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설처럼 보이는 사무실에 지루하다는 듯 앉아 있는 한 사내.

 가운을 입고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예의상 걸친 수준이나 다름 없이 단추도 잠그지 않고 있었고 긴장감 따위는 한 톨 만큼도 찾아보기 힘든 이 청년은 모험가 길드 직속의 치유사 '로트'.

 사실 지금 당장 몬스터들이 우글대는 현장으로 투입 되어도 아무 무리가 없을 만큼 출중한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치유사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었고 아무런 정도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무례한 놈들을 위해서 굳이 자기까지 목숨을 담보로 걸고 위험한 곳에 발을 들이기 싫다는 입장이었기에 그는 길드 내에 있는 시설에서 전속 치유사로서 근무를 하는 중이었다.

 의학 서적 대신 웬 소설 책을 들여다 보며 시간을 때울 정도로 한가롭기 짝이 없는 낮이었지만 바로 그 순간 로트의 사무실에 점차 가까워져오는 누군가의 발 소리.

 "어이 이봐. 어제 준 약 하나만 더 줘봐.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던데?"

 붉은 색의 머리칼을 지닌 여성은 노크도, 인사도 없이 문을 냅다 열어 젖히고는 웬 약 타령부터 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미인임을 딱히 부정하지는 않을 정도로 세련된 미모를 지니긴 했지만 얼굴에 '나 성격 더러우니 건들지 마쇼' 하는 문구가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을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신경질적인 인상은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감히 함부로 말도 걸기 꺼려졌을 정도.

 "그거 약효가 센 만큼 몸에 별로 안 좋다고 했잖아요 라비아."

 어지간한 남정네들은 미모는 물론 실력까지 겸비한 모험가인 라비아를 마주하는 것 만으로도 기가 죽었을텐데도 로트는 그녀를 슬쩍 올려다 보고는 귀찮다는 듯이 대꾸한다.

 "잔말 말고 내놔!"

 별로 입씨름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지, 아니면 강인한 신체를 지닌 모험가가 이틀 연속으로 먹는다고 해서 별 다른 큰 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니었는지 약을 처방해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로트는 그녀의 복부가 평상시에 비해 확실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걸 보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어제 그거 먹고 화장실 안 갔어요?"

 그 말에 라비아의 얼굴은 순간 그녀의 머리칼 마냥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 그딴 걸 왜 물어 보는 거야...?!"

 "어제 처방해준 포션은 거의 일부러 배탈이 나게 해서 속을 비워내게 하는 극약에 가까운 거거든요? 근데 그걸 마시고도 화장실에 못 갔다는 건... 좀 심각한데.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위험해서 그래요."

 "오버하지 마...! 무슨 화장실 며칠 못 간 거 가지고..."

 "나는 치유가 전문이지 내과 쪽은 보조 수준도 안 되긴 한데 그래도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있어요. 화장실은 못 간 거에요 안 간 거에요? 시도는 해 봤구요?"

 평상시의 그 세상만사 다 귀찮다는 듯이 앉아 있는 로트가 아예 얼굴 표정에서부터 제법 무게감이 실린 채로 진지하게 쳐다보며 물어보자 라비아는 화도 내지 못 하고 우물쭈물 거리다가 간신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뭔가 평소보다 뱃속에 느낌은 있어서 시도는 해 봤는데... 안 나와..."

 "마지막으로 화장실 간 건 언제인데요? 작은 거 말고 큰 거."

 "이이익...! 너 여자한테 그런 거 함부로...!"

 "미리 말 하겠는데 일주일 넘어갈 정도면 꽤 심각한 거에요."

 '일주일' 이라는 말에 움찔하는 라비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라비아는 일주일은 커녕 뱃속에 꽉꽉 들어찬 숙변을 빼내지 못 한 지 보름을 가뿐하게 넘겨버렸으니 말이다.

 "제대로 기억 안 나면 대략적이라도 괜찮으니까 말 해 봐요."

 "이주일... 그보다 조금 더 됐을걸."

 "그 정도면 변비로 입원을 해야 될 판인데..."

 "시끄러워! 겨우 며칠 안 나온 거 가지고 웬 호들갑이야?"

