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리아나. 내가 좋은 거 가져왔다."




 "뭐야 그거는...?"




 리아나는 내가 건네는 정체 불명의 무언가가 담겨 있는 약병을 보고는 경계심이 서려 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긴 뭐야. 네 새로운 능력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다뤄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놈이지."




 "...?"




 리아나는 내가 뭘 말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 하는 듯 했기에 나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네 새로운 능력은 네가 감정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서 기분이 아주 드럽게 우울해지면 발동이 되는 거잖아?"




 "으응... 그렇지."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있는 말 없는 말 다 끄집어 내가면서 안 좋은 소리를 퍼부으면 너한테나 나한테나 별로 좋을 게 없어. 듣는 너야 당연히 기분이 잡치겠지만 말 하는 내 쪽도 즐겁지는 않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말로 몰아 붙이는 것 보다 그냥 이걸 마시고 억지로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면 간단한 일이잖아?"




 리아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하는 모양이긴 했지만 '약' 이라는 물질에 대해 어느 정도 경계심을 품는 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일.




 나 조차도 아무렇게나 막 먹어도 괜찮은 거냐고 경계심 섞인 의심을 품었는데 약을 먹어야 하는 당사자인 리아나는 어떻겠는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거 편하게 먹어도 되는 거 맞아...?"




 "그 소리 할 줄 알았다. 빡통이 직접 가르쳐준 거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걸."




 "으음... 그래?"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나 말고 빡통한테 따지라고."




 "야...! 그러다 진짜로 무슨 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




 "설마 빡통이 먹고 큰일 날 약이라도 제조해 줬겠냐?"




 "그거야 그렇지만..."




 내가 어디서 얻은 지도 모를 출처도 모를 약이 아니라 헤리엇이 직접 조제했다고 하니 그래도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약병을 받아드는 리아나.




 한 눈에 봐도 엄청나게 맛 없어 보일 것 같은 불쾌한 색을 띄는 물약을 눈으로 살짝 스캔한 리아나는 조심스럽게 그 냄새를 확인해본다.




 "우욱... 무슨 냄새가 이래?"




 "무슨 여섯 살 짜리 애기도 아니고 약 하나 먹었다고 무슨 엄살을 그렇게 떨어? 한 입에 꿀꺽 하고 삼켜. 자, 얼른 꿀꺽!"




 마치 약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를 달래듯이 놀려대는 나를 흘깃 째려보는 리아나.




 리아나는 아이 취급 당하기는 싫었는지 고약한 약재 냄새를 풍겨대는 물약을 한 번에 들이키고 눈살을 찌뿌린 채 꿀꺽꿀꺽 하고 삼켜 넘긴다.




 "어후..."




 "맛 없냐?"




 "약인데 당연히 맛 없지."




 "약효가 오려면 못 해도 30분은 있어야 한다고 하니까 좀 기다려 보자. 그 전에 시험 삼아 테스트나 한 번 해볼까?"




 "테스트?"




 "어. 진짜로 약빨이 받아서 기후를 바꿀 수 있는 건지 아닌지 확실히 해 봐야 하니까 지금 한 번 시험 해 봐."




 "응."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쳐다보며 정신을 집중 해보는 리아나.




 하지만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게 비가 내리거나 먹구름이 끼지는 않았고 수십 수백 다발의 벼락이 애먼 바다에 분노를 표출할 뿐.




 "으읏... 역시 안 돼..."




 "그러면 이따가 다시 한 번 시험해 보면 되겠네. 혹시 뭐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면 바로 말 해."




 그렇게 약효가 나타나기를 정처 없이 기다리기를 대략 30분 정도, 나는 그저 바닥에 누워서 빈둥거리다가 간혹 리아나의 상태를 살펴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어느새 하늘 위에는 어두컴컴한 진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게 아닌가.




 "어? 이거 효과 있는 것 같은데?"




 "......"




 "...너 괜찮냐?"




