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음......"


벌써 아침인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직 주변은 깜깜하다.아침 기상 시각은 6시 아무리 
계절이 겨울이라 하여도 6시쯤 되면 해가 슬슬 나오려는 보습이 보여야 하지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일어나 버린 것이다.


'지금이 대체 몇 시지?'


시계가 있어서 시간을 확인하면 좋으련만 여기에서 그걸 바라는 것은 사치다. 시간이 얼마나 남은지 모르니 제발 5시 같은 애매한 시간만 아니기를 빈다. 3~4시면 조금이라도 더 잘 수는 있다.


잠을 조금만 더 청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갑자기 몸이 덜덜 떨린다. 이건 좋지 않은 신호다. 최악의 경우에는 감기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 전에 속옷을 두세겹으로 껴입고,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리고 잤지만,이곳은 시설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레이널 교도소 한여름에나 덮을 만한 담요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에서까지 덮고 있으니 어찌 보면 몸이 멀쩡하지 않은 게 당연한결과일 수도 있다.


몸이 덜덜 떨리면서 머리에선 살짝 열까지 나는 것 같다.


'이런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잠도 자지 못할껏 같다. 지금 나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 침대에 가만히 누워 내 몸이 회복되기를 신께 기도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해가 뜨기 시작했다. 평소대로의 나라면 너무 빨리 뜨는 거 아니냐고 그냥 다시 들어가 버리라고 푸념을 늘어 놨을 것 같지만, 열과 오한이 있는 병든 나에게는 태양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온기가 너무나도 절실한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꿈나라로 가 있을 때 혼자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처럼 고작 사람 머리 크기 밖에 안 되는 작은 창문으로 달려 나가 햇빛을 한껏 만끽한다.


따뜻한 기운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든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열기운이 조금 사라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런 상쾌한 기분도 잠시, 스피커에서는 귀를 아프게 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사이렌 소리가 지나가자마자 모두 일어나라는 교도관의 소리가 온동네에 울려 퍼진다.


"모두 기상!!!"


"쾅! 쾅! 쾅!"


교도관이 삼단봉으로 철창을 세게 내려친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이들도 이미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버린 나에게도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둔탁한 소리를 매일 아침마다 들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다.


감옥 안에 들어 있는 죄수들이 모두 기상한 후 점호를 받기 위해서 일렬로 정렬한다.


"모두 특이사항이 있는지 보고한다."


햇빛을 쬐니 조금 기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기분만 조금 나아졌을 뿐 아직 내 몸 상태는 좋지 않다. 교도관에게 내 몸 상태를 말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하다.


"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 힘없어 보이는 똑바로 올라가지 않는 팔, 축 늘어진 어깨는 교도관에게 충분히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8536번, 무슨 일인가?"


교도관은 나의 이름 대신 오른쪽 가슴팍에 달려 있는 명찰에 쓰인 번호로 나를 부른다. 


이 안에서는 8536이 내 이름이다.


"온몸이 떨리고 머리에서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만 작업에서 빼주시면 좋겠습니다."


교도관은 잠시 내 머리를 만져 보고 자기 턱에 달린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잠시 고민에 빠진다. 그 후 아무 말없이 자리를 떠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교도관이 내 부탁을 받아드린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자리를 비운 이유가 우리들의 작업을 담당하는 담당관에게 오늘 하루 내 이름을 빼주려고 간 줄 알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더 빨리 자리로 돌아왔다, 손에 작은 물건을 쥔 채로.
 
정체불명의 작은 물건은 바로 체온계였다. 교도관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두툼한 손으로 내 턱을 잡아 입을 벌리게 하고 거칠게 온도계를 내 입안에 박아 넣었다.


"37.5도, 이 정도면 작업을 빠질 정도는 아니군. 오늘 작업은 참여하도록."


그렇게 단호하게 나에게 판정을 내리고 다른 곳을 점호하러 가 버렸다.


