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이어쓴 내용임
https://arca.live/b/scottoberg/82131017

군대에서 폰으로 깨작깨작 쓴 내용이라서
색 변환? 없다... 서식? 엉망이다... 하지만 순애하이퍼 하나만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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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도희씨 인터뷰, 테이크 원. 셋, 둘, 하나!"

짝, 하고 내려치는 슬레이트 소리. 의자에 앉은 mc는 요란스럽게 인터뷰를 시작한다. 반대편 소파에 앉아있는, 한복을 연상케 하는 코스튬을 입고있는 긴 흑발의 여인. 얼굴을 감싸는 바이저도, 가면도 없지만, mc가 그녀를 소개하는 문구를 듣자하니 히어로가 확실해보신다.

"자기소개 한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에는 '황금의 바람'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복향'이라는 히어로네임을 쓰고있는 히어로 유도희입니다. 반갑습니다~"

편안하고 환하게 웃고있는 그녀. 이에 mc가 말한다.

"매체에 좀처럼 얼굴을 비추질 않으시고, 히어로네임도 비공개셨잖아요? 그래서 신비주의적인 인상이 있었는데 이렇게 부끄럼없이 인터뷰해주시다니 놀랍네요."

"호호...전엔 부끄럼을 많이 타긴 했죠."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그 능력 때문인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사람을 날리는 방귀는 뀌는 제가 봐도 자랑할만한 능력은 아니니까요."

"그럼 혹시...이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데 이유가 있을까요?"

질문을 받은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으음...저희 남편 윤상 씨, 사이드킥이자 제가 어릴적에 되게 좋아했던 토마 씨, 히어로협회 분들이 도움을 주셨거든요."

"도와주셨다니, 어떤 식으로..."

"으음...좀 이야기가 긴데, 한번...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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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녀가 아직, 조용히 살고싶다고 생각하던 때

"괴수 출현, 괴수 출현, 시민 여러분께서는 지정된 대피소로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애애애앵,하며 조용한 위스키 바의 정적을 깨고 시끄럽게도 귀를 울리는 안내방송과 사이렌 소리. 가게의 두명뿐인 손님에게 줄 잭 콕을 말려 콜라를 내오던 바텐더도, 첫 잔으로 잭 콕을 주문한 어느 부부도 깜짝 놀라서는, 안내방송이 끝났음에도 울리고있는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괴수 출현 재난문자. 그들이 있는 바로 그곳 상공에 날벌레형 괴수가 무리지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간만에 큰맘먹고 나온 데이트였는데."

시무룩해진 아내 쪽이 바텐더에게 만원짜리 두장 내고는, 바텐더의 손에서 콜라를 쓱 빼고는 말했다.

"거스름돈은 됐고, 빨리 대피하세요!"

아내 쪽은 콜라를 들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남편 쪽은 아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는듯 그녀에게 "화이팅!" 하고 소리쳐주며, 바텐더를 데리고 대피 행렬에 합류했다.

-도희야, 거기 xx구 위스키바 앞 맞지?-

"네, 실장님. 타이밍 기가 막히네요..."

-너가 해치우기 딱 좋은 상대니까, 후딱 잡고 집 가서 술 왕창 마셔. 집에선 몇방을 뀌어도 안 무너지잖아, 그지?-

"하아...그래두 윤상씨랑 데이트 재밌게 하고있었는데...알았어요, 다녀올게요."

도희가 전화를 끊자, '히어로협회 정아랑 실장님'이라는 이름이 휴대전화 화면을 비추다 사라졌다. 도희는 제 데이트를 망친 괴수 떼가 하늘을 뒤덮는걸 보면서, 악에 받친 눈빛으로 콜라캔을 원샷했다.

-구르릅...쿠루루루루룩...-

"...좋아, 이정도면..."

배에서 조금 쿠륵거리는 소리가 나자 도희의 복장이 코트가 아름다운 평상복에서 레깅스에 나풀거리는 반투명 스커트가 달린 히어로 코스튬으로 변했다. 도희는 그 즉시 뒤로 돌아, 콜라캔을 하늘을 향해 던지고는 그것이 제 엉덩이 앞에 떨어질 타이밍을 딱 맞춰 분노어린 방귀를 내질렀다.

