ㄹㅇ 쿨 타임 돌 때마다 떡밥 도는거 같은데,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이 김에 한번 더 내 의견 정리함.

그리고 또 떡밥 돌 때 마다 다시 이야기 하기 귀찮아서 그냥 공지로 박아둠.

(완전 유입은 채널 오티의 FAQ란 중 'Q: 요즘 나오는 SCP 다 쌉뇌절 아님?'을 참고하는 쪽을 더 추천함.)

(세줄요약 있음.)



서론

'요즘 SCP 뇌절임'

타커뮤니티에서 정말 오지게 많이 나오는 이야기임. 재단 채널 오리엔테이션에도 길게 적었지만, 이 명제는 진짜 너무 모호하고, 오개념과 재단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가 모두 합쳐져 있어서 객관적으로 접근하기가 힘들고 더군다나 이게 밈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평가다 보니 그걸 바로잡기도 정말 힘듬. 솔직히 말해서 외부 커뮤의 눈으로 볼 땐 여기 있는 그 어떤 SCP도 다 뇌절이라고 말할 수 있음. 

'유치한 크리쳐 빨이 잼민이나 보는거 & 예전 크리쳐물 때가 소소하고 재미있었다' 이 상반되는 평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이상 재단은 뭘해도 까임 ㅋㅋㅋ

'요즘 재단 682, 076 이지랄 떨면서 자캐딸 치는거 역겹더라.' 같은건 뭘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지 정신이 혼미해지고 ㅋㅋ

사실 여기 베라 컷이 꽤 높게 설정되어 있는 것도 이거 때문임. 어차피 베라 가봤자 댓글창 곱창날꺼 뻔하거든 ㅋㅋㅋ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요즘 SCP 뇌절임'

이것에 대해 말하려면 우선 '요즘 SCP', 그리고 '뇌절' 이 두 요소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필요함. 그리고 이 두 정의가 매우 애매하고 엉성해서 이러한 의견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이 방해되고 있음. 하나씩 천천히 뜯어보자.


요즘 SCP

무엇이 (별로라는) 요즘 SCP일까?

재단은 2008년부터 22년 지금까지 무려 14년이라는 세월동안 존재해 왔음. 그리고 암흑기와 황금기를 거치며 각 시대별로 작품의 스타일이 많이 변화했지.

1시리즈때는 간단한 크리쳐와 아이템, 그리고 자캐 위주의 작품들, 1000번대는 요주의 단체가 확립되기 시작했고 2000번대는 초과학과 초상기술, 3000번대 이후로 다양한 심화된 설정들, 그리고 5000번대 이후로 짧굵 포맷의 유행까지.

혹자는 재단이 스낵컬쳐로 소비되지 않는 길고 심화적인 작품이 많았던 때가 좋았다고 하고, 혹자는 읽는데 너무 힘이 드는 작품이 없던 시절이 좋았다고 하고, 혹자는 재단이 먼치킨이 아니던 시절이 좋았다고 하고, 혹자는 복잡한 요주의 단체도 없는 작은 세계관일 시절이 좋았다고 함. 여기서 말하는 '그때가 좋았다'는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적 격차가 존재하고 그 존나 큰 바운더리의 여집합이 모두 '요즘 SCP'라는 애매한 용어로 퉁쳐지고 있음.

또한 SCP 재단의 컨텐츠를 온전히 접하지 않은 채 유튜브에서 재생산된 반쪽짜리 컨텐츠를 접하고 '대충 크리쳐 나오면 옛날거겠지.' 하면서 '예전에 나온 5031 뇌절임'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거꾸로 '대충 뇌절이면 요즘꺼겠지' 하면서 '요즘 나오는 076 뇌절임'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음.

이런 상황에서 상호간의 소통은 더욱 단절된 채 결국 '반박 못하쥬?'의 형태가 되어버리곤 함.


