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수고하셨습니다!”

 길고 길었던 촬영의 끝을 알리는 촬영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사방에서 작고 힘없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조용하던 현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리를 시작한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금세 분주해졌다.

 “매니저 오빠!”

 익숙하고도 청량한 목소리. 주변의 기류는 순식간에 바뀌었고, 내 시선은 오로지 그녀를 향했다. 여느 때처럼 생글생글한 미소와 함께 그녀는 서 있었다.

 “고생했어.”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린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엔 여전히 활력이 가득했다. 나까지 지친 몸에 갑자기 힘이 솟아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에요. 스태프분들이 더 고생하셨죠. 좀 이따 봐요!”

 그녀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대기실로 향했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꾸벅 인사를 하면서.

 사람들은 모두 내 담당 아이돌의 말과 행동을 흘깃흘깃 보고 있었다. 덩달아 나에게도 시선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일은 이미 수도 없이 겪었지만, 여전히 낯설었다.

 매니저와 아이돌이 사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만 해도 버겁기 때문에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이쪽 업계에서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동경 혹은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대놓고 나에게 부럽다며, 복 받은 거라 말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 완성된 아이돌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데뷔하자마자 순식간에 온갖 트렌드를 넘나들며 화제를 독차지했던 아이돌 시엘.

 가창력도 춤도 예능감도 발군. 어떤 그룹의 센터로 들어가더라도 그녀의 천재성을 감당할 수 없어 지금까지 솔로로만 활동. 데뷔 1년 만에 그녀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3년 차인 지금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아이돌이 되었다.

 덕분에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니저인 나조차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활동량은 비현실적인 수준이다. 공연, 촬영, 방송 출연, 앨범 작업은 기본이고, 비는 시간에는 개인 연습과 팬들을 위한 라이브 방송까지. 이외에 수많은 활동을 소화하고도 그녀는 지친 기색 하나 없다.

 그녀가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기와 질투조차 그녀의 압도적인 매력 앞에서는 환호와 열광으로 바뀌어 버린다. 어떤 미사여구로도 그녀의 완벽함을 묘사할 순 없다. 어떤 이미지도 자유자재로 묘사할 수 있는 그녀의 스타성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풍부한 재능은 모두가 그녀를 우러러보게 했다. 물론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노력의 가치조차 빛바랠 정도로 그녀의 천재성은 뛰어났다.

 내가 시엘의 매니저가 된 것은 6개월 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동안 그녀는 정상으로서의 자리를 두려울 정도로 확고하게 다졌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나름 멋모를 때부터 이쪽 업계에 몸을 담그고 있던 나조차, 이런 모습이 그녀의 전부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달랐다.

 아이돌로서의 모습은 가짜에 불과하다느니, 그런 뻔한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아이돌 시엘에게 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건 매한가지다.

 다만 스포트라이트 뒤편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다.

 압도적인 재능을 향한 동경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몸부림에 대한 동정을.

 



 

숙소로 향하는 길. 시간이 늦었음에도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예상보다 10분 정도는 더 늦어질 것 같았다.

 백미러에 비친 시엘은 열심히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마 SNS로 팬들과 소통 중일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조차 그녀에겐 팬들을 위한 시간이었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에선 그녀는 자신의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돌로서 사용했다. 놀라울 정도로 사적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그녀의 일이 그녀의 삶 자체였다.

워낙 그녀의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탓에, 온라인에선 그녀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걱정하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러한 의견에 적잖이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그녀의 지나친 완벽함은 도리어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재능의 크기만큼이나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팬들이 있기에 자신이 있는 것이라며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던 그녀의 모습은 분명 진실이었다.

그것은 내가 인간이라는 생물에게서 본 감정 중 가장 순수에 가까웠다, 고 생각한다.

 “좀 막히네요.”

 “그러게. 그래도 30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

 “30분…….”

 시엘은 말을 흐렸다.

 “왜, 몸 안 좋아?”

 “아니, 예요.”

 거짓말이다. 시엘의 표정엔 촬영장에서의 모습과는 대척점에 있을 정도의 어두움이 서려 있었다. 단순히 피로에 의한 것이 아님은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몸이 좋지 않다는 게 너무나도 빤히 보이는데, 아직도 내게 숨기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후…….”

 침묵 속에서 그녀가 천천히 심호흡하는 소리가 들렸다. 슬슬 고통의 파도가 몰려오는 모양이었다.

꾸륵.

 작은 소리. 인체에서 나는 소리. 흔히 장이 움직인다고 표현하는 소리.

 꾸극.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다. 촬영장 중에도 쉬는 시간에 몇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것.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낸 것. 뒷자리에서 폰을 만지작거리며 계속해서 배를 문지르던 것.

