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깊은 곳> 편] <5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마을> 편] <6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2)> 편] <7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上] <8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下] <9편>


호불호 갈리는 마물들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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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여기로군."


척 보기에도 이질적인 기운으로 가득한 경계 앞에 다다르는 화신, 메카니르. 수없이 많이 펼쳐진 결계로 인해 접근조차 힘들 것 같은 던전을 앞에 두고, 이걸 힘으로 열고 들어갈까 아니면 말해놓은 것이 있으니 기다릴까 고민하던 그였다.


"...그래도 기다려야지. 혼자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내가 아니고 던전이 작살날지도 모르는데..."


[...치지즈륵...]


"...?!"


순간, 던전을 비롯한 환경 전체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광경을 본 메카니르. 문득 그는, 투기장에서 너무나도 강한 힘을 썼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젠장. 더 제약을 걸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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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다리다 지친 메카니르가 온갖 제약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권능을 이용하여 던전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있을 때 즈음, 저 멀리서 땅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수많은 마물들과 인간 모험가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이 소리는?"


"메카니르 님!"


"엘라프! 이제 오는가. ...뒤따르는 이들은...?"


콜로세움에서 보았던 강자들, 그리고 에키드나와 함께하는 수많은 뱀 마물들, 힘을 보태주러 온 모험과들과 인근 친마물국가의 지원병들, 그리고 앳된 나이임에도 가장 앞에 서서, 거대한 대검을 등에 매고, 용맹하고 총기있는 표정으로 나아가는 한 소년까지. 어느덧 어엿한 '몬스터 토벌대' 의 모습을 갖춘 대군세가, 메카니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들, 도와주시겠다며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콜로세움에서 만났던 용맹한 분들..."


"...반갑다. 사막 유적의 수호자, 그리폰이라고 하지."


"헤헷. 또 보네? 아이스크림은 잘 먹었어! 덕분에 말이야."


"친척뻘 마물이 힘들어하는데, 보고만 있을 순 없죠. 반가워요. 전 리안. 종족은 웜이죠."


"...다들... 이렇게 선뜻..."


"여어, 우리도 왔다고. 이런 일에 또 빠질 수는 없지. 안 그러냐, 하루?"


"물론이죠. ...메카니르 씨, 머리 좀 쓴다는 친구들 다 모였거든요! 뭐든 나오지 않겠어요?"


엘로이, 호가르, 하루와 함께 온 삼총사들, 지에와 성혁, 그리고 손재주 좋은 벳시와 라비나까지 한 자리에 모였고, 그리고...


"내 육감적인 감각들의 힘을 빌리고 싶다고? 그렇다면야 이 누님이 도와드리지."


"헬라 누나가 가면 저도 가죠! 그리고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고 대륙 전체의 문제로 퍼질 것을 염려한 센티아 학회의 이사진 분들이 여러 학자분들을 파견해주셨어요."


"흐음... 우리만 조금 뒤늦게 온 감이 있는데, 그래도 나도 상당히 감각 자체는 날카롭거든! 헬하운드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오랜만이네요, 실바 리비디네 마을에서... 기억나시죠?"


"모스 아닌가. 큘리도... 다들 지식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이군! 큰 도움이 되겠어."


"모두들... 정말 힘을 보태줘서 고마워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자고요!"


결의를 다지고 외치는 에키드나 엘라프. 그녀의 눈빛에, 이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희망과 총기의 빛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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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륵-)


"...일단은, 던전 구조는 이러합니다."


엘라프가 큼직한 판 위에 백악으로 그린 그림을 본 헬라는, 놀랍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무진장 크네. 애초에 다 관리가 되던 곳이었어?"


"그렇습니다. 여기, 중앙 통로와 층계참들, 즉 지하 20층까지 내려가는 통로들과 인근 첫 번째 복도는 제가 관리합니다. 관조자의 눈으로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빠르게 찾죠. ...여기는... 최보아 양이 관리하는 색욕이 가라앉은 폐허, 여기는... 즈미야 양이 관리하는 홍수와 범람의 심연, 그리고 여긴 티린 양이 관리하던 헤메이는 거울의 가스실... 그리고, 중간중간 설치된 트랩들은 그렘린 분들이 관리하시고, 수많은 항아리와 보물상자를 매개로 마물들만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관리하는 마리 양, 그리고 진 양... 그리고 가고일 마물분들과 리빙 아머, 리빙 돌 분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던전의 관리를 도와주시는 정령분들도 많죠. 불의 기운으로 던전의 온도를 조절해주시거나, 물의 기운으로 즈미야 양을 돕거나, 바람의 기운으로 음란한 기운을 던전에 퍼트리고... 땅의 기운으로 망가진 구조를 고치시기도 하고, 어두운 마기를 이용하여 마물들이 마나를 활용하기 가장 유리한 환경인 마계의 환경을 일부 구현하기도 하죠. 이 외에도 정말 많습니다."


"...무진장 많군. 그래서, 계획은?"


"...최심부에 위치한 던전의 맨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괴물을 퇴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던전 곳곳에 범람하는 녹색 이물질을 없애는 것도 해야 하며, 각 시설을 정상화 하는 것을 목표로 두어야겠죠."


"...정상화라면 저희가 일가견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서는 하루와 지에, 성혁과 모스. 자신들이 머물렀던 마을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해 녹색 이물질에 감염된 마물들과 사람들을 중화할 수 있는 중화제 및 해독제, 제거제 등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를 설명했다.


"...그렇군요. ...바로 각종 마도구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던전이 넓군. 탐사조를 만드는 것이 옳다 생각하다만."


메카니르가 나서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함께할수록 강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함께 다니다가 다 같이 이물질에 휩쓸리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터. ...그리고, 이물질로 인한 급작스러운 마나의 고갈 및 오염에 대비하기 위해 신선한 정기를 공급해줄 수 있는 이들이 동행해야겠군."


"요컨대, 탐색조마다 수컷 인간들을 하나씩 끼워넣어야한다, 이거네. 합리적인 판단이야."


"그렇다네. 그리고, 구역별로 인원들을 나누어 이 지도에 이물질이 있는 곳을 표시해주게. 이물질의 제거는 내가 맡지. 단, 내가 혹여나 놓치는 곳이 있다면... 그 잔여물을 회수하여 격리할 인원이 필요하다네."


학회의 파견 인원 중 화학 및 연금술에 정통한 이들, 그리고 하루를 비롯한 이들은 자신들끼리 벌써 팀을 만든 상태였다.


"그렇다면 저희는 혹여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그 일을 맡아야겠네요."


"해독제 양산은 물론이고... 특수 장치를 이용하여 수집한 뒤 폐기하는 방법도 개발했으니까요. 틀림없지, 모스?"


"맞아. 참... 밤잠 설쳐가면서 일한 게 빛을 보네..."


"에헴! 우리 모스가 한 건 했지!"


"하하... 저도 그렇고, 여기 세 분도 그렇고... 우리가 이런 쪽은 전문이니까요."


"그래주겠나? 그렇다면 고맙겠군."


"...얼추, 뼈대가 잡혀가는 것 같군요."


종이에 열심히 조를 편성하는 에키드나, 엘라프. 간절한 그녀의 마음이, 메카니르에게 전달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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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조가 편성되었습니다."


"...경비조라... 외부 인원들이 오지 못하게 막으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일이지. 가자, 엘로이."


"그래. 서두르지. ...누군가가 던전 속으로 침투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던전 속에 있는 무언가가 바깥으로 나오면 그것도 더 큰일이니까. 그렇지 않나?"


"...어떻게 보면, 최후의 저지선과 같은 역할인 셈이죠. 낌새가 좋지 않다면, 곧바로 도심으로 달려가 추가적인 지원병력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이해했어. 가지. 다들."


양피지를 바라보며 엘라프에게 질문을 하는 호가르. 에키드나가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자신과 함께 조에 편성된 엘로이, 그리고 함께 활동을 하게 된 다른 경비조와 함께 베이스캠프 주위의 순찰을 시작했다.


"...이제 내부 탐사조입니다. 탐사조의 경우... 기본적으로 함께 다니시는 짝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임의로 편성하였습니다. 단 한분의 예외를 두고 말이죠."


...그리고, 단 한 명의 의외인 자신에게 편성된 5인조 탐사조를 보는 메카니르. 메카니르 본인, 그리고 엘라프, 일전에 보았던 대검을 짊어진 소년, 그리고 처음 보는 마물 한 명과 센티아 소속의 학자 한 명이었다.


"...다른 분들 또한 조 편성 결과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준비가 되는 대로, 곧바로 결계를 해제하고 진입하겠습니다."


엘라프의 말에, 모두들 자신과 함께할 이들을 확인하느라 제법 분위기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그 소란을 틈타 메카니르는 엘라프에게 접근했다.


"...아, 메카니르 님? 무슨 일이신지요?"


엘라프는 대검을 짊어진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애틋한 부모자식처럼 보이면서도,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누나와 남동생, 혹은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나와 함께할 동료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소. 궁금해서 찾아왔지."


말을 마친 그는, 소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소년은 그와 눈을 마주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반갑습니다. 메카니르 님, 히메로스라고 합니다."


"메카니르 님이 던전으로 먼저 떠나신 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 탐지 능력을 최고조로 키웠죠. 저는 본디 던전의 주인으로서, 격이 맞는 상대이자 저에게 어울리는 배필을 찾기 위해, 미래의 용자가 될 이를 선별하고, 그에게 힘을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헌데, 제가 이 던전을 관리하는 동안... 근 수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재목이 발견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이 소년이 그 재목으로 각성한 것이죠."


"...아직은 미약합니다. 사실, 제가 재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정신을 집중하면 제 몸에 자줏빛의 정체불명의 기운이 모여들어... 이 힘을 검격에 담아 베어낸 적을 정지 수준으로 느리게 하는 것 뿐이라..."


"아닐세. 충분히 대단하다네. 소년. 그건 그렇고... 그 대검, 어디서 얻은 것인가?"


"...실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제가 힘을 각성한 날, 제가 정말 기묘한 느낌의 꿈을 꾸었는데, 제가 보랏빛 물 속에 떠내려오던 검을 쥐는 꿈이었거든요. ...그 꿈을 꾼 이후, 그날 새벽에 홀린듯이 잠에서 깨어나서 제 집 근처의 강가로 갔었거든요. ...그 강물을 따라 흘러오고 있던 검을, 꿈에서 봤던 그 검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군. 운명적이구나."


'...에르가페. 이런 뜻이었구나? 이해했어. 후후...'


조용히 생각한 메카니르는, 다시 엘라프에게 질문을 건넸다.


"여기... 여기 두 사람. 이 자는 학회의 마법사로 보인다만... 이쪽은 무엇이오?"


"우윳빛 바다의, 성애를 찬미하는 무희, 아프사라스라고 하는 정령형 마물이랍니다."


"운디네와는 별개의 물의 정령인가?"


"그렇게 분류된답니다. 학구열이 뛰어나시군요."


"...아, 내가 자네에게는 말하지 않았던가? 이래 보여도 학자요. 마물들의 다양한 정보를 싣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그러고 보니 자네에 대한 조사도 아직 하지 못했군."


그 말에, 엘라프는 흥미가 동한 듯 소란스러운 와중에 테이블 앞에 앉았다. 메카니르가 건넨 사전을 히메로스와 함께 보던 그녀는, 그가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용히 펜을 꺼내 자신의 정보를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덕에, 수고로움을 던 메카니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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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드나 마물의 모습. 웜은 드래곤 일족이니 제외한다면, 라미아 마물류 중에서 가장 평균적으로 길이가 긴 몸집을 자랑한다. 또한, 마력량도 가장 강대하며... 동시에 가스량도 가장 많다.]


[에키드나 - Echidna]


[속 : 라미아 / 형 : 파충류]


[서식지 : 던전 최심부]


[식성 : 딱히 편식하진 않음.]


[성격 : 호색가, 헌신적]




[푸른 빛 피부, 매혹적인 여성의 상체, 뱀의 하체를 가진 라미아의 일종. 라미아족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마력을 지닌 종족으로 여타 라미아족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개체별로 성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가 호색적인 동시에, 자신에게 찾아올 용사에게는 헌신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 극단적으로 적은 개체수를 보이며, 모두들 던전의 안쪽 깊숙한 곳에서 지내기에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던전의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이유는, '여기까지 당도할 수 있는' 우수한 남성의 아이를 갖고자 함이다. 그녀들이 사는 던전에는 인간들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각종 재보들이나 마도구 등이 가득하며, 이는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동일하다. 혹, 에키드나가 사는 던전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진심으로 도전하고 싶다' 라는 말을 해 보시라. 그녀들이 그 도전을 승낙한다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도달한 당신을 사랑으로 품어줄 에키드나가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던전의 최종 보스로써 기다리는 그녀들은, 수많은 함정과 마물들을 이겨내고 돌파한 남성의 몸을 뱀의 하반신으로 휘감으며 달라붙어온다. 물론, 인간이 그 힘을 이겨낼 순 없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해도, 던전을 쉽게 돌파해도, 그녀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던전 내의 에키드나를 제외한 모든 마물들의 힘을 합쳐도 에키드나에 비해 부족한 힘을 보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이다. 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남성에게 맛보여주고 기억하게 하려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조여오며, 방귀가 쏟아져나오는 직장과 연결된 항문 부근을 용사, 즉 남성의 코에 향하게 한다. 머지않아 그녀들은 자신의 안에서 한없이 끓어오르는 끈적하고 축축한 악취의 덩어리를 코에 한껏 끼얹으며, 타오르는 쾌락 속에서 즐겁게 신음하는 남성들을 보며 즐거워하게 된다.




또한 라미아 종족, 그리고 일부의 웜 종족만이 행할 수 있는 특수한 행동에 제일 정통한 마물인데, 이는 바로 항문 호흡이다. 에키드나는 기본적으로 몸에 대량의 마나를 갖고 있으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 또한 극히 크다. 즉, 마나를 '가스의' 형태로 한껏 밖으로 내보내서 안이 텅 비게 된다면, 그녀들은 곧바로 직장에 힘을 풀고 항문을 느슨하게 함으로써 외부의 마나가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즉, 그녀들은 '내부와 외부의 마나 농도차로 인한 삼투 현상' 을 적극적으로,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들의 몸으로 급작스럽게 흘러들어온 대량의 '외부 마나' 는,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자연의 기운을 머금고 그녀들의 뱃속에서 미친듯이 날뛰며 대량의 가스를 형성해낸다. 그 뒤는 당연하게도 자신이 '만족했다' 라고 생각할 때 까지, 끝나지 않는 방귀의 천국을 온 힘을 다해 선사해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녀들의 이러한 방식 덕에, 그녀들은 '절대로 바닥나지 않는 무한의 방귀탱크' 취급을 받기도 하며, 이는 사실이다. 오로지 그녀들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으로는, 호흡에 맞춰 꼬리로 남성을 조이며 항문 호흡으로 방귀뀌기, 공기 대신 방귀로 숨쉬게 해주기, 입으로 남성기를 핥고 빨아주며 항문에 코 박기... 그리고, 라미아와 메두사 등의 통상적인 라미아류 마물에 비해 훨씬 더 큰 몸 덕에, 더욱더 많은 양의 방귀를 쏟아낼 수 있다.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소유자들이기에 쉽사리 남편을 놓아주지도 않는다.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들은 무지막지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며 그 자리를 남편의 정으로 채운다.