뇌절

무엇이 뇌절일까? 아니, 애초에 뇌절이란게 무엇일까? 이것은 결국 '근본론'으로 귀결되는 듯. 근본 없는것을 뇌절이라고 본다면, 무엇이 재단의 '근본'일까? 대개 이런 근본론의 평가 기준은 바로 '내 맘에 드는 것'이 되는 것 같음. 특히 이후에 정립된 요소에 이런 화두가 제시된다는 부분에서 결국 위의 '요즘 재단' 논제와 비슷한 방향으로 돌아감.

짧고 성의없이 툭 던진 글은 무근본이다, 설정 너무 방대하면 무근본이다, 재단이 변칙성을 사용하면 무근본이다, 요주의 단체는 무근본이다, 크리쳐물이 근본이다. 그러면서도 또 재미난게, 현재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1시리즈 당시의 자캐질은 또 이런 근본론에서 은근히 비껴나가거나 요즘 SCP 특징으로 뒤바뀌곤 함 ㅋㅋㅋ 일종의 선택적 근본론인거지. 결국 이 '근본'이라는 것도 위와 마찬가지로 느슨하고 모호하게 정의된 것이고, 이에 따른 '뇌절'이라는 것도 애초에 단어의 정의상 모호할 수 밖에 없음.

역시 재단은 벌써 14년이 된 컨텐츠고, 그러면서 창작의 기조와 방향성이 변화함. 기존의 아슬아슬하게 격리되는 괴이라는 크리피파스타적 세계관은 현재 '변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어반판타지적 세계관으로 변화했고, 이 변화는 필수 불가결했다고 생각함. (사실 '변화'라기엔 '확장'이라고 보는게 맞지. 여전히 크리피파스타와 크리쳐는 간간히 나와주니까. 그 중심이 바뀌었다고 보는 쪽이 올바르지.) 결국 재단은 이전과 다른 방향성을 가지는 말하자면 마크2 상태임. 그거도 꽤 오래전에 변화가 시작된(난 SCP-2000(2013년 투고)을 그 변화 기점으로 보고 있음)것이고. 비유하자면 메이플 빅뱅? 내가 메이플을 안해서 맞는 비유인진 잘 모르겠다. 암튼 빅뱅 이전 메이플을 충분히 그리워 할 수 있고, 그걸 재현하고자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함. 근데 이게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서 계속 메이플 하는 사람이랑 빅뱅 이후에 입문한 사람들한테 찾아가서 무근본 겜 왜함? 이라고 해봤자...


그렇다면 왜?

그럼 좀 더 현재의 이야기를 해 보자. 왜 재단은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까?

지금의 백룸을 보면 알 수 있듯, 공포라는 장르가 사실 그리 확장성이 좋지 않음. 세상에 존재하는 진짜 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이 다 비슷한 기류를 따르고 있다는걸 알거임. 클리셰라는게 공포영화에서 정말 많이 등장하지. 현재에 와서 진짜 '새로운' 공포를 제시한 영화는 미드소마 정도밖에 없는 듯. 정말 정교하고 궁리를 많이 해야 하는 장르가 바로 공포임. 그만큼 연구도 많이 되었고.

그럼 거꾸로 확장성이 좋은 장르는 뭐가 있을까? 행동과 세계관에 대한 제약이 적고, 다른 장르와 융합하기도 쉬운 장르. 바로 판타지라고 생각함. 좆같은 이세계물 말고. 아니 사실 좆같은 이세계물도 따지고 보면 정말 별별 궁리를 다 해서 어떤 특이점 하나를 셀링 포인트 삼아 양산되고 있잖음. 문제는 그거 하나 말고는 다 똑같은 허위매물 사기 수법같다는게 좆같은거지만.

이 말의 요지는 결국 이거임. 재단의 호러 방향성은 쉽게 고갈되고, 다양한 장르적 확장을 꾀하다 현재의 모습으로 수렴진화하게 된 것이라는 거임. 어반판타지의 형태로. 사실 꼭 판타지만 있는것도 아님. 재단의 작품 풀은 진짜 경이로울 수준으로 넓음. 한 플랫폼 내에서 초고대문명, 나치 흑마법사, 인터넷에서 똥글 싸지르는 앰생들, 씹덕들, 마법대학, 거대로봇, 거대괴수, 버튜버, 개그, 서부극, SF, 대체역사, 마술적 리얼리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까지 다 있음. 이 모든게 재단이 단순히 '공포'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방향성으로 확장되어 나간 결과물인거임.

