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흠. 확실히 전란의 기운은 가신 환경이로군. 마계의 기운을 품고 자라난 이 거목들... 자라려면 족히 수십년은 걸리는 생애로군."


에르가페가 전달해 준 정보대로, 이 시점의 세상은 전쟁의 피바람이 완전히 멎은 환경이었다. 죽고 죽이는 폭력적인 나날 대신, 보듬고 안아주는 사랑과 애욕으로 가득찬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세계의 모습에, 메카니르는 점점 관심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사라... 흠. 귀찮지만 고전적인 방식을 쓸 수 밖에 없네."


메카니르는, 이 우주를 창조한 에르가페와 동등한 힘을 지닌 신이다. 이 우주를 통째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방법은 이 우주를 창조한 전지전능한 신들조차도 제법 애를 먹는 행위이다. 정교하고 정밀하게, 권능이 더 이상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우주의 균형이 망가지지 않도록 선을 타며 우주를 들여다보는 일은 매우 힘들고, 몹시 귀찮은 일이었다. 기계적인 질서, 조화를 다루는 신들마저도 꺼리는 것이 자신의 우주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행위이다.


물론, 메카니르는 조화롭고, 반복적으로, 정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장치들에 매우 익숙했던지라, 우주를 분석하는 것 자체는 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신이 공들여 만든 우주를 내 멋대로 분석하고 뜯어보는건 좀 아니지... 그리고, 극도로 이질적인 외부의 힘이 섞여들어가면..."


...조금 다른 영역의 문제였던 듯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개입했다는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조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즉, 직접 발품을 팔아 조사를 해 보기로 했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에르가페... 설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준 건 아니겠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변동이 일어나지 않은 개체들이 아예 없어. 문자 그대로 이름과 아이콘만 그대로 복사한 다음, 안의 정보에 입맛대로 새로 데이터를 입력한 수준이잖아. ...일이 많아지겠군."


한숨을 내쉬며, 괜히 그 요청을 수락했나,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메카니르. 여관이 눈에 보이자, 그는 잠시 양 팔에 기운을 집중해, 주위의 재료를 긁어모아 옷 한 벌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관에 들어가면 제법 쓸만한 정보들이 있겠지. 그래. 진짜 인간처럼. 학자로 위장하고 들어가는거다."


학자의 로브, 토시, 그리고 두툼한 책 (신의 피조물 정도 되는 생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을 들고, 여관 안으로 들어서는 메카니르. 서큐버스, 마녀, 바포메트, 블랙 슬라임, 바알제붑, 헬하운드, 데몬... 수많은 마족들이,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떠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인간 남편의 이야기, 육아의 이야기,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 들려오는 모험의 이야기와, 그리고...


"...최근 좀 고민이 생겼어."


"응? 뭘? 고민이? 니가?"


"...응. 그게... 요즘 그... 바...방귀가 자주 차서..."


"...후우... 너도 그 고민이야? 나도 그렇다니까..."


"...근데 이 남편이라는 놈은 오히려 좋다고 막 엉덩이에 달려드니까... 하우으... 정말 피곤하다니까..."


"...어쩌면 그게 다행일지도 모르지? 하아... 나도 요즘 하도 남편님 코랑 입에 막 뀌어댔더니..."


'...오호라. 설마...'


마물 여인들이 나누는, 조금은 지저분하고 음탕한 이야기를 들은 메카니르는, 이 세상에 일어난 전반적인 '변화' 에 대해 대강 짐작하게 되었다. 그 순간...


"어이, 형씨! 깡도 좋네?"


"...음?"


"모르는 척 하지 마시지. 크핫! 어이, 눈앞에 내 물건들 안 보여? 감히... 내 전용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곳에 들어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나 알고 있는거야?! 앙?!"


뒤를 돌아본 메카니르. 어떤 귀엽고 발칙한 생물이 자신에게 말을 거나 생각하고 돌아본 그의 앞에는, 폭력적으로 매력적인 여체, 얼추 2.2미터는 되어보이는 장신의 키에,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내고, 활활 타오르는 눈빛을 한 채로, 불붙은 재가 흩날리는 것 같은 검은 털과 피부가 흑진주같은 아름다움을 뽐내는, 한 (구) 지옥의 파수견 - { (현) 지옥의 착정암캐 }, 헬하운드가 서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헬라는 또 왜저런대? 자리 뺏겼대?"


"몰라.어휴, 저 지랄견 또 시작... 에? 오호라?!"


그리고, 그 소란에 모두의 이목이 메카니르에게 집중되었고, 젊고 훤칠한 남성의 모습을 한 메카니르를 본 그녀들은, 군침을 다시며 그를 에워쌌다.


"...우후후... 드디어 노처녀 딱지를 뗄 날이 왔군!"


"눈독 들이지 마라! 저 놈은 내 차지니까!"


"...흠. 데이터의 내용이 아예 일치하지 않는 건 아니로군. 호전적이고 폭력적... 흠."


그리고, 메카니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대한 힘을 조절하고, 정밀하게 컨트롤하며, 그는 가볍게 그들과 놀아줄 준비를 했다.


"...크호... 새끼 깡 진짜 좋네. 감히 나한테? 건방진 놈... 부랄이 말라 비틀어질때까지 쥐어짜주고... 내 유황 냄새로 가득 덮어주지! 그리고 아주 배부르게 마계장어덮밥이랑... 드래곤꼬리 스테이크... 홀스타우어 밀크... 아, 채식 좋아하면 마탕고 포자요리까지 만들어주지! 그러니 씨앗이나 내놓으라고!"


헬하운드가 기합을 넣고 순식간에 달려들어, 메카니르를 제압하기 위해 힘을 잔뜩 실은 손으로 그를 잡아서 땅에 눕히려 했다. 그 순간...


(턱-)


"...읏?"


"...뭐야, 힘 준거야?"


"...뭐...뭐라고...? 말도...안...! 이거... 이거 놔!"


"알았어."


(휙-)


"...으앗?!"


(쾅-! 우당탕-!)


가볍게 손목을 잡아 막은 뒤, 휙 던지듯 헬하운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메카니르. 상상도 못한 광경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심지어 인간도, 여관 주인도, 충격을 받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그 미친개 헬라 상대로 악력으로 겨뤄서 이겼다고...?"


"...칫... 제길..."


집요한 사냥개처럼, 메카니르를 노려보며 다시 자세를 잡는 헬하운드, 헬라. 그녀가 덤벼드려는 그 순간...


(휙-)


"...?"


"...좌표 재설정."


"...또 언제...!"


"늦었어."


(짜아앙-!)


"으극...!"


쟁반으로 쨍- 소리가 나도록 헬라의 머리를 내려치는 메카니르. 그리 튼튼하지도 않은 쟁반이었고, 요란스럽기만 한 얇고 무른 금속제 쟁반으로 머리를 후려치는 행동이었던지라 강인한 마물의 육신을 지닌 헬라는, 몸이 아프진 않았지만 자존심이, 그리고 마음이 아주 아려왔다.


'내가 이 조팝새끼한테...!'


그렇게 생각을 한 그녀가 다시 덤벼드려는 순간...


"웬 소란이지?"


위엄있게 울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그 지랄맞은 성격의 헬라조차 순간 움찔하며 자리를 피했고, 모두가 물러선 그 자리엔 어느새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난 한 마리의 용녀가 서 있었다.


"드래곤인가? 음... 강인한 신체와 극히 높은 지능을 겸비한 최고위급 마물... 지상의 황녀라 칭해지며 인간에게는 물론 다른 마물들에게조차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고 한다는데..."


"조잘조잘 말이 많군. 이래서 네놈 인간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흥..."


"뭐야, 인간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치면... 그러면 마땅히 교미할 수컷도 없지 않나? 올해 자네 나이가?"


일부러 신경을 벅벅 긁는 말을 하는 메카니르. 그 정곡을 찌르는 말에, 다른 마물들은 웃음을 참느라 혼구멍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드래곤은 조금 화가 난 듯 뺨을 붉히고, 들으라는 듯 콧김을 식식거리며 그 말에 응수했다.


"...흥. 하찮은 인간 놈들... 원한다면 내가 내킬 때 범하면 그만. 우리같은 영겁을 살아가는 위대한 종족에 비하면 너흰 한없이 하등하지. 하... 그리고, 고작 인간 따위가 나에게 저항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러게, 상식적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지. 아무리 서큐버스 마왕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지라도, 용과 인간의 차이는 아주 커다라니까. 그렇기에, 각종 신화에서 용과 드래곤을 무찌르는 인간 용사 이야기가, 인간 찬가로 나오곤 하지. 오, 인간이여, 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고, 파멸할지언정 결코 주저앉지 않는, 찬연한 존재들이여!"


"풋... 헛소리도 저 정도면 예술의 경지로군, 어이, 더위라도 먹었나? 아니면 마계의 환각버섯이라도 쳐먹은 모양인가?"


"아, 난 아주 멀쩡하다네.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대하는 이유? 간단하지. 난 자네를 이길 수 있으니까. 노처녀 아가씨."


(푸흐흣...!)


노처녀라는 말에, 여관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정도로 모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드래곤은, 제대로 분노한 듯, 온 몸의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대기가 난폭하게 울리기 시작하자, 이내 여관 한복판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웃음소리는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진정한 공포를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지... 하찮은 인간!"


(화악-!)


순식간에 드래곤의 양 손에서 붉은 구체가 만들어지더니, 이내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오랜만에 힘을 쓰는 것을 본 마물들은, 조용히 자리를 피하거나 불을 막을 수 있는 물건들의 뒤로 피신했다.


"...내 마력을 보고도 그따위 말을... 할 수 있는지...!"


"마력? 아... 이 세계에선 이 힘을 마력이라고 하는군. 작은 별을 만드는 특수한 원리의 핵융합 같은 건데 말야. 이렇게. 정교한 수식으로 구현하면..."


그리고 메카니르는, 내재된 코드를 작동시켜 순식간에 작은 별을 만들어냈다.


(파치잉... 슈화아아아아악-!)


"...이...이게 무슨...?!"


별들은, 온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낸다. 낮은 온도의 붉은 별, 주황 별, 노랑 별, 그리고, 뜨겁게 타오르는 하얀 별, 푸른 별, 그리고 밝게 빛나는 가스 덩어리와도 같은, 하늘색에 가까운 푸른 별. 메카니르의 손 안에서 피어난, 두려울 정도로 푸른 빛을 발하는 별은, 모든 것을 불사르려는 듯, 대기를 뜨겁게 달구는 열을 내뿜으며, 휘황찬란하고 두려울 정도로 창백한 빛을 뿜으며, 그 타오르는 불의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 정도 권능까지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메카니르. 하지만, 그 크기, 그 온도는, 감히 드래곤의 마력으로... 아니, 드래곤 수천만 마리의 마력을 모아도, 그 별의 단편조차도 구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야말로, 아득한 차이, 하늘과 땅 그 이상의 차이였다.


"....자, 무슨 이야기 중이었던가?"


"...네놈... 정체가 뭐야...?!"


경악하며 물러서는 드래곤. 그 드래곤마저 물러서는 모습에, 마물들은 오랜만에 인간...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메카니르를 향해 '두려움' 을 느끼고 있었다.


"...나? 난... 그저 이름 없는 학자라고만 해두지."


"...이름 없는 학자? 이봐, 당신의 그 마력... 먼 옛날, 너희랑 우리 종족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 한때 인간 세상을 규합하고 수백년간 반마물 연합군의 대장으로 있었다던 대마법사... 아니, 그 이상의 마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 말을 믿으라고?"


"그렇다네. 약 5년 전... 산에서 부모님과 소박하게 살던 나였지만, 어느순간 마력에 각성하게 되었지. 그리고, 내 안의 불씨를 알아본 오랜 벗의 부탁을 받고, 마계의 마물인 자네들에게 일어난 그런 변화를... 조사하러 왔지. ...그러니, 나를 향한 적의는 거두어주게. 부탁하네. 마계의 정중한 아씨들이여."


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하는 모습에, 드래곤, 헬하운드, 그리고 소란을 듣고 온 다른 마물들은 자신들이 인간을 대하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었을까, 조금이나마 이해한 그들은, 조금이나마 반성한 듯 헛기침을 하며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흐...흥... 좋다. ...하지만 난 마계의 마물이 아니야. 그리고... 인간을 그렇게 쉽게 해하려 들지 않아. 그냥 겁만... 겁만 주려고 했다고."


"...저기, 나도...그... 미...미...미안! 미안...해. 인간 남자를... 오랜만에 봐버리니까 그만... 그... 그렇지만 절대! 절대 다치거나 아프게 하려는 생각은 없었어... 여기는 딱딱해도 여긴 부드러우니까..."


압도적인 힘의 드래곤의 위용과, 세상 흉악한 헬하운드의 가학심은 어디로 갔는지, 순한 도마뱀과 강아지 꼴이 된 두 마물.


"...알고 있다네. 그대들의 날카롭고 위태위태했던 그 심성이, 애욕의 파도를 맞고 바스라져, 포근하고 둥근 선한 심성이 되었다는 것을. ...그저 확인해보고 싶을 뿐이었다네."


"...이...이래서 인간 녀석들은..."


뾰루퉁해진 채로 여관을 나서려는 그녀의 뒤통수를 향해, 메카니르는 피식 웃으며 덕담 한 마디를 던졌다.


"다시 만나길 바라겠네. 좋은 인연으로 맺어지기를."


"...하. 인간한테 저런 말도 듣다니... 나도 이제 다 죽었군."


그러면서도, 그녀는 이런 말을 남기고는 떠났다.


"...나는 영원히 눈이 녹지 않는, 추운 북방의 산맥에서 기다릴 것이다. 찾아와라. 빈트로 산맥의 가장 높은 곳으로."


'...빈트로 산맥. 확실히 처음 듣는 곳이다. 에르가페가 준 정보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곳이었어. 그렇다면...'


(펄럭... 화아악-!)


'...어쩌면... 그 녹색 이물에 의해 이 세상이 제법 다르게 오염되었을수도 있겠군. 아무래도 이 정보를 참고하고 만든 것 같은데... 제길,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긴 어렵겠어. 갈수록 귀찮아지는군...'


메카니르가 한숨을 내뱉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사이, 말을 마친 드래곤은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메카니르는 조용히 여관 주인에게 다가갔다.


"...잠시 실례. 물을 것이 있어서. ...너구리... 라고 부르면 너무 무례하겠군."


"...타...타누키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네! 그... 뭐든지 알려드릴게요!"


"...이렇게 보여도 마물들의 생태 조사를 맡은 이요. 마계로 가야 하는데... 이 방향이 맞소?"


"마...맞아요. 정확히는, 마계의 중심지, 즉, 마왕님과 마왕님의 남편 분이 함께 머무시는 곳으로 가는 길이고... 여기... 이렇게 대강 큰 마을들이랑... 여기는..."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소. 아주 작은, 골목길 하나하나까지, 이름없는 산과 들 하나하나, 모두 다."


"...우...우아... 그건 너무..."


"저... 저랑 같이 가실래요?"


"응?"




갑작스럽게 묻는 누군가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메카니르. 조금은 앳되어보이는 소년이었다. 허름하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옷차림, 필기구와 두꺼운 공책들을 담은 가방,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 여벌의 옷과 신발, 그리고 비상시를 대비한 각종 약과 마을 이동 주문서, 그리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자세한 지도. 메카니르는 알 수 있었다. 이 소년은 탐험가라는 것을.


"...너도 마물을 조사하는구나?"


"맞아요. 저... 그런데 마물 조사라면... 혹시 저 멀리... 마계로 가시는건가요?"


"그렇단다. ...너도 가니?"


"네! 저... 저랑 같이 가주세요! 실은... 저... 저도 학회에서 조사를 하라고 보내서... 그런데 저 혼자 인원이 안 맞아서 어떻게 혼자 오긴 했는데... 막상 마계 중심으로 가려니 조금 겁이 나서..."


"...!"


순간, 그는 무언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주위 환경이 아무 이유 없이 일렁이는 것 같은, 그리고 묘하게 흘러내리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방금 쓴 힘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강한 힘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이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진짜 진짜 조심해야되겠네... 힘을 아예 빼고... 권능도 대부분은 비활성화하고... 그래. 진짜 위급한 순간에만 써야겠군...'


"저... 그래서 형, 가실 건가요?


"...응. 가야지. 지리를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데... 앞장서겠나?"


"잠깐, 니들 나좀 봐라."


"음? 아씨는..."


"그렇게 부르지 마. 형씨."


둘이 나서려는 순간, 뒤에서 그들을 불러세우는 조금은 익숙한 목소리. 방금 만났던 헬하운드, 헬라였다.


"...헤...헬하운드... 씨를 이렇게나 가까이..."


"아아? 너 뭐라고 했냐? 얌마. 이름으로 불러 이름! 너네들도 인간놈 인간놈 불리면 짜증날 거 아니냐!"


"흐...히이이익! 잘못했어요!"


겁을 주는 헬하운드 앞에 나지막히 서는 메카니르.


"...부탁하네. 폭력은 자제해줬으면 하네."


(우저저적...)


그가 쥔 양철 쟁반이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일그러졌다. 뭐 고작 그런 일로 유난을 떠냐는 듯, 헬라는 뒤로 물러서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참. 재미없는 형씨랑 걸렸네. 이 정도 힘이면 뭐 내 힘 없어도 갈 수는 있겠다만... 이 꼬맹이는 아니려나?"


"...그렇게 약한 줄 잘 알면서도 이런 위협적인 장난을 하는가."


"뭐 어때~ 다 장난이고, 해치지도 않는걸. 우리 귀한 인간 수컷들을. 풋..."


장난이었다는 말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친 모습이었기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려는 메카니르. 하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침착하게, 소년은 자신의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뒤적이며 꺼냈다.


"마...맞아요... 저... 헬하운드는 말이죠... 아... 어디, 여기 이전에 미리 조사해놨던게..."


'...데이터 갱신 기회로군.'


"같이 봄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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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하운드 - Hell Hound]


[속 : 울프 / 형 : 수인]


[서식지 : 화산지대, 마계, 묘지]


[식성 : 야생동물 등의 육식류, 콩 종류의 식물성 단백질, 보리, 감자, 고구마 등의 탄수화물과 섬유질이 풍부한 줄기식물]


[성격 : 흉포하고 사나움, 제멋대로인 기질이 강함, 길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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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콩 및 곡류? 그 헬하운드가?"