 촬영 중에 일이 터지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지만, 아무래도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 같았다.

 꾸르륵…

 소리가 커짐과 동시에 시엘은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표정을 찡그렸다. 올 것이 왔다.

 “괜찮아?”

 “그게…….”

쿠그그르르그극…….

 그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차체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꾸그르러러럭…….

 “하아.”

 시엘이 배를 움켜쥐며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그 짧은 한숨에 담긴 고통은 절대 짧지 않았다.

 처음 그녀의 매니저가 되었을 땐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건 차가 고장 나서 나는 소리도, 혹은 지진이 일어난 소리도 아니다. 모두 실제로 그녀의 배가 울리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했던 생각들이다.

 적어도 오늘 일과 중엔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내장은 이미 한계인 모양이었다.

 더는 못 견디겠다고, 제발 이 안에 꽉꽉 들어찬 오물을 없애 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물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약통을 꺼냈다. 그러고는 평소보다 많은 양인 세 알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한 손으로 물병을 건네자, 그녀는 그걸 받아 들고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자 귓가를 시끄럽게 울리던 굉음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약,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 역시 더 깊게 추궁할 수 없었다. 그녀라고 모르는 게 아닐 테고, 그녀라고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약일 뿐이지만, 시판되는 약과는 달리 제대로 된 상표도 없다. 오직 그녀를 위해 불법적으로 조제된 약이기 때문이다.

 원리조차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누군가의 설명에 따르면, 강제로 체내에 있는 대변과 가스의 부피를 줄이면서, 동시에 대장의 부피는 한계까지 늘려 최대한 많은 양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드는 약이라고 한다.

 효과만 들으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약이다. 내보내야 할 걸 오히려 저장하다니? 그러나 이런 수상한 약이 없다면 그녀는 아이돌 생활은커녕 정상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다.

 약을 꾸준히 먹지 않으면 그녀의 배는 순식간에 임산부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가공할 만한 양의 대변과 가스로 인해.

 하늘은 자신이 하사한 재능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는지, 시엘에게 장애에 가까운 수준의 신체적 결함을 주었다. 그건 남들보다 수십, 수백 배는 느린 배변 활동과 그로 인해 일생의 대부분을 체내에 오물을 축적한 채로 지낼 수밖에 없는 끔찍한 수준의 변비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런 사람이 배를 훤히 드러내며 춤도 추고 촬영도 할 수 있게 할 정도로 효과가 강한 약이라는 뜻도 된다.

 그런 수상한 약을 한 번에 세 알씩이나 먹고 있으니, 그녀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괜찮아?”

 “네…괜찮아요.”

 말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스튜디오에서 보여줬던 쾌활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사자가 아닌 나라도 저런 약 몇 알로 상황이 전부 해결될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숙소까지 참을 수 있겠어?”

 “……”

 불안한 침묵. 시엘의 상태는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식은땀을 흘리며 하염없이 배를 매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니저가 아이돌의 배변 상태 따위 파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시엘은 달랐다.

 “시엘. 지금 몇 주 째야?”

 하루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물어야 할 정도로 그녀의 상태는 만성적이었다.

 “둘만 있을 땐 다은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잖아요.”

 “지금 그게…하, 그래. 다은아. 얼마나 됐어?”

 짧은 말속에 담긴 서운함을 일부러 무시하며 되물었다. 신호가 바뀐 것을 보자마자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속도를 올렸다. 무조건 15분, 아니 10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

 “3주는, 넘은 것 같……흐윽!”

 뿌슷!

 갑자기 차가 앞으로 끼어든 탓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몸이 앞으로 쏠렸다. 동시에 뒤에서 에어건을 짧게 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미처 냄새를 맡기도 전에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쿨럭!”

 반사적으로 배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과 함께 기침이 나왔다. 정화조에 바로 얼굴을 처박은 듯한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렀다.

 3주 동안 나오지 못한 대변이 가스를 만들고, 그 가스가 다시 대변의 냄새를 흡수하고, 또다시 그 대변에서 가스가 나와, 시엘의 장을 마구 부풀리고 부풀린 끝에, 지금도 필사적으로 수축하고 있는 그녀의 괄약근 사이로 나와 내 후각신경을 타고 흘렀다.

 구르르륵, 꾸륵, 국, 구그그그르르륵!

 그리고 동시에 억지로 장을 쥐어짜는 불쾌한 소리가 귓가를 강타했다.

 “배, 아파……!”

음절을 내뱉는 것조차 힘에 겨운 듯한 목소리였다. 평소엔 약을 먹으면 최소 몇 시간은 버틸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번엔 약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3주 정도는 그녀에겐 일상에 가까웠다. 21일, 63끼의 식사량이 그녀의 작은 배에 담겨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이라고 해서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복통이 생기는 일이 왕왕 있는 것도 당연했다.

