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뭐 마물 나오는 글이 다 그렇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번 편은 '특히 더 호불호가 갈리는 마물' 들이 나옴

일단 접기 기능으로 사진은 가려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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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땅이 너무 질척거려... 불쾌한데, 좀 많이."


"어쩔 수 없지. 이쪽은 늪지거든."


질척거리는 땅을 밟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호가르와 엘로이. 특히 엘로이는, 맨발로 산을 다니는 게 일상이라 당연히 신발을 신지 않고 왔고, 그 덕에 꾸덕한 진흙을 밟으며 연신 짜증을 내는 중이었다. 시리우스 또한, 최대한 피부에 흙이 묻지 않게 조심하며 나아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르는 지오와 니샤, 하루, 지에, 성혁을 비롯한 다른 일행 또한 발걸음이 급격히 느려진 상태였다.


"대체 뭐 어떻게 되먹은 산이길래 중턱에 늪지가 있는건데?"


"글쎄... 하지만,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 몇 년 정도..."


"...갈수록 이해가 안 되는 소리만 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만한 늪지가, 몇 년 만에 생겨요?"


"...그래. 우리도 보면서 어이가 없더라."


산지가 많은 곳에서 온 성혁은, 더욱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하루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흐응... 진짜 믿을 수 없는 급격한 변화네요... 야, 그... 하루. 뭐 짐작 가는 부분이라도 있어? 책에서 뭐 이런 경우 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글쎄에... 나도 이런 급격한 변화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 급격한 변화라고 하는 것도... 후우... 몇십, 몇백 년 단위지... 몇 년 만에 이런 거대한 늪지대가 만들어진다? 이거는 세계의 불가사의에나 올라갈 법한... 하아... 힘들어..."


"나도 이런 변화는 처음 보는 것이다. 우우... 망치에 흙이 묻으면..."


"...이러다가는 너무 오래 걸리겠어요. 더 빨리 가지 않으면..."


"니샤라고 했지? 그건 걱정하지 마. 이 길, 아무리 늦어도 너희가 다니는 그 길보다는 빠르거든."


"그럼 다행인데... 후우... 발이 너무 빠지는 길이네요..."




(질퍽... 질퍽...)


"..."


한편, 선두의 선 우리의 주인공 메카니르. 그는, 발 밑에 가벼운 척력장을 형성하여 흙과 이물을 부드럽게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주위에 도움이 되는 가속장을 켜주는 그였지만, 그럼에도 이 진흙탕은 일반적인 이들에게는 제법 버거운 듯 보였다.


"...행렬이 너무 느리군."


"발이... 너무 푹푹 빠져...요..."


"괜찮나, 지오?"


"괜찮긴 한데... 후우... 다들..."


지오가 말을 할 것도 없이, 엘로이와 니샤, 그리고 호가르, 시리우스 정도의 육체파 마물, 그리고 고된 대장간 일을 견뎌오며 체력을 기른 성혁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극히 지친 상태였고, 특히 조사를 위해 온 하루와 지에가 특히 그러했다.


"...지쳐...요..."


"으윽... 더 걸어야..."


"...안되겠군. 잠깐 쉰다. 10분 정도만 짧게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


메카니르는 진흙더미에 반쯤 잠긴 튼튼하고 커다란, 쓰러진 나무를 번쩍 들어올려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안 지쳐요...?"


"난 괜찮다네."


"...사람 아니신 거 같아... 하아... 좀 쉴까..."


모두가 지친 다리를 부여잡고 쉬는 동안, 메카니르는 그제서야 계속해서 느껴지던 이질감의 존재를 감지하고, 이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흠..."


[치직...]


곧이어 그는, 밖에 있는 다른 신들과 교신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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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당탕!)


"아 좀! 잘 좀 해보라고!"


"에이 썅! 니가 위에서 잘 받아줘야 할 거 아냐!"


"둘다 지랄 그만하고 나와! ...에휴... 응? ...응?! 야! 야! 다들 닥쳐봐!"


그리고, 여전히 소란을 피우며 요란하게 포집기를 설치하는 하르모니아와 판타소스, 그리고 속이 터지는 에르가페. 이번에도, 신의 위엄은 내다버리고 투덜거리는 둘을 보며 복장이 터져나가던 에르가페는, 누군가가 자신들과 교신을 시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둘을 침묵시켰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 둘 또한 교신을 시도하는 존재를 감지해낼 수 있었다.


"교신...?"


"교신? ...아, 메카니르인가."


[이봐, 다들 들리나?]


"아주 잘 들려. 무슨 일?"


[우주 한 구석에... 뭐 이상한 거 없어? 아니, 구석이든 어디든, 어딘가와 연결된 거 말이야.]


"...글쎄? 이건 당사자한테 물어야... 에르가페. 짐작가는 구석이라도?"


"...없어. 없어야만 해. 애초에 이건 다른 우주에서 뭐가 넘어오지 못하게 고립시켜본 우주란 말이야. 자체 자원만으로 영구적인 우주의 존속이 가능하도록 미묘한 부분을 파고들어서 완벽하게 닫힌 계로 만들어 적용했던거고."


[그래? 에르가페. 하지만... 여기, 좌표를 보내줄테니 그 쪽을 봐봐.]


"...으응?!"


에르가페는 깜짝 놀랐다. 주위가 녹황색으로 물든 차원의 틈이, 그 반대편으로 전혀 다른 우주를 투사하고 있었기 때문.


"...저...저 푸른 별은 뭐야?! 왜... 왜 다른 우주가 보이는건데!"


"...그런... 잠깐, 저건... 지구?!"


"뭣?! 그 지구가 맞아? ...젠장, 확실하게 똑같은데... 저게 왜 저깄어?!"


[...잠깐, 그... 너네가 놓친 구체, 어디서 놓쳤다고 했지?]


"꼭대기 층에서 그 녹색 이물을 떨어트려서... 그게 이리저리 떠돌다가..."


[음... 이건 내 추측인데 말이지.]


메카니르의 이론은 이러했다. 지구는 다른 어떤 천체보다도, 그 우주 내부에서 생명 활동과 변화가 활발하기에, 주기적으로 그 자리에 안정적인 데이터 공급을 해 주어야 안정된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행성이며, 그러한 우주이다. 그리고, 그 우주의 물리법칙을 무너트리지 않는 선에서 간섭을 하려면, 외부에서 해당 우주를 향해 데이터가 기록된 전자기 신호를 광선의 형태로 비추어줘야 한다. 그렇기에, 그 날도 지구를 보강하기 위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었을 터인데...


[아마... 그 데이터를 실은 광선이, 녹색 이물의 경로와 겹친 것 같아. 아주 잠깐이라고 하더라도, 지구에 가야 할 데이터가 녹색 이물에 묻어 오염되고, 그게... 이 우주에 빠진다면...]


"그 구체에 묻은 데이터를 매개로, 여기와... 지구가 이어진다?"


"...그렇지. 아마... 이 우주와 충돌이 일어난 그 순간부터..."


"...그러면 얼추 몇 년이 지났다는 것도 말이 되네... 혹시, 그쪽에 공간 이변이라던가..."


[거대한 습지가 몇 년 만에 생겨났다는군. 그것도 산 중턱에 갑자기.]


"...일 났네..."


"...진짜 이 개 머저리 병신들아!!! 어쩔거야아!!!"


"윽... 돌려낼게. 돌려낼게..."


[...그래. 이렇게 되었던 거로군. 하지만 할 일이 변하진 않는다. 포집기로 이 녹색 이물을 모조리 수집하여, 나오는 것 뿐이야. 내가 안쪽에서 그 물질 부근으로 접근하지. 그럼 신호가 갈 거다. 그럼...]


"아, 잠깐. 하는 김에 외부 우주와의 연결로 인해 초래될 부작용은... 그것도 좀 알아봐줄래?"


[...큰 걱정은 하지 마.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텅 빈 상황이니까, 유의미한 물질의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을거야. 은하 수십 개가 한번에 넘어가지 않는 이상.]


"...정말?"


[내 말이잖아. 믿어봐. 에르가페.]


"...응. 알았어. 네 말이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믿어줘서 고마워. 꼭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갈게.]


"몸 조심해. 알았지?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빠져나올게. ...그리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응. 수고해줘."


[삑-]


교신을 끊고 다시 자신의 소임을 다하러 가는 메카니르. 그리고...


"...뭘 꼴아봐? 일하다가?"


"...너네 사귀냐?"


"...뭐야?! 아...아니거든?!"


"안 사귄다고?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하르모니아와 판타소스가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성질을 긁어댔다. 이쯤 되면, 깝죽대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볼(그렇게 보이는 부위)를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버럭 화를 내며 평소보다 더 거칠게 쏘아붙이는 그녀.


"이... 이 씨발! 일이나 해! 이 신 자격도 없는 놈들아악!"


그리고, 그렇게 화난 에르가페에게 그 넓적한 부정형 손바닥으로 등짝이 불이 나도록 얻어맞는 두 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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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후우... 이런 일이었군. ...자, 다들 잘 쉬었나?"


"...이봐. 뭐 이상한 소리 안 나나?"


호가르가 주위를 조용히 시킨 뒤, 모두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감각이 뛰어난 엘로이와 시리우스가 주위의 소리를 기울여 듣기 시작했고, 곧이어 둘은 같은 답을 내놓았다.


"...우리 말고 다른 마물이 있어."


"아마... 뱀프모스키토... 날갯짓 소리로는..."


"뱀프모스키토?"


처음 듣는 마물의 이름. 메카니르는 그에 흥미를 보이며 그녀들에게 접근했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엘로이와 시리우스는 그 마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었다.


"뱀프모스키토. 홀로 다니는 남성이 그녀의 타겟이 되지. 인간의 피를 흡혈하기에, 곤충 계의 흡혈귀라고도 불려. 뱀파이어와는 전혀 관련없는 녀석들이지만."


"그렇군. ...다른 정보는?"


"뭐, 별거 없어. 특수한 소리를 내도록 날개를 진동시켜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하고, 그 사이에 인간의 사이로 파고들어 피를 빨아마시는 그런 놈들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독이라도 있는지 거기 물리면 피부가 붓고 달아오른다더군. 몸이 달아오른다고. 발정난다고. 그렇게만 알고 있어. ...그리고 매우 지저분한 녀석들이고 말이야."


"지저분하다?"


"...얘들 뭐 쳐먹고 나면 거의 몇 시간은... 에휴. 말도 마라. 니가 한번 꼭 봐야 하니까."


"그렇군. ...헌데 시리우스. 표정이 왜 그렇지?"


"...아... 그게, 여기 부근은 우리 마당발이야. 여기 지리나 정보를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고. 그런데... 처음 보는 마물이 여기 있거든. 당장 며칠 전만 해도 없었던..."


(부우우우우우우웅-)


"...아. 이 소리인가. 뭔가 들리는군."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 한편으로는 가까이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 기묘한 붕붕거리는 날갯짓 소리. 그 규칙적인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그녀들은 자신과 동행하던 남성들에게로 다가가 귀를 막기 시작했다.


"...음. 야, 하루. 잠깐 와봐."


"...네? 어디서 나는..."


"효과 한번 빠르네. 다들 지쳐서 그런가. ...이봐, 다들. 남자들 귀좀 막아줘."


"...그래요. 빨리 해야겠네요. ...지오? 어서."


"으음... 뭐가 붕붕거리는데, 짜증났는데 잘 되었네..."


"으응... 너도 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허리아픈데. 벳시. 네가 좀 올라와줄래? ...그래. 좋아. 하아... 손가락 따뜻하네..."


"...난 괜찮아. 굳이 나한테 안해줘도..."


"귀나 얌전히 대. 지에."


"...이거 참, 신세만 지네."


"으이구... 바보."


"...어이, 형씨. 귀 막아줄까?"


"괜찮네. 이 정도 정신 오염은 듣고도 무시할 수 있어."


"...형씨, 정체가 뭐야?"


"하하... 그저 모험가일 뿐이라네."


"제발, 거짓말도 정도껏 좀 치라고."


(...부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웅-!)


"...흠?"


메카니르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묘한 의문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이, 왜그래?"


"...아니, 저 날갯짓 소리... 뭔가, 규칙적이지 않나? 무언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 같은... 그러니까, 절제된 상태로 주위에 영향을 주는."


"...듣고 보니 그렇네. 근데 뭐?"


"...누가 저 소리를 통제하고 있는 건가?"


"...외부인인가.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시리우스가, 조용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에 뱀프모스키토가 산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어. 애초에 우리는 여기서 사니까, 이쪽에 관련된 정보는 누구보다도 잘 아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외부 유입이로군. ...여기서 길이라도 잃은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르니 찾아가보지."


"...뭐? 야... 야! 얌마! ...하아... 저거 은근 제멋대로네... 으극... 아악! 이 좆같은 진흙! 크아아악!"


"진정해. 엘로이. ...솔직히 나도 개빡치지만..."


마물을 답사할 생각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메카니르. 그리고, 성큼성큼 나아가는 그 뒷모습을 보며, 나머지 일행 또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겨우 옮기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으응... 헤헤...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응. 훨씬 정밀해졌네. 정말 많이 늘었어!"


한편, 멀지 않은 늪지대 부근. 한 명의 청년, 그리고 한 명의... 마물. 그 중에서도 뱀프모스키토가 그 자리에 있었다.


"날갯짓은 이만하면 된 거지?"


"응. 이제 어디 가서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되었네. 자, 다음은..."


(꼬르르르르르르르륵...)


"...응? 무슨 소리지..."


"...내 배에서 난 소리야! 다음은 나중에 하자! 나 배고프다구~! 어제 저녁도! 오늘 아침도 굶었는데! 여자친구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러고 보니 우리 둘 다 굶었네. 음... 아! 이 근처에 마을이 축제를 벌이는데... 가볼래?"


"응응! 너무 좋아! 어서 가자~!"


"윽! 하하... 정말, 옷부터 입어야지. 이런 모습은 나만 보고 싶은데."


(부스럭... 부스럭...)


"응?"


그리고, 그 사이로, 메카니르가 풀숲을 헤치며 나타났다. 메카니르는 뜻밖의 널찍한 공간을 마주하자 짐짓 놀란 듯, 순간 움찔하다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곧이어 그 자리에 먼저 와 있던 소년과 마물에게로 눈을 돌렸다.


"...아. 하던 거 마저 해도 된다네."


"..."


"..."


"왜 그러나? 옷을 벗고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무턱대고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난 신경쓰지 말고 그냥 하게나."


"...되겠나요..."


"...음. 그런가. 아무튼... 무얼 하고 있었나? 규격화된, 정석적인 날갯짓 소리가 들려와서 와 봤다네만."


"...어... 그게..."




메카니르는, 그 자리에 있던 청년으로부터 아직 '사냥' 그리고 '흡혈'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여자친구, 뱀프모스키토 마물의 사냥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부스럭...)


"그런가. 음. 그 날갯짓 소리가..."


"...아. 그 소리에 영향을 받았을수도 있겠구나... 죄송하네요...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미안.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괜찮다네. 여기 상주하던 이들이, 여기서 보이지 않던 마물이 갑작스레 나타났다고 해서, 혹시 조난자는 아닐까 싶어 왔지."


"상냥하네... 응. 우린 무사해. 나도, 우리 자기도."


"...아하하... 그... 남들 앞에선 아직..."


"아, 이런 김에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난 큘리라고 해. 그리고 여기는... 내 미래의 남편!"


"아...아하하... 반값습니다. 저는... 모스. 칼렌바흐 모스라고 합니다. 이름인 모스라고만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릴게요."


"반갑네. 나는 모험가라네. 여행자라고 불러도 좋고, 탐험가라고 불러도 좋지. 하늘의 별자리를 길잡이 삼아, 마음이 내키는대로 여행을 즐기는, 이름 없는 여행자라고 생각해주게. 굳이 이름이라고 한다면... 메카니르. 그렇게 불러주면 된다네."


"아...그렇군요. 뭔가 굉장히 특이하고 강한 힘이 느껴지시는 것 같아서, 척 보기에도 모험가라고 생각은 했었는데요. 하하... 앗?!"


인사를 나누던 사이, 큘리가 뒤에서부터 모스를 끌어안았다.


"가...갑자기 안으면..."


"흐응... 뭐 어때! 헤헤..."


소녀의 포옹에, 어쩔 줄 몰라하며 쑥스러워하는 소년. 그 모습이 퍽 귀여웠는지, 소녀는 부드럽게 그의 목덜미를 물어 상처를 낸 뒤, 방울방울 새어나오는 피를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으...크흐으잇.... 가... 갑자기..."


"미아안... 못참겠어서 그만... 우헷..."


"...과연. 모기와 유사한 습성이라더니... 아, 그러고 보니... 혹시, 나를 좀 도와줄 수 있겠는가? 사전을 집필중이라네."


그 말과 함께, 편찬하던 사전을 내미는 메카니르. 그 모습에 흥미가 생긴 마물 소녀는, 씩 웃어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응? 공부하는 사람이구나? 헤에... 학자들이 이런 깊은 숲속까지 온 건 처음 보는데! 좋아! 마음에 들었어. 잘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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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뱀프모스키토의 모습. 저 피를 저장하는 붉은 주머니같은 뒤꽁무니의 공간은 사실 붉은 막이 씌워진 것 뿐이다. 실제 용도는 가스 배출구에 가깝다.]


[뱀프 모스키토 - Vamp Mosquito]


[속 : 플라이 / 형 : 곤충]


[서식지 : 삼림, 산악 등지의 깊은 곳, 물가, 늪지, 습한 환경 등]


[식성 : 꽃의 꿀, 야생 소동물, 인간 남성의 '혈액']


[성격 : 짗궃고 장난꾸러기에 가까움.]



[인간을 깨물고, 그 피를 빨기에 곤충계의 흡혈귀라 알려진 곤충형 마물. 겉보기와는 다르게 매우 교활하고 주도면밀하며, 사냥감이 될 인간 남성을 찾으면 한동안 주위를 배회하며 몰래 기척을 감추고 접근하다가,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순간을 노려 순식간에 대상을 덮친다. 비행 시에는 특유의 날개의 웅웅거리는 소리로 그 소리에 노출된 이들의 마음에 흐트러짐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한편, 집중력을 낮추어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 이 효과는 표적으로 삼은 남성에게는 더욱 강하게 나타나기에, 상황을 파악할 때 즈음에는 이미 그녀들에게 안겨 피를 빨리고 있을 것이다.




남성의 혈액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차별적인 흡혈을 일삼지는 않는다. 평소의 주식은 '꽃의 꿀' 이며,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유당이 들어간 식물형 마물들의 특수한 꿀을 더욱 선호한다. 또한 단백질이 가득한 고기류와 콩 종류의 식품 또한 선호하며, 의외로 인간의 정기가 생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도 아니며, 흡혈한 혈액에서 영양분을 공급받는 것도 아니다.