 "응... 그냥 좀 기분이..."




 멀쩡한 사람 기분을 억지로 우울하게 만드는 약이었으니 기분이 가라앉다 못 해 아예 박살이 날 것 같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한 눈에 봐도 리아나의 상태는 그다지 좋다고 말 하기는 어려웠다.




 미세하게 떨리는 동공과 손가락.




 그리고 숨을 조금 과도하게 들이마시면서 내뱉는 리아나의 모습에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이 약의 조합법을 제공해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헤리엇.




 별 다른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라고 굳게 믿으며 나는 리아나가 약으로 인한 우울감에 잡아 먹히지 않으면서도 그걸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끔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이마를 부여잡으며 그 자리에 주저 앉는 리아나.




 그리고는 리아나의 눈망울에서는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괜찮냐?"




 약물로 기분을 좋게 만들기는 쉬워도 기분을 거지같이 만드는 게 쉽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효과는 아무래도 확실한 모양이었다.




 그나마도 혹시 모르니 일단 처음에는 약효를 좀 줄여서 테스트를 해본 것이었는데 그게 이 정도라니.




 "으흑..."




 이미 균열이 가 있는 리아나의 마음을 내가 옆에서 박박 긁어댄 것도 아니었지만 눈물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걸 참지 못 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리아나.




 평범한 동물이나 생명체 따위는 그저 발을 들이는 것 만으로도 휩쓸려 나갈 정도의 위력을 가진 폭풍우가 해안가에 드리웠고 어지간한 갤리선 마저도 뒤집어 버리는 게 가능할 정도로 파괴적인 높고 성이 난 파도가 철썩철썩 거리며 분노한 바다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으흐윽...! 흑흑..."




 꺽꺽대며 울음이 터져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약효는 충분한 모양이었다.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었지만.




 "이건 기분을 우울하게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고 싶게 만들어주는 수준 아닌가...?"




 리아나의 감정이 격하게 북받쳐 오를 수록 거세지는 폭풍우. 그리고 지상을 뒤덮어버릴 기세로 내리기 시작하는 거센 빗줄기.




 혹시 있을 부작용 같은 걸 대비해 어느 정도 효력을 조절한 게 이 정도였다면 그런 거 없이 효력만을 생각하고 온갖 재료를 때려박아버렸다면 당장 리아나가 바닷물 속으로 뛰어 들어갔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나는 헤리엇이 무서워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헤리엇이 미리 이야기 한 것 처럼 약효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은 덕분에 바다 위에서 잔뜩 노하고 있던 진한 먹구름은 시간이 조금 지나니 천천히 그 모습을 감춰나가기 시작했다.




 "이제 좀 괜찮냐...? 그냥 눈물 몇 방울 찔끔 흘리게 할 정도일거라고 생각 했는데 생각보다 약빨을 너무 잘 받아서 놀랐다야."




 "응... 이제 괜찮아."




 새빨갛게 부어오른 눈에서 흘러 내리던 눈물을 훔치던 리아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기운차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 정도라면 실전에서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약만 미리 먹어 놓으면 되는 거잖아?"




 "일단 빡통한테 다시 한 번 물어보던가 해야겠어. 과다복용 빼고는 뭐 딱히 조심해야 할 부분도 없다고는 했는데."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약효가 별로거나, 혹은 몸을 심하게 해칠 정도로 과도한 효력을 내는 극약이라면 사용할 수가 없었지만 이 정도라면 별 문제 될 게 없어 보였다.




 "부작용 같은 건 없냐? 사람 마다 체질이 다 달라서 알레르기 반응이나 뭐 그런 게 절대로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던데 빡통이."




 "응. 그런 건 딱히...? 몸이 간지럽다거나 뭐 그런 건..."




 팔이나 다리 여기저기를 살펴 보고는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던 리아나. 그런데 리아나는 갑자기 자기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끙끙 거리기 시작했다.




 "야 너 괜찮아?"