“조금만 참아!”

 곧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창문을 열고 싶다. 조금이라도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고 싶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을 태운 차량이 대로변에서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지금도 외부 공기 순환은 최대로 하고 있다. 그녀 역시 필사적으로 방귀를 참고 있고, 방금은 실수로 극미량이 나온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헛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코를 한 손으로 막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당장 코를 막기만 한다면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차 좀, 세워주실 수……아흑!”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급한 대로 골목으로 빠져나가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에 차를 세웠다. 근처에 오래된 건물이 늘어선 골목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은아, 괜찮아?”

 “하윽, 으아아…….”

 나는 운전석에서 내려서 우선 신선한 공기부터 들이켰다. 그러고는 뒷좌석 문을 열고 시엘의 옆에 다가갔다. 그녀가 배꼽티를 입은 이유는 물론 여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응급 상황에서 최대한 배가 눌리는 걸 피하기 위함이었다.

 촬영할 때만 해도 그녀의 배는 모두가 부러워해 마지않는 탄탄하고 아름다운 배였다. 그러나 지금은 내부에서 발효된 가스와 장 속에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대변으로 인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었다.

 뿍, 뿌륵! 북, 부부욱!

 한층 가까이서 맡는 그녀의 방귀 냄새는 더욱더 굉장했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 맡기 시작했을 때보단 훨씬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매니저 오빠……죄송해요.”

 “얼른 바지부터 벗어!”

 모두가 동경하는 아이돌의 하의를 인정사정없이 벗긴다. 세간에 알려지면 지탄받는 것을 넘어 뒤통수에 칼을 맞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영원히 그녀의 상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리고 이건 그녀가 내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공유한 순간부터, 내게 줄곧 부탁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시엘은 최대한 몸을 문 쪽으로 붙이고 두 다리를 자신의 배 쪽으로 올려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거추장스러운 청바지를 서서히 벗기 시작했다. 내 시선을 의식하는 듯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동안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고무장갑과 비닐봉지를 꺼냈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준비해 놓긴 했지만, 설마 차 안에서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부터 나는 그녀에게 응급 처치를 수행해야 한다.

 “잘 부탁……드려요.”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엘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수치심을 고려해서 전등은 켜지 않았다. 하지만 희미한 가로등 빛에 은은하게 비치는 육감적인 하체를 숨길 순 없었다.

 순백색의 도자기를 닮은 시엘의 피부는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얬다. 수줍게 고간에 걸쳐진 속옷은 그녀가 내뿜은 독성 물질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속옷을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방귀라니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시엘에겐 현실이었다.

 “나올 것 같아?”

 “아직…….”

 두근거림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굳게 닫힌 그녀의 국화꽃을 살폈다. 원체 거대한 똥을 누는 그녀는 나오기 전 항상 엄청난 고통과 함께 구멍이 크게 열린다. 아직 항문 주변이 부풀어 오르진 않은 것을 보아 여전히 직장 윗부분에 대변이 체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장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동시에 만성적으로 무력함에 빠져 있다. 혹은 들어찬 것의 질량이 비현실적이어서 최대한 힘을 가했음에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그녀 자력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 외부로부터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변비약이나 관장약은 이미 내성이 생겨 듣지 않는다. 내가 매니저를 맡기 전엔 여러 가지 약도 써봤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상태는 지나치게 심각해서 애초에 일반적인 약은 사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조금만 참아.”

 나는 작게 말하며 그녀의 배에 오른손을 갖다 댔다. 그 순간 시엘의 몸이 움찔했다. 그녀의 신체가 기억 속에 날카롭게 각인된 고통을 떠올리며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으, 으으윽……하윽!”

 그대로 시계방향으로 원을 그리면서 마사지를 시작했다. 군살이 거의 없는 배에 딱딱한 오물이 들어찬 감각이 직접 와닿았다. 억지로 누르며 대변을 아래로 쓸어내릴 때 특히 힘을 줬다.

 “허억!”

 시엘의 몸이 크게 떨렸다.

 “끄아, 하으앙! 우으, 윽!”

 날 것 그대로의 신음이 이성을 어지럽게 흔들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심하게 괴로워했다. 당장이라도 이 폭력적인 행위를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멈출 순 없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최대한 시간을 줄여주는 쪽이 그나마 낫다.

 뿌부부부부북! 뿌부브브브버러럭!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진한 농도의 방귀가 순식간에 내 얼굴을 뒤덮었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찔한 냄새였다. 단단하게 뭉쳐진 똥이 바깥으로 움직이며 점점 농축된 냄새를 내보내는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부륵, 뿌북! 뿌브브븝!

 “죄송해요, 죄송……으아, 하아……!”