그녀들의 흡혈은 '마킹' 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리 혈액에 담긴 정과 피의 정보를 읽어,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성기를 비롯한 생식 기관 전체를 '변형' 시켜, 흡혈한 남성이 가진 정과 혈액을 받아들이기 더욱 쉽게 몸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그녀들은 남편이 될 이의 아이를 배기 쉬워지고, 남편을 더욱 기분좋게 만들어줄 수 있으며, 아이를 키우기에도 더욱 적합한 모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는 바로 소화기관의 변질이다. 그녀들은 남편을 만나게 된 이후, 남편이 가지고 있었던 직업이나 변화한 생활 환경에 맞추어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 일을 하거나,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더욱 빠르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 몸의 체중을 줄이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녀들은 외부에 존재하는 마기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여, 신체에서 만들어지는 액체와 고체류의 배설물의 99.892% (±0.003%) 가량을 기체로 분해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으나, 그 기체류를 몸 속에 오래 담아둘 수 없기에, 그녀들은 수시로 몸에 차오르는 가스를 쉼없이 뿜어내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식사를 마친 뒤에는, 거의 다음 식사 시간까지 문자 그대로 '끊이지 않는 방귀' 를 달고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성교 시에도 유효하며, 이는 그녀들의 침 속에 있는 독액의 성분과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그녀들의 독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일종의 신경독인데, 그 독은 사람의 신경을 활성화시켜 몸을 달아오르고 열이 나게 하고, 쾌락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쾌락의 추구는 밑빠진 독 처럼 아무리 많은 쾌락을 가져와도 결코 만족시킬 수 없고, 결국 그녀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흡혈한 부위를 어루만지고, 핥고, 더 나아가 남성기를 받아들이고는 평소답지 않게 얌전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그녀들은 어느덧 자신의 반려가 된 남편의 몸을 더욱 부드럽게 깨물고 피를 핥으며, 그의 몸에 더욱 강렬한 욱신거림과 갈망, 쾌락을 선사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쾌락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성분이 일정 이상 쌓이게 되면 신경계를 너무 자극받은 나머지 특수한 성벽이 발동하는데, 이미 충분한 피와 타액의 교환이 이루어진 상태에서나 이루어지기에 그 이상성욕마저 그녀들의 신체적 특징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상성욕이 뇌에 발현되는 그 순간부터 남성들은 그녀들의 '방귀' 라는 것에 큰 관심과 집착, 애착을 보이며 연신 그녀들의 항문과 엉덩이, 그리고 아랫배를 끊임없이 자극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그녀들은 넘치는 성욕으로 인해 신체가 매우 활성화되어 더욱 많은 양의 가스를 뿜어내게 된다. 그렇게 격렬하고 지저분한 관계를 즐기게 된다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녀들이 부드럽게 남편을 깨무는 그 신호는, 단순히 관계를 맺자는 의미를 넘어서, 가스탱크가 전부 꽉 찼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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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읏...! 흐으오오오옷...!"


"...음? 아니... 갑자기 무슨..."


"하...으윽...! 너어... 부끄럽다고 말한 주제에...! 지금 이게...!"


점차 내용을 전달하던 목소리가 흐트러지다 못해,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 같아 고개를 들고 그들을 바라보는 메카니르. 그의 눈 앞에는, 반쯤 통제불능이 된 상태로, 이성을 거의 잃어버리고 그 여린 체구에 우악스러운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격렬하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그녀의 몸을 탐하는 모스. 그렇게 짐승처럼 교미를 이어가는 중에도 섬세하고 부드럽게 모스의 피를 흡혈하는 큘리. 그 흡혈이라는 행위 자체가,


"...으음... 그러고 보니 독을 집어넣는다고 했지. 조절이 잘 안되는 모양이군? ...그러고 보니, 그 설명대로라면... 지금 저 모스라는 소년이 반쯤 성욕의 노예가 된 이유가..."


"아...으으윽...! 흥으으읏...! 모...몰라하...! (뿌우우우우욱! 뿌브드드득! 뿌르르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보보보보보로로로로록!) 앗...! 과... 괄약근이 고장나버렸...어어...! 하으으으으앙...! 조하아...!"


"...음. 대답을 듣는 건 무의미하겠군. 얼추 그렇다고 해야겠어. ...흡혈이라... 뱀파이어라는 마물과는 무슨 관..."


"읏...! 흐으응...! 너무 조하앙...! 아으윽...!"


뿍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루루룩! 뿌부부부부부부붑! 뿌프드드르르르르륵! 뿌부르르륵!


"...정말 성적 가치관이 대단한 세계관이야."




(부스럭... 부스럭-!)


"...흠?"


"크하아... 하아... 혼자 가버리기나 하고 썅...! 얼마나 해맸는지 알아?!"


짜증을 내며 거친 걸음으로 공터로 들어서는 호가르. 엘로이 또한 마찬가지로 매우 불쾌한 표정을 하고 있다가, 의외의 부드럽고 푹신한 풀밭을 마주하게 되자 반은 놀란 듯, 반은 즐거운 듯, 표정이 누그러졌다.


"흐으음... 그건 호가르 씨가 길치라 그런 거 아니에요? 여기도 처음 본다, 저기도 처음 본다... 이번에도 니샤 씨가 아니었으면 또 같은 자리만 빙빙 맴돌았을텐데?"


"...조...조용히 해! ...그런데...? 뭐야, 여긴 어디... 형씨? ...그리고 그쪽은 누구야?"


"어, 다들 오고 있는가. ...아무튼... 다들 여기서 쉬도록 하지. 다들 지치지 않았나?"


그녀의 말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갈 때 즈음, 뒤늦게 풀숲을 헤치고 나타난 나머지 일행이 숨이 차는 듯 숨을 고르며 자연스럽게 그나마 깨끗한 흙바닥과 돌무더기 위에 앉았다.


"후우... 후우... 하아아아... 이제 진짜 못가... 나 죽어..."


"...흐으...하아아아... 여러부우운... 아... 저 못가요오..."


지에와 하루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바닥에 풀썩 드러누웠고, 제법 강인한 축에 속하는 이들 또한 숨을 고르며 바위나 나무 등에 몸을 기대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아... 후우... 그래도 다들 기운 차려. 여기서부터는 늪지도 끝이니. 이제... 만나러 갈 마물들이 있으니까."


"만나러 갈... 마물?"


"응. 우리를 도와줄 녀석들이니 서둘러서 찾아가야지."


이번엔 또 무슨 마물을 만나게 될 지, 그 말을 듣고 기분 좋은 기대감이 차오르는 메카니르였다.


 


---------------------------------------------------------------------------------------- 6장, 뱀프모스키토 편[END]




"하아... 조금 살 것 같네... 물 고마워요..."


"아니에요. 다들 힘들어보이시던데..."


"뭐, 잡담은 다들 그만하고 어서 서두르자고. 우리를 도와줄 녀석들이 있으니."


"이봐.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우리를... 도와줄 마물? 누군데?"


"앤트라는 마물, 들어 봤어?"


"우리야 알지. 그렇지, 호가르?"


"그럼. ...형씨는 좀 알아?"


"...곤충형 마물인가."


"그래. 이름대로 개미의 습성을 가지고 있지.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개미의 특성을 가졌지.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인간하고 상이하게 생긴 모습에 놀라곤 한다만... 뭐, 너는 아니겠군."


"그렇죠. 저도 처음 봤을 땐 많이 놀랐다만, 그럼에도 그들 또한 여타 마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오해를 풀게 되었죠."


"그래. ...잠깐, 너는 왜 따라오고 있는 거야?"


"...아? 안되나요?"


"아니! 왜 따라오는거냐고! 그것도 쟤랑 같이!"


"응? 나?"


어느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일행에 섞여, 여정을 함께하는 큘리와 모스. 문득 그 사실을 깨달은 엘로이는 그들에게 쏘아붙이듯 질문했으나, 큘리는 태연하기만 했다. 출발하기 전, 연신 배가 고픈 듯 배를 주무르던 그녀는, 메카니르가 품 속에서 꺼낸 마르지 않는 육포 주머니로부터 고기를 몇 개 얻어먹고는 매우 잠잠해진 상태였다.


"으응... 글쎄? 같이 이야기하다가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할까?"


"...산 아래로 내려갈거면 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그리고 마을로 가려면 더 걸어야 하고. 지체할 시간이 없을텐데?"


그 말을 잠자코 듣던 모스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 질문에 대답을 남겼다.


"아... 그건 그렇지만, 두 분이 나누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전 대륙에 그게 출몰하고 있다잖아요? 요 근래엔 나타나지 않던 곳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던데. 반대로,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부분도 있다만... 아직까지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린가봐요. 나타나는 곳 보다, 사라지는 곳이 압도적으로 적은 것도 그렇고요. 그리고... 흥미롭기도 하고요."


'...나름대로 사태 수습을 해 나가고는 있는 모양이군. 풋... 하긴, 그 난리를 쳐놓고 그냥 도망가면 에르가페한테 맞아 죽고 부활하고 나서도 또 얻어터지겠지.'


조용히 미소를 지은 그는, 시리우스가 방향을 알려주는 대로 향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점차 땅이 단단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응? 형씨. 왜 걸음을 멈춰?"


"...길이 눈에 띄게 단단해졌군. 인위적인 개입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단단해져? 그러고 보니... 흙 구성도 다른 것 같고."


"다들 눈치가 장난 아닌데? 맞아. 이 앞이..."


"앤트의 군락. 맞죠?"


아주 자연스럽게 시리우스의 뒤를 이어 대답을 하는 모스. 그 모습에, 시리우스는 재밌다는 듯 흥미를 보였다.


"...으흠. 맞아. ...근데 어떻게 알지? 만나본적이 있나? 타 종족과의 교류도 별로 없는 녀석들인데."


"아... 이전에 만나본 적 있죠. 이전에 둘이 다른 지역에 있을 때... 음. 어디였더라?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산에 오를 일이 있었거든요. 식물형 마물들과 함께 동맹을 맺고 지내는 자이언트 앤트 집단을 만나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 그럼 대신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여기 이 사람이... 도감을 편찬중이거든. 알지?"


"아... 알긴 아는데, 그... 만난지 너무 오래 되서 슬슬..."


"괜찮네. 당사자를 만나서 물어볼 수 있기도 하고. 그러니 간략하게나마 해줄 수 있나?"


"음, 그럼 좀만 해드릴게요. ...앤트 마물... 자이언트 앤트 종족은, 평원이나 동굴, 혹은 산 깊은 곳에 구멍을 파고 큰 둥지를 만들어 여왕개미 개체를 중심으로 군락을 이루어 살죠. 여왕개미 이외의 개체들은 전원 일개미로 취급되고요. 경비, 식량 조달, 둥지 확장 공사 및 내정 관리 등... 다양한 일들을 나눠서 하죠. 여왕을 보좌하면서 말이에요."


"그런가? 그럼... 잠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이상한 느낌? ...아~! 이게 뭐냐면, 페로몬 냄새에요."


"페로몬?"


"페로몬... 그래. 여기도 느껴지네. 다들, 정신줄은 잘 잡고 있지?"


"안심해도 좋은 것이다! 이런 유형의 페로몬은, 다른 마물과 관계를 맺지 않은 미혼의 남성들만을 유혹하는 것이다!"


"뭐, 여기 있는 녀석들은 다들 임자가 있으니까."


"그건 그렇지. 나도, 지에 너도, 그리고... 거기 지오라고 하셨죠?"


"응. 나도 니샤 누나랑 같이 다녀서 그런가... 어느새? 하하..."


"...근데 나는 누구 영향을 더 받았을까? 호가르 씨? 엘로이 씨?"


"글쎄... 나중에 일 끝나고 돌아가면 한번 겨뤄보지. 어때, 엘로이?"


"물론이지, 미리 고구마랑 고기나 좀 폭식해둬야겠는걸?"


"...제 의사는..."


"좋아하면서 그렇게 튕기는 척 하지 마라고. 앙?"


"그래. 짜샤. 솔직히 기대되잖아?"


"...들켰네용..."


"...저, 그런데 메카니르라고 했지? 임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한거야?"


"음? 아, 이 정도의 정신 계통의 공격은 그냥 흘릴 수 있다네."


"...대체 뭐야...?"


첫인상부터,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받은 큘리였다.


(차박-차박-차박-차박-차박-차박...)


"...응?"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사이, 규칙적이고, 정돈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도, 다수의 행군으로 들릴 정도의 소리였다.


"...이 소리는..."


"아, 둥지의 주인들이..."


그 말을 한 순간, 먼발치에서 나타난 이들이 메카니르 일행을 발견하고는 놀라며 멈춰섰다.


"앗! 외지인이다! 시리우스 언니도 있어!"


"응? 외지인?! 외지인이 여기까지? 우앙!"


"어디어디? 나도 볼래!"


"...나타났네요. 저분들이..."


"자이언트 앤트. 맞나?"


"맞아요."


메카니르는, 성큼성큼 다가서서 그녀들에게로 다가갔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개미의 몸을 한 그들은, 제법 키가 큰 모습(으로 형상을 바꿔둔) 메카니르를 보고는 흥미가 돋는 듯 웅성거렸다.


"반갑소. 나는..."


"인간이다!"


"혼자 다니는 인간같은데... 우리 페로몬에 홀리지 않았어!"


"히잉... 우리가 요즘 고구마랑 양배추같은걸 많이 안먹어서 그래..."


"...내가 그냥 정신 계통 공격에 면역인 거라고 이해하게나."


어느새 그의 옆으로 다가와, 그 옆에서 그 말을 잠자코 듣던 엘로이가 끼어들었다.


"그게 더 이해가 안되는데?"


"...아무튼. 음... 그래. 나는... 학자인 동시에 모험가라네. 하늘의 별자리를 따라 마음 내키는 곳으로 여행을 즐기면서도... 이 도감을 편찬하고 있지. 마물들의 정보를 담은 기록물이라네."


"헤에에..."


"음... 아! 둥지로 가면 똑똑한 언니랑 친구들이 많으니까... 같이 와볼래? 응... 그러고보니 시리우스 언니도 우리 보러 온거죠?"


"맞아. 급하게 윗 마을에 갈 일이 있어서 말이지."


"윗 마을? 아~ 실바 리비디네 마을이요? 에헷! 알았어요!"


"좋네. 다들, 거의 다 도착했어."


'...실바 리비디네... 지오와 니샤가 말했던 '윗 동네' 를 일컫는 말인가보군.'


"이봐! 언제까지 그렇게 멀거니 서있을거야? 어서 따라오라고!"


"...아? 그러지."


익숙한 듯, 일행을 이끌며 앤트의 둥지로 함께 돌아가는 시리우스. 그 뒤를 따라 나머지 일행도 발걸음을 돌렸고, 메카니르 또한 그들의 뒤를 따라 자이언트 앤트의 군락으로 향했다.




(저벅... 저벅...)


"...흐음. 놀랍군."


메카니르가 들어서자마자 한 말은, 감탄이었다. 그 개미 형태의 마물들이, 삽과 곡괭이 등의 원시적인 도구만을 가지고 만들었다기에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말도 안되는 굉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던 동굴이 있었던 것이다.


"...공기 순환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사무를 보는 곳, 경비들을 훈련하는 곳... 완벽한 분업인 동시에, 그 나뉘어진 부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맞물려서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렇지? 놀라울 따름이야. 자이언트 앤트들은, 그 하나의 집단 자체가 하나의 국가의 축소판의 형태라고 봐도 무방하니까 말이야. 다른 고등 마물들조차도 하지 못하는 일을, 자이언트 앤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지."


"과연..."


시리우스의 설명이 끝나자, 그들을 이끌고 온 앤트는 자신들의 상관처럼 보이는 이에게 무어라고 말을 하고는, 곧바로 자신들이 머무는 거처로 쉬러 돌아갔다. 그리고, 메카니르 일행에게 그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전 우리 앤트 군단의 일개미 집단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 힐다라고 합니다. 아, 오랜만이네요, 크리스티나 씨. 당신의 손님들이신가요?"


"...크리스티나?"


뜻밖의 이름을 들었는지, 시리우스는 피식 웃으며 자연스럽게 힐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에이...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대충 사석에서는 같이 이름으로 부르는 언니 동생 해도 된다니까?"


"그... 처음 방문하시는 분도 있지 않습니까? 조금은 이미지 관리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래.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시리우스 언니."


"후훗...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구나? 남편한테도 그래?"


"...으... 으흠! 아무튼, 무슨 일로 방문하신지는 다 들었어요. 실바 리비디네 마을로 향하시고 싶은 거죠?"


"그렇소. 그리고 나는 조금 다른 내용도 알고 싶소만..."


"음... 부탁이 뭐가 되었든 간에, 조금은 힘들 것 같네요. 지금 시간이..."


그 말에, 모두들 일제히 자신의 시계를 확인해보거나, 어렴풋이 보이는 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 어느덧 석양이 다 져가는 시간이었다.


"...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다고?"


"니샤 누나. 우리... 언제 출발했더라?"


"...어제... 점심..."


"...와우."


"...이런. 다들 쉬는 시간대로군. ...음, 힐다. 외부인들이 묵을만 한 자리가 있을까?"


"빈 굴이 제법 많죠. 뭐... 조금 좁겠지만?"


"다리 뻗고 잘 수만 있으면 조금 좁아도 괜찮지. 너무 넓을 필요도 없고. 그렇지 않나, 다들?"


"우리는 적당히 좁으면 좋다고. 크크... 엘로이, 같이 잘거지?"


"당연하지. 하루는 우리 사이에 끼워놓고?"


"...거듭 말하지만 제 선택... 아니에용..."


"흐아아... 드디어 좀 제대로 쉬겠군... 라비나... 나 피곤해..."


"그러게 혼자 무리란 무리는 다 해놓고... 으이구!"


"사이가 정말 좋은 것이다! 너도 좀 귀여운 짓좀 해보란 말이다! 에잇! 에잇!"


"하하... 벳시 너도 참. 화내지 말고. 응?"


"앤트의 거처에서 머무르는 건 처음인데... 큘리, 아직 참을 수 있지?"


"흐응... 나 계속 참게 만들면... 이따 편하게 잠은 못 잘 텐데?"


"...으그윽... 하아... 우린 먼저 쉬러 가야겠네요. 그렇죠, 니샤 누나?"


"응. 지오. ...이따 할거야...?"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 워낙에 무리가 늘어난 탓인지, 한 마디씩만 말해도 금새 북새통을 이룬 시장처럼 소란스러워지는 현장이었다.


"이런, 소란스러워졌군. 소란에 사과하지. ...어디로 가면 되겠나?"


"따라오세요. 저희들이 쓰는 숙소로만 구성된 방이 있거든요."


점점 더 굴의 깊은 중심지로 들어가는 그들이었다.




"이 정도면 깔끔하고 좋은데?"


그렇게 도착한 숙소의 방, 모두들 자신이 묵을 방에 들어가서 누워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편하고 좋은걸! 마치 작은 여관에 묵는 것 같아!"


"...그 여관 방이 수십... 아니, 수백, 수천 호는 넘어가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3782개의 방이 존재하죠. 그 중에서 방문객들을 위한 빈 방은 42개 존재하고요. 모두 1층에만 존재하죠. 2층과 그 이상의 방에는 우리들이 머무르죠."


"과연... 왕국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군. 조율이 아주 잘 되어있어."


그 말에 내심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힐다. 그러다가 그녀는, 시계를 흘끗 보고는 일행들에게 경고하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어서 들어가는 게 좋겠네요. 곧 있으면... 우리 군단의 휴식 겸 자유시간이 찾아오거든요."


