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큰 철재물이 제 갈 길을 잃고 멈췄다는 것을 알리는 둔탁한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오늘과 내일이 교차하는 오전 12시에 갑자기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원채 말썽이 많았던 엘리베이터라 수리하는 모습은 자주 봤었지만 내가 직접 갇힌 것은 처음이라서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엘리베이터 우측에 버튼을 누르는 곳에서 약간 깨진 기계음이 섞여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던 저 여자가 비상벨을 누른 모양이다.


"102동 엘리베이터 4층에서 5층 중간에서 멈췄어요."


차갑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뚝뚝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여자.


"아이고, 일단은 알겠습니다. 지금 시간이 늦어서 안에 꽤 오래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기다려야 될까요?"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2시간 안에는 충분히 구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추가 사고가 없도록 난간 붙잡으시고 가만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경비실과의 통화가 마무리되고, 지시한대로 난간을 붙잡았다. 구조요청을 한 여자도 똑같이 난간을 붙잡고 서로 마주보는 상태가 되었다. (난간은 엘리베이터의 좌측과 우측에 있다.)


 이 곳에서 산지는 10년차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지금 이 엘리베이터에 갇힌 여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높은 하이힐 구두와 타이트하고 겨우 팬티를 가리고 있을 것만 같은 짙은 검정색의 치마 보는이가 다 시원할 거 같은 흰색의 나시. 화룡점정으로 들어갈데는 들어가고 나올 곳은 보기 좋게 나와있는 몸매까지. 얼굴은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서 눈매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저 가리고 있는 부분이 별로일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 자태였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눈 앞에 있자하니 오히려 눈둘곳이 더욱 적어져버렸다. (물론 지금도 휴대폰을 보면서 힐끔힐끔 보고있는게 다이지만 말이다.)


 이런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저 여자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면서 바쁘게 타자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적막한 시간이 한 10분 정도 흐르고, 누군가와의 대화가 끝났는지 바삐 움직이던 손가락은 무언가를 보는 건지 화면을 천천히 스크롤 하고만 있었다. 10분 동안 관찰만 한 거냐고? 난 지금 쇼츠영상을 보는 중이라 그렇게 화면에 집중할 필요가 없다. 원래부터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내 것에 집중하면서도 주변을 살피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다시 10분이 지나고, 슬슬 이렇게 서 있는 것은 지루해질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다해서 마땅한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구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저절로 한숨을 내뱉게 만들었다.

 

 너무 화면만 쳐다봐서 그런지 목이 뻐근한 것 같아 스트레칭 겸 목을 돌리고 있는 와중에 여자에게 시선이 향했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똑바로 서서 화면을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상당히 자세가 굽어져 있었다. 저 여자도 20분 동안이나 같은 자세로 있었을 테니 잠시 몸을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려던 찰나의 순간에



-푸스으으으으읏....-


 어디선가 가스가 새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서서히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단 것이 느껴졌다. 


"ㅇ, 이게 무슨...!!"


 코 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엄청난 냄새에 반사적으로 코를 부여잡았다. 저번주에 버리는 것을 깜빡하고 2주 동안 썩힌 생선을 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냄새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강렬한 냄새였다. 정말 잠깐 맡은 것이었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인지 의문이다.


"무슨 냄새 안 나요....?"


 혹시라도 이게 어떤 가스가 새는 것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앞의 여자에게 물었다. 


"ㄴ,네? 저는 딱히...."


 구조 요청할때도 그렇게 차분하던 목소리가 떨리는 것부터 의심스럽지만, 설마 이게 저 몸에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문 모를 냄새가 퍼진 엘리베이터 안은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도저히 냄새가 빠질 거 같지가 않았다. 숨을 내쉴때마다 코를 강렬하게 찔러대는 구릿한 냄새 때문인지 주변 공기가 누르스름해진 것만 같았다.


타탁


 구두의 굽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아니 엄청난 파열음이 들렸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드드드드드듣!!!-


 동시에 아까와는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의 강렬한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뇌 속의 신경들을 자극했다.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강렬한 냄새에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읍... ㅈ,죄송... 흐으윽!!"


 방금까지만 해도 완벽한 것만 같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배를 부여잡고는 다리가 파들파들 떨리고 있는 한마디로 똥을 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 부루루루루룹... 푸뤄러러러럵 뿌아아아앙!!! 푸리리릿 푸쉬싯 뿌우우우우우우욱!!!!-


 밀폐된 공간안을 가득 매우는 엄청난 방귀와 파열음에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져만 갔다. 어떻게 저 몸에서 이런 냄새와 방귀가 터져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읍... ㅈ,저는 괜찮...."


 그래도 애써 괜찮아 보이려고 했지만, 적어도 몇주는 묵힌 음식물에서 날 법한 냄새는 도저히 의지로는 이겨내기 버거웠다.


"아흐읍...!! ㅈ,죄송한데 아직 ㄷ...더...!!!"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배에서 꾸르륵거리는 용암이 들끓는 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렸다. 도대체 어떤게 나올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저게 나오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만큼은 확실했다.


"하으으윽...!!! ㄴ,나와아아!!!"


 짧은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여자는 허리를 완전히 굽힌채로 방구를 뀌어대기 시작했다


-푸드득 뿌우우웅!!뿌륵 뿌지직 뿌우욱!! 뿌우웅뿡 뿌우우우우웅!!!!! 뿌르륵.. 뿌드득 뿌아앙!! 뿌우욱 뿌르륵 푸르륵 뿌지지직!! 뿡.... 뿌우우우우우웅!!!!! 뿌우우웅 뿡 뿡 뿌우우우우웅!! 뿌직 뿌우우우웅!! 푸르륵 뿌득 뿌우우우우웅!! 뿌르르륵!! 뿌응..!! 프드덕 푸득 프드득!!! 뿌우우우우우웅뿌우우우우우웅 뿌우우웅 뿡 뿡 뿌우우우우웅!!! 뿌우우욱!! 뿌우우우우웅!! 뿌드드득!! 뿌우욱 프드득 푸지지직 뿡 뿌우웅!! 뿌욱 뿡 뿌르응!!! 뿌우웅 뿡 뿌우우우우우우우웅!! 뿌지직 뿌우우우우우웅!!! 뿍 뿌우우우우우웅!! 뿌득 뿌우우우웅!!! 뿌르르륵 뿌륵 뿌우우우우웅!! 뿌득 뿍 뿌우우우우우웅!!! 뿡 뿌우웅!! 뿌드덕 뿌득 뿌욱 뿌우웃!! 뿌우우우우웅!! 뿌웅! 뿡!! 뿡!!! 뿌우우우웅!! 뿌르륵 뿌드덕 뿌득 뿌우우우우우우웅!!!! 뿡 뿌우우웅!! 뿡 뿡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흐으읏.... ㅈ...죄송해요오...."


 여자의 작은 목소리를 끝으로 끝내 나는 기절하고 말았고, 후에 구조하러 출동한 대원들도 이 냄새에 기절하고 말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아침해가 밝고 나서였다.



 처음 써보는거라 정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혹시 맘에 든다면 보고 싶은 소재 댓글로 달아주면 써서 올게. (지적도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