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7일, SCP 재단의 O5 평의회의 일원, O5-1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O5-1: 여보세요?


???: 나야, 지금껏 잘 지냈나?


O5-1: 누구...


???: 부자들에게 물건 팔아먹는 장사꾼이라고 하면 알아듣겠나


그는 파시발 다크, '유한 회사 마셜, 카터&다크'의 최고 총수였다.


O5-1: 지금까지 코빼기도 안비치더니, 왜 직접 전화까지 걸었나?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고.


다크: 그 정도는 우리한테 일도 아니네. 아무튼 내가 직접 전화까지 건 이유가 궁금할꺼야 그렇지?


O5-1: 그래, 정말 궁금하군. 왜인가?


다크: 요점은, 나를 비롯한 상부가 이 돈놀이에도 싫증이 낫다는 거지. 나도, 마셜도, 카터도.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더 이상 살아갈 흥미를 잃었다 이거야.


O5-1: 그거 참 재밌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싶을 만한 부를 축적하고도 만족이 안된다 이건가?


다크: 뭔가 말이 잘못된 것 같은데, 우린 애초에 부를 축적하는게 목적이 아닐세. 그저 돈과 신기한 물건들로 지금의 입지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을 쥐락펴락 하는 것 그게 묘미지. 마치 개미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관찰하는 아이들처럼 말이야.


O5-1: 그런데 그게 왜 싫증이 났다는 거지? 그것도 갑자기.


다크: 너무나도 똑같으니까. 사회는 그 오랜 세월동안 근본은 변한게 없어. 자네도 알텐데? 기술은 더욱 진보했을지 몰라도 결국 약탈, 개발, 파괴, 계급, 서열... 이 모든 것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 더 이상 재미 볼게 없어졌단 말이지. 끝도 변화도 없는 영화나 게임, 놀이를 누가 좋다고 더 이상 계속 하겠는가


O5-1: 그래서 지금 그게 나에게 전화를 건거랑 무슨 상관....


다크: 아, 그래서, 우리는 인류에게 있어서 마지막 재미를 보려고 하네.


O5-1: 무슨 재미?


다크: 인류가 스스로 멸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거.



O5-1은 어이가 없었다. 재미를 위해 인류를 멸망시키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O5-1: .... 그게 정말 자네가 할 일이라고?


다크: 그래, 뭐 우리가 못할거 뭐 있겠나.


O5-1: 아니 그게 아니라, 자네는 정말 그게 재미있나?


다크: 그래, 우리 일생 최후이자 최대의 쇼가 될거야. 생각해 보게나. 인류는 대체로 스스로가 생태계의 정점에 있다 믿어 의심치 않네. 그리고 그 인류 내에서도, 내가 자주 접하는 소히 상류층이라 불리는 것들은, 자기들이 누구덕에 그렇게 잘 사는지도 모른 채 자기 잘난 맛에 일반인들을 우습게 보더군. 정작 자기들이야 말로 누구보다 돈에 얽매여 있는 돈의 노예들이란건 모르고 말이야.


O5-1: 그게 자네들이 인류를 멸망시키는거랑 무슨 연관이 있나?


다크: 모두에게 평등한 죽음을 줘서 위치를 일깨워주는거야.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인류는 모두가 평등하게 자본이라 불리는 '만들어진 신'에게 종속당한 존재들이라고 말이지. 자기들도 결국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란걸 느끼면서 죽어가는거야.


O5-1: 그래봤자 어차피 상류층은 자네 같은 사람들한테서 쩔어주는 방공호 같은거라도 구입해서 살아남지 않을까?


다크: 아니, 우리가 그렇게 허술하진 않지. 결국 그들의 힘은 돈에서 나와. 사람들이 굽신거리는 이유도 결국 그들이 가진 돈 때문 아닌가? 호랑이를 뒤에 세워놓은 여우들이나 같은 모양새지. 우리는 먼저 그 돈의 힘을 잃게 만들거야.


O5-1: 그럼 가장 큰 피해자는 자네들 아닌가?


다크: 앞의 말은 벌써 잊은건가? 이건 우리 생애 마지막 쇼야. 우리에게 더 이상 아쉬울 건 없어.


O5-1: 하, 그래. 그래서 어디 어떻게 세계를 직접 멸망시킬 수 있는지도 그 자리에서 나한테 불어 볼 수 있나? 궁금해서 미치겠군.


다크: 자네도 알잖나. 우린 한 나라를 부도내고 전화 한 통에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자본과 연줄을 가지고 있어. 자기보다 돈을 더 가진 이들에게 굽신거리며 돈, 혹은 그에 준하거나 넘어서는 무언가를 탐하며, 그로인해 약점을 잡힌 인간들은 자기의 안위와 더 많은 사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거야. 그렇게 도화선에 불만 붙여주면 자극받은 인간들도 덩달아 일어설거고. 인간은 결국 역사의 끝까지 인간이 만든 피조물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거야. 이것도 참 재미있는 상황 아닌가?


O5-1: 그래서 정말 궁극적인 질문 하나, 그럼 얌전히 인류 멸망이나 시킬 것이지 전화를 걸어서까지 나에게 도발을 거는 이유는?


다크: 아 이것도 더 나은 재미를 위해서지. 재단은 연합과 함께 최대의 초상 조직 아닌가? 인류를 수호한다고 자처하면서. 그냥 이 일을 진행하면 너무 쉬울 것 같아서 말이야. 어디 한 번 막아보라고, 인류의 수호자씨.


O5-1: 연합도 이 사실을 알고 있나?


다크: 아니, 이 연락 마치고 바로 그쪽으로도 전화할 참이었네. 그럼 어디 한 번 잘해보라고. 이틀 뒤, 그 때까지 막지 못하면 인류의 역사는 끝날걸세. 아 말 안해도 그리 하겠지만, 자네들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거야. 자네들에게 미치지는 못하지만 변칙이라면 우리도 팔아치우지 않은 것들을 꽤나 쌓아두고 있거든. 상당히 쓸모있는 것들로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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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끊기고 1시간 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대공황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전세계 언론들은 앞다투어 현 상황을 보도하고 있으나, 아무도 이 일의 발단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앞으로 이틀, 이틀 뒤에 모두의 미래가 결정된다.


멸망의 위기는 그리 거창한 것에서 오지 않았다. 멸망은 인간에 의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