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암살을 명받은 차갑고 냉정한 암살자들, 암흑수녀단이 수레에 몸을 실었다.

수레 안에는, '사용된 기저귀'가 한가득 쌓여있다.

움직이는 내내 그녀들은 오줌 냄새를 맡아야만 했다.

암흑 수녀는 혹독한 훈련으로 스스로의 의식을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것으로 최대한 신경을 분산시켜 이런 환경에서도 버티고 있다.

하지만 수레가 출발하고10분도 지나지 않아 암살자들은 깨달았다.

자신들도 모르게 어느샌가 손으로 아랫도리를 붙잡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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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들어왔지?“

 

커다란 옥좌에 비스듬하게 앉아,마왕이 과일을 받아먹고 있었다.

땅속 깊이 스며드는 마력과 화산재의 영향으로 비옥해진 토양은 맛 좋은 과일을 맺게 해준다.

하지만 과일 시중을 드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인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처음 시중을 들게 했던 제국군 포로 여성들은 마왕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몸에 힘이 빠져 오줌을 흘리면서 기절했기 때문이다.

좀 더 의지력 강한 하녀들을 찾기 전까진 임시방편으로 인형을 써야 하지만 그 어색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왕은 불만이었다.

 

".....세탁실을 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왕 앞에서 보고를 올리는 인간 여성은 인간임에도 태연했다.

검은 제복과 긴 금발이 매력적인 차가운 인상의 여성은 마왕의 앞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를 이어서 올렸다.

 

"운반 수레를 타고 진입하는 것은 예상 외였습니다.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군요."

"상관없어.어차피 거기서 더 들어와도 여기로 올 방법은 없으니까.그보다 대응 병력은?"

"말씀하신 대로 감시병30인을 제외하고 모두 철수했습니다."

"기록은 예정대로 하고."

"예.하지만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하실 필요가 있나요?“

 

마왕은 앳된 소년의 모습이기에,여성보다 훨씬 체구도 작고 어려보인다.

하지만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짓던 마왕은 돌연,차갑게 마왕다운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보고를 올리던 여성이 잠시 몸을 움찔 떨었다.

 

"내가 굳이 꼬맹이들 소변 지리는 거나 보고 싶어서 부활했을 것 같아?방심한 사이 운 좋게 내게 칼 좀 찔러넣었다고 좋아하던 그 년을 동경하는 여기사들이 내게 대항한다고?후후.“

 

자리에서 일어난 마왕이 웃었다.

 

"공포는 적응되거든.처음엔 벌벌 떨다가도 결국 언젠가는 반항심이 생기겠지.하지만 내가 강하다는 인식이 아니라 자신이 약하다는 인식을 심으면 다르겠지.소변이나 지리며 벌벌 떠는 한심한 자기 모습을 몇번이고,몇번이고 돌아보게 만들거다.오줌이나 지려대는 몸으로 감히 반항할 생각도 못 하도록."


 

그 이외에도, 전선에서 저항하는 인간 병사들이 정예 군세라 믿는 여기사들과 함께 싸우던 용맹한 여성 동지들, 그리고 고향의 아녀자들이 의지를 잃고 소변을 지리는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 사기를 잃는 것도 있다.


제국군이 신속히 반격에 나설 때 여기사들이 없었음에도 그 규모가 커 첫 전투에선 마왕군과 비등하게 싸웠으나,

의도적으로 탈출을 눈감아준 덕에 풀려난 여기사들이 오줌 싼 기저귀를 내보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기가 꺾인 그들은 더는 진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해방시킨(정확히는 지키기 힘드니 마왕군이 잠시 내어준) 인간마을에서 집집마다 지도를 그린 이불이 내걸리고 마왕군에 대한 저항의식을 상실한 모습을 보며, 그들은 경악했다.

충성심 강한 일부를 제외한 평범한 농민 출신 병사들은 탈영하여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다.

 

"아마도 이 녀석들을 보낸 건 전선 붕괴를 막기 위한 발악이겠지. 하지만 제발로 들어온 손님들을 정중히 대하는 것은 예의니까. 어디 한 번 정성스럽게 대접해볼까?“

 

마왕이 웃으면서 천장의 수정구를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수레에서 내려 마왕성 안의 시설을 헤매는 암흑수녀들이, 하나둘씩 자세를 엉거주춤하게 바꾸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럼 저는 지시받은대로."