-뿌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르릉!!!!-

슈웅, 깡. 청아한 소리와 함께 곤충 괴수들의 우두머리 쯤 되어보이는 녀석의 머리에 캔이 적중했다.  우두머리는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져 사람 하나 없는 도로 한복판에 털썩 누웠고, 구심점을 잃은 다른 거대 날벌레들이 이리저리 혼란스러하다 도희를 바라보고 날아들었다.

도희는 배를 슥슥 문지르며 다시한번 제 위협적인 무기를 장전했다. 손길 한번한번에, 배에서 구르륵대며 불길하게 울리는 소리 한번한번에 데이트를 망친 분노가 서린듯했다.

-콰르르르르륵...-

"으응...신혼부부의..."

-쿠루루르르르릉...!꾸롸라라랍!-

"데이트를 망친 죄..!"

엉덩이를 치켜들고 몰려드는 벌레들을 향해 포문을 겨눈 그녀는 배에 힘을 힘껏 주며, 복수심 가득한 필살기를, 그러니까 이번 데이트동안 먹은 맛있는 음식+콜라캔 하나짜리의 필살방귀를 유감없이 내뿜었다.

"달게 받아...!! 흐으으응!!"

-뿌롸라라라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레깅스에 딸린 반투명 스커트가 현란하게도 펄럭이며 그 필살방귀의 위력을 짐작케 했다. 그녀의 폭음방귀는 주변 자동차들과 건물들의 유리창도 깨버리고, 벌레떼가 검게 가리고 있던 하늘도 그 방귀 한번으로 노랗게 물들였다. 벌레떼는 전부 재가 되어 사라지고, 지상에 널부러진 우두머리도 갈려 사라져버렸다.

짜릿한 배설과 복수의 쾌감에 물든 채 환하게 웃으며 엉덩이를 터는 도희. 사람들도 사라진 괴수를 보며 안도하고 환호하고있었다. 그녀의 히어로 네임처럼 샛노랗게 변해버린 하늘 아래 히어로 협회의 사후처리팀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자, 오늘의 영웅이자 방귀쟁이 히어로 유도희, 통칭 '황금의 바람'은 얼굴에 조금의 홍조를 띄운 채로, 손으로 어색하게 얼굴을 가린채 미소지으며, 유유자적 그 자취를 감추었다.



이 사회는, 그녀같은 히어로들에 의해 수호받고있다. 그렇지만 아마 그녀는 수많은 한국의 히어로들 가운데, 가장 개성있고, 가장 화력이 강하며, 가장 비밀스러울것이다. 그야, 그녀가 스펙타클하게 남편과 방귀를 트기 전까진 그녀의 직장 동료들 정도만 그녀의 정체를 알고있었으니말이다. 대포같은 방귀를 뀌는 능력은 부끄럽고, 감추고싶기 마련. 그녀는 동거하는 남편 앞에서도 방귀를 꾹 참으면서까지 비밀을 유지하려했다. 그녀에게 방귀는 사람을 구하는 무기기도 했지만 부끄러운 저주였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방귀를 트면서 많이 변했다. 방귀에 대한 부끄럼도 줄고, 사람을 구하고 시원하게 가스를 비워내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더 적극적으로 뿡뿡, 사건을 타파해버리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짓는 표정은 더 여유로워지고, 부끄럼없이 행복해졌다. 마치 오늘처럼.

그렇지만 그녀는 마음속에 남은 아주 조금의 주저와 부끄러움에 다시 한번 발목을 잡히고 만다. 다행이도 그 마음에서 그녀를 완전히 벗어나게 해줄 인연이 있었으니. 그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걸어서 사라질 때 쯔음, 현장에 걸어오는 두 명의 소녀. 한쪽은 갈색 숏컷, 다른 쪽은 분홍색 장발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후처리팀 사이에 섞여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직접 본건 처음인데, 우리보다 방귀 잘 뀌지 않을까?"

분홍머리 쪽이 말하자, 갈색머리가 대답했다.

"그러게~ 어디 방귀 뿐인가? 이제 방귀 하면, 우리보다 '황금의 바람'을 떠올리는 시대가 왔어. 유명세에서도 우릴 넘은거지."