"...근데 왜 숨어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묻는 성혁. 그 말에, 힐다는 나지막히 세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음, 첫 번째.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는, 기지 안에서는 싸움을 하거나 각종 악행을 벌이지만 않으면 완전 자유에요. 여왕님의 방침이거든요."


"...두 번째는요?"


"...두 번째는... 우리 자이언트 앤트 일족들은 '노동의 강도' 에 비례하여, '성욕'이 급격히 비대해진답니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페로몬이 더 진해지고요."


"...설마 세 번째가..."


"...맞아요. 그 피로를 푸는 시간이, 지금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노동 중에 계속해서 축적해놓은 방... 크흠! 페로몬 가스를..."


"아, 그러니까 방귀 뀌는 시간이라는거 아냐?"


"언니! 제발! ...으... 아직 부끄럽다고..."


"부끄러워할게 뭐 있어? 하핫! ...부끄러운건 이 나이 먹고 독신인 나라고. 에휴..."


"...언니도 곧 좋은 짝을 만날거야. 응. 개미의 직감이야. ...아무튼! 얼른 들어가요. 다들. 그리고 웬만해서는 문을 꼭 닫아두기를 바라는데..."


[데엥-! 데엥-!]


시간을 알리는 종이 크게 두 번 울렸다. 편안한 휴식을, 그리고 음란한 밤의 시작을 알리는 큼직한 종소리였다. 그 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힐다는 메카니르 일행을 방으로 밀어넣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윽... 늦었다! 어서! 어서 들어가요! 빨리! 그리고... 어지간해서는 문도 잠그고요!"


거의 떠밀리듯 방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일행들. 그들 중 시리우스만이 이미 익숙한 듯, 품 속에서 귀마개를 꺼내 귀에 끼고는 편안한 숙면을 시작했다.


"하암... 다들 잘들 자라구. 뭐, 못 잘것 같지만? 하핫!"


(끼익... 쿵-)


"...못 잘것 같다? 뭔 말이지?"


"음... 모르겠다! 그치만 나도 피곤한... 하암... 것이다... 얼른 자야...? 으응... 기분이..."


"...벳시? 갑자기 왜... 킁... 잠깐, 뭔가... 묘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성혁은 잠시 고개를 내밀어 방 밖을 살펴보았다.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간 일행들 또한 묘한 기운을 느끼고는, 그 이질감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듯 싶었다.


"...뭔가 기분이..."


"...뭐야, 지에... 안 피곤해?"


"피곤한 건 둘째 치고... 기분이 이상해. 뭔가... 지독한..."


(부우우우우우욱-! 뿌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지저분한, 그리고 너절한 소리가 위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를 시작으로...


(부부부부브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푸우우욱! 부우우우욱!)


...개미굴의 사방 천지에서, 아주 추잡하고 역겨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주 본격적으로.


"...아하, 방금... 힐다 씨가 설명한... 으응... 기분이 묘한걸. 잠이나 잘..."


(꽈아아악...)


"...뭐야? 벳시?"


무언가가 옷깃을 꽉 부여잡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 성혁. 어느새 반쯤 헐벗은 모습을 한 드워프 마물 벳시가, 온 몸을 꼼지락거리며 그에게 달라붙어오고 있었다.


"...으응... 그러니까, 그... 궁금한 것이다... 많이 쌓이지는 않았는지..."


"...벳...시...? 으응... 아주 많이 쌓였지... 윽... 잠깐...! 너무 성급...!"


(덜컹-!)


"...얼씨구. 아주 정신을 못 차리는...잠깐, 나도...?"


"저기이... 지에, 언제 들어올거야...? 나 심심한데..."


"라비나? 너... 너 눈이 왜 갑자기 그렇게 풀려서... 어디 아파?"


"응... 아파... 여기가 울리고... 배도 이상하구..."


"...아무래도 개미굴 전체에 피어오르는 그 페로몬 때무흐흐읍?!"


"응...푸후아... 지금은... 나만 봐... 이상한 데 보지 말고...!"


"자...잠깐...! 나 진짜... 나 근육통이... 물건이랑 전부 들고오면서..."


"그럼 누워만 있으면 되겠네에...? 걱정 마... 숨은 쉬게 해줄테니...♥"


"...이럴 줄은 몰랐는데에..."


몸에 힘이 풀린 채로, 될 대로 되라는 마음가짐으로 라비나에게 끌려가는 지에, 그리고 문 너머로 소리가 새어나올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마구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메카니르는 힐다에게 접근했다.


"...어... 안 들어가셔도 괜찮...아요?"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런 경미한 수준의 정신 공격엔 면역이라네."


"...분명 수천 명의 마물들이 내뿜는 페로몬의 기운은 경미한 수준이 아닌데..."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된 김에...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면서 자네들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었건만... 아쉽군. 쉬는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으니 말일세."


"아, 음... 전 제 숙소가 저기 끝이라서... 조금 함께 걸을 시간 정도는 있겠네요. 무슨 정보가 필요하신가요?"


"보다시피 이렇게 도감을 편찬하고 있어서 말일세. 혹시... 도와줄 수 있겠나?"


서류와 연이 깊은 탓일까, 그녀는 그가 편찬하는 자료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며, 


"그걸 말이라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자이언트 앤트에 대해 모두 알려드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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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앤트의 삽화 (펼치기)

[자이언트 앤트의 일반적인 개체 모습. 여섯 개의 다리는 그녀들로 하여금 오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며, 남편을 꼭 끌어안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해당 개체는 아랫배에 가스를 약 10% 저장해놓은 모습이다. 100% 가득 채운 개체들은 저것의 거의 두 배 만큼 배가 부풀어오른다고.]



[자이언트 앤트 - Giant Ant]


[속 : 개미 / 형 : 곤충]


[서식지 : 동굴, 평원, 삼림, 산지 등의 지하]


[식성 : 꽃의 꿀, 야생 소동물, 곡류 등 잡식]


[성격 : 성실하고 둥글둥글함.]


[평원, 동굴 등지에 구멍을 파고 매우 매우 거대한 둥지를 만들어, 여왕개미 개체를 중심으로 한 군락을 만들어 생활하는 곤충형의 마물. 곤충형임에도 매우 사회성이 높고 개체들의 평균 지능이 높으며, 작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힘이 강하고 자신보다 거대한 것도 가볍게 들어올려 여섯 개의 다리로 무게를 분산하여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여왕개미 이외의 개체들은 모두 '일개미' 로 분류되며, 둥지의 경비에서 식사의 조달, 둥지의 확장, 인간 남성의 포획 등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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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포획?"


"포획...은 많이 하진 않아요. 다만, 남성들이 우리의 페로몬에 이끌려 따라오는 것이죠. 저희는 항상 몸에서 소량의 페로몬을 분비하도록 조절받는 것을 훈련한답니다. 길을 찾을 때도 유용하고, 외적을 구별하는 데에도 유용하죠. 그리고... 인간 남성들이 흥분하게 만드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 이 현장이..."


"맞아요. 그럼 이어서 설명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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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떠 있는 동안, 일개미들은 대부분 먹이를 찾기 위해 지상을 배회한다. 그녀들은 지상을 따라 이동하며, 자신이 지나온 길에 특유의 페로몬을 흩뿌린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항상 말린 양배추, 자두, 말린 고구마 등의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량들을 챙기고 다니며, 주기적으로 공급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끊임없이 식량을 소모하며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내뿜는 페로몬은 개체별로 큰 차이가 없이 평균을 매우 밑도는 양의 배출량을 보인다. 이는 의도된 것으로, 첫째로는 이 정도의 작은 페로몬일지라도 무리를 인솔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고, 그녀들은 시력 또한 뛰어난 축에 속하기 때문에 페로몬의 흔적과 길을 대조해가며 더욱 정확한 경로를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일정량의 페로몬을 상시로 배출함으로써, 페로몬의 흔적을 더욱 정확하고, 끊어지지 않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페로몬에 이끌린 인간 남성들이 그녀들의 대열에 휘말려 함께 둥지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둥지의 미혼인 앤트들은, 이렇게 둥지의 안으로 들어온 남성 안에서, 그녀들의 취향인 남성을 찾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그녀들은 매우 성실해서 아침에 눈이 뜨이게 되면 곧바로 일을 시작하여, 해가 질 때 까지 성실하게 일을 해낸다. 그녀들은 피로와 비례하여 성욕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또한 평균적으로 일을 시작하러 나가는 순간에 비해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녀들이 페로몬을 저장해두는 아랫배의 기관이 약 50% 이상 부풀어오른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해가 지고 방으로 들어와 휴식시간을 갖는 순간부터, 곧바로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성들을 덮쳐 격한 성교를 나눈다. 그녀들은 그 순간만큼은 살아있는 페로몬 덩어리가 된다. 온 몸에 흐르는 땀에는 농후한 페로몬이 담겨 있어, 그녀들에게도, 그녀의 남편들에게도, 성욕이 미친듯이 부풀어오르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 어느 누구도 그녀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아주 격렬한 관계를 맺는다.


그 격렬한 성교 과정에서 그녀들은 서서히 몸을 제어하는 힘을 잃게 된다. 육욕과 쾌락의 노예가 되어버린 그녀들은, 이내 페로몬을 한가득 담아두었던 뒤꽁무니를 높이 치켜들고는, 그 부분의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키고는, 항문의 역할을 하는 기관을 쭉 벌리고는 남편들과 함께 머무는 방 전체를 지독한 악취로 잠식시키기 시작한다. 보통이라면 방귀를 싫어하는 사람의 경우, 질색을 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미 그녀들의 몸에는 잔뜩 농축된 페로몬이 축적된 탓에, 그 지저분한 가스마저도 아주 향긋하면서도 지독한, 극도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진해지는 페로몬 속에서 함께 더욱 민감해지고 성욕을 마음껏 해방하며, 지쳐 잠에 들 때 까지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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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음...? 저건?"


"아... 저기는 병정개미들, 즉, 경비나 야생동물들의 침입을 막아내는 특수 직종의 개미들을 양성하는 곳이죠. 병정개미들은 일개미들보다 더욱 정밀한 페로몬과 가스의 컨트롤이 필요해서... 으흠! 남편들까지 함께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죠."


"그렇군. 잠깐, 그렇게 교미를 하는데... 자손들이 너무 과잉이 되진 않으려나?"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되는걸요? 대부분의 개체들은 생식 능력이 없어요. 물론, 수백 년 이상의 삶을 산 일개미들의 경우, 생식능력이 각성하는 개체도 있어요. 읏... 후우... 그런 개체들은, 새로운 여왕개미가 되어 다른 곳에서 새로운 자이언트 앤트 집단을 만들죠."


"...그렇군. 아주 오래 사는 개체들이었군?"


"그렇죠. 대신... 개미들의 사회는 의외로 정적이거든요. 여왕개미는 출산할 수 있는 알의 양이 정해져있어요. 그 이후로는, 자손이 늘어나지 않죠. 그리고, 우리들의 생명도 매우 길기 때문에 쉽게 구성원이 바뀌는 일도 없고요. 그래서... 한 집단 한 집단의 크기는 크지만,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의외로 찾기 힘들 정도로 드문드문 분포하고 있죠."


"그건 처음 안 사실이로군. 고맙네."


이야기를 나누고, 복도의 끝자락에 도달한 뒤, 내용을 정리하던 메카니르의 눈에 무언가 특이한 모습의 마물이 들어왔다.


"...근데 저 개체는 자이언트 앤트로 보이지 않소만. 다리 수도 다르고... 거미형 마물?"


"아? 쟤요? 맞아요. 아니에요."


"...응?"


"네. 맞게 보셨어요. 저희 동족이 아니죠."


"...그런데 왜 저기서 태평하게..."


"뭐, 있어도 없어도 큰 상관은 없지 않나요? 어디 옷이나 그런 곳이 찢어지면 거미줄로 고쳐주기도 하고, 환기 시설도 손봐줬었고..."


"...?"


메카니르는 화신으로 강림한 이래 최초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개미가? 거미를? 그것도 거미가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지낸다? 그것도 도와주면서?


"궁금한 게 많으신 표정이네요. 흐음... 일단 저랑 같이 탈취나 좀 하시고... 물어보러 가실래요? 저도 실은 좀... 잠깐 쉬고 싶어서..."


"...음. 그렇군. 그래보였다네. 먼저 가보게나. 내가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거처로 빠르게 돌아가 문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올 정도로 시끄럽고 추잡스러운 소리를 흩뿌리기 시작하는 중간관리자 힐다. 이제 그런 행위에 익숙해진 메카니르는 발걸음을 돌려, 거미줄을 엮어 만든 밧줄로 남성을 묶어놓고, 비릿한 웃음을 흘리던 그녀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저...자기야?"


"응? 왜? 흐응... 뭐 더 추가로 하고 싶은 플레이라도~?"


"...뒤에 손님이..."


"손님? 나한테? ...왜?"


"...일단 돌아보는게 맞지 않을까?"


"그런... 호엑! 덩치 크네!"


"반갑소."


우선 인사를 하는 메카니르. 앤트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한 그녀의 모습은, 다시 자세히 보니 미묘한 부분이 다른 상태였다.


"...뭘 그렇게 빤히..."


"...거미였군. 확실히..."


"응. 맞아. 그치만 여기서 눌러앉아도 된다고 허락도 맡았는걸?"


"이미 그 이야기는 힐다라는 중간관리인에게 듣고 오는 길이오. 다만 묻고 싶은 것이 있을 뿐인데... 협조해주겠소?"


"...묻고 싶은 거? ...뭔데?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는걸? 지금 여러 가지 의미로 좀이 쑤시는걸.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참았는데. 응?"


그녀가 배를 만지작거리자, 그녀의 배가 크게 울리며 꾸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그녀의 아랫배로 보이는 기관 전체가 부들거리더니, 끈적한 액체와도 같은 연기가 뿌슷-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나왔다.


"...그렇군. 무슨 뜻인지 이해했네. 지금 내가 사전을 집필중인데..."


(촤륵...)


"아하... 마물도감이구나? 흐응... 학자라... 학자라면 여기까지 올 법도 하지.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아서 밖에서 마주칠 일은 없으니. 한 번만 말할 테니, 속기해서 잘 적으라고. 알았지? ...여보야. 좀만 기다려줄거지?"


"언제까지고. 편하게 일 봐."


"고마워~ 그럼... 으흠, 외지인.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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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 아라크네의 모습(펼치기)

[일반적인 앤트 아라크네 개체의 모습.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자이언트 앤트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의 유사함으로 구별조차 할 수 없다. 구별법으로는, 조금 더 느긋하게 있는 녀석들이 앤트 아라크네라고.]



[앤트 아라크네 - Ant Arachnae]


[속 : 아라크네 / 형 : 곤충]


[서식지 : 동굴, 평원, 삼림, 산지 등의 지하 중에서도 자이언트 앤트의 거주지]


[식성 : 꽃의 꿀, 야생 소동물, 곡류 등 잡식]


[성격 : 나태하고 호색적이며 드셈.]


[대부분 아라크네들이 평범한 인간 남성의 두배에서 세 배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것과 달리, 그녀들은 인간의 평균 체형과 비슷한 '자이언트 앤트' 와 비슷한 정도의 크기를 가진 작은 아라크네들이다. 겉모습은 보기대로 자이언트 앤트와 매우 닮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행동방식 또한 여타 아라크네보다는 자이언트 앤트와 유사하기에 자연스럽게 무리 사이에 끼어들어서 생활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주식은 자이언트 앤트들이 모아온 것을 먹으며, 기본적으로 바깥의 일을 하지 않는 매우 나태한 특성을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들이 완전히 무능한 존재인 것은 아닌데, 사냥해온 동물이 날뛰는 경우 거미줄로 포박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라크네속 특유의 세심한 손재주로 옷을 수선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생식을 위한 남성의 경우, 마찬가지로 자이언트 앤트들이 데려온 남성들 중 마음에 든 남성을 골라 포박하여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는데, 그녀들은 공기의 흐름을 읽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항상 자신의 방 속에 '다른 앤트들의 방과 이어지는' 작은 구멍을 몇 군데 뚫어놓는다. 교미할 시간이 되면, 다른 방에서 유입된 진한 페로몬에 더해, 자신들만의 특유의 진하고 독한 페로몬을 곁들여 남편을 더욱 즐겁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녀들은 그녀 스스로 '페로몬을 만드는 기능' 은 없다는 것이다. 그녀들의 땀에는 다른 앤트들과 달리 페로몬이 존재하지 않지만, 식량을 섭취하고, 소화하며 만들어 낸 가스에서는 아라크네속 특유의 강렬한 체취와 음탕한 페로몬이 가득 담겨있기에, 그녀들의 방은 다른 앤트들의 방에 비해 유독 더 시끄럽고, 추잡한 교미 소리가 울려퍼진다.


'일하지 말고 개꿀빨자!' 가 종족 모토인 그녀들답게, 힘든 일은 최대한 피하고 나태하게 뒹굴거리며 남들의 부탁이나 대충 들어주는 수준으로 일하지만, 남편들이 개미굴 내부의 일을 도울 때는 어느샌가 그의 곁에 다가가서 함께 성심성의껏 일을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일을 했다고 깨달은 그녀들은, 매일 밤마다 자신의 남편을 마음껏 탐하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으로 그 노동의 대가를 보상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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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특이하다는 말 외에는... 음. 재밌군. 좋은 정보였소."


"그래? 흐음... 그렇지? 아, 그러면 이제 볼일 다 끝났으니... 그럼 우린 이만!"


(쿵-!)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는 앤트 아라크네. 그녀의 거미줄에 둘러싸여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그녀의 남편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해보였다.


"...신비롭군. 자연의 세상이란... 훗...


기계들과는 확연히 다른 다양한 모습을 보며, 피식 웃는 그였다.




------------------------------------------------------------------ 7장, 개미굴 [아라크네, 앤트아라크네] 편 [END]




(끼익...)


"흐아아아암... 잘잤다... 후우... 아 맞다, 발정 억제제..."


"일어났나?"


"으윽?! ...놀래라... 그런 악취미가 있었나?"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네만, 미안하군."


"아냐. 별것도 아닌걸로 사과는. 후후... 아, 이제 슬슬 출발 계획을 세워야지? 저기 통로를 관리하는 개미들이 근무를 시작하면, 우리는 거기를 통해서 윗 마을로 갈 거거든."


"...실바... 리비디네. 라고 했던가?"


"기억력 좋은데? ...리더십이라던가, 실력이라던가... 솔직히, 너한테 우리 용병단에 들어오라고 하고 싶을 정도지만..."


"하하... 미안하네만, 모험과 자유가 가득한 삶이 좋아서 말일세."


"그래. 그럴 줄 알았지. 모험가들은 이래서 재밌다니까. 후후..."


동그란 환약 몇 알을 삼킨 그녀는, 쓰디쓴 약이 더더욱 쓰게 느껴지는지, 물통의 물을 연거푸 마시며 약을 목구멍 너머로 밀어넣었다.


"...목이 많이 타나?"


"...약이 맛이 드릅게 없어서 말이야. 안 먹을 수도 없고... 지금 이 페로몬, 약을 먹고 있어도 지금... 개미굴에 가득찬 이 냄새가 날 살살 괴롭히는데, 약까지 없으면 진짜 큰일날 것 같단 말이지."


"대단한 절제력이로군. 하긴, 그 정도는 되어야 하나의 용병단을 통솔하는건가."


