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너, 혼자가 아니면 방귀를 뀌는 걸 부끄러워 하는건가?"

"우으..... 그걸 굳이 저에게 들어야 하는 사항이였나요...."


빅터는 부어버린 뺨을 어루만지며 아이린의 반응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보통 스컹크족일 경우엔 방귀를 뀌는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이란 것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오히려 방귀로 자신을 지키며 혹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아이린은 방금 전 늑대형 마물을 제압하기 위해서 방귀를 뀌기 전, 분명 주위를 둘러보는 행동을 했다. 분명 주위에 기절을 시켜야 할 늑대형 마물들을 빼고 다른 이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의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걸 미루어 보아 아이린은 방귀를 뀌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성격인 건 맞아 보이는 듯 싶었다.


하지만 빅터에게 마음이 걸리는 점은 이 점이 아니기도 하였다.


'스컹크족은 방귀가스를 내보낼 때, 보통 노란색 계열의 가스가 일반적인데, 이 스컹크족 혼혈 친구는 핑크색 계열 가스였다. 서큐버스족의 혼혈이라 그런 건가? 아니, 그것도 요소 중에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주된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면 이 스컹크족은...'


아이린은 자신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빅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혹시... 무슨 문제가 있으신지요...."


빅터는 아이린의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 아니야. 별 의미는 없는 생각이였어."

"이...일단 죄송합니다... 저를 구해주실 생각으로 달려오셨을 텐데.... 부끄러움에 앞서 무례를 저질러 버렸어요...."


빅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이게 너에게 불편한 점이였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봐. 크게 신경 쓰지 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빅터는 나름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컹크족의 주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방귀 공격을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니, 빅터 자신은 스컹크족을 실제로 본 적이 드물어 이 아이가 내보내는 가스의 위력이 스컹크족에서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을 제압하거나 퇴치하기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위력임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서로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초원을 거닐고 있을때 쯤, 그때였다.


'쉬익! 쉭!'

"꺄악?"


토끼형 마물 둘이 순식같이 뛰쳐나와 아이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였다. 분명 적의를 가지고 아이린에게 달려들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하지만 아이린은 저번과 같이 스컹크족이 위협을 받을 때의 자세인 뒤를 돌아 엉덩이를 적을 향해 겨누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저 덜덜 떨고 있을 뿐이였다.


"아이린! 반격을 해! 안 그러면 네가 다쳐!"


빅터는 아이린을 향해 소리쳤다. 비록 토끼형 마물인 만큼 크기는 아이린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지만 그래도 마물은 마물. 결코 낮지 않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 만큼 둘이나 하는 마물이 아이린에게 덤벼들면 다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모....못하겠어요....! 으으응......!"


아이린은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빅터의 생각대로, 저번에는 아이린 혼자 있었기 때문에 방귀 공격으로 반격을 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빅터가 일행으로써 같이 이 자리에 있었다. 타인이 보는 눈 앞에서는 방귀를 뀌기엔 부끄러운 성격이자 습관이 그녀가 반격을 하는 것을 막고 있었던 것이였다.


결국 토끼형 마물 둘은 점프하며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며 아이린을 공격하려 할 때.


"꺄아악! 살려주세요......!"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대로가 맞는 것 같구만."


빅터는 검을 꺼내들어 토끼형 마물들이 아이린을 덮치려 하기 직전 칼집으로 역으로 마물들의 머리를 후려쳐 땅바닥에 꽂아버렸다. 그대로 기절해버린 두 마리의 토끼형 마물들.


"가....감사합니다....."

"별 거 아니야. 용사로써 힘 없는 자를 지키는 건 당연한 거니깐."


빅터는 그대로 칼집째의 검을 다시 허리춤에 돌려놓았다. 빅터와 아이린은 아무 이유도 없이 아이린에게 덤벼든, 지금은 기절한 상태로 뻗어 있는 마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군. 분명 이제 모든 마물들은 인간들을 습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게요.... 왜 아직도 인간들을 습격하는 걸까요....?"

"자의로 공격하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마물로서의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거나, 버리지 못한 건가?"


아이린의 빅터의 의문점에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아닐거에요...... 저희같은 마물들은 그 화합의 순간 이후에는 창조신의 권능으로 인하여 인간을 공격해야 하는 본능이 개변되어 덮어씌워졌다 들었어요..... 그러니 저건......."

"그러니 지금으로써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은....."


아이린과 빅터는 긴 고민 끝에 하나의 의견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







"저기 보세요...! 왕궁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도착인건가.."


