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갈 날 얼마 안남아서 하나만 받았음



쌀쌀하지만 여전히 산뜻한 놀이공원.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한 소녀는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긴머리를 찰랑이며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아직도 아이같이 순수하고 귀여운 여학생으로 보일 것이다. 적어도 녀석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하고, 허리를 숙이기 전까지의 10초간은 말이다.

 

푸푸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드드득!!

 

아무렇지도 않게 원피스자락을 휘날리며 젖소도 울고 갈 만한 오토바이 소리의 방귀를 뿜어내는 모습. 이게 가람이였다. 소녀는 참을성 있게 12초가 넘는 '짧은' 방귀를 모두 뿜어낸 후, 이내 기지개를 폈다. 그 뒤로는 그 하이퍼의 친구이자 '평범한' 남학생 나루가 웃음을 지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지난번 지하철 사건 때문에 먹은 6개월간의 여행금지 명령이 풀리고, 둘이 처음 떠나는 데이트였다.

 

"참느라 - 부우우우우드드드드득!! -  죽는 줄 알았네... 뿌푸우우우우르르르르르륵-! " 기지개를 펴면서 남은 가스를 좀 더 내보내는 가람이. 평범한 소녀가 데이트 중 이런 방귀를 하나라도 뀌었다면 바로 분위기가 어색해졌겠지만, 가람이에겐 이 정도는 몇십번을 연달아 뀌어도 방귀의 축에도 못 드는 배출이었고, 나루에게도 일상에 불과했다.

 

"그래도 저번처럼 안된 게 어디야."

 

어느새 옆으로 온 나루의 말에 둘은 웃었다. 이미 그날 그 사건은 둘 사이 너무 자주 얘기해 농담거리가 되었으니까. 가끔 가람이가 (이미 5인분은 먹었긴 했지만) 더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도 그날을 들먹이며 참으라 할 땐 좀 짜증났긴 했지만 말이다.

 

잠시 후 가람이는 원피스를 털고, 다시 나루의 손을 잡고 원래 길로 향했다. 눈앞에 펼쳐진 건 바로 거대한 놀이공원. 사방이 넓게 뚫려 있어 움직이는 시한폭탄 가람이와 함께하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둘은 어제밤에 같이 청소날을 새고, 아침도 굶고 왔다. 거기다 놀이기구를 다 타기 전까진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서로에게 굳게 약속하였다.

 

표를 끊고 놀이공원에 들어선 둘. 평일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건만 체험학습 날인지 아이들이 꽤나 많았다. 적어도 그게 꼰대 어른들이 많은 것 보단 낫겠지만. 가람이는 나루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걸으며, 남의 시선은 일절 신경쓰지 않고 컨트롤을 풀었다.

 

푸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저 누나 방귀 꼈어!" 지나가던 아이들이 떠들어댔다. 예전같았으면 얼굴을 가리고 도망쳤겠지만, 이제 잡을 수 있는 친구의 손이 있는 한, 소녀는 부끄럽지 않았다. 나루도 그 말에 코웃음쳤다.

 

"이 정도 가지고 방귀라고? 모르는 게 약이지.."

 

둘은 떠드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곳곳을 다니며 핸드폰을 꺼내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때, 소녀의 원피스 밑에서 요란한 꾸르륵 소리가 들렸다.

 

"나 배고파..." 가람이는 나루를 보고 말했다. 저 귀여운 목소리만 들어도 당장 뭐라도 사주고 싶었고, 저 순수한 눈동자와 마주치니 그 마음은 곱절이 되었지만 약속을 깰 순 없었다. 소년은 눈을 질끈 감고 장난스럽게 밀어냈다.

 

"약속했잖아. 우리 다 타기 전까진 아무것도 안 먹기로."

 

"그렇지..." 마치 고양이처럼 축 처진 머리로 안기는 녀석. 그 저항할 수 없는 모습에 나루는 직감했다. 오늘 하루종일 약속을 지킬 수는 없을 거라고. 그래서 전략을 세웠다. 최대한 어지러울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타야 했다.