 "으윽...! 배가 ... 아흑...!"




 리아나가 부여 잡고 있는 그녀의 배는 한 눈에 봐도 뽈록 하고 튀어 나와있는 게 보였을 정도.




 "이, 일단 누워 봐."




 내 부축을 받고는 바닥에 조심스레 몸을 눕히는 리아나.




 누워 있으니 뒷산 언덕 마냥 부풀어 오르는 배가 더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고 리아나는 고통스러운 듯이 배를 부여잡고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이게... 네가 뱃살이 찐 게 아니라면..."




 "배, 뱃살 같은 거 없거든...!"




 루시닐이라도 지금 옆에 있었다면 모를까 나는 약학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만큼 뭐가 문제인지 알 방도가 없었다.




 "으으윽..."




 "약 성분이 체내에서 뒤섞이면서 역류라도 하는 건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리아나의 복부에 손을 올리자 물컹하지 않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마, 만지지 마...!"




 "아 미안..."




 그래도 여자 애의 배에 함부로 손을 올리는 건 실례되는 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뱃속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될 만큼 아예 요동을 치기 시작하는 리아나의 복부에서는 이내 심상치 않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꾸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흐아앗?!"




 "...?"




 순간 나는 내 귀가 잘못 됐거나 혹은 거리감을 상실한 게 아닐까 싶었을 정도.




 약효는 거의 떨어졌고 하늘은 이미 맑게 개었으니 주변 어느 곳을 둘러봐도 천둥이 칠 만한 구석은 없었는데 어째서 천둥이 하늘도 아니고 리아나의 뱃속에서 치는 것인가.




 "너 혹시 기후 변화를 하늘이 아니라 네 뱃속에서도 조절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말이 되는 소리를...! 아읏..."




 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랑---!!!




 옆에서 듣던 내가 질겁을 할 정도로 심상치 않은 천둥 번개 소리가 리아나의 뱃속에서 울려 퍼졌지만 덕분에 그 부작용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거... 그거 맞지?"




 "아니야!!"




 그냥 '그거' 라고 퉁쳐서 말 한 것 뿐인데도 기겁을 하며 내 말을 틀어 막는 리아나.




 "큰 것도 같이 차는 거냐 아니면 그냥 가스만?"




 "아 진짜!! 아니라니까!! 아흐윽...!"




 "야야. 괜히 소리지르면 더 배 아프니까 그냥 얌전히 있어."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소리만 들어도 알겠네."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푸라라라라라락...




 험한 소리가 튀어 나오려는 걸 막아보려는 듯이 리아나는 자기 배를 꾸욱 하고 누르며 어떻게든 틀어 막아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괜히 자기 배만 아프게 하는 꼴일 뿐.




 "으으윽...!"




 "뭘 틀어 막고 있냐? 괜히 그래봤자 네 배만 아플 거 아니야? 그냥 시원하게 펑펑 뀌어버려. 이런 무인도에서 누가 듣는다고. 야 혹시 뀌고 싶은데 안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런거면 진짜로 큰 일..."




 "아악! 조용히 해!!'




 리아나의 앙칼진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




 그래도 여자애인 만큼 가스니 방귀니 하는 말을 해대는 건 부끄러울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서 더 참았다가는 독 수준이 아니라 진짜로 몸을 해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야 지금 한 번 쪽팔린 게 문제냐? 그렇게 참다가 진짜로 똥꼬 틀어막혀서 아무 것도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건데?"




 "말을 해도 진짜 더럽게..."




 리아나는 질색팔색을 하며 얼굴을 찡그러트렸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까 먹은 그 약의 부작용이 뱃속에 가스가 심각할 정도로 잔뜩 차오르는 것이라면 그냥 시원하게 내보내기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 될 일.




 "너 괜히 놀리자고 하는 말 아니야. 내보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내보낼 수 있지? 대답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여도 돼."




 그 말에 리아나는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그 와중에도 아주 요동을 치며 꾸루루룩 거리는 리아나의 복부.




