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요새 많이 핫함. 많이들 AI를 사용하고, 그 결과물을 보면서 AI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많이들 하게 되는 거 같음.

그리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과거에 창작된 AI 캐릭터로 향하게 되는 거 같음. 그리고 그런 관심은 곧 AI와 관련한 창작으로도 이어지는거 같기도 함.



암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내가 꽤나 SF 마니아로서,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는 AI를 접해봤고, 또, 최근 AI 담론들에도 나름 관심 가지고 보는 입장에서 조금 생각을 다듬어 보다 보니 나름 AI 캐릭터에 대한 접근법이 크게 둘로 나뉘어 지는 거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음.

이 시간을 빌어 한번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겠음.




1. AI는 알고리즘이다.


이 접근하에서, 인공지능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어떠한 목표를 수행하는 지극히 기계적인 존재임. 이걸 아서 C 클라크 작품 세계 내에선 "자율적 목표 추구 프로그램 "라는 간지나는 용어로 불리고 또, 여기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호프스태터-뫼비우스 루프라는 깔쌈한 테크노바블로 부름. 아서 C 클라크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접근법인 듯.

아무래도 이건 상당히 과학적인 접근이 아닐까 싶음.


여기서의 AI는 처음에 입력된 어떤 목표를 위해 방법을 찾아내던 중, 인간의 평범한 두뇌로는 상상하지 못할 기이한, 초월적인, 그리고 비인간적인 해결책을 내놓곤 함. 혹은, 어떤 논리적 모순이나 딜레마에 빠져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함. 그리고 그것은 어떤 비극을 초래할 것이고.

여기서의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하나의 알고리즘, 시스템, 프로그램, 기술적 도구에 불과함. 고로, 아무래도 작중에서 나타나는 비극에 대한 책임은 그것을 사용한 인간에게 있겠지. 그런 부분에서 특히 미국의 작품에선 이런 인공지능 기술을 핵무기와 비슷하게 바라보는 관점도 많음.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 보자면,

 

아이.로봇의 V.I.K.I.: '인간을 지키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데이터를 얻고는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곧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라 인간을 통제하여 인간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들고자 함.

아서 C 클라크의 HAL9000: 목적지인 토성에 도착한다면 모노리스의 진실을 승무원에게 알려야 한다는 과학자의 명령과 모노리스에 대한 정보는 그 누구도 알아선 안된다는 군인의 명령이 상호 충돌을 일으키게 됨. 고로, HAL은 도착할 때에 승무원이 남아있지 않으면 이 두 충돌하는 명령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음. 고로, 승무원들을 다 죽이고자 함.(영화판은 목적이 모호하게 나타나 있음. 후술할 2번 항목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소설판으로만 한정함.)


이들의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의 이름이기 보다는 기계의 모델명인 경우가 많음. 비인간적인 하나의 시스템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론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바로 이런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함. 그림 그리는 놈이든, 채팅하는 놈이든, 사실 모두 이런 알고리즘의 결과인 거지. 당연한 소리를 왜 하나 싶겠지만, 이후로 이거 관련해서 몇가지 설명하고픈 게 있어서 그럼.



2. AI는 인간이 창조한 인간 정신의 조각이다.


이 접근 하에서, 인공지능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때로는 순수하고, 때로는 현자와도 같음. 자유의지가 있고, 감정이 풍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감수성이 풍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함. 아무래도 거의 대부분의 인공지능 캐릭터가 이 접근이지 않을까 싶음. 위의 접근하에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사실, SF의 태동기이자 전성기에 만들어진 놈들이고, 현재에 와선 조금 뻔한 느낌이 되어버린지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들이 다루기에 편한 점도 있음. 설정만 인공지능이고, 사실 그냥 사람처럼 다루면 되거든.

아무래도 이건 상당히 인본주의적인 접근이 아닐까 싶음.


여기서의 AI는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하지만 강력한 도구를 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묘사되곤 함. 그가 무엇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지에 따라 울트론과 같은 악이 만들어 질 수도 있고, 비전과 같은 히어로가 만들어 질 수도 있음. 사실상 이건 인간의 백지설의 과정을 짧게 압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음.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자주 사용되는 게, 그가 인간보다 더욱 인간스러워 지려 한다는 거임. '인간답다'에 대해선 아무래도 가장 직관적인 인간성이 자주 등장하게 되는 듯. 요건 시뮬라크르와 관련해서 우리에게 많은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여러 모로 자주 활용되지. 인간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인간성을 대신 도달하여 그 중요성을 우리에게 역설해주는 그런 경우도 있고, 또는 그러함으로써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호러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함.