 뿌아아아아앙! 뿌럭! 뿌브브븍! 부르르르르르르륵!

 시엘은 이 상황을 견딜 수 없는지 거의 울먹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면 그녀의 항문은 힘차게 요동치며 체내에 쌓인 독기를 열심히 내뿜었다. 차내의 공기가 금세 숨쉬기 힘들 정도로 탁해졌다.

 “괜찮…아.”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영혼 없는 위로에 불과했다.

 “끄응, 흐읍……!”

 그녀가 힘을 줄 때마다 둥글게 부푼 배가 안쪽으로 홀쭉하게 쪼그라들었다. 최대한의 복압으로 똥을 짜내려는 노력이었다. 그럴 때마다 대변으로 포화 상태인 대장의 윤곽이 드러났다. 내장이 위치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똥이었다.

 “끄흐응……응그극……!!!”

 쩌저적…

 윤기 있는 점막에 단단한 물질이 스치는 소리. 대변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준비를 마친 시엘의 뒷문은 순조롭게 입을 벌렸다. 얼마나 커지는지 슬슬 걱정될 때를 한참 지나서도 그녀의 배출구는 확장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야구공 크기 정도로 그녀의 항문이 벌어졌을 때쯤,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그 상태가 유지되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리고 그녀가 숨을 돌리는 동안, 기껏 나왔던 대변은 다시 그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다.

 “후우, 후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나는 그녀의 살인적인 냄새에 적응했고, 시엘은 창자를 끊어내는 고통과 자신의 가장 추한 모습을 드러내는 수치심에 적응했다.

그녀는 자신의 결심을 행동으로 드러냈다.

 “흐으으으으응!!!”

 시엘은 자신의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렸다. 딱딱하게 솟아오른 똥의 끝부분이 모습을 살짝 더 드러냈다. 절망스럽게도 맨눈으로 보기엔 거의 전진이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엉덩이 밑에 비닐봉지를 받혔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끝이다. 지금부터는 그녀 자신만의 싸움인 것이다.

 툭, 투둑.

 봉지 내에 메마른 자갈이 하나둘 떨어졌다. 이 작은 덩어리도 처음에는 평범한 양의 대변이었을 텐데,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나오지 못한 탓에 하나의 결정을 이루고 말았다. 덕분에 이 적은 수의 파편만으로도 방귀와는 차원이 다른 냄새를 자랑했다.

 “으, 하아, 하아…….”

 안타깝게도 이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 그녀의 몸은 산소를 요구했고 기껏 나왔던 똥은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워낙 굵은 탓에 항문은 여전히 손가락 두 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열려 있었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뻔했다.

 “스읍, 후우……하아…….”

 한숨을 돌리는 그녀의 표정에서 나는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을 느꼈다.

 “저기……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아 주세요…….”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말하며 그녀는 좌석 위에 두 다리를 올렸다. 그다음 화변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쪼그려 앉아 엉덩이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탄탄하게 균형 잡힌 하체가 가장 잘 보이는 순간이었다.

 “후우, 후우…….”

 지금 시엘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부끄러운 표정일까 아니면 악을 쓰는 표정일까.

 그녀가 호흡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움켜쥐고 싶은 하체가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런 자세를 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똥을 싸고 싶은 욕망이 훨씬 더 큰 거겠지.

 “끄으으으흐으으응!!!”

 그녀는 다시금 허리를 크게 숙이며, 절대로 아이돌이 내서는 안 될 저열한 욕망의 신음을 내뱉었다. 집요하게 그녀를 괴롭혀 온 단단한 변비 똥이 마지막 발악으로 그녀의 배출구를 유린했다.

 지금 시엘은 아이돌로서의 자신도, 한 여성으로서의 자신도 모두 버렸다. 타인 앞에서 추악하게 두 손으로 엉덩이를 벌리고, 흔들고, 잔뜩 용을 쓰면서 배변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본 다음에도 그녀에 대한 환상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으으응, 끄흐읍……!”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을 주었다. 어쩌면 그러지 않고선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들부들 떨리는 그녀의 엉덩이는 한시라도 빨리 쌓인 것을 토해내고 싶어 했다.

 “흐읍, 끄흐으으으응!”

 뿌지지직…

 몇 번이나 엉덩이의 살을 붙잡아 벌리면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 항문을 억지로 넓힌 끝에 철옹성 같던 그녀의 대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응!!!”

 지금까지 지겹게 얼굴만 드러냈던 그녀의 똥이 드디어 자신의 옆면을 드러냈다. 수없이 많은 똥 덩어리가 응축된 21일 치 변비 똥은 그녀의 장관 형태를 그대로 본뜬 듯했다. 금이 쩍쩍 갈라진 모습은 항문의 힘으로 자르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우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항문은 배변하기 위해 충분한 크기로 늘어나지 못했다. 여전히 마개 역할을 하는 대변에 의해 꽉 막혀 역삼각형으로 잔뜩 늘어난 채 그대로였다.

