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마소도2차창작방귀에디션 -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호불호 갈리는 마물들 주의! 거미녀 있음! (접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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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더라. 여긴가... 그냥 길을 물어야겠군."


그녀가 알려준 목적지 주위를 배회하던 메카니르는, 장소를 영 찾지 못하겠는지 여기저기를 해매다가 근처에서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걷던 두 마물 중, 거미의 특성이 크게 도드라지는 한 마물에게 길을 물었다.


"...실례합니다만."


"네? ...어머, 투기장의 유명인사분 아니신가요?"


"...나도 많이 알려졌군. ...길을 조금 묻고 싶은데..."


"길이요? 어디를 찾으시는지?"


"아이린.... 이라고 하는 마물이 운영하는 옷가게를 찾고 있소. 부탁으로 받은 전해줘야 할 물건이 있는데..."


메카니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소리 내어 웃으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인사를 했다.


"호호호! 제가 아이린이랍니다. 잠시 제 맨티스 친구, 린지에게 찾아갔던 길이거든요."


"...맨티스?"


"...응... 맨티스.... 반가워..."


"...오해하지 말아주게. 지금 우리 와이프는 충분히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라네."


"남편...되는 사람인가 보군. 반갑소."


가벼운 악수를 하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걷기 시작하는 메카니르. 맨티스, 린지라는 마물은 온 몸을 그 낫과 같은 팔로 툭툭 치며 통증을 쫓고 있었고, 무언가 계속 생각하는 듯 허공을 멍하니 쳐다보며 걷는 등, 조금은 이질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 쪽은 무슨 일이 있소?"


"아... 안타깝게도 32강의 벽을 넘지 못했소. 정말 분전했지만..."


"...아냐... 내가 약해서 졌어. 그 뿐. ...내년에 올 때는... 더 강해져서 와야지."


'맨티스... 그러고 보니 맨티스 마물은 하이오크 마물, 호가르와 붙었다고 했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의 귓가에, 린지의 남편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쉽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고생한,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멋지고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해 미리 예약해뒀던 옷을 가지러 가던 참이었지."


"그리고 나는 재료를 받으러 콜로세움으로 가다가 여기랑 마주쳤고. 마무리 마감은 나중에 해도 되니 그 멋진 옷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아주 사랑꾼이야, 에드윈?"


"하하...! 그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다른 남편들이었어도 다 그랬을 걸세."


"....응...아니야... 여보가 특이할 정도로 착한거야..."


"뭐, 아무튼 그래서,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미완성 작품을 보여주는게 디자이너로써 좀 그랬는데, 마침 운 좋게 마감에 필요한 재료를 든 사람을 만났지 뭐야?"


"이것 말이오?"


푸르른 마나 앰플을 꺼내보이는 메카니르. 그로부터 병을 받아들고, 여러 개의 눈으로 꼼꼼히 살피던 그녀는 이내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가방 속에 그 병을 집어넣었다.


"응... 이거지! 이거야! 캬~ 이렇게 귀하고 순수한 앰플은 마계 아니고는 못 구한단 말이지. 어디 마계까지 가는게 보통 일인가?"


"그렇구려. 아무튼 모쪼록 다행이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그들은 어느새 옷가게에 도착했다. 걸쇠로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 아라크네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가게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더니, 옷걸이에 걸린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푸르른 바다와 청명한 하늘을 그대로 수놓은 것 같은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가지고 나와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어때? 후후... 나름 공들였는데."


"아름다워... 아름다워서...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나... 나랑은 거리가 너무 멀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에드윈은 린지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럴 리 없잖아. 네가 뭘 입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나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마물이 너야. 린지."


"...읏... 바보..."


"후후... 보기 좋은 둘이네. 그럼... 이 마나 앰플을..."


(파지직... 파직-!)


아라크네는 손에 들고 있던 마나 앰플을 부수어, 내부에 들어찬 마나를 모조리 끄집어냈다. 이내, 부드러운 유화의 물감처럼 그녀의 손에서 춤을 추던 마나는, 새하얀 원피스에 푸르른 물결같은 무늬를 새기며, 한층 더 아름다움을 끌어올려보였다. 달인의 걸작. 이것 외에 떠오르는 표현은 없을 만큼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옷이었다.


"정말... 정말 아름다운데... 내가 입어도 돼...?"


"물론.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첨가하고픈 것이 있어."


(파스슷- 촤락-!)


"우와아..."


"어때, 예쁘지? 자, 이제 들어가서 입고 나와봐. 그리고 에드윈? 너도 들어가! 후후... 아내의 예쁜 모습을 가장 먼저 봐주는건 남편의 특권이자 의무라고!"


고운 비단결과 같은 거미줄로, 프릴 장식까지 꼼꼼하게 만들어주는 아라크네 마물 아이린. 남편과 함께 옷을 보며 감탄하던 린지는, 매장 한 켠에 위치한 탈의실 속으로 아이린이 떠밀어대는 통에, 옷을 들고 강제로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철컹-)


"...잠깐, 안에 사람이 있는데 문을?"


"응. 후후... 이제 둘 다 부끄러워도 빼지 않을거야. 푸후후후훗... 하아... 부끄러워하는 린지 모습을 꼭 봐야겠어. 그건 그렇고, 고마워. 당신."


"별 말씀을. 로자나가 간곡히 부탁하던지라 거절할 수 없었소."


"좋은 사람은 맞네. 거기서 여기까지 오다니. 후후.... 그래, 여기서 그냥 가긴 뭐하고... 딱히 대접할 건 없지만서도 차라도 한 잔 어때?"


"사양은 않겠소. 16강전까지 남은 게 시간이니."


"호오... 그러고보니 그쪽도 무투대회 참가자였지. 유일한 인간으로. 그것도 우승후보 둘을 제압하고 16강으로 간. 당신,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는거 정도는 알지?"


"요행이 어느 정도 받춰주었을 뿐."


"한 잔 들어. 커피야."


(호록...)


"...신세를 지는군. 지는 김에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데..."


"...(호록...) 뭔데?"


"...우선 보여줄 것이 있소."


"...뭘? 어, 그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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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런 식이구나. 이 커스드 소드는... 딱 봐도 우리 로자나네. 이런 식의 설명을 바란다 이거지?"


"그렇소. 도와주겠소?"


"로자나의 부탁도 들어주고, 린지한테 줄 옷이 만들어지게도 도와주고. 이 정도는 당연히 도와줘야지. ...음, 귀염둥이가 오기 전 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얼른 말해줄게.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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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아라크네 이미지를 별첨하였다. 최근 들어 급격히 변이가 일어나고 있는 마물이라 한다.]

(사실 원본 아라크네 이미지가 별로 맘에 안들어서 AI 짤쪄옴...)


[아라크네 - Arachne]

[속 : 아라크네 / 형 : 곤충]

[서식지 : 동굴, 삼림 등지]

[식성 : 육식 선호]

[성격 : 드세고 흉포함]


[동굴, 깊은 숲속 등의 어두운 장소에서 서식하는 거미의 신체적 특성을 가진 곤충형 마물. 형태는 가지각색으로, 하반신 전체가 완전한 거미의 몸통을 하고 있는 존재부터, 거미의 육체적 특성을 지닌 일반적인 서큐버스와 같은 몸을 하고 있는 유형도 있다. 최근 들어서 부쩍 그 수가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상반신이 거미와 유사한 형태의 여러 개의 팔이 붙은 형태의 변종이 발견되기도 한다. 통상적인 인간 남성의 '아름답다' 라는 인식에서 크게 이탈한 변이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내에 점착성이 있는 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고, 높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호색적이고 신체 능력까지 강한 축에 속하기에 무척 위험하며, 그 실로 짓는 끈적한 집은 그녀들만큼이나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눈치채지 못하고 접근한다면, 순식간에 사로잡혀 포박당한 뒤, 적극적으로 덮쳐지고 실에 꽁꽁 묶여 그녀들의 거처로 끌려갈 것이다.


보통은 포박한 남성이 인간 남성이라면 아이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범하려 하나, 남편들로 점찍은 대상에게는 절대로 난폭하게 굴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남성이 잡힌 경우, 남편으로 삼고자 하는 남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풀어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위험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행동이라는 설까지 제기될 정도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게 참고 참아도, 남성이 자신에게 아주 조그마한 호의만 보여도 이내 그것을 과대해석한 그녀들은 실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남성을 마구 범한다. 일방적으로 범해지며, 쾌락으로 몸부림치는 그 남편들의 모습을 보면 비로소 더욱 흥분하고 가학적인 욕망을 불사른다. 마음에 들어버린 남편에게는, 언제까지고 구속되어 성욕에 충실한 그녀들의 밤상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가학적인 특성을 가진 마물답게, 그녀들은 거미줄로 남편을 감싸서 고치처럼 돌돌 마는것을 선호한다. 단, 얼굴과 아랫도리만 빼놓고. 음란한 암컷 구멍을 흔들어보이며 씰룩거리는 유혹을 여러 차례 하여 남성의 성기를 우람하게 세우게 한 뒤, 곧바로 마취성 미약을 입으로 투여하여 발기가 쉽게 풀리지 않게 하며 더욱 체력이 좋아지게 만든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그녀들은, 비로소 실을 이용하여 남편의 얼굴과 자신의 엉덩이를 딱 붙인 뒤, 맹렬하게 터져나오는 방귀의 총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가히 말로 형용하기 힘든 괴악하고 끔찍한 냄새에 남편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치지만, 동시에 아랫도리를 있는 대로 일으켜세우며 극히 흥분했음을 알릴 것이고, 아무리 아닌 척을 해도 그녀들은 결국 남편들이 솔직하게 수긍할 때 까지 맹렬하게 덮치고, 악취를 퍼부으며, 문자 그대로 거미의 방귀에 완전히 갇혀버린 모습을 보고, 그리고 쾌락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즐겁다는 듯 웃으며 남편을 쓰다듬어준다. ...그리고, 처음부터 솔직하게 인정하면 너무 기쁜 나머지 마찬가지로 방귀 절임이 될 때 까지 방귀를 뀌어대는 것은 덤.


그녀들의 약점은 불이다. 횃불과도 같은 작은 불도 꺼려해서 그녀들이 사는 곳이나 거주지, 머무르는 건물 등은 낮에도 어둑어둑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 또한 불에 약하기에 취급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방귀가 묻은 실은 꽤 큰 인화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나 의외인 점은, 그녀들은 '마음에 든 남성을 무작정 덮친다기보다는' 조용히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당신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며 받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받는다는 것은 '당신과 혼약하겠습니다' 라는 뜻이기에 그녀들은 남성이 옷을 받아들고 기쁘게 입자마자 즐거워하며 남편을 데려가 자신의 거처에 머무르게 하며 끊임없이 방귀폭탄을 퍼부어댄다. 물론, 남성들이 거부할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이 옷의 매력을 알게 해주겠다며 온갖 마나가 부여된 옷의 효능을 설명하고는 거의 반 강제로 입힌다. 남편들은 처음 착용해보는 감촉에 조금은 불편해하지만, 이내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은은한 비단같은 옷에 감탄하며 아라크네에게 감사를 표하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남성을 번쩍 들어올리고 납치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방귀냄새를 맡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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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구려. 그렇다면 그대는..."


"보다시피. 하반신이 거미지. 내 친구 리아는... 응. 저기 벽에 걸린 사진 보이지? ...저렇게 사람이나 서큐버스같은 마물들처럼 생긴 아라크네도 있어. 특이하지?"


"음... 음?"



그녀의 설명을 들은 메카니르는, 벽에 걸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신기하구료. 보통... 저렇게 방귀를 뀌는 사진을 남겨두오?"


"그날 워낙 방귀가 잘 나와서, 같이 다니던 남자친구가 기절할 정도였거든. 그 기억을 새기고 싶었다나?"


"...그렇구려..."


"나도 완전히 하반신이 거미가 아냐. 문자 그대로 앤트 아라크네나 자이언트 앤트처럼 완전한 곤충의 하반신을 지닌 녀석들도 많고, 나는 오히려 그 개체수가 적은 케이스지. 인간의 몸, 그리고 인간과 거미가 조금 섞인 하반신. 어때, 이 엉덩이? 확실히 곤충보다는 인간이지? 만져볼래?"


"...유혹에 넘어가진 않소."


"푸핫! 그런 거 아니거든."


(딸랑-)


"아이린 누나! 저 왔어요."


"어머, 벌써 배달을 다 끝마치고 온거야?"


"네. 저도 이제 많이 늘었거든요. 체력이요! 헤헷..."


"그래 보이네. 오구구... 그래. 잘했어. 우리 귀염둥이!"


대놓고 꽁냥거리며 살을 맞대고 얼굴을 비비는 둘. 그리고 아이린은 그제서야 메카니르가 생각난 듯,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가벼운 사과를 했다.


"미안. 좀 옆구리 시리는 짓을 했지? 후후... 얘는 모렌도. ...전쟁 중에 버려져서, 숨이 끊어져 가던 갓난아이일 때 나한테 발견되었지. 그래서 얘 이름도 모렌도야. 오선지 위에서, 끊어지는 숨소리처럼 약하고 가녀린 소리."


"...구마왕 시절... 말이오?"


"...응. 이래뵈도 수백 년 단위로 사는 마물이거든. ...아무튼, 그때 난...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어쩌면 약하다는 이유로 동족들에게 포식당한 내 아이들이 생각나서 그럴 지도 몰랐겠지. 어떻든, 난 그 아이를 거두고 모렌도라는 이름을 붙여줬어. ...뭐, 죽어가던 거 살리기 위해 내 피를 조금 흘려넣었지만."


"...그래서 아직도 모습이 이런가보구료."


"그렇지. ...음, 그렇게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마왕이 즉위한 이후 나는...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모습이 바뀌었어. 푸훗... 큰 소리에 깜짝 놀라서 굴에서 나온 이 녀석이 나더러 엄청 거대하고 상냥한 거미 본 적 없냐고 할 때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렌도라고 불리는 소년은 머쓱한 듯 웃었고, 아이린은 그런 모렌도가 귀여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잔뜩 끌어안았다.


"...으응... 누나, 너무 꽉 안으면 안에 든 물병이 깨지는데..."


"응? 뭐가 있길래? 어디! 누나가 보자?"


"네. 여기... 조심..."


(미끌-)


"흐냣!"


(깽창-!)


"어멋! 다친 데 없지?"


"...네. 우으... 근데 안에 들어있던 약이..."


"...약? 무슨... 기분이 몽롱한걸..."


"그으... 무투대회에 참여하셨던 한 고양이 누나가 줬던 약인데요... 원더? 원더랜드인가... 거기서 자라는 풀을 으깨서 만든 약... 오늘 너한테 필요할 거라면서 선물로... 저한테... 줬..."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렌도의 쥬지는 미친듯이 빳빳해지고 일어난 상태였다. 이성적인 판단이 반쯤 불가능해진 아이린은 대뜸 모렌도를 들쳐업고, 가게 문을 닫아버린 뒤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얼씨구."



정말 마물답구나. 하는 생각이 든 메카니르.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하나의 생각이 피어났다.


"...참, 린지와 에드윈은...."


바닥에 떨어진 열쇠 꾸러미를 주운 뒤, 그들이 들어있던 탈의 부스 근처로 다가서는 메카니르.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일이 다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며 열쇠로 문을 열려다가...


"...염병. 뭐가 뭔지 어디에 쓰는 열쇠인지 감도 안잡히는군."


(철컹-)


그냥 자신의 권능으로 따버리고 문을 열었다.


(똑똑-)


"내 열어도 되겠소?"


"...아까 뵈었던 메카니르 씨? ...그 이름이 맞지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금방 열겠소."


(끼익-)


묵직한 악취가 팡- 하고 터져나와 메카니르의 머리카락을 헝클었고, 그 모습을 본 린지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감추었다.


"...흐...흐와아아아아...? 부끄으으으..."


"후후... 귀엽긴. ...아, 무슨 일이시오?"


"...우우우..."


남자의 품 속으로 쏙 숨어버리는 맨티스. 급한 대로 옷을 대충 걸친 모양새로 메카니르에게 인사를 건네는 에드윈에게, 메카니르는 정중하게 요구사항을 이야기했다.


"...미안하군. 헌데 물어볼 게 두 가지 있어서."


"그게 무엇인지요...?"


"....맨티스라는 마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오. 사전에 실어야 해서."


"...아, 그런... 학자라는 것도 이야기했었지. 알겠소. 일단 자리를 옮깁시다. ...아이린 양은?"


"실은..."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에드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은 뒤, 메카니르를 이끌고 카운터 쪽의 탁자로 향했다.


(부스럭...)


"....역시 손으로 적어서 주는 것이 낫겠나?"


"좋을 대로 하시오. 상관 없소. 기대되는군. 처음 보는 마물이라니..."


"그럴 법도 하지. 실제로 맨티스들은 밀림이나 숲 등지에서 나오지 않고, 사냥을 연마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헌터의 삶을 지내기 때문이오. 우리 아내가 이단아같은 셈이지."


"그렇게 들으니 더욱 기대되는군."


"조바심 내지 마시게. 내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적어줄테니. ...성생활까지도 필요한가 근데?"


"읽어봐서 알겠지만, 모든 부분이 필요하다오."


"그렇다면 내 사양없이 적어드리지! 하하!"


"...부끄부끄으... 몰라아..."


갑자기 강아지마냥 쪼그라들어버린 맨티스 마물, 린지를 품에 안고, 행복하게 글을 쓰기 시작하는 에드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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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기 돌입 직전, 인간을 묘한 눈으로 보는 맨티스.]


[맨티스 - Mantis]

[속 : 사마귀 / 형 : 곤충]

[서식지 : 삼림]

[식성 : 육식, 야생동물]

[성격 : 냉정하며 무감정하나 남편에게만큼은 호색가 기질을 보임]


[양팔에 대낫과도 같은 거대한 검날이 부착된 신체기관을 가진 곤충형 마물. 평소엔 삼림의 깊은 곳에 서식하며 야생동물을 재빠르게 참수하며 사냥한다. 한 순간에 맹수의 목을 썰어내는 그 모습은, 사람들에게 있어 '어둠 속 암약자', '삼림의 암살자', '맹검의 주인' 등의 이명으로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물 중에서는 매우 드물게도 인간의 남성과 조우해도 관심을 가진 커녕 전혀 흥미를 갖지 않고 털 한가닥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표정은 항상 일정하여 감정적인 면모는 전혀 보이지 않고, 심지어 눈 앞에서 맹수의 목이 뜯어져 피를 뒤집어써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섬뜩함을 보인다. 그저,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그렇기에, 사는 데 필요없는 '번식' 이라는 행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다. 애초에 먹이로도 삼을 생각도 없고, 삼을 수도 없는 인간 남성들을. 그리고 추가로 통상적인 마물들처럼 방귀를 뀌는 행위도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최대한 피하거나 아주 조용하게 처리한다. 애초에 가스를 만들지 않는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냥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것들은, 전혀 필요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란기가 찾아오면 그녀들에게도 남성을 필요한데, 그녀들도 마물인 이상 수컷 인간 남성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이 때도 그녀들에게 있어서 인간 남성은 도구이다. 번식을 위한 도구. 종족을 존속시키기 위해 교미를 할 뿐이다. 그렇기에, 산란기의 그녀들은 지나가는 미혼 남성이나 마을을 습격하여 남성 하나를 빠르게 채온 뒤, 인간의 옷만을 잘라내 남성의 하반신을 노출시키고, 무감정하고 무열정하게 자신의 첫경험을 거기에 바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모든 것이 뒤바뀐다.


처음 겪는 미칠 것 같은 쾌락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아오르고, 생전 겪어본 적 없던 달콤한 자극이 뇌리를 덮친다. 영문모를 그것의 정체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자신도 모르게 마구 허리를 흔들게 되며, 남성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우악스러운 팔과 허벅지를 쓰다듬고 문지르는 그들을 보며 더욱 흥분하고 달아오르며 감정적이게 되는 것이다.


격한 감정의 폭류로 인한 마나의 흐트러짐은 그녀들의 육신에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지독한 쾌락과 악취의 결정체' 를 마구마구 만들어내게 되고, 한계치에 다다른 몸은 그것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내, 맨티스 아내와 인간 남성이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자리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악취에 둘러싸여 누구도 접근하기 힘든 자리가 되어버리고, 그 중심지에서 그녀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성과 입맞춤을 나누고, 여성기를 잔뜩 조이고, 사정을 유도하며 신음을 흘리면, 그리고 마침내 그 여성기 가득히 정액이 채워지면, 비로소 텅 비어있던 그녀들의 마음에 따스함과 사랑, 행복이 가득 차게 되며, 이 성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방귀를 마구마구 뀌어대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그리고... 이 남자가, 나의 남편이 될 사람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처음으로 깨달으며, 한참을 여운을 즐기며 서로를 꼭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달콤한 이야기를 속삭여준다.