그녀들은 '우수한 종자' 를 남편으로 맞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영웅이 될 이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 가능하다. 개중에는 남성이 어렸을때부터 그 옆에서 성장을 도와주며, 영웅으로 만든 뒤에 범하는 개체도 많다. 실제로 영웅의 옆에 있던 히로인이 실은 에키드나였다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몸을 바꿔 소꿉친구와도 같은 나이대와 모습으로 위장한 뒤, 남성의 옆에서 그를 서포팅해주며 던전에 함께 나아가, 최심부에 다다르고 나서야 그 사실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는 듯 하다.




그녀들은 마물 중에서도 극히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는데, 그 오랜 시간 살며 낳는 아이들 중에서 '같은 에키드나' 는 단 한 마리만 태어난다고 한다. 나머지는 보통 라미아 일족이 태어나지만, 드물게 '돌연변이' 형질을 가진 마물들이 태어나 완전히 새로운 종이 되는 경우도 많아서 마물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동시에, 남편을 매료시킨 그녀들은 '최고의 마물을 출산하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계속해서 남편의 정액을 짜내며, 임신으로 부푼 배를 매만지며 성모와 같은 표정으로 상냥하게 만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편의 가장 맛있는 정액으로 만들어진 우리 딸들은 얼마나 음란할까? 어떻게 남성을 유혹할까?' 라고 생각하며, 장래에 태어날 아이들을 생각하며 미소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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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 그렇기에 마물의 어머니라는 이명이..."


"후후... 부끄럽게도 그 이명이 무색하게 지금껏 남색을 누려본 적은 없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제 능력 자체가 무뎌지거나 한 건 아니니 말이죠."


"...그렇게 발견한 것이 이 소년... 용자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소년이군. ...과연. 보석의 원석과도 같구나."


'...우리같은 외신들의 힘을 생각하면 보석의 원석이라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하지만...'


"...원석... 제가 값진 보석으로 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끌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 ...엘라프, 나는 나머지 둘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오겠네. 떠날 때가 된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와 함께 진입해야 하니까요."


"...일이 많으시면 제가 도울 일이라도..."


"도울 일? 음... 괜찮긴 한데... 지도 복사 작업좀 도와줄래?"


둘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던전의 구조를 낱낱이 그려놓은 지도를 살펴보던 아프사라스, 그리고 그녀와 페어를 이룬 청년에게 발걸음을 돌렸다.




--------------------------------------------------------------------------------------- 1장, 에키드나 편 [END]




(저벅... 저벅...)


"...아무래도 여기는 다른 분들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물이랑 너무 멀어지니까."


"역시 그게 좋겠지? ...어머? 당신은..."


"...엇? 당신은..."


한편, 지도를 살펴보다가 자신들에게 다가온 메카니르를 눈치챈 둘.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답을 하며, 그들 또한 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한 조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적어도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들어가서야 되겠소? 그리하여 찾아왔소만."


"아... 반갑습니다. 성함이... 메카니르, 맞으신가요?"


"맞소."


"...그리고 인간으로 투기장에서 우승을..."


"요행이 따랐을 뿐일세. 자네들은..."


"전 센티아 학회 소속, 정령마도학과의 학부생, 무르그 라즈마라고 합니다. 라즈마라고 불러주세요."


"전 아프사라스, '피아'라고 합니다. 동방의 옛 언어로,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뜻이죠."


"...음,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이름이구려. 어디에서 오셨소?"


메카니르의 물음에, 라즈마는 지도를 품 속에서 꺼내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음... 여기, 안개의 대륙이 여기 있죠? 그 아래... 여기, 이 반도에서 왔습니다. 뭐, 떠나온 지도 거의 수십 년이라... 한 50년 되었나... 보시면 저 옆에... 고요한 새벽의 나라... 옆에는 지팡구... 그리고 여기 아래에는 폭풍의 군도..."


"그래? ...아주 젊게 사는군. 동안이라는 소리 자주 듣지 않나?"


"네? 아하하... 그게 말이죠, 피아 덕분에 말이죠. 하핫..."


피아는 방긋 웃으며 라즈마를 꼭 끌어안았다. 서로 안고만 있어도 행복한 듯 웃던 그들. 그리고 피아는 그를 끌어안은채로 그의 말에 설명을 조금 보태주었다.


"제가 몸에 두른 이 액체 덕분이죠. 후훗..."


"베일이나 그런 옷이 아니었나?"


"아니~요? 후훗... 아니랍니다. 이 우윳빛 액체는... 저와 영혼의 결속을 아주 깊이 맺은 상대에게, 그에게 마시게 한다면... 젊음과 미모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효능이 있거든요. 그리고, 왕성한 성욕도. 후후후..."


"...흥미가 이는군. ...이렇게 보여도 나도 학자인데..."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그는 품 속에서 얼추 구색을 갖춰가는 사전을 꺼낸 뒤, 피아와 라즈마에게 내미는 메카니르.


"이건?"


"보면 알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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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훑어본 둘은, 이내 사전을 덮고 돌려주며 재밌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마물...도감? ...여행기도 적혀있고... 마계, 산악... 다양한 마물에 대한 정보가 기록되어있군요. 학자셨구나..."


"아직까지도 마물에 대해 막연히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반마물국가에 많다고 하지 않던가. 그 정보들을 바로잡고 싶어서 편찬하기 시작했다네.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야 안될 이유도 없죠. 여기 직접 적어드리면 될까요?"


"그래주겠나?"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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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빛 바다의 무희, 아프사라스. 그녀들이 춤을 뽐내는 무대의 현장은... 머지않아 짙은 노란색 안개로 뒤덮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아프사라스 - Apsara]


[속 : 정령 / 형 : 수생 아인]


[서식지 : 바다, 강, 호수 등 물가]


[식성 : 유황의 냄새, 인간 남성의 정기, 인간의 음식 등]


[성격 : 호색함, 밝고 솔직하며 온화함, 장난을 좋아함]




[사랑의 여신 에로스를 믿는 종족으로, 성애를 담당하는 무희들. 사랑의 여신 에로스가 상위 신들의 명령을 받아 '불로와 아름다움의 영약' 을 만들어냈다고 하며, 그 과정에서 그 여신의 마력이 바다와 섞여 우유처럼 '하얀 우유 바다' 가 되었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태어난 여신의 피조물 중 하나가 바로 아프사라스이며, 달콤한 우유와도 같은 새하얀 바닷물을 몸에 휘감은 물의 정령이 그녀들이다.




애정이 깊고, 호색하며, 여신에게 하사받은 미모와 춤, 그리고 야릇하고 매혹적인 목소리와 활기차고 미워할 수 없는 성격으로 남성을 유혹하며,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자신의 남편으로 삼는 마물들이다. 이 유혹은 교국 세력에서도 용사나 성자 등에게 내려지는, 금욕의 시련으로 평가받고 있어 그녀들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고.




남성의 애욕을 받아들이기 위해 갈고 닦은 그녀들의 사랑의 춤은, 그 지체가 지닌 아름다움과 요염함을 부각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순식간에 앗아가버린다. 안무 하나하나가 남성의 시선을 유도하고, 모든 것을 성애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얼굴, 가슴, 아랫배, 겨드랑이, 다리, 손끝,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풍만하고 탱글탱글한, 엉덩이에, 그 어느 무엇보다도 강한 성애를 느끼도록 만든다. 항상 춤과 함께하는 그녀들은 일상의 아무것도 아닌 몸짓마저도 마치 춤추는 것처럼 우아하고 선정적이며, 애욕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한다. 일례로, 한 남성은 아프사라스가 근처로 걸어오며 허리와 엉덩이를 튕기며 움직이는 것에 홀려 사랑의 포로가 되었고, 또 다른 이는 어린 아프사라스가 순수하게 장난을 치는 의미로 맨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흔드는 것으로 '어린 몸에' 성욕을 느끼게 되어 그녀들의 유혹에 맞춰 교미하고 말았다고.




그녀들은 향기로부터 힘을 얻는 정령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들은 '걸어다니는 방귀 공장' 이라고 평가받는 마물이기도 하다.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그녀들은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식성을 가리지 않는다. 인간의 정, 유황 냄새, 각종 향기, 육식과 채식 등...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 그녀들은 몸 속에 들어오는 영양분을 소화하는 족족 가스로 바꾸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두 번째, 그녀들의 뿌리와도 연관이 있는데, 그녀들이 비롯된 '우윳빛 흰 바다' 는, 실제로 우유와 같은 성질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항상 우윳빛 바닷물에 둘러싸인 채로, 이 액체를 계속해서 마시며 힘을 얻는 그녀들은 항상 과한 유당과 마나로 인해 배가 미친듯이 끓어오르는 상황에 처한 상태에 놓여있다. 부글거리는 방귀로 인해, 살짝 볼록하게 부풀어올라 가스로 요동치는 배를 문지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흔드는 모습은 그 어느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녀들은 항상 춤을 추기에, 유연한 몸이 필수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비롯된 지역의 특수한 체조 계통의 운동인 '요가' 라는 행위를 하며 몸의 유연함을 유지하는데, 그 요가의 동작 중에서도, 몸을 쟁기처럼 말고, 다리를 머리 위로 넘기며 엉덩이를 위로 치켜드는 자세인 '할라아사나' 자세, 그리고 웨어캣의 유연함을 배우듯 양 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하반신을 치켜들고 엉덩이를 쭉 들어올리는 '마르자리아사나' 자세, 쪼그려 앉아서 몸을 꼿꼿이 세우고, 단전에 힘을 집중하는 '말라사나' 자세를 비롯한 '몸의 가스를 빠르고 확실하게 내보내는' 동작들을 연마하는데, 그렇기에 그녀들이 느긋한 음악에 맞춰 요가를 하는 장소는,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숨조차 쉬기 힘든 '방귀의 안개가 가득 깔린 곳' 으로 변모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방귀 요가의 하이라이트는 '사바사나' 자세인데, 반듯하게 누운 그녀들은, 무릎을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끌어모아 곤충의 번데기와 같은 모습을 하며 아랫배에 큰 압박을 준다. 항문과 음부가 모두 드러나는데다가, 가스가 순식간에 빠져나오게 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그녀들은 남편을 유혹하듯 야릇한 소리로 그를 불러들인다. 홀린 듯이 다가온 남편들은, 사랑하는 아프라사스 아내가 부끄러운 부분을 내보이며, 얼굴을 붉히고 매혹적인 속삭임을 들려주며 자신을 유혹하는 것을 절대로 견뎌내지 못하고, 누워서 요가에 열중하던 그녀들을 열성적으로 범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마무리로 사바사나 자세를 하는 그녀들은... 절대 조용히 그 요가를 마무리하는 일이 없이, 언제나 서로를 꼭 끌어안고 격렬한 관계를 나누는 방귀섹스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고. 그리고, 그 뒤에는 그녀들의 춤추는 듯한 움직임과 엉덩이만 보아도, 그 추잡한 방귀쟁이 요가 소녀의 모습이 떠올라 참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시도때도 없이 서로 안겨 교미를 하는 사이가 된다.




또한, 사랑의 여신을 믿는 신도의 결혼식에서는 그녀들이 신랑과 신부를 둘러싸 춤을 추는 행사가 일어나는데, 이 축복의 춤은 신랑과 신부의 눈을 춤추고 있는 그녀들이 아닌, 서로에게로 향하게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춤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로, 그녀들은 주위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진한 방귀를 한껏 뀌며 마무리를 하는데, 그 순간에는 그 어느 무엇도 보이지 않게 되고, 오로지 서로의 모습만이 비치게 되어, 그렇기에 사랑하는 반려에게로 온전히 사랑과 정욕을 모조리 발산할 수 있고, 그녀들이 만든 냄새를 자신의 냄새로 덮을 때 까지 진한 방귀를 뀌는 추잡한 성교를 하게 된다. 이렇게,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복하며, 성애와 냄새로 두 사람을 온전히 이어주는 것도 그녀들의 매우,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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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 그리고 무희... 어쩐지, 특이한 옷이라 했소."


"후후... 그래요? 그리고, 우리가 춤을 출 때 연주되는 음악은... 후훗... 천상의 가희, 간다르바 친구들이 연주해주는 음악에서 비롯되곤 하죠."


"간다르바... 하피의 일종이라고 들어봤다만. 만나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분명 재밌을거에요. 후훗!"


[여러분! 곧 던전 지하로 진입할 예정입니다. 모두... 단단히 마음먹고 준비하도록 해요!]


"...엘라프의 부름이로군. ...무사히 별 일 없이 끝나길 바랄 뿐이지만..."


"...괜찮을 거에요. 이렇게나 수많은 분들이 모였는데."


"...그랬으면 좋겠군."


"자요. 여기 사전. 저희도 슬슬 갈까요?"


"그렇게 하지. 잘 부탁하네. 피아, 라즈마.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맞이하는 메카니르. 오늘따라 그의 어깨에 얹혀진 짐의 무게가 무겁게 보였다.




--------------------------------------------------------------------------------------- 2장, 아프사라스 편 [END]




"...제법 어둡군."


"원래 마나의 등불로 길을 밝히던 곳이었지만..."


"...마나의 흐름이 멎은 지 오래로군. 서두르지."


수색대의 가장 선봉에 선 메카니르. 층계참을 내려가는 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자욱하게 깔린 침묵을 산산조각냈다. 뚜벅거리는 발걸음 소리 사이에서, 점점 흐릿해져가는 다른 이들의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다.


"...여기서부터 흩어지는군."


"그렇습니다. ...첫 번째 구역에 도착했군요. 던전의 방문자들에게 가장 먼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이 방은, 라미아 마물인 최보아 양이 관리하는 '가라앉은 색욕의 폐허' 입니다."


반영구적으로 타오르는 정령의 마기가 담긴 등불만이 곳곳에 드문드문 놓여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폐허 분위기의 던전. 가장 먼저 발을 내딛은 메카니르는, 질척하게 발에 달라붙는 것을 확인하고는 뒤따르는 이들을 물러서게 했다.


"물러서게. ...섣불리 진입했다간 이물에 오염되겠군. 이곳을 좀 밝힐 수 있겠나?"


"폐허의 서쪽 입구로 진입한 최보아 양이 마나를 공급해준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밝아질 것입니다. 아마 지금쯤..."


(화르르륵-)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환하게 몰아치는 마나의 격류가 벽을 한 차례 뒤엎고 지나가더니, 이내 던전 내부가 환히 밝아지며 그 내부의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건...!"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군."


벽면, 천장, 바닥... 가릴 것 없이 묻어있는 녹색 진액. 이물질의 범람하는 현장을 본 엘라프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시, 나뉘어진 길에서 다른 곳으로 향한 다른 일행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어쩌면, 괴물이 몸을 비틀거나 하는 과정에서... 사방으로 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잠을 잔다고 해서 몸을 아예 움직이지는 않으니까요."


"그게 제일 합리적이군..."


라즈마의 추측을 긍정하는 메카니르. 곧이어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라즈마와 피아, 엘라프와 히메로스에게 질문을 건넸다.


"어디부터 갈 텐가?"


"...글쎄요. 저나 피아는 던전의 방문자니까... 엘라프 님?"


"...유사시에 곧바로 도주할 수 있도록, 최대한 경로가 확보되는 동시에, 동쪽, 남쪽과 이어지는 통로의 개폐장치를 열 수 있는 중앙 폐허부터 탐색해야겠군요. 우리가 중앙의 입구를 거쳐 통로를 지났으니, ...여기로 향하게 되겠군요,"


"여기 보이는 다른 경로들은..."