"너무 추켜세워줄 필요는 없는걸. 후후..."


잠시 침묵을 지키던 시리우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는 이상형이 있나? 메카니르?"


"...이상형이라. 무슨 이상형?"


"...이성 말이야. 반려의 이상형."


"...글쎄."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존재가 생각났다. 왈가닥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한, 조금은 거칠게까지 느껴지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사려깊고 섬세한, 잘 토라지지만 그만큼 또 쉽게 풀리고, 늘 활기찬 동료 신이자, 이 우주의 주인인 그녀가.


"...고민 해 본 적이 별로 없군. 자네는 있나?"


하지만 아직은, 자신의 내면에 솔직해지지 못하는 그였다. 적어도, 아직은.


"...있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너는 아냐. 너도 정말 대단하고, 멋진 사람... 사람 맞지? 아무튼, 그런 쪽은 맞는데, 내 취향이랑은 반대거든. 난 뭐랄까, 저기 하루 녀석처럼, 내가 지켜줄만한 남자가 취미야. 우리 마물들이야 워낙 인간 남자들을 좋아하고... 또 생긴 대로 논다고 하지만, 너만큼은 내가 도저히 예측을 못하겠어서 물어봤거든. 별 의미는 없어."


"그런가? 후후... 그나저나, 내가 자네 취향이 아니라 정말로 다행이로군. 하하하! 모험하는 사람이 가정을 차려버리면, 그 순간부터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니까. 모험을 못하는 모험가가 되거나, 가정적이지 못한 가장이 되겠지. 안 그런가? 내가 자네 취향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로군?"


"듣고 보니 그런걸? 아하하핫! 전화위복이라고, 서로에게 더 잘된 일이지 뭐, 으흠! 잡담은 여기까지 해두고, 그럼... 슬슬 애들 깨워볼까?"


(끼익...)


"여어, 엘로이, 호가르? 일어나야지."


"...뭐야, 벌써... 크으... 흐아아아아아아암...! 하아... 쩝... 엘로이."


"일어났어... 일어났다구... 하루!"


"...말라 비틀어진다아... 흐으아... 누나아..."


"...애가 잠이 덜 깼네. 좀 이따 보자고."


"...잠이 덜 깬거 맞지?"


"..."


"...맞지?"


"...아무튼 이따 봐!"


(쿵-)


"...다른 녀석들도 깨워야겠는걸. 메카니르. 도와주겠나?"


"원한다면."


메카니르는 방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찬 악취를 빼며, 그 안에서 악취로 범벅이 된 채로 기진맥진해서 서로를 끌어안고 뻗어있던 이들을 끄집어내었다.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군. 잠들을 잘 못잤나?"


"...너무 잘 자서 문제가 아닐지..."


"...누나... 어제는 정말 대단했어요..."


"지...지오...! 비밀로 하기로 했...후아으..."


"...혹시 다들 그... 소리때문에 깨시지는 않았는지...? 그... 큘리가 이렇게 자면서까지 안 쉬고 몇 시간을 내리 뀐 적은 없었는데..."


"그거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구! 더 뿌듯해해도 좋은걸?"


"...그...그런가...? 다... 다른 분들은 다들 잘 주무셨는지..."


"...아니... 나... 허리가... 근육통이... 크윽... 라비나..."


"읏... 미안해... 지에... 그치만... 너무 좋아서..."


"...그렇구나... 헤... 고마워... 라비나..."


"...바보..."


"여어! 다들 모였나?"


"...그거 하루에요? 어깨에 들쳐메신?"


"...안 그래도 호리호리한 애가 더 말랐네... 정신차려! 하루!"


성혁과 지에가 살뜰히 그를 걱정해주었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두 마물은 여전히 부족한 듯 했다.


"...애가 아직 피곤하대. 사내녀석이 약해빠져서는!"


"그러게. 우리 군락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교육을 좀 더 시켜야겠는걸~?"


"..."


그 자리의 모두가 하이오크와 오우거의 체력을 감당하면 그게 인간인가? 라고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는 그들이었다.




(저벅...저벅...)


"오! 오늘의 첫 고객님들! ...이 외지인들이시네? 시리우스 언니도 있고!"


"반가워. 오랜만이지? 목적지는... 늘 그렇듯, 실바 리비디네 마을로."


"알았어요! 자~ 저희만 따라오시라고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을로 출발하는 그들. 구불구불하고 깊은, 어디가 어딘지 분간조차 못 할 깊은 동굴을 헤매던 그들의 앞에, 마침내 빛이 나타났다.


"윽... 갑자기 빛이?"


"여기서부턴 천천히 갈게요! 어둠에 적응한 눈에 빛을 갑작스레 비추면, 눈에 무리가 올 수 있거든~요!"


메카니르는 걸음을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점차 깨끗하고 신선한 산소가 느껴졌다. 나머지 일행 또한 그러했는지, 오랜만에 맡아보는 싱그러운 산소의 맛을 느끼며, 화색이 도는 얼굴로 앞다투어 나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바깥 공기 좀 맡아보겠네!"


(파앙-!)


"후아아~! 신선한 공기!"


"어머... 이런 길이 있을 줄이야..."


"어때, 훨씬 빠르지?"


"산 전체를 가로지르는 방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걸요? 그래서 이런 속도가..."


"...그 속도보다도, 이정도 규모의 굴을 앤트들이 팠다는 사실이 더 대단하군..."


하이브 마인드인가, 하려다가 말을 삼키는 메카니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을 안내한 앤트는 앞으로 뻗은 길 앞에 놓인 두 그루의 거대한 나무를 가리키며 안내를 이어갔다.


"저~기 거대한 나무가, 마을의 입구라고 알리는 표식이에요. 저 나무를 지나면 거기부터 '실바 리비디네' 마을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으음?"


안내를 이어가던 앤트는, 저 앞에서부터 다가오는 몇 명의 여인들을 포착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마조네스 분들이신데요? 으응... 여기까지 오실 일이 뭐가 있으려나?"


"뭐, 당연한거지. 자신들의 영토나 영역, 혹은 동맹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녀석들이니까."


"그런가. 그럼 우리가..."


"...외지인이니까. 일단 내가 최대한 설득해보지. 그리고 여기 니샤도, 엘로이, 호가르도 마찬가지로 여길 방문한 경험이 있을 테니까."


"...그런가. 흠..."




말을 나누는 사이, 예닐곱 명은 되어보이는 구릿빛 피부의 건장한 여성들이 다가왔다. 겉보기에는 인간 여성과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가까이서 보니 웬만한 인간 남성보다도 체격이 더 건장한, 타고난 전사들로 보이는 여인들이었다. 시리우스는, 그녀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여어, 오랜만이네."


"...못 보던 사람들을 많이 데려왔군. 너답지 않게. 시리우스?"


"이상현상의 연구와 조사, 그리고 해결을 위해 온 사람들이야. 그리고 여기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 왔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조금 이해해줬으면 하는데."


"이해? 못할 것도 없지. 다만..."


그녀들의 시선이, 한 명에게로 몰렸다.


"다만?"


"이쪽의 사람이 좀 신경쓰이는걸."


"...나를 말하는 것이오?"


"당신 아니면 누구겠어. 외지인."


"...우리도 외지인이긴 한데..."


"그건 그런데, 여기 녀석들한테는 이 녀석처럼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그리고..."


그녀들은, 갑자기 군침을 다시며 메카니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너, 독신이지?"


"그렇소. 세상을 유랑하는 모험가라면 당연한 것 아니겠소?"


"크흐으... 오랜만에 동정 남자가 제 발로 찾아왔다 이 말이지?"


"얘 처음은 내가 가져갈거니까 그리들 알고 있으라고!"


"이년이 뭐래? 장유유서 몰라? 언니한테 양보하려무나?!"


"몇 시간 일찍 태어난거 가지고 언니 노릇은! 못해! 하아... 이 수컷 냄새..."


엘로이와 호가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머지 일행 또한 그러했다.


"...어쩔 수 없네. 형씨, 적당히 실력 좀 보여줘."


"무기 빌려줘?"


"괜찮다네. ...하루, 그 지팡이 좀 빌릴 수 있겠나?"


"...이거를요? 설마..."


설마? 하는 마음가짐으로, '보잘 것 없는 막대기' 를 메카니르에게 내미려다가 주저하는 그. 호가르가 옆에서 그의 머리를 톡 건드리며, 걱정 마라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드려. 하루."


"...여기요. 누나들이 그렇다고 한다면..."


"...고맙네. ...기다리게 했군."


(후웅...)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지팡이를 받아들고, 아마조네스 무리의 앞으로 다가서는 메카니르.


"...제안 하나 하지. 자네들이 나를 이긴다면, 날 그대들의 뜻대로 해도 좋네. 하지만 내가 이긴다면, 조건 없이 나를 이 마을 안으로 들여보내주게나."


"...지금 그따위 나무막대기 하나 들고 하는 말이 그거라 이거지?"


"...너, 우리가 누군지 모르나본데..."


"아마조네스... 라는 마물 아닌가? 처음 보는 마물이다만."


"처음? 어디 산골짜기... 아니, 산골짜기에 박혀있다가 와도 우리 이름은 들어봤을텐데 말이지?"


"그러지는 못했다네. 강했다면 내가 알았겠지. ...솔직히, 그리 강해보이지도 않는군."


타고난 여전사인 그들을 보기 좋게 긁어버리는 메카니르. 강한 힘을 숭상하는 전사 집단인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모욕을 들은 그녀들은, 눈빛을 바꾸고는 무기를 고쳐쥐기 시작했다.


"...뭐야?!"


"긁?"


"...뭐?! 긁?!?! 이... 이런 건방진 수컷 자식 같으니! 뼛속까지 쥐어짜주마!"


"밤새도록 마을 광장 한복판에서 우리가 만족할 때 까지 먹어치워주지!"


"마음대로 해보게. 할 수 있다면."


무기를 대충 쥐지도 않고 도발하는 그 모습에, 그녀들은 득달같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여섯 명이 합을 맞추어 덤벼드는 모습에, 시리우스는 조금 걱정이 되는 듯 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렇지... 아마조네스 여섯을 한번에..."


"어이, 보면 알걸? 저 녀석, 솔직히... 괴물이야. 괴물."


"...오우거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다니...?"




그리고, 머지않아 시리우스는 그녀의 말을 납득하게 되었다.


"...말도 안돼..."


그녀가 본 것은, 아주 가뿐하게,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여섯 여전사의 공격을 받아치고, 흘리고, 피하고, 가벼운 반격을 날리며, 마치 갓 기사단에 들어선 수습생들을 상대로 연습 대련을 펼치는 최정예 수준의 왕실 직속 로얄가드의 기사단장...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격차가 느껴질 정도의 검무였다.


"휘유~ 대단한걸? 어때, 우리 말이 맞지? 여섯 명을 상대로 모든 공격을 흘리다니. 변칙적이고, 예상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걸?"


"...반대로 말하자면, 모든 수를 계산하고, 그 최적의 수를 찾아 움직이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해요. 오토마톤보다 정확하고, 오우거나 미노타우르스 이상의 괴력... 그리고 썬더버드를 가볍게 압도할 것 같은 움직임... 그리고 마치... 모든 수를 읽는 전지전능한 신처럼..."


지팡이를 건네주었던 하루 또한 마찬가지로,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짤막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히야... 내가 저렇게 했단 말이지? 웃기네~"


"나도 저랬어. 참... 어이가 없다니까."


"...절대 평범한 모험가가 아닌 것이다..."


"...사람인가...?"


"...저 무형검... 인간이 무형의 경지에 다다른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리고, 그의 전투를 본 이들은 모두, 넋을 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쐐액-! 딱! 팡! 우직-!)


"...허억... 허억... 이게 무슨... 잔재주를...!"


"재주? 미안하네만 이쪽은 그런 기교와는 거리가 멀어서 말이지."


"...미친놈... 진짜 그게 더 말이 안된다고...!"


그리고, 그녀들 또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넘을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벽이 느껴지는, 마치 자연재해를 상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거친 파도 앞에서, 솟아올라 폭발하는 화산 앞에서, 휘몰아치는 태풍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실감하고 느끼는 무력감, 그 이상을 느끼고 있었다. 수십 년을 수련해온 자신들이, 그것도 아마조네스 중에서도 최강자급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여섯 명의 콤비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낡아빠진 나뭇가지 하나를 든 '인간 남성' 따위에게,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였다. 지금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이 남성은, 할 의지만 품는다면, 일격에 우리 여섯을 제압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그녀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올랐다.




(까앙-!)


"으극!"


"...더 해보겠나?"


"...제길...! 아마조네스의 의지를 얕보지 마라!"


(쿵-!)


다시 일어나서 자세를 잡은 그녀들은, 비장한 자세로 기합을 넣으며, 다시금 메카니르를 상대하려 했다.


"우리는 긍지높은 전사! 숲을 호령하는 아마조네스! 굴복하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군."


어줍잖은 공격으로 그녀들을 제압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그는, 그녀들이 납득할 정도의 강한 일격을 장전하여 그녀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했다.


"...좋다. 이 일격으로 끝내도록 하지...! 절명을 각오해라!"


"...절명?! 메...메카니르 씨! 살생은 ㅇ...!"


"호들갑 떨지 마. 하루. 그냥 힘의 격차만 보여주는 것 뿐이니."


"...네?! 대체 어떻게...!"


(쿠구구궁...!)


"極 : 鬼劍術...!"


흡사, 소름이 끼치도록 날카로운 검이, 수십, 수백 자루나 되는 검이 겨누는 느낌을 받는 그녀들. 인지를 초월한 공포의 앞에서 당연하게도 그녀들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었고, 머지않아 메카니르가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자, 그녀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태세를 취하고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纖斷! 잘게 찢어져라!"


"...윽!"


(쿠과광-!)


'...약간 위쪽으로 흘려보내야겠군.'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쩌억-!)


일부러 위쪽으로 쏘아보낸 맹렬한 참격은, 그녀들을 가뿐히 지나쳐 뒤쪽의 아주 거대한 나무로 날아갔고...


(쩌저저저저적-! 콰지지지직!)


"...음. 이번에도 너무 세게 휘둘렀나. 힘조절을 좀 했어야 했는데."


그의 한탄이 무색하게, 그 검격은 그 거대한 나무를 완전히 박살을 내 놓고야 말았다.


"...어이구. 완전 무너졌구먼."


"...나...나무가... 저 나무가...?"


"...우...우와아아아악! 망했다!"


그 나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그녀들은 경악을 하며 그 구릿빛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도록 질렸고...


"...하필 저 나무가..."


시리우스 또한 골치가 아프다는 듯,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왜 그러지?"


"...저 나무는... 수십 명의 드라이어드 마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마을의 자랑인 나무란 말이야! 마을 입구를 장식하는... 마을의 정통성과도 같은 그 나무가...! 으아아아악! 어떡해!"


"...어떡하긴. 비켜보게나."


아마조네스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선 메카니르. 나무토막 하나를 주워든 그는, 양 손에 자신의 권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에 영향을 줄 정도의 외신의 권능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별 수 없지. 원만한 진입을 위해서라면...'


[파직...]


"...리컨스트럭션."


(쿠우우우우웅-! 촤르르륵!)


그의 손짓에 맞춰, 수십, 수백, 수천 토막으로 쪼개진 나무토막들이 일사불란하게 떠오르더니,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와 같이, 균일하고, 정밀하고, 정확하게 그 군세를 갖추어, 다시 온전한 나무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다시 푸르름을 되찾은 나무를 본 아마조네스들과, 지오와 니샤를 포함한 일행의 모두는, 어이가 없다는 듯, 경외감이 담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들 보나?"


"...형 진짜 정체가 뭐에요?!"


"...모험가?"


"지랄마! 절대 아니잖아!"


소리를 빽 지르며 화를 내는 엘로이와 호가르.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무사태평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아무튼, 이제 들어가도 무방한가?"


"...신을 만난 기분이야... 우와..."


"몰라뵈었네요... 들어오세요오... 후아..."


"그럼 실례. 재밌는 승부였소."


"...이봐! 같이 들어가자고!"


마을로 들어가려던 순간, 누가 봐도 평범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 반쯤은 식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이들이 다급히 달려나와, 메카니르가 다시 수복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음?"


"...뭐야? 분명 나무가 부서지는 것을 봤는데..."


"내가 부수고, 내가 고쳤소."


"...어...?"


"...다 설명해드리지.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거야?"


"그렇소."


"...저기, 전부 사실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들은 메카니르와 한 차례 겨룬 아마조네스 여전사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졌고, 그 힘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는 듯, 몸서리치며 긍정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본 마을의 주민들은, 어이없어하며 믿지 못하면서도, 일단은 믿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아무튼... 마을에는 무슨 일로 왔지?"


"나는 이 녀석들을 안내해주던 길이었지, 여기, 트롤 마물인 니샤와 그의 파트너 지오, 이 둘은 이 마을의 특산물을 구하러 왔지. 여기 큘리하고 모스라는 두 녀석은 관광을 목적으로 왔고. 그 외 나머지 인원 전부는 '산 위의 정체모를 이물질의 근원' 에 대해 조사하러 왔다고 해야겠네."


"정체모를... 이물질... 그렇구나. 조사를 위해... 후우, 뭔가 활로가 뚫린 기분이네."


"...그쪽 마을도 지금 난리가 아닌가보군."


"말도 마.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넘실거리는 선에서 그치던 것들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불어나서 막 흘러넘치기 시작했다니까. 우리들이 덩쿨을 엮어 만든 막으로 가둬두는 것도 이제 한계였던 참이라."


그녀들의 말을 잠자코 듣던 성혁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더 촉박한데... 하루, 약물을 만들 시간이 별로 없긴 했지만... 해독제의 진전은?"


"후우... 결정적인 부분에서 막혔어.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으면..."


"그건 이제 우리가 할 일이지. 안그래, 성혁아?"


"...지당하신 말씀. 반드시 해법을 찾아내겠어. 우리가 시간을 최대한 벌어볼게. 어떻게 해서든."


지에와 성혁은 씩 웃으며, 하루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늘 티격거리는 사이긴 하지만, 이럴 때 만큼은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벗인 사이였던 세 사람이었다.


"그래. 짜샤. 이 누님들도 어떻게든 해 볼 테니, 걱정 마라구. 몸 쓰는 일은 자신있으니."


"...약물 제조? ...아! 저... 저도 큘리의 타액 속에 섞인 독액을 여기저기 쓸 일이 있어서... 화학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있어요! 혼자보단, 분명 둘이 나을 거에요. 같이 해볼래요?"


"지금은 한 사람의 도움도 아주 소중하고 절실하지. 좋아. 같이 일해보자고. 거기, 큘리는?"


"이래뵈도 마계 유학파 출신이란 말이지! 나도 도와줄게!"


서서히 역할 분담을 시작한 일행. 제법 활기찬 모습에, 시리우스는 가볍게 웃으며 몇 가지 정보를 수정했다.


"다들 의욕이 넘쳐서 좋은걸. 그리고 수정해야겠네. 이쪽도 관광이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 ...혹시 마을에 또 다른 문제가 있나?"


