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2747-R

등급: 유클리드(Euclid)

위협 등급: 황색

특수 격리 절차: 재단 감시 알고리즘을 통해 SCP-2747-R-양성 키워드를 언급하는 매체를 찾는다. 모든 자료는 분석학부로 보내져 SCP-2747-R의 발현이 확실한지 확인된다. 만약 발현이 확실한 경우, 재단 역정보부는 민간 혼란이나 원작자의 혼란을 대비하여 역정보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SCP-2747-R을 검열한다.

 

추가 대응 절차 "종이컵" 보기
SCP-2747-R의 미미한 위험성과 역정보 난이도로 인하여 복잡한 웹 크롤러나 알고리즘은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단은 SCP-2747-R의 장막 정책 위반이라는 극미한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며, SCP-2747-R의 발현을 초래할수 있는 7000명 이상의 예술가의 데이터들을 목록화하고 감시한다. 이 이상의 제제는 불필요하다.

SCP-423을 사용하여 대상의 격리 협조를 요구하는 방안이 고려 중이다.    은 실패하였다.


설명: SCP-2747-R은 인쇄 및 온라인 매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하나의 서사 오염 독립체(이하 SCP-2747-R-1)가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SCP-2747-R은 일곱 화소(話素)* 이상의 SCP-2747-R-양성 키워드를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SCP-2747-R에 영향받은 매체들의 서사에서는 SCP-2747-R-1이 언급되거나 직접 나타나기 시작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서사를 변경시키려고 시도한다. 이 과정은 서사를 담고 있는 매체의 내용 부분에 삭제와 생성이 반복되며 진행된다. 만약 소설이라면 문장이 사라진 후 SCP-2747-R-1에 의해 개변된 문장으로 변경될 것이고, 영상이라면 존재하지 않는 일부 장면이 원래 장면을 대신해 삽입될 것이다.

SCP-2747-R-1은 상술한 언급과 상징 및 화소의 하위서술적 집합으로 생겨나는 개체이다. 거의 모든 하위서사적 매체에서 SCP-2747-R-1은 검은 옷을 입고 왕관을 쓴 여성으로 언급되며,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한다.

SCP-2747-R-1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상은 모든 SCP-2747-R의 발현 사례에서 이것이 항상 "짜증나고" "허당 혹은 자뻑 성격의" 인물이며, 상승이나 절정 유발자**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SCP-2747-R-1은 주인공의 목적이나 상태를 부정적인 상태로 돌리려고 행동하고, 서사의 방향성을 조절시킨다. 이는 SCP-2747-R-1을 구성하는 모든 상징과 화소의 서사집합적 성향을 직접 드러내주는 중요한 증거이다.

정황상 SCP-2747-R-1은 이러한 행동을 서사를 망치려는 의도로 실행하고 있는 듯하나, 행동의 결과는 거의 항상 대상이 개입한 서사가 더욱 풍부해지고 원본에서 발전된 형태로 나아가는 것으로 나온다.

부록 A: SCP-2747-R 발현 사례 일부의 목록


발현한 작품: "나선의 끝" (Punta de la espira)

매체: 단편 소설

발현 규모: 최초 출판본중 7권.

발현 요약: "나선의 끝"은 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즈(Gabriel García Márquez)가 1951년에 지은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인 마르코는 일곱 강을 건너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을 전해주려고 한다. 원본 소설에서, 사건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해당 판본에서는 제3장에서 SCP-2747-R-1이 자신이 만든 온갖 장해물들을 이용하여 마르코를 방해한다. SCP-2747-R-1은 자신이 만든 장해물들이 "너의 여정을 멈출 것이며", 마르코가 "일곱 산 사이에 사는 여왕에게 죽는 것에 영광을 표해야 한다" 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장해물들은 조잡한 나무 판자나 물벼락에 불과하다.

비교: 원본 소설은 사건 진행이 굴곡없이 단조롭다는 비판을 받는데에 반해, SCP-2747-R-1이 개입한 판본은 평론가들에게 해학적인 요소를 적절히 채용한 좋은 소설로 평가받았다.



발현한 작품: "일곱 연대기"

매체: 장편 소설(총 7편)

발현 규모: 출판된 판본 130권.

발현 요약: "일곱 연대기"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2007년 출판 작품이다. 모든 세계관 속 인물은 신의 "계시"를 받고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데, 주인공인 랄프는 계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7년 가까이 수련한 끝에 엄청난 능력을 얻게 된다. 랄프는 획득한 능력으로 검은 성에 사는 마왕을 처치하러 모험을 떠난다. 원본은 전형적인 영웅 서사시의 구성을 따르나, SCP-2747-R-1이 개입한 판본은 2권부터 5권까지의 서사가 완전히 바뀌며, 영웅 서사시의 구성은 사라진다. SCP-2747-R-1은 지속적으로 "칠각형을 다루는 궁정 마법사", "모두에게 죽음돠 찬양을 불러일으키는 여기사", 혹은 "성스러운 일곱 산의 힘을 받아 모두를 구원할 성기사"를 자칭하며 자신을 데려갈 것을 랄프에게 요구하는데, 이 요구는 빈번히 무시된다.

