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죄송해요. 오늘 당번은 좀 늦을 것 같아요.]


10분을 넘게 고민한 끝에 하야세 유우카는 결심한 듯 모모톡 전송 버튼을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말기가 진동하며 답장이 왔음을 알렸다. 대화 상대는 ‘선생님’이었다.


[그래? 유우카가 늦다니 별일이네. 무슨 일 있어?]


선생님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은 기뻤지만, 지금은 그 관심이 썩 달갑지는 않았다. 잠시 망설인 뒤 유우카는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냈다.


[세미나에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겨서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유우카는 전송 버튼을 누르는 것을 주저했다. 익숙지 않은 거짓말이었지만, 그녀에겐 거짓말을 해서라도 숨기고 싶은 사정이 있었다.


[그래, 알았어. 일은 나 혼자 하고 있어도 되니까, 천천히 와.]


"하아……."


유우카는 한숨을 쉬며 단말기의 화면을 껐다. 언제나와 같은 선생님의 사람 좋은 대답이 이번만큼은 찜찜하게 그녀의 양심을 괴롭혔다. 이런 일이 일어나길 원치 않아 평소보다도 훨씬 더 집중력을 발휘해서 업무도 일찍 끝냈건만,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있는 법이다.


꾸르륵…….


'정말, 왜 하필 이럴 때…!'


길고도 긴 시간 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자신의 대장이 돌연 기지개를 켠 것이었다.


‘왜 하필 이럴 때만 배가 아픈 거냐고!’


아무도 없는 공중화장실의 두 번째 칸에서, 하야세 유우카는 변기에 앉아 원망에 찬 내적 비명을 질렀다.


이럴 때만 말썽을 일으키는 자신의 몸이 원망스러웠다. 정작 어젯밤도, 그 전날 밤도, 그 전전날 점심시간에도 희박한 가능성을 믿고 화장실에서 사투를 벌였지만, 지독하게 숙성된 마른 기체 외에 아무 소득도 없었기에 더더욱.


며칠은 고사하고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선 기상천외한 발명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산더미처럼 쌓인 회계 업무를 도맡아 처리한다는 것은 능력이 뛰어난 그녀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쌓여, 그녀의 배 속에서 하나의 형태를 이루며 지난 열흘 간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혀 왔다.


그리고 나와야 할 것이 나오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배가 무거워, 벌써 며칠 짼 지 기억도 안 나…….’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긴 기간인 열흘 치의 대변이, 좁은 대장 속에 꽉꽉 눌러 담긴 상황. 숙변은 시간이 지날수록 동족을 받아들이며 점점 자신의 몸집을 키워 나갔고, 그 존재감은 마치 원치 않는 뱃살이라도 생긴 것처럼 부푼 배로 확연히 드러났다.


쪼르르르르……푹, 푸쉿! 프스슷——


고체를 내보내기 위한 명령에 응답한 건 애꿎은 오줌과 마른 기체뿐. 화장실에 들어와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은 이후로 지금까지 그녀는 일정하게 힘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복통의 원흉은 미동조차 않은 것만 같았다.


“응!”


뿌부부브브브르르르르륵!!!


'!'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유우카의 몸이 움찔했다. 데시벨로만 따지면 엔지니어부에서 사고로 폭발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할 정도였다.


'으……분명 아무도 없는 건 알지만……부끄러워…….'


폭음 뒤의 구수한 향기에 유우카의 얼굴은 귀 끝까지 빨개지고 말았다.


그녀가 갑작스러운 변의를 해결하기 위해 들른 곳은 샬레 생활관의 화장실이었다. 선생님이 계신 샬레 업무관과 가까우면서도, 주위에 다른 학생들이 없는 것도 확인했기 때문에 괜찮은 장소 선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냉혹한 계산의 회계’라는 별명과는 전혀 딴판인 소녀스러운 마음은, 혹시라도 선생님께 자신의 더러운 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얼마 만의 기회인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지……!’


어느 정도 가스를 빼낸 탓인지 엉덩이 구멍이 부푼 감각은 사라졌지만, 본체를 내보내지 못한 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이대로 선생님께 갔다간 당번 시간 내내 끝없는 변의와 방귀 욕구를 견뎌내야 할 게 뻔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누가 오기 전에 빨리 끝내야지.’


인기척이 없는 걸 재차 확인하고 유우카는 부푼 배에 손을 갖다 대며 천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흐, 음——”


부우우우욱!!!