그렇게 거사가 끝나고, 그녀들은 인간 남편을 따라 마을로 가거나 공동체에 합류하게 된다. 뛰어난 사냥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그녀들은, 언제나 남편과 꼭 달라붙어있으려 한다. 더 이상 살기 위해 살아가는 일차원적인 삶은 없다. 그저, 이 사랑하는 남편과 몸을 섞고 냄새를 잔뜩 발라주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그 낫으로 남성을 지키고 사냥감을 잡으며, 매일 밤 그 기특한 짓에 대한 칭찬과 예쁨과 귀여움을 잔뜩 받으며 응석부리기 방귀애널섹스를 밤새도록 즐기고 느지막히 일어나는 것이다. 유부녀 맨티스를 보았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남편과 단 둘이 있을 때를 잘 보아보도록 해라. 그 목석같던 그녀들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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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귀엽지 않은가? 우리 와이프... 후후..."


"그렇군. 둘이 처음 만난 경위가 궁금한데..."


"아... 그녀가 몸에 부상을 입은 채로 거대한 마계수와 대치하는 것을 보았지. 야생동물이 그녀를 덮치려던 순간, 나는 어디서 솟아났을지 모를 용기로 큰 소리를 내서 나에게로 주의를 돌린 뒤, 돌진해오는 그 마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가, 녀석이 입을 쩍 벌리는 순간...!"


"그대로 목을 쳤나?"


"...아니. 급하게 몸을 던져 피했는데 녀석이 마침 내 뒤에 있던 크고 날카로운 바위에 목을 찔리며 죽었다네."


"뭐, 결과가 좋으니..."


"그리고, 난 그 고기를 빠르게 해체했지. 이래뵈도 사냥꾼 생활을 좀 했었거든! ...그렇게 고기를 해체하고 나니, 나의 뒤에서 나를 보던 시선이 느껴지더군. 린지였어. ...혼자 있기도 적적하니.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팔에 붕대와 약을 발라주고, 생고기만 먹던 그녀에게 구워먹는 고기와 각종 향신료와 양념이 얼마나 맛있는지도 알려주었지. ...그리고 그날 눈이 맞아버렸다네."


"운명적인 이야기로군? 하하! ...좋은 이야기 잘 들었네. ...이제 한 가지 더 질문을 해야겠군. 여기서 어떻게 나가나?"


"...음. 뒷문이 있지. 내 열어줄테니 나가게. 아이린에게는 잘 이야기해두겠네."


"고맙소. 에드윈."


여전히 자신의 품 속에 파고든 린지를 끌어안고, 문을 열어주는 에드윈. 메카니르도, 그들에게 잘 있으라는 인사를 하며, 바깥으로 빠져나와 거리로 향했다.




(저벅... 저벅...)


"오늘도 붐비는군. 그건 그렇고..."


거의 모두의 주의를 단번에 끌어모으고 있는 메카니르. 우승 후보 둘을 꺾고 16강으로 당당히 진출했다는 인간이라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이슈를 몰고다니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귀찮으니 호텔 석식이나 먹어야겠군."




L 호텔로 돌아가, 2층의 식당으로 향하는 메카니르. 마음이 가는 음식들을 접시에 담아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는 그의 곁에, 익숙한 이가 다가와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메카니르 씨. 하하!"


"...음? 오, 지에 아닌가! 라비나도 있군?"


"후후... 오랜만이에요. 저희 둘이 앉아도 되는거죠?"


"물론이지. 앉게나. 자네들도 여기 머무르는 줄은 몰랐는데."


"아... 축제가 끝날 때 즈음에, 저는 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생각중이에요. 결승전까지 다 보고... 다시 안개의 대륙, 사신수의 지방으로요."


"...그러고 보니 동방의 국가들에 대해서는 영 정보가 없군. 나중에 시간만 되면 방문하고 싶은데 말이지."


"안될 것도 없죠. 음... 여건만 되신다면 저희랑 성혁이랑 하루하고 같이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음, 하루는 거의 뭐 여기에 살림을 차려서 안될라나? ...음, 놀러 가는 수준이라면 상관없지만 말이죠. 그러고보니 하이오크면 통솔하는 오크들도 있을텐데 다들 뭘 하려는지..."


"...그러게. 나도 궁금하군. 잠시..."


[관조의 눈, 개안.]


조용히 코드를 가동하여 제 3의 눈으로 천리안을 가동한 그는, 호가르의 부하 오크들이 자신의 대장을 따라 올드 웨스트 마을 안까지 들어온 뒤, 축제의 진행요원부터 시작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보상으로 남색을 즐기는 것을 보고는 '정말 마물답구나.' 하고 생각하며 코드를 종료했다.


"...무슨 일이라도?"


"아, 아닐세. ...그건 그렇고. 관광은 잘 하고 있나?"


"물론이죠. 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옆에 던전이 반쯤 폐쇄가 되었다는 것이지만요."


"던전이라.... 위험한 곳이 아닌지?"


"한때는 위험했죠. 그런데, 마왕님이 새로 즉위하신 다음에는 던전이 용사들을 막아세우는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필요가 없어졌고, 안의 마물들도 다들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서, 보상을 들고 다들 나가버려서 텅 빈 폐던전이 되어버리거나, 아니면 던전을 위험하지 않게 '섹스 트랩' 그리고 '가스 트랩' 등으로 무해하게 바꿔서 마물들과 인간들에게 도전해보는 하나의 도장처럼 되기도 했죠. 그리고, 그저 우리같은 관광객들을 위해 관광지처럼 바뀐 던전도 많고요."


"...그런가... 그런데 거기는 왜 닫힌거지?"


"...음, 일반적인 마물들이 다들 달려들어도 어떻게 막을 수 없는 거대한 공허 괴충이 던전에서 날뛰고 있다고 해서요."


'...공허 괴충?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건네받았던 자료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름을 듣자, 자연히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공허 괴충이란 건 무엇이지?"


"...글쎄요. 다들 몰라요. 하나 확실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죠."


"...내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군."


"참... 대단하시다고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느새 호텔 식당 중앙에 설치된, 오늘의 소식을 전해주던 영상 송출 장치의 화면이 바뀌며, 큰 소리를 내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투대회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관객 여러분, 저녁은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네! 16강 대진 편성이 끝이 났습니다! 내일 하루 종일 진행 될 여덟 개의 경기. 함께 보도록 할까요?]


"...아무래도..."


"시간이 된 모양이군. 내 상대는 누구련지..."


어느덧 눈에 띄게 줄어든 초상화의 수. 16장의 카드가 마나의 흐름에 뒤섞이며 화려하게 빛나더니,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금과 은으로 장식된 벨벳 보자기가 덮인 탁상 위에 놓였고, 그 앞으로 누군가가 서서히 걸어오며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고 있었다.


[...16강의 추첨을 도와주실 특별한 게스트 분을 모셨죠! 자, 소개드립니다! 용맹한 전사들의 나라, 혁명군의 후예들이 가득한 땅에서 오신 분이자, 용황국의 진정하신 주인, 최강의 붉은 거룡! 데오노라 님이십니다!]


타오르는 마나의 폭풍과 함께, 불의 장막을 뚫고, 금빛으로 찬란하게 타오르는 화염과 갑주를 두르고, 위엄있게, 그리고 요염하고 색기있게 걸어오는 한 마리의 드래곤. 목소리, 행동, 심지어 눈빛 하나하나까지 모두 고결함과 위엄, 그리고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드래고니아의 여왕님을 여기서 이렇게 보네... 세상 참 좋아졌구나..."


"잘 안보이는 분이신가?"


"아... 그건 아닌데, 기본적으로 여왕의 자리에 계신 분이셔서 바깥으로 나오시질 않으시거든요. 뭐, 제 고향에서 드래고니아랑 엄청 멀기도 하고... 근처 화산지대도 좀 사납고... 빈토르 산맥 거기 넘어가는 것도 힘들고..."


"...험지인가?"


"험지였는데, 용들의 마력과 마왕님의 지원으로 관광대국으로 우뚝 섰죠. 관광뿐만 아니라 전투나 교육 쪽에도 일가견이 있고요."




한편, 화면 속의 용 '데오노라' 라고 하는 그녀는, 카드의 앞으로 다가서서는, 화면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여기까지 오지 못한 이들도, 충분한 기량을 보여주었지. 그리고 그렇기에 이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은 열 여섯의 전사들이, 하나 하나 모두가 강력한 전사라는 뜻일 터. 그대들이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하고 후회없는 결투를 하길, 그리고 이를 통해 그대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지. 서론은 이쯤 해두고... 이제 대진표를 공개하지!]


손으로 마력 구슬을 빚어낸 데오노라. 그 구슬에서 타오르는 빛줄기가 쏟아져나와 수많은 반딧불이의 무리처럼 허공을 수놓다가, 이내 카드 속으로 스며들며 열 여섯장의 카드를 찬란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첫 번째 대진. ...그래. 참으로 인상깊은 경기를 보여주었지. 타고난 전사의 피가 흐르는, 힘과 쾌락을 숭상하는 위대한 여전사, 아마조네스! 그녀의 상대는... 오호... 이형의 악마이자, 심연의 영역에서 암약하는 자, 흑천의 열공자, 나이트건트! ...강대한 힘, 그리고 정교한 마법의 충돌이라... 모두에게 큰 관심거리가 되겠구나!]


[...이어서 두 번째 대진이로군. 황야의 전사, 오셀로메. 그리고... 던전의 주인, 모든 라미아의 정점, 위대한 마물들의 어머니, 에키드나로구나! ...그대들의 실력은 내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지. 후후... 눈이 즐거울 것 같은 대진이로구나.]


[...세 번째. 오호... 이 몸과 같은 동족이로구나. 지상 최강의 마물, 드래곤! 그리고 그 상대는... 호오... 강철과도 같은 체력을 보여주었던 하이오크가 상대로구나. 힘에 일가견이 있는 마물들의 시합이라니... 참으로 기대되는구나.]


[이어서 네 번째 대진. ...환상의 세계에서 온 환상과도 같은 마물, 트럼파트! 그리고, 마계를 이끄는 기사단의 최정예 병사. 듀라한! ...통상적으로 창을 쥐고 싸우는 트럼파트와는 달리, 마계 공학의 정수인 마계은탄을 사용하는 총을 다룬다고 한다니, 듀라한이 어떻게 그 탄환의 폭우를 뚫어나갈 것인지 기대되는구나. 후후...]


[다섯 번째 대진이구나. 광포한 맹수, 황야의 사냥꾼. 만티코어! 그리고 그 상대는, 원 포 올. 그리고 올 포 원. 영혼으로 결속된 삼총사. 카마이타치! ...세 명이 함께 싸운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겠지만, 동시에 피해 또한 세 배로 영혼으로 이어받는 패널티가 있지. 어떤 재밌는 광경이 나올지 기대되는군? 후후...]


[이어서 여섯 번째 대진. 검은 하늘의 밝은 뇌정, 썬더버드! 그리고 그 상대는... 땅의 여제, 지룡이라 불리는 자, 웜! 드래고니아에서도 힘으로 정평이 난 종족인데... 과연, 공중을 날아다니는 상대는 어떻게 대처할지? 후훗...]


[일곱 번째 대진. 호오? 뜻밖의 참가자로구나. 기계의 여왕, 웃는 얼굴로 광기를 흩뿌리는 마물, 모든 오나홀의 주인! 그렘린! 그리고... 얼음 궁전의 차가운 전사, 글라키에스! 과연... 어떤 격돌을 보여줄 것일까, 강철과 얼음의 격돌!]


[...대망의 마지막 대진이로구나. ...타락한 만마전의 기사이자, 검게 물든 칠흑의 타천사. 다크 발키리! 그 상대는... 그래.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간! 메카니르!]


"...나는 종족으로 안 부르고 이름으로 부르는군."


"유명인이시니까요. 하하..."


"...그런가? 훗... 바로 내일부터 진행될테니... 든든하게 먹고 쉬어야겠군."


"응원할게요. 메카니르 씨."


"저도, 지에도. 지켜볼게요."


"고맙네. 다들."


피조물 둘의 따스한 격려를 받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 메카니르였다.


--------------------------------------------------------------------------------------- 8장, 아라크네 / 맨티스 편 [END]


(똑똑똑-)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하루를 준비하는 메카니르의 방문을 두드리는 이는 바로 키키. 키키모라다운 부지런한 모습이었다.


(끼익-)


"수면은 편안하셨는지요? 오늘은 16강 일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알고 있다네. 오늘도 평소와 같이 하면 되나?"


"그렇습니다. 걸어가시겠습니까?"


"그러지. 오늘은 걷고 싶은 날이야."


"그렇다면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늦지 않게 잘 도착하시길."


(끼익... 쿵-)


"...식당부터 들러야겠군."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물러서는 키키를 보내고, 그는 준비를 마저 한 뒤, 새 것 처럼 손질한 건틀렛을 가방 안에 챙기고, 바깥으로 걸어나왔다.




(저벅... 저벅...)


조용히, 빠르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걸어나온 그. 콜로세움이 눈에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가자, 그는 굉장히 붐비는 것 같은 분위기의 시끌벅적한 거리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잔뜩 무르익은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며 천천히 걷던 그는, 굉장히 이질적인 마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흐름은..."


고개를 돌린 그의 시선 끝에,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는 한 푸른 빛의 뱀과 같은 마물이 있었다. 초상화에서 봤던 모습을 떠올린 그는, 그녀가 에키드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




(저벅...)


"...생각해보니 난 마지막 경기로군."


한참 뒤에서야 경기가 잡힌 것을 다시 확인한 그는, 그러려니 하고 돌아서며, 가장 큰 두 개의 경기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경기들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대기실에서 보는게 좋으려나."


(끼익... 덜컹-)


"...아앙? 이게 누구야! 메카니르 아냐! 하핫! 오랜만이네?"


"...아, 혹시 실바 리비디네 마을에서..."


"그래. 우리 자매들 다 같이 왔었거든. 그리고, 우리 자매뿐만 아니라 모든 아마조네스 일족들 사이에서 내가 가장 강하다고 평가를 받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왔지. 리오가 너도 왔다던데, 여기서 보네. 하핫!"


아마조네스 집단의 장녀, 아르보리. 다부진 근육과 금빛 단발머리, 구릿빛의 건장한 흙내음이 향긋한 피부. 강인한 여전사의 정석과도 같은 모습의 그녀에게 다가가 앉은 메카니르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네. 아르보리."


"오. 내 이름도 기억해주네?"


"여섯명 다 기억하고 있지. 아르보리... 리오, 에르바, 소루, 페드라, 플로르. 모두들 나에게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거 좀 감동인걸? 하핫..."


"...자네 상대가 나이트건트라 했지."


"...종족 전체가 강렬한 흑마술에 정통한 마물들이지."


"만나보고 싶군. 학자로써."


"...사전 편찬중이라 했지? 여전하네."


피식 웃으며 시계를 본 아르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계은으로 날카롭게 벼려낸 무기를 들고, 전장을 향해 나아가며 메카니르에게 인사를 남겨보였다.


"뭐, 이제 내 차례군. 잘 보라고. 상성 때문에 힘들 지 몰라도... 최대한 밀어붙여보지."


"물론이지. 잘 보겠네. ...어차피 마지막 경기라 모든 경기를 모두 지켜볼 생각이니."


그녀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 나타난 두 마물의 가운데에서, 해설자가 큰 소리로 외치며...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진정한 강자들이 격돌하는 결투의 무대가 막이 오릅니다! 16강을~~~!! 시작!!! 하겠~~습니다아~~!!!]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



(쿠우웅-! 쾅!)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검술! 아마조네스 선수! 산맥의 혹한을 머금고 휘몰아치는 삭풍과도 같은 검무로 나이트건트 선수를 몰아세웁니다!]


"히야아아앗!"


"...흐읍!"


(텅-! 빠직! 텅-!)


마검이 휘몰아치는 것과 같은 화려한 검무와 같이 몰아치는 움직임으로 나이트건트를 몰아세우는 아마조네스. 격한 움직임에 맞춰 나이트건트는 몸을 뒤덮은 점액들을 변화시키고 경화시키며 방어막을 형성해내며, 가까스로 그 공격들을 흘리고 막아내며 버티고 있었다.


"...기회를 보고 있군."


짧고 굵게 한 마디 내리는 메카니르. 그의 말대로, 나이트건트는 아마조네스 아르보리의 찰나의 틈을 파고들어 점액으로 공격하려 하고 있었으나, 그 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샐 틈 없는 견고한 댐처럼, 그녀의 태세는 견고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지."


그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나이트건트는 보랏빛 안광을 빛내며, 순식간에 땅 속으로 녹아든 뒤, 그대로 땅에 강한 충격을 주어 작은 규모의 지진이라 느껴질 정도의 충격을 일으켜 아르보리를 멀리 밀쳐냈다.


"...칫!"


곧바로 자세를 잡고, 무뎌진 칼날을 다시 마력으로 벼려내고 자세를 잡는 그녀의 눈 앞에, 기묘한 광경이 보였다.


"...뭐야?"


"...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메카니르조차 흠칫하고 놀랄 정도였다고 하니, 그녀가 보통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나이트건트는, 그대로 바닥에 착 엎드린 채, 다리를 쭉 펴고 하반신과 엉덩이를 들어올리고, 흡사 가운데가 텅 빈 사다리처럼 자세를 잡고는, 아르보리를 보고는 씨익 웃으며 '특수한 행동' 을 시작했다.


"....흐응!"


뿌우욱-! 뿌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프르프프프프프프프브브브브브브르르르프프프프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무슨... 큽... 냄새 한번 독하네...!"


곧바로 몸에 걸친 스카프를 풀어 호흡을 돕는 여과장치를 만드는 아르보리. 지극히 음탕한 자세로 방귀를 마구 쏟아내는 그 모습에 모든 관객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우...우왓?! 나...나이트건트 선수! 싸우다 말고 갑작스럽게 음탕한 암컷행동을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라고 하는 동시에! 하늘을 보십시오!]


해설진의 말을 듣고 하늘을 쳐다보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녀가 뿜어낸 짙은 방귀 안개로 인해, 급격하리만치 어두워지는 하늘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모두들이었다.


"뭣...?! 어두워... 제길! 이게 목적이었나... 콜록...!"


(쿠웅-! 파파밧-!)


그리고, 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맹렬하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칫!"


(터엉-! 텅!)


"...후후... 칠흑과도 같은 밤은 나의 무대... 그럼에도, 내 공격을 받아낸 그 모습은... 아주 높게 쳐주도록 할게..."


"...허무하게 질 생각은 없으니!"


(파밧-! 투콰앙! 챙! 빠지직-!)


"후우... 당신, 제법인데...?! 이 어둠 속에서도...! 하지만...!"


(터엉-! 퍽!)


"...제길... 앞이 보이질 않으니...!"


극도로 심하다 싶을 정도로 '어두워지는' 경기장. 결국, 그녀의 기척을 놓친 아르보리는, 나이트건트에게 치명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퍼억-!)


"끄으으윽...! 제길...!"


"후우... 후우... 힘들어... 당신... 역시 최강의 아마조네스인가? 강하네에... 하지만... 승리는, 내가 받아갈게... 이렇게..."


(푸슈와아악-!)


순식간에 하늘을 잔뜩 메운 검은 안개가 걷히며, 다시 나이트건트에게로 돌아왔다. 이내, 몸의 점액으로 끈적한 튜브를 만들어낸 나이트건트는, 그 튜브의 끝에 투명한 마나 막을 씌워 어항처럼 만들고는, 그 끝부분을 아르보리의 머리에 덮어씌웠다.


"...너를... 무력화시키려면... 흐으으응...!"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크흡?! 내...냄새...!"


뿌우욱! 뿌우우웅!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붑!


"...내...냄새가... 코...코에 직접... 응그으읏...! 지독해... 구려엇...!"


뿌롸라라락! 뿌프프프프픅! 뿌뷔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뿟뿌푸부부루루루루루루루루룩-!!


"...수...숨을... 흐으읏...!"


[아아앗! 나이트건트 선수! 고도의 치밀한 작전 설계로 순식간에 전세를 뒤바꿉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거리 방귀 난무! 악취의 폭탄! 아마조네스 선수에게는 비상! 이거 큰일났어요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의 격렬한 심연의 부글거리는 썩은 악취가, 아르보리의 코와 입을 맹렬하게 할퀴어댔다. 같은 마물끼리는, 다른 마물들의 방귀를 더욱더 지독하게 느낀다는 마나의 반발 특성이 적용된 탓에, 아르보리는 고통 속에서 코와 입을 틀어막으려 자신의 얼굴 주위를 덮은 마나의 막을 벅벅 긁어댔지만, 모두 다 쓸모없는, 부질없는 저항일 뿐이었다.


