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http://scpko.wikidot.com/forum/t-14107022/

 By XCninety 25 May 2021, 05:3




"인스턴트 카논"이 뭘까요? 제가 오늘 아침에 생각한 용어입니다. 카논을 뚝딱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요즘 한위키에서 카논은 굉장히 천대받고 있습니다. 장맛비 시리즈가 카논에서 해제되고 두 개밖에 없는데, 준GoI는 우후죽순 돋아나는 와중에 "준카논"은 생겨나려는 조짐도 포착이 안됩니다. 노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시동이 걸린 설정은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카논 하나 새로 만드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소설에는 인물, 배경, 사건이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인스턴트 카논 경연은 인물, 배경, 사건 셋으로 나누어집니다.

인물

경연을 시작하면 주최측은 아주 간단한 배경설정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코로나 사태도 갈무리되고 그럭저럭 평화로운 202X년의 지구.

너무 거창한 설정은 아니고, 기저에 최소한의 통일성을 깔아놓는 정도입니다.

참가자는 이 설정을 보고 인물을 하나 창조합니다. 배경 속에서 등장할 만한 인물이면 됩니다. 기존에 등장했던 캐릭터 (브라이트 박사, 호야 등) 는 여기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그 인물의 캐릭터 시트를 창작해야 합니다. 이런 요소가 들어갈 수 있겠죠.

  • 이름, 나이, 기타 개인정보
  • 생애
  • 최근에 발생한 의미 있는 사건
배경

시트가 모두 나오면 주최측은 카논의 중심 설정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지구의 먹이사슬이 완전히 뒤집힌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벌레는 동물을 먹으며, 식물은 벌레를 먹는다.

그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각종 변칙단체들을 우선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겠죠. 그 방식들에 대해서 작품을 쓰는 게 두 번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어진 배경에서 나올 법한 SCP 또는 GoIF를 창작합니다. 간단한 설정이라도 SCP는 수많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모두 죽지 않게 되었다고 그래도, 누구는 강제로 사람을 죽이는 장치를 개발할 수 있고, 누구는 사람이 태어나지 않게 해주는 가스를 만들 수가 있겠죠? 몇 줄 안되는 설정을 여러분의 손으로 풍성하게 키워나가는 게 바로 목표입니다.

사건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야기를 씁니다. 아까 창작한 인물이 배경 속에 던져지면 어떻게 될지, 그 사건을 설명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겠죠?

  • 인물: 그냥 동네 백수
  • 배경: 재단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먹히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상추
  • 사건: 쌈을 먹으려다 불량 상추 때문에 손가락이 잘림

한 다섯 명만 완주한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현행 조건에 걸맞은 카논이 뚝딱 만들어지게 됩니다. 경연이 끝나더라도 카논은 존재하니까, 나중에도 설정을 바탕으로 또다른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죠. 세계관이 한층 더 풍성해지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재미있게 하려면 우아한 시체 경연처럼, A가 만든 인물 + 배경을 가지고 B가 사건을 창작하는 방법도 있겠죠. 위의 골격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응용해서 경연을 구성할 여지는 많으리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