"다른 조사대분들이 탐사할 경로죠. 우리가 서둘러 저 편의 막힌 통로를 열어두어야 합니다."


서두르는 엘라프. 히메로스는 군말없이 검을 짊어지고 그녀의 뒤에 붙었고, 라즈마와 피아 또한 서둘러 나아갈 채비를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법... 잠시 시간을 주게."


자신의 힘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보관함을 만드는 메카니르. 신의 권능과 권능끼리 부딪히면 반발하는 그 성질을 역이용한 그는, 이것을 이용하여 바닥과 벽 등에 범람하는 이물들을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푸슈욱-! 슈와아아아아아아악-!)


"...이건...? 어떻게..."


"설명하자면 좀 길어서 말일세. ...자, 길이 어느 정도 열렸으니 서두르지. 길대로라면 여기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죠. 서둘러볼까요?"


[1층의 지도]


(저벅... 저벅...)


"보기보다 넓군."


"그렇죠? 어느 정도 규모가 좀 있어야, 탐사하시는 관광객분들이 더 생동감 있는 체험을 하시거든요. 앞서..."


(쿠웅-!)


"...무슨 소리지?"


"...멀리서 들려오지만... 그렇기에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소리라고 생각이 드는걸요. 어디서..."


(쿠웅-!)


"...저쪽이다. ...잠깐, 저기는 문이 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나?"


"...무언가 문을 부수려고 하고 있나 봅니다!"


"엘라프, 나머지 일행을 이끌고 열쇠를 챙겨서 문 앞으로 서둘러 오게. 먼저 가서 확인해보겠네."


"...네? 잠시만요!"


"할 말이 있으면 나중에!"


빠르게 내달리는 메카니르. 복도 한복판에서 뜻하지 않게 갈라서게 된 그들은, 메카니르의 지시대로 서둘러 열쇠가 들어있는 상자를 향해 나아갔다.


"...우리도 서두르죠. 메카니르 씨는 강한 분이니 괜찮을거에요."


"발밑을 조심하면서 걸어요. 여기서부턴 점액이 흡수되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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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닷... 스르륵-)


"...여기다. 분명 소리의 근원지는."


육중하고 거대한, 서릿발같은 뱀의 눈초리 앞에 온 몸을 얼어붙게 하는 위압적인 문. 그 문 앞에 당도한 메카니르는, 문을 어떻게 해야 힘이나 권능으로 열 수 있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이내 다시금 들려온 큰 소리에 메카니르는 조금 놀랐다.


(쿠구구구궁-!)


"...어지간히도 강하게 부딪히는군. 부딪히는 쪽이 걱정될 정도의 충격이다."


(잘 안되는데... 혹시 미는 방향이 잘못된건가?)


(그냥 문이 말도 안되게 단단한 거 아냐? 젠장!)


"...대화 소리...? 어쩌면..."


메카니르는, 문 앞으로 다가가 문에 가까이 얼굴을 대고 제법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 문 건너편에! 들리시오?!"


(사람...? 아! 다른 경로로 들어온 수색조구나! 다행이다! 진짜 발견될 때 까지 섹스만 할 뻔 했네!)


(잘 들려요! ...이 문, 어떻게 열 방법이 없나요?)


"지금 이쪽에서 열쇠를 챙기러 복도의 반대편으로 가고 있소! 20분 이내로 도착하겠구려!"


(20분이요?! 여기... 여기 이물질이 점점 차오르고 입구로 가는 길도 막혔는데!)


"...비상상황이었나..."


메카니르는, 던전 각지에 흩어져있던 마나를 급한 대로 긁어모아 길다란 밧줄 형태로 가공하여, 문 손잡이에다 대고 있는 힘껏 묶었다.


"내가 이쪽에서 문을 당기겠소! 가장 강한 힘으로 부딪혀보시오!"


(...이판사판이다! 간다! 당겨줘!)


(셋... 둘...!)


"...흐럅!"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어라."


한 박자 실수로 일찍, 그것도 아주 힘껏 당긴 메카니르. 엿가락처럼 휘어지다 못해 반으로 토막나며 후수수 떨어지는 돌 파편 덩어리를 보며 이것을 어떻게 엘라프에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메카니르는, 폐허 너머에서 돌진할 자세를 갖춘 채로, 어안이 벙벙한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4인조 탐사대를 마주할 수 있었다.


"..."


"...에?"


"...우리가 약한거였나?"


"...저... 이게 그... 저분이 무투대회 우승자라 그런 거 아닐까...?"


"...글쎄... 나도 잘..."




"...흠. 이거 참...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당황하기는 메카니르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뒤쪽에서 서서히 범람하며 발을 디디고 있는 구역까지 침범하기 시작한 이물질을 본 그는, 잔해를 옆으로 치우고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 보관함을 이용해 모든 녹색 이물을 회수했다.


(슈우우우우우욱-!)


"...반발하는 힘의 격류를 이용해서 역으로 이물질을 흡수하셨어...! 그런데 어떤 마나의 힘인지..."


"나중에 알려주겠네. 소년. ...근데 이 여인은 어째서 이렇게 불안정한 갑옷을...? 몸통과 팔, 발목 부분만 가리는 부분이 아닌 제대로 된 갑옷을 입고 다니면 더 좋지 않겠나?"


"아? 아... 이 갑옷은 그냥 갑옷이 아니거든요. 리빙 아머에요. 소개할게요. 제 소중한 여자친구, 테라나에요."


"...무례를 범했군. 용서해주게나. 처음 보는 마물이어서 그랬다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리 보이기도 하니 큰 상관은 없지만요. ...그래도 단점만 있는 건 아니랍니다. 이 갑옷의 힘과 마나를 실어서 빙의와 유사한 개념을 실현할 수 있기도 하죠. 아무에게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저와 단단히 결속된 저의 예비 남편, 아그로티와만 가능한 일이지만요."


"...신비로운 이야기를 하는구려. 자네들에 대해 조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타다다다다...)


"...발소리가... 벌써 다들 오나?"


순식간에, 말도 안되는 속도로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 이내 순식간에, 피아가 만들어 낸 우윳빛 물길을 따라 재빠르게 메카니르를 따라잡은 그들. 열쇠를 들고 온 히메로스, 엘라프와 일행은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아연실색할 뿐이었다.


"...이게 대체...? 에키드나와 아포피스의 66중 결계로 단단히 봉해진 문이..."


"...그으... 망가트려서 미안하네. 수리 대금은 꼭 지불하겠네..."


"...고치는 건 일도 아닌데... 어떻게 무너트린거에요...? 분명 이 흔적을 보면 결계는 무사한데..."


"...그냥 잡고 당기니까 무너졌네..."


"...메카니르 님... 정체가...?"


"크흠... 이럴 시간이 없지 않나? 어서 서둘러서 여기의 이상을 점검해야 하지 않겠나."


"...맞는 말입니다. 저희가 들어온 방향은 이제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남은 진액 일부만 처리하면 되겠군요. 그쪽은 어떠했나요?"


"으... 순식간에 이물에 오염되는 줄 알았어. 갑자기 막 녹색 진액이 바닥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올라오고... 벽에서도 흘러나오고..."


"...아무래도 던전 틈새 사이로 이물질이 숨어든 모양입니다."


"일단 얼추 다 흡수한 상태라네. ...세상에, 정말이지 말도 안되게 농축되어있군."


"그래도 다행인 건... 이만큼 흡수한 덕에 저 위에서 해독제와 포집기를 만들고 계신 분들이 진입하여 나머지 요소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그러고 보니, 이 쪽은..."


자신이 들어온 곳, 그리고 다른 조가 들어온 곳. 그리고... 나머지 한 곳. 또 다른 출입구 방향.


"...여기서는 아직 소식이 부족하군요."


"...할 일은 해야겠지. ...흠...!"


다시 한 번, 복도 가득히 범람해대는 이물을 빨아들인 메카니르. 다시 한 번 갈라섬을 제안하는 그였다.


"...엘라프, 자네들이 이쪽 방향에서 탐사대원들을 찾아보겠나?"


"그러죠. 서둘러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분들처럼 곤경에 처해있을지도 모르니... 그 동안, 메카니르 님은 이 분들의 용태를 지켜봐주세요. 메카니르 님이라면 믿고 부탁할 수 있으니."


"그러지."



"우리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우리도 손 좀 보태지. 여기, 무너진 다리의 양 옆 부분도 아직 탐사를 하지 않았고... 이 안쪽의 상자가 가득한 곳도 안했으니까."


"합리적이군.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여러분, 부디 몸조심하시길..."


기도를 올리고 사라져 가는 엘라프와 세 명의 일행. 무장을 점검한 메카니르는, 성큼성큼 뒤로 돌며 말했다.


"...몸들은 괜찮은가? 서두르도록 하지."


뒤를 돌아 앞서가던 메카니르를 보며, 그들은 자신들끼리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거 참... 뜻밖의 구원자를 만났지 뭐야. 지오바나."


"그래. 자기야. 그 정도 강자라면... 우릴 지켜주기엔 충분하지. ...넌 어떻게 생각해, 테라나?"


"...응... 동의... ...우리도 서두르자. 자기야."


"그래. 후우... 긴장되는걸..."


"이보게들! 뒤쳐지면 놓고 가네!"


"어이~ 조금만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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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여기는 오염의 정도가 덜하군."


(슈와아아아아아아악-!)


"...얼추 끝났군."


"여어~! 메카니르! 거기는 좀 어때~?"


"아아! 얼추 다 끝났네!"


던전의 나머지 구역도 깔끔하게 정화해내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런 그에게, 네 사람이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잔뜩 들고 가져오고 있었다.


"...이건..."


"헤헤... 먼지가 좀 많이 쌓이긴 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재보들이란 말이지!"


"...새로운 무구를 얻었어. 마계 흑암철로 재련한 명검을 여기서 얻다니. 1층에 있을만한 흔한 보물이 아닌데. 후후..."


"지팡구에서 건너온 '흑요도(黑妖刀) : 마요나카(真夜中)' 라고 했었나, 지오바나?"


"응. 자기는 뭐 얻었어?"


"나는 유황장미 스태프. 마계 정원의 깊은 곳, 특히 유황 사막 지대에서 피어난다는 유황 장미의 마기를 머금은 스태프. 맞은 대상이 남자라면 일격에 무력화를, 맞은 대상이 여자라면, 그 유황 장미라는 이름값을 하게 만들어주는 지팡이지. 전투 용도보다는... 음... 좀 그런 용도에 쓰지?"


"으이구... 이 변태 학자님을 어쩜 좋을까? 후훗... 왜, 솔직히 인정하지? 방귀라면 좋아 죽는 우리 변태 르노 씨?"


웃으며 염장을 지르는 그들을 보며, 메카니르는 피식 웃으며 타박 아닌 타박을 주었다.


"...다들 노획하러 온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뭐라도 하나 슬쩍할 걸 그랬군?"


"뭐, 눈 앞에 있는 보물을 그냥 두고 갈 의사는 없거든! 그렇지, 테라나?"


"...응... 나도 갑옷 광택제를 잔뜩 얻었어... 그리고 엑토플리아 마나 보충제랑..."


"하하... 뭐, 그렇게 되었네요. 저도 가우스 이온 피스톨을 얻었거든요."


총을 꺼내보이며 행복하게 웃는 소년. 그 모습이 제법 신기했던 메카니르는 질문을 건넸다.


"마법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총기류를 다루는 사냥꾼이었나?"


"아... 이건 총이 아니에요. 마법총이죠. 레스카티에 마도학 연구부서에서 개발했고, 몇년 전에 상용화에 성공해서 널리 퍼진 물건들이고, 이렇게...!"


(피슈웅-!)


"...사용자의 마나를 원료로 삼아 발사가 가능하죠."


"흥미롭군. ...아무튼, 여긴 슬슬 끝났으니... 돌아가보겠나?"


"그러죠. 몇 분 정도 걸리려나요?"


"...대강... 계단 층계참 사이를 이동하는 걸 감안하면 30분 정도 소요되겠군."


"그럼 서두르죠.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니."




(저벅... 뚜벅... 뚜벅... 또각-)


여러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층계참을 가득 채웠다. 조금은 을씨년쓰러운 분위기까지 풍긴 탓일까, 메카니르를 제외한 그들은 서로의 애인을 꼭 끌어안고 차분히, 하지만 서둘러 걷고 있었다.


"여보게들."


"흐잇?!"


"흐냣!"


"우왓!"


"꺅!?"


"...나한테 왜 그러나..."


"으흠... 그... 무슨 일이시죠?"


"이렇게 조용히 걷기만 하는 것도 그런데, 자네들에 대한 정보나 좀 말해주지 않겠나?"


"...갑작스레... 무슨 말씀을...?"


"몰랐어, 테라나? 이 분, 학자시거든. 사전을 편찬중이신. ...그렇다고 들었어요. 유명하시던데요? 이기고 나서 자신이 직접 쓰러트린 마물들을 기록하는 사신!"


"...그...그런 이미지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하는 메카니르. 의외의 인간적인 모습에, 그들 또한 마음의 경계가 한 단계 더 누그러진 듯, 제법 친숙하게 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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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가 자신의 그림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최대한 원본 그대로의 모습을 구현한 리빙아머의 모습. 실제로 일반인들이 본다면, 갑옷과 무기만이 둥둥 떠다니는 것 처럼 보인다고.]



[리빙 아머 - Living Armor]


[속 : 아머 / 형 : 마도구(마법물질)]


[서식지 : 유적, 폐허, 고성, 던전 등지의 오래된 건축물]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성격 : 헌신적이나 감정표현에 서툼]




[생명이 없는 갑옷, 혹은 갑옷의 잔해에 마나가 깃들어 '마물' 로 거듭난 개체. 삽화에서는 갑옷을 입은 반투명한 여성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그녀들의 남편이 본 모습이다. 남편이 아닌 인간의 눈에는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없는데다가, 안에 아무도 없는 갑옷만이 혼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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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럼 나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거지?"


"...그러게요? 의도하시고 본 게 아닌...거에요?"


"...원래 안 보이는 것인 줄 몰랐다네."


"...음... 정말이지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여튼, 계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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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없어 주인이 될 이를 원해 남성을 덮치기도 하나, 대부분 주인과 함께 싸워온 갑옷이, 주인을 지키기 위해 힘을 갈망했고, 그 열망에 답한 마나의 흐름에 갑주가 뒤덮여 마물이 된 것이다.




