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그녀의 말을 듣고 태준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단지 자기 얼굴 위에 올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역겨운데 그걸 나보고 먹으라니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먹어."






태준은 자신이 현재 가능한 온갖 표현을 쓰면서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자기 배설물의 일부를 맨손으로 조금 떼어내서 그의 입 앞으로 가져다 댔다. 강제로 먹이지는 않았지만 태준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의 손도 그의 입 앞에서 멈추었다, 먹기전까지는 절대로 이 손을 치우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룰 같았다.






태준은 이제 슬슬 자기 자지에서 통증이 느껴올 정도였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먹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눈을 감고 맛을 최대한 느끼지 않기 위해 숨 역시 참으면서 조심스럽게 입 안으로 그것을 가져갔다.






유나 역시 그가 결심을 한 것을 눈치챘는지 직접 먹여주었다.






"자 아앙~"






마치 여학생이 자기 남자 친구를 위해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만든 도시락을 그녀의 남자 친구에게 직접 먹여주는 것처럼 애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하긴 지금 그녀가 먹이는 것 역시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므로, 오히려 자기 몸에서 직접 나온 것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도시락 따위보다 더 애착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우읍?" 






유나의 애정이 담긴 물건을 먹고 난 태준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최대한 빨리 삼키고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온몸에서 유나의 물건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건 안 된다, 이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다' 라고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거부하는 것 같았다.






쓰고 시고 짜고 맵다, 단맛을 제외한 모든 맛이 함축되어 있는 물건이였다, 그러나 결국 느껴지는 건 통증 뿐이었다. '사실 이 똥의 맛도 매운맛처럼 통증 때문에 이런 거 아닐까?'라는 이상한 생각하는 것을 보아하니 그가 얼마나 극한 상황에 쳐해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결국 태준이 이 물체를 삼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몇 번이나 삼키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침과 함께 다시 역류될 뿐이었다, 그녀 앞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어린아이처럼 울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유나.






"뭐, 처음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그렇게 말하고는 태준의 입안에 혀를 넣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아까 배출한 배설물이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자기 새하얀 얼굴에도 묻을 수 있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둘이 입맞춤 하면서 유나는 아까까지 꽉 움켜쥐었던 손을 천천히 힘을 풀고, 아까와는 다르게 부서지기 쉬운 예술 작품을 다루듯이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미 진작에 한계였던 그의 자지는 


부드러운 자극에도 사정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마지막 입맞춤이 끝나고 난 후, 태준은 자기 입에서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쓰고 역겨운 무언가, 분명 자신은 삼키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자기 입안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방금까지 자신과 서로 입 안을 공유하고 있던 사람을 바라보았다.






유나를 바라보자 그녀는 윙크하면서 혀를 내밀었다, 혀 위에 올려진 것은 아까 자기 입안에 들어 있었던 유나의 똥이였다. 크기가 제법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형태를 유지할 만큼 제법 커다랬다.






"꿀꺽~"






그녀는 곧바로 똥을 삼켜 버렸다, 어느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그런 엄청난 행동을 저질러버린 것이다. 태준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엽기적인 행동에도 놀랐지만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녀의 반응이었다, 조금 전의 자신은 저걸 삼키느라 온갖 노력이란 노력은 다 했는데도 결국 삼키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저건 먹으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사람의 몸에 필요 없는 노폐물, 찌꺼기 등이 뭉쳐서 배출한 것, 그것을 먹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그치만 태준은 결국 반강제로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고 그 대가로 대단히 고통스러운 경험하게 되었다.






그에 반해 유나는 자그마한 초콜릿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입에 넣고 "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서 장을 타고 몸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버린다.






"그.... 괜찮은 거야?"






"응? 무슨 일 있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한 그녀






"방금 삼킨 그거... 더럽지 않아?"






"아! 그거? 내 몸에서 나온 건데 뭐가 더러워?"






당당하게 대답하는 유나의 말에 더 이상 뭐라고 꺼낼 말이 없었다.


이튿날
머리가 아프다.
열이 난다
목이 붓고 기침이 난다.
온몸이 떨리고 누구한테 뚜드려 맞은 것처럼 근육통이 심하다.


과연 이중 몇 개에 해당되어야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심한 몸살 감기입니다, 당분간 움직이지 마시고 충분한 안정을 취하세요."라고 말을 해주실까. 아마 두 개 정도만 되어도 감기약을 처방해 주시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태준은 저 4가지 모두 해당되었다.


"콜록, 콜록!"