교도관이 나에게 작업 열외는 없다고 판정을 내려 버렸기 때문에 결국, 나도 꼼짝없이 작업에 참여하게 생겼다.


아침에는 분명해가 뜨고 날씨가 따뜻했을 텐데, 창밖을 보니 밖은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다.


이런 날씨에 벽돌을 나르고 흙을 파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니......


날씨가 저모양이면 감기가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위험도를 가진 질병을 걱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폐렴 같은 더 강한 살상력을 가진 질병.


만약 폐렴에 걸리게 된다면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거나 혹은 죽을 때까지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


제대로 된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밖에서도 위험한 질병인데 감옥 안에서는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보다 철저하게 보온에 신경을 쓴다, 옷을 가능한 만큼 껴입고 낡아서 못 입는 옷을 찢어서 얼굴보다 살짝 큰 정도의 크기로 만든다. 그리고 이걸로 얼굴을 감쌀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든다, 이걸로 열을 빼앗기는 것을 최대한 막는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나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날씨는 추웠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는 것이다. 얼굴로 들이닥치는 눈보라는 눈을 뜨기조차 힘들게 하였다.


"으으읏...."


등에 벽돌들을 맨채로 눈보라를 뚫으면서 가려니,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스러웠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몸을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고 다리는 후들후들 거렸다. 머리는 열 때문인지 어지러웠다.


아직 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내 몸은 한계였다.


"8536번!"


벌써 환청까지 들리는 건가? 누군가 내 번호를 부르는 것 같았다.


"8536번! 안 들리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교도관이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고 있었다.


'네..넵!"


"지금 당장 작업을 중단하고 나를 따라온다."


신이 정말 내 기도를 들어 주신 건가? 교도관이 드디어 나를 작업에서 제외시켜 주는 건가?


교도관이 나를 따로 부르는 정확한 이유는 없었지만 나를 의무실로 보내주려고 하는 것밖에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등에 진 무거운 벽돌 더미들은 바닥에 내려놓고 교도관을 향해서 잽싸게 달려 나갔다. 나와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시선이 나에게서 떠나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시선은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는 작업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하나만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찼다.


교도관은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심히 걸어갔다.


그가 나를 의무실로 데려가는 중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아니었다. 의무실은 이미 진작에 지나친지 오래다. 그저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간수는 철창으로 된 문 앞에 멈춰 섰다.


"8536번, 안으로 들어가라."


"저어... 여긴 대체...?"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른다. 단지 너를 여기까지 데려와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교도관이 나의 어깨를 떠밀었기 때문에 강제로 방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방 안에 들어가자 덩치 큰 두 교도관이 다짜고짜 달려들어내 양손과 양발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지 마세요!"


내가 저항하자 교도관은 삼단봉으로 내 뒤통수를 한대 후리갈겼다.


"퍽!"


삼단봉이 내 머리를 강타하자 둔탁한 타격음이 났다.


"크으윽..."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자 나는 결국 저항을 그만두고 굴복해 버리고 말았다. 이럴 때는 나약한 내 자신이 정말 원망스럽다.


나는 양발과 양발을 의자에 묶인 채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다.


얻어맞은 머리가 다행히 피는 안나는 것 같았지만 욱식욱신 거렸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저항해서 아픈 꼴을 당하나?"


두꺼운 철문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수와 교도관만이 존재하는 이 감옥에서 여자가 존재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끼이익----"


철문이 열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긴 금발에 교도관의 옷을 입은 여자, 일반 교도관 보다는 계급이 높은지 가슴팍에는 금색 뱃지가 달려 있고 옷의 세세한 부분이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여자다, 진짜 현실 세계의 여자. 다른 죄수들이 소포로  몰래 공수해 온 잡지나 그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내 눈앞에 생생하게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자라는 종족은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카페에 앉아 차를 홀짝홀짝 마시며 서로 깔깔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내 눈앞의 여자는 그런 부류와는 다름이 겉모습만 봐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17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큰 키,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된 것 같은 다부진 어깨와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저 무표정한 얼굴은 저 여자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하게 하는 요소였다.