 "호들갑이요? 본인이 몸으로 직접 느낄 텐데요?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라비아는 부정을 할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화장실에 갈 때 마다 아무리 괄약근에 힘을 잔뜩 줘 봐도,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용을 써봐도 항문이 도저히 시원하게 열릴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고 뱃속은 하루하루 점점 묵직해져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세한 건 전문가들한테 물어 봐야 겠지만 보름이 한 달로 바뀔 쯤에는 아마 더 이상 밑으로 빼내는 것도 불가능해질 지도..."

 "뭐, 뭐라고?!"

 "침대에 누운 다음 상의 걷어 올리세요. 배가 다 보이게."

 라비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맨살을 드러내라고 말 하는 로트에게 험악한 말을 쏘아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덤덤하게 손에 마력을 두르는 그의 모습과 이러다 진짜로 큰 일이 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순순히 그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무지하게도 쌓아놨구만... 이게 가능은 한가...?"

 호리호리하면서도 군살 하나 없는 체형과 맞지 않게 뽈록하게 솟은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인체 내부의 마나 흐름을 살펴보는 로트는 기가 차다는 듯 중얼중얼 거렸고 딱히 라비아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그녀는 로트가 경악 반 감탄 반으로 중얼거리는 혼잣말에 귀까지 다 벌개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치유사라고는 해도 외간 남자에게, 그것도 지독한 변비 때문에 볼록하게 솟은 배를 훤히 드러내놓고 문질문질 거리며 만져대기까지 하는데 부끄럽지 않을 여자가 몇 이나 되겠는가.

 "이거는 길드 시설 말고 밖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오늘 당장이요."

 "치료...? 뭘 어떻게 하는 건데...?"

 "자력으로 안 나온다면 억지로 빼내야죠. 더 늦기 전에 집어 넣을 수 있는 약은 다 집어 넣어 보고 그게 안 되면 엉덩이에 기구라도 쑤셔 넣어서 어떻게든 빼내지 않으면 그 때는 진짜로 큰 일 날 테니까."

 "자, 잠깐만...! 네 선에서 어떻게 안 되는 거야? 약이나 포션이 없는 거면 내가 돈은 다 준비 할 테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러면 뭔데...?!"

 "말을 좀 끝까지 들어요. 할 수는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궁뎅이 활짝 벌리고 항문에 약이든 뭐든 집어 넣는 그런 치료를 남자 치유사한테 받기는 싫을 거 아니에요?"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당연히 죽도록 싫을 게 분명했지만 라비아가 외부 시설에서의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딴 치료를 받았다가는 온 도시 전체에 소문이 퍼질 거 아니야... 여자들, 특히 치유 시설에서 일 하는 여자들 입이 얼마나 가벼운데...!!"

 "입이 가벼운 사람한테 치유 받기 싫다고 계속 뱃속에 그렇게 무거운 걸 주렁주렁 달고 다닐 거에요?"

 "젠장... 됐으니까 그냥 어떻게든 네 선에서 해결해! 최소한 그 년들 보다는 입이 무거울 거 아니야...!"

 로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라비아를 안쓰럽다는 듯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전투로 인한 외상도 아니고 특단의 조취까지 취해야 할 만큼 지독한 변비에 걸려버린데다가 혹시나 안 좋은 소문이 퍼질까 무서워 하는 꼴이라니.

 "정 그러면 어쩔 수는 없는데... 치료하는 동안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만 해주세요."

 "내, 내가 무슨 일곱 살 짜리 애새끼도 아니고...! 고작 치료 하나 받으면서 몸부림이라도 칠까봐 그래?"

 "그러면 엉덩이 구멍에 뭐가 들어가도 얌전히 있을 거에요?"

 "정확히 뭐가 들어오는데...?"

 "아직은 모르죠. 관장약 선에서도 해결이 안 되면 진짜로 손가락이라도 집어 넣어서 마력으로 딱딱한 대변을 쪼개보던가 해야 될 건데."

 수술용 장갑과 마스크 까지 착용하고는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로트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라비아.

 하지만 그녀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다.