 

#1. 허리케인

처음으로 향한 곳은 가장 가까이 있고 어지러운 허리케인. 기다림이라는 고비를 예상 못해 타기도 전 일을 저지를 뻔 하였지만, 뒷사람의 배려로 다행히 가람이는 안전하게 두세번 나가서 빼고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알기는 할까, 저 눈망울이 흔들리는 이유는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란 걸.

 

드디어 둘이 탈 차례가 되고, 딱 붙어 옆에 착석하였다. 안전바를 내리기도 전인데 불편한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가람이. 이미 최악을 예측한 나루는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뀔꺼면 엉덩이 나한테 향하고 뀌어. 알겠지?"

 

"출발합니다~!"

 

돌아가기 시작한 놀이기구. 그와 함께 소녀의 장이라는 가마솥도 섞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오늘 하루 먹은 게 없어 위는 비었지만, 하이퍼 소녀에겐 장에 남은 내용물과 묵은 가스만으로도 금세 다시 한계에 다다르기엔 충분했다.

 

곧 높이가 거의 한도에 다다랐다. 가스와 관련된 일에만 용감한 가람이에게 지금은 안전바를 꽉 잡느라 괄약근에 힘을 전혀 쏟을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는 대신 눈을 꼭 감는 녀석을 보고 나루는 직감했다. 다음 비명을 지르는 때,

 

푸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락-!!

 

엉덩이가 들린 틈에 반사적으로 풀린 소녀의 괄약근에서, 놀이기구 전체에 울리는 소리와 함께 누런색 가스가 연막탄처럼 터져나왔다.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은 대처할 틈도 없이 그 장 속 깊숙히서 나온 푹 썩은 냄새를 들이마시게 되었다.

 

가람이의 청소날에 단련된 나루는 녀석의 평범한 방귀 따위는 가볍게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비록 가람이의 "평범한 방귀"조차 한 방으로 교실 하나 정도는 초토화시키기 충분하고, 여기 탑승한 모든 사람이 동시에 방귀를 뀌어도 그에 못 미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놀이기구 위에서는 그 사정이 달랐다. 어질어질한 귀의 평형기관과 코를 뒤트는 푹 썩은 김치찌개 냄새가 합쳐지자 세계가 360도 도는 것만 같았다.

 

뿌우우우우우드드드드드드드드등!! 푸우우우우루루루루룩!! - 부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득!!

 

푸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물론 가람이는 절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상으로 올라가 엉덩이가 들릴 때마다, 9-10초짜리 '작은' 방귀를 몇번이고 뿜어내었다. 회전 속도가 빨라 돌풍으로 가스가 빨리 퍼져나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안그랬다면 공중에서 토하는 사람으로 엉망이 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꼭대기에서만 뿜어내서인지, 끝나고 중앙에 정지했을 땐 다행히 그렇게 심한 냄새가 남진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둘의 기준에서 말이다. 주위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 근원을 파악하는 건 시간문제, 나루는 휘청이는 다리로 겨우 가람이를 데리고 재빨리 나와 군중들 사이로 숨었다. 

 

아무도 쫓아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밀린 어지러움이 다 몰려온 나루는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옆에서 가람이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어깨를 잡고 토닥여주었다.

 

"미안. 헤헤..."

 

하지만 가람이의 그 첫눈같은 순수한 미소를 보자마자, 어느때 같이 나루는 어지러움이 단숨에 녹는 것만 같았다. 병주고 약주고, 녀석은 극단 그 자체였다.

 

"요즘은 너 평소 방귀도 처음 만났을 때 본 청소날 방귀 같아..."

 

"우리 키도 자라는데 방귀도 자라야지."

 

"너 방귀량만큼 내 키도 컸으면 이미 남산타워만해졌겠다."

 

티격태격하며 우린 다음 놀이기구 회전컵으로 향했다. 이번엔 컵이랑 방석 덕분에 냄새가 크게 퍼지 않아 별 탈 없이 끝냈다. 물론 다음 사람에겐 많이 미안했지만.

 

그래도 둘 다 겁이 많은 편이라 익스트림한 놀이기구는 타지 못한다는 게 모두에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 때, 가람이의 배에서 또다시 꾸르륵 소리가 들렸다. 다시 그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는 소녀.

 

"나 진짜 너무 배고픈데..."