"...네. 저도 신기했어요."


그 말을 마치고, 둘은 동시에 헬라를 바라보았다.


"뭐 짜샤. 사냥에 필요한 스태미너를 만드려면 균형잡힌 영양 섭취는 필수라고. 알아 몰라?!"


"...화내지 마세요... 무섭다니까..."


"...푸훗... 난 이런 녀석들이 제일 맘에 들어. 하아..."


"으... 남은 내용도 마저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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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몸, 검은 털, 지옥의 불길을 머금고 불타는 듯 불길하게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을 가진, 개 형태의 울프족 마물. 다른 울프족과 비교해서도 매우 강력하고, 튼튼하고, 재빠른,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가졌으며, 달아오른 신체와 넘치는 육욕의 마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넘쳐나는 에너지를 억겁의 세월을 타오르는 겁화와도 같이, 꺼지지 않는 불이 흘러넘치듯 '남편' 에게 쏟아낸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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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닌가?"


"아... 네. 개정판 기준으로 들어갈 내용이라서요. 읽어드릴게요?"


"...야. 읽지 마."


"네?"


"읽지 ㅁ...마라고! 쪽팔린다고!"


"...안 들리게 속닥..."


"크아악! 죽고싶냐?!"


"진정하게! 헬라! ...내 무덤에 들어가는 그 날까지, 비밀을 지키겠노라고 모든 신 앞에서 엄숙히 선언하겠네."


완고한 태도에, 결국 한 발 뒤로 무르는 헬라. 인간한테 한 수 접고 들어갔다는 사실이, 제법 마음에 안 드는 그녀였지만... 메카니르의 힘을 본 그녀는 부글부글 끓는 (그것은 비단 분노 때문만이 아니었다.) 속을 누르고, 토라진 표정으로 소년의 무릎 위에 털썩 앉았다.


"우와앗?!"


"뭐해 임마. 빨랑 읽어. ...조용히."


"...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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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근 들어, 거의 98% 이상의 헬하운드가, 넘쳐나는 마기와 에너지와 함께, 또 다른 것이 넘쳐흘러, 밖으로 미친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 성분은, 가벼운 인화성 기체들, 소화되고 남은 부산물을 머금은 잔변과 기체, 그리고 지독한 악취를 풍겨대는 가볍고 뜨거운 기체의 혼합물. 즉, 방귀였다. 거의 모든 헬하운드들이, 주체할 수 없는 방귀쟁이 사냥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들은, 다른 울프속의 마물들과 달리 인간에게 길들여지는 일이 없다. 야생성이 아주 강한 그녀들은, 아직까지도 구마왕 시대의 흉포함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몇 안되는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보는 인간의 수컷은, 약하고, 가냘프고, 툭 치면 우득 하고 부러져버릴 것 같은 지극히 가냘픈 존재이기에, 오히려 그녀들은 인간의 수컷을 힘으로 굴복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드려고 할 뿐이다.




또한, 영역을 표시하는 방법 또한 최근 굉장히 독특해졌는데, 우선 남편과 거사를 치르기 전, 안전한 곳에서 남편을 바닥에 눕힌 뒤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고 허리를 굽힌다. 그리고 곧이어, 그녀들은 소화기관에 마기를 집중하여, 극단적으로 빠른 소화력과 기형적으로 강렬한 가스 생성 능력을 갖추게 되며, 이미 소화되어 그녀들의 안에 존재하는 덩어리들은 순식간에 아주 잘게, 그리고 널찍하게 분해되어 뜨겁고 강렬한, 축축하고 악취나는, 부패한 음식 찌꺼기를 한 데 뭉쳐 늪지대 밑바닥의 썩은 진창 속에서 두어 달은 방치해 둔 것 같은 독특하고 강렬한 냄새를 자랑하는 '방귀' 를, 있는 힘껏, 인정사정없이 내보낸다. 남편들이 그만하라고 사정을 해도, 이제 충분하다고 손사래를 쳐도, 혹은 울면서 그만하라고 해도 그녀들의 '마킹' 행위는 끝나지 않는다. 개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마킹에는 보통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교미를 하는 시간엔, 모두가 다 들으라는 듯 질내를 조이고, 항문도 조이며 남은 가스들을 듣는 사람의 귀가 다 먹먹해질 정도로, 오리와 거위떼가 마력 거포의 포탄을 맞고 죽어가는 소리와 비슷한, 그러나 그 소리보다 약 수십 배는 더 추잡스럽고 시끄러운 방귀를 허리를 움직임에 맞춰 뿍- 뿌욱- 내뿜으며 남편과의 행복한 거사를 치른다. 감상평과 후기를 들어보면, 격렬하고, 야성적이며,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추잡하고, 천박하고, 악취나고, 요란스럽고, 뻔뻔하고, 조금은 역겹지만, 미친듯이 사랑스럽고, 그 헬하운드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이니, 말 다 한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이 그 행위로 남편을 상처입히거나 하는 일은 없으며, 거사가 끝난 뒤엔 여타 울프족 수인처럼 냄새와 악취로 범벅이 된 남편들의 몸을 핥고 청소해주며, 둘이 어떠한 냄새로 이어져있는지 다시 한번 각인하는 작업을 한 뒤, 남편들을 유일한 수컷으로서 아주 소중하고, 고귀하게, 사랑을 퍼부으며 여운에 잠겨 그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새롭게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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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헬 하운드들이 길들여지는 일은 없다고 해요. 적의도 없고, 사랑으로 가득하고, 남편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가득하지만... 네. 그게 길들여진 건 아니죠. 그렇기에, 그 애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헬 하운드와 지독한 악취의 동굴에서 뒹구는 일은 아주 오래 늘어질거래요. 그럼에도, 울프 속에 속한다는 이유로 헬 하운드를 길들여보겠다는 용감한 사람들이..."


"정정해라. 용감한 게 아니라, 좆빡대가리들로."


"아...아하하... 아무튼, 길들여 보려고 하며, 오히려 남자 쪽에서 헬하운드를 먼저 덮치기도 한다고 해요. ...문제는 그게 애정이 더 깊어지는 역효과를 내고, 암컷으로서 범해지는 짐승의 교미를 즐기게 된 뒤, 이후 부족하다는 듯 뻗어버린 남편의 육봉에 방귀를 퍼부어대며 또 다시 교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하니까요. 구마왕 시대 신들도 길들이지 못한 마물이라고 하더니..."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완료. ...아직 한참 남았군. 신세를 졌다. 소년."


"아...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저... 그럼 마계로 언제 떠날 생각이세요?"


"...잠깐, 이제 내 이야기좀 들어봐라."


헬라가 그 둘의 이야기를 끊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물들을 조사하고 싶다고? 그럼 지금 가. 나랑 같이 가도록 하지."


"...도움을 주는 건가. 고맙군. 헬라."


"너는 솔직히 내 도움 필요 없어보이고... 분하지만, 오히려 내가 걸림돌처럼 느껴질텐데, 이 녀석은 아니거든. 지금 너같은 꼬맹이가 혼자 마계로 가는 길을 간다면... 흥. 그건 안 될 일이지. 마침 나도 중심지로 가서 볼 일이 있었거든. 만날 녀석이 있어서."


의문의 호의를 보내는 그녀를, 고맙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올려다보는 소년.


"...이름이 헬라였구나... 헬라... 헬라 누나..."


"뭐? 푸훗... 야, 너 언제 봤다고 누나야 이 자식아. 너 몇살이야?"


"어... 아... 저.... 이제 열 다섯..."


"...에이 씨... 누나가 아니라 뭐 이모 급이네..."


"네?"


"아냐. 그건 그렇고, 너는 나랑 동행하는 게 안 무섭냐? 내가 확! 잡아먹어버릴 수도 있는데? 너도 날, 길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거야?"


피식 웃으며, 눈동자를 붉게 이글거리며, 허리를 굽혀 그 폭발적인 여체를 과시하고는, 소년에게 말을 거는 헬하운드, 헬라. 하지만 소년은, 이번엔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메카니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대꾸를 했다.


"무섭긴 하지만... 아주 무섭진 않아요. 절 죽일 심산이었다면 진작에 했겠죠. 그쵸, 누나? ...그리고 전, 길들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길들인다고 하는 건... 주인이 짐승을 길들여 자신의 뜻대로 부리게 하는 것이잖아요? ...아무리 종이 종이라도, 배우자는 평생 배우자이고, 서로 동등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인데, 한쪽이 한 쪽을 길들이는 건... 전 별로요. 전, 저와 눈을 맞춰주는 여인을 만나서 결혼하고 싶어요. ...아! 죄송해요, 혼자 종알종알..."


"...풋... 푸흐흣... 아하하! ...아냐. 그래. 기분이 좀 좋아졌다. ...지금 바로 출발하지. 어이, 재미 좆도 없는 형씨, 이름이 뭐야?"


"...난 메카니르라고 하네. 메카라고 부르든... 정비공이라고 부르든... 마음대로 하게."


"그래. 깡통 아저씨."


"...그건 좀..."


"그래. 고철 아저씨."


"야."


"...풋...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아? 메니, 어때?"


"깡통이니 고철이니 그런 것 보다는 낫군."


발칙한 농담을 하는 검은 늑대같은 헬하운드 앞에서, 피식 웃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녀의 고개가 소년에게로 돌아갔다.


"넌 이름 뭐냐?"


"아... 전 로이. 로이 하트위그, 라고 해요. 저... 로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마... 감사할 것 같은데."


"...야. 기운 내 임마! 사내자식이 뭐 이렇게 숫기가 없어? 새끼... 배고픈가보네! 뱃가죽이 등에 붙었잖아 임마!"


소년의 등을 팡팡 두드리고는, 자신의 허리춤의 가방에서 말린 마계 도마뱀 육포를 꺼내 입에 대뜸 꽂아주고 일어나는 헬라.


"자, 가자고, 숫총각 나리들! 갈 길이 보통 먼 게 아니니까!"


진정한 첫 번째 여정이, 막이 오르고 있었다.






------------------------------------------------------------------------------------------------ 1장, 헬하운드 편 [END]








(저벅... 저벅... 저벅...)


"밤길이 어둡지가 않네요?"


"...어이 형씨, 정체가 대체 뭐야? 그 빛이 어디서 나오는거라고?"


"저 하늘에서 자유롭고 아름답게 빛나며, 검은 무대 위에서, 감미로운 원무곡의 선율과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는 한 쌍의 쌍성계가 나누어주는 창백하고 푸른 아름다운 빛을, 잠시 빌려온 것 뿐이라네."


"형씨 시인이야?"


"...아닐세. ...그건 그렇고 난 이제 그냥 형씨인가? 아까 이름으로 메니 어쩌구 하지 않았어?"


"아, 미안. 형씨가 더 찰진걸 어떡해? 안그러냐 로이?"


"아하하... 그럴지도..."


"...로이는 이름으로 불러주면서."


"형씨 삐졌어? 푸훗..."


그 순간, 메카니르가 발길을 멈췄다. 그 덕에, 뒤에서 오던 로이와 헬라가 그 덩치에 콩 하고 부딪혔지만.


"윽..."


"아... 뭐야? 왜 멈춰? 진짜 삐졌어?"


"...이 앞, 풀숲 속에 뭔가 있다."


"...뭐? 잠깐. 다 조용히 해봐."


주의를 집중하고, 스산한 바람에 풀이 우는 소리와, 저마다의 짝을 찾아 달빛 속에서 별을 노래하듯, 고요한 어둠을 조용히 가르는 풀벌레 소리 사이에 들려오는,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과도 같은 소리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헬라. 그리고 헬라와 메카니르는, 거의 동시에 한 방향을 향해 가벼운 무장을 날렸다.


"나와라!"


"거기냐!"


(투쾅-! 쐐애액-! 파박!)


"우...우아아...!"


"뒤로 물러나라, 소년. 어둠 속에 숨은 것이, 마물일지 위험한 야생동물일지, 아직 알 수 없으니!"


"뒈지기 싫으면 이 누님 뒤에 바짝 웅크리라고!"


(부웅... 쐐액-)


"...마물...?!"


"요홋! 남자 발견! 잘 먹겠..."


(텁-)


"...엑?"


"...이봐 형씨, 방금... 벨제바브를... 잡은거야?"


"...보다시피."


"...맨손으로?"


"...그것도 보다시피."


"...어... 저기, 나 내려줄래? 뭔가 건들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장난하냐?"


"...죄송함니당..."


남성이 둘이나 있는 것을 보고, 어둠을 틈타 암습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권능을 내려놓아도 신은 신. 벨제붑 정도는 가볍게 잡을 수 있는 메카니르였다.


(휙... 부웅...)


"...어휴! 놀래라. ...보통 사람들이랑 마물들이 아니구나. 에에... 마침 좀 쌓여서 욕구 해소나 하고 싶었는데."


"야. 그런건 반반한 모험가 돌아다니는 낮에나 해라. 요즘 우리들 방귀냄새 맡겠다는 인간 수컷 녀석들이 은근 많다고."


"그치마안~ 아침까지 못기다리는걸~!"


붕붕거리며 시끄럽게 우는 벨제부브를 보며, 헬라는 열이 뻗친 듯 도끼를 고쳐쥐었다.


"날개 다 뽑아버리기전에 좀 닥쳐라."


"죄송함니당..."


"아... 저기! 벨제바브 맞으시죠!"


"호오? 거기 젊고 귀여운 남동생같은 아이 발견! 그래! 내가 벨제바브야. 폭식의 왕, 황충의 왕, 파리의 대왕! 그게 바로 나지! 그리고, 벨제바브는 내 종의 이름이야. 내 본명은 '데르마토' 라고 해. 뭐, 잘 부탁해?"


'벨제바브라... 분명 이름이 있었지. 이번 기회에 하나 더 해야겠군.'


"흠흠... 별을 등대 삼아, 이정표 삼아, 길잡이 삼아 하늘길 별자리들을 보며 여행하는 학자들과 거칠고 따뜻한 마물 일행이라네. 혹시, 우리네 부탁 좀 들어줄 수 있겠나?"


내가 왜? 하고 싶었지만, 불타는 눈으로 이글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헬하운드,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의 고속비행을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낸 규격 외의 존재들을 본 데르마토는, 순종적인 마물이 되기로 결심했다.


"들어줄게. 뭘?"


"...우린 지금 마물들을 새로이 조사하고 있다네. 실은..."


"아... 알고 있어. 후훗... 우리들은 살판 났는걸? 비위생적이기 그지 없는 냄새나는 방귀가... 하으응..."


뿌루룩! 뿌푸푸푸푸푸뤄러러러러러러러럭! 뽜라라라라라락!


"아하앗! 이렇게 매력적인 페로몬 가스처럼 수컷들을 끌어모으게 되었으니까~!"


"...아오 씨발 냄새..."


"...그런가. 이것을 냄새난다고 하는군. ...질소 70퍼센트, 산소 15퍼센트, 메테인 5퍼센트, 스카톨 5퍼센트, 황화수소..."


"...어이 형씨, 메테 뭐시기? 톤? 무슨 소고기가 어째?"


"아, 몰라도 된다네. 잠깐, 로이는..."


"으...흐으에..."


축축하고 진한, 차고 습하고 어두운 부둣가의 물안개같은 방귀를 근거리에서, 어떠한 필터 하나 없이 들이마셔버린 소년 로이. 학회에서 배웠던 어떠한 감각 마법보다도, 이것보다 강한 악취를 나게 하는 마법은 없었다. 마치 타오르는 불의 잔을 속에 끼얹은 것만 같은, 타오르는 작열감과 아찔한 비릿함,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중독성 진하고 황홀한 암컷 페로몬의 향기와 쾌락. 소년은, 순식간에 벨제바브에 방귀에 욕정해버리고 말았다.


"아... 후으..."


"어머! 꼬추 서버렸네? 푸하하! 정말 변태구나?"


안달이 난 듯한 벨제바브를 본 헬라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흠... 어이, 데르마토. 제안 하나 하지. 여기 이렇게 기록된 것처럼... 우리가 네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해줘. 협조해주면, 이 녀석 정기를 입에 넣어주지."


"야호~! 방귀냄새 잔~뜩 묻히고 쪽쪽 빨아야지~"


"누나... 제 의사는..."


"...좀 도와줘라? 앙? 그리고 너도 자료가 좀 더 필요할 거 아냐?"


"네엥... 입으로 하는 것 까지는..."


'...참으로 대단한 성적 가치관을 가진 세상이로군.'


이래저래 대단하다고 생각한 메카니르는, 조용히 데이터베이스를 갱신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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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제바브 - Beelzebub]


[속 : 파리 / 형 : 곤충]


[서식지 : 마계 일대. 냄새가 진한 남성들이 모여 사는 곳 등지에 주거지를 짓고 서식.]


[식성 : 닥치는 대로 죄다 먹어치움. 물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간 남성의 정액, 타액, 땀, 때 등의 분비물. 냄새가 쿰쿰하고 시큼한 강렬한 냄새를 풍길수록 좋아하며, 본인의 악취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임.]


[성격 : 흉포하고 제멋대로인 성격, 색욕이 심해 색을 자주 밝힘]




파리의 왕, 황충의 왕, 폭식의 왕 벨제바브(바알제붑, 바알, 바알세불, 비알제붑 등), 신체는 작지만 굉장한 양의 마기를 품을 수 있으며, 더 굉장한 양의 '방귀' 를 품을 수 있다고 한다. 몸의 날개를 사용하여 빠르고 정밀하게 날 수 있고, 항문에서 뿜어져나오는 진한 유황 독가스를 이용하여 정밀한 방향전환 및 효율적인 비행을 할 수 있다.




폭식, 식욕을 관장하는 신 답게, 성욕에도, 식욕에도, 극히 탐욕적이다. 먹을 것은 모두 먹어치우고, 그 에너지 가득한 몸에서 가스를 발효시키며 남편들을 하루종일 범하며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평소의 일과.




그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땀, 타액, 정액이다. 즉, 이들에게는 인간 남성은 걸어다니는 일종의 식량 창고, 냉장고 정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렇게 인간을 미식하는 그녀들에게 아주 특이한 버릇이 생겼는데, 바로 코팅 작업이다.