"...음... 부끄러운 일이지만, 요즘 들어 부쩍 많아진 그 녹색 콧물같은 것들 때문에, 이런저런 도구를 쓸 일이 많아지면서 대장간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거든. 아버지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어린 친구가 하고 있는데, 아직 경험도 체력도 부족한 녀석이 감당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양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비단 대장간 뿐만 아니라, 손재주가 필요한 일이 전반적으로 수요가 폭증해버려가지고, 공급량이 부족해져서. 수공예 쪽에 자신있는 사람이 있을까?"


"...손재주라면 조금 자신은 있다만."


성혁이 앞으로 나섰고, 그 옆을 지키던 벳시 또한 장갑을 고쳐 착용하며 거들었다.


"그렇다! 나도 자신있다! 드워프들은 그 특유의 섬세한 손놀림이 특기인 것이다!"


그리고, 라비나도 조용히 손을 들고, 등에 맨 큼직한 모루를 어필해보였다.


"...전 사이클롭스 종족이랍니다. 금속제 도구를 만드는 일이라면 일가견이 있죠."


"나도 마찬가지야.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이라고는 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라비나 덕을 톡톡히 봤지.


"...응. 도와준다니 고마워. 그리고 하나 더, 시리우스. 시간 괜찮아?"


"나? 나는 왜? 괜찮기야 하다만..."


"견습 아마조네스들의 교육을 조금 부탁해도 될까? 하루, 이틀 정도라도 좋으니까. 여기 있는 친구들은 잘 싸우긴 잘 싸우는데, 교육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운 녀석들이거든. 원래 교관이던 클로버가..."


"클로버가?!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어...?"


"...남편이랑 너무 하다가 허리가 나갔어."


"..."


"..."


"..."


"...으흠! 그런 의미에서 좀... 도와줄래?"


"...문제는 없긴 한데... 누군가를 교육하는건 여기 둘이 더 어울릴걸? 격투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말이지. 나는 용병으로서의 생존술, 은밀한 암살술 위주로 활약하는 타입이라서."


그 말과 동시에, 시리우스가 살짝 자리를 비켜주자 기다렸다는 듯 두 거구의 여인이 몸을 풀며 앞으로 나섰다.


"반갑다. 산 아래 부근에서 오크 무리를 이끄는 하이오크, 호가르라고 하지."


"난 엘로이. 오우거다.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훈련은 내가 전문이지. 그리고, 이 녀석하고는 둘도 없는 절친 사이지!"


"이 친구들한테 믿고 맡겨달라고."


"시리우스가 보증한 강자들이라면 믿을만하겠는걸? 좋아, 부탁할게. 이리로 와줄래?"


"역시 몸을 쓰는 일이 최고라니까. 가자, 엘로이."


"좋아. 하루, 기다리고 있으라고."


모두가 각자의 자리로 떠났다. 벳시와 성혁은 공방으로, 라비나와 지에는 대장간으로, 큘리와 모스, 하루는 연구를 위해, 엘로이와 호가르는 누군가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그런 뒤, 자리에 남은 시리우스와 메카니르, 지오, 니샤, 그리고 여섯 아마조네스에게, 그녀가 다가왔다.


"...이제 여기 남은 사람들은..."


"우리는 마을의 특산물인 에릭실 허브를 구하려고 왔거든요. 그런데... 마을이 조금 정상화가 되어야 허브를 찾든 뭘 하든 할 것 같으니..."


"저랑 지오는, 메카니르 씨와 함께 산 위로 올라가서 도울 일을 찾을게요."


"나도 함께 가지. 용병단의 대장 씩이나 되는 여장부가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시리우스의 완강한 의지를 관철한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마조네스들과 메카니르를 포함한 일행을 마을 안으로 들여, 산과 이어지는 감시 초소로 인도했다.




(부스럭...)


"...필수품은 이걸로 끝. 니샤 누나, 시리우스 씨, 준비는 다 되셨나요?"


"응. 난 끝났어."


"이쪽도 준비는 한참 전에 끝났다. 메카니르?"


"난 언제나 준비를 마친 상태라네."


(끼익-)


"다들 준비는 다 마친 모양이네?"


문이 열리고, 메카니르와 합을 겨루었던 여섯 전사가 들어와,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응? 아. 응. 준비는 다 끝났어. 출발은 아직인가?"


"아직. 급할 수록 돌아가라고, 너무 조급하게만 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법이라고."


"그 말도 맞네."


가벼운 잡담을 나누던 시리우스와 아마조네스 전사들, 그리고 그녀들의 관심사는, 곧이어 묵묵히 앉아 휴식을 취하는 메카니르에게로 집중되었다.


"...그건 그렇고, 저런... 댁같은 사람은 살면서 만나본 적이 없는데..."


"애초에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네. 궁금해 죽겠어."


"하하... 이래 보여도 사람이 맞다네. 그저 한 명의 모험가일 뿐이지."


"...암만 봐도 아닌데..."


"...참, 아마조네스라고 했던가?"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네? 그래. 맞아. 우린 아마조네스. 숲 속의 여전사들이지. 왜?"


"...실은 내가 도감을 편찬중이라네."


그리고, 여느 때처럼 품 속에서 책을 꺼내보이는 메카니르. 책을 열어본 그녀들은, 서큐버스, 데몬, 게이저, 오크, 뱀파이어 등 다양한 마물의 정보가 상세히 기록된 책을 보고는, 흥미가 생긴 듯 함께 그 도서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런 뜻으로... 자네들에 대한 정보도 얻어가고 싶네만, 도와줄 수 있겠나?"


"안될 것도 없지. 대뜸 싸움부터 걸어와서 미안하기도 하니까... 최대한 성심성의껏 알려줄게.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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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조네스 개체의 일반적인 모습. 묵직한 검을 들고 다니기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마계은으로 만든 검이기에 베인 남성은 피 대신 정액을 븃븃 뿜으며 그녀들에게 매료되게 된다고.]



[아마조네스 - Amazoness]


[속 : 서큐버스 / 형 : 악마]


[서식지 : 삼림, 산지 지형]


[식성 : 주식은 인간 남성의 정기이나, 서큐버스에 의해 잠식되기 이전처럼 잡식을 하기도 함]


[성격 : 호색적이고 드세며 거칠고 화끈함.]




[숲의 깊은 곳에, 독자적인 취락을 만들어 생활하는 서큐버스의 일종. 본래는 '아마조네스' 라고 불리는 인간 여성만으로 구성된 부족이었고, 소수정예 병사의 무력으로 구마왕군에게 저항하던 세력이었으나, 마왕의 세대 교체 이후, 서큐버스 일족의 침공에 영향을 받아, 절대다수가 서큐버스로 변질되어 사실상 마물의 일종으로 취급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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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본래는 인간이었다는건가? 레서 서큐버스로 변이하기 이전의 여성처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우리 증조할머니...도, 인간이었어. 순수 인간이었지. 부족 내의 유일한 인간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렇군. 마물이 되는 것은 순식간인가..."


"뭐, 지금 생활에 만족하니 상관없지만. ...이어서 이야기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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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정예 전사로 자라난다. 우수한 신체능력, 타고난 무예적 재능, 그리고 여성주의를 바탕에 둔 사회까지. 그렇기에 그녀들의 남녀관계는 보통의 마물들과, 인간들과도 다르다. 여성은 무기를 갖고 전사로써 싸움에 임하고, 연약한 남성은 가사 일, 집 지키기 등을 하는 것이며,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들에게 마땅히 성교를 통한 봉사로 정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또한 그녀들은 정기적으로 '남성 사냥' 을 한다. 이것은 인간의 마을을 습격해 취향에 맞는 미혼 남성을 취락에 끌고오는 행동이며, 그 과정에서 원하는 남성을 손에 넣은 아마조네스는 연령과 관계없이 곧바로 성인 취급을 받게 되며, 한 사람분의 전사로써 취급됨과 동시에 큰 축하연을 여는데, 특수한 가치관을 가진, 그리고 서큐버스의 의식에 영향을 받아 기묘한 성적 취향을 가진 그녀들은, 그 피로연마저 특별한 행사와 같이 진행된다.




우선은 "자진해서" 그녀들의 사랑의 포로가 된 남성들을, 널찍한 방에서 편안히 쉬게 한다. 동시에, 그 자리에 인간 남성에게 오묘한 최음 효과를 일으키는 허브를 태운 증기를 유입시켜, 몽롱한 기분에 한껏 취하게 한다.




그런 뒤에는, 그 몽롱한 기운에 취한 남성들을 상대로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교육' 을 실시한다. 그 교육의 내용이라는 것은,


'남자로 태어나 아마조네스의 신랑이 된 당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신부인 그녀들을 사랑으로 안아주는 것이며,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하며, 이는 그녀들이 내뿜는 지독한 방귀냄새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녀들은 그만큼 당신들을 남편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진한 방귀를 뀌며 애교를 부리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냄새가 몸에 배어든 남편들과 더욱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랑인 당신들은 아내가 될 여인의 방귀를 기쁘게, 즐겁게, 그리고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라는 것이다.




그 내용이 설령 논리적으로 약간의 비약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 지라도, 이미 몽롱한 약기운에 한껏 취한 상태에서 그 논리에 저항할 수 있는 남성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며, 설령 마법을 통해 약기운에 저항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건강한 구릿빛 피부로,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외모로 유혹을 하는 탓에, 3일이 넘기 전에 모든 남성들이 굴복한다고 하며, 예외의 경우는 지금껏 단 한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마침내 축제의 당일이 되면, 축제의 전야제부터 고기와 곡류, 각종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를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고 잔뜩 가스를 만들어 뱃속에 품은 여인들이, 자신과 부부가 될 남자와 마을 중앙에서, 모든 사람들의 앞에서 여성상위 체위로 격한 교감을 나누면서 지독한 가스를 사방에 흩뿌리는 행동을 취한다. 수많은 여인들의 역하고 지독한 가스가 이리저리 뒤섞이는 축제 속에서, 그녀들의 남편은 오로지 '자신의 반려' 만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그 이후는 오히려 그녀들의 항문을 성심성의껏 애무하며, 그 빵빵하게 부푼 배가 홀쭉해지도록, 몇 시간 동안이나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지독하고 농후한 그녀들의 악취를 맡으며 뜨겁고 지저분한 밤을 보낸다고 하며, 그 과정에서 이것을 본 어린 아마조네스들은 성인이 된 전사들의 성관계 모습을 보며, 매우 흥분하며 자신도 남성을 잡아 자신의 냄새를 각인시키는 날을 꿈꾸며 훌륭한 전사로 거듭나고자 더욱 수련에 매진한다고 한다.




여담으로, 그녀들의 마을에 인간이 흘러들어왔을 경우, 성인이 아닌 아마조네스들에 의해 의도치 않은 '술래잡기' 를 하게 되며, 여성이 들어온 경우 서큐버스와 같이 동성애 행위로 마력을 흘려보내 아마조네스로 바꾸어버린다. 남녀가 함께 마을로 들어온 경우, 그 여성은 이미 수컷을 쟁취한 훌륭한 전사로 평가받아 큰 환대를 받고, 마찬가지로 배부르게 각종 음식들을 포식한 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남성을 덮치고 그 악취를 뒤집어씌우는 전사로 거듭나게 되며, 남성의 경우는... 당연하게도, 더욱 깊어진 관계 속에서 더욱 뜨거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고 하기에, 의외로 그녀들의 마을로 자진해서 찾아가는 커플들이 꽤 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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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필기를 마친 메카니르. 문득 그는,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헌데 자네들의 전신에 둘러진 그 검은 문신은..."


"아, 이거? 으흠! 전사의 힘을 이끌어내는 주문이라는 말씀! 우리 모두의 안에는, 그 내재된 호랑이같은 기운이 있다는 말이지!"


"...그런가? ...겉보기에는 쾌락의 룬과 닮았다만... 이전에 한 바포메트에게 배웠던 마법과 룬이 생각나는군."


짤막한 감상을 마친 그가 문서로 만든 페이지를 체내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순간, 마을 어귀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푸르른 인상의 여인이 들어와, 모두의 이목을 끈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흠! 좋아. 우선 외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시작할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서 고마워."


"뭘, 돕고 사는거지. 가뜩이나 우리도 그 염병할 콧물 때문에 힘들어서 말이야."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거니까. 아무튼, 이제 우리는 등산을 할 거야."


"등산?"


"산 중턱 부근에 방어막을 쳐 둔 상태거든. 그것도... 겨우 우리 드라이어드들이 온 힘을 쥐어짜 만들었지만, 머지않아 붕괴될지도 몰라. 이제 한계 상태거든."


"...원래 우리같은 아마조네스들이 가서 그 지역을 살피고, 망가진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곤 했는데... 요 며칠 사이, 부쩍 늘어난 이물 탓에 제대로 접근도 못하고 있었거든. 마을은 점점 바빠져만 가고... 마침 아랫마을에선 축제까지 열려서 덩달아 여기도 바빠졌거든."


"그 말이 맞아.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절차는 지켜야 해. 위험한 곳에 다가가는 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이어야 해. 최소 3일 이상은 견딜 수 있는 물과 식량, 체온 보존을 위한 옷가지들, 그리고 야생동물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조우했을때 사용할 마계은으로 만든 호신무구들. 전부 다."


"...긴장되는데요... 누나..."


"...걱정 마. 나, 트롤이잖아. 땅의 기운을 읽는 건 누구보다도 자신 있어. 산지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거든."


"...좋아, 이쪽은 문제가 없겠군. ...제길. 약효가 떨어지기 전에 일을... 끝마칠 수 있으려나."


"약? 어디 건강 문제라도 있나? 알라우네의 꿀이라도 좀 먹겠어?"


"아, 그런 종류가 아냐. 나 용병이잖아. 클라이언트와의 원활한 계약을 위해... 발정 및 성욕 억제제를 복용중이거든. ...그런데, 그게 거의 다 떨어졌고... 내 인내심도 좀 한계라."


"그러면 팡! 하고 해방시켜버려!"


"...덮칠 사람도 없단 말이야."


"저 사람은..."


"..."


"...음? 나 불렀나?"


"...아...아니야...요..."


"?"


괜한 말을 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그녀들이었다.




"...잠시 실례, 물어볼 것이 있소만."


그렇게 대략적인 정보를 듣고 모두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메카니르는 자신들에게 작전을 브리핑하던 그녀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응? 무슨..."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종족인지?"


"...우리를 몰라? 정말?"


"그렇소. 고립된 환경에서 몇 년을 지내다가..."


"...그렇구나. ...정말 미스테리한 사람이네. 당신. 사람 맞지?"


"후후... 어떻게 느껴지오?"


"...모르겠네. 아무튼... 뭐, 이렇게 된 김에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이름은 나디아라고 해. 우리 일족은 수목과 함께 살아가는 드라이어드이고."


"자세한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소? 실은..."


"...응. 뭔 말인지 바로 이해했어! ...여유 시간이 좀 남으니까... 잘 들어봐? 제대로 적어야 한다고?"


메카니르는, 설명에 앞서 자신의 품 속에서 자신이 집필하던 사전을 내밀어보였다. 곧바로 그것의 정체를 간파한 드라이어드 여인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듯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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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거의 합일화된 드라이어드 개체의 모습. 나무와 합체한 모습만 보자면 '기동력 자체를 잃어버린' 것으로 다들 오해할 수 있으나, 실제로 그녀들은 융화된 몸을 자유로이 조절할 수 있어 가까운 곳은 외출도 가능하며, 옆 나무나 가까운 식물형 마물에게 놀러갈수도 있다고. ...물론 남편들은 예외 없이 나무 속에 갇혀 살지만.]



[드라이어드 - Dryad]


[속 : 드라이어드 / 형 : 식물]


[서식지 : 삼림, 산지 지형]


[식성 : 남성의 정기, 땅의 양분]


[성격 : 사려깊고 온순함, 정열적이고 경계심이 없음.]




[나무에 깃든 정령의 일종이며, 원래부터 마물로 태어난 {아정령} 이라고 칭해지는 존재이다. 평생을 한 그루의 나무에 들러붙어 살며, 그 나무가 썩을 때 그녀들의 수명 또한 끝난다. 하지만 드라이어드들이 깃든 나무는 남성의 정을 흡수하는 것으로 수천 년 이상의 영겁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가며, 풍부한 마력에 의해 화염이나 병충해, 마름병, 뿌리혹병 등의 각종 재액에 면역 상태가 되어, 그 자체만으로도 강대한 대자연의 일부로써 살아가게 된다. 보통은 온화한 성격이나, 숲을 어지럽히는 자들에게는 가차없이 넝쿨을 뻗어 구속하여, 숲 한가운데에 던져버린다고 한다. 보통 그들이 내던져지는 자리는, 성에 굶주린 마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자리다.




연애에 대해서는 매우 비상한 정열을 보인다. 마음에 든 남성을 유혹하여, 나무의 속에 가둬버리고는 그 안에서 취향대로의 성활을 즐기는 것. 밖에서 본다면 나무에 드라이어드가 얽혀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무 속은 겉모습과 전혀 달리 '마치 별도의 공간으로 격리된 것' 처럼 가옥과 같이 넓은 내부를 자랑한다. 마치, 나무를 도려낸 것 같은 이질적인 풍경이기도 한다. 남성은 그 안에서, 드라이어드와 끝나지 않는, 나무가 썩어 사라질 때 까지 죽지도 못하고 도망치지도 못하는 채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비극이라고 칭할 지도 모르지만, 인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쾌락과 따스한 헌신을 영원히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에, 나무와 한 몸이 된 남편들은 항상 만족도가 하늘을 찌른다고.




드라이어드들은 남성의 정기를 들이마시는 것으로 크게 성장한다.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찬란해지며, 영원한 수준의 젊음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동, 혹은 부작용 때문인지, 그 과정에서 그녀들의 소화기관은 빠르게 불안정해진다. 평소대로라면 무리없이 섭취할 수 있던 땅 속의 양분들이 극도로 빠르게 흡수되고, 소화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며 빠르게 가스가 팽창하게 된다. 이때, 수목의 정상적인 생장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들은 바깥으로 달콤한 맛을 내는 수액을 흘려보내고, 남편이 머무르는 수목의 방 안쪽으로 차오르는 가스를 모조리 쏟아내기 시작한다. 바깥으로 그 냄새를 흘리는 일은 없다. 자연과 수목을 사랑하는 그녀들은 혹여라도 숲이 냄새에 물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남편이 있는 나무의 안에 엉덩이를 조준하고는, 그대로 그 막대한 양의 가스를 쏟아내는 것이다.




한편, 그 과정에서 남편들은 얼핏 보기에는 고통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들의 방귀에는 자연의 싱그러운 풋내음과 구수하면서도 구릿한 풀이 발효되는 냄새가 절묘하게 어우러짐과 동시에, 은은한 암컷의 페로몬까지 함께 뒤섞여 쏟아져나오기에, 그 방귀를 맡으면 맡을수록 더욱 흥분하고, 그 냄새를 갈구하게 되며, 구멍 너머로 보이는 그녀들의 엉덩이 구멍을 손으로 부드럽게 매만지며 자극하고, 더더욱 많은 양의 방귀를 쏟아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초목과 반쯤 동화된 남편들은 호흡기의 구조도 바뀌게 되어, 그녀들의 악취나는 가스를 모조리 흡입한 뒤 신선한 공기로 바꿔 수목의 꼭대기와 잎을 통해 내보내기에, 저절로 그녀들이 격하게 정을 나누면 나눌수록, 숲은 더더욱 푸르르게 변한다고 한다.