갑옷인 그녀들은 언제 어디서나 주인을 지키는 것을 행동의 원칙으로 한다. 마물이 되어 더욱 단단해진 갑옷은 태산을 무너트리는 일격에도, 태양마저 불살라버릴 것 같은 열기에도 끄떡없다. 또한, 이렇게 자율화한 병사처럼 자의를 갖고 움직이는 것 이외에도 자신의 주인에게 입혀질 수 있다. 물론, 남편을 정한 마물들은 신체 구조부터 변화하여 남편과 교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몸으로 변하지만, 이 경우는 갑옷까지 주인에게 완전히 귀속되어, 남편을 제외한 다른 이는 입을수조차 없다만, 남편들이 이를 불편해하거나 중량감을 느끼는 일 따위는 전혀 없는 최고의 갑옷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그녀들을 입고 있으면 마치 '하나로 거듭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여 장점이 극대화되는데, 남편은 인간이면서 마물 이상의 날카로운 신경과 완력, 마나량을 얻게 되고, 그녀들은 마물이면서도 인간 이상의 환경 적응력과 저항력, 내부 마나 컨트롤 능력을 얻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들과 연결되어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정과 마력을 섞으면 섞을수록, 전투를 해 나가면 나갈수록... 그녀들과의 관계는 점점 깊어지고, 육신이 공명하고 감정이 동조를 이루며 더욱 날카로운 한 쌍의 전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녀들에게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바로, 자신의 것이 아닌 힘에 적응해버리는 것이다. 남편인 인간들은 태초부터 정해진 마나량이 있기에, 마도구인 그녀들의 힘을 빌려서 사용해도 자신의 것이 아닌 부분은 연결을 해제할 때, 즉 갑주를 벗을 때 아무렇지 않게 털어내고, 다시 갑주를 입는 순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마물들은 다르다. 외부의 마나를 자연스럽게 컨트롤하고, 인간 이상의 거대한 마나량을 보유한 그녀들은 남편과의 내부 마나의 공조로 인해 더욱 강대해진 마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루고, 그 막대한 마나를 '인간의 내부 마나 조절 능력' 을 이용해서 컨트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몸이 적응해버린 이후 연결을 해제해버리면 '내부의 잔존하는 막대한 양의 남성의 정기와 마나' 를 컨트롤 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로는 부작용, 마나의 소용돌이의 향연이다. 링크가 해제되는 즉시 그녀들은 자신의 아랫배를 부여잡고 엉덩이를 뒤로 빼밀며 불편감과 이물감을 호소하다가, 이내 수백미터 밖의 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거대한, 형용하기 힘든 수준의 대량의 가스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문자 그대로, 맹렬하게 쏟아낸다. 아랫배가 미친듯이 눌리는 감각에 그녀들은 그 단단한 갑주를 스스로 벗어내며 영체 상태의 몸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고 풍만한 체형을 가진 그녀들이 자진해서 갑옷을 벗고, 이 마나로 인한 불쾌감과 불편감을 해소해 줄 것을 요구하며 안겨드는 것을 거절할 수 있는 남편은 절대 없으리라.




땅에 굴러다니는 무거운 갑옷에 지워지지 않는 냄새가 배일 정도로, 방 전체가 후끈 달아오르다 못해 숨조차 쉬기 힘든 가스실이 될 때 까지, 너무나도 강렬한 악취에 그녀 자신들마저 두통이 느껴질 때 까지, 5분이고, 10분이고, 30분이고, 한시간, 두시간... 몸 속에 잔존하던 마나들을 완전히 다 쏟아내기 전까지, 그녀들은 절대로 방귀를 뀌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정도는, 남편들이 '갑옷을 오래 입고 있었을수록' 그 정도가 아주, 아주 극렬해지는데, 일례로 엘렉트론 루미네센스의 수도 학회의 실제 조사 결과, 오랜 전투 훈련과 실습, 그리고 야생 마계수 토벌을 위한 실전 투입으로 약 1개월간 갑주를 벗지 않은 리빙 아머 부부 한 쌍의 부작용. 즉, '애프터쇼크' 를 관찰한 결과, 그녀들은 내리 일주일을 (약 170시간 가량) 단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방귀를 뀌어댔다고 한다. 측정을 위한 실험장이 누런 안개로 물들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폐기처분되었고, 끊임없이 터져나오면서 남편을 발정시키는 가스의 폭풍으로 인해 둘 모두 중독 수준에 가까운 성교를 즐겼다.




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달 분량의 교미를 일주일에 몰아서 했다.' 는 듯 하다. 그리고, 이에 함께 찾아온 부차적인 효과들 (여타 리빙아머 대원들의 고의적 탈착 거부 및 악취로 인한 부대 행정 마비, 농작물이 고사되어 찾아온 '곡류' 기근 - 악취를 맡은 마계수들은 육질이 좋아지는 경향 포착, 심각할 정도의 문란한 교미의 범람으로 인한 각종 시설 행정능력 마비 등) 때문에 이와 같은 실험은 잠정 중지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여담으로, 잠에 빠진 그녀들, 즉 주인 없는 리빙아머들을 '여성' 이 입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마력에 침식당해서 잠에 빠지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방귀를 뿡뿡 뀌며 깨어나지 않는 잠을 청하게 된다. 그녀들이, 갑옷의 틈에서 땀이 아닌 애액이 새어나올 정도로 음란해진,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편 뒤 몸에 쌓인 가스를 30분 동안 쉼없이 방귀를 뀌면서 빼야 하는 방귀쟁이 서큐버스 마물이 될 때 까지. 그렇기에, 의외로 고성 근처의 탐험가들의 캠프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리빙아머에게 침식되어 방귀쟁이 서큐버스 아가씨가 되어버린 여성 탐험가들이 제법 자주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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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가진 갑옷이라... 아주 흥미롭구려. AI의 궁극의 진화버전인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궁극의 진화...? 마음에 드는 말이군요... 후후..."


"칭찬에 좀 약하거든. 우리 테라나가. ...아, 이제 내 차례인가? 난 적어줄까? 말하다 보면 언제 딴길로 새 버릴 지 몰라서 말이야. 르노, 펜 지금 꺼낼 수 있어?"


"...그냥 두게. 나한테 많이 있으니."


"땡큐. ...아 참, 많이 있으면 하나 가져도 될까? 맘에 드네! 이 예쁜 깃털펜."


그녀는, 자신이 머리에 쓴 모자에 깃털 펜을 꽂고 뽐내듯 자세를 잡았고, 그녀의 남자친구, 르노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볼을 조물럭거렸다.


"응무웃?!"


"하하... 나중에 마을 가면 탐험으로 벌어온 골드로 사줄게. 일단은 필기부터 하자."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도 된다네. 정보만 전달해주게. ...참, 남자친구 되는 사람이 고생이 좀 있겠군."


"단맛이 있으면 짠맛도 있어야죠. 그래야 사랑이 더 맛있으니까. 후후..."


"아...아이 참... 난 몰라... 우헤헤..."


정말 소란스럽게 염장을 지르는 둘. 필기를 시작하기까지 한 세월이 걸리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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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격식과 오만이 빠진 뱀파이어처럼 보인다고 한다. 또한, 숨이 멎을 정도로(본인 주장) 아름답다고.]



[담피르 - Dhampir]


[속 : 서큐버스 / 형 : 마인]


[서식지 : 마을, 마계 등지]


[식성 : 인간과 같은 식사, 혹은 인간 남성의 정기]


[성격 : 개체별로 차이를 보이나 헌신적인 것은 공통됨]




[뱀파이어의 돌연변이 아종. 뱀파이어가 인큐버스가 되기 전의 인간 남성과 교미하여 아이를 낳았을 경우 드물게 태어난다. 뱀파이어의 종족 특성을 고려해보면 그녀들이 소수의 아종으로만 남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밌게도, 그녀들은 뱀파이어와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인다. 고압적인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싹싹하고 활기차며, 마음에 든 남성에게는 먼저 작업을 걸고,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등 호의를 보이고 유혹하는 전형적인 마물의 모습을 보인다.




완전한 마물이지만, 분류상으로는 반인반마이다. 기본적으로, 마물인 뱀파이어가 '인큐버스가 되기 전' 의 인간과 교미를 했으므로. 그리고, 그녀들은 그로 인해 지극히 인간과 가까운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시에, 색을 극도로 탐닉하는 마물의 가치관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들이 정체를 숨겨 반마물국가 등지에서 인간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많은 담피르가 인간들과 교류하며 그 마을 안에서 하나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놀랍게도 그녀들은 이러한 마물임에도 인간 남성을 먼저 덮치고 범하지 않는다. 인간 여성처럼, 자연스럽게 만남을 추구하며, 연애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과정을 거친다. 물론,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결국 교미까지 가지만, 일반적인 마물들처럼 남성을 먼저 덮치는 일이 없이, 만나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은 취미를 즐기고, 데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향처럼 살며시 자신의 치마를 들어보이며 음란하고 부드러우며 탱탱한 엉덩이를 어필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실수인 척, 일부러 방귀를 있는 힘껏 뀌어대며 남성에게 충격적일 정도로 아찔한 쾌락을 선사한 뒤, 수줍은 척 얼굴을 붉히며 '미안해요. 속이 안 좋아서 자꾸만 방귀가 나오네... 또 뀔 거 같은데, 괜찮죠?' 라고 떠보듯 말한 뒤, 남성들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대놓고 엉덩이를 돌리고 마구 방귀를 뀌어서 결국 자신을 덮치게 만드는 방식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교미로 맛본 그녀들의 몸은 극상, 그 이상의 감정을 선사하며 인외의 쾌락을 맛보여준다. 그렇기에, 몇몇 남성들은 그녀들이 인간이 아닌 마물이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기도 한다.




담피르가 지닌 마력은 뱀파이어의 순수한 혈류 계통 마법과 상충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뱀파이어들에게는 천적 비슷한 존재로 군림한다. 햇빛으로 인해 힘을 잃고, 마늘에 의해 이성과 사고력을 빼앗겨 연약한 방귀쟁이가 되어 남성을 유혹하는 방귀를 뿡뿡 뀌어대듯이 (뱀파이어 문서 참조) 바꿔버리는데, 담피르는 그 둘을 동시에 일어나게 해버린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 뱀파이어들의 오만하고 인간을 멸시하는 가치관을 정말 싫어하고, 장차 반려가 될 인간을 하인처럼 다루는 것에 분노한다.




그래서 그런 뱀파이어가 있다면, 그녀들은 그 막대한 마나와 뱀파이어의 천적인 상성을 적극 응용하여 뱀파이어를 덮쳐버리고, 자신의 방귀냄새로 덮어씌우며 조교한 뒤, 새로운 암컷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물론, 자신의 모친에게도 예외는 없다. '아빠가 너무 좋아서 인큐버스가 되기도 전에 마늘 잔뜩 먹고 뿡뿡거리면서 발정난 똥구멍 흔들면서 서로 응차응차 섹스해놓고 맨날 툴툴거리다니! 엄마 나빴어!' 등의 말을 하며... 그대로 자신의 모친을 덮치고, 힘을 잃은 그녀들의 위에 올라타 마구 방귀를 뀌어대며 자신의 부친을 부른다. 그리고... 그 뒤는, 조교과 완료되어 순수 흡혈마족의 긍지가 꺾여버린 뱀파이어 어머니와 함께 남편이자 아빠인 수컷 인간과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고. 그렇기에, 그녀들은 '근친혼' 에 대한 거부감이 극도로 적은 마물들 중 하나이다.




그녀들은 유아기에도 모친인 뱀파이어를 압도할 수 있는 무서운 천적이고, 뱀파이어들도 이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자신과, 그리고 말로는 툴툴거려도 결국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인간 남성과의 고귀한 '사랑의 결실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내 아이' 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딸을 애지중지하고 훌륭한 담피르로 키워낼 뿐이며, 그녀들 모두 후회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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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머니라는 이름은 대단하군. 이것이 부모의 내리사랑인가."


"뭐,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엄마는 평소에도 인간을 엄청 좋아했지만. ...물론,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었어. 그냥 심심풀이 상대로 주워왔을 뿐이고, 약하기도 해서 손이 많이 간다면서 툴툴거렸는데, 막상 본인이 아파서 몸져누우니까, 곁에서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주고, 밤잠까지 설쳐가면서 간호해준 아빠한테 그냥 푹 빠지셨다나? 그래서 일부러 마늘 요리가 잔뜩 들어간 저녁 상을 크게 차리고, 잔뜩 먹어치운 뒤 방귀쟁이가 되어서 아빠한테 안겼대. 그렇게 내가 태어났고. 로멘티스트라니까?"


"그런가... 이거 참. 이전에 만났던 뱀파이어와 묘하게 유사한 마력이 흐른다 했더니..."


"그 뱀파이어는 어땠어?"


"음... 솔직하지 못했다네. 그런 주제에 또 인간 남성을 극진히 생각해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인큐버스로 변화시키려 하더군. 그래... 그리고 침대가 내려앉을 정도로 격렬하게 해댔지."


"으흐흥... 역시 뱀파이어들은 다 똑같다니까? 후훗..."


(저벅... 저벅...)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걷던 사이, 그들은 어느새 그들이 출발했던 층계의 입구 앞에 도달해있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메카니르는, 먼저 앞으로 나서며 뒤따르는 일행에게 말했다.


"서두르지. 지금쯤이면 저쪽에서도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일세."


(뚜벅... 뚜벅...)


"...잠깐, 이 기척은...? 엘라프? 엘라프! 들리면 대답해라!"


수상할 정도로 적막함이 느껴지는 안쪽.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불안함이 척추에 엄습한 메카니르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어? 이봐!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제길... 놓치겠네. 르노, 뛸 수 있지?"


"당연하지. 서두르자!"


"...우리도... 서두르자... 어서 날 입어... 아그로티...!"


"그래야지. 가자!"


그 뒤를 놓칠세라 뒤따르는 그들이었다.




--------------------------------------------------------------------------------------- 3장, 리빙 아머, 담피르 편 [END]




(타다다닷-!)


"...마나의 흐름이... 여길 지목하고 있다!"


서둘러 내달리는 메카니르. 엘라프를 비롯한 이들의 마력이 느껴지는 길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이건... 동굴인가...? 던전에 동굴이?"


깊고, 검은, 어디로 이어지는지조차 모를 벽면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칠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공동은 메카니르는 물론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로 그 흉흉한 기운을 내고 있었다.


"...여기로 들어가봐야겠군."


(타다다다닷-)


"후우... 이봐. 뭘 그리 급하게... 하아..."


"...그대들도 왔는가. ...이상한 곳을 찾았다네."


"...이런 구멍이? 지도에는 없었는데..."


"던전마다 하나씩 있는 비밀 동굴같은거 아니겠어? 어디로 이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행의 마나가 여기서 끊어져있소."


"보여? 이 경계 근처로 마나의 흐름을 차단하는 막이 펼쳐져있는거야. 어둡긴 하지만... 여길 들어가면 그래도 마나의 흐름이나 희미한 불빛 따위로 길을 찾을 수 있을거니까. ...음, 내 직감에 따르면 이런 구조라고 할까? 저긴 오히려 함정 느낌인거지."



"그렇군! 그렇다면 서둘러 들어가지."


지도에, 자신의 마나로 살며시 길을 표시해보는 담피르 마물, 지오바나. 그녀의 말을 납득한 메카니르는, 지도를 다시 챙겨넣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검은 공동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메카니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막을 찢고 나아가자, 다시 일행이 남기고 간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며 길이 보이는 듯 했다.




(저벅... 저벅...)


"...잠깐."


(타닷-타다...다닷-)


"...다른 이들의 발소리가 들리는군."


"아무래도 찾은 것 같은데? ...감각 증폭으로 발소리를 들어보니까... 적어도 일곱은... 되는 것 같은데."


"...그렇군. 잠깐, 근데 왜..."


(타다다다다다닷-)


"...왜 뛰는 소리지?"


"그러게? 뭐라도 있..."


(투다다다다다닷-! 쿵!)


"우...우와아아아앗! 도망쳐! 메카니르 씨!"


"크...흐아아아! 형씨! 뒤도 돌아보지 말고 토껴!"


"아? 라즈마 아닌가. 오, 뒤에는 동료들인가? 헬라도 있군. 다시 만나서 반..."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뒤에... 뒤에! 뒤에!"