목이 부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직접 안을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분명 띵띵 새빨갛게 부어 있을 것이다. 부어오른 목구멍에서는 말소리 대신 기침만이 연거푸 나온다. 응급 상자를 열어서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서 사놓은 체온계를 개봉하고 입에 물어다 본다. 38.5도.


'제길 큰일 났군.'     


마음 같았으면 큰 소리로 "시발"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럴 힘조차 없을 정도로 심각한 몸 상태이다.


태준은 불덩이 같은 몸을 이끌고 자기 주차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월요일, 일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일을 마치지 못할 것 같다고 얘기해야 한다. 


'내가 전화로 연락을 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수액을 한대 맞고 나면 적어도 오늘 일은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그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뒤죽박죽이였다, 그럴 때마다 그의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왔고 일단 태준은 병원에 가는 것만을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직 아침인데도 병원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아직 날은 더운데 어찌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봄에는 꽃샘 추위 때문에 아프고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으로 인해 아프고 가을에는 환절기라서 아프고 겨울에는 그냥 추워서 사람들은 아프다.


태준 역시 몸살 감기로 인해 여태까지 병원을 많이 다녔다. 특히 고등학생 시절은 시험 기간만 되면 몸살 감기가 와서 학교보다 병원을 더 많이 다녔을 정도였다.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큰 소리로 울고 있다. 


'너는 어디가 아프니.'


목이 아프니
열이 나니
목이 붓고 기침이 나니
온몸이 떨리고 누군가에게 뚜드려 맞은 것처럼 근육통이 심하니


아니면.....


4개 전부?


나라를 잃은 것처럼 슬프게 우는 아이를 보자 그에게 연민의 감정이 느껴졌다. 아직 겪어야 될 고통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이런 걸로 저렇게 슬프게 울다니.


정작 그런 말을 하는 자신 역시 20대의 젊은 나이라는 것을 떠올리자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만약 신이 있다면,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는 물어보고 싶다. 왜, 어째서 인간을 이렇게 연약하게 만들었냐고 신은 항상 인간을 생각한다는 어느 종교인의 말을 들었을 때는 이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신은 질병을 만들고 전쟁을 만들었냐고 그들은 단지 연약한 우리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기 좋아하는 가학적 성향을 가진 변태가 아닌가?"


이 말은 개소리가 맞다고 그 역시 생각한다. 반박할 거리가 너무나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고열로 인해 제대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아픈 상태가 된다면 가끔 자기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머릿속에서 혼자 이상한 생각하니 덕분에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김태준님!"


"김태준님! 안계세요?!"


'이런 벌써 내 차례군.'


태준은 자기 소지품을 챙기고 서둘러 진료실 앞으로 병든 몸을 이끌었다.


도수 높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나이가 60후반대처럼 되어 보이는 백발의 늙은 의사와 젊은 간호사 한 명이 그를 진료실 안에서 맞이했다.


의사는 각종 검사 도구로 그의 병든 몸 상태를 확인했다.


"흐음..... 열이 상당히 높군요 목도 많이 부었고 기침과 가래도 많이 생기죠?"


"네... 그렇습니다..."


이러한 환자의 진료를 수백 수천 번도 더한 연륜이 깊은 의사다, 단숨에 그의 몸 상태를 알아차렸다.


"아무리 지금 여름 감기가 심하다고 해도 이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지긴 쉽지 않을 텐데.... 뭐 특별히 무리하거나 그런 일 없어요?"


'무리한 일이라.....'


저번 주의 일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본다. 집중되지 않아서 일을 평상시보다 많이 했고, 날씨가 더웠다 그로 인해서 평소보다 찬 걸 많이 먹긴 했다, 그리고 이상한 걸(?) 하나 잠깐 입에 넣었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그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의사에게 말한다면 의사는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볼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요즘 일을 많이 했고 찬 걸 많이 먹고 에어컨을 틀고 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사실 하나를 빼고 말했을 뿐.


"흐음...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여름 감기가 기승입니다, 몸조심하세요. 약은 7일 분 드릴 테니 그전에 나아지면 더 이상 안 드셔도 됩니다."


의사는 별 의심 없이 진료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집에 돌아온 태준은 마트에서 사 온 짜서 먹는 젤리를 하나 삼키고 이온 음료를 컵 한잔에 가득 따라서 천천히 마셨다, 그리고 감기약을 먹고 곧바로 침대에 직행 했다.





코로나 걸렸습니다.....

어제 저녁에 진짜 죽을 거 같았는데 오늘은 조금 나아져서 쓰던 소설을 마무리하고 올려봅니다.

몸이 좀 괜찮아진다면 다시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