금발 여성이 보고를 마치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마왕의 직속 부관이자,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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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곳은, 어떻게 돼먹은 장소냐...!!‘

 

신경이 곤두선 암살단의 대장이 이를 꽉 물었다.

항상 차갑고 냉철하게 암살 임무를 수행하는 그녀답지 않게, 어딘가 초조해하고 있었다.

수레가 도착했던 장소는 마치 암살자들을 놀리는 것처럼 물 흐르는 소리가 가득하던 커다란 빨래방.

그 뒤로 아무리 걸어도 정상적인 통로가 안 나오고 미로처럼 복잡해지고만 있었다.

결국 두 갈래 길에서 그룹을 나누어 진행하기를 또 10분.

 

“후우.......후우.....!”

 

어느 시점부터는 암흑수녀들이 제각각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걸음이 불편한 듯 엉거주춤하게 다리를 꼬거나 자세를 구부정하게 움직였다.

어째서인지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에 그녀들은 처음엔 무언가 독이나 디버프 마법의 영향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의식엔 아무 문제가 없고 몸에서 열이 나거나 앓아눕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이 이상한 그리고 강해져가는 압박감은 무엇인가?

곧 그녀들은 한 가지 가능성에 다다랐다.

 

오줌.

 

꽈악....

자기도 모르게 그 부끄러운 단어를 떠올려버린 한 암살자가 손으로 아랫도리 앞부분을 꽉 쥐었다.

 

‘불가능해,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암살단 대장도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신체 강화 마법과 주술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강철 방광’이 이렇게 약할 리 없었다.

이미 몇 번이나 시험한 물건이다.

벌써 오줌마려움에 신체가 삐걱거릴 리 없다. 상식적으로는 그게 옳았다.

하지만 암살단은 마왕령 밖에서 훈련했기에 마왕령 안, 특히 마왕성 주변의 마력 농도를 알 수 없던 것이다.

 

‘만약, 만약에 정말, 정말로 오줌이 한계까지 쌓여버린 거라면....?’

 

자기도 모르게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말았다.

벌써 2주일. 2주일이나 소변을 보지 않았다.

2주일 동안 소변을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그 정도로 어떤 요의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지금 13인의 암흑수녀회 암살자들 뱃속엔 2주일치 소변이 밀려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걸 감안해도, 마왕성 안에 들어온 뒤로 급격하게 요의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비상식적인 속도로.

 

“큭.....하아.....후우....”

 

점점 숨소리가 거칠어져가고 있었다.

애써 압박감을 무시하며 전진하던 암살자들은 이제 왜 자신의 신체를 과대평가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해질 수는 없다.

오줌을 쌌다간, 마왕에게 들킨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이미 처음부터 들킨 상태였단 건 알지도 못하고 있다.)

 

“큭, 하아....하아....으큽....!”

 

파도가 왔다.

잠잠하던 요의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감각.

그것이 암흑수녀회의 정예 1번대 대장에게 찾아왔다.

 

‘이, 이 정도는 끄떡없다....나는 자랑스러운 제국 암살자다, 오줌을 참는 것 정도는 무리 없이....!!’

 

몇 번이나 밖에서 시험한 방법이다.

결국 한 달을 전부 채우진 못했더라도 3주일 하고 3일을 소변을 보지 않은 것은 그녀뿐이었다.

고작 2주일만에 자신이 오줌을 마려워하고 있단 사실을 인정할 순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장이 이끄는 6명의 다른 암흑수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녀들 모두 거의 동시에 찾아온 파도에 버티느라 잠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암흑수녀들은 지금 소변을 볼 수 없다.

지금 그녀들의 뱃속에는 2주일치 소변이 쌓여있다. 한번 배출을 시작하면 언제까지 나올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그마저도 비정상적인 속도로 급격히 차오르고 있다. 그냥 싸버렸다간 마왕의 농간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될지 모른다.