"에이, 질투하는거야, 토마?"

"전혀? 오히려 기뻐. 우릴 보고 자란 아이가, 우리처럼 방귀로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있잖아."

"역시 그렇지? 어디 가지 않는다니까, 토마 성격은."

"그럼. 언제 한번 실제로 만나보고싶은데~"

그들은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현장을 벗어났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엔, 왠지 모르게 기분좋은 구린내가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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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로 씻어내면, 드러나는 속내
"짜아안~으헤에..."

쓰레기통에 쌓여가는 맥주 캔을 몇개나 뒤로 하고 호롭, 하고 새 캔들을 입에 가져가는 도희와 윤상. 위스키는 못 마시지만 치맥이나 즐겨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광란의 재택 치맥파티 끝에,

유도희. 한계선을 넘고 취해버리고 말았다.

도희보다 술에 강한 윤상은 비교적 제정신이었다. 덕분에 이런 귀한 광경을 볼수 있게됐지 뭔가. 평생 술은 취할 정도로 마시질 않았던 와이프가 이렇게 귀엽게 취해버릴줄은! 데이트를 망쳐준 괴수가 없었더라면 이정도로 도희가 술을 마실 일이 없었을것이니, 내심 그 벌레들이 감사할 지경이었다.

헤실헤실 웃으면서 마늘통닭을 집어먹고, 애교어린 목소리로 "으음~!" 하면서 감탄하는 도희.

"헤헤...이렇게 먹는거어...어어~엄청 오랫만, 히끅, 이거든요오... 그, 그것두, 누구랑 같이 이렇게 마신것도오, 처음이고오..."

윤상은 마냥 좋았다. 여지껏 어여쁘고 멋진 모습만 보여줬던 아내 도희가(가끔은 엄청 시끄럽고 지독하기야 했지만) 이렇게 귀여울수 있다니!

허나,
윤상이 간과한 게 딱 한가지 있었다.

-꼬르르르르륵...꾸으으으으윽...-

"으헤헤...여보오, 나 방구 나올ㄱ...히끅, 방구우...나올거같아요."

도희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질 않았던 이유. 그녀의 무기가 제어를 잃어버리는 몇 안되는 시간이 도래하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사람한테는 뀌면 안돼!' 하고 제어를 하곤 있지만, 그래도 총구의 방향만 제어할 뿐 방아쇠는 통제불능이 되어버린다.

"ㅂ...방귀요..?"

그녀의 방귀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던 윤상은 흠칫했지만, 그래도 지난번 방귀를 튼 이후에 히어로 협회에서 새 집을 지어준 덕에 집이 무너지거나 할 걱정은 없으니. 평소대로 도희를 앞에서 꼭 끌어안고, 그녀의 방귀가 멎을 때까지 버티기로 정했다.

"히히, 고마워요~"

도희는 윤상에게 안기며 그의 귀를 양 손으로 막아주고, 엉덩이를 약간 뒤로 뺐다. 그러자 그녀 딴에는 '잔방귀'에 불과한 녀석이지만, 평범한 사람은 범접도 못할 녀석이 조금 터져나왔다.

-뿌우우우우욱~!! 부르르르르르르릅!!!-

"흐으으...으아, 벌써 나오면 안되는데에..."

맥주, 마늘, 단백질. 환장의 트리오가 도희의 방귀를 더 독하게 했다. 양도 보통 저녁때 뀌는 방귀보다 확실히 늘었다.

"...오늘은 좀 빡세겠는데."

윤상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는 애써, 아내의 갭모에가 쩔어주니까!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렸다.

-꼬르르륵...꾸그으으으으윽...-

"왔다, 왔다아...준비하시고오~! 뿌웅~!"

환하게 웃으면서 방귀소리를 입으로 흉내내는 도희. 그 미소와 애교를 본 순간, 윤상은 심장이 멎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뿌르르르르르르르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푸스으으으으으으...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도희가 눈을 꼭 감고 배에 힘을 주면서 가스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최고급 내구도의 벙커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집이지만, 도희의 기분좋은 배출은 그런 집 안의 모든 것을 흔들리게 했다.