금박을 씌우듯, 옷을 입히듯, 모자를 씌우듯, 그녀들은 작은 체구를 바삐 움직여, 불시에 자신의 습격을 받고 체엑과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헌납하게 된 남성들에게 진하고 진한 방귀를 내뿜는다. 구역질나는 악취가, 토악질나는 냄새가, 시체 썩는 냄새, 고기가 부패해가는 냄새, 생선 썩어가는 비린내,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여름철 홀스타우르스 마굿간 공중화장실에서 푸짐한 말똥과 함께 부패해가며 터져나오는 가스의 냄새에 필적하는 악랄한 냄새를 마구 내뿜으며, 마음에 든 남자들을 자신들의 냄새로 코팅한다.




순식간에 그녀들의 진한 악취에 둘러싸인 남성들은 소리를 지른다. 압도적인 악취에 그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콧물이, 입에선 침이 줄줄, 머리에선 땀이 뚝뚝, 그런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사랑스러운 암컷의 달큰한 마기에 영향을 받은 육봉에서 븃븃 터져나오는 정액... 그렇다. 그 방귀 배출이라는 행위만으로, 그녀들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을 얻고, 또 먹은 에너지만큼 그들과 교미를 하고, 다시 냄새나는 코팅을 하고, 또 교미를 하고, 그렇게 그녀들은, 남편과 만족할 때 까지 온 몸에 방귀를 뒤집어쓰고, 마시고, 내뱉고, 뿜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남편들이 조금 쉬자고 불평해도, 제멋대로인 그들은 듣기 싫다면서 그 불평소리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뿌웅뿡 방귀를 뀌어댈 것이다. 심지어, 배고프니 좀 뭐라도 먹고 하자는 남편에게, 자신의 방귀냄새를 듬뿍듬뿍 바른 육포를 먹여주고 마저 거사를 이어간 사례도 포착되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풍작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들의 마음에 들게 되면, 아무리 식량을, 돈을, 모든 것을 빼앗겨도, 그 빼앗긴 것 이상으로 재물이 흘러들어와 풍족하고 사치스럽게 살 수 있으며, 이 습성은 아무리 많은 정기를 쏟아부어주어도 만족을 할 줄 모르는 그들의 탐욕스러운 성격으로 연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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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다들 이 벨제바브와 친구들의 방귀 절임이 되고 싶지 않다면... 깨끗이 청결을 유지하는 게 좋을걸? 키힛! 하지만... 그 냄새마저 난 향기롭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라구!"


엉덩이와 곤충의 배 부분을 살랑살랑 흔들며, 잔방귀를 뿍 뿍 흘리는 벨제바브. 데이터를 업그레이드 한 메카니르는 흡족한 표정이었고, 헬라는 씩 웃으며 로이를 앞으로 데려왔다.


"걱정 마. 요즘 마물들 다 착해."


"쥬...쥬지도 살살 빨리면 괜찮겠죠?"


"얘가 살살 빨겠냐?"


"아...아히...♥"


"아앙... 오랫동안 씻지 않았나보네... 공부 열심히 하느라 좆밥이 이렇게 쌓일 정도로 제대로 씻지도 못했구나? 우훗... 잘 먹겠습니당..."


(부스스...)


"우...우아...?"


로이는, 꼬리 비슷한 곤충의 배와 같은 기관으로 자신을 끌어당겨, 엉덩이에 밀착하게 하는 데르마토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았고, 곧이어...


"흐응...!"


뿌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코가 썩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악취와 함께, 암컷의 발정 페로몬을 가득 머금은 사랑의 방귀탄이 소년의 쥬지에 작렬했다.


"우읍...!"


토악질이 나오는 소년. 하지만, 그런 고통이 무색하게도, 소년의 쥬지는 아주 솔직하게 그 늠름한 자태를 점점 드러내며, 두 마물소녀들에게 황홀한 감정을 선사하고 있었다.


"아하하... 꼬추에 묻은 좆밥... 오줌... 내 방귀... 그리고... 자지즙... 다 내꺼야..."


"아... 하아... 야. 이거 보니가 나도 살짝 불붙네."


소년의 애처로운 비명소리와, 벨제바브의 탱글한 엉덩이 사이의 파열음이, 우스꽝스러운 듀엣을 연주하고 있었다.




"아앙~ 잘 먹었다... 츄웃... 아주 극상급 꼬추... 푸훗... 아아... 내일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지~ 안녕~!"


"아...아하아이... 끝났다아..."


"끝나? 끝나긴."


"...에?"


"야. 내 차례야."


가방을 풀고, 소년의 가슴팍 위에 올라타 자세를 잡으며 양 손으로 항문을 쭈욱 벌리는 헬라.


"누...누나아...?"


"자~ 기절하지 말고 잘~ 버텨보라고? 기절하면 마을 가서 또한다?"


"그...그치마...아...!"


뿌루룩! 뿌푸푸푸루르르륵! 뿌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아히이...♥"


"로이가 고생이 많군."


계란 수백 판이 동시에 썩어가는 악취와 함께하는 그날 밤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로이였다.




------------------------------------------------------------------------------------------------2장, 벨제바브 편 [END]




(저벅... 저벅...)


"...켈록! 켈록켈록!"


"야 야. 너무 죄책감 들게 그러기야?"


"아으... 괜차나... 갠차나...요... 켈록!"


"...으... 얌마! 제발 힘좀 내보라고!"


연신 기침을 하며 양쪽 폐와 호흡기, 코와 입에 한가득 들어찬 데르마토와 헬라의 가스를 온 힘을 다해 역류시켜 끄집어내는 소년의 생존 본능. 그 모습에, 헬라는 퍽 미안함을 느낀 듯 했다.


"...너무 심했냐?"


"...아뇨. 좀 괜찮았어요. 어려서부터 바닷가에서 생선 비린내나... 아니면 뭐 삭힌 홍어, 훈제 청어, 청어 통조림같은 독한 걸 맡으며 살았거든요."


"...그러니까 조금이나마 버티는거네..."


"그래요? 헤헤... 그래도 버티는 사람이 더 좋겠네요, 누나?"


"...쓰...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앞이나 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메카니르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밌군. 자네들. 지극히 오랜 권태 끝에 찾아온, 잠깐의 여흥을 느끼는 것 같아. 마치, 먼 산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그 아찔하고도 황홀한, 비단이 툭 끊어지는 것 같은, 한없이 짧은 찰나의 순간을 느끼기 위해, 오랜 기간 고통을 참으며 산을 오르내린 것 처럼 말일세. 후후..."


"...아무리 봐도 방랑시인이야."


"음? 이렇게 별난 방랑시인을 본 적 있나?"


"...짜증나게 맞는 말만 하고 있어."


(저벅... 저벅... 탁.)




그러다가, 거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의 발이 멈춰섰다.


"...이상해요."


"...위화감... 나도 느껴진다. 어이, 형씨."


"...위화감의 정체를 알았군. 모두, 바닥을 다시 봐라."


그 말에, 바닥을 내려다보는 둘. 자신의 것들과 똑같은 발자국이, 일렬로 찍혀 저 앞으로 뻗어있었다.


"...제길. 같은 자리만 좆뺑이치고있었군...!"


(우웅...)


"서...설마...! 헬라 누나...!"


"...제기랄...! 저 눈... 나만 보이는 게 아니었잖아...!"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헬라는 날카롭게 날이 선 도끼를 꺼내들었고, 로이는 학회에서 배웠던 중급 주문들을 영창할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메카니르는 아주 세상 태평했다.


"...야, 형씨. 이거 진짜 위험한 놈이라고. 그 눈... 눈깔!"


"설마... 설마...! 으으으...! 어둠 속에서 빛나는 외안이...! 누나..."


"바짝 붙어 짜샤! 제길... 하필 이런 어둠 속에서..."


"아~하하하하핫하!"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듯, 자갈이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듯,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웃음소리에, 메카니르를 제외한 모두의 털이 곤두섰다.


"보호 마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으..."


"...어디냐... 어디냐! 온다...!"


"흠. 저기인가본데?"


(슈와악-! 텁-)


어디선가 날아오는 촉수를 가볍게 잡는 메카니르. 부들거리며 꿈틀거리는 검고 흰 촉수 끝에 매달린 두 눈이, 그 순간 메카니를 쳐다보며 세뇌를 걸려 했다. 하지만...


"분석과 세뇌를 위한 눈인가. 코드-오류 발현, 일시적 망막 불량 촉발."


(치치직...)


그의 말 몇 마디에, 강렬한 최면을 거는 촉수의 초점이 흐려져,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후. 귀찮군. 원시적인 식으로 방해를 하려니 영 힘도 들고... 그냥 권능 좀 더 쓸까."


강한 최면마저 무력화시켜버리는 그를 보며, 헬라는 이제 어이가 없다는 듯 외쳤다.


"...진짜 형씨는 정체가 뭐야?!"


"나? 땅을 집 삼아, 하늘을 지붕 삼아 세상을 떠도는 학자라고 하지 않았나?"


"...말을 말자..."


(고오... 휘오오오-!)


"하우으... 최면을 걸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역시,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한 탓일까요..."


그 때, 경악스럽다는 듯 메카니르와 그 일행을 바라보며, 그 수많은 촉수의 눈을 깜빡이는, 외눈을 한 여인의 형상을 취한 마물이, 허공에서 흩어졌다 사라지듯 순식간에 나타났다. 평범한 이라면 겁을 먹을 법도 했지만, 메카니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 숲을 떠도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그렇게 묻는 그대는 누구인가? 이 세상 모든 선행을 지켜보겠다는 듯, 이 세상 모든 악행을 기억하겠다는 듯, 세계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선명하고 아리따운, 한없이 티끌이 없는 눈이로군. 그런 눈을 이렇게나 주렁주렁 달고 있다니, 이 세상 뿐만이 아니라 맥동치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것이 그대의 소원인가?" 


"...저 말인가요? 후후... 놀라지도 않고, 진짜 말도 재밌게 하고, 재밌고 멋진 분이시네요? 우리 남편님만큼은 아니지만..."


"남편? 기혼자였군. 몰랐다네."


"후후... 제 외형이 이런지라요."


몸에서 뻗어나온 수많은 촉수,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달린 눈. 신비로운 분위기를 넘어,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을 자아내는 탓에, 로이는 눈조차 똑바로 마주치기 힘든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며 사전을 뒤적였다.


"어... 어어... 이런 외형은 딱히 본 적이 없어요... 사전에서도 뭔가... 기억이 잘... 여기 이렇게 이름하고 간단한 설명만 대충..."


"사전? 후후... 그래. 우리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을 수 밖에 없죠."


"...저... 저기 그럼... 여러분 종족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용기있게 나서는 로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아, 익숙하지 않은 마물에게 겁을 먹은 듯 했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그 자세를 본 게이저는, 피식 웃고, 눈을 깜빡이며 응수했다.


"물론이죠. 단, 조건이 있어요."


"조건?"


"잠시 우리 집에서 쉬어 가실래요? 걱정이 되서 그렇거든요."


"이봐. 앞뒤가 안맞잖아. 우리를 걱정한다는 녀석이, 환술을 걸어 제자리 좆뺑이를 치게 만들고 최면까지 걸려고 했냐?! 어디서 되도 않는 구라질이야 이 씨발! 뒤지고 싶냐?!"


으르렁거리는 헬라에게 연신 사과하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부끄러워하며 말하는 게이저 마물.


"아... 진정해요! 죄송해요! 죄송... 정말요! 그치만... 그... 그... 그러니까... 다들 제 모습만 보면 도망가버려서... 최면으로 조금... 우으... 이상하게 생겨서... 죄송해요... 우... 이렇게 생겨서 정말 죄송.. (훌쩍...) 우응..."


"...야, 니가 그렇게 나오면 내가 얼마나 쓰레기가 되는건데..."


부끄럽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헬라. 헬하운드 체면이 영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어차피 밤도 너무 늦었고... 무슨 일이 생길 지 모르니, 조금 쉬었다 가지. 찬성하나, 다들?"


"난 찬성. 솔직히 여관에서부터 좀 날뛰어가지고 다리가 힘들긴 했지."


"저는 선택권이 없는걸요? 그리고... 소중한 도감에 실을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요! 네..."


"저...정말인가요?! 저... 후후에... 자, 그럼 저를 따라와주시겠어요?"


즐겁다는 듯, 커다란 눈웃음을 짓는 그녀를 따라, 그녀의 거처로 향하는 메카니르 일행이었다.




(타닥... 타다닥...타닥...)


"흠. 마력을 이용한 모닥불인가."


"그렇죠. 우린 보통... 동굴이나 마계같은 장소를 선호하니까요."


(부스럭...)


"여보? 누가 왔어?"


"아~! 자기, 일어나버렸어?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 ...혹시,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려는 시간대에 여기를 지나가려고 했다던가?"


"응. 밤이 점점 더 깊어지는데... 계속 가려고 하더라고. 그래서 최대한 설득을 해서 다들 데려왔지. 후훗... 거래도 했고."


"거래? ...음... 무슨 거래?"


게이저 마물은, 자신의 남편을 촉수로 휘감고 부드럽게 매만지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남편과 함께 메카니르와 헬라, 로이에게 다가가 그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음, 뭐가 궁금한거야?"


"이런 식으로. 그... 도감에 실을 수 있게, 자기소개 비슷한 걸 부탁드려도 될까요? 여기 보면... 헬하운드랑... 벨제바브랑... 다들 부끄러운 이야기도 있으니까, 이것도 조금... 감안해서..."


"흐흠... 숨길 필요가 뭐 있어? 우후훗... 자, 소개해줄게. 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주시하는 눈인 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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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저 - Gazer]


[속 : 게이저 / 형 : 아인 <외눈>]


[서식지 : 마계의 어두운 부분, 혹은 컴컴한 동굴.]


[식성 : 주식 - 인간 남성의 정기 / 유희 목적 - 일반적인 음식류 전반]


[성격 : 짓궃고 오만하지만, 여린 일면이 있음]




두 눈 대신, 크고 무시무시한 외눈과, 눈이 달린 무수한 촉수를 가진, 인간보다는 마물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운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상당히 강력한 마력을 지닌 상급 마물들 중에서도 제밥 강한 편에 속하며, 그 강대하고도 요사스러운 힘을, 사안[邪眼 - 간악한 눈]에 품고 있는 마물이다.


그 강대한 마력 때문에, 마물이 전부 여성의 모습이 된 후에도 특유의 외눈만큼은 그 모습을 남겼고, 마력에 강한 신체가 변화에 조금이나마 저항하여 이러한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요사스럽게 타오르는 무수한 눈으로 다양한 마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원소의 조작, 환각, 순간이동, 염동력 등, 그 능력은 무구하다. 하지만, 그녀들이 가장 자신있게 생각하는, 가장 자랑스러운 마술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무의식 사이에 암시를 흘려넣는 것] 이다. 암시의 효과는 매우 훌륭하며, 그 암시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




그녀들이 보통 거는 암시는 '마물에게 범해지고 싶다.' 혹은 '마물을 범하고 싶다.' 간혹, 인간 여성에게는 '마물로 거듭나고 싶다.' 등의 암시를 걸어, 인간들을 마물로 바꾸거나 다른 마물들의 남편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을 한다.




한편, 그녀들은 마음에 드는 남성, 즉, 남편으로 점찍은 남성에게는 조금 더 강한 암시를, 안면에 위치한 외눈으로 걸어온다. 그녀들이 거는, 절대적으로 강력한 암시는 두 가지. 바로, 외눈은 관능적이고 성적 매력이 넘치는 기관이며, 그를 가진 외눈 여성은 최고의 신붓감.' 이라는 것과, '외눈 소녀들은 방귀를 뀌는 것이 매우 보편적이고, 당연한 것이며, 성적으로 아주 매력적이고, 냄새마저도 황홀한 쾌락을 선사해주기에, 남편이 될 남자들은 그 냄새를 성심성의껏 음미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이에 암시에 걸린 남성은, 그 외눈을 지닌 그녀들에게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매력, 사랑, 애욕을 느끼게 되며, 그 커다란 외눈을 보는 것 만으로 욕정을 품고 숨이 거칠어지며, 당장에라도 엉덩이로 달려들어 그 사이를 벌리고, 마구 혀를 집어넣어 그녀의 구릿한 유황 악취를, 코가 썩어 삐뚤어질 것 같은, 인간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난 지독하기 그지없는 똥방귀가스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향기로운, 물오른 알라우네들의 꽃꿀보다도 더욱 더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상식이 완전히 개변된 수컷 남자들은 그녀들의 엉덩이에 안면부를 파묻고 거친 숨을 내쉬며, 축축하고 따뜻한 혀가 지독한 방귀에 물들어 싯누런 태가 낄 때 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애무하고, 그에 답하듯 그녀들은 남성에게 추잡하고 끈적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지독하고 찐덕한 쾌락을 선사해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코를 싸쥐고 숨조차 쉬지 못하며 질식하며 쓰러지는 것이 당연할 것이었지만, 그녀들의 마기에 영향을 받은 몸은 일시적으로나마 인큐버스 그 이상의 스태미너를 가지게 되어 그 악취를 모두 들이마시고도 더욱 갈망하듯 그녀들의 엉덩이를 애무한다고 한다.




이렇게 한번이라도 그녀들만이 선사할 수 있는 비틀리고 뒤틀린, 하지만 한없이 음란하고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고 추잡스럽지만 동시에 귀엽고 미칠 정도로 사랑스러운 그 쾌락을 알게 되어버리면, 절대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외눈에 대한 혐오는 눈 녹듯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를 봄바람같은 따스한 사랑만이 채워나가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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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주 가끔... 희귀한 경우지만, 남성이 원래부터 외눈을 혐오하지 않고 오히려 좋아한다거나... 응... 원래부터 암컷의 방귀를 좋아하는 경우, 마기에 영향을 받은 그 욕망이 폭주해버려, 인큐버스 그 이상의 힘과 성욕을 내뿜어버린다고 하죠. 후후... 우리 남편도 그랬고요."


"...음... 부끄럽게 정말... 쑥쓰럽잖아..."


"그치만... 정말 멋있었는걸?"


게이저 마물은, 너무나 성욕에 폭주해버린 남편이 순간 무서워 도망치다가, 며칠은 굶주린 것 같은 야생 마계 멧돼지가 이빨을 내비치며 자신에게 덤벼들려는 모습에 순간 몸이 굳어버렸지만, 이내 자신을 뒤쫓아 온 남편이 펀치 한방에 멧돼지의 심장을 꿰뚫어버리고, 발버둥치는 놈의 안면을 군인의 자비없는 군홧발과도 같은 모습으로 으깨서 아작내버린 뒤, 자신에게 다가가 너무 폭주해서 미안했다며, 내 마음을 받아달라며 그녀를 꼭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 모습에, 눈이 헤롱헤롱 풀려버린 뒤 그날 해가 저물도록 산 전체를 방귀냄새로 물들이며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우리 아내만큼 지독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방귀쟁이는 없을거야. 푸후훗... 어찌나 독한지, 여기 가스 거름망이 항상 있다니까? 손님들을 위한 거지."