‘아 진짜! 아까부터 자꾸 방귀만……!’


뿍……프슷! 푸쉬이이이이이익———


빵빵했던 풍선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장내에 고여있던 지독한 가스를 전부 배출해 나갔다. 통통한 허벅지로 덮여 빈틈이 거의 없어진 양변기 내부가 그녀의 유황 가스로 가득해졌고, 항문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방귀는 물 표면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냄새.’


아무리 변비가 익숙한 유우카라도 견디기 힘든 냄새인지, 그녀는 손바람을 일으키며 냄새를 흩날렸다.


이런 냄새, 선생님이 맡기라도 한다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리고 말 거야.


하지만 냄새가 점점 더 짙어진다는 것은, 곧 본체가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번에야말로……!’


자세를 정돈하고 다시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미끼를 문 것 같았다.


뿌지직……


지금까지 들렸던 소리와는 확실히 이질적인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너무나도 오랜만이라 잠시 잊고 있었던, 육중한 질량을 가진 고체의 감각이었다.


“하……읍……!”


집중을 시작한 그녀의 얼굴은 점차 무표정을 띠었다. 절제된 무산소 운동으로 최대한 복부에 힘을 가했다. 급격하게 직장이 부풀어 오르는 감각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감감 무소식이었던 것이 무색하게 금방 나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다.


“끄, 흡……!”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고, 자세는 점점 더 흐트러졌다. 그와 동시에 항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이내 윤기도 없이 메마른 무언가가 슬쩍 얼굴을 내밀었을 때,


“하아! 하아!”


몸에서 힘이 빠지고, 그녀의 비밀스러운 문은 다시 닫혔다.


“하으, 분명 나올 것 같은데…….”


사실 이것만 해도 큰 진전이었지만, 빨리 선생님께 가고 싶은 마음이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도 몇 분간 더욱 힘을 주고, 손으로 엉덩이 쪽 살을 잡아당기며 출구를 넓히려는 노력도 해 보았지만,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푸슷, 피시익——


오히려 출구를 벌릴수록 나오는 건 숙변 틈새 사이사이에 갇혀 있던 몇 배는 농축된 냄새의 진한 가스뿐. 그 지독한 냄새에 유우카는 얼굴을 찡그렸지만, 항문 부근의 불쾌한 이물감보단 차라리 나았다.


“…안 나와…….”


무심코 자신의 배를 매만지는 유우카. 왼쪽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의 정체는 명백했다. 이 원흉을 제거하기 전에는 선생님께 갈 수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길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 차!”


두 발을 꼿꼿이 세우고 허리를 앞으로 숙여, 직장이 곧게 펴질 수 있도록 돕는 자세를 취했다. 이론 상으로는 이렇게 하면 대변이 나오기에 훨씬 용이할 것이다.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 이번에는 두 손바닥으로 왼쪽 하복부를 지그시 누르며 복압을 높였다.


“후읍, 읍, 읍, 으응……!”


바쁘게 움직이느라 살짝 빨개진 항문이 다시금 확장을 개시했다. 무수하던 주름의 형태가 점점 사라지고,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펴지더니, 여태껏 나오지 못했던 똥이 드디어 그 실체를 직접 드러냈다.


"흡, 흐읍……응, 크흐……극……!"


하지만 그녀가 내보내고 싶어 바라 마지않는 대변은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정이라도 들은 것인지, 팽팽하게 부푼 항문을 붙잡고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중이었다.


"으, 하아……."


그리고 배에 힘이 풀리며 그녀가 숨을 들이쉴 때, 흑갈색은 다시 선홍색으로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까진 그녀의 계산대로였다.


'지금부터가 진짜야……!'


그녀는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온 지 거의 20분이 지났다는 것도 잊을 정도로, 배변에 몰입하고 있었다. 격렬한 싸움의 증거로 그녀의 이마에선 한 줄기 땀이 흘렀다.


처음에는 엉덩이보다도 거의 허리춤에만 걸쳐져 있던 손가락이, 점차 항문 쪽으로 가까워지며 끝내는 절대 닿아서는 안 될 더러운 것에 손톱이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벌리는 힘도 늘어난다. 수학에 능한 그녀가 알지 못했을 리 없다. 단지 여자아이로서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못했을 뿐. 하지만 셔츠가 끈적하게 몸에 달라붙을 정도의 혈투 앞에선 그런 자존심은 모두 쓸모없는 것이었다.