 

시계를 보니 11시,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가람이의 배는 아우성치고 있었고, 붐비는 시간대에 식사하다 터뜨리느니 지금 끝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가자." 나루의 말에 한순간에 가람이의 눈이 빛나는 거 같았다. "근데 어디 갈꺼야?"

 

"음..." 가람이는 고민하더니 말했다. "전부 다?"

 

둘이 처음 만난 이래 가람이의 식성은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물론 성장한 탓도 있었지만, 그 전까지는 부모님이 일부로 조금만 먹으라고 강요해서였다.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루는 당장 부모님한테 따지고 싶어했지만, 일단 지금은 둘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였다.

 

가람이는 식당을 돌아다니며 가볍게 짜장면, 볶음밥, 피자, 스파게티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나마 나루가 여긴 비싸니까 덜 사자고 한 결과였다. 나루는 옆에서 접시 하나당 한두 젓가락만 훔쳐먹었지만 그걸로도 배불렀다. 

 

어떻게 저 평범한 여학생의 몸에 5인분이 들어가는지 정말 미스터리였다. 가스도 그렇고 정말 가람이의 몸 속은 해리포터의 가방처럼 안에서 보면 훨씬 넓은 거 아닐까. 그래도 가람이가 먹는 모습은 어느 무엇보다 행복해 보였으니, 그 미소만으로도 값을 충분히 했다.

 

마지막 코스를 깨끗이 해치우고 가게를 나왔을 찰나, 녀석의 눈에 무언가가 또 들어왔다. 새로 생긴 듯한 길거리 타코 판매점.

 

"혹시 저거..."

 

"안돼." 나루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마음을 꺾을 순 없었다.

 

"나 타코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단 말이야. 아직도 배고픈데 실험 삼아서, 응?"

 

나루는 그 반짝이는 눈망울을 끝내 못 이기고,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가람이는 손에 갖가지 콩, 소스, 고기가 끼워져 있는 두툼한 빵을 들고 와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그거 딱봐도 가스 많이 생길 거 같은 음식인데."

 

"내가 가스 많이 생기는 음식 먹는 게 하루이틀이냐? 그러니까- 꺼어어어어어어어억~!! "

 

반밖에 먹지 않았는데도 저런 트림이 나온다는 게 불길했다. 원래 가람이의 트림은 반대쪽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데. 하지만 소녀는 아랑곳않고 나머지 반까지 끝냈다. 숙녀처럼 입에 묻은 걸 점잖게 닦으며.

 

"이제 뭐 탈래?"

 

"방금 밥 먹었으니까 멀미나는 건 좀 그렇고..."

 

그래서 소화삼아 간 곳은 단순한 미니게임. 천천히 가는 라이드를 타며 유령들을 맞추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애들도 아닌 둘에겐 금세 지루해졌고, 잡담이나 하며 보냈다.. 하지만 이상하게 중간쯤 가자, 가람이는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왜 그래?"

 

그 때 익숙한 눈빛으로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소녀. 몇십번을 봐온 그 눈빛에, 나루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청소할 때 된 거 같아..."

 

나루는 침착하게 되물었다.

 

"대청소는 아니지?"

 

"...일단은 작은 거 같아."

 

이제 청소날은 격일도 아니고 매일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크기엔 차이가 있었다. 보통 있는 청소날은 30분정도 지속되었지만, 대청소날엔 그날 지하철 사건도 따위로 만들 정도였다. 특히 감기걸렸을 때 그날은 아무도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지. 나루는 그나마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친구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깨를 어루만져주었다.

 

"ㄱ... 그럼 끝날 때까지 좀 외딴 데 있자."

 

고개를 끄덕이는 가람이. 하지만 라이드가 가면 갈수록, 어쩐지 소녀의 표정은 더 굳어가고 있었다. 나루는 조용히 녀석에게 귓속말했다.

 

"야, 어차피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뒤에다 대고 뀔래?"

 

그러자 소녀는 배 위쪽을 문지르며 대답하기를,

 

"나도 그러고는 싶은데... 가스가 너무 위에 찬 거 같아 - 꺼어어어어어억~!! "

 

트림이 너무 본능적으로 튀어나와 조절할 틈도 없었다. 어김없이 들리는 다른 아이들의 웃음.

 

"죄송합니다." 나루가 대신 사과했다. "그럼 전처럼 배 문질러 줄까?"