둘의 시야에서 초원 너머 왕궁이 보이기 시작했다. 왕도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빅터는 왕궁으로 향하여 에빌로그의 황제가 거행하는 용사의 은퇴식을 거행할 것이고, 아이린도 역시 왕궁에 볼일이 있다고 했으니, 이 둘은 왕궁까지 동행하고, 왕궁에 들어가면 서로의 일정과 목적을 위해 헤어지게 될 것이다. 아이린과 빅터는 현재 왕도의 입구를 지나 왕도 내의 번화가에 도달하였다.


과연 에빌로그의 중심부라 할 만큼 왕도의 규모는 엄청났다. 왕도를 둘러싸는 웅장한 크기의 성벽, 그리고 그 왕도 안은 다른 마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번화가가 왕도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뒷편에는 웅장한 크기의 왕궁이 우뚝 서 있었다. 에빌로그의 왕도는 그 규모만 해도 대형 자이언트 드래곤이 수십마리가 들어와도 공간이 남을 정도다.


"과연 에빌로그의 심장부라 할 만도 하네요...... 이렇게 거대한 번화가는 좀처럼 보기 힘들거에요....."

"그야 명색이 한 나라의 수도인데 수도의 명성은 곧 그 나라의 정도를 판가름하는 거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말이야."


아이린은 처음 보는 웅장한 크기의 에빌로그의 번화가를 보고 감탄을 감출 수 없었고, 빅터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린의 발걸음에 맞추어 왕궁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니! ......언니....!"


주위에 언니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뜀걸음 소리와 함께 빅터와 아이린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음? 언니?"

"이 목소리는......."


아이린은 목소리와 발걸음이 들리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아이린을 향해 뛰어오는 한 여자가 보인다. 외모를 보아하니, 아이린과 비슷한 모습의 얼굴, 다소곳한 복장의 아이린과 달리 노출감이 있는 복장, 하지만 그 복장에도 귀족감이 느껴지며, 스컹크같은 풍성한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저 용모는..... 서큐버스족인가....?"

"....시로....!"


아이린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는 여자아이를 향해 나지막히 소리친다.


"짜잔! 귀여운 서큐버스, 시로쨩 등장이랍니다~!"


아이린 앞에 걸음을 멈춘 그 여자는 빙글 돌며 귀엽게 포즈를 취했다. 아이린은 그 여자와의 만남에 반가워하는 듯 보였고, 옆에 있는 빅터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여자는 누구지? 네 쪽을 언니라 부르는 걸 봐서는 가까운 사이인 건가?"

"아.... 빅터씨... 그..."

"안녕안녕~ 인간씨? 나는 귀여운 서큐버스, 시로쨩! 저기 있는 아이린 언니의 친동생이랍니다~"


시로는 빅터를 향해 찡긋 윙크를 해보이며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빅터는 오히려 아이린의 친동생이지만, 성격이 아이린과 정반대인 시로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라? 그 표정, 마치 이런 모습의 서큐버스는 처음 보았다라는 표정? 헤헤.... 그 표정도 나쁘지 않아요~"


시로는 귀엽게 손가락으로 빅터의 가슴을 콕 찍으며 웃어보였다. 역시 서큐버스는 서큐버스. 빅터는 이러한 시로의 행동에도 살짝 흥분하는 감정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지만 겨우 이성으로 억눌렀다. 하지만,


"에엥? 지금 오빠, 흥분한 거에요? 헤에~"

"시로..... 이런 장난은 그만둬, 실례잖아요....."

"헤엥... 그래도 난 이런 장난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타입인데?"


시로는 아이린을 보며 볼을 부풀리며 바라보았다. 이에 시로는 원래대로 표정을 풀고 아이린과 빅터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어서 왕궁으로 가요~! 저희 어머니와 황제님께서 기달리고 계신답니다~"


빅터는 잠시 흠칫했다. [저희 어머니]? 여긴 인간들이 주인 왕도인 에빌로그일 터였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라면, 아이린과 시로의 부모가 되는 마물이 왕궁에 있다는 소리가 되고, 이는 아이린의 가족 전체가 왕도로 부름을 받았다는 소리가 되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단순한 이유로 아이린은 왕궁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단독으로 부름을 받았다면 모를까, 가족 단위로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에빌로그의 황제가 이 마족들에게 목적이 있어서 불렀다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저기.... 빅터씨....?"


빅터는 잠시 멍을 때리다 아이린의 부름에 멍을 깼다.