'여긴 화장실이니까, 작은 거나 큰 거……또, 똥을 싸기 위한 곳이니까, 누구라도 이런 행동쯤은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거야……!'


아무리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부끄러운 자세를 취한다고 해도, 여긴 엄연히 개인적인 공간. 오히려 이런 더럽고 거대한 걸 배 속에서 품고 다니는 것이야 말로 더더욱 부끄럽고 추한 일.


유우카는 그렇게 누구한테 외치는지도 모를 변명을 마음속으로 열심히 되뇌고 있었다.


"흐읍———!!! 으—————응!!!"


이제는 누군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더라도 상관없다는 듯, 유우카는 목소리가 새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배에 힘을 주었다. 꼬리뼈 부근에서 턱 하고 막힌 자갈 덩어리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듯한 느낌은 분명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감각과도 일치했다.


"하아, 하아……으, 그극……!"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눈은 꾹 감고, 이는 꽉 문 표정. 몸속에서 나쁜 가스를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한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흐……응큭——후으……응하앗!”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은 그녀일까 아니면 그녀의 배설물일까.


이제는 혼신의 힘을 다 하면서 항문 주변을 바짝 당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굵은 부분이 걸린 것처럼 꽉 끼어 버리고 말았다.


‘아, 팟……! 그래도 조금만 더……어……!’


일반적인 똥이라면 모를까, 그녀의 변비 숙변은 사실상 돌에 더 가까울 정도로 딱딱하고 수분이 전혀 없었다. 그만큼 항문에 가해지는 부담도 상당했다.


오히려 이런 무지막지한 물건을 과거에도 수십 번이나 내보낸 경험이 있었기에,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진작 찢어지고도 남았을 굵기임에도 그녀의 항문은 멀쩡했다.


“흥극…!”


퐁당! 풍덩!


뭉쳐 있던 자갈이 바깥공기를 쐬면서, 하나둘씩 변기 속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분명 지금까지의 노력에 비하면 초라한 성과였지만, 조각이 빠져나오는 그 찰나에 저릿한 엉덩이 구멍이 취하는 휴식은 달콤했다.


“하아! 으, 하아!”


이제는 신음을 억누를 여유도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괄약근을 풀었다 조이는 것뿐이었다.


‘제발, 한 번에 좀 나와라……!’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뭉친 덩어리 조각 하나하나가 앞다투어 먼저 바깥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바람에 서로 힘이 상쇄되어 쉽사리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헉, 허억…….”


나아갈 힘을 잃어버린 딱딱한 대변은 험상궂게 벌어진 항문에 털썩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격투 시간은 25분을 넘어섰다.


“하, 으으응……!”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에 유우카는 몸부림쳤다.


손으로 항문을 벌리는 걸 멈추자 애매하게 끼인 대변의 불쾌한 촉감이 싸늘하게 등허리를 타고 흘렀다.


‘진짜, 지긋지긋해……!’


할 수만 있다면 물리적으로 똥을 직접 꺼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짓은, 죽어도 못 해!’


결심을 다진 유우카는 팬티를 완전히 벗고, 치마도 벗어 화장실 벽에 살포시 걸었다. 이제는 하반신이 완벽하게 자유로워진 상태.


그 상태로 엉덩이를 뒤로 뺀 다음 다리를 크게 벌려, 최대한 항문이 벌어지도록 자세를 잡았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밀어내는 것뿐.


“끄, 으으으으응————!”


그녀의 발악을 신호탄으로 치열하게 유지되던 힘의 균형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며칠 전부터 꾸준히 챙겨 먹던 섬유질, 틈날 때마다 하던 스트레칭과 운동, 그리고 매일 5분씩 변기에 앉아 있던 습관이 드디어 빛을 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흐끄으응——!”


뿌지지지지직…….


긴 시간 동안 충분히 분비된 장액이 윤활유 역할을 하며, 드디어 길고 길었던 싸움의 종막을 고하기 시작했다.


“우으으응……크, 윽————!”


실핏줄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격하게 힘을 주는 그녀. 마침내 그 간절함은 결실을 맺었다.


항문을 한계의 한계 바로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벌려 가며, 직경 3.8cm의 대변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듯 변기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우으으읍, 으으읍———!”


내심 가장 굵은 부분이 나온 다음엔 시원하게 전부 나오길 기대했지만, 조약돌이 잔뜩 뭉쳐진 형태의 대변은 겨우 몇 cm 얼굴을 내밀었다고 해서 굴복할 상대가 아니었다.