(쿠우웅! 철퍽-! 쿠루루루룩-!)


"뭔 소리지?"


"도망쳐요! 여러분도! 메카니르 님! 어서 입구를 퍠쇄해야 합니다! 지금껏... 이쪽 통로에 보이지 않았던 녹색 점액들의 행방이...!"


(철퍼억-! 솨아! 쿵!)


"...오호?"


마침내,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검은 통로의 심연에서부터 기어오듯 등장한, 마치 거대한 슬라임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날뛰며 폭주하는, 그 강한 마물이라는 엘라프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 등장했다. 그것은...


"...이건... 설마...?!"


바로, 녹색 이물들이 대량으로 모인, 의지를 가지고 생명체를 덮치려 하는 모습이었다.


"어서... 어서 피해요! 메카니르 님!"


"...일단 밀어내야겠군! 반발력...!"


(퍼어어어억-!)


"극대화!"


일시적으로 권능을 손에 끌어모아, 다른 신들이 만든 피조물과의 반발력을 극대화시키는 메카니르. 금방이라도 모두를 덮칠 기세로 꿈틀거리던 거대한 녹색 이물질의 슬라임은, 거칠게 뒤로 밀려나며 벽에 거세게 부딪혀 철퍽- 하는 소리를 냈다.


"...한 숨 벌었군. 그래서, 저건 어디 있던 것들이지?"


"...이 통로의 비밀상자를 놓아두는 곳에 있었습니다. 이 통로를 거쳐야 다음 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잠깐, 여기로는 갈 수 없나?"



메카니르는 지도를 펼쳐보였다.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와 1자로 쭉 이어지는 경로를 가리키는 메카니르에게, 엘라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막혀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가 보면... 공중을 날 수 있는 하피, 아니면 벽을 타고 오를 수 있는 곤충형 마물이 아닌 이상 힘들거에요. 더군더나, 인간 남편들과 함께라면."


"그렇군. ...그나저나 저건... 물질이 저렇게 움직인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거 살아있는거였어요? 아니, 얘들만 저러나? 이유가 뭐지?"


"...잠시만요. 무언가 느껴집니다."


엘라프는 정신을 집중하여,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물질 덩어리를 깊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그녀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구마왕 시대의 슬라임의 의식이...!? 어째서?!"


"구...구마왕 시절?! 그 폭력적인...!"


"이거 큰일인데... 저 녀석이 우리 모두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이유도 설명이 되는데...!"


(쿠루룩... 쿠르르르르륵그극-!)


"...이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사방에 이물을 흩뿌리며 부글거리는 괴성을 퍼트리는 녹색 점액의 무리. 물러서는 이들과 다르게, 메카니르는 가까이 다가서며, 제대로 힘을 발휘할 준비를 했다.


"...내가 막아보지!"


"이봐, 조심해 형씨!"


"흠!"


(터엉-! 질퍽-!)


던전의 통로를 무너트릴 기세로 격돌하는 사이, 메카니르는 어떻게 해야 이 녀석을 제대로 제압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젠장...!"


일단 힘을 휘둘러보지만, 반발력으로 떨쳐내기만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치지 않고 덤벼드는 이물질을 계속해서 떨쳐냈으나, 지칠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탓에 정지의 영역을 펼칠 틈을 찾기조차 힘든 메카니르였다.


"...짜증나는군...! 이 제약...!"


(쩌어엉-! 퍼억!)


"후우..."


(쿠르르륵... 구륵- 쿠르르륵?!)


'...귀찮군. 정지의 영역을 펼쳐도 저 녀석을 제대로 정지시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이 세상의 피조물이라면 또 모를까, 신의 권능이 직접적으로 담긴 물질이 자의식을 갖게 되니 굉장히 골치가 아프게 되었어...! 이대로라면 반발력을 이용한 흡수도 무리인데...!'




"...형씨. 우리가 좀 도와줘야겠는걸?"


그 때, 헬라가 메카니르에게 다가서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헬라? 물러서게, 생각보다 더 위험하니까."


"됐어. 왜 언제나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는데? 우리라고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니거든! 어이, 파르케라고 했나? 속도에는 자신있겠지? 그리폰이니까?"


"...물론이지. 속도라면 나를 따를 자가 없을 거다."


"우리도 나서죠. 인간이라고 하지만... 리빙 아머를 입은 인간이라면 또 다르거든요!"


"좋아, 우리 넷이라면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 형씨."


"...그래. 언제까지고 고집만 피울 순 없겠지. 부탁하네!"


잽싸게 달려나가는 헬라, 그리고 리빙 아머 테라나를 입은 아그로티, 그리고 통로의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파르케. 세 방향에서 잽싸게 움직이는 이들이 동시에 주의를 분산시키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공격을 하자 순간 녹색 점액의 덩어리는 큰 혼란을 느낀 듯 흐트러지며 메카니르에게 퍼붓던 공격을 정지했다.


"...고맙군...! 이제 내 차례인가!"


강하게 자신의 역장을 펼쳐, 일대에 움직임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영역을 전개하는 메카니르. 정지의 장벽에 휘말리기 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일행을 본 메카니르는, 한 숨 돌렸다는 듯 숨을 내쉬며 이물질을 보관할 통을 꺼내기 시작했다.


"후우... 위험했군."


"어때, 우리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물론이오. 헬라. ...그리고 파르케라고 했나? 대단한 실력자로군."


"뭐, 잘했으면 더 높이 올라갔겠지. 투기장 말이야. 그나저나 그 마법, 어떤 종류지? 내 남친이 보여주는 거랑은 또 다른 영역의 마나인데."


"설명하자면 좀 길다네. 어디..."


내부에 존재하는 슬라임을 빠르게 분석하는 메카니르. 슬라임의 자의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고 알아보던 그는, 구 마왕 시절 죽음을 맞이했던 슬라임의 잔재가, 마물로 새롭게 거듭나지 못하고 던전의 비밀 통로 한 구석에 쳐박혀있던 사념 덩어리가, 여러 군데에서 모여든, 그것도 굉장히 강한 힘을 가진 반액체의 점액질들의 덩어리라고 하는, 자신이 깃들 수 있는 새로운 육신을 얻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는, 앞으로도 운이 없다면 이렇게 '자의식을 갖고 날뛰는' 형태의 이물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불편함을 느꼈다.


'슬라임뿐만이 아니라... 다른 마물들의 혼 또한 강림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던전 등지가 가장 위험한 곳이 되겠군...'


"메카니르 님? 무엇을 그렇게 곰곰히 생각하시나요?"


"...아닐세. 에르가페한테 사실대로 말해야겠군. 다들, 물러서겠나? 이 녀석을 흡수..."


(쩌적-)


"...?"


영역장이 강제로 해제되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모두들 화들짝 놀라 녹색 이물질을 보았고, 실제로 그 마물이 신의 구속을 강제로 깨고 나오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쩌적-! 쩌저적-! 콰직!)


"물러서게! 위험하네!"


(구르르륵... 크르르르르륵... 쿠루루르르르르르륵-!)


서서히 다시 날뛰기 시작하는 슬라임을 본 메카니르는, 일행을 뒤로 물러서게 하며 자신도 빠졌다. 슬라임을 무력화시킬 방도를 생각하던 중, 그는 문득 마계에서의 사건이 생각이 났다.


"...로이! 이전에 나에게 보여줬던 그 힘... 기억나나? 슬라임을 경질화시켰던!"


"그... 그 힘...?! 그치만...! 어째서인지 저 녀석... 키로시스 마법은 물론 마나 관련 능력이 하나도 듣질 않아요!"


"...제길... 실바 리비디네에서 마주했던 그 때랑 똑같군...! 엘라프, 안되겠나?"


"석화... 석화 관련 마법은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도라도 해볼 수 있겠나?!"


"막대한 마나라면... 안 되는 것도 강제로 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한 번 해봤었지만...! 마나의 파장이 맞지 않아서... 윽... 더 많은 마나가 있어야...!"


마나가 부족하다는 말에, 순식간에 엘라프의 주위로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우리가 힘을 보태지. 몸에 축적해뒀던 마나로 힘을 보태겠어."


"마나라면 저도 있습니다. 피아, 도와줄거지?"


"당연한 말을. 엘라프 언니, 저도 도울게요!"


"저도 마나가 좀 있거든요. 헬라 누나가 키워줬으니까!"


"...짜식... 마물 설레게 하긴... 으흠, 우리는 퇴로 확보를 해야겠네. 그래도 남은 마나는 줄 수 있겠어."


여러 사람들과 마물들의 마나를 한몸에 받아들인 엘라프. 어느 때보다도 넘치는 힘을 모으는 그녀의 목에, 하나의 목걸이가 걸렸다. 그리폰 여인 파르케와 함께 나타난 소년의 것이었다.


"제 증폭기까지 써보죠. 한계까지 출력을 끌어올려서!"


"모두들... 정말 도움은 고맙지만... 이래도 겨우 1초... 그 1초 정도가 제 유지시간의 한계입니다...!"


메카니르는, 듣던 중 굉장히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1초. 그 1초면 충분했다. 1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 이물질에게서 자의식이 없어지는 그 1초의 순간. 그 순간만 파고들 수 있다면, 그 녀석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물질 덩어리로 만드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의식이 깃들지 못하게, 의식이 깃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잘게 쪼개버리기만 한다면...


"1초? 충분하다네! 히메로스!"


"제... 제가 무엇을?! ...윽!"


히메로스는, 순간 두통을 느낀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다시 몸을 다잡고 일어나 검을 고쳐쥐고, 확연히 달라진 눈빛을 하고는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괜찮나, 소년?"


"...괜찮습니다. 가죠!"


"좋아. 신호를 줄 테니 멈춰주게!"


"...알겠습니다...! 여러분! 여긴 메카니르 님, 그리고 히메로스와 제가 맡겠습니다. 여러분은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해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일행이 마나의 흐름을 유지시키며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빠르게 개척하는 사이 메카니르는 히메로스와 함께 정지장을 완전히 박살내며 나온 슬라임에게 힘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빠콰작-!)


(구르르륵! 쿠르르르르륵-!)


(타닷-!)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메카니르. 벽을 박차고 나아가 순식간에 녹색 점액 덩어리의 코앞까지 다가선 그는, 자신과 같은 자리에 도달한 소년과 힘을 부딪혀 거리를 벌린 뒤, 엘라프에게 크게 외쳤다.


"지금일세! 놈을 석화시키게!"


"...알겠습니다! पत्थर जानेवाला पदार्थ-!"


[파지지지지지직-!]


"윽...! 시간이...! 오래 유지하기 힘듭니다...!"


"충분하네!"


메카니르는 곧바로 벽을 박차고 굳어버린 이물질에게 달려들었다.


[자의식의 근원을... 오브젝트를... 찾았다!]


자신의 의식을 이물 속으로 집어넣어 탐색하던 메카니르는, 이물질을 자신의 몸처럼 사용하는, 기생체처럼 달라붙어 명령을 내리던 슬라임의 잔재가 담긴 코드 뭉치를 발견해냈고, 단칼에 포맷시켰다.


[... sudo rm -rf ./* ... 진짜 혹시나 했는데... 후우... 이게 먹혀서 다행이군... 이제 분리해야겠어.]


[파지짓-!]


...이게 단 1초만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파직!]


"읏챠...! 히메로스!"


"하아아아아앗! 갈라져라!" 


(쩌억-! 콰자지지지지지지직!)


(구루룩... 구르르르르르... 푸스스스...)


산산조각나서 흩어지는 점액질 덩어리. 모두들 멀찍하게 떨어져서 피했지만, 엘라프에게 건네주었던 목걸이와 연결된 증폭기의 출력을 통제하느라 미처 피하지 못하던 소년은 피하지 못했고...


"코너! 위험해!"


"...파르케 누나? 우왓!"


(철퍼억-!)


"윽...!"


그리고, 그 소년을 감싸주려다 파르케가 그 점액질을 덮어쓰게 되었다.


"후우... 후우... 메카니르 님!"


"아, 정말 고생 많았네. 히메로스는..."


"저... 저 여깄어요... 자... 잘한 거 맞나..."


"...잘했네. 정말. 아주 잘해줬어. 잘게 토막내줘서..."


(슈루루루루룩-! 슈와아악!)


"...이제 이렇게 무리없이 흡수할 수 있었군. ...던전 내에 이런 것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겠어. 점액질 덩어리에, 구마왕 시절에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저승으로 가지 않고, 떠돌던 사념체가 깃든 것이었으니."


"...그렇다면... 이런 위험요소들이 다양한 곳에 산재해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그렇소. 서두르는 것이 더 좋겠군. ...음?"


한편 메카니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리폰 여인 파르케, 그리고 그녀의 연인으로 보이는 소년을 보았다.


"무슨 일인가?"


"...이봐, 해독제... 라던가 있어?"


"...이런. 내 불찰이군... 지금은 구하기 힘들겠다만... 기본적으로 다들 알다시피, 자네가 이 여인에게 충분한 정기를 공급해준다면 스스로의 육신으로 정화할 수 있다네."


"...어... 어...?! ㄱ... 그... 여기서요?"


"...일단 나가지. 다들, 여기서 나가도록 하지."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로 가도록 하죠. 이쪽이 모험가분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넓고 안전한 구역이니까요."


엘라프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는 메카니르와 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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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구역을 돌파했군."


(쪼르르르륵...)


"...일단 돌파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지 않겠어요? 메카니르 님이 도와주셔서 다른 곳으로 진입하셨던 분들도 오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음 구역으로 나아가야죠. 그런 의미에서... 여기요. 차 한잔 드시죠. ...히메로스, 우리 귀염둥이도."


"고마워요. 엘라프 누나. 헤헷..."


"둘이 훨씬 가까워졌군. 에키드나와 용자의 재목이라 그런가? 훗... 그나저나, 일행에서 이탈한 이들은 있나?"


"아직까지는 많이 없습니다."


"있긴 하다는건가... 다들 어떻게 되었지?"


"1구역 이전의 베이스캠프로 재빠르게 옮겨졌죠. 해독제를 투여받거나... 아니면, 자연치유를 기다리거나. 물론, 심하게 오염된 분들은 모두 해독제를 투여받았지만요."


"그런가... 전력 이탈이라..."


"그래도 여기 2구역부터는... 하나의 구역만 존재하니까요. 다들 여기와 1구역 전체를 오가면서 수리와 보수를 도와주기로 했으니, 저희를 비롯한 정예의 강자들만 탐색에 나설 테니 너무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불행 중 다행이로군. 참, 그러고 보니... 아까 전의 그리폰 마물 파르케 양은..."


"...아, 저기서 코너 군과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둘만의 시간을요."


"코너 군? 같이 있던 소년인가."


"그렇습니다."


"...잠시 찾아가보고 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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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기묘한 소리가 들리는 천막 앞에 다다른 메카니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잽싸게 천막을 툭툭 두드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게 하여 주의를 끈 뒤, 안에 있던 둘을 불렀다.


"안에 있나?"


"읏?! 하아... 하아... 무슨... 누구..."


"나일세. 메카니르. 파르케 양과 코너 군이 맞나?"


"맞...습니다만... 잠시 옷좀... 읏..."


"...천천히 하게."