 진짜로 뭐가 터져나올 듯한 천둥 소리에 리아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고 나 역시 놀리고 뭐고 할 마음 조차 들지 않을 정도.




 "일단은... 나는 자리를 피해줄테니까 알아서 처리할 수 있지?"




 "최대한 멀리 가... 절대로 근처로 오지 말고..."




 "알았어 알았어. 섬 끝까지 가줄 테니까 누가 들을 걱정 하지 말고 시원하게 그냥 펑펑 뀌어."




 "아악!!"




 




 ***




 그렇게 라인하르트가 충분히 멀어지고 나서야 꾹 참고 있던 괄약근에 천천히 힘을 푸는 리아나.




 이 무인도는 상당히 작은 섬이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대야 간신히 섬 끝까지 들릴 정도였으니 설마 소리가 들리겠어 하는 생각으로 리아나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굳어 있던 엉덩이를 편하게 해주는데.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악! 뿌아악!! 뿌와아아아앙!!






 "흐아악?!"






 도저히 여자애의, 아니 사람의 방귀 소리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무지막지하고 엄청난 방귀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어 버리는 게 아닌가.






 리아나는 꽤나 시끌벅적한 방귀 소리가 튀어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준 일 것이라고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 했는지 자기 몸이 들썩 거릴 만큼의 엄청난 방귀에 눈이 아주 땡그랗게 변하며 기겁을 한다.






 "마, 말도 안 돼...!"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의 어마무시한 방귀 소리. 그리고 거기에 더해 순식간에 이 근방 공기를 탁하게 잠식해 가는 파멸적인 냄새 까지.






 "으흐으읏...!"






 그렇게 무지막지한 방귀를 뀌어댔음에도 아직 뱃속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부글부글 끓어올랐는데 한 번 제대로 배출해 버리니 뱃속의 가스는 이 때다 싶어 그녀의 내장 기관을 탈출하듯이 엉덩이를 비집고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오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설마 라인하르트가 있는 곳 까지 들렸을까 싶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위력이 담겨 있는 방귀 소리.






 들리진 않았을 거라고, 아니 들렸으면 안 된다는 리아나의 바램이 무색하게도 그 소리는 라인하르트가 있는 섬 반대편 까지 똑똑하게 들리고 말았다.






 "아니 이게 뭔..."






 듣는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도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의 선명한 방귀 소리.






 방귀 소리가 안 나는 사람이야 없다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수준이 아닌가.






 "쟤는 무슨 벼락을 궁뎅이에서도 내뿜는 건가...?"






 소리가 어지간했어야 방귀지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벼락이 떨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한 사운드.






 "이 정도면 저번에 빡통이 뀌어대던 것 보다 훨씬 더 한 것 같은데?"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도 소리가 선명히 들릴 정도면 가까이 있었다가는 귀청이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에 라인하르트는 식은땀 까지 흘릴 지경이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는 왠지 구리구리한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착각 마저 들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냄새가 여기까지 날 리가 없잖..."






 코, 혹은 뇌가 이상해진 게 아니라면 라인하르트의 코는 구리구리하면서 매캐하기까지 할 지경인 흉악한 가스 냄새를 어느새 감지하고 있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묵직한 카레를 한 여름에 차갑게 보관하지 않고 밖에 그대로 일주일은 놔둬버린 듯한 시큼하고 구릿하기 짝이 없는 짙은 향기.






 "어후야..."






 자리를 피해주겠다고 한 건 리아나 뿐만을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 했던 일.






 라인하르트는 괜히 저기에 있었거나 궁금하다고 함부로 가까이 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최대한 바람을 마주 본 채로 버티며 리아나가 빨리 다급한 용무를 끝마치기를 기다렸다.






 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정도면 다 끝났겠지 싶었던 순간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선명한 방귀 소리.






 "저 정도로 뀌어댔으면 어디 찢어졌을 지도 모르겠는데."






