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이 실존했다.
우리 세계에.
위키와 인터넷에 사람들이 괴기스러운 설정의 글을 쓰고 읽는 그냥 재미 있는 커뮤니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사실은 죄다 실존하는 거라니..

아, 문자 봐야지.
처음 재난 메시지에 이어 계속해서 문자가 날아오고 있었다.

뭐?
없는 건 지우고 있는 것만 남기는 추천 시스템이라고? 사이트에 밈 입자가 있어서 창작 과정에 개입을 해서 있는 것과 유사하게 글을 창작하도록 유도한다고?
그 이유가.. 그 도메인 사이트에 사실과 유사한 창작적 내용이 적히면 그 실존하는 뭔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사람들이 현실이라 인식을 할 수 없어서라고?
그 기능이 지금은 무력화되었고?
지금 세계 멸망을 일으키는 그 scp때문에?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사람들 창작이 실제 scp라는 예기네..

곧 급작스레, 머리에서 꺼져있던 위기의식이 깨어났다ㅡ왜엥 하고.
현실감? 아니 이건 현장감에 더 가까운데
두근 심장소리가 귀에 들릴정도로 맥박이 세차게 뛰고 아드레날린이 한계까지 분출되었다

젠장, 이럴 때가 아니야..
커뮤도 난리가 났다.
실검에 scp재단이 1위로 뜨고 위키와 각종 블로그들은 마비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워지는 데이터가 아까워 영구 소장 목적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아카이브를 만들어놔서 거기는 사람이 적었지만.
빨리 위키를 조금 더 뒤져서 정보를 모아야 했다. 멸망을 일으킬 scp가 어떤 scp인지 재단의 공식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생존 확률..은..
... 머리가 띵 했다. 올라갔던 체온이 순식간에 내려갔다. 추웠다.

 애초에 막을 수 있으면 막았을 것이다.
이제 그만 현실을 직시하자.
어떤 건지 알아도 멸망을 막을 수 없다고 여기고 포기한거다..
 그 재단이.
재난 문자의 처음 내용부터 세계멸망 시나리오기 일어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내오는 문자와 결이 깉았다.
그 뒤에 재단의 scp사이트 운영방식 같은 생존과 관계 없는, 고백록에 가까운 시덥잖은 내용만 도착했으니.
2000을 포함한 타우미엘 등급의 수단들도 모두, 소용 없다는 이야기 이리라.
사이트에서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재단 커뮤니티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오픈채팅과 사이트를 개설하며 세계멸망 시나리오들의 축약본들과 위험한 케테르 등급 그 이상의 scp에 대한 정보를 퍼뜨리는 중이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겨우 나오는 정보에 야단이 나도 단단히 났지만 나는 고요히 멍하게 감흥없이 스마트폰의 화면이 요동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
한 시간 뒤, 전 세계 모든 인구가 깨어나 난리를 치고 죽음이 두려워 재단 기지에 막무가내로 돌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전 세계와 우주의 멸망을 막던 재단의 저력이 아낌없이 발휘되었다.
1시간 전에는 밤10시임에도 불구하고 자는 사람 거의 없는 야근의 민족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기상나팔 아니 메시지를 날려대더니
 1시간 만에 벌어진 대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소리로 작용하는 정신안정화 밈을 사용하여 멸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했다.
왕년 실력 어디 안 갔네 역시 재단, 날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아. 크흐
나는 나 말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패러디가 많이 된 오래된 대사를 떠올리며 실소했다.
머리가 어지럽다. 토할 것 같았다.
머릿 속에서 초록색 빛이 번쩍일 때마다 여기가 포근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 같은 느낌이 들며 안심이 되었다.
정신은 안정화 되었지만 그 전에 이미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두 번씩이나 겪어서일까? 몸은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게 어디람.
한 3분정도 지났나? 거리에 울리던 고함소리와 경적소리, 짐을 내리는 우당탕 거리던 시끄러운 소리는 말소리 부터 침묵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라져 나지막한 차 경보음만 울리다 뚝 끊어졌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안정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재단이 정보를 공개했다.
...
올해가 그 사람을 잡아먹는 제단이 달 뒷편에 건축이 된지 5000년째가 되는 해라고 한다.
바로 사흘 뒤가 원래 그 제단에 공물을 바쳐 달이 해일로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을 막던 날이란다. 아틀란티스가 실존했다나 그건 안 읽어본 문서였는데 여튼.
매년 이맘때부터 3일간 고대인들이 마련한 바딧가 신전에 신선한 피 500L를 매일 넣어주어 막아왔다던데 유능한 박사님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번 5000년 째에서는 그게 조건이 아니란다.
아니 조건이 없단다.
친히 강림하신다는데 이래뵈어도 신격을 지닌 영혼이라 아무것도 소용이 없단다 씨발.
아니 밈은?
아무튼 그 초월적 존재가 달 자체에 신성을 깃들여 500L씩 모기마냥 빨아들이는 일을 충분히 해서 지구인들의 피를 직접 드시러 오신다니까
순순히 드려야지 뭘.
씨발. 자살할까 싶었지만
밑에 보니 그게 더 힘들거란다.
지구와 달의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은.
이게 괜히 달에 깃든게 아니었다.
태양 빛을 받아 에너지를 충전하면서도 안쪽은 시원하며 바위라 형상이 크게 변하지도 않고 신앙이 생길 수 있는 지적 생명체와 가장 가까이에 거대하게 있는 뭔가이고
심지어 실제로도 밤에도 태양으로 인해 빛이나서 두번째 태양 취급을 받았으니.
탐날만 하네. 거의 눕방, 잠방으로 돈버는 스트리머 급이잖아?
달이 예뻐서 탐났던 건즐 알았지 나는.

여튼 그 밈 때문인가? 가족도 친구도 떠올려봐도 무덤덤하다. 걱정될만도 한데.
그 머릿 속 녹색빛은 사그라든지 좀 되었는데 쭉 이상태다. 하긴, 생존본능을 단번에 막았으니 어련할까 싶다.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d-2] 맛보기.

살아 움직이는 육벽이 역병을 뿜어내어 사람들의 몸에서 종기가 자라나게 만들고 곧 터져나온 악취나는 고름에서 부패와 오염의 역병이 다시 터져나온다. 사람들은 피주머니가 된 자기 몸을 이끌고 인근의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올라
높은 곳에 있던 것들은 자기 자신을 떨어뜨려 공양하고 낮은 곳에 있던 것들은 서로 깔아뭉개며 찢고 물어뜯어 피를 모두 흘러나오게 했다.
가장 외곽에 있던 것이 껍데가만 남은 육편을 뒤로 집어던지고 곧 자기도 무릎을 꿇어앉이 피구덩이에 흘러들어가지 않게 하고서는 할복하듯 근처에 나뒹구던 뼛조각을 손에 쥐고 배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