"웃... 후우... 남들 앞에서 이런 방구를 뿌웅뿡 뀌는건..."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읏... 하아... 부끄러운걸... 여전히...? 그러니 어서...!"


뿌우웅! 뿌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아아아아아악! 빠라라라라라라라락!


"어서...! 기절... 하라구...!"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뿌드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아르보리는, 정신의 연결이 끊어져 기절하기 전에, 최후의 몸부림으로, 품 속에 감춰두었던 묵직한 마계은제 암컷 페로몬 방귀 반응 충격기를 나이트건트의 질내에 쑤셔박았다.


(쯔부우욱-! 찔꺼어억-!)


"으흐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호... 호오옥...! 아이히잇...! 이... 이 비겁하아아아앗...! 응응...! 배가앗...!"


뿌르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프프프프프프프브븝브브브브브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앙...! 계속 나와아앗...! 흐흐으으잇...!"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호...흐오옷... 더느은..."


마나의 막이 극히 얇아지며, 그 속에 갇혀있던 끔찍한 악취가 폭탄처럼 팡- 하고 터져나왔다. 순식간에 흐려진 경기장 속에서, 해설진들은 두 마물들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


[앗...! 저기... 저기 끝까지 서있는... 두... 둘 다 일어나 있습니다! 대단합니다! 둘 다 저 정도의 격돌 이후에 두 다리로 서 있다니!]


(풀썩-)


(털썩-)


"...사람한테... 방귀를 그렇게... 그렇게 뀌냐... 이 웃긴 마물... 푸후후..."


"응응... 대뜸... 아랫입에 딜도를 꽂아버리는 변태한테는... 치이..."


[아아-! 간발의 차이로 아마조네스 선수가 먼저 다운됩니다! 승자는~~~~ 나이트건트 선수!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그리고 남성분들의 아랫도리를 불끈불끈! 하게 만들어준 두 마물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할게요~!]


첫 번째 시합부터 인상깊은 모습을 남긴 하루가 되었고, 메카니르는 내심 기대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아-! 오셀로메 선수! 미친듯이 강력한 각력으로 허공의 공기를 굳혀 속공을 가해보지만 뚫리지 않습니다! 모든 마물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마력량! ...결국 쓰러집니다아-! 두 번째 경기의 승자는 에키드나 선수우!]


......


[역시 드래곤 선수! 힘이 부족하다면 더 큰 마나로 부딪히면 된다! 타오르는 푸른빛 마나가 담긴 강력한 맹격에 하이오크 선수가 쓰러집니다! 두 번째 경기도 결착이 납니다!]


......


[...마...맙소사...! 믿을 수 없는 수많은 탄환! 저 마나의 양을 보십시오! 최강의 마물 릴림, 혹은 바포메트에 필적하는 어마무시한 양입니다! 마탄의 사수의 수많은 은 탄환이 듀라한 선수의 단단한 방패를 뚫어버리며 그녀를 절정으로 보냅니다! 스페이드 에이스 선수의 명기! '에이스 하이' 가 자신의 주인을 8강으로 견인합니다!]


......


[힘과 속도가 정면으로 충돌했는데요...! 우와아아앗! 찰나의 순간에 만티코어 선수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배후를 빠르게 습격하여 그녀의 마나를 태워버립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한 막상막하의 대격돌의 승자는 카마이타치!!! 카마이타치 선수가 8강행 티켓을 거머쥡니다!]


......


[무지막지한 힘입니다! 웜 선수! 곳곳에 마계은에 당한 마나의 상처와 발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땅을 꼬리로 쳐내 만든 돌덩어리들을 방귀를 이용한 간이 투석기로 날려보내 썬더버드 선수를 제압합니다! 상성을 극복해낸 힘과 체력! 둘 모두 멋진 승부였습니다!]


......


[...글라키에스 선수가 갑작스럽게 힘을 거둬들입니다! 시합 포기인가요?! ...앗! 그렘린 선수의 기기들이 작동을 정지합니다! 글라키에스 선수! 무수한 얼음 파편들을 뚫리지 않는 금속 사이로 힘겹게 집어넣었던 것은 이것 때문이었나요! 누수로 인한 합선과 방전으로 인해 기기가 오작동을 일으켜 자신들을 창조해낸 주인들을 역으로 적대합니다! 리셋은 불가능! 시합 종료오오오! 글라키에스 선수!]


......


"...벌써 내 차례인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경기를 구경하던 메카니르. 자신의 차례가 다가온 것을 본 그는,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뒤로 하고 자신의 진영의 대기실로 향했다.


(뚜벅... 덜컹-)


"...오, 오늘도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원하신다면 저번과 같이 무장을..."


"...무장까지 갖춰야 할 상대라고 생각하나?"


"16강까지 진출한 이상 모두가 만만한 상대는 절대로 아니죠. 결정적으로, 뒤틀린 신성력을 담아 내려치는 검격은, 순식간에 그 검에 베인 이의 마나를 빼앗고 정기를 잃게 한답니다. 그리고... 저 다크 발키리 선수분은 만마전에서 제일가는 여검사, 루시 엘 페로라는 분입니다. 가히 커스드 소드의 장점과 리치의 장점이 융합된... 그런 강자죠."


"...그런가. 그래도 커스드 소드는 이겨봤으니."


"그렇다면 무장은..."


"...내가 이전 경기에서 사용했던 무구를 사용하지."


마계은으로 만든 거대한 뒤틀린 대검을 들고 나아가는 메카니르. 마침내 경기장에서 다크 발키리라는 마물과 독대하자, 그는 검을 고쳐쥐고 그녀와 눈을 마주하였다.


[오늘의 빅~~~매치! 하이라이트! 최강의 인간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죠?! 메카니르 선수! 그리고... 만마전 최고의 검사이자 타락신의 정예기사! 신과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응징하는 타천사! 루시 엘 페로! 루시 선수입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졌고,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여 진행자 측에서 마이크를 들고 내려와, 경기 전에 앞서 포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자! 이렇게 마지막 경기가 시작이 되는데요, 시작에 앞서 루시 선수부터! 포부 한번 들려주시죠!]


루시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함께 느껴지는 기품 있고 우아한 태도로, 메카니르를 꾸짖고 도발하듯 힘주어 말했다.


"...잠언 4장 제 18절과 19절, 의인의 길은 돋는 햇살과 같아 크게 빛나 한낱의 광명에 이르거니와, 악인의 길은 어둠 같아서 그가 걸려 넘어져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리라."


자신이 믿는 신의 경전을 읊은 그녀는, 날카롭게 날이 선 검을 뽐내며, 메카니르에게 위압적인 태도로 말을 했다.


"후훗... 타락신께서 설파하시는 사랑과 쾌락의 교리로 힘을 얻은 저를 적수로 맞이하다니, 정말로 운이 없다고밖에는 말 못하겠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인간 씨. 당신을... 우리 교단의 열렬한 신도로 만들어드릴테니. 후후... 제 남편이 그러했듯, 당신도 저와 제 자매들 사이에서 육욕으로 가득찬 쾌락을 누리며 살아가게 해 드리죠. 모험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영원히!"


[아~! 사실상 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선언하듯 말을 한 것과 다름이 없네요! 메카니르 씨, 멋지게 받아쳐보시죠!]


"...이사야서 14장 13절부터 15절."


종교를 믿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음에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 구절로 운을 떼는 것에 흠칫 놀라는 루시. 하지만 메카니르는, 조금도 지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네가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거룩하신 신의 뭇별 위에 내 옥좌를 높이리라. 내가 거룩하신 분들의 회의장이 자리한 북극의 산 위에 내 옥좌를 세우고 앉으리라.' 그런데 네가 저 셰올(sheol - 저승)으로 추락하는구나. 깊은 구렁 바닥으로 추락하는구나."


"..."


"...오만한 너에게 잘 어울리는 신의 가르침이 있더구나. ...긴 말은 하지 않겠다. 너를 꺾고. 위로 올라갈 뿐이다."


[아아~! 가르침에는 가르침으로! 멋진 응수입니다! 자... 벌써부터 불꽃이 팡팡 튀는 신경전이 벌어지는데요! 선수들 자리로! 명예로운 결투를 약조하는 경례! ...준비... 시~작!]


(땡-!)


날카로운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잔뜩 무르익은 분위기의 마지막 결투를 알렸고, 메카니르의 말에 제대로 긁힌 그녀는, 방패를 앞세워 맹렬하게 돌진해왔고, 메카니르는 대검을 강하게 휘둘러 방패를 막아냈다.


(쐐애액-! 쿵!)


[으윽! 마나의 폭풍이...! 모두들! 정신줄 꽉 잡아요!]


충돌만으로 강대한 마나의 역류가 대기를 진동시키며, 모두를 전율하게 했다. 관객들 또한 그 힘에 전율하며, 놀랍다는 듯 숨죽이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헷. 역시 대단한 형씨라니까."


"...어떻게 사이좋게 나란~히 16강딱한 우리랑은 차원이 다르지 아주? 크핫!"


"...어쩌다 보니 이쪽도 16강 광탈인걸?"


"...우리 의자매라도 맺을래? 셋이 도원결의 비슷한거라도 하자고."


"도우너...뭐?"


"나중에 하루가 가져온 책 보여줄게. 안개의 대륙에서 쓰여졌는데..."




한편, 둘은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고 살벌한 탐색전을 이어갔다. 한 합, 한 합, 무기가 충돌할 때 마다 거산을 쪼개버릴 기세로 내려치는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그 후폭풍은 가히 태풍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것만 같은 격한 마나의 흐름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카앙-! 깡! 꽈지지지직-! 쿠궁!)


"...큿... 이런 불경한...!"


"...아직 부족하다. 나를 이기려면."


"...불신자에게 질 수 없습니다! 타락신의 무구한 흑암이여!"


(파아앙-!)


"...대절단."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약하구나."


공간을 집어삼키는 것 같은 일격으로 모든 검격을 무효로 돌리며, 점점 더 격전으로 몰아붙이는 메카니르. 해설진도 그 기괴한 검술을 설명하는 것을 포기할 정도였고, 그 검을 직접 마주한 루시는 지친 기색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거룩하신 타락신께서 의인의 영혼은 주리지 않게 하시나 악인의 소욕은 물리쳐 태초의 순수로 되돌릴지니...!"


"...잠언 10장 3절의 변주인가. ...시편 73장 5절. 사람들이 당하는 고난이 그들에게는 없고, 사람들이 당하는 재앙도 그들에게는 없나니."


(철컹-)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이는 나를 일컫는 말이며, 너와 나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격의 차이를 일컫는 말이라. ...그러니 무릎을 꿇고, 조아려라. 아집으로 거머쥔 검을 내려두고, 집으로 돌아가라."


"신성 모독자...! 같은...!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자지를 빨리면서 방귀냄새에 질식하는 삶을 선사해드리죠!"


'...진짜 마물들은 기승전방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메카니르는 더욱 맹렬하게 돌진해오는 다크 발키리를 마주하며 더욱 강해진 공격을 맞받아쳐냈다.




(채앵-! 콰직!)


"허억... 허억... 하아아... 아직...!"


처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 힘을 다해 검을 부딪혀오는 루시. 전율과 공포를 넘어선 경외감이 관객들의 사이에서 피어나기 시작할 때 즈음, 메카니르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제 풀에 지쳐 그녀가 먼저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무력화를 시켜야겠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루시가 온 몸을 내던지며 맹렬하게 돌격해왔다.


[아아-! 지칠 줄도 모르고... 아니, 이미 지쳤음에도! 이기겠다는 일념! 반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일념 하나로 인간 선수를 맹렬하게 공격합니다! 둘 다 한계인데요!]


'...한쪽만 한계인데.'


메카니르는, 땅을 검으로 강하게 내려찍어, 자신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이내 거칠게 변모한 기운이 땅의 갈라진 틈새로 치솟아, 루시의 온몸을 결박하며 모든 이동을 원천봉쇄했다.


"윽! 이런...! 젠장! 어째서 떨어지질 않는...!"


"...패배를 인정해라. 끝났다."


"인정... 하지 않습니다...! 만마전의 대표로써...!"


(쨍강-!)


'...한낱 피조물이 나의 구속을? ...재밌군.'


구속을 힘으로 부숴내고 나오는 그녀를 본 메카니르는, 조금 난폭한 방법을 써서라도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릉-)


"...이해를 하지 못하느냐. 그렇다면 다시 알려주지."


(철컥-!)


"무엇을 하든!"


"크으읏?!"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존재하는 공간 부근을 거대한 세로베기로 한 차례 절단하여 모든 방어를 무시하는 자상을 가하고는, 다시 검을 고쳐쥐고, 강력하게 내려찍으며 교차하는 십자베기를 만들며...


"결과는 같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쾅!)


"끄윽...! 꺄아아아앗-!"


...경기장을 모조리 무너뜨릴 기세로 강하게 몰아쳐, 루시를 제압하는 메카니르였다.


(풀썩-)


[...허...허어...하악... 으우으.... 앗... 죄송합니다아... 마나가 흐트러져서... 으...으흠! ...8...8강으로 나아가는 승자느은...! 메카니르...! 인간 선수의 낭만이 이어집니다!]


[정말... 정말 파괴적인 검술입니다! 이쯤 되면 서사시의 제목을 다시 써야죠! 인간이 마물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물들이! 인간을 저지하는 내용으로요!]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년! 그 기나긴 역사상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인간 선수와 다크 발키리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세요!]


주홍빛 노을이 산산이 흩어지는 하늘 아래에서, 그는 검을 챙겨들고 가벼운 인사를 남긴 뒤 홀연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저벅... 저벅...)


"...부상자들 회복실이 여기였던가."


그리고, 잠시 후. 루시를 찾아 배회하다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 다다른 메카니르. 이내 그는, 죽 늘어선 회복실의 문 옆에 적힌 '루시 엘 페로' 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정중히 문을 두드렸다.


(똑똑-)


"...음."


(끼이익...)


다시 한번 더 문을 두드리려던 차에,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메카니르를 마주했다.


"...누구..."


"...그쪽은 누구..."


"...전 루시의 남편, 요세프 제롬이라고 합니다만...? 아, 그쪽은 메카니르 씨 맞으시죠? ...무슨 일로...?"


"...설명하자면 좀 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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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음, 아직까지도 마물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품은 이들을 위해 직접 마물도감을 편찬하시는 중이셨다는 것이죠? 그리고... 다크 발키리의 정보를 여기 담고 싶으시다는 것도..."


메카니르가 건네주었던 책을 덮고 돌려주며 반문하는 제롬. 메카니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고, 최대한 공손하게 부탁했다.


"...가능하겠나?"


"...제가 대신 이야기하는게 좋겠네요. 보다시피... 저희 아내가 좀 잠을 많이 잘 것 같아서요."


"...그건 내가 사과하지. 나도 너무 과했어."


"승부의 세계니까요. ...말씀드릴까요?"


"...어디 앉아서 하지."


회복실 안쪽으로 들어가, 작은 책상 위에 서로를 마주하고 앉은 둘. 제롬은 조용히 메카니르가 건넨 펜을 받았고, 메카니르는 조용히 그가 전하는 내용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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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음란하고, 극히 강한 다크 발키리. 더 깊이 추락할수록, 더 음탕해진다.]


[다크 발키리 - Dark Valkyrie]

[속 : 천사 / 형 : 천사]

[서식지 : 만마전]

[식성 : 인간 남성의 정, 육식 위주]

[성격 : 성실하고 호색적, 헌신적]


[발키리라는 상급 천사가 스스로의 마음에 싹튼 음욕을 자각해 더 깊은 마성으로 떨어져 타락한 검은 투희. 순백이었던 날개는 검게 물들었고, 빛을 상징하는 밝은 빛의 성체는 칠흑의 어둠을 품고 창백하게 물들었다.


투희의 늠름한 모습이 남아있으면서도, 그 마음은 완전히 타락하여 여자의 욕망에 물든 음란한 정신을 지녔다. 과거 신에게 향했던 충성은 사랑하는 남편에게로 향하며, 그와의 욕망을 채우는 것에만 절대적인 충성과 의지를 보인다. 그 남편을 향한 강한 친애와 욕망은 이외의 모든 것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심지어 '타락신' 의 하인이면서도 그녀에게도 사무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전사이나, 그 검은 오로지 남편만을 위해 쓰일 뿐이다.


남편의 욕망을 불러일으킬수록, 자신들 마음에 자리한 욕망도 커져간다. 그 욕망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그녀들 최대의 바람이다. 또한, 한때 고결했던 몸은 그 추잡하고 음탕한 욕망을 떠올리기만 해도 반발감을 일으키며 몸속에서 지독한 방귀가스를 아주 빠르게, 그리고 많이, 지독하게도 많이 만들어내는데, 남편에게 공손하고 끈적하게 달라붙어오며, 그의 욕망을 더욱 크게 불태우며, 그 가스를 내보낼 준비를 한다.


한때 혐오했던, 짐승처럼 남자에게 뒤에서 박히며 허리를 마구 흔들고 엉덩이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방귀로 남편의 성기와 온 몸을 악취로 덮어버리는 것에 극렬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며, 더욱 음란한 행동과 교감을 요구하며 시원하게 벗은 엉덩이를 씰룩씰룩 좌우로 흔들며 방귀를 이리저리 흩뿌리는 것도, 스스로의 엉덩이를 팡팡 두들기며 그에 맞춰 박자감 있는 방귀를 뀌는 것도, 서로 얼굴을 맞댄 자세로 허리를 흔들며 침대와 이불을, 더 나아가 둘의 침실 전체를 끈적하고 지독한 방귀로 마구 덮어버리는 것도, 그 모든 것에서 격렬한 쾌감을 느끼며 더욱더 천박하고 음탕한 방귀를 뀌어대기 위해 식성까지 고치고, 고구마와 고기 파이 따위를 잔뜩 먹으며 남편에게 응석을 부리는 몸이 된다.


그럴 수록, 단단하면서도 여자의 매혹적인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건장한 투희의 몸은, 얼마나 많은 음식이 들어와도 아무런 무리없이 완전히 소화할 수 있고, 그에 맞춰 가공할 만한 방귀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마구 뽑아내며 만마전 전체를 지독한 방귀로 물들이며, 한때 그런 것을 혐오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박하고 추잡한 타락의 배덕감을 전부 쾌락과 황홀감으로 받아들이며, 남편의 욕망을 모두 받아들여 잔뜩 조여드는 질벽과 잔뜩 쏟아내는 장의 황홀한 조화로 남편에게 극강의 쾌락과 정복감, 사랑스러움과 음탕함을 선사하여준다. 신이 내려준 투희의 육신, 고결한 영혼이 남편의 정으로 하얗게 타락하고, 지독한 악취로 샛노랗게 다시 물드는 것을 자각한 그녀들은 견딜 수 없는 열병과 황홀경에 빠져 더욱더 남편의 성기에 달라붙으며 저속하고 추잡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오로지, 남편만에게 보이는 그 모습을.


타락하기 전에 지녔던 발키리의 '용사를 키워내는 힘' 은 '색욕에 물든 남자를 키우는 힘' 으로 변질되어, 남성을 품은 여성에게 황홀감과 행복을 주는 성욕을 올려주는 능력이 된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남편은 문자 그대로 '가공할 정도로 빠르게' 인큐버스로 자라난다. 멈추지 않고 끓어오르는 지독하고 추잡한 욕망, 그리고 방귀냄새를 더욱 맡고 싶다는 갈망은, 자신의 아내인 다크 발키리에게로 향해, 그녀들의 떨어진 영혼과 공명하여 더욱더 강한 사랑을 만들고, 더욱더 강한 '방귀쟁이 발키리' 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이고 교미를 나눈 두 부부는, 다크 발키리는 자신의 손으로 키워낸 남편에게 최고의 사랑을, 그리고 남편은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켜준 다크 발키리에게 최고의 애정을 주고 받고 나누며, 타락의 깊은 곳에 다다른다는 목적만을 위해 세워진 '시간이 멈춘 타락의 만마전' 에서 영원히 욕망과 쾌락을 끌어올리는 것을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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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어떤가요?"


"...아주 재밌군. 저런 투사가 보이는 모습이라... 자네만의 특권이로군. 굉장하겠어."


"네? 아하하... 그건 그렇죠. 우리 루시..."


"...것보다도 더 흥미가 이는 것이 있군. 시간이 멈추는 영역...?"


"...음, 엄밀히 따지면 노화가 멈추는 영역이고, 외부와 독자적인 체계로 분리된 곳인지라... 음, 생물의 노화가 적용되지 않는 분리된 정적 차원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시간을 다루는 영역은 지나치게 어려운 영역이라... 타락신님의 가호가 직접적으로 닿는 극히 일부의 지역에서만 나타나죠. 만마전의 영역이 매우 좁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죠."