간혹 그 달콤한 수액에 이끌려 찾아오는 곤충형 마물들도 제법 존재한다. 앤트, 허니비를 비롯한 다양한 마물들이 오고, 곤충형 마물이 아니더라도 숲에 사는 다양한 마물들이 오기도 하는데, 그 향기와 페로몬에 이끌린 미혼의 마물들은, 그대로 그녀들의 기운 속에서 동화되고, 드라이어드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운 자신의 남편을 맛보라는 듯 방문한 마물들과 함께 성교를 나누며, 그 과정에서 함께 수액을 나눠마시고 장이 급격히 불안정해진 방문자와 함께 끔찍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악취의 폭탄을 터트려대며, 몸이 질퍽질퍽하게 정액으로 범벅이 되도록, 행복하고 음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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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구조가 바뀐다... 라. 정말 흥미로운 소재로군."


"우리도 일종의 아정령이니까. 정령의 힘을 빌리면... 안될 것도 없지. 후훗..."


"...아정령? 정령? ...둘이 다른 것이오? 별도의 종으로 구분되는 것이오?"


"어... 정령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는거야? 정말?"


"...생소한 개념이구료."


"...음... 설명이 필요해? 필요하다면..."


"알려준다면 감사히 받아적겠소."


"응... 시간이 좀 더 남네. 간략하게 알려줄테니,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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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은 불, 물, 바람, 땅을 기본으로 자연계의 순수한 원소들이 실체를 얻어 형상화된 것이다. 정령은 원소의 순도, 마기의 혼합상태에 의해 성질이 바뀌기 때문에 정령 사이에서도 여러 분류로 나뉜다.




Ⅰ. 순정령 - 위대한 원소의 정령


정령, 순정령이라고 불리는 정령들. 자연계에 존재하는 고농도의 원소가 모여 모습을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순수한 정령들은 마물로 취급되지 않는다. 마물로써 취급되는 정령들은 후술할 '마력에 타락한 마정령' 이라고 불리는 것들 뿐이다.


정령들은 자연계의 원소 그 자체이기에 정령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토지는 대응하는 원소가 풍부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성, 지능은 높은 축에 속하며 감정의 교류도 가능하다. 그리고, 정령들은 문자 그대로 파괴적인 수준의 자연물을 이용한 힘을 사용할 수 있으나, 누군가를 공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령들은 인간과 계약을 이행함으로써 그 행위를 가능하게 한다.


정령들과 계약을 맺은 인간은 정령사, 계약자 라고 불리며, 일반적인 마법은 가볍게 압도하는 정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나, 하지만 오염된 원소가 가득한 땅에서는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불안정한 면도 있으나, 이는 유대감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


하지만 정령들은 감정과 유대감을 가지고 있고, 생물들이 하는 연애나 성행위에 흥미와 동경을 갖고 있으나, 육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계약자와 이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정령들이 실망하고, 다른 '방법'을 찾게 된다.




Ⅱ. 마정령 - 몸에 마성을 품다


마정령이라고 불리는, 순정령이 마물의 마력에 의해 타락해서 거듭난 존재들. 원소 그 자체인 순정령들은 말하자면 일종의 마력 덩어리이기에, 하나의 빈 도화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마계의 주위만 가더라도 그 마력과 결합하여 마정령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매혹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물을 초월한 정령이라는 존재에서 마물이라는 '하나의 생물' 로 타락한 것으로, 순정령과는 달리 성격도, 육체도, 생식능력까지 갖게 된 그녀들은 물체를 만지며 물리력을 행사하며, 현실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서큐버스의 여왕이 지배하는 마계에서 영향을 받은 그녀들답게, 순정령 때부터 막연히 품고 있었던 인간 남성에 대한, 그리고 정분을 나누는 것에 대한 동경과 흥미가 만개하며 적극적으로 인간 남성을 덮치려고 든다.


순정령때부터 계약을 한 정령사가 있는 경우 곧바로 그를 덮치려 들고, 없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정령마법에 소질이 있는 선한 자들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그녀들의 경우 일반적인 정령 계약과는 달리 '섹스' 를 통해 이루어지는 계약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들은 정령사들을 상대로 일종의 '시험' 을 치르게 된다. 그 시험의 내용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몰아치는 마력을, 정령사들이 얼마나 오래 감내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는 것인데, 여기서 '가장 순수한 형태' 라고 하는 것은, '그녀들의 몸 속을 거친 기체 상태' 를 의미한다. 즉, 방귀라고 하는 것이다. 불의 정령은 폐까지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메마르고 뜨거운 사막의 열풍과도 같은 방귀를 괴멸적인 소리와 함께 쏟아낼 것이며, 물의 정령은 마치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축축하고 너저분한, 가습기에서 터져나오는 습기보다도 더욱 축축한, 새벽 바다 위의 물안개보다도 더욱 무거운 방귀를 끝도 없이 몇 시간 동안 퍼부어댈 것이다. 땅의 정령들은 옥토 속에 가득한 거름의 냄새가 가득한, 소름끼치게 지독한 방귀를 끝도 없이 뿜어내며 즐겁게 웃을 것이고, 바람의 정령은... 앞서 말한 세 정령의 소리, 냄새, 양을 모두 합친 것에 비견될 정도의 방귀를 뀌어댈 것이다.


시련에 통과하면 곧바로 부부관계를 맺고 달콤하고 지저분한 나날을 이어가며 정령마법에 힘쓰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책임져주지 않으면 안되겠네~!' 라는 말과 함께, 특훈을 핑계로 남성이 자신의 악취를 잔뜩 즐기면서 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부터는, 남성의 정기를 힘의 원천으로 삼기에, 순정령 때의 약점이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계약자가 여성이라면, 그녀 또한 마력으로 잠식시켜 동일한 마물로 만들어버린 뒤, 함께 쌍을 이루어 자신들을 만족시켜줄 남성을 찾아다니게 된다고.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완전히 마기에 타락한 정령은 '암정령' 으로 분류되게 된다.




Ⅲ. 암정령 - 마계의 전도사들


암(暗)정령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마정령이 계약자에게서 얻은 대량의 정기로 인해 강대해진 마력에 완전히 타락하여 강력한 마물로 거듭난 것이다. 마정령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나, 마물의 마력에 의해 몸의 일부가 검게 침식당한 상태이기에 암정령이라고 칭해진다.


순정령처럼 자연을 풍족하게 만들긴 하나, 여기서의 자연은 '마계의 자연' 을 칭한다. 그녀들은 성교, 특히 남편의 얼굴에, 음경에, 온 몸에, 자신의 악취나는 방귀를 퍼붓고 질척한 정액으로 온몸이 뒤덮이도록 성교를 이어나가는 음탕한 삶을 살아가며, 서로의 신체를 탐닉한다.


암정령의 존재는 자연 그 자체인 정령이 마기에 타락했다는 신호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암정령이 출몰하면 그 지역의 일대는 머지않아 마계와 동일한 환경으로 뒤덮여버리게 된다.




Ⅳ. 아정령 - 유사정령[마물]


정령, 아정령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애초부터 정령이라기보다는 마물로 분류된다. 순정령이 되기에는 불충분한 원소에 마력이 결합하여 마물로 거듭난 존재들이기에, 순정령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마물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계약도 뭣도 없이 그저 욕망에 가득찬 움직임을 보이며 인간 남성을 탐한다고. 그렇기에 힘을 빌려주는 계약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아정령으로는 드라이어드, 설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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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흥미롭군. 그럼 자네도..."


"그래. 맞아. 하아... 빨리 일 끝내고 우리 여보랑 뒹굴뒹굴 하러 가야하는데..."


"...빨리 끝내드리겠소. 가정의 평화를 위해."


"풋... 그래. 고맙네. 그럼 슬슬 출발해볼까? 자! 다들 주목! 3분 뒤에 출발이야!"


가벼운 대화를 마친 드라이어드 나디아는 일행의 주의를 끈 뒤,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어느덧, 그들은 산 중턱에 다다랐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세운 그녀는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흙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자, 여기서 다시 조를 나누자고. 위로 더 갈 인원을 선별해야 하거든."


"위로 더 간다니?"


"...이제 이 위쪽은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는 상황이야. 위협적인 뭔가가 있을수도 있고, 흉포한 야생동물이 있을지도 모르지.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거든. 산이 경고하고 있어."


심각한 표정으로 땅을 한참 동안 매만지다 일어난 나디아. 손의 흙을 털어낸 그녀는, 일행을 돌아보고는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얘는 아직 안왔나?"


"...누구, 더 올 사람이 있소?"


"응. ...여기 산 중턱을 지키는 꼬맹이가..."


"마물인가."


"...아니, 인간이야. 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우리 마을로 흘러들어온 걸 우리가 공동육아로 길러냈거든. 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어지간한 바포메트 이상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재능이 충만한 녀석이야."


"그런가. 궁금해지는군."


"아, 나디아. 그 녀석도 가기로 한 거야?"


"응. 도움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보통내기도 아니고. ...올 때가 되었는데..."


(치직- 파지직!)


그 순간이었다. 대기가 미묘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사람 하나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균열이 생겨났다. 곧이어, 휘몰아치는 마나의 흐름과 함께 앳되어보이는 귀여운 소년 하나가 걸어나왔다.


"...하암... 미안. 나디아 이모. 늦잠을 자버려서..."


"얘는 정말! 칠칠맞게... 자! 인사드려. 도움을 주실 외지인들이야."


"하암... 안녕하세요... 윽...! 하아아... 쩝... 잠을 못 자서..."


"왜, 또 야한 장난 혼자서 하다가 못 잔거야? 젊네~ 크하핫!"


"에에~ 괜찮네요~ 그냥 혼자 해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설마, 누나들도 외로워서 그래요? 어쩔까나~ 도와줄까나?"


피곤한 듯 하품을 연신 하는 소년에게, 익숙하다는 듯 장난을 걸어오는 아마조네스 여전사들과, 익숙하게 맞받아치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됐어. 임마. ...솔직히 넌 남자보다는 그냥 아들이나 조카같아서 말이지. ...너 처음 왔던 시절 생각나네. 기억 나? 너 이불에..."


"윽... 외지인 분들 앞이니까 좀! ...아, 미안해요. 소리를 그만..."


"괜찮다네. 그건 그렇고, 마력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가보군."


"벼...별거 아니에요... 헤헤..."


"별거 맞아. 얘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아마 또 마법으로 이것저것 해보다 못 잔거겠지. 그치?"


"...나디아 이모 눈은 못 속이겠네요. 맞아요. 저기 녹색 이물들이 막 흘러넘쳐서... 샘플을 좀 가져와가지고 분석해봤는데, 역시 마력으로 분석하는 건 무리였어요... 화학으로 접근을 해야 하나..."


"마을에서 그런 방식의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일행이 있지. 통제를 위해서. ...연금술과 화학에 조예가 깊은 친구라네."


"그렇구나...! 역시 그 방법이 맞네... 으응... 근데 이번에는 이렇게 많이 가요?"


"응. 몇주 동안이나 못갔잖아? 아래의 울타리를 고칠 사람도, 헤진 덩굴을 고칠 사람도, 야생동물을 진정시키거나 경우에 따라 사살해야하는 사람도, 그리고... 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사람도 가거든."


"...여기 계신 분이..."


소년은 메카니르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메카니르는 소년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작지만, 그 소년의 눈에 담긴 것은 하나의 우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깊이를 갖고 있었고, 소년의 눈에 비친 메카니르는 평범한 모험가의 모습을 한, 가늠할 수 조차 없는 강자라고 느꼈다.


"...강하시네요. 정말 믿을 수 없을만큼..."


"하하... 별 것 아니라네. 우주를 품은 소년이여."


"별 거 아니긴요... 너무 강해서 그 힘의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는데..."


"...잡담은 이쯤 해둘까. 나디아, 계획이 무엇인가?"


"...우선 우리 여섯 전사들하고 함께 갈 일행을 선별해줘. 아마조네스의 최정예병들이니까, 주로 산 중턱을 순회하면서 그물이나 덩굴이 망가진 부분을 고칠거야."


"우리가 가는 게 좋겠네요."


니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니샤는, 자신의 몸에 자라난 풀들을 보여주며, 방긋 웃어보였다.


"저, 트롤 종족이거든요. 식물에 관해서는 제법 일가견이 있는데 말이죠?"


"누나가 가면 나도 가야지. 동행할게요. 저도."


"...그러면 니샤와 지오, 자네 둘이 이 여전사들과 동행하면 되겠군. 나와 시리우스는?"


"...얘를 따라서 산 꼭대기로 향해줘.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위험하니까, 움직임이 재빠르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할 거니까. 얘의 마법이 그 이물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을거야. ...한 명 정도지만. 남은 한명은 많이 위험하겠지..."


"미안해요. 상상 이상으로 강한 흐름인지라... 그 흐름에서 비껴나가게 할 수 있는건 저 하나, 그리고 추가로 한 명 뿐이에요. 둘만..."


"난 필요없다네. 시리우스를 보호하는데 집중하게나."


"...네."


그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사실을 안 소년이기에, 그는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그럼 대충 정해진거네? 나랑 여기 전사들, 그리고 여기 둘은 산 중턱을 돌면서 이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데에 최선을 다하는거고, 여기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거로군. 걱정 마시오. 반드시 해결할테니."


"...믿을게. 너도, 당신들도."


"걱정 마요. 나디아 이모."


"몸 조심해. 알았지? ...우리도 서두르자. 다들."


나디아와 니샤, 지오, 그리고 아마조네스들이 먼저 옆 길로 빠져나가자, 소년은 자신의 길다란 스태프에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후우... 조금 서둘러 가야 하니까..."


"...시간 가속과 공간 압축 마법의 변주인가. 인상적이군."


"...어떻게 그걸 보고 맞추시는...?"


"...직감. 여행자의 직감이지."


"...그렇다고 믿어드릴게요. 흐앗!"


(파직-!)


소년이 지팡이로 땅을 내려치자, 바다가 양옆으로 갈라지듯 윤곽이 선명한 마나의 흐름이 길처럼 나타났다. 먼저 마나의 흐름 속으로 뛰어든 소년은, 메카니르와 시리우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서둘러 이 흐름에 타세요! 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는 지름길이니!"


(파밧-!)


"...저 꼬마, 제법인데?"


"그러게 말이오. 흠... 먼저 가시오."


"그래. 너무 늦지 마라고."


(파밧-!)


마나의 흐름을 타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소년을 따라잡은 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툰 소년을 도와 더욱 빨리 움직이는 시리우스의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잠시 마나의 흐름에 손길을 가져다대었다.


"...저 장소에서 끝나는가."


(우웅...)


"좌표 재설정."


[팟-!]


온기조차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지는 메카니르였다.




(타닷-! 타닷!)


"우...우와아앗! 너... 너무 빨라요!"


"제법이구나! 제법이야! 꼬마야! 너... 이런 마나의 흐름이라니!"


"으...우욱... 멀미가아..."


"좀만 참아! 금방 끝나! 아... 보인다! 마나의 끝이!"


"...우우욱!"


토사물이 올라오는 입을 부여잡고, 시리우스의 품 속에 안긴 채로 정상으로 향하는 소년. 순간, 마을에서 봤던 아마조네스 누나들이나, 알라우네와 바로메츠 등의 다른 식물형 마물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우읏... 진짜 털이야..."


팔과 다리를 둘러싼, 복슬복슬한 털. 그 감촉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좋게 느껴지는 소년이었다.


(파밧-!)


"히야... 정말 오랜만에 달려봤어! 후우... 성욕도 확실히 줄어든 기분이고..."


"이제... 이제 좀 살것 같..."


"...아. 미안. 너무 달려버렸나... 정말 미안해. 이게 지금... 내가 성욕을 너무 억눌러서 그런가 요즘 통제가 잘 안되서 말이야."


"성욕... 억제요? 마물들은 그걸 참는거 자체가 병이 되는데..."


"...어쩔 수 없잖아. 나 용병단을 운영하거든. 셰이드 용병단이라고. ...클라이언트랑 마찰이 생겨버릴수도 있잖아. 안 될 일이지. 뭐... 혼자서 해소하곤 했는데, 이제 그것도 좀 되어서."


"...누나도 건강을 챙겨야겠네요. 최대한 빨리."


"나도 챙기고 싶거든? 하아... 남자가 안 생기더라."


한숨을 내쉬며, 깨끗한 풀밭 위에 털썩 주저앉는 시리우스. 소년 또한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에 가서 앉아, 바람을 쐬며, 메카니르를 기다리며 짧은 휴식을 가졌다.


"웨어울프 마물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덮치는 식이던데."


"그래도 난 안그래. 아무리 나중에 결과가 좋게 나온다고 해도... 동의 없이 덮치는건 강간이잖아. 싫다고. 그런 건."


"...되게 좋은 분이네요."


"...이게 상식 아닌가? 아마조네스 친구들하고 너무 놀아서 그런 거 아냐? 하하!"


"그럴지도요? 후후... 뭐, 누나들이 저를 남동생 취급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저도 여친은 없지만요."


"솔로끼리 뭐... 의기투합이라도 한 번 할까?"


"그래요.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같이 악수라도 하죠?"


"그럼. 당연..."


자연스럽게 소년의 손을 잡으려 했다가, 다시 손을 집어넣는 그녀. 그리고, 소년 또한 쭈뼛거리며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돌려 부끄러워했다.


"...조...조금 뭔가 기분이..."


"응... 그거 더워서 그럴지도... 그치?"


"그러...겠죠... 누나...?"


"응... 그나저나, 너 여기서 오래 살았나보구나?"


"못 해도 10년은 더 살았죠. 제가 엄청 어려서 여기 왔었고, 지금이 11년째니까..."


"의외인걸. 내가 널 한번도 못보다니 말이야. 가끔 여기 들렀었는데."


"그... 제가 조금 집돌이 타입이라..."


"응... 집에서 뒹굴뒹굴하는거 좋지. 더군더나 같이 노닥거릴 사람도 있으면 더더욱. ...하아. 난 있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헤에... 전 혼자가 좋더라고요. 혼자 있으면 집중도 잘 되고..."


"그래도~ 둘이 있으면 좋을걸?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이런저런... 어... 음... 그런 야한거 말고..."


"...아무 말도 안했는데..."


"...내...내가 지금 뭐래니? 아하하! 너무... 너무 오래 참아서 이상해졌나봐... 누가 나같은걸..."


"왜요? 누나가 뭐 어때서요? 난 예쁜...데... 그게..."


"...그으... 기분 좋은데 부끄럽네..."


"..."


"...저기, 이름이 뭐야?"


"...음... 슈니첼...이라고 해요. 나디아 이모가 직접 지어줬는데..."


"슈니첼? 어디서 들어봤는데... 그거 외국 요리 이름 아냐? 여기 대륙이 아니고 저 멀리 다른 이국의 요리라고 들었는데..."


"으응... 뭐! 전 만족해요. 어떻든 간에 제 이름이니까."


"그래. 슈니첼... 음... 먹음직스러운 이름인걸?"


"그...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이... 아하하..."


"...그러게..."


"그... 장난을 한 분이 그러시면..."


"...몰라..." 


쭈뼛거리며, 달콤한 침묵을 즐기던 둘. 그들의 뒤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응?"