"...흠. 혹시 좀 보여줄 수 있겠소? 방귀를 뀌는 모습 말이오. 학자로서... 현재 마계에 사는 마물들의 가스 냄새가 얼마나 '독한' 지 분석중이라오."


"...엣? 특이하네..."


"자기, 괜찮겠지?"


"물론이지, 우리 여보야. 후후... 자... 냄새는 어떻게 측정할거야?"


"내 후각 기관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자동으로 기록할 것이다."


자신의 코를 가리키는 메카니르. 헬라는, 질색이라는 듯 한 표정으로 가스 거름망을 바라보았다.


"나는 좀 그만 맡고 싶은데. 저거 가스 거름망 이렇게 쓰면 되는건가?"


"응. 이걸 이렇게... 여기에 걸고. 자!"


"훌륭한 설비네. 맘에 드는군."


흡족한 미소를 짓는 헬라. 그리고, 거름망을 받아들고 마찬가지로 착용을 시도하는 로이. 하지만, 곧 로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안맞아요..."


"...너 머리가 너무 작아서 그래. 아직 어리다는거지."


"그...그러면..."


"...화이팅. 로이."


"흐웨에에에에..."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룩... 꾸르르르르르라라라라락!)


"아... 나온다 나온다... 아읏... 하루종일 참은 방구... 자기야... 다 맡아줘...? 흐응...!"


뿌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푸푸푸프브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뷔리릭!


"아하아... 시원해..."


후각 기관에 모든 데이터를 집어넣는 메카니르, 그리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항문을 뻐끔거리며 남은 가스를 뿌쉿거리는 게이저 여인, 그리고...


"아...하으아... 우리 자기... 사랑해..."


"사...살려줘요옷... 아... 아히잇...♥"


"...내 이럴 줄 알았지."


세상 황홀한 표정으로 기절해버린, 두 남자가 있었다.




------------------------------------------------------------------------------------------------ 3장, 게이저 편 [END]




"...으어으..."


"오. 일어났다. 이봐. 로이."


"...헬라...누나...? 여긴..."


"...너 기절했었잖아."


"...아? 아아... 그 게이저 씨의..."


"그래. 풋... 얼빠진 표정으로 헤벌쭉 웃으며 아랫도리를 좆물로 적시고 뻗은 그 모습, 솔직히 진짜... 아... 푸흐흣...더할 나위 없이 웃긴 광경이더라?"


"으으..."


헬라의 등에 업힌 채로 부끄러워하는 로이. 그리고, 그런 로이를 놀리며 호탕하게 웃는 헬라. 메카니르는 조용히 별의 움직임을 쫓아, 마계 중심부에 있다는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음... 근데 조금... 내려서 걷고 싶어요."


"뭐? 야, 누나가 불편하냐 새꺄?"


"아... 아뇨. 오히려 편한데... 마계의 토양이 좀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땅 말하니? ...어디가? 궁금해지네."


"아. 음... 저기 메키...메..."


"...메카니르. 내가 살던 곳에선 기계를 머신, 메카라고 불렀었지. 거기서 따왔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지휘에 맞춰 관현악을 연주하는 악단과도 같은 기ㄱ..."


"어이 형씨, 요점만 말해줘. 애 머리아플라."


"아하하... 그건 아니에요. 꼭 문학적인 표현이 좀... 멋져서... 헤헤... 아, 아무튼 메카니르 형, 마계의 흙이라던가 그런 것도 정보가 필요하세요?"


"있으면 좋지. 말해주겠나, 소년?"


"네. 간혹 사람들이, 마계라는 이름만 듣고 불모지, 황야, 독으로 가득한 늪 따위의 것들만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아니에요. 마계의 흙은, 공기에서 내려앉은, 물을 타고 밀려온, 마물들이 움직이며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흙에는, 아주 비옥한 마력이 축적되어 있어요. 그래서, 마계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인간 세상의 것들과 동일한 품종일지라도,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자라나요. ...아, 인큐버스나 마물들한테는 이쪽이 심미적으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고도 하고요. 그리고, 재밌게도 이런 마계의 땅에서 자라난 식물계 마물들인 알라우네, 만드라고라, 마탕고같은 마물들은 일반적인 인간계의 숲에서 자라난 것 보다 더욱 강하다고 해요."


"...데이터 갱신. 아주 훌륭한 학자로군. 즉석에서 이렇게 정보를 기억해서 알려주다니."


"에헤헤... 고마워요. 형. 그리고 봐봐요 누나. 이렇게 걸으면서 마기를 받으니까, 몸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 같기도 하지 않아요?"


"...그러네. 근데 너 인간 아니냐? 인간이 그렇게 마기를 막 먹어도 되는거야?"


"...아."


"...헛똑똑이 났네. 이 등신 빡통아."


"후으으... 미안해요오..."


"...뭐래. 풋... 야. 걷기나 해. 빨리 여길 지나가고 싶다고. 묘하게 습하고 그러니까 짜증이 난단 말이지."


"...습하다? 어라... 이 지역은 그렇게 습하지 않았는데요? 우기도 아니고..."


"...그건 좀 신경이 쓰이는군. 마치... 이 곳에 뭐가 있을 것 처럼 말이야."


"아주 씨발 가면서 마물이란 마물은 다 만나네. 어이, 형씨는 좋겠다? 마물도감을 이렇게 채우고."


"그렇지. 아주 즐겁다네. 나에게 찾아오는 수많은 마물들이라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인연이 아니겠는가?"


"그것보다 여기 이 꼬맹이 따먹으러 오는 년들이 많은거겠지."


"에헤헤... 마물의 본능이니까요."


태연하게 웃으며 걸음을 재촉하는 소년과 일행. 얼마나 더 갔을까, 그들의 발에 무언가 물렁한 것이 밟히는 것이 느껴졌다.


"...응? ...야. 씨발! 어떤... 어떤 새끼가 바닥에 젤리 퍼질러 엎어놨어! 바닥에 이거 뭔데 씨발! 아! 씨발 내 털부츠가 진짜!"


"누나! 진정...으...으아아... 내 신발이... 우으으... 이거 비싸게 산 건데..."


(꾸물... 꾸물꾸물...)


짜증을 내는 둘. 그런 둘의 앞에서, 무언가 점액 같은 것이 모여들더니, 이내 인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고, 가슴 중앙에 둥그런 무언가 물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암... 뭐야, 손님들인가? 오호라... 수컷이 둘? 푸후후훗... 그리고 성질 더러운 강아지도 한 마리 있네?"


"...뭐래냐? 이 새끼 겁대가리를 후장으로 따먹었나? 하..."


가소롭다는 듯, 몸을 풀며 사냥을 준비하려는 헬라에게, 부글부글거리는 소리로 깔깔대며 조롱하는 한 마리 다크 슬라임.


"푸하하! 성격도 나쁘고 머리도 나쁘네? 슬라임에게... 물리적 공격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칫..."


애초부터 불리한 싸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뒤의 소년을 지켜주고픈 마음이 어느샌가 싹터버린 헬라는 물러설 수 없었다. 순간 그녀는, 자존심도 내려놓고 메카니르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


"...이봐 형씨, 저거...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


"...한동안은 힘을 쓸 수 없게 되었어. 몇 시간은... 다시 마력을 집중해야..."


'대강 힘으로도 잡을 수 있긴 하지만... 여기서 더 권능을 썼다간 필시 우주 어딘가엔 나로 인한 이상현상이 생기겠지. 조금 참아야겠어. 대신...'


"로이."


"네, 형?"


"...물컹한, 반고체 형태의 슬라임이라 물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피해를 줄 수 있을까?"


"슬라임 코어까지 일격에 공격하거나... 아니면 고체로 만들어서?"


"이런말 하기 그렇지만, 분명 헬라의 힘이라면 슬라임 코어까지 일격에 개박살을 내버릴거야. 그러면 저 마물의 생명도 위험해지겠지. 그러니... 그 경화 상태로 만들어서 적당히 헬라가 스트레스나 좀 풀도록 도와주자고."


"해볼게요. 형. 후우..."


소년은 마력을 끌어모아, 지팡이 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벅... 저벅...)


"뭐야, 야! 뒤로 가! 다치고 싶냐 임마?!"


"...제가 도와드릴 수 있으니까요!"


"...너...!"


"오호라... 먹잇감이 제발로? 후후... 넌 귀여우니까 조금만 맛만 볼게! 아하핫!"


꿈틀거리며 바닥을 따라 번개처럼 달려드는 다크 슬라임. 그 순간, 소년의 지팡이가 푸른 빛을 뿜었다.


"키로시스!"


(파직-!)


"읏...! 마법?! 마법을 쓰는 인간이라니..."


"...뭔진 모르겠지만, 최소한 시야 방해 정도는 된 것 같군. 뭐냐? 꼬맹아."


"...이게... 그냥 넘어가려고 했더니... 이 건방진 수컷 녀석! 아주 온몸을 방귀로 뒤덮어버리고 엉엉 울때까지 쥐어...짜...버리...겠...!"


(뚜둑... 우두두둑...)


"...으...으으윽...! 몸이 말을...!"


밝은 보랏빛에서 탁한 보랏빛으로 몸이 바뀌며, 더 이상 자유로운 움직임이 불가능해진 다크 슬라임. 당황하며 몸을 비트는 그녀를 본 헬라는, 로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봐 꼬마야. 저거... 어떻게 한 거야? 무슨 마법이지?"


"키로시스... 라고 제가 이름 붙인 마법이에요. 마땅히 이름은 없는 마법이긴 한데... 원래는 제 몸을 단단하게 만들거나 해서 방어력을 높이는 그런 용도로 쓰이는데, 슬라임 계열 마물에게는 완전 쥐약인가봐요. 경질화되어서 움직이지 못하니..."


"...그런 느낌이로군. 푸훗... 잘했다. 꼬마야."


"...헬라 누나. 그럼... 제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뭔데? 로이."


"...저 슬라임... 죽이진 말아주세요. 도감에 등록해야 하니까..."


"누구를 피도 눈물도 없는 미친 사냥개로 보네. 야. 내가 죽이는 건 목표로 삼은 고깃덩이, 즉 야생동물들 뿐이라고. 이 짜샤."


"에헤헤... 역시 누나도 본성은 정말 곱네요."


"...닥쳐. 난 잠시 스트레스좀 풀려고 하니까."


타오르는 불꽃 때문인지, 타오르는 마음 때문인지, 더욱 붉어진 뺨을 가리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헬라. 로이는, 메카니르에게 다가가서 깨끗한 바닥에 앉았다.


"형. 성공했어요."


"대단한데? 어린 나이임에도 결단력이 있구나. 자, 그럼 우리는 조금 기다리도록 할까?"


"그래야죠."




(저벅... 탁...)


"어이. 물컹거리는 콧물같은 새끼야. ...아, 이제 굳었으니 코딱지인가?"


"으...으윽... 이거... 풀어...! 이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찬 바보 암캐야!"


"지금 자기 처지가 어떤 상황인지 실감이 나질 않는가본데...!"


(우직!)


손도끼를 휘둘러 순식간에 근처의 나무줄기를 단번에 베어버린 헬라. 그 모습에, 그만 겁을 먹고 딸꾹질을 해버리는 다크 슬라임이었다.


"ㅎ...히이... 딸꾹... 으으아..."


"걱정하진 마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단지..."


"다...단지...?"


"슬라임 코어만 직접적으로 타격당하지 않으면 고통이라고 느낄 것도 없지? 경질화되어도?"


"아...아으으... 그...그게에..."


(꽈아아아악...!)


"히...히이이익...!"


"...몇 대만 이 언니한테 맞자!"


"우...우으아아앙! 살려주세요!"


안 촉촉한 슬라임의 촉촉하기 그지없는 애처로운 소리가, 마계의 하늘에 울려퍼졌다.




"후아~ 속이 다 시원하네!"


"후...흐아아... 흐윽... 히끄윽... 무서워..."


온 몸에 주먹 자국이 남은, 반쯤 경질화된 슬라임을 질질 끌고와 둘 앞에 툭 던져버리는 헬라.


"여어. 신입 받아라."


(철퍽-)


"흐윽... 무서워... 성질 더러...흐윽... 으...흐으윽..."


"그만 징징 짜! 닥치라고!"


"으...으윽! 흐아아앙! 자... 잘못했어요! 으흐아아아아앙! 언니 죄송해요오! 흐으으아아아아앙!"


"...좀 심했나?"


목놓아 울어버리는 슬라임 소녀의 앞에서 조금은 죄책감을 느끼는 헬라. 마물의 생태에 대해 제법 알고 있는 로이는 자신이 아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아픔을 느끼는 건 아닐거에요. 단지... 너무 무섭다고 생각해서 완전 패닉에 빠진 것 같은데..."


"...염병 지랄. 고작 이 정도 가지고... 흥. 상관없어. 이게 내 장점이다. 고작 이런거로 겁이나 먹는 약해빠진 마물들은, 그리고 인간 남자들은... 나도 맘에 안들어."


어쩐지 쓸쓸한 듯, 근처의 나무둥치에 털썩 주저앉은 헬라. 한편, 메카니르와 로이는 겁을 먹은 슬라임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히이익! 오지마! 무서워! 으...으아아앙! 엄마! 흐아아아아앙!"


여전히 패닉에 빠진 슬라임은 울고불며 도망치려 했고, 로이는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


"...미안해요. 저... 이렇게까지 무섭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나... 죽이려는 거 아냐? 정말?"


"...우리가 자네를 어째서 죽이겠나. 밤하늘엔 이미 별이 충분히 많다네. 그런 곳에 자네를 굳이 올려보낼 필요는 없지. 그렇지 않나?"


"후...후아아아앙! 나도 미안...미안해...! 처음부터 덮치려고 해서... 정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히끄윽..."


울먹이는 그녀가 진정할 수 있도록 달래준 뒤, 그녀의 경질화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둘이었다.




"좀 움직일만한가?"


"...응."


"...저... 그럼 슬라임 누나. 물어볼 게 있어요."


"...나? 뭔데? ...그리고 이름으로 불러줄래? 난... 플레마라고 해."


"...플레마 누나? 그럼... 누나에 대해 좀 알려줄래요?"


"...에에엣?! 가...갑자기?! 그... 그치만..."


"오해하지 말아주게나. 우리는 이 세상을 떠도는 학자들이고..."


"네... 그리고..."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는 메카니르와 로이.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듣던 플레마는, 괜히 오해를 했다는 듯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웃는 표정을 하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하하... 그렇구나. 그럼... 응. 알려줄테니까 잘 적어봐?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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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슬라임 - Dark Slime]


[속 : 슬라임 / 형 : 반액상생물(마기침식)]


[서식지 : 마계의 평원, 늪지 등]


[식성 : 인간 남성의 정액, 땀, 타액 등을 선호하나, 인간이 먹는 평범한 음식이나 마계의 열매, 풀 등도 섭취함]


[성격 : 색을 밝힘, 단순한 어린아이같은 면이 있으나, 때때로 영민한 면모를 보이기도 함]




마계 각지에 서식하는 보라빛 신체를 가진 슬라임의 상위 종. 마계에 감도는 서큐버스의 마력을 몸에 깊이 담고 있어, 일반적인 슬라임보다 더욱 강한 힘과 지능, 그리고 타오르는 뜨거운 색욕과 범접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그녀들의 몸 속에는 슬라임코어라는 특수한 핵에 가까운 구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뇌, 혹은 중추신경에 비교할 수 있는 이 슬라임코어는, 그녀들로 하여금 다른 슬라임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고도의 사고와 마력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그녀들은 인간 남성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덮쳐들어, 점착성이 높은 부정형의 신체로 꽁꽁 싸매 움직임을 막고, 성교하는 형태로 남성의 성기를 집어삼켜 정액 등을 섭취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슬라임들에 비해 확연히 높은 적극성, 그리고 흉포성을 보인다. 또한, 신체에 쌓아둔 마력을 이용하여 유혹의 마법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내의 일부를 아주 조금 때어낸 뒤, 그 안에 '특수한 조치'를 취함으로서 남성에게 또 다른 매혹의 마법을 걸어온다.




우선, 그녀들은 슬라임 코어에 내재된 서큐버스의 마력을 끌어낸 뒤, 이를 이용해 인간, 혹은 다른 마물들이 가지고 있는 소화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액체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 과정은 남성의 성기가 닿지 않는 먼 곳에서 이루어져 남성이 휘말리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리고, 그 소화액을 흉내낸 액체를 이용해 평상시에 이것저것 섭취해 두었던 음식을 빠르게 소화시킨다. 소화된 음식물은, 그녀의 몸을 구성하는 점액질 속의 미생물이 다시 한번 더 분해하여, 그녀들에게 활력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 부산물로 뿜어낸 가스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체내에 쌓이게 되고, 필요 여하에 따라 그 지독하고도 쿰쿰한 악취를 풍기는 가스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렇다. 슬라임 소녀들도 방귀를 뀔 수 있는 것이다.




슬라임의 대부분은 식욕이나 성욕에 의해 남성들을 덮치지만, 서큐버스의 마기에 상당한 침식을 받은 다크 슬라임들은 그뿐만이 아닌 '쾌락' 의 목적을 위해서도 남성들을 덮치곤 한다. 본능에 의해서 정기를 착정하는 것이 아닌, 자유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수없이 많은 쾌락을 남성들에게 줄 뿐만 아니라, 순식간에 체위를 바꿔 남성들의 쥬지를 맞댄 부분에 항문과도 같은 기관을 만들어 낸 뒤, 압축해두었던 가스를 추잡스럽게, 힘차게 뿜어내며 수컷들의 머릿속을 방귀로 가득가득 채워버리기에, 그들은 보통의 슬라임 이상의 정기를 그녀들에게 바치게 될 것이다.