"...아주 흥미로운 정보야. 정말 큰 신세를 졌군. 자네도... 학자였나? 박식하군."


"음,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하핫!"


"후후... 어쩐지 동질감이 느껴졌어. 그건 그렇고... 회복에는 며칠 정도 걸리나?"


"글쎄요... 한 하루 꼬박 누워서 지내야 하려나?"


"...보상이라 하기엔 뭣하지만... 마물들에게 아주 잘 듣는 피로 회복 주술이 있지."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힘을 집중시켜 이동시킨 뒤 그의 어깨를 통해 그의 몸 속으로 집어넣었다.


"...읏... 몸이 타오르는..."


"...그리고, 그 마법은 그 마물의 남편이나 사랑하는 이를 매개로 발동하지. ...행운을 비네."


"...고맙...습니다...?"


피식 웃으며 자리를 떠나려는 메카니르의 뒤로, 남녀의 신음소리와 함께 침대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저벅... 저벅...)


"...시간이 좀 늦었군. 오늘은..."


"어디 있었나 했네! 여기 있었구만!"


"음? 자네는..."


"...나 기억나지? 대회 첫날, 버스에서 말이야."


"...글리치라고 했나. 그때는 내가 좀 심했소. 당황했어서 말이지."


"뭐, 깨끗이 잊어버린 일이거든. 다시 소개하지! 내 이름은 글리치! 마계의 악동이자 기계의 달인!"


(파칭-! 깡!)


"그렘린, 글리치 님이시다!"


위풍당당하게 자세를 잡는 그렘린 마물을, 정식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 9장, 다크 발키리 편 [END] (16강)



"...근데 무슨 일로?"


"몰랐어? ...뭐, 그럴 수도 있지! 이제 16강 일정이 마무리되고, 내부적으로는 이미 8강 대진까지 빠르게 다 만들어진 상태거든. 그런고로!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승부에 앞서, 이른바 홍보 영상! 즉 티저를 촬영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리고, 거기에 내가 스카웃되었거든! 전투는 좀 약할지라도, 내 능력을 다들 알아본거지!"


"...글쎄. 수많은 마물들이 모이는 현장에서 16강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면 충분히 강한 마물이라 생각하건만."


"...엗? 진짜? 흐헷... 기분 좋은데? ...흠흠! 아무튼, 내 말 이해했지? 티저의 촬영 말이야."


"물론이오. 대회의 흥행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촬영하고, 홍보해야겠지."


"자, 알면 어서 따라와!"


그렘린의 뒤를 따르는 메카니르. 느지막한 시각,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창 영상 촬영이 진행중이었고, 메카니르는 그들의 곁에서 그 대사들을 들을 수 있었다.




[8강. 진정한 전사들의 시간. 그리고,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의 격전지. 그리고, 전사들이 그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컷!"


"...아니 무슨 처음 도입부 찍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요?! 이러다 국토대장정도 한번 하겠어!"


"진정해 다들! 원래 첫 삽 뜨는게 어려운 법이라고! ...아, 이 선수가 마지막이지? 메카니르 씨. 반갑습니다."


"...아, 반갑소. 헌데 무슨..."


"잠시 저기서 대기해주시겠습니까? 8강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분이셔서 말이죠. ...그리고 만나뵈어 영광입니다. 가문의 영광이에요. 혹시 사인이나... 사인이 어려우시면 뭐 쓰다 남은 헝겊이나 그런거라도..."


"...그...렇게까지 말해주신다면야..."


사인을 해주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 메카니르. 그리고, 하나 둘 마물들이 촬영 세트 위로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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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제왕이 있습니다.]


"...나보고 다들 '제왕' 이라 부르더군. 하늘의 제왕, 창공의 주인. ...그래. 내가 드래곤이다."


"내가 바로 대지의 주인, 땅의 용, 땅의 여제, 웜이다. 이명 따위를 신경 쓴 적은 없었지. 자연히 따라붙으니."


[두 드래곤의 격돌이, 지금, 이 자리에서 펼쳐집니다.]


"...하늘과 땅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여제 앞에, 무릎꿇게 해줄게요... 아, 실수..."


"컷! 다시 하죠!"


"...리안 언니. 언니는 너무 성격이 착해서 문제라니까? 막! 화도 내보고!"


"...그게 잘 안되네... 그래도 시합 때는 봐주기 없기다?"


"자, 다시 촬영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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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돌아온 차가운 얼음.]


"...설국의 전사의 명예를 걸고."


[...던전의 수호자이자, 모든 마물의 어머니라 불리는 자.]


"...널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있단다."


[확연한 열세. 하지만, 절대 굽어지지 않는 얼음의 마음으로, 차가운 봄을 쟁취하기 위한...]


"...하아아암..."


"...컷! 잡음 누구야?! ...에휴, 좀 쉬죠!"


"...우리도 좀 쉬죠. 글라키에스 양. 핫 초코라도 한 잔 할래요?"


"...저 얼음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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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한 두 여인. 승자는 하나. 혼돈, 그리고 무질서. 그 자리를 거머쥘 이는 누구인가.]


"에이스.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밤의... 어... 으... 죄송해요... 대사가 기억이..."


"...후에에... 힘빠져어... 원더웜 언니가 타준 차 한잔 마시고 싶은데에에..."


"...5분 쉬었다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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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자신의 차례가 오자, 그는 무대로 올랐다.


순식간에 모두의 관심을 받게 된 그는, 의연하고 태연하게 자신의 대사를 읽어나갔다.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작고 연약한, 보호받아야만 했다고 생각했던...]


"...모두들, 반갑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낭만 넘치는 유쾌한 반란.]


"...메카니르다. 소개는 이상."


[그리고, 그 낭만을 잠재우기 위해 바람처럼 등장한 마물. ...실프 이상의 날카로운 바람, 그리고 인술이라는 미스테리한 비전 전투술의 달인, 카마이타치.]


"여는 구름 사이에서도 찬연히 빛나는 달, 하루카."


"나는 나비와 함께 불어오는 봄바람, 하나코."


"소인은 땅을 지키는 모래 속의 은자, 카나라고 하오!"


세 명이서 하나와 같이 움직이며, 손목 부근에 마기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카마(낫)을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카마이타치. 곧이어, '셋이서 하나처럼 움직이며, 그 정도가 어찌나 조화로운지 영혼까지 결속되어있을 정도라는 말에, 3:1의 상황은 어떨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는 메카니르였다.


"...여는 여기서 물러설 생각은 없소. 나의 고향, 지팡구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을 쟁취하기 위해.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오!"


그리고, 카메라가 메카니르에게로 향했다. 순간, 대사를 출력하는 장치가 이상을 일으켜 깨진 문자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그 자리의 모두가 돌발적인 이상상황에 또 다시해야겠구나 하며 한숨을 내쉬는 듯 했으나, 메카니르는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내뱉기 시작했다.


"...직전 경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구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말을. ...애초에 처음부터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마물들에게 도전하는 입장? ...아니. 마물들이, 나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카메라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메카니르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고압적인 태도로, 문자 그대로 '신의 위엄' 이 가득 묻어나는 태도로 말을 하며,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경고하듯 말을 남겼다.


"나는 저 너머에서 기다리겠다. 결승 무대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있는 힘껏 발버둥쳐봐라."


그리고, 그 말을 제대로 받으며, 라이벌 구도를 잘 만들어주는 카마이타치 셋.


"...자만은, 스스로를 좀먹는 가장 날카로운 칼날."


"그리고, 그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칼날이 우리 셋의 손에 있을지어니."


"...각오하시게, 메카니르 공!"


"...컷! ...이대로 써도 될 것 같은데요?! 완벽해요!"


"...끝난건가? 후우... 자세 잡기도 힘들군."


메카니르는 널부러져있던 의자 하나를 바로 세워 똑바로 앉고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보았다.


"...음, 촬영 끝났으면 우리는 먼저 들어가볼게요."


"소인이 꼭 먹고 싶은... 디저트 카페가 곧 영업을 종료한단 말이오!"


"아, 네! 카마이타치 선수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아, 인간. 일주일 뒤에 잘 싸워보자고!"


먼저 사라져가는 셋을 뒤로 하고, 모두들 촬영의 종료를 알리며 철수할 준비를 시작했고, 오토마톤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데이터를 주고받고, 골렘과 함께 기판에 연결하여 편집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이, 인간! 고생했어. 일 없으면 들어가봐도 돼."


글리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메카니르는 조용히 고개를 내려 그녀를 마주보았다.


"...앙, 뭐야? 볼 일 있어?"


"...시간 괜찮나?"


"작업치는거야? 오빠~ 라고 해줄까 그럼 나도?"


"....아니. 작업도 아닌데."


"...그럼 진짜 뭔데?"


"잠시 이야기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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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래서 이런 걸 하고 있으셨겠다?"


"그렇다네."


"이유는?"


"단순하지. 아직까지도 마물들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만 하는 이들이 많아서, 그 인식을 고쳐주고 싶었소."


"헤에... 꽤 멋진데? 이러다 반해버릴지도?"


"...음, 조금... 깊은 사이의 이성이 있어서."


"사귀는거?"


"...글쎄..."


"뭐야? 그 밍숭맹숭한 답은. 이봐, 메카니르 씨. 그렇게 간만 본다거나... 망설이거나 한다면, 누군가에게 선수를 당해버릴지도 모른다고. 우리 언니처럼."


"...충고 고맙군. 여튼..."


"...나에 대한 정보를 달라 이거지?"


"정답. 가능하겠나?"


"뭐, 안될 것도 없지. 마침 나도 할 일 없어서 심심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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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달인 그렘린. 저 부유장치의 가스가 그녀들의 방귀라는 소문도...?]


[그렘린 - Gremlin]

[속 : 임프 / 형 : 악마]

[서식지 : 고대유적]

[식성 : 달달한 것들 전반. 잡식]

[성격 : 제멋대로에 짓궃음]


[소녀처럼 작은 몸이지만 아인은 아니고, 짐승 귀도 달렸지만 수인도 아니며, 어엿한 악마의 일종이다. 마도구, 마법 인형, 그외 기타 각종 첨단 마도구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높은 기술력을 가졌고, 오토마톤 등의 미지의 문명을 다룰 수 있는 대륙 유일의 종족으로 밝혀져 있다. 본연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은 마물이나, 그녀들의 진정한 무기는 '지식과 두뇌' 이다. 인간 이상으로 해박한 손재주와 기술력을 가져, 미지의 문명의 기술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한 산물을 이용하여 만든 웨어러블 머신을 두르고 있기에 오크, 미노타우르스 이상의 완력, 그리폰에 필적하는 비행능력, 와이번과 드래곤에 버금가는 화염의 불길, 상대를 덮치는 플라잉 가스딜도 등등.... 그녀들은 다양한 무장으로 무장한 무서운 종족이다.


소악마답게 자유반방하며 짓궃은 성격으로, 마음에 든 인간 남성을 발견하면 자랑하는 기계의 힘으로 과시하듯 덮쳐든다. 호기심이 강하고, 쾌락에 농락당하는 남성의 모습을 좋아하기에 남성의 몸 구석구석 자세히 쾌락을 주고 즐기려 한다. 마물인 그녀들의 몸은 그저 허리를 올라타 흔들기만 해도 남성에게 인간이 줄 수 없는 쾌락을 주지만, 열중하는 성질인 그녀들은 자신의 몸만으로 부족하다는 듯 남편과의 교미를 보조하고, 쾌락을 주기 위한 '전용 장치' 들과, '가스 전달장치' 를 더욱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 궁극의 장치는, 순식간에 남편의 몸을 속박하여 부드러운 손길로 더듬고, 미약과 정력제를 혼합한 약물을 그들에게 배합한다. 머지않아 그녀들의 남편은 금방이라도 그렘린을 덮쳐서 마구 범할 정도로 발정하지만, 그녀들은 아직 기다리라는 듯 남편을 기계에 고정시키고 누운 뒤, 체구에 맞지 않게 큼직하고 풍만한 엉덩이의 맨살을 드러내며 쭉 빼밀고는, 차갑게 신선도를 유지해뒀던 각종 음식들을 꺼내서, 마도구로 가열하여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고구마 파이, 고기완자, 마계의 각종 과실들, 와인 드 플라툴렌스... 수많은 식재료들이 그 작은 몸에 순식간에 잔뜩 들어차게 되고, 자신의 배를 빠르고 부드럽게 매만지며, 마력을 이용하여 그 막대한 음식들을 소화하여 전부 가스로 바꾸기 시작한다.


그리고, 남편들을 구속한 궁극의 쾌락 장치는 그녀들의 호쾌하고 시원한, 지독한 방귀의 발사를 시작으로 작동하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남편의 정기를 짜내기 시작한다. 미약이나 정력제로 한껏 민감해진 몸에 가해지는 그 충격적인 쾌락은 '아찔함 그 이상' 의 감각을 선물하고, 한껏 민감해진 남편들의 아랫도리를 더욱 격렬하게 날뛰게 만든다. 그리고, 이제서야 시작이라는 듯 그녀들은 남편의 안면을 향해 더욱 많은, 그리고 더욱 지독한, 더욱 추잡하고 요란하며 시끄러운 방귀를 한없이 쏟아내고, 사랑하는 남편이 기계 위에서 절정하는 것을 보고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한 차례 묵은 정액을 배출하고 새로운 정액을 잔뜩 생산해내기 시작하는 고환과 남성기를 문지르며 다시금 그 부분을 일으켜세운 뒤, 그제서야 남편들의 허리 위에 올라타 다시금 몸을 흔들어대는 것이다. 서로가 지칠 때 까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기계 위에서, 양 쪽 모두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받으며, 한쪽은 부산물로 미친듯이 끈적하고 진한 정액을, 그리고 한쪽은 미친듯이 지독하고 구역질나는 방귀를 한없이 쏟아내며, 영원한 쾌락의 요람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마도구와 미지의 문명에 통달한 그녀들은, 재밌게도 '수리' 의 정반대 개념인 '오작동' 을 유발시키는 것에도 정통해있는데, 대표적인 예시로는 '남편 앞에서 솔직하지 못한 오토마톤들과 골렘들' 을 고의적으로 고장을 일으켜 남편들 앞에서 잔뜩 응석부리며 방귀를 쏟아내는 고장난 마물로 만들거나, 마물을 쫓아내는 마도구를 역전시켜 마물들을 매혹시키는 페로몬을 뿜어내게 하고, 마력을 흡수하여 마물화를 늦추는 기계는 마력을 잔뜩 흡수한 뒤 터져버려 농축된 마력을 주변에 퍼트리는 등 '마물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오작동을 일으키게 한다. 그런 장난꾸러기인 그녀들이기에, 멋지다고 칭찬하며 치켜세워주며 비위를 맞춰주고 사탕과 초콜릿 등 달달한 것을 주면 신나서 우쭐해하며, 그 힘으로 기꺼이 당신들을 도와줄 것이다.


그녀들이 입은 장비는 오토마톤처럼 전기가 약점이다. 외부에서 강한 전류가 흘러들어오면 금새 기계가 폭주해버려, 그 팔과 촉수가 역으로 그녀들을 덮쳐버리고, 강제로 미약을 투여하고, 정력제로 성욕이 들끓게 하며, 남성의 주박을 풀면서도 둘에게 영양은 끊임없이 공급해주기에, 주도권이 그렘린에서 인간에게로 넘어간 것만 제외하면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광란의 방귀섹스가 이루어지는 쾌락기계가 되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그녀들이 가끔 의도적으로 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남편의 자존심과 정복욕도 채워주면서도, 그 사랑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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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정보로군. 고맙소. 이렇게나 현명한 마물을 이제서야 만난다니."


"으...으흐흥! 내가 헛바람 부는거에 넘어갈 것 같~아?"


"헛바람이 아니라네. 기계를 다루는 것은 어렵지. 나도 일가견이 있어서 안다네. 가령... 저 장치. 저 장치는 저렇게 쓰면 발열 문제가 심각하므로, 이런 재질의 금속을... 이와 같은 비율로 융합하여 만든 재질로..."


"...오호! 일가견이 있는 수준이 아니고 대단한 수준인데! 너 짱이다!"


그렇게, 그녀와 호의적인 관계를 빠르게 만든 메카니르는, 넌지시 그녀에게 질문 하나를 건넸다.


"...그나저나, 방금 여러 마물들도 있었는데... 에키드나라고 했던가. 수심이 깊은 표정이군."


"...뭐야, 아무것도 몰라? ...귀 대봐. 조용히 이야기해줄게."


글리치의 말에 따르면, 그녀가 일평생 소중히 가꿔온, 수많은 용사와의 미운 정 고운 정이, 마물들과의 화목했던 삶의 흔적이, 던전에 찾아와 놀고 간 인간들과의 즐거운 기억이, 그 모든 것이 잠든 던전의 최하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하고 검푸른 괴수가 어디선가 나타나있다는 듯 했다.


"...그래서 지에가... 음, 잠시만. 이렇게..."


빠르게 종이에 스케치를 해서 글리치에게 보여주는 메카니르. 글리치가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이렇게 고치라는 지시에 맞춰 그가 그림의 모습을 바꾸자, 제법 그럴싸한 생물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어. 이렇게 생겼더라. 나도 그 자리에 있어서 봤었거든. ...으! 소름끼쳐...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든 우승, 혹은 준우승을 거머쥐거나 해서 얻은 막대한 부로, 강한 모험가들과 마물들에게 의뢰를 걸려고 하나봐. 모두 함께, 저 괴수를, 나의 소중한 터전을, 모두의 소중한 기억을 짓밟으며 날뛰는 저 괴수를 없애달라는 의뢰를."


"...그렇군. ...안타깝군."


"...그렇지. ...나도 자주 갔었는데."


"...너무 착잡한 이야기만 했군. 하지만 분명, 돌파구가 보이게 될 걸세. 그녀에게 말이야."


"그랬으면 좋겠네. 여튼 오늘 고생 많았어. 들어가보라구~"


뒤로 돌아 사라져 가는 글리치. 그녀를 떠나보낸 그는, 급히 호텔의 방으로 복귀해, 방 한가운데에 자신의 힘과 코드가 집약된 통로를 설치하고는, 그 사이로 뛰어들었다.


"...흠!"


(파직-!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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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쾅!)


"...으왓?! 놀래라 씨!"


그리고, 갑작스러운 메카니르의 난입에 깜짝 놀란 판타소스. 꾸벅꾸벅 졸던 하르모니아도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밍기적거리며 에르가페의 우주 근처로 다가왔다.


"...메카니르? 말도 없이 무슨 일이야?"


"에르가페는?"


"지식의 서고에 있을걸. ...근데 둘이 진짜 사귀는거야? 오자마자 찾게? 동네 신들~"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푸흡... 말투 바뀐거 봐. 그나저나 메카니르, 너 되게 알기 쉬워진 거 알지? 야, 판타소스. 안그래?"


"그러게 말이다. 오랜만에 놀려먹을 거리 하나 생겼네."


"...너네 둘도 그렇게 보이니까 좀 작작좀 하지 그러냐? 하여튼..."


"어? 야, 우리가 어디가 뭐 어때서? 나는 하르모니아 여자로 안보이거든?"


"지랄! 나는 니 남자로 보이는 줄 아나?! 이 비리비리한 잡놈아!"


"...왜...왜 갑자기 풀악셀을 밟는거야... 나... 슬퍼..."


"...미...미안... 그... 그럴 의도는... 진짜야..."


"...정말?"


"그래. 이 등신 바보야."


"...진짜 저러면서 나보고 지랄을 했단 말이지..."


"...시끄러!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이런 식으로 생긴..."


메카니르는, 글리치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을 바탕으로 그려낸 정밀한 그림 한 장을 보여주었다. 에르가페의 우주를 어느 정도 안정화를 시킨 그들은, 잠시 그 그림을 주목하다가 이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이거 그거네. 그... 우주에 들러붙는 외부 기생충의 일종인데 뭐더라?"


"...코스미스크 피나에. 그거일걸."


"음... 피조물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나는 이 녀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글쎄. 애초에 우주 먼지나 갉아먹으면서 사는 녀석들이라... 애초에, 원래 그렇게 생물들로 가득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그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금방 죽거든? 그래서 애초에 저 녀석이 우주 내부에서도 외곽 지역에서만 발견되거나 아니면 우주의 '표면' 에서만 발견되거든. 근데 저거 아마 그 녹색 이물 한사바리 들이마시고 형질이 좀 변한 것 같은데.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몰라. ...그래도 기생충 그대로 놔둬서 좋을 건 없으니 빨리 조져야지."


"야단났군. 직접 들어가서 제거하는게 제일 빠르려나?"


"아무래도 그렇지? 또 네가 좀 고생해줘야겠다."


"...아, 에르가페한테는 비밀로 좀 해줘. 이젠 하다하다 기생충까지 쳐들어간걸 발견하면..."


"뭘 비밀로 해? 이년아?"