 경악을 넘어 이제는 듣고 있던 라인하르트가 다 불안해질 지경이었다.






 사람이 저런 방귀를 뀌어대고서 몸이 멀쩡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혹시 이거 내 초능력이랑 뭔가 관계 있는 건 아니겠지...? 약장수 그 새끼가 여자 방귀 소리를 질릴 때 까지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이라도 준 거 아니야...?"






 설마 싶었지만 나름대로 근거는 있는 추측이었다.






 한 번이야 우연으로 넘어간다고 치겠지만 라인하르트가 이렇게 무지막지한 여자 방귀 소리를 듣는 건 벌써 이게 벌 써 네 번째였으니.






 그렇게 불안과 의심에 쌓인 채 몇 분을 더 기다리던 라인하르트는 이제 소리가 잠잠해지자 리아나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리아나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록 짙어지는 진한 구린내.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더 이상 접근했다가는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얘 설마 기절이라도 한 건...?"






 그 정도로 방귀를 뀌어댔다면 확실히 기절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아니 리아나가 문제가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라인하르트 본인이 그 흉악한 구린내에 숨이 턱턱 막혀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




 소리만 무지막지 했던 게 아니라 그 소리에 충분히 비견될 만큼 흉악할 정도의 살상력 가득한 메탄 내음.








 라인하르트는 본인 방귀에 리아나 본인이 잡아 먹힌 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려 했지만 아직 모습이 보일 만큼 가까이 접근한 것도 아닌데 이 근방을 완전히 잠식해 버린 온갖 유독 가스에 이 이상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 하고 있었다.




 "어후욱...!!"




 그 라인하르트를 저절로 뒷걸음질 치게 만들 정도로, 호흡 기관은 물론 전두엽과 시신경까지 유린하게 만들 정도로 흉악하기 짝이 없는, 마치 농번기에 들어선 시골 마을에서 풍겨대는 정제된 비료가 아니라 그냥 뒷간에 모아둔 걸 그대로 삽으로 떠서 논밭 여기 저기에 뿌려대서 만들어지는 악취 따위는 가볍게 압도할 만큼의 가히 살인적인 구린내.




 이 근방까지 누리끼리하게 잠식될 만큼 리아나의 가스가 만들어내는 탁한 공기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푸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당연히 다 끝났겠지 싶은 와중에 한 번 더 몰려오는 메탄의 토네이도.




 전진하지도, 그렇다고 후퇴하지도 못 하던 라인하르트는 결국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 섞인 기합을 내지르며 바다 쪽으로 달려갔고 물 속에 얼굴을 처박으며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 그리고 메탄 등등이 달라 붙어 시뻘겋게 충혈된 눈과 따끔거리는 얼굴을 씻어내려는 듯 미친 듯이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아가미가 없어도 차라리 물 속에서 억지로 숨을 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수준의 기상천외한 냄새.




 어디 가서 맷집이나 비위로는 꿀릴 일이 없는 라인하르트였지만 물 속에서 얼굴을 푸학 하고 빼내자 헛구역질 마저 올라올 정도였다.




 "지금은 도저히 가까이 못 가...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우웩..."




 결국 최소한 맨정신으로 버틸 수는 있을 만큼 냄새가 빠질 때 까지 라인하르트는 멀리 대피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야! 다 끝났냐? 어후 냄새..."






 "자, 잠깐만...! 아직 오지 마!!"






 뿌와아아아아아악!!!






 "......"






 "오지 말라니까!!"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진하디 진한 구린내에 유린당한 라인하르트는 황급히 코를 틀어막고 고개를 홱 돌렸지만 이미 그의 호흡기관에 잔뜩 축적되어버린 농후한 독가스.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덕분이었을까,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리는 참사는 면했지만 머리까지 지끈 거려오는 독가스에 라인하르트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기까지 했고 체내의 독가스를 뱉어내려는 듯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소리 한 번 기똥차네 진짜. 아까 그거를 가까이서 맡았으면 진짜로 골로 갔겠는데 이거... 어후야...! 콜록콜록...!!"