 

"아니, 그걸론 빨리 하기 힘들 거 같으니까... 바이킹 타는 건 어때?

 

이게 예전의 가람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너 또 타는 중에 터뜨리면 어쩌려고."

 

"안 잡히면 되지, 뭔 상관이야? 어차피 스릴 즐기러 온 사람들인데, 이쪽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하자고."

 

나루는 따라 피식 웃었다. 완전 철면피가 되다니, 역시 지금까지 같이 다닌 보람이 있었다.

 



#3. 바이킹

 

바이킹을 탑승하기 직전, 가람이는 작정하고 불룩해진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거의 임산부로 오해받아 거부받는 걸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지만 다행히 눈을 피해 타는 데 성공했다. 둘이 자리한 곳은 당연히 맨 끝. 안전바를 내리고, 곧 바이킹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추어 소녀의 아랫배도 전주곡을 울렸다. 두 번 다시는 못 경험할 특별한 바이킹의 서막을.

 

옆자리 여자친구의 불룩해진 아랫배를 보기만 해도, 나루는 아까 비슷한 놀이기구를 탔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할 길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가람이는 한 번 오고갈 땐 어색하게 웃음지어 보고, 두 번 오고갈 땐 한손으로 안전바를 놓고 배를 움켜쥐고, 세 번 오고갈 땐 눈을 꾹 감고 엉덩이 사이를 벌렸다. 

 

그리고 최고 스윙 속도에 다다랐을 때, 소녀는 휘날리는 치마의 밑에서 마침내 청소의 시작을 알렸다.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진짜 바이킹의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같은 쩌렁쩌렁한 소리와 함께, 가람이는 배 위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하이퍼임을 커밍아웃했다. 너무나 많은 가스가 뿜어져나와 정말 스윙 속도에 유의미할 영향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 배의 한 끝에서 터져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샛노란색 가스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중력에 의해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스윙 속도가 빨라 가스구름을 빠르게 지나가긴 했지만, 문제는 가람이의 엉덩이에선 오고가는 내내 가스가 끊이지 않았단 것이다. 빨리 지나간다 한들 더 많은 푹 썩은 가스가 코와 입에 들이닥치는 것밖에 더 되지 않았다. 그나마 반대편의 탑승자들만이 꼭대기에서 숨을 조금 돌릴 수 있었다.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랑~!!!

 

밑 사람들은 왜 바이킹에서 평소 스윙 소리나 비명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하였지만, 곧 그 답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삼각지대에 들어간 선박마냥 바닥은 요동쳤고, 온갖 축제음식을 모아 푹 삭인 듯한 가스는 배를 채우다 못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녀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바이킹이 감속하는 와중에도 소녀의 항문은 오히려 더 넓어지고 거세게 진동하고 있었다. 가람이에겐 자신의 장이 벌이고 있는 거사에 비하면 바이킹 따위는 애들 장난에 불과했던 것이다. 

 

푸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랑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닥!!!-푸푸으으으으으으드드드득-!!

 

심지어 바이킹이 멈춘 후에도 가람이는 눈을 꽉 감고 더 세게 배출하려 했지만, 나루가 알려준 덕분에 성급히 밸브를 조이고 나왔다. 완전히 녹다운된 다른 탑승자들과 직원들을 뒤로 하고, 가람이는 못다한 방귀를 총총 뿜어내며 달려나갔다.

 

"죄송합니다, 재밌었길 바래요!"

 

나루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토하진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둘은 다시 좀 외딴 곳으로 가서 숨을 돌렸다. 물론 가람이의 경우엔, 숨보다도 장이 더 많은 공기를 내쉬었다.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그런데 이제 어디가서 마저 너 청소하지?"

 

"어... 동물원?"

 

푸아아아아아라라라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가람이는 생각하면서도 귀찮다는 듯 한쪽 다리를 들고, 가볍게 교실 하나는 채울 만한 방귀를 연발로 뿜어냈다. 그런 무심한 모습이 나루에겐 녀석의 묘미였다.

 

"뭐, 코끼리한테 덮어씌울려고?" 소년은 웃었다. "코끼리도 네 방귀는 못버틸걸."

 

"그럼 넌 어떻게 버티냐?"