그 공포가 더더욱 암흑수녀들에게 인내를 강요했다.

 

“대장님. 저기....”

부하 암살자가 갑자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마치 일부러 알아보라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벽에 부자연스럽게 문이 달려있었다.

 

[화장실]

 

문에 적힌 글귀를 보자, 언제나 냉철한 암흑수녀들은 오늘 중 가장 크게 동요했다.

하마터면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양손으로 앞을 누르려던 본능을 억제해야 할 정도로.

 

“머, 멍청하긴. 저렇게 대놓고 만들어놓은 함정은 우리를 꾀어낼 수 없을 것이다.”

“.....예.”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쉽사리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쿵!

철커덕....

 

그러던 중 무거운 소리와 함께 쇠사슬 찰랑거리는 소리가 다가왔다.

 

“수, 숨어라!”

 

암흑 수녀들이 황급히 벽에 붙어 은폐 마법으로 모습을 가리고, 그 상태로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천장 아래 빈공간에 몸을 숨겨 아래를 내려다본 암살자들은 중장갑 갑옷을 입은 병사가 쇠사슬로 묶은 인간 포로들을 끌고오는 것을 목격했다.

 

'저, 저건.....?'


대장을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암흑수녀들이 스스로의 눈을 의심했다.

두갈래 길에서 집단을 나누느라 현재 이쪽의 인원은 7명.

7명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눈앞의 풍경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철커덕....철커덕....


쇠사슬 소리를 울리며 서로 묶여있는 인간 포로들이 계속 걸어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노예의 모습은 넝마를 걸치거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손발을 묶인 모습.

하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우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상체가 통째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포로들은 모두 치마를 위로 뒤집어 몸 상체를 통째로 덮었으니까. 마치 포대자루처럼.

드러나는 것은 오직 맨살이 드러나는 다리와, 아랫도리를 가려주는 커다란 새하얀 천. 즉, 기저귀다.

그러나 그것은 더이상 하얗지 않다.

대체 몇번이나 사용해버린걸까. 이미 잔뜩 부풀어 변색된 그것의 틈새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조금씩 무언가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 오줌...!'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대장이 자기도 모르게 고간을 다시 손으로 눌렀다.

자신의 방광 속에 든 무언가를 떠올려버린 결과 또 파도가 와버린 것이다.


"큭....흐읏.....윽, 흐윽....크윽.....!"


꾸욱.....!


힘껏 앞부분을 누르고 다리를 비벼보지만 천장에 매달린 상태로는 힘겹다.


'제발 빨리, 빨리 지나가다오......싸면 안돼, 여기까지 와서, 여기까지 와서 싸버릴 순 없어....!'


필사적인 인내로, 몸에 걸어놓은 마법과 주술에 의지하여, 일반적인 신체로는 진즉 무너졌을 텐데도 그녀는 버텨냈다.

하지만 포로들은 무거운 기저귀 탓인지 걸음걸이가 매우 느렸으며 그 길이도 끝이 안 보였다.

결국 암흑수녀들은 다른 길을 찾아 천장을 따라 이동해야 했다.

그녀들 중 화장실 문에 눈이 가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이 시점에서 그녀들은 가랑이쪽을 붙잡고 있는 손을 뗄 수도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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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을 타고 들어가고, 알 수 없는 냄새가 나는 창고를 지나, 다시 미지의 복도를 또 얼마나 걸었을까.


"하아, 하아...하아아....! 큭, 후우.....후우.....!"


앞쪽을 부여잡은 검은 옷의 수녀들이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온몸을 칭칭 감아놓은 검은 천 너머 하복부는 아마도 지금쯤 부자연스럽게 부풀어있을 것이다.

입을 가리는 천은 진즉에 습기에 젖어있고, 언제나 냉정하게 상황을 판별하는 암살자들의 차가운 눈은 동공이 풀려있다.


단 한 번도,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녀들은 이렇게 오랜 인내를 강요받은 적이 없었다.

아니, 장기간의 인내라면 암살을 위해 다양하게 훈련받았다.

