, 나 고양이가 돼 버렸어. 야옹…❤️


그녀에게 전부 까발려진 내 야동 폴더.

내 앞에 선, 날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한, 고양이 아니 드래곤 한 마리.

오늘 아무래도 좆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