비교: 대부분의 의견은 원본 소설보다 변형된 판본이 더욱 재밌다고 판단한다. 이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시 구조의 탈파와 SCP-2747-R-1의 어이없는 캐릭터성으로 보충된다.



발현한 작품: "아래로 추락하다" (tomber en bas)

매체: 실험 영화(實驗映畵). 서사 또한 존재한다.

발현 규모: DVD 소장본 400개.

발현 요약: "아래로 추락하다"는 에크켈 마르케스가 제작한 실험 영화이자 단편 sf 영화이다. 줄거리는 일곱개의 검은 숲으로 둘러싸인 세트누아 마을에서 시작되는데, 그 마을에 사는 소년인 조슈아는 하늘에서 나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비행체와 만나게 된다. 원본에서, 비행체 내부에는 흔히 말하는 "그레이 외계인"이 들어있다. 외계인은 자신을 "일"이라고 칭하며 마을 사람들의 희망과 행복을 찾아주는 것을 도와주고 떠난다. 변경된 판본에서, 비행체 내부에는 SCP-2747-R-1이 들어있다. SCP-2747-R-1은 자신의 고등한 지식으로 마을을 지배해주겠다고 하며 여러 개조를 행하나, 결말은 원본과 똑같이 진행된다.

비교: 주목할만한 의견 차이는 없었으나, 변형된 판본이 장르를 더 잘 살렸다고 평가받는다.


부록 B: 감시 절차 "종이컵" 및 면담 결과

세부정보

재단은 SCP-2747-R의 존재하는 장막 정책 위협 가능성으로 인하여, SCP-423을 이용해 격리 협조 요구를 하는 방안이 고려되었다. SCP-2747-R의 발현이 증가하는 추세가 관찰된 후, 이는 실행으로 옮겨졌다. 이하 기록은 형이초학부가 참관한 면담 기록이다.


개요: SCP-423을 이용한 격리 협조 요구 방안이 허가되었을 때, SCP-423은 표준 미장센 장비와 액자구성 보호복을 착용하고 SCP-2747-R-1이 발현된 서사에 들어갔다. 참관 인원들과 SCP-423은 서사층 연속 통신 매개체, 통칭 "북커버"를 이용해 의사를 교환하였다. 모든 면담은 하위서사 전담 요원인 노스 요원과 위험 개체 면담 전문 요원인 스완 요원이 참관하였다.

면담 장소: SCP-2747-R로 인하여 변경된 소설 "셉트 왕국의 위험". 2019년 이지원 작가가 쓴 소설이며,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이다. SCP-2747-R-1은 주인공이 모험하던 도중 나선 모양의 숲에서 마주치는 인물로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SCP-2747-R-1이 제작한 함정들을 간단히 무시하고 지나간다.


책 내부의 글자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20초 후, 작가 부분에 "프레드릭" 이라는 이름이 포착된다. 면담 기록이 시작된다.

북커버 안쪽에 쓰여진 작가의 말 부분의 글자가 지워지고, 다시 쓰여진다.

SCP-423: 좋아요, 드디어 들어왔네요 그쵸?

노스 요원: 이제 거기서 4페이지만 더 가면 SCP-2747-R-1이 나올거다. 잘 준비해놓도록.

SCP-423: 뭐 반서사나 초월적 고대 독립체같은 것도 아닌데요 뭘, 그리 걱정하지 마세요.

스완 요원: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런 개체들이 제일 짜증나. 진지하지도 않은데 자기 변칙성이나 마음대로 쳐쓰면서 자랑이나-

노스 요원: [헛기침] 1 페이지 남았네.

스완 요원: 아 제발.

SCP-423: 도착했어요. "숲에 사는 미친 광인" 부분인데, 여기 맞죠?

노스 요원: 그렇다. 3문장 뒤에 나무 위에서 SCP-2747-R-1이 기습할거다.

짧은 침묵이 지나간다. SCP-423이 SCP-2747-R-1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들어간다. 문장에 서술이 바뀌며, SCP-423 주변에 매우 조잡한 돌벽이 지어져 있다고 언급한다.

SCP-423: 장해물이 있긴 한데, 괜찮을것 같네요. 이정도 벽이면 그냥 무너뜨리고 지나가도 되겠어요.

SCP-2747-R-1: 이 어리석고 우둔한 자여! 감히 내 나선의 숲에 들어오다니! 일곱 산의 영주이자 어둠의 공주이고, 파괴의 화신인 나에게 심판을 받아라!

SCP-423: 아니 잠시만 저게 걔라고요?

2초간 문장이 빠른 속도로 바뀐다. 모든 문장은 SCP-2747-R-1이 너덜너덜한 나무 검으로 SCP-423에게 공격했으나,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묘사한다.

SCP-2747-R-1: 역시 강한 상대야... 내 파괴의 검 또한 버티다니. 특별히 내 숙적으로 칭해주지...