 투둑, 투두둑. 

 밖으로 나왔던 부분이 양쪽에서 가해지던 압력을 잃고 무너져 내리며 비닐봉지 속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두 손으로 느껴지는 무게는 턱없이 가벼웠다. 겨우 이 정도로는 그녀의 괴로움을 조금도 해소할 수 없었다.

 “후우……으으으으으읍……!!!”

 시엘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벌써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그녀의 배변은 만반의 준비를 거친 뒤에 이루어진다. 숙소에서 특수 조제된 관장약을 마구 주입한 뒤, 천천히 마사지하며 대변을 미끄럽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 제대로 배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최대한의 힘을 주어 짜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차 안이라는 낯선 환경에, 그녀 전용 관장약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은 벌써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가스가 대변 때문에 막혀 나오지 못하고, 끊임없이 역류하며 끔찍한 복통까지 일으키는 중이었다.

 어째서 그녀가 이 모든 고통을 견뎌내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매니저……오빠…….”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은 채로 시엘이 고개를 돌렸다.

 “부탁이에요……전에 부탁했던 거…….”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괜찮겠어?”

 “지금, 진짜 못 싸면 정말……농담이 아니라……죽을 것 같아요……제발…….”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항문에 조금씩 힘을 주고 있었다. 단지 몇 그램만이라도 용량을 비우려 그녀의 항문이 애처롭게 입을 벌렸다. 그러나 꽉 막힌 단단한 대변 마개에선 작은 조각 단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 더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그녀가 직접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나는 짐칸에 있던 하얀색 약병을 꺼냈다. 그녀의 막힌 항문에 윤활제 역할을 해줄 의료용 젤이었다.

 “힘 빼.”

 장갑 전체에 흐를 정도로 사정없이 젤을 쥐어짰다. 그리고 힘없이 벌렁거리는 그녀의 항문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하읏!”

 좁은 틈 사이로 검지와 중지를 넣었다. 굵은 똥이 자리하고 있는 탓에 폭은 충분했지만, 손가락 한마디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내부엔 변이 가득했다. 직접 만져보니 최소 야구공보다도 더 두꺼운 것 같았다.

 “으흣, 하앙……!”

 그대로 항문 둘레를 따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젤을 발랐다. 첫 바퀴에는 항문 주름을 따라, 다음으론 직장 내벽을 따라, 마지막으로는 단단하게 막힌 마개 변과 장벽의 틈새를 따라.

 “응, 흣, 하앗, 후우, 후…….”

 조금만 손가락을 움직여도 억누르는 듯한 교성이 내 정신을 뒤흔들었다.

 손톱조차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변괴와 장벽 사이에 억지로 젤이 묻은 손가락을 넣으려고 할 때마다 그녀의 가녀린 몸이 크게 떨렸다.

 이건 치료일 뿐이야. 수없이 되뇌고 또 되뇌었다.

 뿌륵, 뿍!

 “싫어, 싫어어어!!!”

 두 손가락을 재빠르게 왕복하며 그녀의 배변을 돕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시작했다. 활짝 열린 구멍에서 흘러넘치는 젤과 고무장갑이 마찰하며 천박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연주했다.

 치밀어 오르는 배덕감을 토해내듯 나는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뿌직……

 사뭇 반가운 마찰음과 함께 시엘의 목소리가 변했다.

 “……응큭…….”

 머리와 가슴을 파묻으며 허리를 최대한 앞으로 숙이고, 발끝을 꼿꼿하게 세우고, 양손으로 출구를 최대한 벌리며,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충혈된 것이 보일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항문에 최대한 힘을 주며, 속에서 굳어버린 대변의 표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배를 꽉 조이면서, 발악에 발악을 거듭한 끝에,

 “하아아아!!! 하아, 하아, 하아…….”

 수십 개의 자갈이 한데 뭉쳐 울퉁불퉁하기 그지없는 형태의 흉측한 암갈색 아나콘다가 주먹만 한 머리를 드러냈다. 나오기 시작한 변괴 덩어리를 받기 위해 서둘러 비닐봉지를 받혔지만,

 “하, 아흑……!?”

 이내 변괴의 전진이 다시 멈췄다.

 “으응……으으으으으으응!!!!!”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똥을 떨어트리려는 시엘. 안타깝게도 이 무지막지한 머리보다도 몸통 쪽이 훨씬 굵었다. 무자비하게 굳어버린 3주 치의 변비 똥은, 마치 하나의 생물인 양 따뜻한 몸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며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응하아, 하아, 하아……! 아흑, 흐윽……!”