 

"너 좋아하니까."

 

그리고 나루는 기습적으로 가람이와 입술을 맞추었다.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진 둘의 얼굴과 함께, 소녀의 장도 갑작스런 자극에 반응하였다.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매번 이랬지만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가람이가 자동으로 만드는 둘만의 공간. 그게 너무 커서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 때 나루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딱 좋은 곳 생각났어."

 

#4. 관람차

 

둘이 도착한 곳은 회전관람차. 이번엔 다행히 줄도 별로 없었다. 나루는 타기 전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도는 데 몇 분 정도 걸려요?"

 

"10분이요."

 

"에이, 너무 짧은데..."

 

옆에서 손을 꼭 잡은 가람이의 말. 하지만 직원이 옷에 배인 냄새를 보고 추리할 정도로 날카롭지 못했던 덕분에, 둘은 관람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자마자 가람이는 의자에서 다리를 들어 항문을 나루를 바로 향한 후, 자비 없이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뿌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가람이의 청소날 방귀에 직격으로 맞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웠다. 아마 기적적인 확률로 분뇨처리장에 토네이도가 생겨 그 폭풍에 휘말리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만약 날씨도 한여름이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농도가 진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소녀의 장에겐 이정도는 수없는 청소날의 배출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둘째 치고, 방귀가 너무 강해 관람차가 사정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코 이전에 관람차 자체를 걱정해야 하였다. 

 

"야, 너무 흔들리잖아!"

 

나루는 진노란색 가스의 폭풍우 사이에서도 용케도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가람이도 아직은 조절할 수 있는 단계라 방귀를 끊고 다시 나루를 보았다. 이미 창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럼 어떡해?"

 

"안 흔들리게 가운데에 대고 뀌어. 이렇게"

 

나루는 가운데에 서서 스쿼트 자세를 취하며 시범을 보였다. 가람이는 가만히 보다, 갑자기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만 말고, 충격방지용으로..."

 

그리고 녀석은 나루에게 중앙 바닥에 앉으라 했다. 생각 없이 따랐지만, 곧 다가와 뒤를 도는 소녀의 모습에 의도를 알아차린 소년.

 

"...여기서?!"

 

"왜, 겁나?"

 

"ㄱ-그건 아닌데..."

 

"그럼 즐기기나 해. 이런 기회 또 있어~?"

 

그렇게 가람이는 원피스자락으로 나루의 머리를 덮고, 엉덩이를 바로 나루의 얼굴에 밀착시켰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푸우우우우우드드드드등뿌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나루의 온 몸이 가람이의 항문과 하나가 되어 요동치는 듯 했다. 그 느낌은 어떤 안마의자로도 재현할 수 없을 것이다. 얼굴을 덮는 그 따스하고 통통한 살갖, 그 사이로 해일처럼 넘쳐흐르는 푹 썩은 중국음식 냄새의 가스. 건물 하나는 가볍게 초토화시킬 정도의 양의 가스를 지금 소녀는 좁은 관람차 안, 친구의 코로 다이렉트로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반항해봐야 특대급 태풍에 맞먹는 배출 앞에선 아무 소용 없었겠지만, 나루는 오히려 한껏 그 폭풍을 들이마시며 받아들였다. 이것이 좀 이상한 둘의 애정 표현 방식이었다. 서로를 믿으니까 가람이는 완전히 괄약근을 풀 수 있고, 나루는 마음껏 녀석의 냄새가 몸속을 가득 채우게 할 수 있었다.

 

뿌아아아아아아아아빠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랑!!!~뿌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뿌푸푸푸푸푸푸라라라라락-!!

 

푸아아아아아아라라라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드드등!!!~뿌어어어어어어어어더더더더더더덕~!!!

 

중앙을 지났는데도 여전히 한결같은, 아니 한층 더 강해진 가스바람. 가람이의 청소날 방귀는 정말 일반 방귀와는 어떤 방면으로도 비교를 불허했다. 저 평범해 보이는 여학생의 몸에서 학교 전체를 푹 썩은 급식 내로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방귀가 나올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방귀의 여신이란 이미지에 녀석보다 적당한 후보는 없었다.