냄새나는 뻘밭에서 며칠을 잠복하거나, 무더위와 땡볕 속에서 열을 식히며 대기하는 등.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지금 그녀들은 심리적으로도 지친 상태로 막대한 육체의 압박을 계속 버텨내고 있다.


"후우.....후우.....!"


최대한 호흡을 조절하며 길게 숨을 내뱉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다.

암살을 위해 생리현상을 조절하는 훈련은 필수교양이었다. 이 역시, 그러한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 중 하나다.

지금 암살자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암살에 대한 생각은 남아있지 않다.

지금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그저 '잠시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즉, '빨리 쉬하고 싶다'라는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후웃...?!"


그러던 중 돌연, 누군가의 호흡이 흐트러졌다.

몸을 떨면서 구부러져있던 허리가 펴지고 아랫도리를 앞으로 흔들더니 다시 앞쪽을 꾹 누르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후우....."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암살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대열을 다시 따라갔다.

하지만 그녀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마왕에게 도달해봤자, 제대로 싸우지 못할 것임을.

하지만 만약 몰래 숨어들어 정말로 암살에 성공한다면, 최소한 치명상이라도 입힌다면, 도망칠때 잠깐의 여유는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암흑수녀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녀들이 믿고 의지하는 대장이 군말없이 선두에서 자신들을 이끌고 있으니 모두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화, 화장실.....화장실에 가야만 해.....'


막상 지금 대장이야말로 가장 화장실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다는 건, 아마 모를 것이다.


'크윽.....이 정도까지 심각할 줄은....! 아아, 나, 나온다, 이대로면, 나와버려....그건 안돼, 이 성에서 나가기 전까진, 싸면 안돼....나가기 전까진.....여기서 나가기 전엔......여기에 있으면....쌀 수 없어.....이 안에선, 오줌을 쌀 수 없어.....'


어느새 그녀의 생각의 흐름은 '마왕을 암살하고 탈출한다'에서, '마왕을 암살하고 볼일을 본다'로 바뀌었으나 곧 '마왕을 암살하기 전에 먼저 볼일을 봐야한다'로 변하였다.

하지만 마왕성 안에서 볼일을 보면 분명 마왕에게 발각당하고 말 것이라는 믿음은 '마왕성 안에 있는 이상 볼일을 볼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즉, 현재 대장의 머릿속은 '오줌을 싸기 위해 여길 나가야한다'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기에도 이미 늦었다. 어마어마한 요의에 시달리며 깊숙히 들어온 결과 이미 그녀들은 돌아가는 길도 잊어버렸다.

암살을 위한 침투라서 일반적이지 않은, 마왕성 외곽의 배관이나 외진 복도 같은 곳을 통과해야 했던 점도 한몫 한다.


무엇보다도 본인들의 의식 자체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쿵!


"윽?!"


그만 벽에 머리를 부딪친 대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즉시 뒤로 몸을 빼 양손으로 가랑이를 붙들고 호흡을 고르며 대장이 주변을 살폈다.


"큭, 후우....!! 이, 이건 대체....?"


주변을 살핀 암흑수녀들은 당황하였다.

온 사방이 암흑수녀들. 그러니까 자신들과 똑같은 복식을 한 사람이 가득했다.

전부 똑같이, 상스럽게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붙잡고 다리를 비비며 자신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곧 그녀들은 깨달았다.

그것이 자신들의 모습임을.


"거울....?"


어느샌가 거울미로 한가운데에 놓여있었다.

이래선 방향을 알 수도 없고 어디가 벽이며 어디가 통로인지도 알 수 없다.

즉, 탈출할 수 없다.


"하아, 하아....?!"


당황한 암흑수녀들이 거울을 손으로 짚고 더듬으며 황급히 출구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허리를 가만히 두질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그것이 마치 화장실도 못 참는 스스로를 놀리는 것 같았다.


"출구를 찾고 싶으신가요?"


문득, 낯선 여성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오줌참는 암살자들이 돌아보자 거울 속 자신들 너머로 딱 한 사람, 차가운 인상의 여성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너, 너는....?"

"마왕님의 명령으로 여러분을 맞이하러 왔습니다."

"마, 마왕의 명령....?"