 그래도 확실히 가스를 배출하고 나니 괜찮아 진 듯한 모습에 라인하르트는 리아나에게로 딱 안전 거리 까지만 성큼성큼 다가갔다.




 "오, 오지 말라니까 그러네 진짜!!"




 "왜? 아직 더 남았어? 아니면 냄새 때문에 그래? 야 그거 내가 저쪽 반대편 까지 가 있었는데도 냄새 거기까지 나더라. 어차피 이미 토하기 일보 직전까지 맡았는데 이제 와서 뭔 소용이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마!!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냐. 너 카레 먹고 왔지? 콜록콜록...! 어후야 이건 좀 심하다..."




 그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불드는 리아나.




 확실히 그녀의 주변에는 어지간해서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만큼의 지독한 카레 향이 섞인 구린내가 묵직하게 깔려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코를 감싸매며 리아나의 근처까지 오긴 했지만 5 미터 안으로는 도저히 접근 할 방도가 없었는지 라인하르트는 거리를 살짝 두고 손으로 코와 입을 틀어 막는다.




 "배는 좀... 콜록...! 괜찮냐? 거 봐. 시원하게 펑펑 뀌고 나니까 다 가라 앉았지? 대신에 내가 죽을 판이긴 하다만... 콜록! 콜록!!"




 제발 그 이야기 좀 그만 하라는 듯 리아나는 생명력이 꺼져 가는 수준의 기침을 과장스럽게 토해내는 라인하르트를 흘겨 본다.




 물론 라인하르트는 전혀 엄살을 피우지도, 과장을 하지도 않았다.




 그나마 라인하르트 정도 됐으니까 눈이 시뻘개지고 그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 지는 수준으로 끝난 거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근처까지 오기도 전에 기절했을 테니 말이다.




 "더 뀌고 싶으면 말 해. 이따가 돌아가면 사람도 죽일 만한 독가스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으니까 빡통한테 다른 재료로 약을 만들어 달라던가 해야겠네."




 "헤리엇한테는 절대로 말 하지마! 다른 애들한테도!!"




 그 말에 펄쩍 뛰며 질겁을 하는 리아나.




 "안 말해. 네 방구 소식까지 굳이 전달해봤자 누가 궁금해 한다고."




 "아아아악!!"




 "어우야 몸부림 치지 마. 안 그래도 죽겠는데 냄새 여기로 다 몰려 오잖아."




 그렇게 험난했던 약물 테스트가 끝나고 냄새 때문에 섬의 반대 쪽으로 이동해 혹시 모를 다른 부작용 등이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며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찾아온 일몰.




 그런데 하늘에 가득한 먹구름 때문에 해가 지는지 뜨는지도 분간하기 어려울 판이었다.




 "야 저 먹구름들 혹시 네가 뀐 방구 때문에 생긴 거 아니냐? 먹구름도 그냥 먹구름이 아니라 시꺼먼게 아주... 야 리아나?"




 평소 같았으면 라인하르트에게 앙칼지게 화를 내고 욕을 한바가지 날렸어야 정상인데 온 몸에 기운이 없어서는 축 가라앉아 있는 리아나.




 아직 약의 효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모양인지 그녀는 당장에라도 바다로 뛰어들 듯한 표정으로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역시 나는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야 너 왜 그래...?"




 처량한 표정으로 철썩 거리는 바다를 쳐다보다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리아나를 황급히 뜯어 말리는 라인하르트.




 "야, 야! 방금 말 취소! 설마 진짜 네 방귀 때문에 먹구름이 낄 리가 없잖아?! 얘가 왜 이래 진짜?"




 




오른쪽이 리아나고 왼쪽은 주인공은 아니고 리아나 빵셔틀 남친 포지션

이런 꼴리는년이 히로인이 아닌 마학간 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