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야의 제안(.http://scpko.wikidot.com/hoyaas-proposal 이거)을 쓰면서 기적학에서의 EVE 설정과 관련하여 혼반을 일종의 아도르노적 의미에서의 계몽주의-낭만주의적인(더 정확히 하자면 미래주의적인), 단체로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 중간에 개 뜬금없이 나오는 GoI 연구부가 그 흔적임.

그런데 문제는 내가 저 작품을 쓰고 한 2개월 뒤에 변증법적 유물론을 접했음...

변증법적 유물론에서는 물질적인(=객관적인=객체적인) 토대와 주체적인(=주관적인=능동적인) 인간의 실천을 운동(=변화)애 있어서 주요 두 항으로 삼는데

후자가 아무리봐도 기적학에서의 생명약동에너지랑 잘 엮을 수 있을 거 같았음

물론 통일기적학 자체는 굉장히 유심론적이고 관념론적인 설정이기애 상당한 우회가 필요했다만은

아키바 방사선 설정을 어떻게 잘 이용하면 마르크스주의적인 느낌이 나는 기적학 설정을 만들 수 있을거 같았음

통일기적학 설정의 체계 자체는 관념론적인 것이 맞기애 동유럽권 초상학계에서 발전한 기적학이라고 대충 때우고 구상을 시작했는데

이게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음

"구조기적학"이라는 가칭을 붙이고 이걸 소개할 만한 용도로 사용할 서사 자체는 뽑아냈는데

쓰다보니 사르트르 후기철학이랑 라캉의 상징계 개념을 좀 도입하게 되었음

그런데 라캉을 끌어들이니까 라캉이랑 똑같이 프로이트를 조상으로 하는 칼 융을 소재로 쓴 분석심리학부가 이미 있는거임

설상가상으로 나는 라캉의 상징계 개념을 맑스식 주체관이랑 엮다보니까 가변적인 "집단무의식" 비스무리한게 되어버렸는데

이거는 이제 후기 사르트르의 실천적 타성태 개념을 좀 고쳐서 도입함으로서 어찌저찌 해결이 되기는 했음

근데 이러니까 생기는 문제는

원래 나는 맑스랑 러브크래프트&아도르노만 넣을려고 했는데 모티브로 삼은게 너무 많아져서 내가 구체적인 체계 구축의 시도를 계속 실패했음

820-KO가 그 실패한 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

820-KO 내용 중에 이런 문단이 있는데:

"EVE를 이용해 대상자의 창의력을 상승시키는 기술. 유명한 타입 그린이였던 앙리 베르그송 박사의 이론에 따르면, EVE는 기본적으로 생명이 가진 창조적인 힘의 표현이다. 모든 생명/지성은 현실을 개변할 폭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고 있다. 현실 개변이란 물리법칙에 어긋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물리법칙에 들어맞더라도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으로 현실이 바뀐다면 거기서 생명약동에너지가 힘을 발휘한다. 이는 아라드 배경복사의 존재로 뒷받침된다. 즉 생명약동에너지는 어떠한 창의력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EVE를 주입함으로써 어떤 생명의 창의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SCP-820-KO-1은 이러한 이론의 예시처럼 보인다. SCP-820-KO의 특성을 고려해보았을때, 우리가 이러한 장치를 만들어 적용시키기만 한다면 SCP-820-KO가 생성하는 EVE는 SCP-820-KO-1과 비슷하게 동작할 것이다. 장치의 이론은 이러하다. EVE를 수면계의 집단무의식에서 추출한다. 이를 수면의식에 다시 제공한다면, EVE는 그 성질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리하여 꿈에서 얻은 영감을 실제 업무에, 초상기술 개발에 이용할 수 있으리라."

이게 그 시도였음

기적작용을 맑스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자연 개변=주체적 실천으로 해석하고자 했던건데

말아먹었음

그래서 나는 루카치도 끌어오고 사르트르 실천적 타성태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하면서 글을 한 8번? 그정도 갈아없었는데

여전히 진전이 없었음

별칭 교환 경연인가 거기서도 이거 붙들고 씨름하느라 결국 투고 못했음

그리고 지금 와서 잡는다고 해도 딱히 완성할 수 있을거 같지는 않음...

아예 새로운 주제를 시도해볼까 해도 계속 기적학 설정의 구성주의적 함의라는 이 주제로 돌아오고...

+) 뭔 설정을 짜고 있었던 건지 궁금한 사람은 이걸 읽어보셈: http://scpkosb.wikidot.com/draft:hoyaa2367-429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