"...윽..."


"에르가페?"


"아! 메카니르! 무슨 일이야?"


분노를 거두고 반색하는 그녀에게, 메카니르는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전부 상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이내 그녀는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지식의 서고로 달려갔다가,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거 받아. 도움이 될 거야."


데이터로 이루어진 스크롤을 건네는 에르가페. 메카니르의 손에 그녀로부터 건너받은 스크롤이 쥐여지자, 이내 스크롤은 먼지가 휘날리듯 사라지더니 그의 신체 일부가 되어 영구히 그에게 복속되었다.


"...이 정보는..."


"코스미스크 피나에의 퇴치법에 관한 정보야. ...일반적인 기생충 잡듯이 행성 전체를 뜨겁게 달궈버리거나 하면 그... 내 소중한 피조물들이 다 죽게 되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수고를 들여줬으면 해서."


"고열에 약하다... 그리고 이 정도의 크기라...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겠군."


"...어려울거야. 권능이 닿지 않는 외부 기생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 마. 피조물이라고 하지만, 소중한 인연이 많이 있거든."


"소중한 인연... 그렇구나."


"...그래도 역시 네가 제일 소중한 인연이네. 덕분에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으니까. 내가 변해가고 있다는 게 느껴져. ...정말 즐거운 변화라서,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좋은 일이네?"


"그럼. 모두 네 덕이야. ...에르가페."


"...응... 뭔가 막 간지럽다. 묘하고 또 기분이..."


"....크흠... 그... 그럼 난 들어가볼게."


"...조만간 찾아갈게. ...같이 다니자."


"그래도 괜찮겠어?"


"물론이지. 메카니르."


"...그때가 기대되네. 정말... 풋.... 아, 그럼 이만 들어가볼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다시 화신이 되어 우주 속으로 강림하여 돌아가는 메카니르. 연보랏빛 몸체가 조금은 자줏빛으로, 붉은 색이 섞여들어 발갛게 달아오른 것이 보일 정도로 감정의 동요를 보이던 그녀를, 참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는 판타소스와 하르모니아였다.


"..."


"..."


"...뭘 봐?"


"봄이네."


"아주 따뜻한 봄."


"...일이나 해 이 망할년놈들아앗!"



--------------------------------------------------------------------------------------- 10장, 그렘린 편 [END]



(파직... 파지직-! 팡!)


"...엇챠... 후우. 시간의 경과를 보아하니... 늦지 않았군."


복귀하자마자, 가장 먼저 시계와 달력을 확인하는 메카니르. 마침 딱 타이밍 좋게, 8강 시작 바로 전날의 저녁 시간대에 맞춰 돌아온 그였다. 약간의 시간 조정을 거친 뒤, 그는 에르가페가 건네주었던 차원 격리 프로세스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이전에 여러 번 사용했던 방식인데... 쓸 일이 없어서 잊고 지냈더니 다 잊어버렸네. 뭐, 익히는 거야 쉽다만..."


조용히 생각을 곱씹으며, 기술을 연습해보는 메카니르. 이내, 자신의 손에서 완전히 지워진 듯 검은 빛으로 격리된 작은 정육면체만큼의 공허한 공간을 형성해낸 그는, 피식 웃으며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야경이 아름답군. 어쩐지... 함께 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


누구와 함께?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쉬이 답하지 못하고 괜히 뜸을 들이는 메카니르. 곧이어 그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뭘 묻고 그러냐. 다 알면서. 신 주제에 부끄러워하긴..."


오늘따라 잠이 참 잘 오는 메카니르였다.




(부스럭... 부스럭...)


"...잘 잤군."


그리고 시합 당일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무구를 정돈하고, 몸을 청결하게 한 뒤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메카니르.


(똑똑-)


익숙한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문을 열었다.


"반갑군. 키키."


"오랜만입니다. 메카니르 씨.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없었다네. ...조금 알아볼 것이 있어서."


"알아볼...것?"


"설명하자면 좀 길다네. ...그건 그렇고. 오늘이 그날이로군."


"맞습니다. 16강이 끝난 직후 성사된 8강 조추첨 결과는 아시죠? 그 자리에 계셨으니."


"카마이타치... 라고 했던가."


"셋이서 하나이자, 하나이자 셋. 지팡구에서 온 강하고 위험한 마물이죠."


"...걱정 말게."


"...카마이타치가 걱정됩니다만."


"하하...! 농담도 잘하는군.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은가?"


"그렇습니다. 걸어가실건가요? 오늘은 시간이 많긴 합니다만."


"오늘은 오랜만에 마계수나 타지."


"그렇다면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오늘도 무운을 빕니다."


문을 닫고 물러가는 키키를 보며, 그는 몸을 대충 풀고는 식당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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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오랜만에 흔들리는 마계수 위에서 찰나의 휴식을 취하는 메카니르. 8강까지 오니 선수들도 거의 다 남지 않은 상황이 되어, 아주 한적하고 편안하게 대회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다 도착했습니다~! 메카니르 씨!"


"메카니르? 저기! 저 사람이 인간으로 8강까지 올라간 사람이래!"


"나도 한번 실물 좀 볼래! 오...! 근데 되게 평범하게 생겼는데?"


"선수님! 건틀렛 한번만 만지게 해주세요오!"


"...소란스럽군."


그림자 사이로 숨어들어 매우 빠르게 사라지듯 콜로세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메카니르의 귓가에, 환호 소리가 따가울 정도로 들려왔다고 한다.




(저벅...)


8강의 마지막 경기를 배정받은 메카니르. 그가 느긋하게 도착해서 그런 탓인지 몰라도, 이미 첫 번째 경기가 끝난 상황이었다.


[...역시~! 압도적인 체급입니다! 체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큰 체급! 압도적인 힘과 무력, 그리고 정확도를 바탕으로! 웜 선수가 드래곤 선수를 제압하고~! 4강으로 진출합니다!]


[이전 경기에도 그랬지만 정말 대단한 전술이죠! 악취와 함께 몰아치는 방귀 투석기! 웜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모르면 맞아야지! 알아? 어쩌라고! 알아도 맞아야죠! 저 체급이라면!]


"...웜... 강하군. 다음 경기는?"


대진표를 흘깃 살펴본 메카니르는, 차디찬 얼음 마물과 하반신이 뱀인 여인의 결투를, 글라키에스와 에키드나의 결투가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결 현장이 가장 잘 보이는 대기실로 이동한 뒤, 일찌감치 탈락해있던 여타 마물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어이, 유명인사 아냐?"


"...마티? 오랜만이군."


"뭐, 이쪽은 탈락해서 말이지."


"어, 둘이 아는 사이였구나?"


"아르보리? 오늘 익숙한 얼굴을 많이 보는군."


"뭐, 그럴 수 있지. 참. 이거 받아."


"이건?"


"피로 회복제야. 어떤 헬하운드랑 어린 친구가 너 주라면서 주고 가더라고. 세상 귀한 만드라고라 뿌리 농축액으로 만들었으니 그 친구들 생각해서라도 쭉 들이켜."


"물론이지."


달콤쌉싸름한 약을 들이마신 메카니르는, 시합이 벌어지는 무대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신경쓰여?"


"...에키드나라는 마물, 꽤 강해보이더군. 결승에 오른다면 저 마물이 아닐지."


"...무진장 강해. 애초에 종족 자체가 던전이나 고성 등지에 머무르는걸 좋아해서 안나온 것 뿐이지.. 각지의 무투대회에 출전했다면 분명 최상위권을 밥먹듯이 가져갔을걸."


"그 정도라니.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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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우우웅-! 쾅!)


그리고, 그 말은 전혀 거짓이 아니었다는 듯, 흉포하게 날뛰며 상대 글라키에스에게 무수한 마나의 폭발과 육탄공격을 퍼붓는 에키드나. 순식간에,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강렬한 맹격이 글라키에스에게 가해졌고, 단단한 얼음과 미끄러지는 특성을 이용하여 그 난격을 피하며 최대한 반격을 해보는 글라키에스였지만...


"하아아앗!"


(쨍-! 티딕-)


"...큿...!"


"...그 정도 마나의 얼음으로는, 내 배리어를 뚫을 수 없는 거란다."


(딱-)


에키드나가 손을 튕기자, 무구한 마나가 담긴 마계은 날붙이가 허공에서 튀어나와...


"...나의 배리어를 뚫고 싶다면..."


(팡-!)


"얼음 여왕, 그 친구를 데려오는 편이 좋겠구나."


(파파파파파파팟-!)


"끄으으읏...! 큭!"


[아~! 굉장한 양의 마나가 빠져나갑니다! 마나를 완전히 태워버리는 마나 번! 이 정도라면 아무리 글라키에스라도 무리... 무리입니다! 휘청거리다가 이내 쓰러집니다! 승자는~! 에키드나!]


[압도적인 양의 마나입니다. 감히 대적한다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되면 사실상 결승 수준인 4강 탄생!]


[지상의 여제 웜!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힘을 지닌 만물의 어머니 에키드나! 이거 완전! 미친 대진에 시선 집중이에요!]


[네 그렇습니다! 3일 뒤에 진행될 4강 경기도 많은 시청 바라면서! 다음 경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트럼파트 선수와 나이트건트 선수! 진정한 무질서의 주인은 누구인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우린 가볼게. 난 슬슬... 실바 리비디네 마을로 돌아가보려고. 급하게 우리를 부르는 호출이 왔더라고. 오랜만에 남자 보쌈에 나선다는데..."


"...그거 불법 아닌가?"


"아... 그거 우리 마을이랑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이라, 약간 짜고 치는 느낌인거지. 당사자들 빼고."


"...그게 더 무서운데..."


"아무튼, 난 가볼게. 그리고 마티라고 했지? 재밌었어. 아니지, 우리 마을에 한번 와보는 게 어때? 전사들의 마을이라고! 귀여운 남친도 만들 수 있는 찬스야!"


"재밌겠네. 출발! 어서 가자!"


먼저 떠나는 두 마물을 뒤로 하고, 그는 다음 경기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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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힘이... 혼돈의 힘이..."


검은 점액이 흩어지며, 안개도 걷혀나갔다. 그리고, 흩어진 안개 속에서 쓰러지듯 누운 채로 절정하며 방귀를 흘려대는 나이트건트의 앞에서, 총구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입으로 불며, 잔뜩 폼을 잡아보이는, 카드와 일체화된 마물이 관객들에게 카드를 흩날리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아아~! 세레머니까지 대단합니다! 대단하네요! 과연 원더랜드에서 온 에이스!]


[명중률을 보셨나요? 무려 96%! 쐈다 하면 맞는 수준이었죠! 기가 막힌 은탄입니다!]


[수없이 많은 마계은이 몰아치는 모습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너 이거 다 못막잖아. 너 쳐낼 수 있어? 쳐낼 수 있어?' 하고 끊임없이! 계~속 괴롭히면서 퀴즈를 강요하는거죠! 한 번이라도 틀리면 안되는 문제들이었는데, 나이트건트 선수가 분전하면서 또 잘 끌고 왔어요! 빨아야 할 때 잘 빨고 맞받아치고 박아야 할때 과감하게 뛰어들고! 근데! 마지막에 한 두 문제를 주르륵 틀리더니 곧바로 낙제되버린거에요! 근데 어쩌겠어요, 너 옆으로 빠지려고? 내가 위로쏠까 아래로쏠까, 여기다 쏠까 저기다 쏠까, 직접 맞출까 도탄시킬까! O X 심리전 퀴즈가 밑도 끝도 없이 마법의 우물마냥 계~~~속 나오는데 이걸 틀렸다고 뭐라 할 수도 없어요! 어떻게 그걸 다 맞춰요!]


[도로시 해설님 말씀이 맞습니다. 지옥의 심리전이에요! 그런데 더 심각한 건, 그거 맞춘다고 해서 주어지는 보상이 없어요! 문제를 맞추면 다음 문제가 기다릴 뿐인데! 이게 무슨 불공평한 게임입니까! 문제은행도 이렇게 내면 욕먹어요!]


[그렇습니다~ 말도 안되는 수준이었어요! ...네!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남았죠.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목이 빠져라 기다리시던 인간 선수! 메카니르의 출전입니다! 그리고... 광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8강까지 치고 올라온 다크호스, 카마이타치! 4강행 티켓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 잠시 후 만나보시죠! 여기는 임페리우스 배틀 홀입니다!]


"...슬슬 나가봐야겠군."


메카니르마저 떠나버린 대기실은,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 뿐이었다.




진행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준비를 모두 마친 메카니르는 건틀렛을 고쳐 끼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빠르게, 한 몸으로 움직이는 카마이타치 마물들을 보며,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메카니르 씨, 오늘도 무운이 있길."


"고맙네. ...슬슬 나가봐야겠군."


[...그리고 그 상대는~! 여러분 모두가 기다려왔던, 화제의 인간 선수! 룰은 내가 정한다! 메카니르 선수입니다!]


우레처럼 쏟아지는 함성과 함께 무대로 나선 메카니르는, 자신의 앞에 주르륵 일렬로 선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좋은 승부 부탁하네. 여를 만족시켜줄 것이라 믿네."


"...지지 않을 거다. 우리 셋은, 강하니까."


"에헴! 우리의 힘, 가감없이 보여드리리다!"


세 마물이 호승심을 불태우며 말하자, 그 또한 그 말을 받아주며 인사를 남겼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지. 값진 대결을 기대하겠네."


[좋습니다! 선수들 자리로! 명예로운 결투를 약조하는 경례! ...준비... 시~작!]


배틀이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모래 속의 은자, 카나가 순식간에 땅 속으로 파고들어 온갖 곳을 헤집으며, 그녀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순간이동이 가능한 마력의 통로를 만들었고, 하루카는 마치 광학미채를 사용한 것 마냥, 구름 사이로 달이 숨어드는 것 처럼 기척을 감추었다. 그리고, 하나코는...


"...풍취(風臭)류 인법, 비무(屁霧)의 대지! 으응...!"


뿌우우우우욱-! 뿌부웃!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귀를 뀌는데 꼭 기술 이름까지 외쳐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메카니르의 주위로, 순식간에 녹황색의 짙은 안개가 깔려, 인간의 실루엣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코를 찌를 정도의 독한 악취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어우... 세상 지독한 악취의 냄새! 과연 인법입니다! 일반 마물들은... 콜록! 따라하기도 힘든 악취에요!]


[헌데 인간 선수에게 전혀 효과가 없어보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잡는 저 모습을 보세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속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해설진의 말대로였다. 땅굴을 파두었던 카나가 곳곳에서 불쑥 튀어나오며 메카니르를 향해 매혹의 페로몬(메카니르에게 효과 없음) 이 잔뜩 섞인 지독하기 그지없는(메카니르에겐 안 지독함) 축축한 물방귀 공격을 퍼부었고...


"에에잇! 받으시오! 인법! 매혹의 비습(屁濕)~!"


뿟뿌쥬류륙! 뿌뷰퓨쥬쥬류류류뷰쥬쥬류뷰류쥬뷰쥬류쥬뷰류쥬쥭! 뿌뷰쥬류류퓨퓨퓨뷰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륙-!


한껏 방귀를 뀌어댔던 하나코가 땅굴 사이를 파고들고 누비며, 공격을 날려대는 동시에 틈틈히 마나를 회복했으며, 그 사이에서 조용히 기척을 감추었던 하루카는....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뿍뿌루루루루루루루루우우우우우우욱!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비오의! 폭렬비(爆烈屁)의 술!"


(슈욱-! 파광!)


자신의 손에 잔뜩 들려있던 각종 투척용 암기에, 자신의 방귀를 잔뜩 묻히고 고정시키고는, 그대로 던져서 폭발시켜 더욱 강렬한 냄새로 땅을 뒤덮고 공격하며, 세상에서 가장 요란하고 추잡하며 음탕한 방식으로 메카니르를 밀어붙이고(별로 안 밀림) 있었다.


[콜록... 켈록켈록...! 으... 냄새...!]


[마나 보호막을 뚫고 여기까지 느껴지는...! 콜록... 냄새! 인간 선수, 위기인가요...?!]


[...이럴 수가...?! 눈도... 콜록콜록... 눈도 깜짝 안합니다! 오히려 저 노란 안개 속에서 반격을 할 준비를 하는데요!]


(터엉-!)


'으으... 언니들...!'


'...제길... 나도 낫이 들어가지 않아...!'


'여의 공격으로도 부족하단 말인가...?'


일부러 그 공격을 모두 맞아주며, 격의 차이만을 느끼게 해주는 메카니르. 오히려 그녀들의 공격이 너무 빨라, 거의 공격을 하지 않은 것처럼 지나가는 것이 전부였기에, 해설진도 모두들 공격을 중지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카니르는 그들의 인식을 한참 더 뛰어넘은 '신적인 존재' 가 맞았고, 순식간에 악취를 정화시키며 전세를 뒤엎어버렸다.


"...탐색, 그리고 메모리 수정."


(딱-! 파바바밧-!)


"...내...냄새가 일순간에?!"


[순식간에 경기장이 맑아집니다! 이런 마법은 들어 본 적도 없는데요! 이렇게 정확하고 빠른!]


"다들, 당황하지 마! 다시 배에 힘을 모으고..."


"의미없는 몸부림이다."


"읏...!"


"도망칠 수 없다!"


(쿵-!)


"카나! 위험해!"


(치이이이이이이잉-!)


"...으읏?!"


"절망하는 표정을 보여라."


(우둑- 파스스스스... 파직-!)


"너희의 힘으로...!" 


(고오오오오... 파지지직-!)


"나의 굶주림을 채우리라!"


순식간에 마나의 대부분을 흡수당하며, 팔, 다리, 그리고 괄약근에 힘을 잃고 널브러지는 세 마리의 카마이타치, 카나, 하루카, 하루나.


"...아아앗... 힘이이..."


"언니들... 미안..."


"...이런... 이렇게 순식간에..."


"...조금 쉬어라. 나른할거다."


그대로 쓰러져버리는 카마이타치 트리오. 그 모습을 보고, 무구를 챙겨들고 돌아선 메카니르는, 관중석과 해설진의 자리를 한 번 번갈아 쳐다보고는,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이렇게나 당당하게! 그것도 자신의 강함을 한번 더 보이며! 굉장한 무력을 자랑하며 4강으로 나아가는 메카니르 선수!]


[말이 안됩니다! 어떻게 이래요! 이미 인간의 영역을 초월했는데! 분석할 것도 없습니다! 카마이타치 선수들은 완벽했어요! 카나가 순식간에 땅과 통로를 만들어내고, 하나코가 먼저 필드를 완전히 장악한 뒤 하루카가 자신의 특수무기를 마구 던지며 메카니르를 몰아붙였죠. 완벽했어요! 교보재로 써도 될 정도의 정석적인 플레이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의미없게 하는 것이 바로 메카니르 선수의 그 절대적인 힘이에요! 더 분석할 것도 없어요!]


[그야말로 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강대함! 모두들, 멋진 경기를 보여준 둘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받고 들어가며, 피식 웃는 메카니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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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머리가..."


"...언니...? 우우... 카나는 더 잘래..."


"...여긴 대체 어디지? ...회복실...? ...아, 우리 졌었지..."


"...우우... 아쉬워..."


"아쉬운 패배였네."


"호에에에엥?! ㅇ...왜 여기!"


대뜸 경계부터 하는 막내 카나, 그리고 떨떠름한 눈으로 보는 하나코. 그리고, 하루카만이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대화를 할 여지가 보이고 있는 듯 했다.


"여와 겨루었던 인간이구나. 무슨 일인지?"


"...사전을 편찬하고 있소."


"사전이라... 그대 또한 학자인가? 재밌구나. 그 사전, 여가 봐도 되겠느냐?"


"물론이오."


"고맙구나. 상냥함이 몸에 배어있구나. 자네의 반쪽은 분명...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겠구나?"


"아직은 없다만..."


"곧 생길 것 같구나. 여의 직감이니 믿어도 괜찮다."


그 말을 하고, 사전을 모두 읽고 다시 건네준 하루카는, 방긋 웃으며 메카니르의 심리를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적어줘야겠느냐? 아니면 여의 말만으로 충분하겠느냐."


"기왕이면 편한 것이 좋겠구려. 적어주시오."


"금방 끝내도록 하마.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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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셋이서 하나로 뭉쳐다닌다. 의외로, 저 신체의 날붙이같은 털은 요리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카마이타치 - Kamaitachi]

[속 : 이타치 / 형 : 수인]

[서식지 : 지팡구 지방의 산악]

[식성 : 육식, 야생동물, 잡식]

[성격 : 세 마리 각각 다름. 개체별로도 차이를 보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무음의 신속, 그리고 몰아치는 회오리바람과 함께 나타난다는 지팡구의 수인 마물. 팔을 덮은 팔의 일부는 자유자재로 경질화하여 낫과 같은 형태로 바꿀 수 있고, 그 낫을 휘두르면 상대가 베일 정도의 칼바람이 일어난다. 반드시 세 마리가 함께 행동하며, 인간 남성을 덮칠 때도 삼위일체를 이루어 덮친다.


