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내 인생 최악의 선택 (上) https://arca.live/b/scottoberg/79113988?p=1

02 - 내 인생 최악의 선택 (中) https://arca.live/b/scottoberg/79230232?p=1

04 - 명예와 맞바꾼 탈분 https://arca.live/b/scottoberg/79357727?p=1

05 - 취하기만 하면 싸버리는 한 여사친의 이야기 https://arca.live/b/scottoberg/79476397?p=1

06 - 주체할 수 없는 설사 https://arca.live/b/scottoberg/79572054?p=1

07 - 금지어(魚), 일상을 망가뜨리다 https://arca.live/b/scottoberg/79648401?p=1

08 - 참을 수 없는 히로인, 검푸룬 (上) https://arca.live/b/scottoberg/79741889?p=1



익스크리션(Excretion) _ 03

– 내 인생 최악의 선택 (下)

 

 

다음 날 아침, 갑자기 눈이 떠졌다.

원래 그런 게 아니라 갑자기 똥이 마려운 것 때문이었다.

시간을 보니 아직 6시 12분인데, 원래 8시쯤 일어나기로 했다.

일단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쪼르르르르… 뿌부북!!! 푸르르르…

 

아랫배가 편안했지만, 아직도 설사가 나온다.

진짜 주희가 얘기했던 콜레라가 맞는 건가?

나는 정말 궁금해서 핸드폰에서 콜레라에 대해 찾아보고, 또 비슷한 증상을 가진 병을 찾아봤다.

근데 유독 눈에 띄는 단어를 찾았는데…

 

물갈이

 

보니까 첫 문장부터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타지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 지역의 물에 석회질, 미생물 함유량 등이 기존에 마시던 물과 달라서, 신체적 거부반응으로 일시적으로 복통과 폭풍설사를 일으킬 때 나타나는 현상.”

(나무위키, “물갈이”, “2. 소화계 질병”에서 발췌함.)

 

나는 딱히 머리가 아프거나 토는 하지 않았는데, 유독 “폭풍설사”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조금 생각해봤는데, 아마 태국에서 마셨던 물, 그리고 패션 후르츠 주스에 추가했던 얼음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뭐… 설사 좀 하고 괜찮아지겠지. 으윽!”

 

뿌루룩! 푸드득…

 

하… 그 와중에도 설사가 나를 자꾸 괴롭히고 있다. 젠장.

몇 분 뒤, 볼 일을 보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어제 빨고 책상 위에 놓았던 내 하늘색 비키니가 보인다.

오늘도 설사와 사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절대로 수영복에 설사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왜 그런 다짐을 한지 잘 모르겠지만…

 

-

 

아침 8시.

 

(군대 기상나팔 소리)

 

“아… 아…!!! 아니, 누가 들으면 훈련소에 있는 건 줄 알겠다… 당장 꺼…!”

 

주희가 매우 짜증난 목소리로 일어났다.

사실 내가 맞춘 거긴 한데, 마지막 날인만큼 알람 소리로 친구들에게 골탕 먹여주고 싶었다.

시영이도 주희가 소리지른 것에 깨어 겨우 일어났다.

 

“자, 이제 보트 타러 가야지!”

“아직 보트 타려면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되는데, 뭐 하려고?”

“에이, 아침 얼른 먹고 보트 탈 준비해야지!”

“신 났네, 신 났어…”

 

오늘만큼은 그냥 즐기자는 마음으로 지내려니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아랫배만 빼고…

 

셋이서 호텔에 있는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는데 시영이가 나에게 묻는다.

 

“주영아, 너 괜찮지?”

“아… 난 괜찮아.”

“진짜? 오늘 보트 타고 스쿠버다이빙도 하고 점심도 먹고… 할 거 많을텐데.”

“야, 내가 종합병원도 아닌데 왜 그렇게 걱정해주는 거야… 난 괜찮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근데 어제 일이 좀… 충격적이었거든… 오늘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봐.”

“나 그런 거 컨트롤 할 수 있어. 내가 변실금이라도 온 줄 아나 봐?”

“에이, 밥 먹는데 더럽게 왜 그런 말을 해?”

“아… 미안…”

 

이 나이 먹고 변실금이라니… 그랬으면 이미 진작에 기저귀 차고 다녔어야 됐다.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은 단지 ‘실수’였던 거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보트를 타기 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햇빛이 쨍쨍하니 선크림은 꼭 발라야 피부가 타지 않을 테니… 일단은 보트에 타고 선크림을 바르기로 했다.

이번에 보트를 운전해주시는 분은 한인이 하시는 분이라, 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여행을 책임질 선장, 마이클 정이라고 합니다.”

“오, 반가워요!”