 아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표현이 아마 더 정확했을 터.

 어차피 수치스러운 치료를 견뎌야 한다면 입이 천쪼가리 보다 가벼운 족속들 보다야 차라리 로트 쪽이 백 배는 나았으니 말이다.

 "일단 바지 벗으세요. 속옷까지 싹 다."

 "으으으... 만약 오늘 일 입 밖에 내면 죽여 버릴 줄 알아...!"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당연히 하체가 알몸이 되어야 치료를 시작하겠지만 반나체가 되는 건 라비아 같이 기가 세고 자존심도 센 여성에게는 물론이고 모두에게나 굴욕적인 일이었으니.

 "이 쪽 보지 마!"

 "지금 체면 걱정 할 때가 아닐 텐데요?."

 어차피 안 보고 싶어도 치료하면서 눈에 각인될 정도로 보게 될 텐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로트.

 "침대 위로 올라가서 엉덩이 이 쪽으로 내밀고 엎드리세요. 일단 관장약 부터 넣을 건데 좀 아파도 그냥 참는 게 나을 거에요."

 반 나체가 되는 것도 모자라 굴욕적인 자세까지 취해야 한다는 사실에 라비아는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지만 뱃속을 묵직하면서도 아주 꽉꽉 채운 숙변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생생한 느낌에 굴욕감을 꾹 참으며 이를 악물고 고양이 자세를 취해 보인다.

 "자, 잠깐만...! 너 지금 어디를 만지는 거야?!!"

 "윤활유라도 안 바르면 십중팔구 항문에 상처 생길 건데 상관 없으시다면야 뭐."

 "....알았으니까 빨리 해."

 한 손으로는 라비아의 엉덩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항문에 세심하게 젤을 발라주는 로트.

 차가운 젤이 엉덩이 구멍에 아른 거리는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라비아는 엉덩이에 소름이 다 돋아 났고 남자 얼굴을 앞에 두고 엉덩이가 삐죽 솟는 그 감각에 라비아는 정말이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약 넣을게요. 정 견디기 힘들다 그러면 말 하세요."

 정체 불명의 액체가 담겨 있는 바늘 없는 주사기를 라비아의 엉덩이 구멍에 꽂아 넣고 천천히 주입하는 로트.

 "굳이 설명하자면 뱃속에 짱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어... 찌꺼기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최대한 풀어주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뭐 그런 거에요."

 "일일히 설명 안 해도 돼..!!"

 눈을 꽉 감아버려도 자신의 초라하면서도 굴욕적인 모양새가 훤히 상상이 됐는지 라비아의 목소리는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적정량은 소형 주사기 하나 분량 정도라고 써져 있긴 한데... 아마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테니까 더 넣을게요. 나 참...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어서 어디에 쳐박아 놨는지도 까먹고 있었는데..."

 1회 분량만 투여해도 사실상 뱃속을 화끈한 전쟁통으로 만들어 버릴 관장약을 5회 분량이나 주입하면서 중얼거리는 로트.

 사망 직전의 중상자도, 도저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부상을 입은 사람도 봐왔지만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했기에 스스로도 기가 차는 모양이었다.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름도 제법 알려져 있는 미모의 모험가가, 그것도 성격 더럽고 기가 센 라비아가 지금 자기 앞에서 매끈한 엉덩이를 들이민 채로 관장약을 주입당하는 광경은 대대로 전해주고 싶을 만큼 장관이 따로 없었다.

 "다 됐어요. 너무 과도하게 투여했다가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 지 모르니까 일단 이 정도로 하고... 이대로 한 10분 정도만 기다려보죠."

 로트는 라비아를 침대에 눕게 하고는 얇은 이불을 덮어주며 알몸이 된 하반신을 가려준다.


 그리고 그녀의 복부를 손으로 쓸어 내려주며 자신의 마력을 주입해 억지로 장 운동을 촉진시켜주는데 그 모습은 꼭 부모가 배탈이 난 아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작정하고 마력을 불어 넣으면 딱딱한 걸 부드럽게 만들거나 아니면 아예 잘게 쪼개거나 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니지만 출력을 너무 강하게 하면 내장 기관에 손상이 갈 수도 있으니까 이 정도로만 할게요. 아, 그리고 큰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일단 어떻게든 라비아 당신 뱃속에서 돗자리 깔고 드러 누운 숙변을 밖으로 빼내는 게 급선무이긴 한데 그걸 어떻게 처리하는가도 막막한 문제네요."