결국 현재의 재단의 창작 기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음. "재미있으면 뇌절이 아니다." 재단은 작가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기반이 되어있는 일종의 '글쓰기 샌드박스' 플랫폼임.(그래서 공식 설정이나 세계관 규칙을 따로 안정함.) 다양하게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현재 재단을 즐기는 방법임. 그리고 앞서 말했든 이렇게 잘 즐기고 있는 사람 앞에 와서 '뇌절 작품 왜봄'이라고 해 봤자 그 컨텐츠를 향유하는 사람 입장에선 되게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거임.


그래서 뇌절인데 아닌데

앞선 글을 모두 읽어봤다면 알수 있겠지만, 결국 이 논의 자체가 상당히 난센스라고 말하고 싶음. 뇌절이 뭔데? 그리고 뇌절이면 어쩌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본사에서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그게 소수 번역가들의 노고로 한국지부에 찔끔찔끔 수입해서 들여오고 있는 판국에, 그 번역된 위키 글을 실제로 읽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그중에서 외부 커뮤에 알려지는 사례는 더더욱이 적음.

그리고 만인의 플랫폼인 유튜브에는 소위말하는 잼민층이 물고 뜯기 좋은 SCP들이 주요한 부분이 다 삭제되어 포켓몬마냥 소개되고 있고, 그로 인한 잼민 러쉬로 인해 이런 이미지가 과잉대표된거지. 그래서 외부커뮤 대다수는 실제 재단의 작품의 구성, 창작 기조나 (공식 설정이 없다는)독특한 규칙 등에 대해 잘모르는 상태에서 이러한 학습된 평가를 재생산하고 있는 형국임.

외부커뮤에서 스케일 뇌절이라고 흔히 평가받는 SCP-2317이 아주 대표적인 예시가 될 듯 함. '걸신아귀'라는 이름의 200km짜리 거대한 괴물로 세계멸망을 유발하고... 솔직히 본인은 2317 정말 좋아하는데 걸신아귀라는 이름이 있는지도 기억이 안났음.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2317의 주요 재미는 바로 보안인가에 따라 검열되는 정보들이 하나씩 인가가 높아지며 숨겨진 비밀이 겹겹이 드러나는 것에 있음. 그냥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인줄 알았지만 안에서 어떤 의식을 행해야 하고, 그 의식은 사실 이런 비밀이 있고, 그게 어떤 존재와 관련이 있고...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 요소가 바로 '필요없다' 이 네글자임. 앞에서 줄줄히 설명한 그 의식이 모두 소용 없다는 강력한 반전이 이 작품의 메인 포인트인거임. 걔가 얼마나 강력한지, 파괴적인지, 커다란지는 딱 그 임팩트를 위한 서사적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나는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라고 하고 싶음. 그리고 이미 밈적으로 깊게 학습된 사람들은 색안경 낀 채로 팔짱끼고 볼거라서 또 결국 무한 반복이 될거 같지만 ㅋㅋㅋ. 열심히 말 해도 결국 같은 말 반복하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많아진거 같음. 본인은 좀 이런게 피곤하다...





결론

3줄 요약

1. 요즘 재단 뇌절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모호하고 사람마다 말하는게 다 다름.

2.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과잉대표된 이미지에 입각해 밈적으로 학습된 평가에 불과함. 그리고 이게 재단의 특수성이나 창작기조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 되고 있음.

3. 지금 재단은 그냥 서로 재미있는 글쓰고 노는 샌드박스 창작 공간임. 재미있으면 뇌절 아니라는 주의.


다양한 고퀄 SCP 작품을 텍스트 압박 없이 보고 싶은 사람들은 여기 만화 링크를 통해 보는거 추천함. 그냥 보고 재미있을거 같은 별칭 가진거 아무거나 눌러서 봐도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