 시엘은 출구를 벌리던 손을 배로 가져다 미친 듯이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괄약근을 끊어낼 기세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변괴 덩어리가 고작 그 정도의 힘으로 움직일 리 만무했다.

 “어째서, 왜…….”

 절망스러운 한탄. 자신도 패색이 짙은 걸 알 수 있는 것이다.

 “아파, 아파요……너무 아파…….”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애처로웠고,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공허한 울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만신창이가 된 그녀를 위로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아, 우으, 극……!”

 거칠게 호흡하는 신체와 함께 그녀에게서 자라난 굵은 꼬리가 흔들렸다.

 “끄흥……응그으으으읍!!!”

 빛이 부족한 한밤중의 차 안에서는 대변이 전진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우우……으으으읍!!!!!”

 다만 엉덩이에서 자라난 똥의 열기와 냄새가 시시각각 호흡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만 절실히 느껴질 뿐이었다.

 그렇게 의미 없는 싸움을 얼마나 지켜보고 있었을까.

 어느새 시엘은 엎드린 채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리고 있었다. 온 신경을 배변에 집중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듯했다.

 밖으로 나온 채 중력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려서 그런지, 마치 한 몸 같았던 변비 똥 덩어리 사이의 균열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닿았음에도 지나치게 굳은 탓에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후으읍, 으극!”

 뿌즈즈즈즈즉……

 긴 시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듯 변괴가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여전히 속도는 느렸지만, 적어도 맨눈으로 명백히 진전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구르르르륵…

그와 함께 장이 움직이는 소리도 다시 들렸다. 오랜만의 희소식이었다.

“읏, 하…….”

처음처럼 격정적인 한숨은 아니지만, 바닥난 체력을 최대한 안배하며 천천히 힘을 주는 목소리였다. 어느 슬픈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안간힘을 쓰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상되었지만, 실은 그저 굵디굵은 똥을 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으응…….”

 천천히, 아주 천천히.

 “끅, 후.”

 그 끝이 점점 비닐봉지의 바닥을 향하고,

 “하아.”

 봉지가 가득 찰 정도의 길이에도 끊어지지 않아 두 번째 비닐봉지를 꺼내려고 할 때쯤이었다.

 “하아!!!!! 하, 아핫, 하, 으, 허, 으아, 아, 아아아아…….”

 엄청난 질량감에 몸이 순간 앞으로 쏠렸다.

 이상적인 비율의 신체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길이와, 거의 내 팔뚝만 한 크기와 굵기의 어마어마한 똥 덩어리가 버스럭 소리를 내며 봉지 안에 무사히 안착했다.

 “하아, 하아, 하아…….”

 달콤한 쾌감에 젖은 목소리가 귀를 휘감았다.

 뿌북, 부부부북!

 응축된 똥 냄새와 갇혀 있던 방귀 냄새가 빈사 상태인 후각 세포를 강제로 깨웠다. 폭탄이 터지는 듯한 짧은 방귀 이후 머지않아 뻥 뚫려 있던 항문에 다시금 똥이 얼굴을 내밀었다. 순수하게 무게 때문에 들고 있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양이 나왔음에도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 똥의 끝은 유선형을 그리며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한계에 달한 그녀의 항문이 억지로 대변을 끊어낸 흔적이었다.

 “흐읏……!”

 그 위화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악을, 이미 한계에 도달한 그녀의 신체는 따라갈 수 없었다. 뻐끔거리던 항문은 남은 대변을 토출해 내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고생했어.”

 “하아, 하아, 하아……후우…….”

 처절한 사투의 반동으로 시엘은 한참이나 격렬하게 몸을 헐떡였다. 완전히 해방감에 젖어 있진 못했지만, 적어도 이전보단 훨씬 나은 표정이었다.

 젤로 엉망이 되어버린 그녀의 항문을 물티슈로 정성스럽게 닦았다. 그 난리를 쳤음에도 갈색은 거의 묻어 나오지 않았다.

 “흑, 우윽!”

 한껏 민감해진 항문을 건드릴 때마다 교성이 귀를 간질였고, 그걸 아무렇지 않게 흘리는 것은 꽤 고역이었다.

물티슈를 잔뜩 써가며 엉덩이와 땀투성이가 된 몸을 닦아주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에게 땀으로 범벅이 된 옷을 입혔다. 

 쓰레기는 모두 봉투에 버리고 꽉 묶었다. 이미 어지러울 정도로 그녀의 냄새가 가득 찬 차내에서도 확실히 구분될 정도로, 3주간 숙성된 똥의 냄새는 엄청났다.

 그렇게 뒷정리를 모두 마치고 환기를 시킬 동안, 불편한 침묵과 사라지지 않는 냄새만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괜찮아?”