다크 슬라임들은 인간 여성을 자신과 같은 다크 슬라임으로 변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 변화는 서큐버스나 뱀파이어 등의 마물이 인간을 자신과 같은 종으로 변화시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그녀들은 인간의 여성을 발견하면 그녀들의 전신을 이용하여 여성들을 감싸안는다. 슬라임의 채엑이 감싸인 여성은 온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끊임없는 쾌락의 격류에 휘말리게 되며, 전신이 마치 녹아내리듯 무너지다 이내 자줏빛 슬라임이 되어간다. 쾌락에 의해 의식이 완전히 녹아내린 뒤, 그녀들의 몸에는 슬라임코어가 생겨난다. 그 슬라임코어는 인간이었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체를 만들어 새로운 다크슬라임이 된다. 그렇게 새로이 다크슬라임으로 거듭난 그녀들은, 몸 속에 남아있는 필요없는 부산물들을 모조리 소화시키고 다시 분해하여, 곧바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를 갖게 되고, 그만큼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대량의 냄새나는 가스를 몸에 품게 된다. 하지만, 아직 슬라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들은 아직 가스를 몸에 담는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만들어지는 족족, 생전 그녀들의 몸을 본 따 만들어진 육신의 항문을 통해 몸 밖으로 뿜어내게 되는데, 이때 추잡하고 역겨운, 지저분하고 너절한 파열음을 발생시키며 터져나오는 가스는 슬라임들의 전신을 자극하며, 특히 항문과 생식기 부근에 강한 자극을 주며 그녀들에게 행복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 그러한 쾌락을 제대로 맛 본 다크 슬라임들일수록, 수없이 많은 음식을 먹어치워 방귀를 만드는 행위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었던 때의 지식, 기억이 남아있지만, 그와 동시에 다크슬라임에게 받은 쾌락에 의해 몸도 마음도 녹아내린 그녀들은, 인간의 상식이나 사고가 아닌, 성적인 쾌락과 사랑하는 남성과 하루종일 정을 나누며 항문을 통해 추저분한 방귀를 마구 뿜어내는 것 만을 생각하는, 그런 다크 슬라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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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같은 슬라임들은... 응. 다크 슬라임들은 여기 가슴의 슬라임코어가 큰 약점이라서... 여기는 자극에 진짜 민감하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미약을 맞은 것 같은 엄청난 쾌락에 몸을 바르르 떨게 될 거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통제력을 잃은 몸뚱아리는 몸 속에 품어두었던 가스들을 모조리 뿜어내게 될 것이에요. 으응... 그러면 남편님들은 기절을 하게 될 거고? 저희도 쾌락에 쩔어서... 으흥..."


쑥스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아대는 플레마. 그리고, 메카니르는 으레 그렇듯 그녀의 악취를 측정하려는 듯 했다.


"그런가. 그 냄새의 성분을 좀 분석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나."


"...에? 그 말은... 지...진심이야?"


"그렇다네. 마물들의 악취를 비교하는 데 자네가 도움을 좀 주었으면 하네."


"그래. 그것만 해주면 그냥 곱게 보내줄테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그리고 아까 전에는 좀 많이 쎄게 때린 것 같았는데... 괜찮아?"


"스...슬라임은 통증 같은거 안 느껴요... 그냥 무서워서 그랬지... 그리고... 우으... 여...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방귀를... 뀌는 건 너무 부끄러워서..."


우물쭈물하는 플레마. 그 모습을 본 헬라는, 메카니르에게 무어라 귓속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메카니르는 품 속에서 작은 장치를 꺼내 로이에게 건냈다.


"로이. 이것 좀 받아줄래?"


"이게 뭔데요?"


"코에 부착할 수 있는 간단한 측정기야. 자. 이렇게."


"우와... 숨 쉬기 힘들 줄 알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네요?"


"그치. ...자, 그럼 우리는 자리를 좀 피해서 있을게."


"...에? 에에?"


당황하는 로이. 하지만 메카니르는 그저 태평했다.


"남들 앞에서 뀌는 게 부끄럽다고 하니... 너 혼자 측정하면 되는 거 아닐까 싶어서 말이야. 어때, 동의하나?"


"...그...금방 끝내고 이 꼬맹이도 돌려보내줄게!"


"...아...우아아... 저... 방귀로 기절해버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 로이, 화이팅해라. 잘 하고 오면 누나가 좋은 거 줄테니까! 짜샤!"


그 말을 마치며 웃음지은 헬라는, 메카니르와 함께 멀찌감치 떨어져 섰다. 그리고...


"우...우헤헤... 귀엽고 착하고 순둥순둥한 꼬맹이... 너 이름이 로이라고 했지? 푸후훗..."


"저...그게... 으..."


(꾸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륵... 꾸구구구구구구구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아... 가스를 풀고 모아... 우후후... 여기 코에다가 뀌면 되겠네? 우후후... 누나의 냄새가 얼마나 강한 지... 한번 맡아보렴?"


"으아아... 저... 저기이...!"


뿟뿌부락! 뿌부루푸푸부루루부푸푸루루루루부푸루루루루루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으...응크읏...!"


순식간에 소년의 여린 코와 입을 갈갈이 찢어버리는 통증을 선사하며 소년의 온 몸에 침투하는 지독한 방귀. 아찔하고도 지독한, 끔찍하기 그지없는 냄새가 코를 거칠게 물어뜯자, 소년은 절로 헛구역질이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귀 또한 결국은 암컷 마물의 페로몬이 가득 섞인 진한 미약과도 같은 사랑의 가스였고, 소년의 쥬지는 저절로 딱딱해져, 커다랗게 일어났다.


"...후우아... 얼굴에 방구뀌는거 조하아... 우리 꼬맹이 로이... 화이팅~"


"아...아ㅎ..."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푸푸푸프르르르르릇-!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악!


소년의 가녀린 신음소리는, 철퍽거리는 점액질의 슬라임 엉덩이 사이에서, 구역질나는 액체를 머금은 가스 폭탄이 터져나오는 무시무시한 파열음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참으로 마계에 어울리는 마경이었다.




------------------------------------------------------------------------------------------------ 4장, 다크 슬라임 편 [END]




"...고생 많았다. 로이."


"...후에에... 제가 무슨 공기필터냐구요... 콜록! 콜록콜록!"


"야. 그래도 누나가 너한테 찐~한 포상도 줬잖아. 안그래?"


"언제부터 방귀뀌면서 착정하는게 포상이였냐구요... 콜록콜록!"


"뭐 임마. 그래서 싫어?"


"그... 그건 아니긴 한데... 헤헤..."


"풋... 웃기는."


"후후... 따뜻한 모습이구려. 둘 다."


"어이 형씨, 웃을 줄도 알았어?"


"...그러게. 감정이라는 걸 잃어버린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방랑시인이 감정을 잊어버리면 어쩌자는거야? 무슨 시 뽑아주는 오토마톤도 아니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게 우울한 소리는 그만 하고, 어서 걷기나 하자고! 로이 너도 힘내고!"


"네! 누나!"


힘을 내서 씩씩하게 걷는 로이를 보며, 헬라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귀여움을 느꼈다. 그렇게, 헬라가 그의 발걸음에 맞춰 조금 느리게 걸으려는 순간, 메카니르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뭐지? ...어째서 불빛이..."


"이런 곳에 산불이 날 이유는 없는데... 형씨, 제대로 본 거 맞아?"


"저기. 저기를 한번 봐봐라."


"...진짜잖아. 저 불은... 아니, 불만 있는 게 아냐. 자세히 더 보면..."


"...마을인가. 군락처럼 보이기도 하고..."


"에? 이런 곳에 마을이..."


"의외로 흔하다. 주로 아크임프를 우두머리로 한 임프들이 군락을 이루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지. 마을과 아주 가까운 곳에 말이야."


"그렇군요... 이건 처음 안 사실이에요."


"나도 처음이로군. 흠... 데이터를 갱신해야겠어."


그리고, 메카니르는 군락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본 헬라는 당연히 그를 뜯어말렸다.


"야! 임프들 습성 몰라? 너같은 남자만 보면 다들 발정이 나가지고 덮치겠다고 덤벼들거라고!"


"대가 없는 성과는 없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어이구... 그럼 얘라도 여기 두고 가."


"아... 저도 책에다 편찬할..."


"이러니까 수컷 놈들이 단명하네 마네 하지. 이 등신들... 비켜! 누님이 안내할..."


"...!"


"에? 다들 왜..."


"엎드려!"


(팍-!)


"...우왓?!"


(쉬이익-! 찌직!찍!)


"...바...박쥐?! 저렇게 커다란..."


"...하... 꼴보기 싫은 상판떼기가 나왔군."


"무례하군. 그게 감히 이 나에게 할 말인가? 집 지키는 강아지 주제에."


"지랄. 닭장냄새 풀풀 풍기는 년이 말이 많아? 야, 너같은 년은 와인도 아니고 식초야. 알아? 이 흡혈파리같은년아! 왜 시비를 걸고 지랄이야?!"


"...흥. 무식한 덴 약도 없다더니... 돌아가라는 경고다. 여긴 네놈들에겐 너무 버거운 곳이니."


(찌지직! 찌익-! 찍! 화아아악-!)


수없이 많은 박쥐의 무리가 흩어지더니, 그 안에서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요염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하? 내가 너같은 모기란테 그런 같잖은 소리를 들어야 하나?


"열등하고 허접한 피조물들 같으니..."


'내가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른 우주의 피조물에게 말이지...'


조용히 그 말을 곱씹다 피식 웃어버린 메카니르.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들었지만, 막상 메카니르의 기분은 전혀 나쁘지 않은 듯 했다.


...마치, 발 밑의 벌레가 인간을 향해 위협하듯 양 팔을 치들어봤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것 처럼.


"좆물 빨아마시기엔 콧대도 존나게 높으시고 모가지도 너무 뻣뻣하셔서 겨우 피나 찔끔 빨아먹고 다니는 모기년들한테 듣고픈 말은 아니란 말이지? ...하긴, 뱀프모스키드 녀석들은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지, 너네는 농담도 몰라서 재미까지 존나게 없다고. 알아? 뷰지에 거미줄친년아?"


"이...이익...! 저 배 긁어주고 뼈다귀 던져주면 좋아 죽는 똥개새끼가?! ...그러고 보니... 네년, 헬라였군? 푸훗... 아하하! 잔혹한 사냥개라는 이명이 무색하게 저번에 인간 친마물국가 근처 숲에 사냥나갔다가 거기로 약초 채집 온 인간들한테 매운 음식 얻어먹고 바닥 뒹굴거리면서 굴렀다던게 너였군? 아핫... 아하하! 너 같은 게 사냥개...푸하핫!"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씨발아?! 내 비밀을 알았으니 살아서는 못 갈줄 알아라!"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손도끼와 앞발톱을 세우는, 불타는 눈의 헬라를 보며 로이는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 메카니르에게 말을 걸었다.


"...메카니르 형. 저 비밀을 들어버린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예가 아닌 것은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않으면 된다네."


"...그런가용..."




(까앙-! 챙! 투쾅-!)


"...어딜!"


"칫... 힘만 무식하게 센 놈이..."


높은 마력,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괴력의 소유자인 뱀파이어였지만, 분노로 눈이 뒤집혀 전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지옥의 사냥개, 헬라의 적수는 되지 못했던 그녀. 결국,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일단 타개하기 위해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잠시 실례."


"...뭐냐?! 인간! 당장 저리 꺼져!"


"잠시 이야기 좀 할까? 마물 도감에 싣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긱... 놓으...라...니깐...! 무슨... 무슨 인간이...?! 너... 인큐버스냐?!"


"글쎄. 나에게서 마력이 느껴지는가?"


"...너... 너 정체가 대체 뭐야?!"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던 중, 번개처럼 날아온 헬라가 씩 웃으며 그녀의 목을 잡고 바닥에 쳐박고 그대로 짓눌러버렸다.


"잡았다! 이 박쥐새끼!"


(퍼억! 철퍼덕!)


"끄으윽...! 이 천한 개자식이..."


"...흥. 잘난 척 오지게 하더니만 너도 결국은 한 마리 마물이었군. 안그러냐?"


(꽈악...)


"아...아아앗! 아야! 그 더러운 뒷발 치워라! 사냥개!"


"난 사냥개가 아니야. 헬라라고. 이제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냐? 뒷방 늙은이? 어디 망령이라도 들렸냐?"


"으윽... 제길...!"


"마음 풀게. 부디... 나쁜 의도로 그러려는 건 아니었다네."


"그럼 이 미친 똥개새끼부터 치워!"


"...미안하네만... 헬라."


"쳇. 별 수 없지. 아, 대신 부탁이 있으니까."


"부탁?"


"너는 충분히 강하지만, 저 아이는 그렇지 못해. 그러니... 내가 먼저 저 녀석과 함께 저기 임프 군락 부근으로 이동하겠어. 걱정 마. 천천히 쉬면서 갈 거니까,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해. 난 이 모가지 빳빳한 모기새끼하고 같이 더 있을 자신이 없으니까."


"이해했다네. 그럼..."


그제서야 바닥에 쓰러진 뱀파이어의 손목에서 발을 치우고, 로이에게로 다가가는 헬라.


"어이, 꼬맹이. 그만 떨고 일어나."


"우...우에에..."


"짜식... 코볼트마냥 바닥에서 그러고 있긴... 자, 누님한테 업혀. 천천히 둘이 이야기나 나누면서 저기 임프 군락으로 가자고."


"네에... 누나... 헤헤... 그리고 고마워요."


"고마워? 그럼..."


(꾸루루루루룰... 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누나?"


"아까부터 좀... 육포를 많이 주워먹었더니 또 신호가 살살 온단 말이지... 후후... 야, 이제 슬슬 냄새 다 빠졌지? 이 누님이 다시 마킹해줄테니까, 어디 한번 잘 버텨보라고? 우리 로이. 푸훗..."


"아...아히이...♥"




그렇게, 고생길 아닌 고생길이 열려버린 소년을 뒤로 하고, 뱀파이어를 일으켜 세워 근처 나무둥치에 앉힌 뒤, 그 앞에 앉는 메카니르.


"조금 어둡군. 불을 좀 피워도 되겠나?"


"그러던가. ...근데 무슨 재주로?"


"이런 재주로. ...좌표 지정, 구성 원소 변경."


[치직- 화르르륵...!]


"...?!"


"...소소한 재주라네. 세상을 떠도는 방랑시인에게 꼭 필요한 불 피우는 재주지."


"마력도 없고...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는데... 너, 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인간이라... 후후..."


"...칫."


인간조차 아닌 메카니르를 눈앞에 둔 뱀파이어는, 자신이 어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한참 고등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잠시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그래. 바라는 게 뭐야?"


"자네의 정보."


"뭐?"


"뱀파이어라는 종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 식생, 식습관, 성격, 특징, 무엇이든간에 말일세. 도감을 편찬 중이거든."


"도감 편찬? ...학자였나?"


"뭐, 그렇다고 볼 수 있다네. 누구 말마따나, 아직까지도 마물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던가 하는 잘못된 정보를 진실마냥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많지 않던가. 조금은 그들의 눈을 뜨게 해 주고 싶다네."


"...취향도 참 특이하군. 인간들이란... 아니... 넌 인간도 아니잖아. 니가 뭔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푸훗... 그럼, 자네가 내게 협력해주는 것을 기대해도 되겠나?"


"...허락하지. 단, 따라와라. 이곳에서는 말을 할 수도 없거니와... 오늘이 바로..."


"오늘? 특별한 날인가?"


"...그건 말하지 않겠어. 아무튼... 아, 혹시 날 수 있나?"


"그 정도야. ...비행 구조체 가동."


[후우웅...]


"...진짜 뭐하는 놈인지 감도 안잡히네... 따라와라."


박쥐로 변해 어둠 속을 날아가는 뱀파이어를 쫓아가는 메카니르였다.




(파밧... 탁-!)


"...도착했군. 어이, 잘 따라오고 있었나? ...응? 이거 어디갔어?"


"고풍스러운 고성이로군."


"...어느새... 에휴. 아니다. 들어와라."


(끼익...)


고풍스러운 고성의 안으로 발을 들이는 둘. 뱀파이어가 로비로 들어선 순간, 구두 굽이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사복을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등장했다.


"주인님? 다녀오셨습니까? 뒤의 분은..."


"반갑습니다. 별을 길잡이 삼아 세상을 떠도는, 이름 없는 학자이자 시인이라고 합니다."


"손님이시군요. ...별일이군요. 주인님께서 손님을..."


"아만트. 괜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손님을 위한 방을 준비해. 아, 그리고 너... 오늘은 내가 따로 준비한 식사가 있거든?"


"...네? 저를 위한..."


"...손님 방 준비를 마치면, 20분 이내로 식사를 마치고 내 방에서 기다려. 알았어?"


"네. 주인님."


자리를 뜨는 그녀의 종이자 집사, 아만트. 그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간을 하등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가? 굳이 그런 하찮은 종자를 데리고 살 이유가 있는가."


"함부로 말하지 마라. 떠돌이. ...인간은 하등한 존재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존재에게 감정을 품지 않을 이유는 없어."


"뱀파이어의 특징, 솔직하지 못하다. 메모..."


"...윽... 입 다물고 따라오기나 해!"


성질을 부리며 위로 올라가는 뱀파이어의 뒤를 따르는 메카니르였다.




(끼익...)


"..."


"뭐하나?"


"...서재의 책들이 아름답군. 마치 금방이라도 자신의 속을 활짝 열어, 황홀한 달빛 아래에서 활자를 내비치며 지혜로운 앙상블을 연주하려는 듯..."


"...그러냐. 아무튼 앉아봐라. 그래. 어떤 식으로 내 자신을 서술하면 되는 거지?"


"여기. 이런 식으로..."


"흠... 나 말고 다른 마물들도 만났던 건가. 헬하운드... 벨제바브... 게이저... 후우...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리고, 내가 뭐 숨긴다 싶으면 떠나지도 않을 거지?"


"잘 아는군. 득심술인가?"


"...누가 봐도 그럴 것 같으니까. 아무튼,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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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 Vampire]


[속 : 서큐버스 / 형 : 언데드]


[서식지 : 마계]


[식성 : 인간 남성의 혈액 -> 사랑하는 남편의 정액과 혈액]


[성격 : 드세고 거만함. 고집불통]




마계 등지에 서식하는, 높은 마력과 외모로는 짐작할 수 없는 괴력을 지닌 상위마족.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어둠에 몸을 숨긴 채로 순식간에 사냥감을 덮친다.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것에 프라이드가 매우 높으며, 스스로를 귀족이라 칭하며 인간들은 하등한 존재로 업신여기고 있다.