 "그, 그냥 화장실로 가면 되잖아!"

 "변기통 다 막아 버리게요?"

 "뭐, 뭐라고?!"

 "지금 뱃속 상태가 어떤지 알아요? 내장 기관 빼고 그냥 빈 공간 없이 전체가 다 대변으로 가득 차있다고 보면 돼요. 그 어마어마한 양을 그냥 때려 박았다가는 과연 무슨 참사가 날지 저는 예측을 못 하겠는데."

 과장이 단 1퍼센트도 섞이지 않은 사실이라는 게 놀랄 따름이었다.

 로트의 말대로 라비아의 뱃속은 빈틈 하나 없이 딱딱한 똥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을 정도.

 변비 수준이 아니라 항문이 열리지 않는 저주에 가까웠을 정도로 지독한 배설 장애를 앓다가 그걸 한 번에 터뜨려 버린다면 보나마나 화장실은 마비가 되버릴 게 뻔했다.

 거기에 만약 혹시나라도 그 타이밍에 다른 사람과 마주치거나 한다면 라비아의 이미지는 완전히 초전 박살이 나 버리는 격.

 "큰 양동이 같은 거에 눈 다음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처리하는 식으로 하던가 해야할 거에요. 그 전에 일단 밖으로 나오기라도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게 10분을 넘어 20분이 다 될 때 까지 기다렸지만 라비아의 항문은 좀처럼 열리려 하지 않았다.

 "아무런 느낌도 없어요?"

 "아니 뭔가 뱃속에서 꿈틀 꿈틀 거리는 느낌은 있는데..."

 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꾸구구구구구구구드드드드드드드드득----

 뱃속에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지만 엉덩이 구멍에 별 다른 신호가 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효과 자체는 있는 모양인데... 일단 담을 양동이라도 가지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요."

 치료의 과정이라고는 해도 반 나체가 된 채로 외설스러운 자세로 엉덩이를 내밀고 항문에 관장약을 주입 당하는 데다가 배설 신호를 하염 없이 기다려야 하는 자신의 꼴에 이를 바득바득 갈 정도로 굴욕감과 분노 비슷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은 아무 데에도 없었다.

 변비를 달고 사는 자신의 체질을 저주해야지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로트에게는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할 입장이기까지 했다.

 길드 전속 치유사라고는 해도 자신의 분야가 아닌데 크게 싫은 내색 없이, 이런 지저분한 일을 군말 없이 맡아줬으니 말이다.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던 그 때 별안간 찾아오는 반가우면서도 불길한 신호.

 "어...?"

 뱃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 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화산 마냥 폭발적으로 요동을 치기 시작했는데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수준의 대변 신호에 라비아는 순식간에 식은 땀 까지 날 지경이었다.

 변기에 앉자 마자 항문이 있는대로 활짝 열려서는 엄청난 양의 똥을 좌르륵 쏟아낼 것만 같은 격렬한 변의.

 당장에라도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라비아는 아까 전 로트가 한 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만약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누려 했다가는 변기통이 막히는 걸 넘어 화장실 전체를 마비시켜 버릴 거라는 로트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건 라비아 역시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는데 꽉 쥐고 있던 괄약근이 풀리는 순간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무지막지한 양의 대변이 우르르 뛰쳐 나올 거라는 느낌, 아니 확신에 라비아는 애타게 발만 동동 구를 뿐.

 "그 자식 어딜 가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손으로 엉덩이 구멍을 꽉 틀어 막고 까치발 까지 들고서는 혼신의 스텝을 밟아 보지만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쌓아둔 대변이 탈출구를 향한 파도를 치는 건 어떻게 의지력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변기통이 터지든 화장실이 마비가 되든 말든 일단 화장실로 달려갔다면 모를까 애만 태우는 사이 항문을 향한 대변의 행렬은 어느새 쓰나미처럼 그녀의 뱃속을 덮쳐왔고 이제 남은 시간은  길어야 몇 초.