"아, 미안. 잠시 생각하고 있었어. 자, 왕궁으로 가보도록 할ㄲ...."


그때였다.


"으응....♡"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욱!!!


"?!?!?!"


핑크색 면팬티로 둘러싸여진 아담한 엉덩이가 순식간에 빅터의 정면으로 날아오더니 그대로 엉덩이에서 보랏빛 가스가 뿜어져 나와 빅터의 안면을 정면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아이린처럼 엄청난 양이 아닌 평범한 양이였지만, 엄청난 기세였다.


"후응~ 오빠는 생각보다 멍을 잘 때리는 타입인가봐요? 그래서 정신 좀 차려 드릴려고 한방 뀌어보았답니다~"


시로는 치마를 들추고 그 안에 있는 엉덩이를 빅터를 향해 겨누면서 소악마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방금 전의 보랏빛 방귀 가스의 주인은 시로였던 것이다.


"?!?!?!?!?!!!! 냄새가!!!! 크아아아아악!!!!"


빅터는 독 안개를 연상케 하는 보랏빛 가스를 마시고는, 아이린 때와는 다르게 죽을 듯한 고통을 느끼는 표정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치 썩은 달걀과 썩은 우유, 썩은 참기름을 섞어서 다시 몇 년은 썩힌 듯한 냄새. 그때 빅터는 깨달았다. 시로는 아이린의 친동생. 따라서 서큐버스의 피뿐만 아니라 스컹크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을.


"크으으.... 정신을 조금만 놨다간 그대로 기절할 뻔한 냄새....."


빅터는 비틀거렸다.


"헤에~ 아직 본심의 ㅂ자도 아닐 정도로 인간씨에게는 대미지가 가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한 건데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네요~♡ 가스로 이정도면....?"

"시로....! 너무했잖아요.....! 너에게는 초면이신 분인데.... 이런 무례를 범해서는.....!"


아이린은 빅터에게 방귀가스를 살포한 시로에게 잔소리같은 훈계를 두었다.


"흐응~ 그래도 인간씨에게는 기절하지 않도록 힘 조절했다고? 우리 스컹크족의 피를 물려받은 이들에겐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라는 건 언니도 잘 알고 있잖아?"

"그래도... 빅터씨는 스컹크족이 아닌 인간족이라고....! 더군다나 우리같은 귀족의 피를 이어받은....."

"알겠어요~ 알겠어 언니! 앞으로는 안 그럴께~ 그러니 잔소리 그마안!"


시로는 손가락으로 아이린의 입을 쉿하는 포즈처럼 갖다대었다. 빅터는 아직도 가스에 사로잡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스컹크 자매들의 언쟁에 귀를 기울일 여유따윈 없었다.


"빅터씨....! 빅터씨....! 괜찮으세요...?"


아이린은 빅터의 어깨를 흔들며 빅터의 의식이 돌아오도록 유도하였다. 수십 번 어깨를 잡아 흔들어 제낀 이후에야 겨우 빅터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으윽..... 난 괜찮아.... 그러니 이제 그만 흔들어도 돼...."


아이린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시로를 노려보았다.


"시로....! 이 일 끝난 후엔 벌이에요....!"


시로는 살짝 소스라치듯 꼬리가 쭈볏 세웠다. 마치 그 [벌]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그대로 휘파람을 불면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로였다.


"난 괜찮아.... 일단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부터 해야하지 않겠어? 어서 왕궁으로 돌아가자."


시로와 아이린, 그리고 빅터는 서둘러 발걸음을 돌려 왕궁으로 향했다. 빅터에게 다가올 새로운 사실과 운명을 모르고 있는 채로....




 


왕궁 안은 매우 넓었다. 역시 한 나라를 대표하고, 한 나라의 정치를 담당하는 곳. 그 엄청난 크기에 이미 과거 이래로 자주 왕래한 빅터를 제외한 아이일과 시로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우와~ 엄청 크네요? 역시라고 한다면 역시라고 해야 할까요?"

"그...그러게요...."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해. 에빌로그의 황제 폐하는 엄하신 분도 아니니깐 말이야."


셋은 걸음을 재촉하며 왕궁 내의 안쪽. 황제의 알현실로 향해나가기 시작했다. 앞에는 문지기 두명이 알현실의 문을 지키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용사 빅터, 도착했다. 황제 폐하께서 안에 계시나?"


빅터는 문지기에게 문서를 보여주면서 황제의 부재 여부를 물어본다.