그녀들 또한 서큐버스속에 속하는 마물이기에 인간 남성의 정기를 양분으로 삼지만, 서큐버스와는 달리 성교가 아닌 흡혈을 통해서 정기를 얻는다. 흡혈행위를 할 때, 그 때 그녀들의 타액에 의해 소량의 마력이 흘러들어가며, 그 때문인지 남성과 뱀파이어 모두 이 행위에서 아픔이 아닌 쾌락을 얻게 된다. 또한, 인간 남성의 혈액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미식임과 동시에, 미약과 같은 성적 흥분과 남성을 향한 뜨거운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흥분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자존심 높고 도도한 그녀들에게 있어서 같은 마물이 아닌 하등한 인간과의 성행위는 '지극히 불결한 것' 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타오르는 성욕을 억누르기 일쑤였다. 대부분의 뱀파이어가 그리 하지만, 소수의 뱀파이어는 자존감이고 프라이드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인간과 맹렬하게 교미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극히 소수라 관측되지 않아 현재는 신빙성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게 성욕을 억누르는 그녀들의 몸에는 기묘한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강한 마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서큐버스는 서큐버스. 성욕이 들끓고 애욕과 사랑이 마음 속에 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하고도 본능적인 감정들을 오로지 '자존감' 이라는 것 하나로 억누르며 지내는 그녀들의 몸에서는 마력 역전 (가칭, 아직 규명되지 않음) 이 일어나게 된다. 이 경우, 몸 속에서 소화를 돕던 마력들이 폭주를 일으켜 대량의 가스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몸의 근육을 정밀하게 통제하게 도와주는 마력들이 기능을 거의 정지하여, 힘이 매우 약해지고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괄약근을 조이는 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 경우, 뱀파이어들은 그 고고하고 도도한, 프라이드 높은 모습이 완전히 망가져버린 방귀대장 소녀들이 되어버린다.




재밌게도, 그녀들은 마음에 드는 남성을 식료 겸 하인이자 집사로써 집으로 데리고 와 일을 시킨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뱀파이어의 황홀하고도 아름다운 모습, 고압적인 면 속에 감춰진 순수함과 소녀스러움, 말로는 냉정하게 굴어도 막상 인간이 일을 하다 다치면 지극정성으로 보호하며 다 나을 때 까지 사냥이나 흡혈도 잠시 미뤄두는 그런 따스한 모습에 감화되어, 본래 자신을 납치한, 두렵고도 싫은 그녀들을 점차 사랑하게 되고, 이내 주인이 아닌 반려가 되고 싶다는 상상까지 하게 만들며, 이내 그녀들로 음란한 상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런 남성들에게 있어서는, 뱀파이어가 힘을 잃고 침대를 뒹굴며, 성욕의 근간인 여성적인 호르몬과 암컷의 페로몬이 뒤섞여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력제 역할을 하는 방귀를 통제불능으로 쏟아내며 부끄러워하는 장면은, 수컷인 인간의 모든 본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한 마리의 암컷이 된 뱀파이어를 덮쳐버리라는 무언의 메세지로 인식되게 된다. 물론, 이 일이 끝난 뒤에는, 부끄러움과 쑥스러움, 그리고 하등한 인간에게 덮쳐졌다는 수치심 때문에 통제를 참지 못한 예비 남편인 집사들에게 꾸중을 하며 역정을 내곤 하지만, 거친 호흡과 함께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다...다음에는 이러지 말... 아니... 조심하거라!' 라는 지극히 어설픈 거짓말로 자신들의 의중을 숨겨서 전달한다고.




그렇게 인간들에게 덮쳐지는 과정에서, 마력의 주입과 교환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두어 차례만 이런 경험을 해도, 남성들은 눈에 띄게 신체가 건장해지고, 아내가 될 뱀파이어들을 더욱 귀엽다고 느끼게 되며, 스태미너가 눈에 띄게 오르게 되기도 한다. 즉, 몸에 너무나 강대한 마력이 쌓여버린 나머지, 인간에서 인큐버스로의 변화를 겪는 것이다. 더군더나, 그 강대한 뱀파이어의 남편이 되었으니, 뱀파이어의 완전맞춤형 남편이 된 그들은 더 이상 뱀파이어들에게 있어서 하등한 인간이 아닌, 동등한 관계의 마물인 인큐버스가 되었기에, 태도를 완전히 바꿔 억제해왔던 성욕을 미친듯이 발산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미 그녀들은 이전에 방귀를 뀌며 경험했던 해방감과 황홀함, 그리고 신경이 집중된 항문을 미친듯이 자극하며 지나가는 뜨거운 열풍의 흐름이 가져다주는 쾌락에 너무나 익숙해진 몸이 되어, 인큐버스가 된 그녀들의 남편을 유혹할 때도 더 이상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그녀들은 인간이 먹는다는 스테이크, 고구마, 빵, 콩, 계란 등의 식료를 한껏 먹어치운 뒤, 마력을 이용해 소화를 극단적으로 가속화시켜, 배 안을 가스로 가득 차게 만든다. 그리고, 잘 익은 과실처럼 먹음직스러운 인큐버스가 된 남성을 자신의 처소로 부른 뒤, 옷을 벗고는 몸을 닦아달라고 애교를 부리며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다른 부탁을 한다. 당연스럽게도 그 부탁을 단칼에 수락한 남성이 자신에게 접근해 엉덩이 부근에 몸을 가져다 대면, 그때서야 참아왔던 가스를 힘차게 뿜어낸다. 그 지독한 가스의 폭탄 속에서, 자신을 유혹이라도 하는 것 같은 달큰한 암컷의 발정 냄새를 맡은 남성들은 쥬지를 여느 때 보다도 크게 키우게 되고, 곧이어 쏟아지는 뱀파이어의 애교 섞인 사과, 그리고 자신을 향해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며 자신을 벌하고 범해달라는 듯 다리를 벌리고, 방귀를 뿍뿍거리는 그녀들을 본 순간 이미 남편들의 이성은 날아간 지 오래다. 그렇게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끈적하고 더럽고 지저분하게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다. 거의 영원에 가까운 순간을 살아가며, 영원에 가까운 악취에 파묻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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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인간 여성을 덮치는 뱀파이어도 있다. 동성애적 관점이 아닌, 귀족의 자질을 알아본 우리가 뱀파이어가 될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는 것이지. 후후..."


"그리고 우리 주인님은 약점도 조금 있죠. 가령, 담수에 닿는 것 만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것 같은 쾌락을 느끼고, 햇빛 아래에서는 힘도 못쓰시죠. 그리고 마늘을 접하시면..."


"아...아만트?! 너... 언제 여기...아...하으...읏..."


"...주인님, 음식에... 마력을 담아두셨으면 언질이라도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저번처럼... 제가... 방귀쟁이가 된 주인님을 덮치기라도 해야 합니까...? 후우..."


메카니르는, 어느새 자신들 곁에 다가와, 자신의 주인, 뱀파이어를 벽으로 밀어붙인 뒤, 자신의 껄떡이는 남근을 꺼내 주인에게 과시하듯 보여주는 집사 아만트를 보고는, 이것이 인큐버스구나. 하고 느꼈다.


"...더는 참을 수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정말...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목욕을 하시고 나오시는 나신의 주인님을 볼 때마다... 무방비하게 속옷도 걸치지 않으시고 알몸으로 주무시는 주인님을 볼 때 마다... 방귀가 기분좋다며 고기와 계란 요리를 잔뜩 먹어치우고 제 이름을 부르며 방 안에서 방귀뀌며 자위하는 주인님을 봤을 땐 제 손가락까지 물어뜯으며 겨우 참았단 말입니다...!"


"아...후우... 우후후... 나의 충직한 종... 아니... 사랑스러운 서방님... 이제 더는 참을 필요가 없게 되었네...? 내가 준비성이 정말 철저해서 다행이네... 우...웃...!"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루루룩!


자신의 엉덩이 쪽에 손을 가져다 댄 뱀파이어는, 그 손에 방귀를 모아, 자신을 금방이라도 덮치려는 집사에게 손에 머금은 방귀를 화악 뿌렸다.


"...응크읏...!"


"후후... 어때...? 흥분되지...? 금방이라도 덮쳐버리고 싶지...? 자... 달링... 내 사랑... 이제 우리 사이의 장벽은 아무것도 없으니... 욕망에 솔지...이이이익...?!"


(즈푸욱-! 찌걱...!)


"끄...흐으으읏...! 너... 너무 빠르자...나하앗...!"


"더는... 더는 못참는다고요... 주인님...! 이렇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방귀쟁이를 눈앞에 두고... 더 참으라니...!"


"아...하으아아아앗...! 너어... 마... 마늘은 왜 머것...서어...! 나아... 마늘 냄새라도 맡으며...언... 아읏...!"


뿌륵! 뿍부룩! 부부부루룱! 뿌룩! 뿌푸풁! 뿌웃! 뿝! 뿌브득! 뿌르르륵!


"히...힘도 못저허... 나... 나하앗... 머리가 새하...얘앳...! 아아읏... 내가 준비했구나아... 생가...해보니이..."


"머리가 새하얘...지긴...! 노란...색으로... 물드는거겠지...! 이 바보 변태 방귀쟁이 주인님!"


'...마늘에 이런 부작용이 있었군. 좋아. 정보는 충분히 다 얻었어. ...더는 이들을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


"...좋은 정보를 얻고 가는구려.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길."


"그...그흐래애앳...! 어서 가... 앗...! 나... 나도 가버...려엇...!"


뿌루루루루룩! 뿌아아아아아악! 뿌봐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더럽고 천박하고 추잡한 방귀의 파괴적인 소리를 뒤로 하고, 허공을 날아 로이와 헬라에게로 신속히 이동하는 메카니르였다.




------------------------------------------------------------------------------------------------ 5장, 뱀파이어 편 [END]




한편, 먼저 출발한 헬라와 로이는, 임프들의 군락 안의 손님 접객용 텐트에서, 따끈한 차를 한 잔 하며 쉬고 있었다.


"인간이다앙..."


"인간... 귀엽네에..."


"어디어디? 우와... 어린 인간하고... 마물 누나인가봐..."


"둘이 무슨 사이래? 귀엽다아..."


물론, 쉬는 동안에도 창문 밖에 모인 임프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순 없었지만.


"...어... 이런 대접도 나쁘진 않네요."


"(후루룩...) 그러게. 이 따스한 차... 아크임프의 마력이 담겨있군. 넌 너무 마시지 마라. 발정날 수도 있으니."


"네에에..."


(끼이익...)


"아, 오래 기다렸지? 거기 인간하고... 헬하운드 아가씨?"


"기왕이면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한다. 이 꼬맹이는 로이. 난 헬라라고."


"그래그래. 자, 어서 여기 앉아.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다고 그래서?"


"뭐긴, 조사지. 아, 조사는 이 녀석 일이고. 나는 얘 보디가드 정도고. 경호비로는 정기를 받고 있다. 그렇지, 우리 로이?"


"아...아히잇... 마...맞아요... 저... 아... 그러니까... 아크임프, 맞으시죠? 저... 이런 식으로 조사를..."


쭈뼛거리며, 지금껏 조사한 마물들의 자료가 정리된 사전의 일부를 건네는 로이. 보통은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임프들이고, 거기에 힘만 조금 더 강해진 것이 아크임프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앞에 앉은 이 아크임프는, 성인 학자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 군락이 다른 임프들의 군락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신사적이고 정중하며, 동시에 아주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아주 강하고 현명한 아크임프 덕이었다.


"그래... 후후, 마물들에게도 이런저런 변화가 생기기도 할 뿐 아니라, 굳이 그런 것이 아니라도 언제나 정보의 변동은 일어날 수 있기에, 사전을 최신화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 좋아. 인간. 우리 애들 정보부터 제공해주지. 그리고 내 정보를 제공해주겠어. 어때?"


"아... 너무 좋아요! 헤헤..."


"...야. 그렇게 좋냐? 헤벌쭉하게 웃긴..."


"...어머, 헬라... 혹시 질투?"


"지...질투같은 소리 하네! 뒤지고 싶냐?!"


"우훗... 우후후훗... 꼬마야, 넌... 헬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네에?! 가...갑자기요? 그... 그야..."


"솔직하게 말해주렴."


"그리고 단어 선택 잘해라. 앙?"


"...저... 단어 선택... 그... 귀엽다...고..."


"...귀여워?"


"...뭐? 내가?! 이... 이게 눈깔이 쳐 삐었나...!"


"저...저렇게 솔직하시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엽고... 예쁘고... 눈매도 날카로워서 멋지고... 힘도 강해서 막 의지가 되고... 야성미가 가득 남아있어서 너무 좋고.. 털털하게 대해주셔서 고맙고... 그리고... 그리고... 우으... 모르겠어요... 그냥... 누나만 보고 있으면 저도 마음이 언제부턴가 두근거려서..."


"푸훗... 우후후훗... 헬라라고 했지? 부럽네~?"


"허...헛소리 그만하고 정보나 제공해!"


괜히 본인이 화를 버럭 내며,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기 위해 휙 돌아앉아버리는 헬라. 한편 로이는, 괜히 화를 돋군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이내 미친듯이 붕붕거리며 흔들리는 그녀의 꼬리를 보고, 내심 안도했다고.


"저... 그럼 정보를 주시는건가요?"


"그럼. 자. 잘 받아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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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프 - Imp]


[속 : 임프 / 형 : 악마]


[서식지 : 마계]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계란과 콩, 고기 등의 고단백의 인간의 식품들]


[성격 : 단순무식, 제멋대로]




마계에 서식하는 하급 소악마. 최근엔 마왕의 영향으로 서큐버스와 같은 모습으로 거듭나, 인간의 정기를 식료로 삼고 있다. 어려보이는 겉모습만큼이나 성격도 실제로 단순무식하고 생각이 짧은 어린이같지만, 그 작은 몸집과는 반대로 매우, 개체마다 다르지만 심한 개체는 서큐버스 그 이상으로 호색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매우 충실하고 욕망에는 더더욱 충실한 그녀들은 인간을 덮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또한, 집단으로 행동하며 군락을 이루고 살아가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마력이 강한 아크임프를 우두머리로 정하고 그녀를 따르기도 하며, 그렇게 움직여 인간 남성들에게 찰싹 달라붙어 그들을 범하기도 한다. 임프 한 마리 한 마리의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기에, 인간들이 도망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이전부터 먹어뒀던 고단백 식품이 만들어 낸 지독한 방귀가스를 살포해 도망칠 의지를 꺾어버린 뒤, 방귀냄새가 자욱해진 평원 위에서 남성의 정기를 흡정하며 속을 채운다고 한다.




임프라는 하급 마물의 특성상, 일반적인 마물보다 마력의 함량이 낮아 수컷을 매료시키는 정도는 다른 마물에 비해 조금 부족하지만, 그 부족한 농도를 집단 생활을 하는 특성으로 완벽하게 보충해내며, 그 수많은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인간 수컷을 향해 대량의 기체를 분사하는 그 음탕한 모습은 그 어느 무엇보다도 폭력적으로 음탕하고, 파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그렇게 수십 명의 방귀의 악취에 둘러싸인 인간들은, 좀처럼 그 황홀한 경험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성격이 단순한 하급 마물이기 때문에, 마녀, 혹은 남성 마법사들의 사역마가 되기도 한다. 계약을 통해 마력으로 연결된 주종관계를 갖게 된 그들은, 남성이 임프에게 정기를 제공하고, 그에 맞춰 임프들은 그들에게 힘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기를 제공하는 경우, 임프의 마력이 주인인 인간의 마력보다 많아져버리게 된다. 이런 경우, 계약을 맺은 이들의 주종관계에서 역전이 일어나버려, 인간이 도리어 그녀들의 사역마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그녀들은 아직 하급 악마로서 마력을 다루는 것이 그렇게 능숙하지 않아, 사역마 시절에는 인간에게 정기를 받으면서 온 몸이 쾌락으로 힘이 풀려버려 진득하고 뜨거운, 축축하고 너절한 방귀를 미처 몸에 다 품지 못한 마력과 함께 뿜어내버리고, 주종관계가 역전 된 뒤에는 원할 때 마다 그녀들의 남편이 된 마법사들에게서 정기를 받아가기 위해, 그들을 유혹하며 달라붙을 때, 더욱 그들을 흥분시키기 위해 축축하고 찐득한, 역겹고 토악질나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고도 사랑스러운 방귀를 교태롭게 몸을 배배 꼬며 이리저리 뀌어대고는 한다. 두 경우 모두, 사랑스러운 임프의 방귀 범벅이 되어버린 남자는, 있는 힘껏 그녀들과 교감하며 정기를 가져다 바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의 애교와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행복하게. 모든 것을 함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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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가끔, 나같은 방대한 마력을 소유한 아크임프라고 불리는 임프가 있지. 겉모습, 사고는... 솔직히 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이지만, 규격에서 벗어난 엄청난 마력, 힘, 그리고..."


(구루루루루룩... 꾸르르르르르르륵...)


"...성욕과... 가스를 가지고 살아가지. 우훗... 후후훗... 우린, 서큐버스 이상의 유혹마법과 성기술을 겸비한... 아주 위험한 존재들이란다?"


뿟푸흐스스스슷...


"우욱..."


"구린내가 나나 보구나, 우리 꼬마? 아차... 이름이 로이라고 했지? 흐응... 로이... 누나가 요즘 인간 정기를 못 먹은지 오래라... 후후... 요즘은 여기로 모험가들도 안 다니고 말이지."


(스륵... 탁-)


"거기까지. 얘는 더 이상 건들지 마라. 고생은 충분히 한 녀석이야."


아크임프를 막아서는 헬라. 그녀의 눈은 묘한 불로 가득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진정한 속마음을 안 아크임프는 헬라를 놀리느라 신이 났다.


"어머... 헬라? 소유욕? 정복욕? 아니면... 사랑?"


"...안 닥쳐? 난... 단지 이 녀석이 잘못되는 게 싫은 것 뿐이니까."


"흐흥... 그럼 이렇게 할까? 이 아이의 몸에서... 너의 냄새가 섞인 유황 방귀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난단 말이지. 한번 겨뤄볼까? 우리 둘이 함께... 꾸룩꾸룩하던 방귀를 뿌뿌 하고 나면... 이 아이의 몸에 누구 냄새가 더 진하게 남아 있을지?"


"...해 보나 마나잖아. 삼시세끼 고기에 계란에 단백질이란 단백질은 다 집어먹는 내 방귀가 훨씬 독할걸?"