"다들 여기 있었나?"


"에엥?!"


"...대체 어디로 온거야?!"


"...공간도약으로 뛰어넘었지."


"...공간도약이 그렇게 리스크 없이 쉽게 지를 수 있는 기술이 아닌데...?"


"거듭된 수련으로 마나를 더 쌓으면 된다네. ...먼저 와서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만... 조심해야겠군. 이 주위로 녹색 이물이 곳곳에 범람하고 있다. 나는 괜찮겠지만... 시리우스. 자네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걱정 마. 얘가 날 지켜줄테니."


"...그런가. ...그런데 내가 혹시... 둘의 시간을 방해했나?"


"푸흡-!"


"쿨럭! 쿨럭쿨럭... 아니... 아니에요! 어...어서 가요!"


"...둘 다 거짓말에 소질이 영 없군."


"시...시끄러!"


얼굴을 붉히는 둘과 함께, 산 정상 부근의 커다란 나무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들이었다.




(저벅... 저벅...)


"...조심들 하게. 위로 갈수록..."


"마땅히 발을 디딜만한 곳도 없군... 아래로 흘러내리는 양도 점점 많아지는게 불안한걸."


"나디아 이모랑 아마조네스 누나들이 잘 해줄거에요. 우린, 우리의 일을 하기로 해요."


"...그 말이 맞네. 서두르자. 메카니르. 슈니첼."


"그래. ...그러고보니 자네 이름이 슈니첼인가보군. 머나먼 이국의 요리 이름인데..."


"맞아요. 음... 뭔가 자연과 가까운 채식 요리가 아닐까요? 드라이어드인 나디아 이모가 지어줬으니까!"


"...그거 고기를 얇게 썰어서 튀긴 요리다만."


"엗"


가벼운 잡담을 하며 걷던 중, 메카니르는 몸을 잠시 숙이고 바닥에 손을 짚어보았다.


"...저 위로군."


"그러게요. 윽... 기운이 너무 독해서... 가까이 다가갈수조차 없는데요..."


"아직은 버틸만하다만... 나한테 두른 보호막을 너한테 살짝 옮긴다면?"


"...괜찮을까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걱정하지 마."


"...그럼..."


슈니첼은 시리우스의 몸에 둘러두었던 마나 보호막을 자신에게로 일부 이관했다. 무언가 멍하고 어지러웠던,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것이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이 느껴졌고, 다시금 마나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슈니첼.


"...훨씬 낫네요. 누나, 괜찮아요?"


"...괜찮... 아직은... 윽... 후우... 벌써 배가 살살 아픈거같기도 하고..."


"...역시 무리인가요?"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자. 이제 우리가 뭘 해야 하지?"


"...내가 위로 올라가서 문제를 해결하겠소. 실은... 저런 부분은 내가 전문가거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지금껏 보여줬던 그 모습이라면... 그래. 그럼 우리는?"


"아래에 이물의 샘플이 많이 필요할걸세. 오염되지 않은 가장 순수하고 위험한... 저 샘플들의 추출을 좀 맡겨도 되겠나?"


"내가 하도록 하지. 내 특기는 빠른 움직임이니까. 잠깐 동안... 아주 잠깐이면 돼. 그리고 슈니첼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누나가 하겠다면, 전력으로 도와드릴게요."


"역할 분담은 이걸로 끝이군. 그럼 부탁하겠네."


메카니르는, 순식간에 산 꼭대기로 내달렸고, 시리우스는 몸을 풀며 산을 질주할 준비를 했다.


"후우... 제대로 달려볼까나."


"마나의 흐름을 열어드릴게요. 후우... 핫!"


(파직-!)


"...좋아. 슈니첼! 금방 돌아올게!"


시리우스 또한, 가벼운 몸놀림으로 녹색 이물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열린 길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후우웅...)


"...흠."


메카니르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흘러넘치는 이물을 내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듯이 부글거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조금은 서둘러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그였다.


"...통신을 시도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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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설치 끝! 이제 포집만 하면 되는데..."


"야. 그 포집... 금방금방 못해?"


설치를 마치고 내려오는 하르모니아. 그리고 반쯤 시체가 되어 피로에 쩔어버린 채로 쉬는 판타소스. 에르가페가 다급한 목소리로 하르모니아에게 물었고, 그는 땀을 닦으며 대답했다.


"쉽게는 못할걸... 우주라는게 규모가 워낙 크잖아? 탐색에는 시간이 좀 많이 걸릴지도 몰라. 다만..."


"다만?"


"안에서 누가 도와준다면 금방 끝나겠지. ...그 녀석이라면 슬슬..."


"...아! 진짜다! 통신 요청이야!"


"메카니르겠군! 어서 받자고."


[파직-]


[...내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겠나? 거대한 이물 덩어리의 근처에 있다.]


"아, 잠시만... 오케이! 좌표 특정을 완료했어. 그리로 포집기의 방향을 돌릴게. ...느껴져?"


[...확인했다! 하르모니아! 여기가 이상하게 부글거리고 있어서 말이지...]


"그거, 원래 만들어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져서. 터져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거든. 차라리 이렇게 이리저리 흩어진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는걸."


[스스로 증식하는 특징도 있나?]


"응. 일정량 이상의 이물이 매우 많이 모여있어야 하고, 속도 자체도 아주 느리지만... 확실히 있어."


[시간 싸움이로군. 그래도 저렇게... 샘플을 채취하거나 하는 등의 정도라면?]


"저 정도 양이면... 저 양이 두 배로 불어나는 시간보다, 우주가 끝나는 시간이 더 빠르겠군."


[그런가. 그래도 조금은 서둘러야겠어. 흡수 시작해라!]


"그래!"


(우웅-!)


녹색 이물이 광자화가 되듯 연녹색 빛으로 점멸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띄우더니, 순식간에 데이터 덩어리가 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이물이 완전히 감지되지 않는것을 확인한 메카니르는, 통신으로 상황 종료를 알렸다.


[샘플로 떨어져나간 부분들을 제외하면... 다 사라졌군.]


"그래. 이제 첫 걸음을 뗐다고 봐야 하나."


[...금방 다음 위치를 알려주지. 계속 고생해라. 하르모니아. ...근데 판타소스는?]


"포집기 설치하고 에르가페한테 몇 대 얻어맞고 뻗었다만."


[...스스로 불러온 업에 짓눌렸군. ...에르가페도 근처에 있나?]


"응. 뭐 전달할 말이라도? ...아니다. 둘이 직접 이야기해. 감응 회로 바꿔줄테니."


[파직-]


말도 없이... 라고 하려 했지만, 의외로 이 상황이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그였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에르가페와 통신을 시작했다.


[...에르가페.]


"...응. 메카니르. ...너무 고생이 많네. 미안하기도 하고..."


[네 잘못이 아닌걸. 그렇지 않아? ...너무 걱정하진 마. 이 세상... 생각보다 재밌거든. 감정이라고 하는 거 말이야... 뭔가, 변칙적이라서 더 즐겁다고 할까.]


"후후... 그래? 으응... 우리도 이런 감정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지... 후후..."


[...그건 그렇지. 하하...]


"..."


[...금방 돌아갈게. 꼭 좋은 결과와 함께.]


"...니가 무사한 게 제일 좋은 결과야. 알았지?"


[명심할게. 하하... 에르가페. 잘 지내.]


"...바보야. 오래 안 볼 것도 아니면서."


[풋... 그건 그렇네.]


[파직...]


조용히 통신을 종료한 에르가페는, 오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네 둘이 그러고도 진짜로 안 사귄다고?"


"...아가리 놀릴 시간 있으면 뽑아낸 그거나 치워!"


"저거 일어나면 치울게... 에이구..."


...그리고 여전한 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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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챠... 그래. 여기도 이제 완전히 해결되었으니..."


그리고, 다시 우주 속의 화신으로 돌아간 메카니르. 그는 문득, 슈니첼과 함께 샘플 채취를 맡았던 시리우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괜찮으려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이전에 영향을 받은 케이스가 사라질 일은 없을 테니..."


(후웅- 파직-!)


공간을 접어, 다시 한 번 빠르게 움직이는 메카니르. 접힌 공간의 틈새로 외부를 살피며, 시리우스와 슈니첼을 찾던 그는, 산 중턱 부근에서 숨을 고르는 듯, 나무를 움켜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발견했다.


"...뭔가 오묘하군."


(파직-! ...타닷-)


시리우스의 이질적인 모습을 발견하고는, 재빨리 그리로 가보는 그였다.




그리고...


"크...으윽... 흐아... 하아... 하아..."


"누...누나...? 이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데..."


"오...오지마! 젠장...! 진짜 이성이 바닥나기 직전이니까...!"


시리우스는 의도적으로 슈니첼과 거리를 두며,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리우스.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나빠지는 그녀의 상태를 보며, 슈니첼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마력으로 그녀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


"아아... 왜... 왜! 왜 마력이 들지 않는거야...!"


"하아... 으... 소용없...는데... 너 귀엽다...?"


"시...시리우스 누나...? 눈이..."


(쿵-!)


"물러나게. 슈니첼."


흙먼지를 일으키며 착지한 메카니르. 슈니첼을 뒤로 숨김과 동시에, 그는 곧바로 시리우스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그렇지만 누나가..."


"하아으... 뭐야... 너... 내 취향은 아니긴 한데... 아랫도리가 너무 근질거리고... 속도 꾸륵거려서 도저히... 으흐읏... 하으... 못참겠단 말이지...?"


이게 서큐버스인지, 웨어울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격렬한 흥분 상태에 빠져, 고양감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시리우스. 슈니첼은 그녀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마나의 흐름으로 그녀를 진정시키려 해보았지만, 전혀 먹히질 않았다.


"아...으으... 마력이...!"


"...마나가 통하지 않는 외부의 힘이 개입한 탓이겠지."


'...과연. 아무리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고 해도 우리같은 신의 부산물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인가.'


메카니르는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자신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탐색하고, 최대한 그 기운을 정화한다.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우우웅- 파직-!]


"...윽...! 머리가... 욱... 토할거같네..."


"누나! 괜찮아요?"


"...슈니첼? 미안... 추태를 보였네."


"으... 죄송해요. 마력으로 해결이 안되서..."


"...괜찮아. 넌 최선을 다했는걸? 응... 괜찮아..."


둘의 모습을 보던 메카니르는, 그녀의 허리춤에서 녹색 이물이 담긴 병을 낚아채갔다.


"...이봐. 뭘 하려고?"


"이 물건의 운반은 내가 맡지. 넌 여기서 슈니첼과 함께 피로와 성욕을 해소하고 와."


"피로 회복이라... 마을로 내려... 뭐?! ㅅ...성욕?!"


"...틀린 말이라도 했나?"


"아니! 그... 너무 갑작스럽잖아? 그리고... 약효가 아직 돌거든? 성욕 감퇴제가..."


"그 감퇴제가 너무 잘 들어서 이런 일이 있었나보군."


"...윽..."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시리우스의 앞에서, 팔짱을 끼고 조금은 고압적인 어조로, 힘주어 말하는 메카니르.


"...이건 마력에 의한 현상이 아니야. 외부 물질로 인한 현상이지. 그래서 슈니첼, 자네의 마력으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고. 도끼로 땅을 파고, 삽으로 나무를 팬 격이니. 그렇다고는 해도, 마력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야. 그 방법이 잘못되었을 뿐."


"...방법이 잘못?"


메카니르는 슈니첼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어가, 소년의 기분을 한껏 고양시키고, 마나의 무리한 운용으로 인해 소진된 체력을 모조리 채워주었다.


"기분이... 이런 마력은 대체... 마력이 아닌가...? 이 힘은..."


"깊이 생각하지 말게."


'...소진된 체력이 일정량 이상인 경우 출발 이전의 만전 컨디션으로 회복시키는 코드를 사용했다고 하면 이해를 못할게 뻔하니...'


속으로 말을 삼킨 그는, 그의 등을 떠밀어 시리우스 쪽으로 밀쳐보냈다. 종종걸음으로 보폭을 맞추던 그는, 어느새 방금 전까지 색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신을 덮치려 했던 웨어울프 아가씨의 앞에 도달한 상태였다.


"내가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은... 그래. 이렇게 말하면 더 이해가 쉽겠군."


"...네?"


"슈니첼. 자네의 정기와 마력으로, 시리우스의 안에 들어찬 오염물을 전부 빼주게나. 마물들의 특징은 자네들도 잘 알지 않나?"


"...마력의 공급이 적절하게 이루어지면, 자연 회복력이 비약적인 상승폭을 보인다..."


"지금 시리우스의 육신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야. 너무나 많은 성욕 억제 약물을 섭취한지라, 이미 안에서부터 한계에 달한 상태겠지. 마물들이 인간 남성의 정을 탐하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그걸 강제로 거스르고 있으니 말이야."


"...알고 있었냐."


"자이언트 앤트 굴에서 이야기를 잠깐 나눴을 때 알았지. 떨리는 목소리, 동요하는 정신. 모두 감지 가능했지만... 자네 상태는 자네가 제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젠 아냐. 바쁜 일도 없으니..."


메카니르는, 고개를 휙 돌리고 내려가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둘에게 말을 전했다.


"...잘 쉬다 내려오라고. 아주 잘. 후후..."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던 둘이었지만, 순식간에 마을로 사라져버리는 그의 뒷모습 앞에서 하고자 했던 말조차 잊어버리는 그들이었다.


"...정말, 첫 만남부터 끝까지 미스테리한 사람이네."


"...사람이 아닐지도?"


"그건 그렇고... 으흠... 그... 어디서 지내?"


"으음... 저, 마침 여기 근처에 제 오두막이 있어요."


"...갈까?"


"네. 누나."




(끼익...)


"...들어오세요. 누나."


"...응. 깨끗하네..."


"청결한 환경에서 더 공부가 잘 되니까요."


"깨끗하고... 곳곳에 네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네... 슈니첼...?"


"그... 그런... 아하하..."


"...맛있는 냄새네... 저기, 솔로라고 했지?"


"...네. 여친이 있었던 적도 없어서... 다들 저를 남자보다는 남동생이나 아들 취급으로..."


"그래... 귀여우니까 그럴지도? 그렇지만..."


시리우스는, 부드럽게 소년을 밀어붙였다. 툭, 침대에 등허리가 닿았고, 곧이어 소년은 여인의 손에 이끌려 침대 위로 풀썩,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누나아..."


"...나도 처음이라... 그... 잘 못할지도 몰라... 알지?"


"...서로 처음인데요 뭐..."


"...우리 둘이, 아까 못다한 의기투합이라도 할까?"


"...말보다는, 행동으로요. 누나. 실은... 누나한테서는 여지껏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자꾸만..."


"...귀엽네. 후훗...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단연 최고야."


시리우스의 손길이, 소년의 몸을 감싼 로브로 향했다. 맨살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여문 열매의 껍질처럼 소년의 과육을 감싸고 있던 옷은, 늑대 아가씨의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그리고 욕망으로 가득찬 손길에 의해 어느새 벗겨지고 말았다.


"흐응... 로브 안에 옷을 별로 안 입는구나?"


"이... 이러면 더워서... 그리고 입을 일도 많이 없구..."


"푸후훗... 그래. 이유아 어찌 되었든... 지금 상황에서는 뭐가 되었든 좋으니까."


(꾸루루루루르르르륵... 꾸륵... 꾸루루루르르륵...)


"...아... 배가 울리네... 흐응... 아까 샘플 채집을 위해 산 위로 내달릴 때였나...? 그만 실수로 쏟아져나오는 그 물컹한 녹색 젤리같은걸 꿀꺽~ 삼켜버렸단 말이지? 후후... 어떻게 될~까?"


고귀하고, 기품있는 용병단장의 모습보다는 음탕한 암컷에 가까운 모습만을 보이며, 슈니첼을 더욱 유혹하는 시리우스. 소년 또한, 보기 좋게 발달한 그녀의 복근 뒤로,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가 부글거리며 요동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묘하게 흥분이 되는 듯 했다.


"성욕 억제제를 잔뜩 먹으면서... 요 며칠 계속 참았지... 자위도 안하고..."


뿟푸스스스스스스흐흐흣-!


"아응... 가스 빼기도 안했구..."


코끝을 간지럽히다가 이내 세차게 물어뜯는 것 같은 맹렬한 악취. 순간적으로 구토가 올라올 것 같은 수준의 맹렬한 악취였지만, 소년은 그 악취를 맡자마자 머리가 멍해짐과 동시에 강한 흥분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도 맡아본 적 없었던, 구릿하고 역한 악취가, 소년의 하얀 도화지같은 마음을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응후우... 나 정말... 정말정말 오래 참았거든...? 지금도... 인정사정없이 덮치고 싶은데... 겨우 참고 있다는 말이야... 응... 슈니첼..."


"...마음대로 해도 좋아요. 누나.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저한테 전부..."


싱긋 웃으며 말하는 소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시리우스는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야 말았다.


"그렇게 말하면... 못참지...!"


(부스럭-... 부스럭- 물컹...)


재빨리 자세를 바꾼 시리우스는, 소년의 얼굴에 자신의 풍만한 엉덩이가 향하게 하고는, 코의 바로 앞까지 자신의 항문을 들이밀었다. 오물오물거리는 항문 사이로 뿌슷-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미처 전부 다 담지 못한 방귀가 음탕하고 우스꽝스러운 소리와 함께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냄새, 그 악취, 엉덩이 사이에 묻은 약간의 잔향만으로도... 눈앞의 그녀를 마구 덮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던 소년이었다. 그리고...


"히야... 너... 귀엽고 어린 꼬맹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남자 구실은 제대로 할 수 있겠네에...? 그리고 태생부터 변태구나? 내가..."


부부브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욱! 뿌룩!


"읏... 쿨럭! 하아...으..."


"...이러니까... 더 커지고... 움찔거리네...? 좋지...? 내 냄새. 크흐읏..."


...소년의 그 음란한 마음을, 아주 정확하게 꿰고 있는 시리우스였다.


"하아... 나도 진짜 참기 힘드네에... 어때...? 뭘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냄새... 누나 냄새를 더..."


"더... 어떻게 더?"


(꾸루루루룩...)


"코를... 여기, 방귀가 나오는 구멍에 박고 싶은걸까...?"


뿌부부부북!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프브브르르프프뤼리리리리릭!


"읏... 흐으아... 누나아..."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의 냄새가, 연신 소년의 코를 할퀴었다. 마치 화학 물질을 한 사발 끼얹은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악취를 맡자, 소년의 이성 또한 점차 흐려져가기 시작했다. 지저분한 악취가 섞인 암컷 페로몬을 마구마구 뿜어대는 여인이, 눈 앞에서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지저분했고, 그야말로 완벽했다.


"하아... 기분 좋아...? 흐흐응... 솔직하게 말해줄래...?"


"헤... 솔직하구나...? 그리고... 여기도 정말 솔직하네에... 잘했어... 응... 자... 내가 도와줄게...?"


"...ㄷ...도와...준...? 그... 그게..."


"...아...! 나온다...! 흐응...!"


뿌욱! 뿌푸룩! 뿍뽜바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크흡...?!"