세 마리는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장 힘이 센 한 마리, 가장 날카롭고 빠른 한 마리, 그리고 가장 손재주가 좋은 한 마리. 이는, 남성을 덮칠때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나는데, 우선 가장 힘이 뛰어난 한 마리가, 남성을 뒤에서부터 엉덩이로 덮쳐 찍어누르고, 몸눌림을 막기 위해 그대로 지독하고 무겁고 탁한 방귀를 무자비하게 쏟아내어 남자의 힘을 빼놓는다. 아무리 강한 거한일지라도, 곧바로 바닥에 찍어눌러져 그녀들의 방귀냄새를 꼼짝없이 맡게 되는 것이다.


그 뒤에는 날카롭고 재빠른 한 마리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정교한 몸짓으로 옷의 필요없는 부분을 찢고, 민감한 남성기를 잔뜩 발기시켜서 꺼내놓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체위를 빠르게 바꿔가며, 남성기, 입, 귀, 코, 온갖 장소에 순식간에 지독한 냄새로 한가득 마킹을 하고 또 무한대로 방귀를 마구마구 쏟아내며, 몸에 무수한 열상이 남도록 할퀴고, 동시에 냄새를 묻힌다. 그 열상이 지나간 자리는 통증이 없고 피가 나오지도 않지만, 동시에 발열하듯 타오르는 작열감을 느끼게 하며, 쑤시고 열이 나게 한다. 그 감각을 참을 수 있는 남성은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손재주가 좋은 한 마리가 달려들어, 약병을 흔들며 보여준다. 약병에 손을 뻗으려 하지만, 두 마리의 카마이타치가 꼭 붙잡고 있기에 전혀 소용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약병에 엉덩이를 대고, 있는 힘껏 약병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도록 축축하고 뜨거운 방귀를 무자비하게 쏟아낸다. 약통 전체가 유황의 싯누런 악취로 가득차, 부글거리는 거품이 흘러느릴 때 즈음에, 남성의 열상에 그 약을 열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손놀림을 바른다. 작고 날카로운 낫에서 일어난 바람은, 그 악취를 열상의 너머로 부드럽게 집어넣고, 남성이 느끼는 공포와 느끼는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함을 주며, 동시에 애교부리듯 안겨든다.


이 약은 카마이타치에게 전해지는 비전의 약이며, 세 마리의 마력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마력을 받아들인 남성은 자신도 모르게 카마이타치와 유사한 수컷 마물로 바꾼다. 즉, 카마이타치가 가장 매력적인 암컷으로 보이게 하며, 생물학적으로 저항할 수 없게 하고, 그녀들의 방귀야말로 산해진미보다도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세 명이 일제히 남성을 덮쳐 그 몸을 맛보고, 한 마리가 허리에 올라타 여성기로 아랫도리를 조이며, 나머지 두 마리가 남성의 안면 옆에다가 커다란 소리로 방귀를 뀌며 극상의 쾌락을 안겨주는 것이다. 세 마리가 모두 만족할 때 까지, 정력과 사정욕이 가라앉이 않는 강철같은 체력을 갖게 된 남성에게.


남편은, 항상 밝게 웃는 얼굴의 암컷을, 그리고 평소에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음란하고 요염한 신음을 흘리는 암컷을 보며, 그리고 걱정 섞인 눈으로 사랑스럽게 자신을 보며 부드럽게 자신을 물고 핥는 암컷을 보며, 각양각색의 세 마리의 암컷을 보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재밌게도 세 마리는 동시에 한 마리씩 자녀를 배든, 혹은 세 마리 모두 쌍둥이를 낳거나, 혹은 임신의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할 지라도, 어찌 되어도 그녀들에게서 태어난 카마이타치들은 어느새인가 세 마리씩 서로 짝을 찾아 삼위일체로 뭉쳐다닌다고 한다. 심지어, 그 부모가 다른 세 마리의 다른 집의 카마이타치가 셋이서 만나, 한 남성을 마음에 들어하는 케이스도 발견되기에 수수께끼가 매우 많은 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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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그것은 여와 같은 카마이타치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우리는 하나이자, 동시에 여럿이기도 하지. 그렇지 않나?"


"그렇소! 우리 큰언니 말이 맞소이다."


"...화목한 사이로군. ...지팡구... 언젠가 한 번 동방의 나라들로 가보고 싶군."


"언제라도 찾아오게. 우리 고향은 언제나 그대와 같은 모험가들을 환영하니. 더군더나, 그렇게 강한 자네라면... 자네를 반려로 삼으려는 마물들도 많을 걸세."


"...정절을 지키려면 꽤나 열심히 방어해야 할 걸, 인간?"


"...그렇군. 그런 쪽으로는 크게 관심없지만... 알고 있겠네."


"그건 그렇고, 슬슬 저녁 시간이로구려. 여기 회복실 식사가 맛있는지를 모르겠소이다."


"음... 내가 들어본 바에 따르면, 훌륭하다던데? 기대해도 좋을거래."


"...여도 기대되는구나. 후후... 그대도 든든하게 재충전을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길 바라네. 우리를 이긴 만큼, 더 높이, 더 멀리 올라가줬으면 좋겠군."


"그건 걱정 말게. 4강 대진도 볼 겸 해서 근처 맛집이나 가봐야겠군. ...그렇다면 작별이라네."


카마이타치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기고 회복실을 빠져나와 바깥으로 향하는 메카니르. 오늘따라, 공기가 더욱 신선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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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동방 분위기의 식당이라... 이런 느낌도 괜찮군."


느릿하고 고풍스러운, 예스러운 미가 느껴지는 음식점에 들어온 메카니르. 1층과 2층으로 나뉜 건물의 카운터에서, 그는 찬찬히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하나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손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아니, 그냥... 쌍을 이룬 마물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 연인들이 유독 많아보여서 말이오."


"맞게 보셨습니다. ...2층에서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 때문이죠."


"...특별 서비스?"


"아, 메카니르 씨!"


"음? 성혁이 아닌가! 반갑구려. 벳시도 왔군."


"여기가 성혁이가 맛집이라 해서 믿고 온 것이다!"


"이렇게 된 거 같이 식사나 하지. 저녁 시간 아닌가."


"좋죠. ...저희 이렇게 세 자리, 가능할까요?"


"물론이죠. 이쪽으로 오시죠."




(드륵... 타악...)


"주문은 이렇게 할게요."


"확인했습니다. 손님.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점원이 떠나고, 식탁 앞에 앉아 각종 요리들의 효능이 적힌 안내 책자를 살펴보는 셋. 그러다가, 벳시는 피식 웃으며, 성혁의 손매를 잡아끌어 자신에게로 달라붙게 했다.


"...벳시? 왜?"


"...여기, 일부러... 일부러 그런 짓 하려고 온 것이다? 짐승인 것이다..."


"...뭣? 그... 나도 아무리 좀 미쳐있긴 한데 그렇다고 식당에서까지 할 생각은..."


"그럼, 이건 무엇이다?"


벳시가 가리킨 안내 책자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기본적으로 우리 식당의 요리는 섬유질이 풍부한 채식 요리와 더불어, 부드러운 지방질을 적극 활용한 고기 요리가 어우러져 있고, 또한 곡물 요리가 주가 됩니다. 당연히, 식사를 마친 아내분의 뱃속에서는 막대한 양의 방귀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겠죠. 참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조금의 추가 대금만 지불하시면, 완전 방음을 보장하는, 2층의 특실 스위트룸으로 여러분들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분명, 뜨거운 하루가 될 거라고 약속드리지요. 원하신다면 숙박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시고, 룸서비스가 제공되는 숙박 장소도 제공해드린답니다.]


"...윽! 지...진짜 몰랐어!"


"모른다고 하는 녀석이... 여기는 이렇게 준비 만반인 것이다?"


잔뜩 단단해진 그의 아랫도리를, 자그마한 손으로 만지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는 벳시. 메카니르는 피식 웃으며, 농담조로 한 마디 했다.


"이거 참, 어서 식사를 마치고 비켜줘야겠군."


"메...메카니르 씨 까지 왜그러세요..."




[♬♩~ ♪~ ♩~ 3일 뒤에 시작하는 무투대회 4강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와 동시에, 식당 중앙의 영상 송출 장치에서, 추후 대진표와 함께 일정이 빠르게 지나가며 먼저 고지를 한 뒤, 곧이어 선수들의 정보가 지나가며 모두의 관심을 끄는 소리와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4강 진출하셨었죠?"


"경기는 잘 보고 있었다. 대단한 것이다!"


"뭐, 그 정도까지야. 훗..."


"대단한 거 맞아요. 이전부터 평범한 분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일줄은..."


"다음 상대가 트럼파트...? 성혁이가 트럼파트도 그렇고 이상한 원더랜드에 대해 아는것이 많은 것이다! 한번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음... 이전에 우연히 한번 방문했던 적이 있어서요. ...저 마물은 네 종류의 트럼파트 중 스페이드네요. ...에이스... 에이스는 엄청 강해요. 무진장. 문자 그대로 상급 마물에 필적하는 힘을 가졌죠. ...릴림같은 대마물에 필적하는... 아니, 하위 신에 필적하는..."


"...그렇군. 이겨서 올라가면 그만이지만."


"다음 경기도 응원할게요. 4강 첫번째 경기시죠?"


(저벅... 저벅... 덜그럭-)


"손님 여러분,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편안한 저녁 식사 되시길."


"...오오... 얼마만에 보는 고향 음식이냐...!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야 2층에서 성혁이가 만족하는 것이다? 후훗..."


"쿨럭... 체할 것 같은데 갑자기..."


"솔직하지 못하긴. 자네도 기대 중 아닌가?"


"윽... 하하..."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이었다.




--------------------------------------------------------------------------------------- 11장, 카마이타치 편 [END]




(차르륵-)


4강 경기 당일날 아침, 호텔 방의 블라인드를 열며, 아침을 맞이하는 메카니르.


"...오늘도 날이 맑군. 축제 분위기가 점점 절정으로 달아오르는가."


굵직한 행사들은 할인 간판을 내걸고, 머지않아 진행될 4강, 그리고 결승전과 함께 마무리 될 축제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제대로 재미를 보기 위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고, 거리는 여전히 관광객들과 퍼레이드로 북적북적했다. 이렇게나 놀면 지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사랑하는 반려와 함께, 혹은 그 반려가 될 사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지친다는 것은 가능할 리 없었다.


"...나가야겠군. 곧 키키가 올 시간인데."


(똑똑-)


"역시."


(끼익-)


"밤은 평안하셨는지요?"


"물론. 자네도 좀 쉬지 그러나. 내가 굳이 어디 지각할 사람도 아닌데."


"그럼에도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하암... 죄송합니다. 좀 졸려서..."


"나한테 올 시간을 줄이고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더할 필요는 없나? 밤꽃 냄새가 자욱하군. 뜨거웠나본데."


"헙... 다... 다 씻고 나왔다고 생각... 했는데에... 하우우... 여보 정액이 너무 진해서어..."


갑자기 고장나버리는 키키모라, 키키. 메카니르는 그녀를 돌려보낸 뒤, 호텔 조식을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치킨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만..."


뜻밖의 육식을 하고 나온 메카니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세면과 목욕을 하고 나오려는 순간, 화장실 문 '안쪽' 에 꽂혀있는 한 장의 트럼프 카드를 발견하고는 의구심이 들었다.


"...저건 내 것이 아닌데?"


(펄럭-)


"....음?"


[오늘 시합,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나한테 진다면, 내 카드 속에 갇혀서 영~원히 정액과 방귀를 등가교환하면서 살아가는 기묘하고 행복한 삶에 갇혀버릴테니! 후후훗!]


"...트럼파트... 라고 했던가. ...잠깐, 어떻게 내가 목욕하는 모습을 봤다면... 에르가페가 가만 있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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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왜 그래, 에르가페?"


"...어... 누가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 기분 탓일까, 데이모스?"


"하르모니아랑 판타소스가 노가리까면서 너 뒷담하나?"


"...그 망할년놈들이 설마...?"


"...근데 왜 갑자기 우리들 사이에 썸타는 배신자들이 이렇게 많아졌지? 그 스타트가 너인 줄은 알지, 에르가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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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메카니르는 트럼프 카드를 대충 어디다 버려버리려 했지만, 이내 기묘한 기색을 느끼고 트럼프 카드를 살짝 마력으로 분해해보았다.


"...탐지 주문이로군.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이건가."


(빠직-!)


"...잠깐, 내가 왜 이걸 부순거지? 왜 과몰입을... 아니야. 정신 차려. 메카니르. 이겨야 할 거 아냐. ...뭔 개소리야? 너 신이야! 까먹지 마라고 이 멍청한 녀석!"


(똑똑- ...메카니르 님? 무슨 문제라도...)


"...아닐세! 괜찮으니 돌아가게나!"


위엄을 제대로 구긴 메카니르는, 보는 사람이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며, 무구를 챙겨 서둘러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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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음? 왠 소란인가."


경기장 부근에 다다르자, 수많은 이들의 인파와 함께, 라타토스크를 비롯한 여러 소형 마물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대동한 오토마톤과 함께 급히 뛰어다니며, 선수들에 대한 사전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메카니르. 그리고...


"...정말 열기가 뜨겁습니다! 앗! 말씀드리는 순간! 이번 대회에서 가장 화제인 선수! 메카니르 선수가 콜로세움에 도착했는데요!"


(다다다다다다다다...)


"네, 바로 인터뷰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시간 괜찮으시죠?"


"상관없다만... 이렇게 또 보는군. 청설 양."


"네에! 그렇죠! 아~ 이렇게 기억력도 대단하시고 힘도 굉장하신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4강 상대인 트럼파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 방에 자신의 주박을 건 카드를 한 장 선물로 두고 갔더군. ...겉보기에는 대충대충 하는 것 같아 보여도, 하나의 정보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밀함이었다. 감탄스러워. 하지만... 압도적인 힘의 격차 앞에, 모든 전략전술은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더군."


"아아아아~! 대단한 포부에요! 이미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이 거의 역사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태연자약하신 모습을 보여주시니 정말, 팬들이 신이라고 찬양할만도 해요! 알고 계셨나요?"


"...신?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그리 봐주니 고맙군."


'...미친, 들킨 줄 알았네...'


조용히 안도하며 한숨을 삼키는 메카니르에게, 그녀의 마지막 질문이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이전에 말했었지. 결승에서 보자는 말을. ...오늘,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


"와아아앙! 멋지네요! 꼭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기를 바라며, 메카니르 선수와의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컷. 훌륭합니다. 나날이 실력이 느시는군요."


"흐으응응으아앙... 여전히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리는 청설. 이런 상태로 용하게도 인터뷰를 진행했구나, 하고 생각하던 메카니르. 그때, 청설은 그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물었다.


"...카드 장식은 어느 틈에 구해오신거죠?"


"...내 건 아닌데... 음, 트럼파트의 것이로군. ...재밌는 신경전이야. 들어가보겠네. 먼저 경기가 잡혀있으니."


어디선가 날아와 부드럽게 꽂혀있던 카드를 청설에게 건네며,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가는 메카니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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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64강에 이어 오랜만에 1경기로군."


"오셨군요. 무장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오랜만에 건틀렛으로 하지."


자신의 건틀렛을 고쳐 끼고, 투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메카니르. 그가 들어서자, 관객들의 환호 소리와 해설진들의 고함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네~! 첫 번째 선수! 기적을 써내려가는 인간! 너희가 나를 막아야 할 것이다! 모든 행보가 역사가 되어 써내려져가는, 이번 시즌 무투대회의 진정한 주인공 자리가 아깝지 않은! 최초의 인간! 내가 너희들의 신이다! 메카니르입니다!]


자신의 자리로 조용히 걸어가, 위엄있게 두 다리로 서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가 상대할 상대편의 자리의 허공에, 카드와 같은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그 마법진 사이에서 카드 하나가 실체화되었고, 곧이어 거대한 카드 속에서 양 손에 특이하게 생긴 권총을 거머쥔 여인이 폴짝 튀어나와 멋드러지게 한 바퀴를 제자리에서 돌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네에~ 시작부터 훌륭한 쇼맨십! 인간의 기적? 내가 지워주마! 원더랜드라는 미지의 땅에서 온 미스테리한 여전사, 마탄의 사수! 비밀스러운 악의의 총사! 내가 바로 스페이드의 에이스다! 트럼파트! 찬란한 마탄의 샤벨 선수입니다!]


인사를 한 뒤, 메카니르에게로 시선을 돌려 씩 웃어보이는 샤벨. 서로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서는 그 순간까지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그녀는, 이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메카니르에게 말했다.


"너, 제법인걸? 내가 보낸 카드... 그 안에 들어있는 탐지 주문을 간파해내다니. 처음이야."


"진작 알고는 있었지. 하지만 그대로 둘까 생각도 했다. ...지혜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니."


"헤... 꽤나 건방진 소리를 하잖아? ...분수를 알게 해 주지. 원더랜드의 힘을 보여줄테니, 각오하라구!"


[불꽃 튀는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과연,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게 될 이는 누구일지! 트럼파트 선수와 인간 선수의 대결!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선수들 각자 위치로! 경례! ...시~~작!]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의 소리와 함께, 손에 마나 주문을 모은 샤벨은 사방으로 자신의 마나를 흩뿌렸다. 하나하나가 전부 카드가 되어 공중에 떠올라 진을 치듯 경기장을 에워싸며 제법 멋진 광경을 연출했고, 메카니르도 순간 그에 정신이 팔렸다.


"후후... 이미 걸려들었어! 진정한 도박사는, 이기는 게임만 하는 법이거든!"


그녀의 손짓에 따라 카드가 뒤집히며, 안과 밖을 이어주는 공간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것을 본 메카니르는, 어째서 그녀가 그 카드를 일부러 넓고 광범위하게 배치했는지를 깨달았다.


[아아-! 트럼파트 선수! 처음 보는 전술로 인간 선수를 상대합니다!]


[저건 그냥 카드가 아니에요! 공간과 공간을 잇는 카드죠! 사실상 이미 기동력 면에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격차가 생겼죠?!]


그 말대로, 카드 사이를 미친듯이 누비며 메카니르의 정신을 흐트리는 공격을 하는 샤벨. 물론, 그 정도 공간 마법은 메카니르의 앞에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마물들 사이에서는 문자 그대로 '손에 꼽을' 정도의 실력자임은 분명해보였다.


(촤륵-)


"음?"


메카니르의 코앞에서 카드 한 장이 갑작스럽게 나타났고, 그 안에서 샤벨이 엉덩이부터 내밀고 나오며 메카니르의 코앞에서 멈췄다.


"에헷! 쏘~리! 이거나 드셔! 으응!"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맙소사. 이런 전략전술이라."


[아아~! 인간 선수 위기입니다! 직빵으로 매혹의 가스가 잔뜩 담긴 방귀탄을 맞았어요! 시야도, 감각도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잔뜩 자욱한 누런 안개가 가득한 투기장 안에서, 무수한 총탄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아하하하하! 인간! 네가 손이 백 개가 있어도! 눈이 백 개가 있어도! 이 탄환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


[우와앗! 카드 속으로 총탄을 난사하는 샤벨 선수! 사각은 없습니다! 메카니르 선수를 둘러싼 사방의 카드가 동시에 총탄을 난사해댑니다! 공간 마법의 극을 달리는 전법!]


"...이런 식인가."


손가락 끝에 힘을 집중한 메카니르는, 그 기운을 자신의 금속 재질 장신구에 부여하여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든 뒤, 힘을 주어 산산조각내 박살을 냈다. 무수히 많은 금속 조각은 어지럽게 흩날려가며...


(까가가가가가가가가가강-!)


"...뭣?!"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총알이 모조리 도탄되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일이!]


[말이 됩니까! 불가능하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법이 없어요! 그런데 이건 현실이에요!]


"꽤 재밌구나. 그렇다면 나도 무언가 하나를 보여주어야겠지."


손을 강하게 휘둘러, 큰 돌개바람을 일으켜 그녀의 마력이 담긴 짙은 유황 가스를 몰아내는 메카니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던 샤벨은, 대회 개최 이래 최초로 쇼크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놀라며 물러섰다.


"무엇이 진실인가, 무엇이 거짓인가."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그의 몸에서 빛이 쏟아져나오더니 빛줄기가 인간의 형상을 하며 경기장 전체로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쿠우웅-! 콰드드드득!)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인간 형태의 빛 덩어리가 점차 실체화되더니, 메카니르와 동일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사실상, 한 명도 이길 수 없다고 느껴지는 상대가, 사방에서 자신을 노려보며 주먹을 겨누는 모습에, 샤벨은 순간 실신할 것만 같은 아찔한 공포를 느꼈다.