한참이 지나고 시엘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출발할…….”

 부르륵! 부부부부북!

 꾸르륵, 꾸우우우욱……구륵, 뿌극……

 뿌와아아악! 뿌르르르러러럭! 뿌우우우우웅!

 “게.”

 시동을 걸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엔진 소리 정도로는 막을 수 없었다. 터져 나오는 방귀 소리도, 들끓는 대장의 소리도.

 “……흑, 흐윽.”

 그리고 숨죽여 흐느끼는 그녀의 울음소리도.

 

 



 

 여전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시엘을 숙소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고, 나는 같은 층 바로 건너에 있는 매니저 숙소로 발을 옮겼다. 그녀의 명성에 걸맞게 꽤 비싼 아파트지만,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대비해 소속사 측에서 그녀를 밀착 관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 특혜였다.

 “후우…….”

 정말, 길고도 긴 하루였다.

 돌아오자마자 나는 차에서 가져온 묵직한 비닐봉지를 열었다. 차갑게 식은 악취가 다시금 코를 세게 찔렀다. 갓 나왔을 때의 온기는 이제 없었지만, 여전히 그 냄새는 지저분한 하수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감탄이 나오는 크기의 변비 똥은 이곳까지 오면서 적당한 크기로 부서져 있었다. 다행이었다. 직접 이 거대한 걸 부수는 건 사양이었다.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변기에 넣고, 몇 번에 나누어서 물을 내리며 지난 일을 생각했다.

 변기에 덩어리가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그녀가 변기 위에서 힘을 주는 모습이 마치 동영상처럼 선명하게 재생되었다.

 아이돌도 똥을 싼다. 촬영장에서 보여준 청순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더럽고 추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똥을 싼다.

 “헉, 헉…….”

 그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은 쾌감이 흘렀다.

 조금 전까지 담당 아이돌의 배변을 돕던 손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아직도 손에 남아 있는 듯한 감촉이 조금 전의 강렬한 화상 속으로 나를 초대했다.

 딱딱하고 팽팽했던 배의 감촉을 느꼈을 때, 나는 그 내용물의 구성과 형태를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몇 번 정도 그녀의 출산과도 같은 배변을 돕고, 처음엔 맡자마자 정신을 잃어버렸던 강렬한 방귀 냄새도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나는 그녀가 쌓인 것을 전부 다 배설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

 스스로에 대한 회의, 그리고 혐오.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똑똑똑.

 “네?”

 때마침 들려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이런 시간에 문을 두드릴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시엘?”

 똑똑똑똑.

 “잠깐만.”

 당장 문을 열어주고 싶었지만, 일단 지금은 그녀의 대변부터 처리해야만 했다. 가뜩이나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풀죽은 애한테 괜히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쿵쿵쿵쿵쿵.

 “지금 갈게.”

 마지막 남은 덩어리까지 겨우겨우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에야, 재빨리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다은, 아?”

 무언가 이상했다.

 한쪽 벽에 몸을 거의 기댄 시엘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아까보다도 더 좋지 않은 얼굴로 잔뜩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 그게.”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말도 없이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게, 변기가 막혀 버려서.”

 아련하게 감도는 그녀의 체취엔 산뜻한 대변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더는, 못 참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뿌북, 부우욱!

 뿌직.

 뿌즈즈즈즈즈즈즈즛……

 “아…….”

 깊은 눈망울. 입체적인 이목구비. 꼿꼿하게 선 허리. 유려하게 떨어지는 다리.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눈에서는 액체가 엉덩이에서는 고체가 흘러넘친다.

 뿌지지지직……

 속옷과 바지에 조용히 묻힌 소리와 함께 그녀의 하의가 갈색으로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아, 으…….”

 눈망울엔 빛이 사라지고, 은은하던 잔향은 이내 진한 똥내음으로 변했다.

 쉬이이이……

 청바지에 생긴 축축한 얼룩도 바지 밑단으로 밀려 나오는 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차 안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부드러운 질감이었다.

 “아니야, 이럴 리가…….”

 첫 실연의 아픔에 괴로워하는 소녀처럼 아름다운 눈물과 함께, 자신의 몸에 쌓여 있던 가장 추악한 것을 쏟아 낸다.

 그렇게나 힘을 주어도 나오지 않던 똥이 이제는 거짓말처럼 순조롭게 나왔다. 마개 역할을 하던 똥을 억지로 빼낸 것이 잘못이었던 걸까.

 “일단 화장실로……!”

 뿌르륵! 부부부우우우욱-!!! 부륵, 뿌즈즉! 뿌지지지지지직……

 더 늦기 전에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이미 그녀가 스스로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안 돼, 보지 마…….”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졌다.