 

아무리 사랑의 힘이라도 여신과 같은 배출 앞에선 어쩔 수 없어, 천천히 나루의 눈앞은 새까매졌다. 하지만 10분동안 그 영광을 온전히 맛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년은 더없이 행복했다. 소녀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한참 남은 청소라는 책임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해야 했다.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갈색 공기로 덮인 관람차에 사람들은 웅성웅성댔다. 하지만 직원이 문을 열자마자 이번엔 가람이가 정신이 혼미한 나루의 손을 잡고 바로 뛰쳐나왔다.

 

놀이공원엔 이미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찾는다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가람이는 예전같았으면 부끄러움에 울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담담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웃음짓고 있었다. 가람이에겐 자신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나루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만 손해인 거지.

 

곧 나루도 힘겹게나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녀석도 똑같이 겨우 절제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손으로는 다리 사이 그 부분을 정리하며. 아무리 봐도 둘의 자세는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했지만, 어차피 가람이의 아랫배는 여길 공공장소로 둘 생각이 없었다.

 

"이제야 좀 –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당~!!! 제대로 나오네... 역시 네가 최고야. – 뿌푸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푸드드드드드드드드득-!! "

 

사람 밀도도 적고 거기다 사방도 뚫려 있겠다, 가람이는 이제 그날 지하철에서 최고 수준의 방귀였던 걸 두세개씩 묶어 연달아 뿜어내고 있었다. 꽃동산의 은은한 냄새는 순식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의 냄새로 뒤덮였다. 그나마 역에서 최종 방귀 수준의 농도와 세기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근데 방송도 나왔고 이러다 또 잡혀가겠는데..."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가기 전에 뭐 마지막으로 탈래?"

 

"롤러코스터는 타 봐야지. 근데 그 배로 가능해?"

 

"그럼. 스릴 넘치게 해 줄게."

 

 

#5. 롤러코스터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롤러코스터. 역시나 대표 놀이기구답게 줄이 길었다. 하지만 소녀는 어차피 특별 패스를 쓸 작정이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먼저 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람이는 뒤를 돌아 원피스를 살짝 들었다.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슥-!!

 

쏟아져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매운 고기와 콩 냄새 가스에 사람들이 모두 기절한 건 순식간. 그나마 자비를 베풀어 세기가 덜한 바람소리의 방귀로 해줬지만, 가람이의 방귀는 바람소리라도 그 가스량이 어마어마했다. 가람이는 남친을 데리고 그들 사이를 우아하게 가로질러 갔다.

 

"감사합니다."

 

롤러코스터에 도착하자, 직원들은 당연히 가람이가 안내방송에서 찾던 소녀임을 알아챘다.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둘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부탁했다.

 

"얌전히 갈 테니까, 그 전에 이거 한 번만 타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진짜 이번만은 사고 안 칠게요!"

 

두 풋풋한 학생의 간절한 부탁에 직원들은 그 말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둘은 안전띠를 메고, 맨 뒤에 함께 앉아 롤러코스터와 함께 트랙을 올라갔다.

 

정말로 가람이는 약속을 지켰다. 어차피 안전바 때문에 뀌기 불편한 자세이긴 했지만 말이다. 상승, 상승 후,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고 휘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둘. 나루는 생각했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가람이의 청소날 방귀의 스릴에 비벼볼만 하다고.

 

하지만 가람이에겐 진정한 스릴은 따로 있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완전히 자극받고 뒤섞인 장의 내용물, 그로 인해 일반 청소날보다도 과포화된 가스. 이제 대청소날이 어떻게 생기는지, 약간의 실마리를 얻은 듯 했다.

 

3분의 롤러코스터 탑승이 끝나고, 둘은 한 알바의 인솔 아래 짐을 챙겨 나왔다. 하지만 나루는 녀석의 비장한 표정만 봐도 알았다. 저 소녀의 뒤에서 곧 진짜 스릴이 시작될 것을. 가람이는 롤러코스터세서 나오자마자 뒤를 돌고, 다리를 벌린 후 허리를 숙여 엉덩이를 치켜들었다. 나루는 바로 뒤에서 지지대를 꾹 잡고 여자친구의 그 우아함, 장의 배출구를 비로소 완전히 개방하는 모습을 만끽하였다.