"네가 보는 이 모든 거짓된 허상이, 모두 진실이 될 것이니!"


분신들과 함께 강하게 지면을 내려치는 메카니르. 경기장 전체가 뒤엎어지는 것 같은 막대한 충격파가 일었고, 거대한 마력탄이 발밑 바로 아래에서 터지는 것 같은 강한 힘의 격류가 샤벨을 덮쳤다. 있는 대로 마나와 힘을 끌어모아, 카드로 두터운 방패막이를 만들어 버텨내보려 했으나, 압도적인 힘 앞에 그 모든 저항은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할 뿐이었다.


"으그....윽...!"


(쨍강-!)


"큭! 꺄아아아아아악!"


[대...대지진에 가까운 힘입니다! 경기장 전체가 뒤집히는... 꺄악! 여기까지 진동이!]


[후와아아아아! 모두들 꽉 잡아요!]


흙먼지로 뒤덮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경기장 내부에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카드로 몸을 가리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샤벨과, 두 다리로 서서 여전히 샤벨을 주시하는 메카니르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큿... 후우... 후우... 대단한데...!"


"...이걸 버티다니. 재밌구나."


[우...우와앗! 저 일격을 버텨냈습니다! 역시 하급 신에 필적한다는 마물, 에이스의 트럼파트!]


[쓰러졌어도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대단해요!]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인간! 너를 위한 총알은 아직 많다고!"


"...그렇다면 보여봐라. 나에게 닿게 해봐라!"


"...에이스의 절정을... '에이스 하이' 의 힘을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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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당-! 탕!)


[저게 어딜 봐서 지친 선수의 총탄입니까! 하나도 흔들리지 않아요! 오로지 목표만을 노리고 날아듭니다!]


[아아! 하지만 닿지 않습니다! 총알이 날아드는 족족 쳐내버리고, 잡아버립니다! 오히려 지친 기색도 보이질 않아요! 마치 자연재해를 대적하는 기분이 들 거에요, 샤벨 선수!]


[아무리 쏘고 또 쏴도 제대로 맛이 안 살아요! 딜이 부족해요 딜이! 데미지가! 인간 선수의 저 견고한 방어술을 뚫을 딜이 없어요 그냥!]


"...하아... 하아...! 받아라... 이게...!"


(휘이이이오오오-!)


"내 모든 것을 담은 마지막 탄이야!"


(타앙-!)


"....흠!"


(터엉-!)


그리고, 남은 마탄을 전부 하나로 뭉치고, 몸 속의 마지막 남은 마나들까지 한번에 끌어모아 발사하는, 최후의 일격을 선사하는 샤벨이었지만...


"...진짜... 뭐 저런... 이럴 수가..."


그 일격은, 메카니르에게 정말 우스울 정도로 쉽게 막혀버렸다.


"...인상깊은 전투였다. 서 있는것도 어렵지 않은가?"


"이런... 무슨..."


(털썩-)


"...잊지 못할 전투로구나."


"...힘이... 으아아아..."


[...스...승부가 결착이 납니다! 이번에도... 연이어서! 압도적인 포스를 과시하며! 결승전으로 가는 티켓을 메카니르 선수가 거머쥡니다!]


카드 위에 지쳐 쓰러진 샤벨이 회복실로 이동되는 것을 보며, 메카니르는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대기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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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일어났군."


"...여긴... 여긴 어디지?"


"회복실."


"....너는..."


"..."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야. 마물들하고도 싸워서 이기던 내가, 인간한테..."


"충분히 인상깊었는데. 그 공간 이동을 십분 활용한 전법 말이야."


"...뭐라고 해야 하지. 지고 나서 상대한테 위로들으니까 막 더 쓰라리고 아프네. ...아, 니가 나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걱정 말고."


"...그런가. 그렇지만 정말 인상깊었으니."


"에휴... 됐어. 그래서 왜, 무슨 일로 왔어? 설마, 졌으니 몸을 바쳐라 이런 건 아니지? 꺄아~♡"


"...진짜 아닐세."


"...좋다 말았네. 진짜 무슨 일이야?"


메카니르는, 말 없이 펜과 사전을 꺼내들었다.


"...이게 뭐야? 사전? 학자였어?"


"보면서 내 설명을 좀 들어주게.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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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느낌? 내가 왔던 땅의 체셔 캣이랑도 만나봤었구나?"


"스스로를 샤이라고 소개한 마물이었지."


"응... 여왕님이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하셔서 우리하고 같이 왔지. 뜻밖의 소득인걸? 이렇게나 재밌는 인간이라니!"


"...그런 의미에서, 조금 도와줄 수 있겠나?"


"물론이지. 흐흥... 나중에 우리 여왕님이랑도 만나게 해보고 싶은걸. 푸훗!"


"...그건 그렇고, 원더랜드의 친구들은 웃음이 많구려."


"뭐, 기묘하고 미스테리한 행복의 땅, 원더랜드니까! 후훗..."


다시 웃음을 되찾은 샤벨.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사전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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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보여준 친구의 사진. 이 마물은 하트의 병정이며, 숫자는 5이다. 취미는 방귀뀌면서 남편과 섹스하기.]


[트럼파트 - 'Trumfart']

[속 : 마인 / 형 : 마인]

[서식지 : 원더랜드]

[식성 : 인간과 동일한 식사]

[성격 : 다양함]


[하트 여왕을 섬기는, 이상한 나라의 병사들. 이상한 나라를 헤매던 인간 여성들을, 하트 여왕이 '마음에 든다' 는 이유 단 하나로 마물로 받아들여 마물이 된 존재들. 두둥실 떠오른 거대한 트럼프 카드에서 빠져나오는 듯한 외형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카드는 '그녀들만의 주머니 차원' 으로 이어지는 이공간과의 통로이다. 그녀들이 허락한 이들만이 이 카드 속을 넘나들 수 있고, 이상한 나라 곳곳의 트럼프 무늬의 벽에서 나타나거나, 여왕이 몸에 두른 트럼프 카드 다발에서 부름을 받고 나오거나, 혹은 스스로의 마력으로 구현한 카드 부유체를 매게로 공간이동하듯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마음에 든 남성을 찾으면 언제나 잡아서 심문과 고문을 하여 경비병의 의무를 다하라. 라는 명령을 받아, 마음에 든 남성을 찾으면 적극적으로 덮쳐 심문이라는 명목으로 남성의 몸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키스하며, 고문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카드 속 주박으로 구속시킨 뒤 엉덩이를 내밀고 방귀를 뀌어대며 깔깔 웃으며, 방귀고문을 하며 남성을 범하며 서로 애정을 키워가기도 한다.


어린아이같은 성격이 많지만, 개체에 따라 신중하고 시니컬한 개체도 있다. 다만 공통점으로는, 언제든지 이상한 나라의 불가사의한 사건이나 음란한 일에 엮이고 남성과 교미하여 사랑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밌게도 그녀들은 그녀들이 부여받은 '카드' 의 형질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될 정도로 성격과 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1. 스페이드 - 스페이드의 병사들은 활발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며, 호전적이고 경쾌한 이들이 많다. 남성을 이상한 나라 곳곳에 데리고 다니며, 남아도는 활력으로 운동을 즐기듯 남성과 교미를 해댄다. 동시에, 운동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알듯, 그녀들은 다부진 몸에 보기 아름다운 미형의 근육을 하고 있어, 건강미 넘치는 톰보이를 좋아하는 남성들의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고 한다. 또한, 그 운동을 중시하는 식성 덕에 언제나 그녀들의 배는 부글거리며 끓어오르고, 닭가슴살과 샐러리, 마늘 등의 식품으로 인해 끔찍하리만치 지독한 방귀가 언제나 가득찬 상태라고 한다. 만약, 수풀 속이나 구석진 골목 등지에서 카드가 팔랑이는 소리와 함께, 추잡스럽고 역한 방귀냄새가 풍겨져 온다면, 그것은 필시 남편과 교미를 하고 있는 스페이드의 병사일 것이다.


2. 클로버 - 클로버의 병사들은 내성적이고 얌전한 이들이 많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예술 활동에 전념하고, 체스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인간들이 어디선가 가져온 만화, 오락기, 장난감 등에 관심을 갖고, 남편과 함께 건설적인 토론과 더욱 건설적인 방귀섹스를 즐기며 카드에서 나오지 않고 이불 속에서 지낸다고 한다. 어찌나 그 정도가 심한지 여왕이 '이불 밖으로 나가!' 라며 꾸중을 할 정도지만, 그럴 때 마다 그녀들은 이불 밖으로 엉덩이만 삐쭉 내밀고 방귀를 뀌며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그 귀여운 모습을 참지 못한 남편들에 의해 여왕이 보는 앞에서 잔뜩 귀여움받으며 범해진다는 것이 일상이라는 듯 하다. 물론, 그녀들 또한 움직일 생각 없이 침대 속에서 뒹굴거리며 기름진 음식들을 선호하고 먹기에, 언제나 축축한 방귀를 달고 산다고 한다. 실제로, 그 축축하고 뜨겁고 지독한 방귀 때문에, 그녀들은 2주에 한번 꼴로 이불을 바꿔야 한다고.


3. 다이아몬드 - 다이아몬드의 병사들은 장난을 좋아하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며, 새로운 것을 반긴다. 여왕과 함께 더불어, 이상한 나라에 일어나면 좋을 것 같은 새로운 사건과 신기한 장난, 음란한 해프닝들을 떠올리길 좋아하며,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도 동일한데, 언제나 끊임없이 음란한 장난을 쳐오며, 마치 놀리듯이 방귀로 수없이 희롱하고, '오늘은 뭐하고 놀까, 자기야?' 라고 끝없이 속삭이며, 때로는 남성을 동물이나 수인으로 바꿔 색다른 교미를 하거나, 혹은 스스로를 수인형 마물로 바꿔 또 다른 느낌의 교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가장 자주 보이는 레퍼토리는, 스컹크라는 동물의 특징을 반영하여, 스스로를 암컷 스컹크녀로 바꾼 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귀를 흘리고는, '변태 암컷 스컹크가 발정이 나버렸어뿡~♡ 내 냄새나는 방귀구멍에 자지 푹푹 아기씨앗 븃븃 해줘~♡' 라고 유혹하며, 참지 못하고 발정이 나버린 남성에게 끝없이 범해지는 것을 즐긴다던가.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4. 하트 - 하트의 병사들은, 특히 음란하고 노골적인 이들이 많다. 언제나 밀회를 즐기고, 사랑의 말을 뿌리며, 멈추지 않는 교미를 이어나간다. 여왕에게 직접 하사받은 음마의 힘 덕에, 그녀들은 언제나 남성과 교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며, 닿은 이들까지 음란한 기분이 되는 분홍색의 방귀를 흩뿌려댄다. 그 방귀는, 오로지 그녀들만이 만들 수 있는 완전 발정 섹스유도 페로몬으로, 그 어떤 목석같은 마물들이라도 그 냄새를 조금이라도 맡으면 금새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며, 사랑하는 자신의 반쪽을 끌어안고 비비며, 자신의 냄새로 마구 덮어버리려 한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곳곳에서 격한 교미를 나누며, 자신의 안을 무자비하게 범하는 남성기의 움직임에 맞춰 이리저리 방귀를 흩뿌려 냄새로 모든 곳을 덮어버리는 것이 그녀들의 임무인 것이다.


이렇게 기호가 나뉘는 동시에 경비로써의 본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애초에 그녀들이 병사인 동시에 여왕의 친구이자 놀이상대이기 때문이다. 즉, 그녀들이 마물이 된 것은, 오직 여왕이 친구가 필요한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녀들은 여왕의 부름이 있으면 대뜸 남편과 함께 달려간 뒤, 여왕의 엉덩이 사이에 남편의 얼굴을 파묻고, 뒤통수에는 자신의 엉덩이를 완전 밀착시켜, 엉덩이 샌드위치 사이에 낀 햄처럼 만든 뒤, 원더랜드에 다 울릴 정도로 거대한 방귀를 쉼없이 뀌어대며 장난과도 같은 방귀 대결을 이어간다.


참고로, 그녀들의 강함의 척도는 숫자에 따라 나뉜다. 높은 숫자로 갈 수록 강해지는데, 하위 숫자라도 인간 병사들은 가볍게 상대할 수 있으며, 상위 병사들은 용사들마저도 애를 먹는 수준에, 에이스라는 칭호를 지닌 병사는 '하위 신' 과도 필적한 힘을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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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페이드의 에이스인 그대는..."


"그래. 내가 이렇게 강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거야. ...근데 넌 날 이겼고. 대단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메카니르. 그를 오묘하게 보던 샤벨은, 문득 그에게 물었다.


"이봐. 인간."


"...응?"


"우승 아니면 준우승이잖아 이제."


"그렇지. 근데?"


"상금, 그거 어디다 쓰려고?"


"...글쎄. 생각해본적은 없다만...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군. 어차피 돈이 급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재물에 관심도 없고."


"호오... 부자야?"


"부자 까지는 아니다만... 조금 여유있다 수준?"


"...그러면 나 골드 조금만 빌려주라. 아이스크림 사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여기."


(텅-)


금괴 하나를 즉석에서 가방 속에서 만들어 건네는 메카니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란 그녀는 급히 그 금덩이를 돌려주려 했다.


"엗?! 아니아니아니아니! 이런 거 말고! 그... 소액! 소액! 스몰 머니! 돈 많이 필요 없어! 이렇게 주면..."


"잔돈은 가지게. ...아니, 그냥 빌린 게 아니고 줬다고 생각하지. 내 사전 집필에 큰 도움을 주었으니."


회복실 문을 닫고 떠나는 그의 귓가에, 행복에 가득 찬 여인의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또 봐! 복받을거야, 인간 메카니르!"


"...푸훗... 재밌는 친구들이로군. ...마침... 시간도 늦지 않았어. 서둘러 가야겠군."


4강전의 2경기가 펼쳐지는 곳으로 향하는 메카니르였다.




[아...압도적인 힘...! 지금까지, 4강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힘은 그저 편린에 불과했던 것입니까?! 에키드나 선수!]


[힘도, 마나도! 드래곤을 훨씬 상회합니다! 땅의 여제, 웜이 어디 보통 마물입니까?! 최강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마물 아닙니까! 그런 웜 선수가!]


(콰아아아아아앙-!)


[우와아아아아아악! 엄청난 속도!]


[헤이스트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나의 빠른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에요! 그래서 몸이 클 수록 헤이스트를 사용하기 어렵고요. 그만큼 마나가 많이 드니까. 하지만 마나가 많이 들어도 상관 없다 이거에요! 나는 감당 가능하다! 내가 만물의 어머니다!]


[아아~~~ 결국 웜 선수가 쓰러집니다! 일어나기 어려워보입니다!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쿠웅-!)


[...결국! 압도적인 격차를 보여주며, 내가 바로 결승에 어울리는 종족이다고 선포하듯 외치며! 에키드나 선수가 결승으로 진출합니다! 모레 오후 1시! 임페리우스 배틀 홀에서 벌어지는 결승전 티켓을 거머쥐며 올라갑니다!]


[정말, 정말 분전했어요 웜 선수도. 왜 자신이 4강까지 진출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를 정말 여실히 보여줬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나도 힘의 차이가 강력했어요. 상식 밖의 격차였어요.]


그렇게, 내일 잡힌 3/4위 순위결정전, 그리고 모레 잡힌 결승전 일정을 확인한 메카니르는, 하루의 여유 시간을 갖게 되어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다음 날...


"...흠, 순위결정전인가. 굳이 볼 필요는 없겠지. ...오늘은... 그냥 시내 탐방이나 할까."


피조물의 모습을 조금 더 많이 담아두고 싶었던 메카니르는, 몸을 움직여 바깥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가장 한적한, 북서쪽 경계에 위치한 야산에 올라 마을의 모습을 살펴보던 그의 곁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음?"


"...반가워요. 메카니르 씨."


"당신은..."


"...소개할게요. 모든 만물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그리고 저 너머 보이는 던전의 총지배인이자 창조주인, 그리고..."


정중히 인사를 한 그녀는, 메카니르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당신의 결승 상대. 에키드나인 엘라프라고 합니다."




--------------------------------------------------------------------------------------- 12장, 트럼파트 편 [END]




"...반갑소. 엘라프 양. ...무슨 일이시오?"


"...당신은... 아주 강한 사람입니다."


"...부정하지는 않겠소."


"...제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승부조작, 혹은 그에 준하는 위법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다면 무엇이든 말해보시오."


"...부디... 저를, 제 친구들과 가족들을 도와주세요...!"


"...그게 무슨..."


마물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 성적인 희롱도, 승부 포기 요구도 아닌, 간절하고 절박한 외침에, 메카니르는 저절로 흥미가 동해 그녀에게 다가섰다.


"...자세히 이야기해주시오. 저 던전의 지하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에키드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느 때와 같이, 던전의 유지보수를 이어가며 다가올 축제에 맞춰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심부의 바닥 균열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메울 수 없는 균열이 점차 커져가며, 그 사이로 녹색 이물을 쏟아내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것들이 어디서 유입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차라리 밖으로 꺼내서 어딘가에 가둬두자고 생각했고, 그 이물을 건든 순간, 지반 전체가 무너지며, 거대한 괴생명체가 울부짖으며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한 덩치 하는 에키드나인 자신보다도 수십 배는 더 큰 것 같은 괴수는, 미친 듯이 날뛰며 던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고, 던전에서 머무르던 모든 마물들과 함께 총공세를 퍼부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지금 그 괴물은 지하층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모든 마법 자체가 먹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소식을 듣고... 축제 준비를 위해 마을에 모여계시던, 외부에서 오신 리치, 백택, 류, 바포메트와 같은 마물분들이 강한 수면 마법을 걸어서 간신히 진정시켜놓은 상태인 것이죠. 문제는..."


"언제 깨어날 지 모른다. 이거로군."


"...다 제 탓이에요... 제가 그 균열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아닐세. 사람들까지 찾아온 상황에서 일이 터졌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졌을거야."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녀를 위로한 메카니르는, 그녀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저 괴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네."


"...정말인가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군."


감격한 듯, 그의 손을 꼭 붙잡고 메인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는 엘라프.


"...정말... 정말 고마워요... 모험가 메카니르 님..."


"...그렇게 생각 말게. 힘이 있어도 행하지 않는 것이 불의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소."


거듭 감사를 표하는 엘라프에게, 메카니르는 이렇게 말했다.


"...참, 내일 승부는 어떻게 하겠소?"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난 진심을 다할 것이오."


'...사실 아니지만... 그래도 내 범위 안에서 해결 가능한 일이니까. 에르가페가 준 자료도 있고...'


그렇게 말하는 메카니르의 손을 꼭 잡으며, 엘라프는 간절하게 말했다.


"...네. 그렇게 다해주세요. 전력을 다해주세요. 당신의 힘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요.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구원자인 당신의 힘을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대도 최선을 다해보시오. 그 절박함이 얼마나 간절한지, 직접 몸으로 뼈저리게 느껴보겠소."


"...알겠어요. ...그렇다면, 먼저 돌아갈게요. 내일, 결승 무대에서 봐요."


"...그리하겠소."




대지를 기어 사라져 가는 에키드나를 보며, 메카니르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한낱 우주 먼지나 긁어먹으며 사는 기생충 따위마저도 이렇게나... 피조물들에게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심어주어야겠구나. 에르가페한테 그리 전달해야겠어.'


석양이 지는 산 너머를 바라보며, 메카니르는 산비탈을 따라 내려와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다음 날-------------


대망의 결승전 당일. 자리에서 일어난 메카니르는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나설 준비를 했다.


(똑똑-)


"....키키인가."


(끼익...)


"편안하셨나요, 밤은?"


"...물론."


"오늘로 손님과 저의 계약도 종료로군요."


"...그렇지."


"...평소와 다르시군요.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 아닐세. 그저... 강자만의 생각이라고 할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군요...?"


"괜찮다네. ...그건 그렇고,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오히려 저와 제 남편이 메카니르 님 덕에 재밌는 경험을 했죠. 경기도 재밌었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무운을 빌겠습니다."


"고맙네. 퇴실 절차는..."


"제가 오전 중으로 모두 끝내놓겠습니다. 짐은 물품보관소에서 찾으실 수 있으십니다."


"고맙네. 키키."


인사를 하고 물러가는 키키를 뒤로 하고, 그는 가벼운 아침을 마무리한 뒤 경기장으로 서둘러 향했다.


"....집이 없어지는 것 만큼 슬픈 일은 없지. ...그것도, 소중한 기억이 깃든 집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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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화려한거지..."


무르익은 축제를 마무리하는 대단원에 어울리는 분위기. 콜로세움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수많은 스포트라이트가 메카니르에게로 비춰지고 있었다.