"우후훗... 그럼 난 양으로 승부를 봐야겠네? 하루종일 고구마랑 콩만 재배해먹고, 소세지나 햄까지 먹으며 인간 정기로 아랫도리를 달래며 즐거워하는 아크임프의 뱃속엔 방귀가 얼마나 가득할~까?"


"우...으아... 누... 누나들... 가... 갑자기 왜 이런 쪽으로 승부욕이 붙은 거에요...?"


"쉬잇... 꼬마야. 지금부터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지... 그저 조용히 기대하는 것 뿐이란다."


"이게... 순박한 척은... 흥...! 야, 로이. 좆대가리 세워. 이 누님의 악취로 범벅을 만들어줄테니!"


다시 바지를 벗어버리는 헬하운드, 헬라. 그리고 음란한 뒷구멍을 드러내보이며 옷가지를 모두 벗어버리는 아크임프. 그 둘의 모습에, 로이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릴 뻔 했다.


"어이, 꼬맹이 로이. 이 누님의 진짜 냄새는 맡아본 적 없지?"


"후후... 1분 30초간 쉬지 않고 뀌는 방귀는 어떨까요...?"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룩... 꽈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아...아히이...♥"


"...나온다... 흐응...!"


"읏... 나도... 응...!"



뿟부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붑!


뿌롸라라라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부뷔비비리리리리리리리릭!


황홀한 공포심 속에서 떨던 소년에게, 이내 고통스러운 쾌락의 열풍이 불어닥쳤다.




------------------------------------------------------------------------------------------------ 6장, 임프 편 [END]




"...그래서 지금 애가 이 모양이다?"


"...며...면목 없습니다..."


"...미안..."


"아...히잇... 방구 조아... 헬라 누나... 아크임프 누나아..."


백탁액을 힘차게 흩뿌리며, 성대하게 가버린 뒤에도 그녀들의 방귀 세례는 지속되었다. 그렇게 로이가 성대하게 자지즙을 뿜으며 가버리던 순간, 뱀파이어를 조사하고 난 뒤에 그들을 찾아 도달한 메카니르는 그 광경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메카니르는 그녀들이 로이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그 추잡한 짓을 하는지 잠자코 지켜본 결과, 무려 38분 49초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고.


"...그... 그치만! 이 헬하운드가 틱틱거리면서 이 애를 독차지하려고...!"


"뭐래냐 이 씨발?! 야! 얘는 여관에서부터 나랑 함께해온 귀여운 인남이라고! 누구한테도... 양보 못해!"


"꼭 자기 것이 확실한것처럼 말하네? 저기요 헬라 씨, 아직 결혼 이야기도 안 나온 사이 아닌가? 으응?!"


"당장 오늘이라도 할 수 있는 사소한 걸 가지고 트집 잡지 마! 내 냄새로 범벅이 된 인간이니까, 내 서방님이라고!"


"하~! 정말 딱 강아지 수준의 지능이네!"


"이 싸가지없는 임프따리가...!"


"그만!"


(콰광! 쩌저적-!)


"...히익..."


"...칫..."


둘을 중재하기 위해, 발을 한 번 구르며 주의를 집중시키는 메카니르. 다만, 워낙 세게 발을 굴렀던 탓일까, 그가 발을 구른 자리엔 큼직한 발자국과 균열이 생겨있었다.


"우와... 저 인간 힘 진~짜 쎄다!"


"멋져 멋져!"


"헤에..."


물론, 임프들은 그 위협적인 행동조차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듯 했지만.


"...일단 잠시 로이좀 보지. ...음. 어디..."


(우웅... 드드드드...)


"탐색... 정신 정화작업 시행. 세부 프로토콜, 오염물 면역 성분 생성."


(치이이잉...)


"...우앗! ...여긴..."


"정신이 드나, 로이?"


"아... 메카니르 형! 그리고... 아크임프 누나? 헬라 누나? 저... 기절했었나요?"


"그랬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 나나?"


"아... 기억 나긴 하는데..."


그리고, 열심히 자신의 몸 곳곳의 냄새를 맡는 로이. 이내 소년은, 헬라를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으음... 누나의 방구냄새가 엄청 진하게 나요. 뭐라고 할까... 방귀 시합에서 이긴 거죠? 역시 우리 누나가 더 방귀쟁ㅇ...우븝!"


"제발 쪽팔리니까 어디 가선 이런 말 하지 말자? 응?!"


"네에에..."


실랑이를 벌이는 둘. 그리고 아크임프는, 조금 아쉬운 듯 피식 웃으며 둘의 애정행각에 가까워진 실랑이를 바라보았다.


"아쉽네. 푸후훗... 그 짧은 기간 사이에 유대감이 이렇게나 싹틀 수 있군."


"...그래도 누나도 금방 좋은 남자를 찾을거에요. 누나도 예쁘고... 음. 일단 양이 진짜... 으... 엄청..."


"푸훗... 아하하! 그래? 흐응... 참, 나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를 안 했지?"


"아크임프... 임프랑 확연히 다른 개체죠?"


"그렇지. 음... 예를 들어보자. 생 달걀하고... 삶은 달걀하고. 같지만, 그 차이가 있지?"


"...네!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은데요?"


"푸훗... 좋아. 그러면... 으흠흠! 내 소개를 할 테니, 잘 적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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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 임프 - Arch Imp]


[속 : 임프 / 형 : 악마]


[서식지 : 마계]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계란과 콩, 고기 등의 고단백의 인간의 식품들]


[성격 : 단순무식, 제멋대로]




자그마한 체구, 그러나 그 안에 공포스러울 정도로 방대한 마력을 지닌 임프의 돌연변이 아종. 거듭되는 성교로 마력을 쌓고 정기를 쌓은 임프가 돌연변이하거나, 힘을 지닌 마술사나 용자, 혹은 그런 강한 이들을 부모로 둔 경우 선천적으로 아크임프로 태어나기도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모습 자체는 임프와 닮았지만, 날개와 꼬리 색이 연하고, 머리카락의 일부가 마력을 받아 변질되어 아름다운 순백의 빛을 띈다.




참고로, 이 모습은 마왕과 그 자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며, 이는 그만큼 마왕에 가까운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대다수의 아크임프들은 스스로가 자신이 아크임프라고는 자각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나, 소수의 경우, 자신의 안에 내재된 마력을 깨우칠 정도의 고지능을 보유한 아크임프들이 있는 듯 하다.




그녀들의 주무기는 매혹 마법이다. 물론, 당연히 그 매혹 마법의 매개체는 '방귀' 로써 기능한다. 약간의 최면을 곁들인 마력으로 남자를 끌어들인 뒤, 그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쯤, 번개처럼 날아올라 그들의 안면에 자신의 둔부를 가져다 댄 뒤, 곧바로 미친듯이 썩은내를 풍기는, 폭발적인 악취의 대폭발을 일으켜 그들에게 좀처럼 씻을 수 없는 강대하고도 악취나는 마력을 집어넣어, 곧바로 그들을 매혹 상태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음란한 매혹 마술에 걸린 그들은 그녀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게 되어, 그녀들이 방귀를 뀌어대며 앙탈을 부리고, 애교를 부리며 성관계를 조를 때 마다, 그녀들의 아랫배가 큥큥 울리도록 굉장한 기세로 성관계를 하여, 뱃속 가득 들어찬 매혹의 방귀가 미친듯이 뿜어져나오는 상황을 조성한다.




재밌는 사실은, 이 매혹 마술은 그녀들이 의식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을 유혹할 때, 본능적으로 무의식 중에 쓰기에, 전혀 자각이 없다.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아무튼, 이는 남성이 자신이 마술에 걸리는 것 조차 모르고 그녀들의 악취를 맡으며, 더욱 많은 방귀냄새를 맡기 위해 그녀들의 항문을 시도때도 없이 애무하고, 그럴 때 마다 애교를 부리며 야한 짓을 졸라오며 응석을 부리는 그녀들에게 계속해서 함락되어, 더욱 격렬하고 격렬한 성관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몸도 마음도, 그리고 성적 취향도, 그녀들의 완벽한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그녀들이 몸을 어루만져주기만 해도 그들의 육신은 서서히 달아오를 것이며, 치마와 속옷을 벗어던지고 엉덩이를 부드럽게 내비친 뒤, 좌우로 그 아담한 엉덩이를 씰룩이는 것을 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그들의 남근은 매우 빳빳하게 솟아올라 그녀들과 즐겁고 지저분한 놀이를 할 준비를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 상태의 수컷들은, 그녀들이 엉덩이를 쥬지에 착 가져다 댄 뒤, 살짝살짝 봄바럼처럼 움직이며, 이내 '방귀냄새 맡고 내 안에 싸줘~♥' 라는 말을 하며 진한 방귀를 뀌면, 그 순간 바로 그녀들에게 정기를 내뿜을 것이다.




또한, 마술사의 사역마로 소환되는 것들은 대부분 임프지만, 간혹 아크임프가 그 청을 수락해 소환이 되기도 한다. 물론, 임프로 알고 주종 계약을 채택한 견습 마법사들에게는, 곧바로 마력 역전을 통해 주종역전이 일어나 반대로 아크임프들의 사역마가 되어, 계속해서 그녀들의 썩은 계란 악취를 풍기는 방귀를 맡으며 그녀들에게 정기를 제공하며, 평생을 그렇게 행복하고, 기쁘고, 지저분하게 살아가는 나날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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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사실, 우리같은 아크임프는, 아주 대량의 마력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인 임프 친구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곤 해. 가령... 후훗... 인간 여성을 마물로 바꾸는 일이라던가, 혹은..."


(따악-)


"어...어어...?! 마... 마력이...! 흐아아앗... 흐기이잇?!"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마력이 로이에게로 흘려들어갔다. 헬라는 이게 무슨 짓이냐며 이를 들어내려 했지만, 아크임프는 그녀의 걱정을 종식시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했다.


"아, 걱정하지 마. 후후... 너에게 약간의 신체 강화와 스태미너, 지구력 강화를 가했을 뿐이니까. 아무튼, 아크임프가 무엇을 할 수 있냐면... 푸후훗..."


"...자지...?"


"에헤에... 꼬오추..."


"우...우와아... 이... 임프가 얼추... 열... 열 다섯...?"


"으응... 후훗... 광역 최면 및 세뇌라고 할까? 원래 다른 임프들도 하지만, 다들 무의식 중에만 찔끔찔끔 나오는지라,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고. 하지만, 여기에 지성이 끼얹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순식간에 로이를 둘러싼 수많은 임프들. 곧이어, 소년의 쥬지에 무언가 기묘하게 생긴 커다란 호리병 모양의 마도구가 씌워졌다. 당황한 로이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순간, 아크임프는 씩 웃으며 소년에게 말했다.


"우후훗... 맨 입으로 정보만 주면 이 천하의 아크임프님이 손해를 보는 것이란 말이지? 자... 우리 애들 스트레스도 풀 겸... 후후... 이 방귀냄새를 맡고 잔뜩 이 안에 싸버려! 푸후훗... 여러분은 잠시 지켜보기만 해주겠어요? 금방 끝난답니다~"


"누...누나...? 그... 그게..."


(구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륵... 꼬로로로로로라라라라락!)


"아아... 방구가 뿌우뿌뿌... 나올 거 같아아..."


"나두나두... 우웅... 으으응...!"


"사...살려ㅈ..."


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푸푸푸르르브르르르드드드드드득!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다다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다다다다당! 뿌욱! 뿌푸푸푸푸루루루루루르르륵! 뿌우우우웃! 뿌푸푸부부부부부부부부붑! 북따닥따닥따닥!


"크....크으으읍...! 응흐으으읍!"


사방에서 폭풍처럼 휘몰아닥치는 임프들의 지독한 방귀 세례. 타오르는 유황의 악취가 코를 타고 올라와 뇌를 뒤흔들고, 입을 타고 속으로 들어가 폐와 호흡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아찔하고도 어지러운 감각이 계속해서 들게 했다.


"계속 나와하아... 아앙... 우리 임프 대장님이 또 장난으을..."


"에헤에... 기분 조호은 장나안... 뿌~뿌 하는 장난 조하아..."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뷔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픗! 뿌프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부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뽀-르삐립!


어디를 둘러보아도 탈출구는 없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의 악취, 코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입으로 숨을 쉬면 혀 끝이 저릿거리고, 입 안의 침과 방귀가스가 만나 싯누런 똥물을 만들어내고 있었기에, 소년은 입으로 숨을 쉬는 것 조차도 거의 고역에 가까운 듯 괴로워하며, 아주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으...크으읏...! 아아...윽...!"


"기절하려고 하네, 로이? 후후... 안돼~!"


(치치이잉-! 팟-!)


로이의 머리 부근에 떠오른 하나의 문장, 의식을 강제로 유지하는 정신계 주술이라는 것을 깨달은 로이는, 그저 입만 뻐끔거리며...


뿌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드득! 뿌보바라라라라라라라락!


뷰퓨뷰르르릇-! 뷰르르릇-! 뷰류루루룻!


"하아... 꼬맹이가 신나게 싸고 있어어..."


"멋진 정기... 에헤헤... 얼른 숙성시켰다가 다 같이 먹자아... 흐으응...!"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아아악!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이 눈앞에 휘몰아치는 방귀를 맡으며...


"우...후우웃...!"


뷰뷰르르릇-! 뷰릇! 뷰퓨퓨퓨류루룻! 뷰르르르릇... 뷰릇... 뷰우웃...!


...그녀들이 섭취할 신선한 정기를, 있는 힘껏 내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곧이어, 마치 소년에게 종언을 고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나도 나올 것 같네... 거의 다 모았으니 이제 나도 조금...후훗..."


"잠시 실례, 이래뵈도 얘는 내 거란 말이거든? 아무튼 내 남자라고. 아무튼. 그러니까 나도 내 냄새좀 묻혀줘야겠어. ...마지막 사정이라고?"


"우후훗... 마지막 사정은 다시... 아까 전 처럼... 우후훗..."


"우...으아... 저... 이건 진짜 힘든...데...!"


"그래도... 씩씩한 아이처럼 버텨보라...고...! 으응...!"


"하으읏... 나온다아...!"


뿟부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붑! 뿌부부르프프프프드드프프프프프프르르륵! 부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롸라라라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부뷔비비리리리리리리리릭! 뿨버러러러러러러러럭!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욱뿍루루룩! 북따닥따닥따닥!


"ㅇ...으크읏... 흐아아아... 눈나아아앗...! 아히이이이이잇...♥"


그렇게 소년의 의식이, 다시 한번 물 속으로 까무룩 가라앉듯 서서히 꺼져갔다. 지옥같은 황홀경 속에서, 소년은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달콤하고도 지독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 7장, 아크 임프 편 [END]





"...흐웨에에에... 우엑! 으엥...? 여긴... 어우으... 아직도 머리가..."


"미안하다. 나... 조금 질투해버려서."


"...질투요?"


"...응. 임프들이 너한테 방귀뀌고... 너는 그 앞에서 한심하게 좆물이나 찍찍 싸는데... 너무 화가 났어. 저게 다 내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헬라 누나..."


"...웃기지? ...생각해보면 너랑 나는, 겨우 여관에서 만난, 며칠 되지도 않은 인연 아니냐. ...진짜 한없이 짧은데... 이상하게 너는... 너랑은..."


"...저도에요. 누나. ...저, 원래 항상...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누나는... 모르겠어요. 저... 실은, 헬하운드는 모두 다 성격이 나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전 이제 그게 부끄럽게 생각이 들 정도에요. 누나. 그리고 또... 그... 단순한 여행 동료가 아니라...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은..."


"...로이..."


"헬라 누나..."


애틋한 대화를 나누던 둘. 그러다가 문득, 로이는 정신을 차리고 그제서야 질문을 했다.


"...아! 그래서 여기가 어디죠? 메카니르 씨는..."


"난 여깄다네. ...그래. 둘 다 솔직해지니 훨씬 보기 좋군. 참... 후후..."


"...아하... 근데 우린... 어디로 가고 있죠?"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마물에게로."


"...에에? 우리가 찾아가는..."


"응. 너 기절한 사이 뭔 일이 있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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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이 정도 분량이라면... 우후훗... 한동안 잘 쓰겠어. 하아... 수컷의 정기..."


"...그러냐? 그럼 다행이네. 이제 얘는 눈독들이지 마라?"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는 헬라.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는, 눈, 코, 입, 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방귀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 같은, 짙은 암갈색 방귀구름에 둘러쌓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맑은 물을 고장난 물총마냥 아랫도리로 찔끔거리며 흘리는 로이가 있었다.


"우후훗... 정말 잘 놀았어. 아 참, 너희 혹시... 마계 중심부 도시로 가는 길? 그 명록마계로?"


"명...록?"


처음 듣는 정보를 접한 메카니르. 그게 무엇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를 보며, 두 여인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하는 표정을 하고 바라보았다.


"...뭐야, 형씨? 명록마계가 뭔지 몰라? 하긴, 모를 법도 하지. 생기기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었으니까."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걸 모르는건 좀 그런데? 은근 세상 물정에 어두운 분이셨구나?"


"냅둬. 산 속에 몇년 넘게 짱박혀있다가 엊그제 내려왔다잖아. ...맞나? 내가 맞게 기억하고 있나?"


"그렇다네. 헌데... 명록 마계가 무엇인지..."


메카니르는, 그녀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었다. 이런 어둡고 음험한, 보랏빛 땅과 짙은 남색의 하늘이라는 일반적인 마계가 아닌, 태양이 내리쬐는 푸른 하늘에, 일반적인 지역과 다를 바 없는 부드러운 토양까지. 약간의 마기만 제외한다면 인간들이 사는 지상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흥미롭군. 그래서 밝고 푸른 마계라고 부르는 것인가."


"그렇지. 인간들도 마계에 많이 온 지라, 자연스럽게 명록마계는 마계의 중심지가 되기 시작했어. 너희가 향하는 목적지도 예외는 아니지."


"그렇군...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네."


"거의? 글쎄. 한 일주일은 더 걸어야 할 텐데."


"...지금도 충분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허 참..."


권능을 다시 써야 하나 고민하던 메카니르. 하지만, 곧 아크임프는 그들에게 작은 종이에 마력을 담아 내밀었다.


"우후후... 걱정하지 마. 양질의 정기를 받아갔으니... 여기. 내 보답이야."


"뭐냐? 이 종이쪼가리는."