잠시 뒤, 안에서 3자대면을 하는 셋. 머리가 아플 정도의 악취가 자욱한 텐트 안이였기에, 그 사실을 의식하는 둘은 부끄러운 듯 말수가 거의 없었지만, 메카니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펜과 종이를 꺼내며 파르케에게 내밀었다.


"...이건...?"


"...자네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왔네. 틈틈히 마물도감을 만들고 있는지라... 어차피 지금은 쉬는 시간이니, 그 시간에 잠시 자네들에 대한 정보를 조금... 취득하고자 하는 바일세."


사전을 함께 내미는 메카니르. 그것을 함께 보던 둘은, 제법 좋은 인상을 얻은 듯, 특히 학회에서 마법을 공부하던 코너라는 소년이 더욱 관심을 보이며, 메카니르에게 물었다.


"이야... 대단한 책이네요. 사막 지역이나 설원 지대, 언데드 마물들도 조사하실 계획인가요?"


"기회가 된다면 해야지. 원더랜드는 물론이고 요정의 나라... 라고 했던가. 그곳도 찾아가볼 생각이라네."


"우와아..."


"...인상깊은 책이군요. 헬라의 말마따나 굉장히 강하고... 학문의 조예도 깊군요. 도움을 드리고 싶긴 한데... 지금 제가 상태가 조금... 정기가 없이는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어서..."


"정기를 보급받으면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코너, 잠시 귀를..."


코너는 메카니르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는, 얼굴을 조금 붉게 물들인 뒤, 파르케에게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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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이 사이가 참 보기 좋군."


"...고맙... 습니다...?"


(찔꺼억-)


"으흥읏... 코...너엇...! 그렇게 너무 움직이면...!"


"파... 파르케 누나... 맨날 누나가 이렇게 야하니까..."


"으읏... 이 변태 꼬맹이가 진쯔하아앗...♡"


찔꺽이는 소리를 내며, 움찔거리며 겨우 펜을 잡고 글을 힘겹게 써내려가는 파르케. 동시에...


"응... 변태한테 주는 벌이야...! 에잇...♡"


뿌루룩! 뿟쀼퓨쥬류류류륡! 뿌붜러러러러러러러러럭!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응...크흐으으읏... 눈...파르케 눈나아아..."


'...그냥 정기 어쩌고는 다 핑계고 조금이라도 더 하고 싶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음탕한 모습을 보이는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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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하기로는 둘째가기 서러운 마물, 그리폰. 그리고, 그녀들은 남편들과의 사이를 '싸우다가 정 드는 사이' 라고 정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그리폰 - Griffon]


[속 : 그리폰 / 형 : 마수]


[서식지 : 산악, 사막지대]


[식성 : 야생동물, 육식 - 특히 말고기류 선호]


[성격 : 오만하고 드셈, 흉포함]




[독수리의 날개, 사자의 하반신을 겸비한 용맹한 마수. 산악지대의 비경이나 사막의 유적지 등지에 서식하며, 신에게 그 유적에 잠든 신들의 보물, 혹은 유적 그 자체를 지키는 역할을 받았으며, 지금도 그 역할을 수행하거나, 혹은 각지를 떠돌며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도 한다. 매우 사나우며, 수호하는 보물에 다가가는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가차없이 공격하여 쫓아버린다. 긍지높고 용맹과감하며, 보물 수집으로 찾아온 드래곤을 격퇴할 정도로 강한 힘도 있다. 그렇기에, 인간들을 신의 보물을 노리는 비열하고 건방진 미물로 보기에,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인다.




물론, 그녀들도 마물이기에 인간 남성을 원하는 본능이 있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 이전부터, 인간의 욕망에 대해 극히 민감해서 도굴꾼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 욕망의 크기에 따라 도굴꾼에게 향하는 흉포함이 강해지는 일종의 '심리 탐지기제' 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기제가 변형되어 '흉포함' 이 아닌 '공격적인 육욕' 으로 바뀌게 된다. 남성의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녀들이 남성에게 향하는 욕망도 커지면서 범하고 싶게 되어버린다.




그쯤 되면, 다른 오만한 마물들에게 있는 오만불손함 따위의 감정이 사라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남성들을 덮쳐 주저 없이 남성기를 착정하고 정기를 흡정하며 야성적인 허리놀림을 선보임과 동시에, 하늘을 비행하는 조인 계통의 특징인 '모든 종류의 배설물을 가벼운 방귀 기체로 변화시키는' 특성과 결합되어, 어마무시한 양의 가스를, 사막의 열풍과도 같은 뜨겁고 맹렬한 독방귀를 무자비하게 난사하며, 남성을 욕망대로 유린하고, 냄새에 몸부림치며 정액을 자신의 안쪽에 쏟아내는 남성을 정복하는 쾌락을 즐긴다.




하지만, 그렇게 교미를 하는 사이에 두 사람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남성은, 보물을 원하는 욕망이 사라지는 대신, 그녀들과 교미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아주 강해진다. 그리고, 그 욕망 또한 그녀들을 더욱 흥분시키는데, 보물을 원하는 재물의 욕심과는 다르게, 그녀들의 육욕뿐만 아니라 마물의 암컷으로써의 욕망을 더욱 흥분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마음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남편이 될 남자에게 마구 쾌락을 주며 자신의 냄새를 각인시키는 그녀들은, 지금껏 느낀 적 없는 황홀경을 느끼게 된다. 넋을 잃을 정도로, 남편과 교미에 열중하게 만들 정도로, 그 방귀를 뀐다는 것에, 남성을 자신의 냄새로 물들이고, 재물만을 탐하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데에... 너무나도 큰 쾌락을 느끼게 된다.




오래도록 인간 남성의 맛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들에게, 남성의 아랫도리가 가져다주는 아찔한 쾌락, 그리고 즐거움은 너무나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동시에, 미친듯이 꾸륵거려서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아랫배가 더 이상 원망스럽지 않고 오히려 고맙게만 느껴진다. 대량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것이 일상인 그녀들은, 문자 그대로 '방귀로 가득찬' 삶을 사는 것이다. 특히, 그 방귀를 쏟아낼 남편이라는 대상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밤새 쌓였던 방귀를 남편에게 뀌며 남편을 같이 깨우고, 아침을 배불리 먹으며 음식을 먹는지 방귀를 먹는지 구별이 안 되게 할 정도로 지독하고 진한 방귀를 뀌어서 방을 가득 채우고, 본분을 다하고 유적을 지키면서도 계속해서 방귀를 뀌어대서 끔찍한 악취로 유적을 뒤덮어, 어떠한 마물도, 인간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자신과 남편만의 요람을 만들어,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둘만을 위한 장소에서, 그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방귀를 남편에게 뀌어대며, 영원한 쾌락의 나날을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대단했던지 원래의 역할을 소홀히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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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려. 그렇다ㅁ..."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응...응읏... 머라...고요...?"


"...여기 부근의 사막 유적ㅇ..."


뿌우우욱! 부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우우우우우우우웃! 푸부우욱!


"...이 근처의 사막 지대에도 자네같은..."


뿌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맙소사."


"아... 으으응... 이제 좀 낫네에... 아후우... 여기 근처의 사막 지대요? 유적... 유적이라고 다... 그리폰들이 있는 건 아니... 읏... 에요... 거긴... 아마 없을지도...?"


'...그렇군. 마을에서 만났던 니콜은 그리폰이 없던 유적으로 간 거였어.'


"...알겠네. 그럼 둘이 마저... 서둘러 나가주겠네."


문자 그대로, 그 말을 듣자마자 짐승처럼 바닥에서 뒹구는 둘을 뒤로 하고, 메카니르는 텐트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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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엘라프에게 돌아가기 전, 잠시 벽에 기댄 채로 몸의 힘을 풀고 통신을 연결하는 메카니르. 여기서 마주했던 충격적인 진실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다.


"...생각해보니 까먹을 뻔 했군. 전달할 내용을 보내야겠어."


[파직-]




-------------------




[파직-]


"...으왓?!"


"...어... 뭐지? 교신 시도? 여어! 에르가페! 니 남친 교신이다!"


"그... 그런 거 아니라고! 이 새끼들아!"


"아무튼 연결이나 받자고. ...어, 메카니르. 왜?"


"나도 있다. 에르가페도 있고."


[그래... 판타소스, 하르모니아. ...에르가페도 있다고?]


"캬 시발... 목소리 톤부터 바뀌는거 봐라."


[...그만. 아무튼... 말할 것이 있어서.]


"뭔데? 심각한 일이야?"


[...조금 심각할지도.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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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모두 말하는 메카니르. 그 이야기를 들은 그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감싸쥐었다.


"...자의식... 슬라임... 아니... 그... 슬라임이 뭔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 피조물에 가까운 것이 그거를 육체로 삼을 수 있는거야?"


[나도 예상 못한 결과야. 심지어...]


"...신의 권능에도 저항력이 있다... 라는 거. 아마 너의 권한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몰라. 우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제약을 덕지덕지 달고 있잖아."


[...그래. 그것 때문이겠지.]


"...한 가지 해결책이 있긴 한데..."


[그래? 그게 뭐지?]


"...한 명의 신이 화신의 몸으로 너무 강한 힘을 출력하면 우주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거, 알지?"


[알지. 본론이나 말해줘.]


"두 명의 화신이 있다면, 한 사람이 너무 강한 출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더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거 아냐?"


[그 말은...]


"에르가페. 네가 들어갈 때가 된 것 같은데."


"...뭐, 조금 이르긴 하지만 말이지. 둘 다 동의하지?"


"...에에에에에에?! 내가 강림?! 벌써?!"


"어쩔 수 있나. 네가 도우러 가야지. 어떻게 생각해, 메카니르?"


[...나...나야 상관 없...없다만...? 그... 괜찮겠어? 힘들면...]


"아냐! 갈게! 무조건 갈게! ...아니 이건 그... 도와주러 간다는..."


[...그...그래?]


에르가페는, 자신의 우주를 조율해주던 데이모스, 그리고 포집기를 관리하던 하르모니아와 판타소스의 따갑고도 간지러운 눈총을 받으며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지...지금 만나러 가면 되는...거지...?"


[...응... 그... 그럴지도...]


"얼씨구? 아주 꿀이 떨어진다. 꿀이 떨어져. 아 옆구리 시려라~"


"...니들 데이트약속 잡냐? 뭐야뭐야~? 여러분~ 좋은거 보고 가세요~"


"응~ 봄이네 봄이야~"


[아 제발! 이 망할년놈들아!] / "부탁이니까 조용히좀 해!"


"...얼씨구. 이거 아카이브 시스템에 박제해서 두고두고 남겨놔야 하는데."


[...아무튼. 그럼... 지금 어떻게 여기에 강림할 수 있겠어?]


"...나... 그래도 그 여자니까...? 그... 하나의 마물로 형태를 바꿔서 강림...할게. 괜찮지?"


[...지금 바로 보겠네. ...그럼... 그... 이따 보자...?]


"...그래애... 메카니르..."


[파직-]


"흐...흐헤에에..."


도망치듯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리고, 세상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는 에르가페. 화신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는 사랑에 빠진 그녀를, 데이모스, 하르모니아, 판타소스를 비롯한 다양한 신들이 놀리고 있었다는 건 메카니르와 에르가페, 그 둘만이 모르는 비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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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을 하려는 모양이구나. 음... 그러면 내가 어떻게 마주해야 하지? 인사를... 반가워, 라고 하면 너무 맛이 안 사나? ...뭐라고 해야..."


"어이, 형씨! 뭘 그리 생각해?"


"으헉?!"


"...뭐야? 그렇게 놀랄 줄도 알았어? ...어, 설마 형씨. 혹시..."


"...헬라. 무슨..."


그리고, 메카니르의 말을 끊으며 비릿한 미소로 정곡을 강하게 찌르는 헬라.


"...썸녀랑 데이트약속이라도 잡았구나?"


"푸흐으으븝-!"


그녀의 말에, 혼절할 정도로 어지러워하는 메카니르. 한편, 헬라는 진짜로? 싶은 마음이 들었고, 어느새 그녀의 곁으로 로이까지 와 있었다.


"...어? 진짜인가보네?"


"...제... 제발 조용... 여기 찾아오기로 했으니..."


"무슨 일이에요, 다들? 어디 아파요?"


"어? 아... 형씨 썸녀 만난단다! 어떻게 찾아오는지는 몰라도 여기로 오겠다고? 경비로 나선 애들을 다 뚫고? 걔들도 한 실력 하는데?"


"...나를 이길지도 모르는 상대니까..."


"그래? 흥미가 생기네. 뭐... 어떻게 알아서 잘 되겠지. ...그건 그렇고, 이게 여자 만나는 남자 몰골이야? 안되겠다. 나랑 로이가 좀 단장을 시켜주지!"


"오... 멋지다! 잘생긴 남자로 만들어드릴게요, 형!"


"그...그만..."


"거부하지 말고 따라오라고! 크하하!"


결국 휘말려버린 메카니르였다.




--------------------------------------------------------------------------------------- 4장, 그리폰 편 [END]




한편...


"그러니까, 지금 여기로는 들어갈 수 없다니까?"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안되나요?"


"만나야 하는 사람? 차라리 여기서 대화하고 끝내면 안되나?"


"...그 사람과 동행해야 합니다.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죠?"


"지금은 무리가 있다고 해도 정말..."


"엘로이? 무슨 일이야?"


"아... 막무가내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는 한 인간을 만나서."


던전으로 향하는 입구의 코앞에서, 엘로이와 호가르는,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 의태한 슬라임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사람같기도 하고,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오묘한 매력을 뽐내는, 자줏빛 머리카락에 짙은 분홍빛의 눈동자를 한 여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으... 좀 들여보내주면 안되는거에요? 저 진짜 무해하잖아요?"


"댁이 문제가 아니고, 안이 지랄난게 문제라고. 이물질이 정화된 곳 까지는 어떻게 되겠지만, 그 뒤로는 안돼. ...몇 분 전에 들어보니 1구역은 정화가 완료되었다더군. 거기까지는 별 일 없을테니까 가능하지만, 그 뒤로는..."


"...1구역에 메카니르가 있나요?"


"...앙? 그 사람을 찾는 거였나?"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흠칫 놀라는 둘.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던 엘로이와 호가르는, 그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는 이를 데리고, 입구 근처의 오토마톤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 원거리 통신 기능이 필요해. 2구역 진입 전 베이스캠프로.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누구와 연결해드릴까요?"


"메카니르 좀 바꿔줘. 누가 찾는다고."


[...치직...칙... 철컥-]


"여어. 엘로이야. 형씨 맞지?"


"...아뇨. 엘라프입니다. 지금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잠깐만! 그... 거기 정말 있는거야? 메카니르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거기... 그 베이스캠프 맞지?"


"...그것도 맞습니다만... 요구사항이 무엇입니까?"


"아냐. 직접 가서 말할게. 연결해줘서, 그리고 위치를 알려줘서 고마워!"


(스륵- 슈와아악-!)


"우와앗?!"


"뭐...뭐야?!"


"시...시스템 종료... ... ...재부팅 시작... 핫...? 머리가... 무슨..."


"그... 그년 어디갔어!? 얌마! 어서 뱉어봐! 퉤 해봐 퉤!"


(덜컹덜컹덜컹-)


"으으으으... 어지럽습니다아... 엘로이 씨..."


순식간에 자줏빛 액체와 기체로 변한 그녀는, 오토마톤의 체내로 빠르게 침입했다. 곧이어, 연결을 취한 오토마톤의 의식을 매개로 그녀는 입구의 오토마톤의 의식에서...




