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사이트 정체성은 공포와 괴담이지만, 때론 가슴 따뜻해지는 작품도 끌리는 법.

오히려 최근 들어 다양한 시도들이 축적되면서 감동코드 작품들이 상당히 많아진 것 같다. (난 매우 좋은 방향성이라 봄.)

아래 목록은 내가 본 SCP 중에서 내 심금을 울렸던 작품들이다.



1. 2700-EX 내가 사랑을 위해 한 일

전 세계의 여성중 12.5%가 이미 감염된 질병. 유방 내 세포가 죽지않고 무한정 불어나 생기게 된 악성 종양이다.

생물학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상한 점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 SCP-2700-EX는 유방암이다.

재단의 연구원이 자신의 아내를 살리기 위해 유방암을 SCP로 등록하고 아내에서 SCP-500(만병 통치약)을 접종하려 하는 내용이다.

재단이 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작품을 보고 확인해 보도록 하자.


2. SCP-1342 음악의 제작자들에게

보이저 2호엔 언젠가 보이저호를 발견할 외계인들을 위해 황금 레코드판이 들어있다. 인간에 대한 소개와, 만나서 반갑다는 내용의 메세지, 그리고 지구의 음악과 소리를 담은 레코드이다.

SCP-1342는 이 레코드판의 외계인의 답신이다. 우리가 서로 얼굴도 모르는 바깥 존재들에게 보내는 이 낭만적인 메세지에 외계인들은 어떻게 답할까?

간단한 컨셉 하나로 상당히 큰 스케일과 장렬한 드라마가 담겨있는, 속이 꽉찬 작품이다.


3. SCP-2188 호아킨 파블로 이스키에르도 데 산 펠리페의 삶과 시대

한 남자의 경험이 지구 반대편의 미국의 한 마을에 예술적 영감을 일으킨다. 호저를 밀수하다 경찰에 잡힌 경험은 그 마을에서 호저 바늘로 몸을 찌르는 행위 예술이나 그에 관한 그림을 그리는 식으로 ㅇㅇ. 재단은 그가 파괴적인 경험으로 인해 그 마을 사람들이 해를 입지 않게끔, 재단 인원 하나를 그의 친구로 접근하게 해 그를 보호하기로 한다. 그렇게 재단 요원과 호아킨 양반은 서로 절친이 되어 여행도 가고, 시 낭독회도 가고, 이것저것 하게 되는 이야기.

우정이라는 재단 치고는 상당히 낭만적인 주제로 호아킨 아저씨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예술로 승화되는지, 그 사이에서 쩔쩔 매면서도 호아킨과 붙어다니는 재단 요원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낭만'이라는 주제에 있어서는 최고의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다.


4. SCP-5031 또 살인괴물이야

관측되면 형체가 사라지는 호전적인 괴물. 사람이든 뭐든 다 죽이고 다녀서 강철 컨테이너 안에 방치하다시피 격리한 채로 뒀지만, 새로 온 선임연구원이 얘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실험도 하기 위해 격리절차를 수정하게 된다.

얘가 뭘 좋아하는지, 지능이 있는지, 기호에 맞춰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D계급 인원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차근차근 실험해 나가며 점점 발전해 나가는 5031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내가 부모라도 된 양 뿌듯해진다.

231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재단=필요악 컨셉에서 벗어난 신선한 작품인 듯.


5. SCP-348 아버지의 선물

부모가 만든 듯 한 요리를 채워주는 그릇.

다 마시면 바닥에 부모가 할 듯 한 말이 쓰여 있다.

다양한 관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받는 메세지를 보다 보면 뭔가 가슴 한켠이 씁슬해 지는 것 같다.

1시리즈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크게 여운이 남는 작품



감동 컨셉 작품은 이 외에도 많이 남아있어서 나중에 더 추천함.

공포 컨셉 추가본도 지금 선정중임

ㅂ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