흔들리게 한 것이 어디 물건 뿐인가. 도희의 탄산 가득한 방귀소리도 윤상을 큐피드의 화살에서 구해주진 못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사랑을 주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시원하게 뀌어대는 아내의 기분좋은 표정, 그런 그녀의 기분이 그대로 담긴듯한 속이 뻥 뚫리는 방귀소리.

윤상은 다시 한번 도희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방귀를 뀌어대는 그 모습에 반했다.



"이히히, 뿡뿡뿡~!"

- 뿌륵부륵부륵부륵부륵부륵..! 부르르르르륵!!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락!!! 뿌웅,뿡,뿍,뿌륵,뿌르륵,뿌우욱,뿌우우우우우우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엉덩이까지 신나게 흔들어가며 아이처럼 방귀를 뀌어대는 도희. 흔들리는 동작에 맞춰 방귀소리도 아름답게 변주되길 계속했다. 윤상의 눈에는 아내의 미소와 엉덩이의 진동, 흔들리는 집구석을 통해 그대로 보이는 풍압의 여파가 다 보였다. 윤상의 귀에는 잔뜩 신나고 아이같이 풀어진 귀여운 아내의 목소리와, 그것과 상반되는 그녀의 최종병기가 자아내는 환락의 오케스트라가 때려박혔다.

윤상의 바지엔 어느새 텐트가 드리워진지 오래인데, 도희는 윤상에게 살짝 기대면서 결정타를 꽂았다.

"여보오...이번거, 좀 클거같은데에...나아, 필살기, 쏠게요..?"

방귀소리에 귀가 먹먹해져 그녀의 뱃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잔뜩 들뜬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속삭이는 그녀 목소리는 제대로 귀에 박혔다. 사랑 때문인가.
평소대로라면 조금 무서워했겠지만, 윤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으응, 시원하게 뀌어요."

"헤헤, 여보야가 최고라니깐~"

살짝 물러나 배를 꾹꾹 눌러 문지르는 도희. 윤상의 귀에서 손을 뗀 덕에 뱃소리도 귀에 조금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르릉...쿠롸롸롸롸롸롸롸롹...!! 꽈르르르르르르르르릉!!!-

작가인 윤상이 도희를 보고 떠올린 옛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 며느리의 방귀는 가히 천둥번개에 비유되기도 했다. 그래, 도희의 뱃소리부터가 딱 그렇다. 번개가 내려치기 직전 불길하게 울리는 천둥. 윤상은 그 스릴에 전율하면서, 자기만의 히어로가 자신의 마음에 꽂아줄 필살방귀를 고대했다.

"이히히, 갈게요오~! 뿌우웅~!!"

-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뿌롸롸롸롸롸롸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그 어느 방귀보다 청량하고, 그 어느 방귀보다 지독하고, 그 어느 방귀보다 황홀했던 그녀의 필살기. 그녀에게서 느껴진 새로운 매력에 귀가 멀고, 눈이 멀어가는 윤상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일이 끝나고 도희가 항상 짓곤 하던 가장 행복한 그녀의 표정이었다.

윤상이 도희의 품에 안겨 잠에 들자, 도희는 윤상을 업고 침실로 들어가 함께 잠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다음날 정오 쯤. 눈을 비비며 간신히 일어난 도희의 휴대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잔뜩 쌓여있던게 아니던가. 화들짝 놀란 도희는 마침 걸려온 전화를 다급하게 받았다. 정아랑 실장이었다.

"여보세요 실장님?!!!"

-도희야 너 지금 어디야?!!-

"네?!! ㅈ... 저 집인데, 무슨 일이길ㄹ..."

- 어후, 다행이다...너인줄 알았네.-

"ㅈ...저라뇨, 그게 무슨..."

-가스 테러가 일어났는데, 전말이 좀 복잡해. 더 설명할 시간이 없어서 언니 끊을게, 메세지 봐봐!-

뚜, 뚜, 하고 끊겨버린 전화. 도희는 전화가 끊기자마자 메세지를 확인해보았다. 그곳에는 아랑이 설명한 가스 테러의 현장 속, 엉덩이를 치켜들고있는 범인이 찍힌 사진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범인은, 황금의 바람과 정확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