 몇 초 이내에 더러운 똥이 잔뜩 뿜어져 나올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 라비아는 숨이 다 멎어버릴 지경이었다.

 주변을 둘러봐도 화장실 대용으로 쓸 만한 건 있을 리가 없었고 시야마저 흐려질 정도로 극한에 몰린 그녀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건 치료실의 창문.

 창문은 길드 본부 내의 정원 쪽으로 나있었는데 길목을 빼면 꽃이나 나무 등등으로 제법 빼곡히 장식된 정원이라면 대변을 쏟아내도 눈에 별로 띄지는 않을 거라는 추측, 사실상 다급한 상황에서의 마지막 합리화였을 뿐이지만 지금의 라비아에게는 더 이상 다른 수단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이미 항문은 그 통제력을 거의 잃은 채 살짝 열려서는 바로 입구까지 아른 거리고 있는 대변이 모습을 드러냈고 한 걸음 잘못 딛기만 해도 똥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응급 상황에서 가녀린 인간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이제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항문이 활짝 열리려는 그 서늘한 감각에 라비아는 더 이상 생각 따위를 할 틈도 없이 창문을 거칠게 열어 젖히고는 엉덩이를 최대한 바깥 쪽으로 내밀고 정신력으로 붙들고 있던 지독한 숙변 덩어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뿌와아악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동시에 그녀의 엉덩이에서 탈출하는 허벅지 굵기만한 구렁이 한 마리.

 구렁이라고 하면 실례일 정도의 사이즈였다.

 건장한 남자 허벅지보다도 굵으면서 나와도 나와도 끊어지지 않는 길이를 자랑하는 몰상식한 똥 폭탄은 구렁이 따위가 아니라 이무기를 떠올리게 만들 지경이었다. 

 도저히 대변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똥이 항문에서 대포마냥 발사 되서는 족히 수 미터는 가뿐히 날아가버리는데 대체 얼마나 내보내는 출력이 강했던 건지 그 말도 안 되는 굵기의 대변은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건너편 벽에 부딪혔을 정도.

 족히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리였지만 라비아가 내뿜은 똥은, 부피로만 치면 사람 한 명이 엉덩이에서 빠져 나온 수준이나 다름 없는 그 어마어마한 양의 대변은 아득한 거리를 아주 가뿐하게 횡단해버렸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따위는 진작에 내팽개치고 머리가 녹아 내릴 것만 같은 해방감에 아직 뱃속에 한 가득 남아 있는 잔변을 분출하는 라비아.

 뿌드드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팔뚝만한 굵기를 자랑하는 대변 폭탄이 다이나믹한 곡선을 그리며 정원에 흩뿌려 졌는데 다행히 그 쪽을 지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아..."

 라비아가 격렬한 변의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로트가,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 않던 그 로트가 드래곤이라도 마주친 모험가 마냥 경악을 한 채로 서 있는 게 아닌가.

 "어... 못 본 걸로 할 테니까 울지만 말아줄래요...?"

 펑 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먹만한 똥 덩어리들을 엉덩이 구멍에서 발사해 대던 라비아는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무언가가 금이 가다 못 해 박살이 나버린 탓에 눈물까지 흘리며 울먹이기 시작한다.

 뱃속에서의 전쟁통이 어느 정도 가라 앉고 나자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충격적인 풍경들.

 꽃밭은 지저분한 똥무더기들로 아주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 외에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보, 심지어 반대편 꽃밭까지 라비아가 싸질러놓은 지독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반대편 벽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똥 대포의 흔적, 그리고 그 밑에 아주 수북하게 쌓여 있는 똥 무더기.

 인간의 짓이 아니라 드래곤이 여기에 똥을 싸질러 놓고 갔다고 해도 믿었을 만큼 아수라장이 된 정원을 바라볼 용기도, 자신이 뭘 본 건지 아직도 믿기 힘들어 하는 로트를 볼 배짱도 없던 라비아는 엉거주춤한 그 자세 그대로 얼어 붙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