 

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그 광경은 여신의 힘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의 수많은 배출로 다져지고 롤러코스터에 의해 차곡차곡 잠재된 가람이 아랫배의 파워는, 괄약근을 열자 조금의 빌드업 시간도 필요없이 단 한번에 완전히 그 꽃을 피웠다. 곧 놀이공원 전체에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소리와 직접적인 영향권만으로도 롤러코스터 주변 상점을 모두 덮을 정도의 진한 가스의 폭풍우가 뒤를 이었다.

 

이미 3분도 지나지 않아 가람이의 배출은 그날 지하철역에서의 방귀조차 애교로 보이게 할 정도였다. 그나마 사방이 탁 트인 장소라 가스가 확산되며 희석되긴 했지만, 하이퍼 소녀의 장 앞에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반경 100m 내 사람들은 이미 기절하거나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친 지 오래였고, 진노란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탁한 가스구름은 여전히 반경을 넓히고 있었다.

 

~빠아아아아아아다다다다다뻐어어어어어어어어러러러러러러러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덩~!!!

 

그 근원에 여전히 가장 가까이서 버티고 있는 소년. 그 천지를 울리는 소리에 귀는 잠시 먹은 것 같았고, 피부와 내장 전체가 똥으로 바뀌어 바람에 날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려다 날개를 태운 이카루스처럼, 너무 무모하게 가람이의 힘을 가까이 하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녀석에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장을 비우고 난 후 녀석의 헤픈 미소와 시원한 웃음을 볼 수만 있다면 오늘 녀석이 먹은 모든 음식을 1년은 썩힌 냄새가 코에 넘쳐흘러도 괜찮았다. 지금처럼 5분, 10분, 아니 1시간도 버틸 수 있었다. 가람이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이 버틸 수만 있다면, 이렇게 온 대장과 항문을 얼얼하게 하는 자연재해와 같은 어마어마한 방귀를 끊임없이 쏟아내야 하더라도 행복하기만 했다. 

 

뻐어어어어더더더더더더뿌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뿌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라라라라라라라라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아아아다다다당!!!

 

영겁과도 같이 느껴진 20분이 지나서야, 절정의 황홀함이 잦아들며 가람이는 청소날 마지막 방귀를 끝마쳤다. 만일 학교에서 이랬다면 이 방귀 하나만으로도 학교 건물은 물론이고 운동장, 주변 분식집까지 다 가람이의 가스에 뒤덮였을 것이다. 미안 여름아, 아무래도 이 분야에선 내가 우등생인 거 같아, 소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어떤 놀이기구보다도 더 스릴 있던 20분이었다. 

 

열린 공간이었지만 냄새의 밀도, 파괴 정도 모두 지하철 역에서의 방귀를 훨씬 상회했다. 거기기다 영향 구역이 몇 배는 늘어나 거의 놀이공원의 오분의 일을 덮었고 말이다. 하지만 가람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제 청소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과, 나루는 여전히 자신에게 미소짓고 있었다는 것 뿐이었다.

 

"진짜 재밌었어."

 

그리고 가람이는 산뜻한 소녀처럼 뒤를 돌아 인사한 후, 나루를 데리고 화장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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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다 비었겠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상쾌하게 출구로 향하는 둘. 소녀는 어김없이 산뜻한 걸음걸음마다 남은 '작은' 방귀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한 직원이 둘을 멈춰세웠다.

 

"저기, 방송에서 찾던 한가람 맞으시죠?"

 

"아닌데요."

 

"그럼 어떻게 그렇게 방귀를 그렇게 많이 뀌어요? 냄새도 이상하고..."

 

그러자 가람이는 한 카드를 꺼내 보였다. 하이퍼등록증. 하지만 그 카드엔 전혀 다른 이름이 쓰여 있었다. 강여름.

 

"저도 하이퍼이긴 한데 그렇게 막 뀌고 다니진 않거든요."

 

"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직원은 돌아갔다.

 

가람이는 윙크했다. 만약을 대비해 갈아입을 완전히 다른 검은 드레스와 가짜 안경을 준비한 게 신의 한 수, 역시 친구가 있으니 뭐든 쉬웠다.

 

그렇게 둘은 평범한 놀이공원 데이트를 무사히 끝냈다고 한다.

"그나마 오늘은 대청소날 아니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