[치직...치지직...]


"큿... 머리가... 몸이..."


[파지직-!]


"후우! 이 몸, 등장!"


"우와아아아앗?! 오... 오토마톤의 몸에서 무언가가?!"


...2구역 입구의 베이스캠프에 위치한 오토마톤의 의식으로 이동하여, 그 자리에서 재구축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윽... 연산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시작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당신은 누구시죠?"


"물러나세요, 모두들! ...당신, 정체를 밝히시죠!"


"...아이 참. 다들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나는 내 오랜 친구를 만나러 온 거라고."


"...메카니르의 친구를 자처하는 당신을 제가 어떻게 믿죠? 이렇게나 말도 안되는 모습으로 나타난 주제에...!"


"...으으... 신의 위엄이 다 죽는구나..."




(저벅... 저벅저벅저벅...)


"...응?"


"여어~! 누가 우리 형씨 찾았다면서?"


"헤헤... 멋을 좀 내시느라 늦었어요!"


"...이... 이게 대체 무슨..."


헤어스타일부터 모두 다, 제대로 메이크업을 받고, 심지어 옷까지 제법 말끔한 탐험가 복장으로 갈아입고, 마치 판타지 소설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메카니르. 그리고, 헬라와 로이의 손에 이끌려 나타난 그는, 엘라프를 비롯한 여러 마물들과 대치하는 한 여인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눈을 마주보았다.


"...ㅁ...메에...메에에..."


"...뭐야, 형씨? 저거 양 울음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는 거 보니... 털은 없네? 신종 마물인가? 슬라임같기도 한데... 누구... 어이, 어이! 왜 굳었어?"


"...저... 에르가페...? 어... 어떻게 벌써 여기..."


"...그... 설명하자면 긴데... 일단 내가 오해를 좀 푸는 것부터 도와주겠어?"


"...진짜 지인이신가요?"


"...설명하자면 진짜 긴데... 일단 다들 무기를 물리시오. 내 지인... 지인? 그... 아무튼 아는... 아는 사이가 맞소."


굳은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버벅이는 둘. 겨우 입을 여는 에르가페와, 마찬가지로 겨우 그 말에 대꾸하는 메카니르.


"그... 오랜만...이지? 이렇게 보는건..."


"...그렇지... 음..."


그 모습은, 지금껏 보여주었던 그의 모습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뜻밖의 모습이었기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썸타네."


'...썸타는거네.'


'...저런 귀여운 구석도 있단 말이지?'


'임자 있었네? 어머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점차 얼굴에 미소를 띄우는 다른 마물들. 그리고...


'...다... 다 들린다고...'


'...윽... 신의 위엄이...'


괜히 서로 부끄러워하는 두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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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지인분이시고... 성함이 에르가페라고 하신다는 말이죠?"


"얼추 맞지. 뭐, 워낙 수상하게 나타난 건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꼭 만나야 하는데, 들여보내주질 않더라."


"어쩔 수 없었답니다. 지금... 이 아래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서..."


"녹색 점액질인 이물에 범벅이 된 코스미크스 피나에겠지. 원래 여기 사는 녀석도 아닌데 말이지."


"코스... 네? 그 괴물에 대해 아시나요?"


"잘 알지. 그리고... 메카니르가 혼자 상대하긴 힘들어서 도와주려고 왔지."


"...두 분... 정말 불가사의한 분들이군요..."


"부정은 못하겠구려. 후후..."


"저... 그런데, 이 검... 검이 에르가페 씨가 접근하니까 막 빛이 나는데..."


"아? 아... 이거... 음. 먼 옛날에, 메카니르랑 산 속에서 같이 지낼 때... 그때 맞지?"


'...그런 설정이구나? 오케이.'


그녀의 말을 이해한 메카니르는, 에르가페의 말을 받아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맞을 거요. 내가... 특이한 광물을 발견했었는데, 에르가페가 그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기운으로 벼려내서 재련을 했지."


"그런데 내가 너무 강한 마력을 담았었나... 나한테 복종하기를 거부하더니,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버렸지 뭐야? 꽤 오랜 세월을 떠돌던 검이 주인을 찾았네."


굉장히 많은 양의 각색과 거짓말을 담은 이야기를 하는 에르가페. 그 검을 빤히 들여다보던 소년은,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는 에르가페에게 물었다.


"참, 엘라프 누나. 다음 구역으로 출발하는 건 언제쯤인가요?"


"한 시간 정도 뒤. 지금 즈미야 양이, 미리 자신의 색적 능력을 십분 활용해서 자신이 관리하던 홍수와 범람의 심연에서, 어디에 이상 반응이 감지되는가를 확인하고 있거든.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들어갈거야. ...에르가페 씨는 어떻게 하시려나요? ...메카니르 님과 동행?"


"도...도오오옹동행?! 그... 그거 제일 좋겠지! 좋은데... 그..."


"크흠... 오랜만에 봐서 조금... 반가운 감정이 주체가 안되는구려. 서로 말이오."


"흐으음..."


"흐으으으으음..."


"...왜... 왜들 그러나?"


"저흰 잠시 자리를 비워드릴게요! ...아니다, 이번 기회에 조금 걸으시면서 두 분이 친분을 다지는 것도 좋겠고요!"


"그... 그런 호의까지는..."


괜찮다며 사양해도, 결국 둘은 엘라프와 히메로스에게 떠밀려 나와 천막의 밖, 베이스캠프로 나오게 되었다.


"..."


"...음, 좀 걸을까. 에르가페?"


"...응. 좀 익숙해질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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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하지만 서로 꼭 붙어서 천천히 산책을 하던 둘. 계속해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의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그것보다도 그들은 자신의 바로 옆에 자리한 또 다른 한 명의 신이 더 신경쓰였다. 에르가페는 메카니르가, 그리고 메카니르는 에르가페가.


"...참. 내가 만든거 좀 볼래?"


"사전... 맞지? 음... 그때 이후로 또 얼마나 더 만들었는지 좀 볼까?"


메카니르로부터 건네받은 사전을 천천히 읽어보는 에르가페. 설명 중간중간에 섞인 마물들의 음란하고 웃긴 각주의 설명에 웃음지으면서도, 내용 자체는 매우 유익하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그녀는 사전을 모두 읽고 돌려주었다.


"음... 재밌게 잘 만들었네. 정말 고생 많이 했구나? ...투기장 챔피언 메카니르 씨?"


"윽... 그게 갑자기 무슨 호칭이야. 괜히 좀 그렇게... 우리 입장에서는 어린아이 재롱잔치에서 진심펀치로 싸우는 거 아니냐고..."


"뭐 어때, 조금은... 궁금하기도 한 걸? 재롱 부리는 메카니르... 푸훗..."


"그게 무슨 말인데, 너도 정말..."


"...싫었어?"


"아니... 그건 아니긴 한데 그... 뭔가 좀... 네가 그렇게 불러주니까 기분이 오묘해서."


"그래... 후으응..."


(촤륵-)


"...아, 마침 시간도 남는데... 마물 정보조사나 한번 해야겠어."


"따라가도 될까?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는지 궁금해서."


"마음대로. ...가자, 에르가페. ...마침, 앞으로 남아서 정상화된 1구역을 관리할 라미아라는 마물을 조사하려고 하거든."


"응. 헤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 ...근데 마물들이 되게 지저분하게 변했네..."


"뭐, 서로 좋다고 하면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어?"


"...사실 그렇지... 으음..."


"그리고, 생각보다 별로 지저분하지도 않고. 고작 기체일 뿐이잖아? 휘발성 자체도 강한."


"...으흐음... 그런가...?"


오묘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메카니르와 걸음을 맞추는 에르가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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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음... 일단 필요한 것들은 다 있네. 이제 당당하게 우리 폐허 정상영업합니다 해도 되겠는걸? 어디... 재보같은건 나중에 또 보충하고... 무장은 내가 직접 만들어서 가져다놓고..."


(저벅...)


"으흠... 시간 좀 되시오?"


"음? 누구... 어머, 메카니르 씨 아니세요? 옆 분은..."


"반갑소. 내 지인이자 동료 학자요."


"그렇군요? 반가워요. 후훗... 메카니르 씨에겐 큰 신세를 졌네요. 소식은 들었어요. 비밀통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에요. 자, 이러지 말고 들어오셔서 차라도 한잔 드시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메카니르와 묘한 오오라를 내뿜으며 메카니르의 곁에 선 에르가페. 마침 던전에서 자신이 맡은 구역, '색욕이 가라앉은 폐허' 의 마비되었던 기능들을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체크하던 라미아 마물은, 적적하던 차에 뜻밖의 방문객들이 찾아오자 반갑다는 듯 인사를 하며 그들을 자신이 머무르는 던전 제어실로 맞이했다.


(끼익... 삐그덕...)




(달그락...)


"...여기요. 맛은 괜찮을 거에요."


"...잠이 깨는 달콤쌉싸름함이군. 익숙한 맛이야. 고맙군."


"베에... 조금 씁쓸하다. 달달한거 더 없어?"


"후훗... 미안해요. 저는 이 정도가 취향이라... 각설탕이라도 좀 넣을까요?"


"달달한 거라면 뭐든 좋지! 하나 줄래? ...음! 이러니까 딱 좋아!"


달콤한 각진 설탕을 두어 개 꺼내, 에르가페의 커피에 섞어주는 라미아 마물, 최보아. 그녀가 지금 커피가 쓰다며 투정을 부리는 이 사람이, 이 우주를 창조한 이해의 경계 밖의 외신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고 생각하며 조용히 커피를 음미하던 메카니르는, 그래도 일은 해야겠지, 하고 생각하며 책을 내밀었다.


"...사전... 소식은 들었습니다. 마물들의 정보를 기록한 도감을 편찬하고 계신다고요?"


"그렇소. 그대의 도움이 필요한데..."


"사전 편찬에 도움을 달라는 그런 요지겠죠? 어려울 건 없죠. 어차피 전 이제 남는 게 시간이고... 그 시간을 활용하여 제 구역을 정상화시켜야 하니까. 사전을 한번 보고 해도 될까요?"


"물론이오."


그리고, 사전을 읽는 보아를 두고, 에르가페는 조용히 메카니르의 옆구리를 찔렀다.


'...음? 왜?'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했어? 다들 쉽게 부탁을 들어주고... 너는 믿을 수 있다는 논지로 이야기하네. 특히 암컷 마물들이.'


'질투하는거야?'


'...아니거든.'


'그래. ...뭐, 마계에서부터 온갖 사건에 휘말릴 때 마다 선뜻 나서서 남들을 도왔거든. 산골 마을에서도, 대도시에서도. 그렇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고 할까.'


'...기계같은 네가 보여줬다기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모습인걸? 기억 조작같은걸 사용할 줄 알았는데. 헤...'


'...나도 네 덕에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둘을 본 보아는, 사전을 다시 돌려주며 흐름을 끊는 대신, 눈치껏 조용히, 살며시 웃으며 자신의 내용을 사전에 필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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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라미아 마물의 모습. 더욱 살이 오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당연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항문으로 공기를 잔뜩 빨아들여 온 몸을 가스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라고.]


[라미아 - Lamia]


[속 : 라미아 / 형 : 파충류]


[서식지 : 사막, 산악, 동굴, 던전 등]


[식성 : 육식 위주. 채소나 섬유질 등은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함]


[성격 : 드세지만 친절함. 질투가 많음.]




[인간의 상반신, 그리고 뱀의 하반신을 지닌 마물. 지능이 높으며 동족끼리 취락을 만들거나, 인간과 함께 마을에서 생활하기도 하나 근본적으로는 '개인주의' 를 지향하는 마물이다. 동족끼리 취락에서 생활하는 야생 라미아들은, 도로나 산길 등의 인간이 지나가는 장소의 사물 뒷편에 숨어, 인간이 지나가면 소리를 내어 주의를 집중시킨 뒤, 헐벗은 나체의 상반신 뒷모습을 보여주며 남성을 유혹한다.




그녀들의 부드러운 말에는 강한 마력이 담겨있어, 남성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울려퍼진다. 이는 라미아 일족 모두에게 해당하는 특수한 능력에 속하는데, 이에 유혹당한 남성은 비틀거리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라미아에게로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 남성을 긴 뱀의 하반신으로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에 성행위를 하는 것이다. 아주 끈적하고, 강렬하게.




더욱이 남성을 휘감은 뒤, 그녀들은 자신들만의 '후속 조치' 를 취한다. 바로, 소리와 냄새의 이중 공격이다. 그녀들은, 달콤한 말을 속삭이며, 더욱 남성들을 매료시키고, 동시에 잔뜩 휘감은 꼬리를 움직여 남성의 얼굴 주위에 '막대한 양의' 녹황색 연무를 뿌려댄다. 마치 콧속이 타오르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악취를, 그야말로 '콧구멍 속에 마나의 단검을 박아넣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충격을 주는 냄새를 맡게 하는데, 이 냄새와 함께 귀를 마구 두들기는 '천둥번개 수십 다발이 몰아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맹렬한 소리와 함께 나온다. 무시무시한 소리, 그리고 어마어마한 냄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그리고 그 방귀와 함께 귓가에 달콤하게 들려오는 매혹적인 목소리... 이내 남성들은, 그녀들의 이 모든 것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며, 자연스럽게 그녀들에게 온 몸을 맡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음에 들어버리면 '여부를 묻지 않고' 라미아의 남편이 되어버리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남편들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그녀들은 집념이 매우 강한 축에 속한다. 한번 손에 들어온 남성을 좀처럼 보내주려 하지 않고, 꼭 끌어안고 있으려 하며 떨어지려 하지 않고, 출장이나 사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날 때가 된다면 울면서 가지 말라고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기도 한다는 듯 하다. 혹여... 바람이라도 핀다거나 하면, 전신을 조른 채로 거의 일주일 밤낮을 풀어주지 않고 계속해서 범하며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각인시킨다. 목이 마르다고 하면 젖을 줄 것이고, 배가 고프다고 하면 꼬리로 묶인 채로 함께 움직여 식사할 때 조차도 떨어지지 못하며, 결정적으로 음식에마저도 자신의 냄새를, 방귀냄새를 한가득 묻혀서 방귀절임으로 만들어, 직접 입에서 입으로 먹여준다고.




그녀들은 일정 주기마다 탈피를 한다. 라미아 일족이라면 에키드나를 제외한 모든 종이 탈피를 하는데, 이 탈피라는 과정에서는 그녀들은 온몸이 매우 민감해진 상태가 되며, 흥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또한, 이 상태에서는 과호흡을 방지하기 위해 에키드나 이상으로 '항문 호흡' 에 능한 상태가 되는데, 이때 만일 그녀들에게 실수로 다가간다거나, 항문 호흡을 하며 뱉은 지독한 방귀에 노출되어 그녀들에게 매혹된 상태가 되어 다가간다면, 그 민감한 상태의 뱀의 하반신에 붙들려, 그 흥분이 진정될 때 까지 성교를 하게 된다고 한다. 평소보다 다섯 배 이상을 자랑하는 막대한 양의 방귀를 계속해서 맡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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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호흡이라... 항문으로도 호흡이 되나?"