"여러분은 제국인입니다. 제국은 마왕님의 적입니다. 또한 저의 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왕님의 자비로 성에 침입해온 여러분께 자비를 베푸시고자 하십니다."


그런 말을 하며 여성이 몸을 돌려 걸어가자, 곧 모습이 사라졌다.


"머, 멈춰라! 망할, 따라간다!"


대장이 황급히 그녀가 보인 방향을 손으로 짚었으나 그곳은 거울이었다.

손으로 더듬으며 힘겹게 길을 찾아내 나아가면 또 여성이 보였고, 또 그녀가 사라졌다.


"......대장. 거, 건의드립니다."

"뭐?"


갑자기 대장을 불러세운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앞을 부여잡은 한 명의 암살자.

그녀의 손과 맞닿고 있는 고간 부위의 천이 주변보다 약간 색이 진해져있다.

천이 습기를 먹었단 소리다.


대장도 그녀를 잘 알고 있다.

암흑수녀회는 재능이 엿보이는 아이들을 모아 어릴때부터 암살 교육을 시켜 최고의 암살자로 길러낸다.

이 암흑수녀 역시, 18년의 세월을 암흑수녀회의 정예 암살자로 살아온 인물이며 또한 대장의 가장 믿음직한 부하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상은, 더는......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이대로면, 1시간도 버틸 수 없습니다....아니, 그 전에 마왕군이 추격이 붙기라도 하면 도망도 못 가고, 큭......"


또 '파도'가 와버렸는지 말을 삼키고 그녀가 있는 힘껏 몸을 비틀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다른 암흑수녀들도 같은 심정으로 대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건,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알고 있는데....!'


대장은 이를 꽉 물었다.


'너희만 화장실을 참은 게 아니라고, 나도....얼마든지....큭, 아아......이, 이대로는 암살도 못 한다는 것 정도는, 이미.....'


대장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몸을 떨고 있을 찰나.


"....슬슬 시간이 되신 것 같군요."


다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녀는 거울 바로 건너에 있었다.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제, 제안....?"


짝.


여성이 손뼉을 치자, 주변이 밝아졌다.

바로 앞에 거울 미로의 출구가 놓였다.

그 출구 너머로 높은 계단 위에 작은 문이 보였다.


[화장실]


그 글귀를 보자마자 모든 암흑 수녀가 순간적으로 강하게 고간을 누르며 몸을 비틀었다.

문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힘을 풀어버릴 뻔했기에.

아니. 몇몇은 정말로 풀어버렸을 것이다. 수분을 흡수한 천의 얼룩이 더 커졌다.


"여러분은 저 위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여성이 말했다.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제국을 배신하고, 마왕에게 복종을 맹세하십시오."

"뭐....?"

"여러분은 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암살자들이죠. 마왕님을 위해 그 힘을 쓰십시오. 마왕님의 명을 받아, 제국을 무너트리는데에 협조하십시오."


다른 암흑수녀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


"개, 개소리 마라......큭, 하아....하아.....우, 우린 평생을 황제 폐하의 충실한 종으로 살아왔다, 그 자랑스러운 명예를 버리고, 순순히 너희의 노예로 전락할 것 같으냐!"

"전 마왕님의 노예가 아닙니다. 전 원해서 여기에 있으며, 자발적으로 제국의 패배를 원합니다."


그러자 암흑수녀가 경악했다.


"자발적으로 마왕에게 충성하고, 제국을 증오한다고? 큭, 입을 다물어라. 이 비겁한 배신자 녀석, 너 같은 천한 것과 말을 섞고 싶지도 않다! 충성과 명예를 모르는 파렴치한 놈!"

"......."


그 소리를 듣고 여성은 무표정하게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녀는 치마를 잡아 올리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냐....?"


여성은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비웃는 미소를 보였다.

그녀는 치마로 가려져있던 자신의 새하얀 기저귀를 내보였다.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한 물건을.


"후우...."


그리고 눈을 감고 한숨을 쉬더니, 몸에서 힘을 뺐다.


쉬이이이이이이이.....


"윽?!"


그 소리를 눈치챈 암흑수녀가 말문이 막혔다.

여성은 그런 암흑수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부르르!