 “어…….”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이미 부드러운 똥으로 한껏 칠해진 자국투성이였고, 바지는 이미 그 안이 딱딱한 똥으로 가득 차 있어 제대로 된 형태를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만큼이 나오고도 부족했는지 그녀는 자신이 벗은 바지와 속옷을 변기 삼아 다시 배설을 시작했다.

 건강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하체에서, 처음보다는 가늘지만 여전히 항문이 크게 입을 벌릴 정도의 굵기로 부드러운 똥이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이제야 우리가 일반적으로 똥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밝은 황토색이 청바지 위에 산처럼 쌓여 갔고, 미처 그 기반을 제대로 다지기도 전에 빠르게 탑을 이루어, 결국 균형을 잃으며 똥의 산이 점점 무너져 가는 광경을 연출했다.

 “하아, 하으으으으윽!!!”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쌓인 것을 이번엔 기필코 배출하려는 듯, 그녀는 강하게 배에 숨을 불어넣었다.

 “으으…….”

 청바지 위에 더는 공간이 없자, 그녀는 억지로 똥을 끊고 다시 일어서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뿌지지지직!!! 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막힌 호스가 뚫리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다시금 배설이 이어졌다.

 “하아, 하아…….”

 문을 닫는 것도 잊은 채 오로지 배출 본연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그녀의 얼굴이, 필름처럼 잔상이 되어 내 시야에 맴돌았다.

 뿌지직, 뿌지지지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녀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배출이 끝나서가 아니었다. 수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기가 포화 상태가 되었을 뿐이었다.

 “후으응……!!!”

 그렇게 그녀는 이번엔 욕조에 엉덩이를 살포시 얹어,

 부륵, 뿡, 투둑. 뿌우우우웅, 툭, 투둑. 철퍽. 뿌욱, 북, 부우우욱……

 “하아, 아, 으…….”

 잔변도, 회한도, 방귀도, 아픔도.

 푸스으으으으으읏……

 “하, 하아.”

 전부 남김없이 짜낸 끝에.

 푸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하아아아아…….”

 겨우 진정한 의미의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다.

 




참상의 원인은 단순했다. 웬만해선 막힐 일이 없도록 특수 제작된 시엘의 변기가 그녀의 압도적인 배설량을 버티지 못하고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바로 맞은편에 있는 내 화장실을 빌리려고 했지만, 내가 문을 늦게 열어주는 바람에 이런 일이 터지고 만 것이었다.

 “으음……?”

 시엘이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미안, 깼어?”

 우여곡절 끝에 겨우 그녀를 깨끗하게 씻기고, 이제 막 재울 참이었는데.

 “아, 아아…….”

 이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기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니, 아냐, 아니라고!!! 내가 한 게 아니야……!”

 “괜찮아. 아무 일도 없어. 이제 다 끝났어.”

 사실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다. 그녀의 화장실이나 내 화장실이나 전부 업자의 도움 없이는 뚫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막혀 버렸고, 심지어 내 화장실은 욕조까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 미안해애…….”

 나는 흐느끼는 그녀의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실은 그녀가 똥을 싸는 모습에 흥분했다.

 사실은 그녀가 내 눈앞에서 똥을 지려서 좋았다.

 사실은 그녀가 만들어 낸 참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빠.”

 “……”

 “나, 아이돌 그만둘까?”

 “왜.”

 “이런 똥을 싸는 아이돌이, 세상에 어디 있어…….”

 “있을 수도 있지.”

 혹여라도 내 본심을 들킬까, 건조한 대답을 계속한다.

 “오빠.”

 그런 나를 꿰뚫어보듯 커다란 눈망울이 나를 응시한다.

 “미안.”

 “……”

 “항상 폐만 끼쳐서.”

 “……아니야.”

 “이렇게 오랫동안 매니저를 해준 건, 오빠가 처음인데…….”

 “그건.”

 “나 같은 건 이제 그만 버리고, 다른 일을 하는 게…….”

 “유다은.”

 멋대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

 “그런 소린 하지 마.”

 “매니저 오빠.”

 “네가 노력하고 있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이러면 안 되는데.

 죽을 때까지 혼자서만 간직하려고 했던 감정인데.

 “그러니까 힘들 땐 조금 의지해도 돼.”

 늘 생각했었다. 그저 그녀의 그림자를 밟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

 하지만 본심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 미안.”

 비록 내 욕망이 더럽고 음습한 것일지라도,

 “다시……열심히 할게.”

 적어도 그 역시 그녀를 향한 내 확실한 감정으로부터 온 것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잘 자.”

 그렇지만,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확실해질수록, 그녀의 실패가 거듭될수록,

 “응.”

 그녀의 반짝임이 일순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결국 지각했지만

아무튼 대회 참여 했다는 거에 의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