 

보트가 출발하기 전에 선장님과 잠깐 대화를 했는데, 이 보트를 운전하시는 일을 거의 20년 넘게 했고, 보트를 운전하면서 여행객들을 태워주는 것이 직업이라고 했다.

그리고 선장님께서 출발하기 전에 망고 한 알씩 주시면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우리는 망고 실물을 접한 적이 없었기에 망고를 보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거 세부에서 직접 재배한 망고예요. 한국에서 먹던 망고와 차원이 다를 거예요.”

“오, 향만 맡았는데 진짜 진한데요?”

“그렇죠. 그게 당도가 가장 높은 망고일 겁니다.”

 

시영이는 참지 못하고 바로 망고의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와! 진짜 달아요!!”

“중간에 씨가 엄청 큰 게 있을 거니까 조심히 드셔야 돼요. 그나저나 이 분 리액션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허허.”

“저 먹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거 한국에서 먹던 거랑 완전 차원이 달라요!”

“한국에서 수입한 것들은 당도가 떨어지는데, 여기는 직접 재배하고 바로 드실 수 있어서 그래요.”

“오… 그렇군요.”

 

나랑 주희도 망고를 먹었는데 시영이의 리액션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

 

대략 보트가 출발하고 20분 정도 지난 후였다.

 

“자, 아가씨들, 우선 30분 정도 더 가면 어느 섬에 도착할 예정인데, 거기에서 점심을 먹고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스쿠버다이빙까지 하고 돌아올 거예요~”

“네!”

“저기 망고 더 있으니까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더 드셔도 돼요.”

 

꾸르륵…

 

순간 깜짝 놀랐다.

아직 도착하려면 30분 남았다고 그랬는데, 갑자기 내 아랫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항상 이런 일을 마주치면 20분도 가지 않는다.

나는 선장님께 가서 물어봤다.

 

“저… 선장님….”

“네, 무슨 일 있으신가요? 혹시 멀미라도…?”

“아, 아뇨… 갑자기 배가 아파서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에 있나 해서요.”

 

그러자 선장님이 주위를 보시고 갑자기 바다 쪽으로 손을 펴셨다.

 

“여기가 화장실입니다. 숙녀님.”

“네…? 어디요?”

“여기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습니다. 이 바다가 화장실이죠.”

 

어이가 없었다. 대놓고 바다에다가 싸라니…!

 

“지… 진짜요? 지금 바다에 싸라고 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저희 조수들도 화장실 급하면 대충 바다에다가 해결합니다.”

“아니, 아저씨 조수들은 다 남자잖아요. 저는 여자고요.”

“그렇다고 아가씨 수영복에다가 쌀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 말을 듣자마자 어제 일이 생각나서 조금 움찔했다.

어제처럼 수영복에 쌀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수영복을 벗고 바다에다가 쌀 수는 없었다.

여자라곤 우리 셋, 나머지는 다 남자인데… 남자들 앞에서 대놓고 바다에 똥을 누라는 말인가?

절대 그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자리로 돌아왔다.

 

“주영아, 방금 선장님이랑 뭐 이야기하고 온 거야?”

“응, 화장실 있냐고 물어봤지.”

“뭐라고 대답하셨어?”

 

그러자 나는 선장님이랑 똑같이 바다를 가리켰다.

 

“뭐야… 설마, 바다에?”

“응….”

 

주희랑 시영이는 살짝 표정이 굳어졌다.

당연히 화장실이 있는 줄 알았더니, 바다가 화장실이라니.

 

“하하… 난 뭐… 급하진 않은데. 주영이는 좀 급한가 봐?”

 

그러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어제처럼 수영복에다가 싸지 말고. 나 같으면 바다에다가 하겠다.”

“야, 여기에 우리 말고 다 남자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싸라는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니지. 근데 지리는 것보다는 낫잖아. 맞지?”

“…….”

 

듣고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아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근데 진짜 여자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런 거에는 관대하다니… 좀 놀라긴 했다.

하긴, 여기서 지리는 순간 나는 입을 옷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하면 안된다.

 

20분 후.

 

살짝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배도 조금씩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순간 내 아랫배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던 배가 이제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변했다.

나는 또 다시 선장에게 가서 물었다.

 

“혹시… 선장님, 몇 분 뒤에 도착인가요?”

“10분 정도 남긴 했는데, 파도가 좀 세게 치면 20분 정도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정말요?”

“네. 원래 아침에 봤을 때 오늘 기상이 이러진 않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끼기 시작했네요. 비가 올 것 같아 보이네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내려와서 대화했던 것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진짜? 그러면 우리 스쿠버다이빙 못하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아… 아쉽겠네. 근데… 주영이는 괜찮으려나? 걔 아까부터 엄청 아파하던데.”