몸을 떠는 여성의 기저귀는 실시간으로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어떻게 타인의 눈앞에서 자신의 상스러운 옷차림을 내보이고, 자발적으로 거기 볼일까지 보는가?


"지금 여러분의 모습은, 저보다 훨씬 추하고 상스럽습니다."

"큭! 시, 시끄러워...!"

"전 자발적인 충성의 보상으로 마왕성에서도 아주 작은 영향만을 받는 배려를 받았습니다. 충분한 보상과 지위를 약속해주는 마왕에 비해 제국은 제게서 신분과 누명으로 모든 것을 빼앗아갔고 농노들에게 억압과 수탈만을 제공하죠. 그런 제국을 섬긴 대가가 화장실을 못 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입니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어떤 암흑수녀도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비해, 암흑수녀들은 지금 스스로의 한심한 꼴로는 도저히 그것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치마를 내린 여성이 종이와 펜을 꺼냈다.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을 맺으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에 서명한다면 여러분의 긍지와 명예는 존중될 것입니다. 지금 거부하더라도, 실례를 저지르기 전에 뒤늦게라도 서명한다면...."


그리고 요강을 가리켰다.


"앞으로 여러분이 사용할 수 있게 여러분의 '전용 화장실'이 제공될 것입니다. 저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충분한 수량이 준비돼있습니다. 만약 그것도 싫다면 어디..."


이번에는 계단 위.

높은 계단 위의 화장실 문을 가리켰다.


"증명해보시지요. 여러분이 정말로 그렇게 굳건한 긍지와 충성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경고합니다. 마왕성의 아름다운 계단을 지저분한 오줌으로 더럽혀버리기라도 한다면, 여러분은 그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자. 지금 저 화장실 문만 열면 여러분의 인원 수에 맞는 변기가 준비되어있습니다. 문은 열려있으니, 마음껏 이용하시지요. 선택은 자유니까요."


암흑수녀들은 이를 꽉 물었다.

이런 황당한 제안과, 부끄러운 인신공격에 치욕을 느꼈다.

마왕에게 놀아나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다.


".....하아.....하아....."


그런데 그녀들의 중심에 있던 대장이, 뚜벅 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동공이 풀려있는 눈은 계단 위를 향한다.

그리고....


"하아, 아......아아.....!!"


갑자기 허리를 흔들더니,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앞을 부여잡은 채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꼬이고, 아래에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희미하게 소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화, 화장실."


다른 암흑수녀도 중얼거렸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녀들 모두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하아, 아아!! 아아!!"


여성에게 화를 내던 1명을 제외한 모든 암흑수녀가 오줌보 터지려 하는 코흘리개 아이처럼 울먹이며 화장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2주일 치의 억눌린 요의와 그로인한 신체의 부담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 신체로는 제대로 달릴수조차 없었다.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계단을 오르려 애썼고, 누구는 그 와중에 허리의 천을 풀어헤쳤다.

누구는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다 만 모습으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가장 먼저 출발했던 대장은 이제 가장 뒤에서 더는 오르는 것조차 포기하고 아랫도리를 벗으려 시도하고 있었으나 손이 꼬여버려 오히려 고정끈을 더 꽉 매버리고 말았다.


"큭, 하아....하아.....!"


출발할 엄두조차 못냈던 마지막 암흑수녀는, 그 풍경을 그저 바라만 봤다.


'.....나, 나도, 이젠 쉬야가.....'


쉬이잇.


"아아! 큭, 크, 으윽....!!"


제멋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나오기 시작한건 한참 전부터였다.


쉬잇, 쉬이이잇.....!


도저히 계단을 오를 수가 없다.

오를 엄두조차 안 난다.

그녀는 그저 이 아래에서 계단 위 화장실을 바라만 보아야한다.


"크, 읏......으윽....!"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떤 모진 고문에도 버틸 수 있도록 훈련받은 그녀는 2주일이나 힘들게 참았는데 아무 보상도 못 받고 눈앞의 보상마저 빼앗겨야하는 억울함에 서러운 감정이 복받쳤다.


"....."


곧 그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성은 차분하게 웃으면서 종이를 내밀었다.