“후으, 으응——!”


잠깐의 휴식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여기서 힘을 빼 버리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멈추게 된다. 유우카는 과거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결국 포기하고 중간에 끊고 나왔을 때의 불쾌함을 떠올렸다.


‘한 번에, 전부…!”


진땀이 흘렀다. 엉덩이가 따가웠다. 화장실에 들어온 지 30분이 막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끄……으으윽—————!!!”


미성과 괴성 가운데에 있는 듯한 목소리가 공중화장실 전체에 낮게 깔렸다. 그 속에 담긴 절박함에 비해서 똥이 움직이는 속도는 너무나 느렸다. 기껏해야 10초에 1mm 정도 움직이는 정도였다.


“하악, 하악…….”


거칠게 호흡하면서도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히터가 돌아가는 와중 원치 않는 복근 운동을 잔뜩 한 덕분에, 겨울임에도 그녀의 얼굴과 몸엔 땀이 가득했다.


그녀로부터 자라난 긴 꼬리는 어느새 길이가 10cm에 달했다.


이전까지 화장실 칸 안을 가득 채우던 방귀 냄새보다 몇 배는 짙은 향기와, 쩍쩍 갈라져 있으면서도 하나의 형태를 이룬 대변의 어마어마한 굵기는, 열흘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뿌지직. 쩌적, 쩌저적……


전진을 거듭해도 전혀 가늘어짐 없이 그 형태를 꼿꼿하게 유지하는 그녀의 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런 물건이 어떻게 그 좁은 공간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던 걸까.


“하아, 흐읍……!”


중력을 이기지 못한 긴 똥이 결국 천천히 아래로 기울기 시작하고, 이내 로그함수의 그래프를 그리며 변기 안으로 천천히 몸을 맡겼다.


“으, 하아……!”


그리고 대변이 나오는 속도에는 점차 가속이 붙어, 이제는 시원한 뿌지지직 소리를 내며 광활하게 벌어진 항문을 빠져나갔고,


“나온, 다……!”


잊고 있었던 배변의 쾌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할 때,


철써억!!!


길고 길었던 그녀의 배변이 끝났다.


‘드, 드디어……. 전부 나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달콤한 기분.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부욱, 북, 뿌욱…! 프슷, 피시시식———


몇 번 더 배를 조여 남아 있던 가스까지 모두 방출해 내고 나서야, 그녀의 항문은 다시 천천히 오므라들었다.


“후우우우우…….”


모든 것이 끝난 이후 그녀의 표정은 한결 개운했다.


불룩 튀어나와 있던 배도 어느새 전부 꺼졌고, 항문이 저릿저릿하긴 했지만 잊고 있던 배설의 쾌감 쪽이 훨씬 컸다.


"휴~ 완벽해!"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유우카는 뒤처리를 시작했다. 휴지를 적당히 뜯어 정확한 방향으로 엉덩이 구멍을 닦는 손놀림마저도 그녀답게 완벽했다. 꼼꼼하게 뒤처리를 하고 나서, 그녀는 벗어 뒀던 속옷과 치마를 다시 입었다.


“……아.”


그리고 뒤늦게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참상을 확인했다.


얼마나 굵은 게 나왔는지 보려고 했건만, 정작 엄청난 양의 부드러운 똥으로 뒤덮여서 맨 처음 자신을 괴롭혔던 범인의 자취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항문을 틀어막고 있던 돌덩이들은 이제, 변기 물이 내려가는 입구에 차곡차곡 쌓여 또 다른 장애물이 되어버렸다는 건 그녀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어떡하……지?”


척 보기에도 내려가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명백했다. 오히려 여기서 물을 내렸다간 더한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달리 이 상황을 해결할 도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모른 척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여기는 엄연히 샬레가 관리하는 건물. 즉 높은 확률로 선생님이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만약 CCTV를 통해서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기라도 했다간…….


부웅!


“!”


그때 마침, 유우카의 전화가 울렸다.


[혹시 무슨 일 있어?]


선생님으로부터 온 메세지였다.


‘아, 안 되는데……!’


발을 동동 구르며 유우카는 생각했다.


이미 그녀의 얼굴은 곧이어 닥칠 부끄러움을 상상하며 한없이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한동안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거의 사고가 정지된 채로 멈춰 있던 그녀는, 결국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선생님, 잠깐 시간 좀 내주실래요!]





……그 뒤로, 유우카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간 선생님에게 새로운 취향이 생기게 되었다는 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