[말씀드리는 동시에!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려 온 인간! 메카니르 선수가 남문 출입구에 도착합니다! 아! 그리고 동시에! 에키드나 선수가 북문 출입구에 마나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나타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마지막으로 서게 될 승자는 단 하나! 모든 마물을 압도하며 어머니의 위엄을 보여준 에키드나인가! 내가 가는 길이 곧 역사이고 전설이다! 인간이 될 것인가!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확실히 결승 무대는 결승 무대구나, 하고 생각한 메카니르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말도 안되게 비장한 그 모습에, 모두들 경탄할 뿐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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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만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오. 진심으로 부딪혀보고 싶어졌거든."


진행요원들이 건네는 모든 마도구 및 마계은제 냉병기들을 물리치며 메카니르가 말했다. 어차피 이런 것 따위 없어도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간절한 힘이 있어도 이길 수 없었던 그 기생충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아무리 피조물이라지만, 최소한 이런 기생충 정도는 우습게 격퇴할 수 있는 힘을 심어줘야겠어.'


[선수들! 입장합니다! 보십시오! 저 위엄있고 늠름한 자태를! 내가 바로 모든 만물의 어머니이며, 던전의 주인이다!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마! 에키드나, 엘라프 선수입니다!]


그리고, 엘라프가 입장하는 것을 보며, 그도 서서히 콜로세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그리고 그 에키드나의 대적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바로 신이다! 소개합니다! 전설을 써내려가는 인간! 메카니르입니다!]


건틀렛을 고쳐 끼며, 에키드나의 앞으로 나아가는 메카니르. 이내,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까지 가까워진 둘은, 시합에 앞서 짤막한 대화를 나누었다.


"...쉽지 않을 걸세. 그러니 자네도 진심을 보여주게."


"...물론입니다. 제 진심은... 꽤 아플 겁니다."


"기대하고 있지. 그리고...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네."


"...고마워요. 메카니르 님."


"...그렇다면 일단 자리로 돌아가지."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자리로 갑니다! 강자들끼리, 긴 말은 필요없다는 의미일까요~? 자! 정정당당하고 명예로운 마지막 결투를 위해! 선수 상호 경례! ...그리고... 셋... 둘...! 하나!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데엥-!)


크게 울리는 징 소리에 맞춰,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쿠웅-!)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강한 진동과 함께, 에키드나의 꼬리가 휘둘러졌다. 잽싸게 피해보는 메카니르. 하지만, 그 동시에 그가 향하는 퇴로에 거센 마나의 불길이 깔려있었다.


"...막아야겠군."


(터엉-!)


팔을 들어올려 공격을 막아내고, 반대쪽 주먹을 휘둘러 공격을 전개하는 메카니르. 하지만 동시에, 엘라프의 손가락 끝에서 소규모의 차원의 틈이 열리며, 마나로 이루어진 별의 홍염이 메카니르를 덮쳤다.


(슈화아아아아아아아악-!)


"...공간 전이?! 제법이군!"


자신에게 몰아치는 마나를 끌어모아, 결정체의 형태로 거칠고 무질서하게 압축하는 메카니르. 그리고,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그 결정체를 엘라프에게 쏘아보낸 그는, 그녀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주의가 분산된 순간, 그녀가 펼쳐두었던 불의 장막을 짓밟고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큿...!"


(쿠구궁! 쾅!)


[탐색전부터 살벌합니다! 사실상 무조건 맞아야 하는 가불기를 엘라프 선수가 구사했지만 잘 막아냈죠?]


[그렇습니다! 저 묵직한 일격을 손으로 받아내고, 몰아치는 마나의 불길을 응축해서 더 강해진 방식으로 되돌려줬어요! 저게 맨손으로 어디 가능한 일입니까?!]


"...과연, 대단한 힘이군요..."


"제법이군. 자... 더 보여보게나. 여기서 끝은 아니겠지?"


"...아직 보여드릴 것은 많습니다. 그리고..."


(꾸루루루루루루룩...)


"...음?"


"오직, 뱀들만이 할 수 있는 전투술을, 몸소 체험시켜드리죠!"


(쉬이이익-!)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엘라프는, 꼬리를 부웅 휘둘러 메카니르를 감싸고는 몸으로 부딪혀 데미지를 준 뒤, 휘감은 꼬리의 끝부분의 구멍을 움찔거리며 메카니르의 안면에 향하게 했다.


"...이 구멍이 뭔지 아시나요? ...맞아요. 후훗... 직장과 연결된 항문이라고 하는 기관이죠."


"...마물들의 전법은 모두 이런 부류인가..."


"그렇죠. 효과적이고 확실하며, 마물답게 아주 음란하죠. 후웃...! 제 마나의 격류가 담긴...! 일격을 받아보세요!"


뿌부욱! 뿟푸부푸푸부푸푸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아앗! 웜과 라미아들만이 할 수 있다는 전매특허 기술! 꼬리로 묶어서 방귀를 퍼붓는 기술입니다! 콜록... 여기까지 냄새가 나네요!]


[지극히 지독한 격류입니다! 메카니르 선수! 코와 입에 직통으로 방귀를 난사당하고 있어요! 이거 비상이죠?! 비상걸렸죠!]


'...아닌데. 그건 그렇고...'


에르가페가 자신을 결박한 뒤, 그 커다란 자줏빛 엉덩이를 들이밀며 자신의 냄새를 묻히는 상상을 한 메카니르는 순간 기분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전투의 현장으로 집중하며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공기의 흐름... 공기의 흐름이 장을 통할 때 마다 조임이 느슨해지는군. 아직 고칠 점이 많구나."


"후후... 그렇다고는 해도, 탈출할 수 없으니 가만히 계시는 것 아닌지요? 제 조이는 힘은... 그 어떤 마물도, 어떤 마도구를 사용해도 탈출할 수 없..."


(투웅-!)


"크읏?!"


"...있구나."


"...말도 안 되는 힘...?!"


[우와아아아아아아앗! 저걸 보십시오! 메카니르 선수! 인간임에도 에키드나인 엘라프 선수의 방귀를 온몸에 뒤집어썼음에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막강한 에키드나의 구속을 풀어버리는 미친 모습!]


[점점 더 상식을 벗어난 행동만을 보여줍니다! 정말 신이라도 되는 건가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흐응...!"


뿌부부우우우우우우웅! 부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앙!


[콜록...! 스읍... 하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중계실 안까지 파고드는 악취로 인해 저희 전원이 공기 여과장치를 착용한 점 사죄드립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격한 악취에요! 지독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해요!]


[그리고 더 지독한 건 이 악취 속에서 멀쩡히 견뎌내는 메카니르 선수입니다! 전혀 효과가 없는 것 처럼 보여요! 어떻게 사람이 저래요!]


"...이제 저의 무대입니다. 노란 연무 속에서... 천천히 조여드리죠...!"


(슈웅!)


에키드나가 다시 한번 달려들어, 메카니르를 덮쳤다. 다시금 그의 몸을 조이고, 그의 코앞에 찐득한 노란 액체가 흐르는 역한 방귀구멍을 들이밀더니, 그녀는 끈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같은 멋진 인간을 이제서야 만났다는 것이 아쉽네요. 분명... 당신은 동정이로군요...? 그렇다면 그 처음, 제가... 제가 받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함락시켜드리죠!"


'...그래... 이래야 마물이지... 음...'


뿌우우우우우우우욱! 부루룩! 부루르르륵! 뿌스스스슷...


"...방귀가... 잠시만 기다려보시길...? 후우.... 응..."


(쮸거어어억... 푸쉬이익... 찔꺼어어억-)


[우와아앗! 저건! 기본적으로 에키드나를 비롯한 뱀 계통의 마물들의 능력이에요! 총배설강으로 공기를 빨아들인 뒤 지독한 마나와 섞어서 내보내는 거죠! 문자 그대로 24시간 가동중인 방귀 공장! 메카니르 선수가 버텨내기는 힘들어보입니다!]


엘라프의 항문이 움찔거리며 커지더니, 이내 블랙홀처럼 주위의 공기를 거세게 빨아들였다. 그녀의 뱀과 같은 하반신이 통통하게 부풀어오른 것이 보일 정도로 몸이 부푼 그녀는, 메카니르를 보고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배를 꾹 누르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 방귀... 전부 받아내보시길!"


뿌뷰쥬뷰류류뷰뷰부부부부브브브르르르브브르르브르르브브르르르브브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보로보로로로로로로록! 뿌롸라라라라라라파다다다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웅!


"...흐...흐아아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쾌가암... 기분 좋은데에..."


[그...쿨럭... 쿨럭쿨럭... 냄새...! 으으으...]


[쿨럭! 여...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의 맹렬한 악취가...! 메카니르 선수... 으... 콜록... 후아아...]


(풀썩-)


[어...언니?! ...믿을... 쿨럭쿨럭! 믿을 수 없습니다아...! 공기 여과기를 착용한 해설진들 사이에서도 기절하는 마물들이...! 콜록콜록...! 그녀마저도 절정에 이르게 하는 맹렬한... 콜록... 방귀...가...! 우으윽...! 우욱!]


[콜록... 과... 관객 여러분들 중에서도 어지럼증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서둘러 의료지원팀을... 콜록... 냄새...!]


순식간에 경기장 전체가 초토화가 될 만큼 맹렬한 방귀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경기장에 강림한 '자연재해' 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던 관객들과 해설진들은, 그 두터운 마나 보호막이 악취로 인해 부식되고 망가질 정도의 격한 방귀의 희생양이 되어, 고통을 호소하며 콜록거리거나 더러는 기절까지 하기도 하는 등, 그녀의 방귀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꽤 독하긴 하군.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마물들 중에서 가장 독하고 진한 악취야."


"...?!"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이군. 내가 살아있는 것이 신기한가?"


"마...말도 안돼... 반드시 기절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 차례인가. 엘라프."


긴장하여 자세를 고쳐서는 엘라프. 그리고, 그는 경기장 자욱히 깔린 싯누런 마나를 끌어모아 일점에 압축한 뒤, 그 마나의 형질을 강제로 바꾸어 자신의 힘으로 삼았다.


[겨...경기장의 안개가 걷힙니다! 메카니르 선수! 무엇을 준비하나요?!]


"...꽤 재밌는 힘이구나. 이제 내가 보여주지..."


그리고, 이질적인 힘으로 물든, 황금빛 사슬이 허공에서 차원의 틈새를 찢고 나오며 엘라프를 노려보듯 그녀에게로 뻗어가기 시작했다.


"저...저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마법...?!"


"잘 보아라, 그리고 뼈에 새겨라!"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마나로 이루어진 사슬이, 믿기 힘든 속도로 몰아쳐 도망치려던 엘라프를 결박한 뒤, 무자비한 마나의 격류를 쏟아내어 그녀의 몸을 헤집어놓았다.


"무엇으로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진실을!"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으...으호오옷...?! 응크으으으읏....! 아...히익...!"


(털퍽-)


잘 버텨오던 그녀였지만, 결국 그 일격에 당해 바닥에 쓰러지며, 힘을 잃고 하늘을 보며 드러누워버리고 말았다.


"..."


"...엘라프."


"...져버렸네요..."


"...그래도 내가 본 마물 중에서 제일 훌륭했다. 결승전이라는 무대에 걸맞는 실력이었어."


"...정말, 정말 강하군요... 당신은..."


"...그래. 이제 대련은 끝이니, 내가 그대와 함께하지."


"...고...마운... 분..."


(스르르르...)


[에...엘라프 선수가 쓰러졌습니다! 일어나지 못합니다! 마나의 흐름은 느껴지지만 일어나지를 못 하고 있어요!]


[기절한거죠! 사실상 따운! 따운이에요! 휘청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따운!]


[결착이 난 것 같은데요! 타임아웃이 코앞인데요! 네! 3초! 2초! 1초...! 일어나지 못합니다! 여러분!!! 승자가... 승자가 탄생합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객석 곳곳에서 들려왔다. 주위를 슥 둘러보는 메카니르.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자신이 걸어들어왔던 장소로 뚜벅뚜벅 걸어나간 뒤,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잠시 우주 바깥의 신들과 교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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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졸린데 좀 그만하면 안될까?"


이미 하르모니아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그나마 일하는 시늉이라도 하던 판타소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에르가페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거 녹색 덩어리 고작 하나 건져놓고 쉬려고? 지금도 안에서 뺑이치는 메카니르가 있는데?"


"아이고... 참 애틋하네. 그래서 둘이 야스 언제해?"


"아이 씨발! 닥치라고 좀!"


(치치지지직...)


"...아, 잠깐. ...교신이다. 메카니르?"


"나한테도 연결이 오네. 너는?"


"...나도 왔어. ...메카니르? 왜?"


[아... 에르가페. 혹시 그... 여기, 이 우주의 주연이 되는 이 행성의 생물들 있잖아.]


"응. 왜?"


[애들 좀 강하게... 힘을 길러줘야겠어.]


기생충 정도는 쉽게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말을 하는 메카니르의 말을 듣던 에르가페는 그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며 말했다.


"그게 맞겠네. 응... 근데 일단, 그 녀석을 해결하는 게 먼저지?"


[그렇지. 에키드나라고 하는 피조물과 함께 잡으러 가려고 하는데...]


"그래? 흐으음..."


잠시 고민을 하던 그녀는, 자신의 우주에 손을 가져다 댄 뒤, 메카니르의 좌표 인근에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굉장히 이질적인 기운이 어디선가 유입된 것을 느낀 그는, 에르가페에게 그 힘의 정체를 물었다.


[이게 뭐야?]


"...내 힘을 발휘할 매개체. 화신 상태에서는 너도 제대로 힘을 다하지 못할 거 아냐. 알지? 그 괴수 잡는 법. 그래서, 널 도와줄 매개체를 각성시켰어. 아! 약간 낭만적으로 말해보자면... 음! 위기 앞에서 각성한 인간 용사! 그렇게 되겠네."


[...그 정도까지 수고를 들여야 하나? 고작 기생충 하나에...]


"맞긴 한데, 그 녀석은 우리 신들의 피조물이 아니잖아. 주인을 잃고 바스러진 우주의 잔해물 사이에서 우연히 태어난 기생체라서... 우리의 힘이 제대로 닿지 않아. 즉, 우주 내에서 행사하는 우리의 권능이 녀석에게는 쉽게 먹히지 않는다는 거지. 훨씬 더 수고스러울거야."


[지금 해결하려는 방식이, 공간 째로 분리해서 외부로 이동한 뒤 기생체를 불사르는... 작전. 그거 맞지?]


"맞아. 하지만 아까 말했던 이유 때문에라도 그 기생체를 격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거야. 귀찮은 녀석이지."


[...몰랐는데. 내가 만들어놓은 것들은 자기들끼리 뭘 열심히 만들어서 초거성의 빛으로 지져버리길래... 하찮은 미물인 줄 알았건만.]


"...가끔 너 보면 똑똑한건지 바보인건지 모르겠어. 메카니르. 푸훗..."


[뭐? 바보? 푸후흣... 웃기네. 그런 말을 들어보게 될 줄이야.]


"이러니까 놀리는 맛이 있지. 후후..."


"...니들 빨리 사귀라니까?"


[거 조용히 해 좀!] / "시끄럽다고!"


"...얼씨구. 아주 난리도 아니네. 팝콘 가져올걸."


[...아무튼.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네가 잘 했으리라 믿어. 다른 이도 아니고, 너의 선택이니까.]


"내가 그렇게 믿음직스러워?"


[그렇다마다. 후후...]


"헤.... 있지, 조금만 더 수고해줘. 금방 만나러 갈게."


[...기다리지. 금방 보자고. ...그리고, 하르모니아, 판타소스. 내가 저 기생충을 소각하는대로, 포집기를 겨눠줬으면 하는데.]


"아... 거기도 잔뜩 있다, 뭐 이런 논지지? 좌표만 잘 남겨줘. 곧바로 포집해갈테니."


[그래. ...그럼 이만.]


연결을 해제하며,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남기는 메카니르였다.


"...헤에..."


"저새끼들 이악물고 안사귄다고하는거 괘씸하면 개추"


"일단나부터ㅋㅋ"


"...니들은 저리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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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


"....그나저나 어떻게 해결할련지 모르겠군. 일단은 힘을 주겠다 이야기는 했으니..."


통신을 종료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메카니르의 뒤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앗! 찾았다! 어디 계셨던건가요, 메카니르 님!"


"응?"


"우승하셨다고 끝이 아니죠! 시상식이랑 트로피 세레머니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따라오세요! 어서요!"


"음? 아... 이보게, 천천히...!"


그녀는, 메카니르를 이끌고 모두가 기다리는 시상대의 현장으로 바삐 그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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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승자가 왔으니, 그럼, 이제 트로피 세레머니를...]


한 라타토스크 마물에 의해 질질 끌려오다시피 한 메카니르. 그가 단상에 서자,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멘트를 읊는 주최측과 해설진에게, 메카니르는 마이크를 낚아채고 뒤로 돌아서며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잠깐,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네? 요구...사항?]


"...도심 북부에 위치한 던전이 폐쇄되었다더군. 여러 마물들의 추억의 장소이자 보금자리였던 던전이, 알 수 없는 짐승으로 인해 폐쇄되었고, 그 지하에 들어찬 정체 모를 이물질로 인해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그렇게 말했지. 에키드나, 엘라프 양이."


[...]


"...그 물질은 장시간 방치되면, 퍼져나가려는 성질이 있다. 던전 전체를 가득 채운 뒤에는, 곧 이 마을까지 덮치려 들겠지. 이웃한 마읗에서도 이와 같은 일로 큰 곤혹을 치렀던 경험이 있었다."


'...실제로 그러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지만... 일단 회수가 중요한 일이니까. 아무튼 거짓말은 아니야.'


메카니르는, 최대한 비장한 어조로 말을 하며 허위사실 수준의 말을 계속 태연하게 이어가다가, 옆 시상대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에키드나를 한 번 쳐다보고 눈을 맞추고는, 다시 주최측으로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해결하겠다. 폐쇄된 던전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다오."


[...네?! 그걸요?!]


"이제 시간 싸움이다. 폐쇄하고, 틀어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들이 아냐. 직접 내가 들어가서 물질들을 정화하고, 그 자리를 좀먹는 거대한 괴수를 처리해야 한다."


[...진심...인가요?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득을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소중한 것을, 그것도 자신이 손수 일궈낸 터전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트려야 하는 것 만큼 비참하고 슬픈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무너져 간 수없이 많은 기계들의 우주를 생각하며, 착잡한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다시 결의를 다진 듯 한 모습을 하고는 힘주어 재차 말했다.


"...던전으로 가는 길을 열어다오. 시간이 정말로 없다. 우승 상금? 재물 따위를 바란 적은 없다. 준우승자인 엘라프 양에게 양도하지. ...상금을 활용해서 최대한 도굴꾼들이나 민간인들의 출입을 막아주시게. 그리고 길잡이를 하나 마련해주시오. 던전을 매우 잘 아는 길잡이를."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거짓말같은가?"


"...막대한 우승 상금도 다 제게 양도할 만큼... 그렇게 하셔도 되는 건가요...?"


"...이전에 몇 차례 내가 일궈낸 터전을 잃었던 적이 있지. ...그런 고통을 겪는 사람은 나 혼자면 충분하니까."


"메카니르 씨..."


"내가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눈물을 보이는 것은 일이 다 끝났을 때면 충분하다네. ...그럼 결론이 났군. 곧바로 출발한다. 엘라프. 결계를 해제할 문장이든... 뭐든... 아무튼 가지고 오게. 먼저 가서 기다리지."


(파앙-!)


[...인간의 등에서... 날개...?!]


(쐐애애애애액-!)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청금의 날개 여섯 장을 펼치고 소닉 붐이 일어날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그를, 망연하게 바라보다가 서둘러 수습하기 시작하는 주최측.


"...정말... 정말 인간이 아닌 무언가인가...?"


그리고, 훗날 그의 이야기가 투기장의 전설이자 마을의 영웅으로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오직 메카니르만이 모르는 사실이었다.




----------------------------------------------------------------- 9막, 콜로세움 격전 - 下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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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분량조절도 실패하고 내용도 좆박고 전개도 좆박고 꼴리지도 않는 AI딸깍짤에 좆도 아닌 설정딸밖에 안남은 병신같은 소설에 이제 누가 남죠?

A : 님왜남아잇음...?


처참한 분량조절 좆박은 흔적... 걍 이거는 흑역사처럼 치부하고 다음에 던전 전개에서는 좀 빠르게 빼보던가 해야지 에휴씨발ㅋㅋㅋ

그래도 누군가는 재밌게 봐주니까...


근데 메카니르 전투 대사가 어디서 많이 본거같다고양? 사실 맞아양 던파바이럴이에양 저히같이 어둑섬갈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