"크......아아, 아아아아아!!!"


절규하듯 고개를 흔들며, 그것만은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듯 울부짖은 암흑수녀.

곧 종이에는 거칠게 휘갈겨쓴 이름이 적혔다.

그리고 요강 위에서 힘겹게 오줌에 젖은 바지와 속바지, 속옷을 모두 거칠게 벗어내린 암흑수녀가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이후 울린 소리는 차마 글로는 적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계단의 중간까지나마 도달한 암흑수녀는 한 사람도 없었다.

2주일동안이나 쌓여있던 소변이 정상 배출되지 못하고 마법과 주술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넘쳐버린 소변량은 그녀들의 몸을 고장냈다.

2주일치 소변이 모두 빠질 때까지 암흑수녀들은 움직일 수 없었고, 겨우 큰 물줄기가 멎은 뒤에도 하루 종일 소변배출이 반복됐다.

참고로 그 자리에 없던, 다른 길로 갔던 6명의 암흑수녀들은 반대편에서 1명씩 뿔뿔이 흩어져 각자 이보다 더 추하고 상스러운 모습으로 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그나마 마지막 순간에 한 명이 마왕에게 충성을 맹세했기에 마왕은 그녀들을 배려하여 적어도 최소한의 괄약근 기능은 유지하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그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1명도 빠짐없이 이불을 적시는 바람에 다음날 13명의 암흑수녀들은 아랫도리 하나 걸치지 않고 새빨개진 엉덩이를 내보이며 마왕에게 충성 서약을 하였다.


서약을 늦게 맺은 대가로 그녀들은 정상적인 화장실 대신 전용 요강과 기저귀에만 볼일을 보는 것이 허락되나, 어차피 2주일치 소변이 터져나온 후유증으로 그녀들은 소변을 보는 감각을 떠올릴 수 없게 된지 오래다.

마왕의 배려로 방광염이 발생하진 않으나 그녀들은 소변을 배출하는 법을 까먹어 그저 쌓이고 쌓인 소변이 스스로 터져나오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녀들이 마왕의 정예 전력인 이유는 그렇게 언제나 원하지도 않는 소변 인내에 시달리면서도 임무를 수행해내는 뛰어난 실력에 있다.


그녀들의 첫 임무는 제국에 합병된 마왕령 영토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암흑수녀회 본부를 습격하여 방어를 무너트리고 최고위 단장을 사로잡는 일이었고 이를 훌륭히 수행해내어 암흑수녀회는 마왕군에게 허무하게 항복했다.


수녀회의 최고 암살단장은 강한 의지력과 정신력으로 온갖 세뇌와 현혹 마법에 저항하며 절대로 심문에 입을 열지 않았으나 5일동안 1시간에 1번씩 기저귀에 실례를 저지르며 어릴때의 트라우마였던 '어머니에게 오줌싼 엉덩이를 매맞는' 기억을 마찬가지로 5일 내내 반복 상기시킨 끝에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자백했다.

다만 그 대가로 기저귀를 떼어내면 오줌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버릇과 기저귀를 가리면 불안해하는 버릇이 생겨버린 탓에 현재는 아래에 기저귀만 입어야 하는 상태로 마왕령 학회에서 역사학자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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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희망이던 암살이 실패로 돌아가자 제국군은 빠르게 자신들이 정복한 모든 마왕령을 포기하고 본토로 철수했다.

그 신속함과 빠른 판단은 마왕도 감탄했다.

그로인해 제국군 주 병력을 섬멸하지 못하고 많은 전력이 무사히 철수한 것은 아쉬운 결과였다.


제국은 마왕군 역시 갑자기 수복한 막대한 마왕령을 수습하느라 진군이 지체될거라 예상했다.

긴 시간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문화적으로도 제국의 일부가 되어, 제국인으로 살아온 현지 주민들이 순순히 마왕을 반길리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마왕군은 손쉽게 마왕령의 통제권을 되찾아 제국을 놀라게 했다.

제국은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날 수복되었던 마왕령 지역 중 상당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청소년~성인 여성들이 이불을 적시는 빈도가 대략 30%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