“그러게.”

 

친구들은 스쿠버다이빙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에 살짝 아쉬워하는 반면에 나는 아랫배를 붙잡고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지금 스쿠버다이빙이 중요하냐… 지금 설사가 터지려고 하는데…!!! 으윽!!!

 

5분 정도 지나니까 정말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흐윽, 조금만 더… 참아야 돼…’

 

쉴 새 없이 파도가 몰아치고, 이번에는 꽤 높은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배가 위, 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데 거기에 맞추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힘을 주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잠시 후,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 아. 잠시 안내 방송 드립니다. 지금 기상 악화를 우려해 오늘 스쿠버다이빙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5분 뒤에 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만, 최악의 경우 오늘 돌아가는 배가 결항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친구들은 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

 

“헐… 결항하면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내일 오전에 한국행 비행기인데… 큰일났다.”

“제발…”

 

지금 내 머릿 속에는 온통 화장실밖에 없다.

지금 쌀 것 같은데, 5분 뒤에 도착이라니. 배도 좀 잔잔하게 갔으면 좋겠는데 자꾸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늘이시여… 제발 저에게… 평안을…

 

3분 정도 지났을까, 바다를 보니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섬을 보자마자 감격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드디어… 도착인가…!

 

그러자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배가 세차게 흔들렸다.

나는 그 때 의자에 앉고 있었는데, 흔들리는 것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친구들이 나보고 괜찮냐고 했지만, 나는 지금 무릎이 아픈 것 보다 아랫배가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무릎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터져버릴 것만 같은 내 설사를 참는 게 더 중요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방송이 다시 흘러나왔다.

 

“아, 아. 안내 말씀 드립니다. 곧 섬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만, 수심이 조금 얕아 배가 조금 흔들릴 수 있으니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뒤로 자꾸 배가 흔들리길래 그냥 서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또 다시 쿵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엔 몸 전체가 흔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있었지만, 내 아랫배에 진동이 그대로 전달돼서 괄약근도 이제 버티질 못하겠다고 난리를 친다.

 

‘하… 아… 이제 와서 바다에다가 싸야 된다고…? 절대 그럴 순 없어!!!’

 

꾸르르륵… 푸르르륵…

 

괄약근이 이제 더 이상 못 버텨서 방귀를 내보내고 말았지만, 아직은 설사가 새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려던 찰나…

 

푸룩!

 

엉덩이에서 뭔가 익숙한 느낌의 물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엉덩이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내 눈은 초점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서… 설마… 싼 건 아니겠지…?’

 

괄약근이 내가 생각했던 게 틀림 없다는 듯이 수영복에 설사를 조금씩 내뱉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안 돼!!!”

 

나는 곧바로 난간 쪽 바다를 향해 수영복을 내리고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푸부부북… 푸지지직… 뿌루룩!

 

아주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바다에 모든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걸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창피한 일이었지만, 사람들 앞에서 수영복에 온통 싸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는 1시간의 사투에서 해방을 얻었다.

비록 내 수영복에 똥이 조금 묻기는 했지만, 가지고 온 겉옷을 두르고 있으면 내 수영복이 보이지 않으니 괜찮을 거다.

 

한창 거사를 치르고 나니 배는 항구 쪽에 도착했다.

일단 찝찝하지만 수영복을 다시 입고 친구들과 같이 배에서 나와 섬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뒤를 돌아봤는데, 선장님이 나를 향해서 엄지를 날리셨다.

아마… 선장님도 그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다.

 

-

 

다행히도 날씨는 금방 좋아졌고, 스쿠버다이빙은 하지 못했지만 원래 계획대로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내 비키니에 무슨 악귀가 있는 것 같아 수영복을 과감히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런 더러운 일 때문에 내 여행을 망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중에 한국에 귀국한 후 곧바로 병원으로 향해서 진찰을 받았다.

다행히도 콜레라균이 검출되기 않아서 물갈이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설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 때 생각을 하면서 물을 엄청 마시고 있다.

물론… 물을 많이 마시는 대가로 화장실을 자주 갔다 와야 하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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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편을 연재하니 뭔가 시원하기도 한데 자꾸 워드에 작성할 때마다 제 고간이 방해를 하는군요... 헣허

콘티는 세부 스토리까지 9화 정도 구상해놓은 상태인데 오늘처럼 이렇게 짧은 기간에 완결을 낼 생각은 없습니다...ㅋㅋ 오늘 글을 쓸 시간이 많았다 보니...

떵챈에 온지 좀 됐지만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용기 내서(?) 연재 해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익스크리션(Excretion)은 배설... 이라는 뜻입니다... (제목 때문에 뭔가 스캇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