"음... 조금 특수한 신체적 특성이라. 엘라프 언니를 조사해봐서 알죠? 마나 농도차를 이용한 마나 삼투랑 비슷한데, 여기는 이쪽으로 마나를 빨아들인다기보다는 기압차를 활용해서 '그냥 공기' 를 들이마시는 개념이죠. 그리고, 들이마신 공기를 빠르게 이동시켜서 몸 전체를 순환하게 하고요. ...그리고, 그렇게 호흡을 많이 하면 그만큼 몸의 노폐물을 거르는 속도도 빨라지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엄청나게 빠르게, 그리고 많이 쌓여서 몸 속에 누적이 되거든요. 그럼 쌓인걸 또 내보내야겠죠?"


"...그럼 그것이..."


"그래. ...시범을 보여줄게? ...이렇게... 후우... 응..."


보아는 몸에 힘을 풀고,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인 뒤 하반신, 특히 직장 부근이 위치한 꼬리의 끄트머리를 위로 치켜올리고 힘을 풀어, 항문을 드러나게 한 뒤 그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일 준비를 했다. 외설적인 부분을 직접적으로 본 탓일까, 에르가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듯 했다. ...마물들의 몰골을 질리도록 본 메카니르는 큰 동요가 없었지만."


(슈유욱... 쮸뷰류류류류륫-! 쮸거억...)


"...방금 그 소리는...?"


"항문으로 공기를 흡입하는 소리랍니다. 어때요, 통통하게 부풀어오른 배가 보이죠?"


"그...그렇구나아... 그러면 다음은..."


"...맞아요. 이렇게 힘을... 흐응...!"


뿟뿌룱! 뿌뷰쥬쥬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류륡!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청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거의 대지진의 현장에 버금가는 맹렬한 양의 방귀가 여름철 태풍보다도 강력한 바람과 함께 쏟아져나왔다. 지독하기 그지없는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나 순식간에 방 전체를 덮쳤고, 에르가페는 순간 코를 감싸쥐었다. 화신으로 강림한 이후, 처음으로 맡아보는 맹렬한 악취였던 것이다. ...물론,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메카니르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호흡을 했지만.


"...웃... 하아아... 이렇게 말이죠. 응... 이건 언제 해도 기분이 좋다니까..."


"...으응... 냄새애..."


"지독하죠? 후후... 제 자랑이죠. 냄새로는 엘라프 언니나 즈미야 언니, 티린 언니보다 제가 더 강할걸요?"


"...그게 자랑... 자랑이양...? 우엑..."


"물론이죠! 후후... 아, 인간 분이셔서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우리와 같은 마물 사이에서는 이게 미덕이랍니다. 독한 냄새, 큰 소리, 많은 양. 이른 방귀의 세 가지 요소, 삼위일체를 이루는 요소들이 더욱 지독하면 지독할수록... 아름답고, 섹시하고 요염한 마물로 평가받죠~? 으음... 메카니르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에~?"


매혹적인 선을 뽐내며 자세를 잡는 라미아 마물, 최보아. 그리고, 에르가페는 혹여나 메카니르가 이런 요염하고 지독한 것을 좋아하나 싶어 슬쩍 그를 바라보았고...


"..."


"...왜 고개를 피해?"


"...나중에... 말해줄게..."


차마, 에르가페가 요염하게 포즈를 취하며 보아 이상으로 지독하고 역한 방귀를 토해내는 것을 생각하며, 흥분되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할 수 없었던 메카니르였다.


"...너... 너도 설마... 설마설마 했는데... 이전에 물어볼때도 혹시나 했는데...?"


에르가페는, 더욱 가까이 그에게 다가가며, 확신에 찬 어조로 물었다.


"...진짜 변태야? 방귀 좋아하는... 변태...?"


"...윽..."


"으음... 썸타는 사이에서 더욱 나아가려면... 에르가페 씨도 분발하는 게 좋을지도요?"


"쓰...쓸데없는 말을!"


보아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호통을 치는 메카니르. 물론,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연발로 보여주는 그를 보며, 에르가페는 확신 아닌 확신이 들었다고.


"...지...진짜 좋아하는구나... 그치...?"


"..."


'...어머나~? 후후... 나는 슬쩍 빠져줘야겠네에~'


(스르르륵...)


서로에게 집중하던 둘은, 보아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조차 모르고 있었다.


"...저기, 그럼..."


(부스럭... 부스럭...)


"...이런 거... 한번... 해줄까...?"


"...어...어어어어...?! 어?!"


일반적인 사람처럼 위장한 상태인 에르가페. 치마를 슬쩍 걷어올리며, 펑퍼짐한 둔부를 아슬아슬하게 노출시키며, 잔뜩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신에게 음탕한 질문을 던지는 그녀의 모습을 본 메카니르는, 순간 땅이 아래로 푹 꺼지는 것 같은 아찔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남들 앞...?"


그리고, 남들 앞에서 무슨 짓이냐고 말하려는 메카니르의 어안이 벙벙해지게 하는 상황. 순식간에 어디론가 스르륵 사라져버린 그녀가, 순간 묘하게 원망스럽기도 한 메카니르였다.


"...이제 우리 둘밖에 없잖아... 응...? 저기 그러면..."


(부스럭...)


"...그... 조금 찾아보고 왔거든... 방귀와 관련된 것들... 그러니까..."


(덜컹... 삐걱-)


"...내 방귀냄새... 맡아볼래...?"


"에...에르...읏..."


"...몸에 힘이 없네... 애초에 저항할 생각도 없었구나... 진짜? 그럼... 동의한거지...?"


"그... 그마..."


"...좋잖아. ...이거 뭔데?"


성적으로 잔뜩 흥분한 상태임을 알리는 그의 몸뚱이. 화신으로 강림했다는 것은, 인간의 육신을 취했다는 것. 그 육신이 눈앞의 암컷에게, 여인에게, 또 다른 화신에게 진심으로 흥분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방귀냄새를 속에 머금고 있는 자신에게 흥분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에르가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살짝 지배욕에 들끓는 목소리로, 메카니르의 아랫도리를 벗기며, 그를 완전히 바닥에 눕힌 뒤 69자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수컷들의 자지구나... 음... 기묘하네..."


"으윽... 그러니까..."


"...평균보다 조금 작나...? 저기... 그... 평소 몸으로도 이 정도 크기야...?"


"대...대체 무슨 질문을... 으읍..."


"...아... 더 커진다아... 으응... 저기 그럼... 어떻게 하더라...? 입으로 하나...? 이... 이런 쪽의 경험은 아직 없는데에..."


'...이... 이런 모습을 들킬 순 없어...!'


마지막 남은 위엄까지 잃고 싶지 않았던 메카니르. 조금이라도 사소하게 저항하며 발버둥을 쳐 봤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역효과만을 부른 듯 했다.


"...자...잠깐! 메카니르...! 우...움직이지 마...! 지금 속이 별로 안 좋... 흐읏!"


부부풋! 뿌봐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픗프브프프르드프브프프프브프프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푸부루루부푸푸부루루루푸푸푸푸루루루루룩! 푸뷔리리리리리리비피피피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 자...잠깐...!"


"으응...! 너... 너 때문이니까...! 괜히 자극한... 네가 잘못...!"


푸부부루룩! 뿌푸푸욱! 뿌룩! 뿌프르르드드프브브르르르프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릇-! 뿌뷔뷔퓌뷔루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디딕!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락! 뿌푸푸우우우우우우푸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아...아흐읏...?! 기... 기분 이상해애앳... 나... 나 신인데에... 이... 이런 거에 맛들려버리면... 으읏...!"


가히 설명하기 힘든 정도의, 무시무시한 양의 방귀가 쏟아져나왔다. 이것이 진정한 신의 힘인가? 싶은 수준의, 맹렬한 폭풍이었다. 비와 번개, 천둥과 벼락으로 이루어진 방귀가 아닌, 마나와 메탄, 썩은 마늘 냄새와 유황의 악취로 무장한, 형용할 수 없는 방귀의 폭풍. 물론, 이러한 감각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메카니르는 '냄새로 인한' 고통은 없었지만...


"흣... 흐냐아아... 바... 방귀가 뿌웅뿡 계속 나와아... 메... 메카니르으... 나 엉덩이가 고장난 거 같아아..."


뿌우욱! 뿌르르르르르르프프브브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봐봐바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욱!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읏... 흐아아아앙... 어... 엉덩이 구멍이 이상해애애... 화신인데에... 여기에 중독되어버려... 응앙... 메카니르으으... 너 기계의 신이잖아아아... 나좀 고쳐줘...♡ 응...? 메탄 탱크가 고장났잖아아앗...♡"


다른 마물이나 여성이 아니라, 에르가페가 자신의 눈 앞에서 이런 추잡한 모습을 보이며,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그 어떤 마물보다도 '강렬하고 폭풍같은' 방귀를, 그리고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방귀를 무지막지하게 쏟아내며 메카니르의 코를 마구 유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으흡...! 잠깐...! 나 진짜 위험... 누가...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아응... 보면 좋은 거 아니야아아...? 피조물들한테에... 너의 반쪾은 나라고 하는 거어얼... 당연하다는 듯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아아...?"


"그... 그으... 너... 너무 빠른 거 아냐...?! 소...손이나 잡고 그런 거부터 시작을...!"


"으응... 몰라! 이 눈치없는 바보...! 여기서 이렇게... 내가 만든 피조물들만의 방법으로 네가 내 것이라는 걸 입증해둬야...!"


'...그... 원래 그 방식도 아니지 않아...? 여기 떨어진 녹색 덩어리 때문에 오염된거잖아 사실상...!'


풍만한 엉덩이가 더욱 메카니르의 입을 짓눌렀기에, 그 말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같은 화신의 모습인 에르가페였기에, 다른 마물들과 싸울 때 처럼 권능을 발휘하여 상황을 타개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것이냐? 하고 물어보면, 필시 '아니요' 라고 대답할 메카니르였지만. ...설령, 그 모습이 신의 위엄있는 모습과 비해서 아득히 벗어난 상황이긴 해도.


"...입증해둬야... 저 피조물들이 너한테... 주제도 모르고 꼬리치지 않을 테니까...앗...! 그러니까..."


(꾸루루루룩... 뿌푸푸루루루루구루루구루구루구국-!)


"...전부... 전부 맡아...!"


"자... 잠깐...!"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푸푸루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룩! 뿌프브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부우우욱! 뿌푸부푸푸르프브르르프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뷰퓨쥬쥬류류뷰퓨쥬쥬류류류륙! 뿟프스스스스스스... 뿌룩! 뿌로로로로록! 뿌브프르드브르르르르르르르르릇-! 뿌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연발로, 폭탄을 터트리듯, 가스로 가득 들어찬, 무지막지한 그녀의 둔부가, 신의 분뇨... 아니, 신의 분노를 정말로 적나라하고 추잡스럽게 쏟아내며, 마치 폐와 기도를 완전히 불사르는 것 같은 맹렬한 악취의 폭풍을 메카니르에게 마주하게 했다.


"...!"


맨몸으로 설산의 산등성이에 던져진 것만 같은 충격적인 감각을 온 힘을 다해 격렬하게 선사하며, 에르가페는 신의 위엄이고 뭐고 다 내던져버리고, 자신의 엉덩이 아래 깔려 신음하며 아랫도리를 잔뜩 흥분시키고, 신으로 거듭난 이후 '단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감정을 느끼며 고통과 쾌락 속에서 몸부림치는 메카니르의 아랫도리를 물고, 핥고, 마구 매만지고, 가슴 사이에 끼우고 장난을 치며, 뒤틀린 성욕에 걸맞은 뒤틀린 쾌락을 있는 힘껏 선사해주었고...


"...읏... 크윽...! 에...에르... 아... 으... 떨어...져...! 읏...!"


퓨뷰류르르르르르르르르르릇-!


"...으으읏?!"


뷰르르르릇-! 퓨브르르르르르르릇-! 뷰르르르르르릇-! 뷰퓨퓨류류륫- 뷰르릇-! 뷰르르르릇-! 뷰르릇-!


그 쾌락에 답하듯, 밑도 끝도 없이 터져나오며 에르가페의 화신으로 강림한 육신을 하얗게, 하얗게 물들이는 진하고 비릿한 백탁액. 신으로써, 어떠한 경험을 해도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하고 지저분한, 오염된 쾌락을 화신의 몸으로 받아들인 메카니르는, 그동안 마기에 알게 모르게 노출되며 인간의 육신에 한껏 축적되어있던 남성의 정기를 있는 힘껏, 아주 대차게 쏟아내며, 자신과 같은 처지인 또 다른 한 명의 신, 에르가페를 자신의 색으로, 그녀의 우주 안에서, 화신으로 직접 강림한 그녀를 하얗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뷰르르르르르르르릇-! 뷰르르릇... 퓨뷰륫... 뷰우웃- 뷰릇... 븃...


"...하아... 하아... 윽... 흐으아... 하아..."


"...와... 존나 많이 쌌어..."


"조...조용...히... 해줘..."


"...부끄러워할줄도 아네... 오늘 정말 좋은 구경 한다..."


"...미안..."


"미안할 게 뭐 있어? ...오히려 좋은데. ...솔직히, 예전엔 네가 너무 딱딱하게만 느껴져서... 좋았는데... 더 다가가진 못했는데..."


"..."


"...너도, 감정이라는 게 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후후..."


"...나도 잘 몰랐지... 그런데 네 우주 속에서 수많은 마물들이랑... 그들이 연을 맺는 과정을 보면서 같이 휩쓸리고 하다 보니까..."


"...헤헤... 그래?"


"...네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봐야지. ...그런가? 그럼 책임도 네가 져야지."


"...헤에... 그런 말도 하네? 후후후... 책임? 져줄게. 당연히 져야지. 에헤헤..."


"...좀만 쉬었다 나갈래?"


"그러자. ...자기야."


"푸흐읍... 자... 자기..."


"왜, 싫어?"


"저... 적응이 안 되는데... 뭔가 너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보통 생물들이, 지성체가 한 쌍의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은..."


"...뭐, 어때. ...여기 마물들도 다 마찬가지인데... 내가 만들었잖아."


"...너의 욕망을 적절하게 투영한거지?"


"들켰나? 헤헤..."


"...하하... 너도 참..."


문득, 그들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렇게 소리를 냈으면 밖에서 다..."


"들었...으려나? 그래도 다들 바쁘니까... 못들었겠지... 그치?"


"응... 너무 격렬하게 소리를 냈었는데... 누가 들으면 좀 부끄..."


(부스럭-)


"...?"


(크흠...! 메카니르 님? 에르가페 양? 거사가 다 끝났으면 들어가도 될까요~?)


"...아."


(와아~ 뜨겁다 뜨거워! 이 누님이 꾸며준 게 효과가 있었지? 형씨? 크하하핫!)


(뒤처리 다 하고 나오시는 대로 작전 브리핑 할게요~ 마침 2구역의 위험요소 색적이 다 끝났으니까~)


"으...으와아아아..."


"...읏... 이거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 5장, 라미아 편 [END]


---------------------------------------------------------------------------------------------제 10막, 던전 - Ⅰ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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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만에돌아온몬무스소설

원래 다른거 이것저것 다 하고 나중에 가서야 신 하나 더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스토리가 도저히 구상이 안되서 그냥 다 갈아엎고 던전에서부터 바로 합류시킴... 나는 장편쓰면안댐 시발 구멍난 뱃전 납땜하듯 글쓰는것도 정도껏 해야지 아니 시발 생각해보면 그냥 글에소질이별로없을지도? 아무튼그냥그럼... 자괴감드는주말이다... 던전 중편으로 찾아뵙겟습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