뜨겁고 축축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타오르는 횃불, 그리고 끓는 구정물을 코 앞에 들이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강렬한 악취가 그의 코를 덮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는 모든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도망치거나 할 상황이었지만, 소년은 지금 이 상황이, 이 지독한 악취가, 코가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너무나도 좋았다. 오히려, 그 악취나는 구덩이 사이에 코와 얼굴을 파묻고, 그녀의 모든 냄새를 맡아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으븝... 누나... 누나...!"


슈니첼은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그녀의 육중한 둔부를 끌어당겨 자신의 안면에 파묻었다. 혀를 내밀어, 끈적한 장액이 움찔거리며 새어나오는 항문 사이로 집어넣고, 가쁜 숨까지 쉬어가며 그녀의 항문을 음미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껏 보여준 모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매우, 매우 음란했다.


"윽...! 하아... 엉덩이가아... 너어... 그렇게 자극하...면...!"


뿟쁘르륵! 뿌륵! 뿌프르르르르! 부부부브브브드드드드드드득! 뿌루루루루롸라라라라라라라라락!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흐으... 읏...! 하아...! 누나...! 너무 좋아...! 좋아요...!"


더욱 깊숙히, 그리고 격렬하게 그녀의 항문을 애무하는 슈니첼.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신음을 연발 흘리던 그녀는, 평소와는 다른 뱃속 상태에 그녀 스스로도 제법 당황한 상황이었다.


"배...배가... 자꾸 꾸륵꾸륵... 가스가... 너무 차오르는데...?"


"읍... 파하아... 아까... 먹었던 그 이물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응... 너 덕분일지도...? 하으응...!"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프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부부뷔비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다시금 쏟아져나오는 맹렬한 가스의 폭풍. 거의 기절에 근접한 상태의 슈니첼이었지만, 지금 그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상태였다. 뇌가 완전히 불타버릴 것 같은 황홀경에 빠진 그는, 아랫도리를 힘껏 일으켜세우고는 가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그녀도, 그도, 이미 한계였다.


"하아... 하아... 나... 이제 못버티겠다... 슈니첼... 이제... 이제 진짜 본 게임 들어간다...?"


"...으...읏...! 아... 잠깐만...! 윽...!"


뷰뷰르르르르릇-! 뷰르릇-! 뷰르르르릇... 뷰웃...! 뷰퓻-! 뷰프르릇... 뷰퓨퓻...


"으윽?! 응...! 크흡! 콜록... 하아... 하아..."


"우...으아... 미안... 누나... 도저히 참을 수가..."


"...진하네... 수컷 냄새... 하아... 하아..."


"누...나아...?"


꾹꾹 억눌러오던, 그녀의 성욕이 마침내 폭발했다. 화산에서 터져나오는 마그마같은, 소년의 뜨거운 정액을 안면으로 그대로 받은 그녀는, 가슴이 미친듯이 쿵쾅거림과 동시에, 아랫배가 말도 안되는 속도로 꾸륵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하아... 슈니첼..."


차오르는 가스를, 이 역한 냄새를, 조금은 부끄럽게까지 느껴지는 이 추잡한 열풍을, 이 소년의 앞에서 모조리 쏟아내버리고 싶었다. 내 냄새로 한껏 물들여버리고 싶었다. 이 지독한 악취가... 이 소년을 덮어버렸으면 좋겠다. 오로지 나만의 것으로, 나의 수컷으로, 사랑스러운 이 소년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그녀는 그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모습 그대로, 그를 자신의 품 안에 끌어안았다.


"누나..."


소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냄새가 좋았다. 복슬복슬한 털이, 보드라운 가슴이, 풍만한 엉덩이가, 금방이라도 내 코를 불태워버릴 것 같은 끔찍한 악취의 방귀가 너무 좋았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싶었다. 혀로 항문을 마구 문지르고 싶었다. 자신의 쥬지를, 그리고 온 몸을 그녀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녀의 악취에 범벅이 되어버리고 싶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누나...! 읏... 누나앗...!"


"자...잠깐... 여기... 여기인가? 응... 기분이... 흐이잇...! 으그극...! 하응...!"


"누...나아...? 읏... 아파...?"


"기...기분이 이상...해서...읏...!"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부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뷔리리릭!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몸에 닿는 것이, 그리고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위와는 확연히 다른, 마치 안쪽까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게 찔러대는 것 같았던 그녀는, 이내 온 몸의 힘이 탁 풀리며 추잡한 소음과 함께 괄약근의 힘을 완전히 풀어버리고 말았다.


"하그그읏...! 아... 아윽... 슈니...첼...! 으윽... 배가...!"


뿌붜러러러러러러러러럭! 뿌우우드드득! 뿌릅! 뿌푸부루루루루룩! 뿌뷔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붜러러러러러럵! 뿌프브르르르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귀리리릭!


침대 시트에 누런 물이 들 정도로, 역한 악취가 사방에 퍼져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작은 방 전체가 들썩이며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폭발적인 가스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차라리 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의 폭발적인 배출이었다.


뿌우욱! 부르르륵! 뿌프프프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뷰쥬쥬류류뷰류류류쥬쥬쥬쥬쥬쥭!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뜨겁다. 축축하다. 지독하다. 탁하다. 따끔거린다. 중독될 것 같다. 그리고... 황홀하다. 참으로 섞이기 힘든 감각들이, 한 솥에 넣고 끓여지는 죽처럼 부글거리며 슈니첼의 머리와 뇌를 지배했다. 끈적한 악취가 코에 달라붙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대로 맡다간 코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위험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만큼, 무시무시한 쾌락과 성욕의 해방감 앞에서, 소년은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어대며, 품 속의 여인을, 아름답고 강인한 웨어울프 아가씨를 꼭 끌어안으며, 악취를 조금이라도 더 들이마시겠다는 듯 숨까지 헐떡여대며 그녀의 냄새를 들이키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불타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그 악취 속에서, 슈니첼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아찔한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으읏...! 슈니... 체에엘...! 기분... 너무 조흐읏...! 으응...!"


뿟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륵! 뿌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르르르브브드드다다다다닥! 푸뷔리리릭! 뿌주주쥬뷰뷰류류류륙!


그리고,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시리우스도 동일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것 모른다고, 그녀는 이미 성교가 주는 쾌락에 푹 빠져, 풍만한 엉덩이 사이의 검고 어두운, 깊고 지저분한 구멍으로, 싯누런 안개를 끝도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마물들이 체구가 강하고 물리적인 능력이 인간보다 우위를 보인다고 한들, 이 정도의 방귀를 대체 어떻게 품 속에 담고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의 방귀 폭풍이었다. 그녀 스스로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방귀였으니.


"으흑...! 누나...! 누나앗...!"


"응... 응응...! 슈니... 슈니첼...! 으극...! 흐흐아앗...!"


뿍! 뿌륵! 뿟뿌욱! 뿌우우앙! 뿌우아아앙! 뿌롸라라라락! 뿌프브브르드득! 뿌우우우우우우웅! 뿌보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록! 뿍뿌뤼리리리리리디리리리릭!


두려울 정도의 쾌락이 쉴 새 없이 휘몰아쳤다. 장을 가득 채운 방귀가, 배를 빵빵하게 부풀린 가스가, 항문과 괄약근을 마구 긁어대면서 신경계 전체를 뒤흔드는 자극을 주고 있었다. 환각 버섯 수십 개를 한번에 집어삼킨 것 같은 파괴력의, 몰아치는 허리케인과도 같은 쾌락의 격류가 시리우스의 뇌를 완벽하게 뒤집어놓았고, 이내 한 줄기 남은 이성마저 툭 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녀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오로지 단 하나. 눈앞의 소년과 격렬하게 정을 나누며, 지독하고 역겨운 가스가 난무하는 격렬한 성교를 나누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눈앞의 소년 또한 동일했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었던, 내재된 수컷의 본능이, 그녀의 냄새를 모두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취하라고, 그렇게 외치는 듯 했다.


"읏...! 누나...!"


"...!"


그리고 마침내, 본능이 시키는 대로, 그저 순수한 욕망으로 가득찬 채로, 시리우스의 몸을 탐하던, 냄새를 탐하던, 그리고 그 지독한 방귀냄새에 흥분하던 소년은, 이내 악취를 너무도 많이 들이마셨는지, 악취가 주는 고통과 황홀경에 동시에 빠진 모순에 잠식된 채로, 그녀의 깊숙한 곳 까지, 자신의 액을 마음껏 찔러넣으며 절정으로 치닫는 소년이었다.


뷰브르르르릇-! 뷰르릇-! 뷰르르르르르르르르릇-! 뷰프프르르르릇-! 뷰르르르릇... 뷰프르릇-! 뷰르르르르릇-!


뜨거운 액이, 안쪽 가득히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의 안쪽 가득히, 고동치는 그의 정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질척하고 끈적한, 태어나 느껴본 적 없었던 너무나도 즐거운 이 쾌락. 시리우스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쾌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를 더욱 강렬하게 끌어안았다.


(꾸욱-!)


"읏...따가..."


"...미안... 후우..."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슈니첼의 등에 상처를 내버리고 말았다.




"...조금만.... 쉴까... 슈니첼...?"


"...응... 누나..."


진한 백탁액이, 꿀럭이며 그녀의 아랫도리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안쪽을 자신의 액으로 가득 물들이던 쥬지가 찔꺽- 하는 끈적한 소리와 함께 뽑혀나왔다. 그녀의 항문에서는 누르스름하고 물큰한 장액이, 그리고 질내에서는 정액에 애액이 섞여나오며, 극도로 음란한, 그리고 방탕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 둘이 느낀 쾌락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는, 그 진하고 비릿한 액과 액이 섞인 그 모습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으리라.


"...누나...?"


"...으응... 웃..."


부끄러운 듯, 살며시 고개를 돌리는 시리우스. 문득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 보였던 것일까, 슈니첼은 그녀를 살며시 안아, 자신의 품 속으로 당겼다.


"...저, 너무 기분 좋았어요."


"...나도. 응... 근데 넌... 나같은 선머슴같은 여자가 처음이라 뭐... 기분이 별로거나 하진 않았어? ...남자들은 다들... 여성스럽다고 할까? 더 귀여운 마물들을 좋아하니까..."


"...누나도 엄청 귀여워요. 예쁘고... 착하고... 사려깊고, 인내심도 강하고..."


"그... 고마워... 에헤헤..."


"...이렇게 웃으니까 정말 귀엽잖아요..."


그녀의 체취를 느끼던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성기가 더욱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나? 하는 수준이었다.


"...몸이... 갑자기 또 기분이 이상해져서..."


"...상처 사이로 흘러들어간 마력 때문일거야. 우리 일족의 본능이거든."


(꾸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아직 배출도 덜 끝났고. 가스가 계속 차네... 이물질 때문이려나? 아무튼, 그럼..."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으드드드드드득!


코끝이 매콤해지는 격렬한 악취가 다시금 느껴져왔다. 소년은, 겨우 붙들어맸던 이성이 다시금 줄을 끊고 도망치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번 더?"


"...누나...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어요...?! 이렇게나 변태면서...!"


돌격하는 전차와도 같이, 이전보다 한층 더 격해진 움직임으로 자신의 안을 후벼대는 소년의 쥬지 앞에, 여유만만하던 태도는 저 멀리 날아가버린 시리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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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앗! 저기!"


"왜 그래, 꼬마? ...오! 왔군!"


"오셨군요!"


한편, 산 아래 중턱에 도달한 메카니르. 그리고, 마침 타이밍 좋게 그는, 산 중턱에서 망가진 덩쿨들을 고치던 나디아, 지오, 니샤, 그리고 여섯 아마조네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이야, 무진장 빠르네? 산 정상에서 뭘 하고 온건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제 한 반절 돌았거든. 뭐했어?"


"...설명하자면 좀 복잡하다오. 그리고... 이거."


"응? 이건..."


"산 정상에서 채취한, 초 고순도의 이물질이지. 아래에서 한창 연구를 진행하는 녀석들이 필요할 거요. 해독제를 만들려면 원본 샘플이 필수불가결하니."


"그러네요... 니샤 누나. 우리가 가져다주고 올까요?"


"그래. 그게 좋겠다. 니샤. 나머지는 우리가 할 수 있으니까. ...트롤의 본능인가? 정말 대단했어. 어쩜 그리 빈틈을 잘 찾아내는지..."


"후후... 원예가 취미기도 해서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둘이 마을로 향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나디아는 비로소 한숨을 푹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좀 지치네. 우리 자기 보고싶다..."


"나디아. 괜찮아?"


"슬슬 힘들어서..."


"먼저 돌아가겠어? 나머지는 우리가 해결하지. 우리도 손재주는 나름 있는데."


"그래줄래...? 그럼 정말 고맙겠네... 하암... 위쪽 일이 다 해결된거라면 더 이상 보수는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쌓인 것들이 흘러넘치면 안되니까... 완전히 통제가 가능해질 때 까지는..."


"그래그래. 어서 가서 쉬어. 나디아."


"부탁할게..."


그 말을 끝으로, 나디아 또한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수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산길을 따라 출발하려는 그녀들의 뒤로, 메카니르가 조용히 따라붙었다.


"...올 줄 알았다는 눈치로군. 자네들."


"말려봤자 소용 없겠다 싶어서. ...뭐, 별 일은 없을거야. 이제 여기 남은 산길을 쭉 돌면서..."


"보수작업을 한다는건가. 이 덩쿨이..."


"맞아. 이게 그 용도야."


"그런가."


메카니르는 덩쿨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팔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갈색으로, 푸른색으로, 흙빛으로 변하던 손은, 이내 거대한 덩쿨 줄기와 하나가 되어있었다.


"...뭐...뭘 어떻게 한거야...?"


"...글쎄. 설명하자면 길다네. 원래 템플릿이 다 이런 법이지. 타입만 적절히 맞춰주면 어디다 다 끼워넣을 수 있어."


"...무슨 마법인가?"


"...나중에 설명해주지. ...이번엔 내 쪽에서 질문을 좀 해도 되나?"


덩쿨줄기 전체가 꿈틀거리도록 움직이며, 그 안에서 결함을 찾아내던 메카니르는 문득 심심한 듯 그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스스로도 필멸자들인 그들에게 이렇게까지 큰 관심과 호의가 생긴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에르가페. 네가 옳았군.'


"...질문? 뭐든 좋다만."


"자네들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름... 뭐, 우리는 이래뵈도 여섯 자매거든."


"여섯 자매라... 금슬이 대단히 좋은 부모를 뒀군."


"우리의 행운이지. 이름... 일단 내 이름은 '아르보리'. 거대한 나무라는 뜻이지. 내가 장녀야."


그녀가 눈짓으로 신호를 주자, 그녀의 동생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차녀. 리오라고 불러줘. 숲을 타고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지. 유연한 이 몸처럼!"


"난 삼녀. 언니나 동생들보다 조금 더 피부가 건강하지. 후훗... 내 이름은 '소루'야. 부드러운 토양이라는 뜻이지."


"난... 에르바. 우리 여섯 자매의 브레인을 맡고 있다고 할까. 이 이름에는 '허브' 라는 뜻이 담겨있지."


"나는 플로르! 화사하게 빛나는 내 이름의 뜻은 꽃! 잘 부탁해? ...좀 늦었지만."


"...난 페드라. 돌멩이라는 뜻이야. 작지만, 단단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을 받았어."


"...과연, 숲의 딸들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가 맞군."


"처음에는 조금 몰개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다 보니, 우리의 장점을 그대로 말하는 자랑스러운 이름이라고나 할까? 후훗!"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씩 웃은 메카니르는, 융합되어있던 팔의 합체를 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내려가지. 구멍은 모두 메웠다네."


"...어?"


"식물과 하나로 융화될 수 있다는 건 제법 편리한 일이지. 굳이 식사를 할 필요도 없고 말일세."


"...이제 슬슬 인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음... 대체 뭔지..."


"하하... 나중에 생각하지. 어서 내려가세나."


"잠깐, 시리우스랑 꼬맹이는? 슈니첼 녀석, 어디서 발이라도 삐끗한 거 아냐?"


"지금 둘이 같이 있네. 시리우스가 이 녹색 액체에 오염되어서 정화가 필요하거든."


"그래? 흐흐응... 언제까지고 꼬맹이일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한 사람 몫을 하는 남자로 거듭났네? 뭔 일이 있는지 더 이야기해줄래?"


"그건... 음. 마을에 가서 하지."


(저벅... 저벅...)


"...어? 어이! 같이 가!"


아래로 내려가는 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서두르는 여섯 전사들이었다.




------------------------------------------------------------------------- 8장, 드라이어드, 아마조네스 편 [END]




(저벅... 저벅...)


"...아! 저기! 다들 돌아오고 있어요!"


"분명 일이 다 끝났다는 뜻이겠지? 다행이군!"


아마조네스 일행과 메카니르가 내려오는 것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안도하며 그들을 환대했고, 그 중에는 나디아도 있었다.


"다들 왔구나? 후후... 그래. 고생 많았어."


"...이제 안심해도 될 것이오. 이제 이물질의 해독제만 만들면 정말 끝이로군."


"그러고 보니 얼마나 차도가 있는지..."


"...내가 가보겠네."


그는 먼저 휴식을 취하러 간 나머지 인원들을 뒤로 하고, 약물 제조가 한창인 연구실로 향하는 메카니르. 연구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벼워보였다.




(끼익-)


"날세."


"...응...? 아! 메카니르 씨!"


"일은 잘 되어가나? 하루?"


"네. 혼자라면 조금 힘들었을텐데... 여기 둘이 도와줘서요. 지오 씨가 희귀한 샘플도 가져다주셨고... 위에서 채취해오신거죠?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요."


"다행이네. 둘은?"


"...큘리 양이 오늘 일 할당량은 끝났다면서 화를 내더니 모스를 끌고 저 방으로 들어가버렸어요. ...들어가시려면 방독면 하나 쓰시는 게?"


"그렇군. ...얼마나 완성되었지?"


"음... 마지막 이 부분이... 분명 이론상으로는 되어야 하는데..."


"...이걸 이렇게 해보겠나? 공기에만 닿아도 변질되는 물질이 있는 것 처럼, 분명 외부 요인을 다 차단했다고 생각해도 예상치 못한 틈은 있는 법이지."


"...으응... 오! 오오오...! 완성이다! 진짜네! 고마워요!"


"하하... 뭘 이정도 가지고. 자, 어서 나가지. 좋은 소식이 한둘이 아니군."


"...좀만 쉬었...다가..."


(풀썩-)


"...잠들었나. 어지간히도 피곤했나보군."


메카니르는, 지쳐 쓰러진 하루를 들어올려 간이 침대에 뉘이고는, 소년이 만든 해독제를 챙겨들고는 밖으로 나섰다.




------------------------------------------------------------------------- 5막, 산악지대 - <산의 깊은 곳> END


이제 산악지대는 식물형 마물들 한번 쫙 쓰고 마무리할듯... 그리고 마을로 돌아가서 마을편 마무리한다음에 투표로 나온 다수결 지역 써봐야지...


추가공약) 롤드컵 한국에서 열리는데 시발 한국팀 다 꼬라박습니다 할까봐 존나무서웠는데 마지막 희망 대상혁이 남아있다...

T1 롤드컵 4강가면 외전 하나 쓰고 결승가면 외전 두개 쓰고 중국팀 다때려잡고 이기면 외전 두개에 추가로 마물들 몇개 내가 창작해서 글써봄... 제발... 존나 피곤해도 상관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