"내 이름은 레나, 오늘 자네의 심문을 담당할 심문관이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심문이라니?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그래, 여기선 없을 수 있지만 자네가 들어오기 전에 저지른 일에 대해 심문하는 거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네가 어째서 여기 수감되었는지 기억하나?"


"과격하고 불법적인 시위로 인해서 수감되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저지른 시위대가 우리 국가의 정부에 대해서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와서 말이야."


"무,무슨! 거짓말입니다!"


"발뻄해도 소용없어, 이미 자네의 다른 동료들이 이미 자네를 지목했다고 이젠 다 끝났어."


'이 자식들...... 감히 나를 팔아넘기다니.....'


"자네, 아니 이젠 높여서 부를 필요도 없겠군 국가 반역자한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으니 말이야. 이제 너가 할 유일한 일은 자기 죄를 인정하는 것뿐이다."


"짜아아악!!"


레나가 나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가 가죽 장갑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일반적인 따귀보다 훨씬 고통스러웠다.


"나는 오늘 네 자백을 받아 낼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그것이 오늘 내게 주어진 임무이다."


말이 마치자마자 레나는 다시 손을 치켜들었다. 따귀 이후에는 매서운 주먹이 내 얼굴과 복부를 타격했다.


그녀의 주먹은 쉬지 않고 나를 구타했다. 오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그녀의 주먹이 멈췄다. 


"커어억!"


드디어 구타가 끝났다, 오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텐데 내 입안은 터져서 피로 흥건했고 온몸이 욱신욱신 거렸다.


"더 이상 때리는 건 관두지, 다른 건 몰라도 네놈들의 정신련 하나만큼은 높이 평가해, 그래서 일반적인 타격으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




그 후, 갑자기 레나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뒤를 돌고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짧은 미니스커트 사이로 그녀의 검은색 속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얼굴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몸이 이상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아까 전까지 나를 죽도록 팬 사람이고 앞으로 나에게 어떤 끔찍한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데, 이상하게 내 아랫도리가 터질 것같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해 버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엉덩이인가?'


감히 남자 따위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볼륨감과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적당한 느낌의 감촉을 지녔을 것 같은 환상적인 엉덩이였다.


뒤늦게 솟아오른 나의 아랫도리를 가라앉히려 했지만, 이미 내 눈을 통해 뇌로 뻗어 나가져 버린 레나의 엉덩이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보기도하고, 슬픈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이 무시무시한 흉물이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지 잠시 머릿속에서 떠올랐지만 이내 빠르게 내 머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내 엉덩이는 마음에 드나?"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어째서 대답이 없지? 마음에 들지 않나? 그런 것치고는 몸은 아주 솔직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녀는 내 아랫도리를 보면서 날 비웃었다. 당장에라도 두 손으로 가리고 싶었지만 내 두 손은 자유를 잃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나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매우 싫다. 솔직하지 못한 네놈에게 벌을 내려야겠군."


말이 끝나자마자-


"뿌우우웅!"


그녀의 엉덩이에서 뜨거운 가스가 퍼져나왔고 나는 그 가스를 정면으로 맞았다.


"흐으읍?"


레나의 방귀는 정말이지 지독했다, 아니 지독한 수준을 넘어섰다. 그건 하나의 화학 병기와 같았다. 


그녀의 방귀는 아까 전 내 몸을 강타했던 눈보라와 비교해서 차갑지도, 매섭지도, 세기가 세지도 않았지만 파괴력은 훨씬 강력했다.


단 한 발, 오직 한 발만으로 이런 위력이다니...


"어떤가? 내 방귀는 마음에 드나?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군, 아주 마음에 든 거 같은데?"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천천히 즐겨보자고."


레나는 웃으며 자기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배에서 들리는 꼬르륵 소리는 나에게 있어선 한없이 큰 두려움을 주었다.





분량조절 실패로 두편으로 나눴습니다. 소설로 썼으면 하는 소재 있으시면 댓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