"앗, 용사님이시군요! 거기 계신 두 분은..."

"저기 있는 두 명 역시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왕궁으로 호출받아서 온 아이린과 시로라 하는 자다. 그러니...."

"아, 그러면 저기 계신 두 분도 이 용사분과 같이 황제 폐하 알현실에 입장해주시면 됩니다. 세 분 동시에 용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세 명 동시에 같은 용무를?"


아이린과 시로, 빅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 명이 동시에 용무를? 그럼 서로의 목적은 서로 같은 목적이라는 것인가?


"알겠다. 동시에 알현하러 들어가지."

"헤에~ 용사님도 저희랑 같은 목적이였나봐요~?"

"시로.....!"


빅터는 알현실 문 앞에 서면서 소리쳤다.


"용사 빅터, 황제 폐하의 명 받들어, 소환에 응하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빅터는 알현실의 문을 열고, 셋은 일시에 황제를 만나러 황제의 알현실에 들어갔다.






"황제 폐하, 용사 빅터. 여기 소환에 응하였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오느랴 수고 많았다."


에빌로그의 황제는 옥좌에 앉아서 빅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여기까지 오느랴 수고했어요. 용사, 그리고 아이린, 그리고 시로."


황제의 옆에 또 누군가가 있었다. 섹시한 모습의 몸매, 노출도가 상당한 복장. 그리고 음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밧줄 두께의 꼬리. 그 자 역시 황제 옆에 있는 또 다른 옥좌에 앉아 빅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어... 어마마마?"

'어마마마? 아이린과 시로의 어머니?'


빅터는 황제 옆에 앉아있는 그 마물을 보고 흠칫 당황하였다. 그렇다. 황제의 옆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자. 그 자는 바로 아이린과 시로의 어머니인 자였다. 동시에 서큐버스이기도 한, 엄청난 포스를 가진 마물이였다.


"빅터여, 지금까지 용사의 위치에서 에빌로그를 위하여 싸워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이제 인간과 마물끼리의 화합과 공존을 꾀한 가운데, 비록 용사의 행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만 우리 백성들은 네가 쌓은 공로를 잊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곧 은퇴식을 거행할 것인데, 은퇴식이 끝나거든 네게 부탁할 것이 있다."

"부탁.... 말씀이십니까...?"


빅터는 갸우뚱할 듯한 심정이였다. 은퇴식인 이유로만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인간족은 마물족과 화합을 맺고, 이젠 이 왕도엔 인간족과 마물이 조화를 이루며 번화가를 꾸려나가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하층민만의 조화에 대해서 대단히 만족하고 있지만, 짐은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직접 검과 마법을 부딪치는 그대끼리의 화합도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는 것이야. 그래서...."


옆에 있는 서큐버스 여자가 황제의 말을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족의 귀족인 아이린, 그리고 용사 빅터. 너희 둘끼리의 혼인을 맺고자 하는데. 어떨까 의견을 묻고 싶네요."


빅터와 아이린은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기 시작했다.


"호....혼인이요?!"


빅터는 혼인도 혼인이지만, 다른 쪽으로도 당황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린이... 마족의 귀족 위치...? 그럼 아이린과 시로는..... 마족을 대표하는 공주라는 것인가?"

"헤에~ 용사 오빠, 눈치가 느리네~! 방금 언니가 우리들은 귀족의 피를 이어받았다 말했잖아? 혹시 그새 까먹은 건 아니겠지이~?"

"시로....! 황제 폐하와 어마마마 면전 앞에서 무슨 무례를....!"


분명 아이린은 그런 이야기를 방금 하였지만, 그때 빅터는 시로의 방귀 가스에 직격당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그것을 들었을 리도, 하물며 기억이 날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빅터는 이 말을 듣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보통 스컹크족은 방귀 가스의 색깔이 누런색 계열이지만, 아이린과 시로의 방귀 가스의 색깔은 핑크색 계열이였다. 바로 귀족 스컹크족과 귀족 서큐버스족의 후예로써 특이한 능력과 체질을 가지게 된 비범한 공주님들이라는 사실을.


"자, 어떤가 빅터여. 한번 저 아리따운 공주와 결혼하여 화합에 동참하지 않겠는가?"


황제는 웃으면서 빅터에게 최종적으로 권해본다.


'내가.... 마족 측의 공주와.... 결혼을?'


[용사 빅터 -새 임무- : 마족의 귀족 후예 아이린혼인하여 부부 관계를 맺기 (임무를 시작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