SCP-423: 애초에 날 맞추지도 못한것 같은데.

SCP-2747-R-1: 무...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 모든 공격은 그대의 약점을 정통으로 찔렀을 터!

SCP-423: 다 갑옷에 막혔잖아. 그리고 너 지금 엄청 떨고 있는거 알고 있어?

SCP-2747-R-1: 시끄럽다! 그렇지만 너도 내가 기르는 공포의 괴수는 이길수 없을 것이다. 자 나와라! 나의 명을 따라 저 자를 쳐부수어라 괴수여!

다시 문장이 빠른 속도로 바뀐다. 바뀐 문장에서, SCP-2747-R-1은 SCP-423 주변에 호랑거미 1마리를 풀어놨다. SCP-423은 그 거미를 밟아죽인다.

SCP-2747-R-1: 안돼! 우니베르즘이여!

스완 요원: 별종이네 진짜... [웃음]

SCP-423: 이건... 그냥 거미잖아.

스완 요원이 웃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문다. 노스 요원은 한심한 표정으로 소설책을 바라보고 있다.

SCP-423: 잘 들어봐. 애초에 나는 너랑 싸우려고 온게 아니야. 알겠지? 너가 하도 이렇게 난리를 치니까- 어-

SCP-423: 얘는 재단의 존재조차도 모르는거죠?

노스 요원: 아마 그럴거다. 몇백번을 검열되고 지워지고 나서도 우리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조차 없었으니까.

스완 요원: 대충 높은 사람들이나 영주라고 둘러대고 얘기해. 굳이 알려줘서 볼 이득도 없잖아?

SCP-423: 지난번에 대충 말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시잖아요.

스완 요원: 그건 정신병 걸린 무훈시 덕후고. 지금은 다르지.

SCP-423: 뭐가 다른건데요? 지금은 정신병 걸리고 왕관 쓴 미친 여자라는거?

노스 요원: 시간이 없다 스완. 그냥 둘러대는게 최선의 선택이야.

SCP-423: 알겠어요... 뭔가 일어나면 전부 다 당신들 책임이에요.

SCP-2747-R-1: 공포에 미쳐서 혼자서 주절거리는거냐? 좋다, 나는 자비로운 여왕이자 여기사이니 특별히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이리 와서 무릎을 꿇고 내 발에 입을 맞춰라! 그러면 내 시종으로 삼아주지.

SCP-423: 아니 그게 아니라- 어- 그러니까... 나는 너랑 싸우거나 하려고 온게 아니라 내가 속한... 영지에서 파견된거야.

SCP-2747-R-1: 뭐야?

SCP-423: 우리 영지는 이 왕국마저 관리하는 엄청 거대한 왕국의 소유야. 그리고 나는 너를 우리 왕국으로 데려오라는 명을 받고 온거고.

SCP-423: 내 왕국의 왕족들은 주변 왕국에서 혼란이 일어나는걸 싫어해. 하지만 그렇다고 수배해서 죽이거나 하지는 않아. 오히려, 우리 왕국으로 초대한 다음 인도적으로 대해줘. 우리 왕국으로 와서 명령만 잘 따르면, 너는 너가 하고싶은걸 마음껏 하고 살면서 주변인들에게 혼란을 끼치지도 않을거야. 어때?

SCP-2747-R-1: 초대라... 초대....

SCP-2747-R-1: 이제야 알겠군. 너는 아까 그 용사가 온 왕국에서 나온 자객이구나! 내가 그를 방해해서 불구로 만든 댓가를 치루게 하려고 온 것이지! 큭, 나는 그런 속임수 따위에 속아넘어가는 멍청한 여기사가 아니다.

SCP-423: 난 자객이 아니야! 원하면 무기가 없다는걸 보여줄수도-

SCP-2747-R-1: 비록 지금은 부상으로 인해 후퇴하지만! 다음에는 꼭 너에게 일곱 산의 여왕이 주는 공포를 맛보게 해주리라 이 비열한 자객아!

SCP-2747-R-1과 관련된 모든 서술이 사라진다. 책의 문장이 변경되어 비변칙적인 문장으로 돌아온다. 확인 절차 이후, 노스 요원은 SCP-423의 복귀를 허가하였다. 

결과: 교섭 실패가 선언되었다. SCP-423은 10개의 추가적인 책을 보상으로 지급받았다.


이 이후의 모든 교섭 시도는 SCP-2747-R-1이 대화 없이 도망치는 결과를 낳았다. 행정부는 교섭 시도 대신 검열 절차를 더 보강하기로 결정하였다.


주석

*. 화소란 서사의 최소 단위로, 마치 신화의 최소 단위가 신화소(mytheme)인 것이나 문화의 최소 단위가 밈(meme)인 것과 같다.


**. 서사의 3요소인 발단, 중추, 결말을 세분화한 서사의 5요소의 구성요소. 상승은 서사를 진행시키는 사건의 성격이나 구성이 복잡해져 몰입감을 고조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절정은 사건의 갈등과 대립의 강도나 변화가 최고조를 향하는 것의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