"그냥 종이가 아냐. 너희를 도와줄 한 여인이 있는곳으로... 우훗... 안내하는 길잡이지. 자! 그럼 어서들 가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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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헤..."


"근데 이거 대체 어디를 가리키는 종이야?"


종이에 새겨지는 마력의 자취를 따라 걸음을 걷는 셋. 사기를 당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들의 앞에 야트막한 샛길이 나타났고, 곧이어 그 샛길의 안쪽으로 작은 통나무 오두막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라? 갑자기 길이... 우으... 조금 음산한데..."


"...흠... 쫄았어? 자...! 그럼 누나랑 같이 가자고. 손 잡고. 어이 형씨, 앞장서겠어?"


"그러지. 잘 따라오게."


"ㄴ...네헤엣..."


어느새 제법 깊은 사이가 된 둘. 그렇게 둘은 서로 꼭 붙어, 메카니르의 뒤를 따라 걸어들어갔다.




(부스럭... 부스럭...)


"굉장히 우거진 숲길이네... 아, 다 왔군!"


(끼익...)


그렇게 셋이 숲길을 헤치고 도달한 순간, 나무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매혹적인 반나체의 여인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걸어나왔다.


"아하암... 손님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무려 셋이나 왔네...? ...어머... 귀여운 꼬마... 푸훗... 우리 달링이 어렸을때 생각나네... 그리고 헬하운... 어머, 헬라 아냐? 아~ 오랜만이야!"


"...설마... 저번에 여관에서 사고쳤던 그... 야, 너 소냐야?!"


"에이~! 사고가 아니지! 마도학과 미약학의 발전을 추구하다가 생긴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한거지~ 아무튼 반가워! 헬라!"


"...소냐. 대체 어떤 사소한 해프닝이 마물들이 거의 하루종일 방구만 쳐 뀌게 만드냐? 너 때문에 그날 사냥도 못하고 진짜..."


"후훗... 쏘~리? 우후후훗..."


요염하게 웃으며 방문객들과 잡담을 나누던 그녀는, 이내 저들이 무슨 이유로 방문했는지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을까?"


"...아... 저기 그... 우리한테 도움을 줄 거라고... 저기서 만났던 아크임프 씨가..."


"참... 귀찮게 맨날 나한테만 떠민다니까? 자, 다들 들어와. 티타임이라도 가지면서 이야기하자구?"


(끼이익...)




(끼이익... 쿵-)


"아, 여보, 그새 어딜 나갔다 왔어?"


"응. 우리 자기. 후훗..."


"응? ...손님들이 오셨네?"


"응. 부탁을 받고 맡은 손님들이라서. 인사해. 우리 남편이야."


"반갑소. 세상을 떠도는 학자이자 여행자, 모험가이자 방랑시인인 메카니르라고 하오."


"저... 안녕하세요? 저는 학회에서 마계의 마물을 조사하기 위해 온 로이 하트위그라고 해요. 로이라고 불러주세요."


"...헬라다. 보다시피 헬하운드고, 사냥꾼이지."


"아. 반가워요. 뭐라도 드시겠어요?"


"...아. 됐어. 이상하게... 킁... 무슨 역겨운 냄새가 나서 식욕이 절로 떨어지는군. 왜 그런지 진짜 궁금하네, 소냐?"


"어머나... 글~쎄? 아마..."


부루르르르르르르르륵! 뿌푸푸루루루루루룳!


"...하아... 이것 때문이려나? 우후훗..."


"...우욱..."


"어머... 미안하네. 우리 꼬마 손님에게는 너무 강한 냄새려나?"


"...괘...괜찮... 이제 슬슬 익숙해져서..."


"어디... 푸후훗... 그러게, 정말 수많은 마물들에게 방귀세례를 당하고 왔구나?"


"그... 그건 어떻게?"


"후훗... 블랙 메이지의 마력을 얕보면 안되지? 우후훗... 아, 미안하지만 한방 더..."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푸우우우웃!


"으그...윽..."


"야. 애 숨 못쉬겠다!"


"후후... 헬라가 수컷 걱정을? 어~머~나~?"


"아 좀 닥쳐!"


냄새 때문에 괴로운 듯 휘청거리며 의자에 털썩 앉는 로이, 그리고 그의 곁에 앉아 소년을 도와주는 헬라. 그렇게, 악취에 적응이 필요한 둘을 대신하여, 메카니르는 로이의 공책과 펜을 들고 다크 메이지 소냐와 그녀의 남편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조금 도움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킁... 독하지도 않나보네. 무슨... (뿌루루룩! 뿌두두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아아앙!) ...하아... 도움?"


"실은..."


자신들의 사정을 설명하는 메카니르.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소냐의 엉덩이는 조용히 할 줄을 몰랐다. 메카니르가 말을 하는 1분 30초 사이에 9번 가까이 되는 지독한 방귀를 뀌어댄 소냐는, 조금은 즐거운 듯 웃는 표정이었다. 가히 귀를 찢고, 코 점막을 불사르고, 머리를 멍하게 만들고, 모든 감각을 괴롭게 하는 악취였지만, 메카니르는 그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했다.


"그렇구나~? 어머... 오늘은 좀 바쁘겠네. 너희를 도와줄 술식도 미리 마법진에 넣어둬야 하고... 가스도 빼야 하고... 그리고... 으응...! (뿌루루루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뽜라라라라라라라락!) 하아... 우리 남편... 푸훗... 여기 발정난 우리 남편님 자지에서 좆물도 뷰웃븃 뽑아줘야 하고... 자기소개도 해야 하고..."


그렇게 말하며 씩 웃던 소냐는, 이내 남편의 바지를 휙 벗겨린 뒤,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쥬지에 마력을 담아 부드럽게 문지르더니 한 손으로는 배를 문지르며 가스를 모았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우훗... 다 말해줄게. 대신, 냄새가 아주 독할테니 코 잘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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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메이지 - Dark Mage]


[속 : 마인 / 형 : 마인]


[서식지 : 마계, 삼림, 늪지 등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곳]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계란과 콩, 고기 등의 고단백의 인간의 식품들]


[성격 : 굉장히 호색함, 자유분방하며 제멋대로]




높은 마력을 지닌 마인. 그 높은 마력을 자유롭게 운용하여 다양한 마술을 부릴 수 있다.




자주 사바트 소속의 마녀들과 혼동되고는 하지만, 사바트의 수령인에 의해 마녀가 된 그녀들과는 달리, 블랙 메이지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타락해 마물이 된 케이스들이며, 그렇기에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과 향락을 위해 마술을 사용하며, 그렇기에 성격 또한 방탕하고 향락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성격이다.




평소에는 사람 없는 삼림, 혹은 늪지 안쪽에 거주하고 있으며, 사람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나, 한번 모습을 드러내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마음껏 마력을 부릴 것이다. 자유분방한 성적 지향을 가진 그녀들은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인간 남성을 찾아 마물의 욕망대로 행동한다. 그를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갖가지 마술을 이용하여 남성을 농락하는데, 가령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하여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끌어들인다거나, 검은 고양이로 보이게 하는 환술을 걸어 남성을 아무 의심 없이 끌어들인다거나, 아예 남성이 사는 마을을 암흑 마계로 만들어버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이나 강대한 마력을 지닌 마물들이다. 물론, 대처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다크 메이지들이 마력을 사용하는 매개체는 바로 '방귀' 이다. 풍만하고 펑퍼짐한 엉덩이를 과시하듯 드러낸 채로, 마력을 끌어모아 씰룩거리며 추잡스러운 방귀를 내뿜으며 주위를 아주 독하고, 중독적인 마력을 담은 유황 기체로 뒤덮는데, 이 가스를 조금이라도 들이마시는 경우 그녀들의 수중에 떨어진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며, 상기한 환술, 혹은 환각도 이 가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신을 숭배하는 반마물국가 등지에서는 기묘한 방귀의 악취를 맡았다면, 더 위험해지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을 권장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매력적이고, 묘한, 중독성 있는 가스를 들이마시고자 하는 욕구를 뿌리치기가 극도로 어렵고, 결국 냄새를 마신 남성들은 그 지독한 악취의 근원을 찾으려 들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다크 메이지가 원하는 대로 그녀들의 품으로 안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녀들이 거주하는 숲, 늪지, 마계 외곽 등의 장소에는 그녀들이 짙게 쳐놓은 마술과 결계가 가득해, 들어온 남성은 길을 잃고 반드시 그녀들의 거처로 찾아가거나, 혹은 그녀들의 거쳐를 완전히 지나쳐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출구로 향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남성에게는 그들이 그녀들과의 교미를 더욱더 원하게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최대한의 사랑과 쾌락을 얻을 수 있도록 수많은 마술을 사용하여, 불붙은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교미를 하게 된다. 음란해진 육신은 서로의 열정을 유혹하고, 더욱 더 큼직해진 그녀들의 부드럽고 말랑한 엉덩이는 그 덩칫값을 하겠다는 듯 더욱더 많은 양의 가스를 마치 봇물이 터진 댐처럼 마구 쏟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 지독한 악취를 담은 가스를, 마치 썩은 양파와 마늘 한 무더기를 마계의 진흙탕에서 건져낸 썩은 진창과 섞어 코에 들이붓는 것 같은 악취를 풍기는 방귀를,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고, 토악질이 날 정도로 구리지만 그만큼 더욱더 맡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하는 부패의 방귀를, 어떠한 필터도, 거름망도 없이 받아들이고 마시게 되는 그들은, 그녀들의 방귀를 자신들만을 위한 극상의 정력제로 인식하게 되어, 성기능이 끝도 없이 강화되고, 스태미너도 매우 강해지고 지속력이 높아지며, 끝내는 성욕에 타락한 인큐버스가 되어 끝없이 그들의 아내가 된 다크 메이지들에게 욕정하게 된다.




이렇게 그녀들은 인큐버스가 될 정도로 부정한 성욕에 물든 남성들과 주종 계약을 맺고 자신의 사역마로 삼는다. 그런 경우, 그녀들은 평소 이상으로 단둘이 방에 틀업가히는 일이 많아지고, 욕망대로 사역마이자 남편인 남성과 함께, 끔찍할 정도로 토악질이 나는 악취의 시궁창 구덩이 속에서 사랑을 육체로 나누며, 정을 마시고 문란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녀들은 이런 생활 속에서 마력을 쌓아 마녀로서 힘이 계속해서 강해진다. 그렇게 마녀로서 더 강해지면 그녀들은 더욱 요염해지고, 남편에 대한 욕망과 마술로 인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더 깊고 퇴폐적이게 되며, 더욱더 지독해지게 되고, 더욱 더 강렬하고 구역질나는 방귀를 더욱 더 많이 뿜어내며, 때때로 그 나무를 이용해 만든 작은 오두막집의 나무 틈 사이로 강렬한 열풍이 뿜어져나오며 나무가 조금 부식될 정도로 강렬하고 지독한 방귀를 마구마구 내뿜으며, 남편과 영원토록 행복하게, 뜨거운 정열과 농밀한 황홀경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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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루룩! 뿌푸푸루루루루룩!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읏... 후우...! 하아... 어때, 이 정도면?"


"좋은 정보로군. 이렇게 도감의 한 장이 자네의 손에 의해 쓰여졌소. 그대들에게 참으로 감사를 표하겠소. 고맙소. 소냐. 그리고 남편 분께도 고맙소."


"아하하... 뭘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자... 그럼, 소냐? 준비 다 되었어."


"어머... 어느새 벌써 다 한거야? 우리 자기 최고~!"


수 차례 쥐어짜인 그녀의 남편이었지만, 거의 인큐버스에 가깝게 변한 탓일까,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이, 오히려 엉덩이를 씰룩이며 마력을 모으는 모습을 보고 다시금 쥬지를 세우며 그녀에게 찰싹 달라붙어 은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있지, 손님분들 다 가시면..."


"아응... 우리 자기,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아... 또 나온다, 이건 선물...♥"


뿌르륵!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엉덩이 사이로 손을 가져가, 방귀를 손으로 포집해 남편의 얼굴에 부드럽게 펴 바르듯 분사하는 소냐. 그의 쥬지가 벌떡이며 맑은 물을 한 방울 흘렸다. 그 모습에, 소냐는 더욱 안달이 난 듯 했다.


"자... 어서 와. 명록 마계 도심지의 입구와 연결되는 마력 스크롤이 완성되었으니까. ...응? 그런데 헬라하고 그 아이는?"


"아, 냄새가 너무 심하다고 밖에서 대기중이야."


"우후훗... 엄살쟁이들. 우리 자기도 이렇게 잘 버티고, 손님도 이렇게... 아, 실례... 읏...! (뿌루루루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하아... 잘 참는데. 아으... 요즘 홀스타우루스의 우유를 너무 마셔서 그런가... 뱃속이 부글부글 끓네..."


"그리고 아마 도취의 열매도 문제일걸? 가뜩이나 배가 끓어서 방귀가 차오르는데, 취해서 통제도 힘들거고."


"그렇지이... 후후... 아! 잠깐! 도취의 열매는 우리 자기가 나한테 매일 먹이는..."


"하하... 들켰나?"


"...몰라~! 변태! 에잇!"


뿌루르르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부퓌피리리리리릭! 뿌뷔비비빅!


축축하고 끈적한 방귀를 다시금 쏟아내는 소냐와 그것을 황홀하게 받아들이는 남편. 그때, 문이 열리고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헬라가 소리를 질렀다.


(벌컥! 콰당!)


"야! 씨발 그 마력 스크롤인지 뭔지부터 내놓으라고! 속 뒤집어지겠다 이년아!"


"...아차! 내 정신좀 봐~ 우후훗... 쓰는 법은 잘 알지? 여기를 잡고... 이렇게, 이렇게! 이전에도 몇 번 해봤지?"


"아주 잘 알지. 존나게 존나게 잘 아니까 이제 우리는 그만 간다? 로이! 로이! 정신 차려!"


"...삭힌 홍어 냄새... 말린 청어 식초절임... 상어 고기 삭힌거... 그리고 방귀... 마물 누나들 방귀... 헬라 누나 방구..."


"...이건 나중에 내가 정신 차리게 도와주도록 하지. ...후우... 이제 드디어 명록 마계의 도심지로 입성인가."


"그래. 다들 잘 가~! 나중에 또봐~!"


(파직... 파스슷-! 슈와아악-!)


스크롤이 찢어지며 나온 마력이, 세 존재를 감싸안고 한 줄기의 빛무리가 되어, 마계의 중심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소냐는 그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어 준 뒤, 자신의 특별한 '페로몬' 을 기다리고 있을 남편에게 마땅히 봉사해주기 위해, 조용히, 오두막의 문을 닫고 돌아갔다.




------------------------------------------------------------------------------------------------ 8장, 다크 메이지 편 [END]




(슈와아악-!)


"후아... 다들 어지럽지는 않지?"


"흠. 기초적인 방식의 위치 재설정 마법인가. 좌표 수정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겠군. 웨이포인트를 지정해놔야겠어."


"...그래. 형씨는 그렇다 치고. 로이?"


"...우엑! ...으에... 조금 이상한데... 아! 도감 편찬을 하고 있었지!"


"그래. 로이. 자. 도감 편찬은 나중에 내 것과 자네의 것을 맞춰보면서 하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어디 머물만한 장소가..."


"어어~ 조심해요! 거기 셋! 위험합니다!"


(쿠르르릉!)


"응? 저건 뭐지?"


큼직한 돌덩이 하나가 굴러 내려오고 있었다. 귀여운 염소 머리의 모양이 박힌 큼직한 돌덩이는, 통제를 벗어난 광견처럼 미친듯이 울리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굴러오고 있었고, 그 주위에 붉은 모자에 붉은 옷을 입고 지팡이를 든 소녀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돌은 본 헬라는 재빨리 로이를 붙잡고 도망쳤다.


"형씨! 저기 깔리면 진짜 뒤진다고! 저거 사바트 교단에서 만든 퍼밀리어 어쩌구 하는 장치야! 뒤지게 무겁고 크니까 조ㅅ..."


(터엉-)


"...조금 무겁나? 확실히 얼추... 음, 속도와 각도를 따져서 계산해보면... 대충 질량은 1.5톤정도 되려나."


"우...우와아아..."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묵직한 돌덩이의 질주를 끝낸 메카니르. 도시 한복판에 벌어진 그런 믿을 수 없는 일을 인간 남성이 해냈다는 소문은 금새 퍼졌고, 그 돌덩이와 함께 그 자리에 선 메카니르를 보려는 이들로 순간 거리가 복잡해졌다.


"자네들! 괜찮은가!"


그리고, 마침 들려오는 고풍스러운 말투의 앳된 목소리. 음란한 복장에 산양의 뿔을 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달음에 달려온 그녀는, 주위의 상황을 살피며 그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미안하네... 공사를 하다가 그만... 면목 없구만."


"당신도 마물인가요?"


"...나를 모르는가?"


"아, 이 곳이 처음이라 그러합니다. 자네들도 어서 오게."


"이봐 형씨, 진짜 정체가 뭔지 안알려줄거야?"


"형... 대단해요! 우와..."


헬라와 로이가 그의 곁에 섰다. 그리고 로이는, 메카니르의 앞에 선 작은 소녀 모습의 마물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아! 바포메트... 마물님...?"


"그래... 이 아이는 나를 아는구나. 이야기가 빨라지겠어. ...아무튼, 자네가 이 장치를 멈춰세웠다는 사실에 미안함과 감사를 표하네. ...혹여, 내가 도와줄 일이 있는가? 사례 차원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게."


"아, 그럼 묵을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요? 실은 저희가 도감을 편찬하기 위해 나온지라..."


"오호오호... 학자들이었군. 그리고 자네는 사냥꾼처럼 보이고. 좋네. 저 언덕 위에 위치한 우리 교단으로 오게나. 내 자네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해주지."


그렇게, 커다란 돌을 굴리며 언덕을 오르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가 바위를 굴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은 메카니르와 그 일행.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명록마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1막, 암흑 마계 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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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무스 주제로 이런 장편의 글을, 그것도 개인의 욕망을 진짜 존나 꽉꽉 눌러담아서 써본건 존나 처음이네 시발

근데 왜 나 이거 여기다 올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여기다가 올린적 없었는데 왜 착각하고있었지 허찲내....


근데 사람이 아니고 몬무스로 쓰니까 좀 어지럽긴하다 이제 겨우 2편까지만 써놨는데 분량도 좆박고 조절도 좆박고 암튼 다 좆박아버림 나 오또케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