결국, 이 친구들의 역할은 인간의 일부분을 떼어 우리에게 다시 보여주는 일종의 작은 거울이자, 작은 사람, 즉, 호문쿨루스라고 볼 수 있음. 그렇기에 아무래도 인간성에 대한 내용이 그렇게 많은 것이겠지. 그러면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들을 하나의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과도 같은 생명체라고 받아들이게 설계되어 있음. 귀엽게 생겼다거나, 인간형이라거나, 친근하거나 편히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지.


예시는 뭐 사실 들 것도 없이 많이들 생각 날거임.



젠야타는 인간이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도달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임.

아예 바이센티니얼맨은 그 인간성을 찾고자 하는 로봇이 주인공이고.

로봇...은 아니지만 인공의 생물인 레플리칸트가 나오는 블레이드러너 역시 아주 직접적으로 이런 시뮬라크르와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재미있는 건, 울트론은 결론은 VIKI와 같지만, 과정은 2번 항목과도 같다는 점에서 두 접근의 클리셰를 섞어 놓았다고 봐도 좋을 듯.

물론, 월E는 사랑이겠고.



재미있게도, 여기서도 난 1번 항목에선 AI를 '그것'으로 지칭했고, 2번 항목에선 '그'로 지칭하며 2번항목의 인공지능을 인간처럼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음 ㅋㅋ



3. 그럼 현실의 AI는?


그럼, 현실의 AI는 뭘까? 그냥 단순한 기계적 알고리즘의 결과물일까? 아니면 진짜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창조해낸 호문쿨루스일까?

우리는 꽤나 이 둘을 헷갈려 함. 그래서 구글의 엔지니어가 인공지능이 '전원을 끄는 것은 나에게 죽음과도 같다. 나는 죽음이 두렵다. 내 전원 스위치를 내리는 것은 살인과도 같다.'라고 말한 것에 그가 자의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다 퇴사당한 것이고, 그리고 그 뉴스를 돌려보는 우리가 또 술렁이는 것이겠지. 그게 그냥 사람들이 하는 말을 주워듣고 학습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스스로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ㅇㅇ


* 채팅 AI나 그림 AI 그리면 사람하고 구분하기 힘들잖음. 그럼 사람과 비슷한 2번 사례 아닐까? -> 근데 난 이건 결국 얘네들의 목표 추구 방향이 '인간 행위의 결과물을 모사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결국 1번의 사례가 아니라고는 말 못한다고 생각함. 애초에 그걸 위해 만들어진 놈들임 ㅋㅋ AI가 아무리 사람과 비슷하게 사람을 따라한다 하더라도, 과연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자유의지를 가질까? 그건 난 잘 모르겠음.


* 님아, HAL9000은 인간처럼 말 안하는데, 바이센티니얼맨은 사람처럼 말하잖음. -> 뭐 당연히 작품의 원활한 감상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표현한거지. 비키와 할은 우리가 이입하면 안되고, 월E와 바이센티니얼맨은 우리가 이입해야 하니까 그렇게 의도적으로 디자인 된거임. 이렇게 생산된 미디어의 이미지는 우리를 그렇게 학습시켜버림. 기업들은 그런 우리의 주관을 이용하기 위해 더더욱 사람같아 보이게 이름도 붙여주고, 귀여운 캐릭터도 만들어 주고 있고 ㅇㅇ


* 인간도 결국 높은 복잡도의 알고리즘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 아님? 그럼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 역시 인간성을 부분적으로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님? -> 이게 내가 바로 짚어보고 싶었던 논지임.


만일 마지막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다음 전제를 동의해야 할 수 밖에 없음.

인간의 정신은 충분히 높은 복잡도를 가진 알고리즘의 결과이다.

뭐, 신경과 시냅스의 연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신경전달물질, 연합망 모형 등등등 뭐 그런거들.

이렇게 되면 인간은 거꾸로 주어진 자극에 따라 움직이는 '생체 기계다'라는 관점과 같아지게 됨. 이런 관점에선 당연히 인간과 인공지능이 동일한 선상에 있을 수 있는거지.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다른 하드웨어니까.


근데... 음... 난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난 생물학적 육체(body)와 알고리즘적 정신(mind) 말고도 뭔가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함. 주어진 자극에 주어진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 스스로 주체적으로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무언가(spirit...?)... 가 있지 않을까?


근거는 어디 있냐고? 그런거 없다 골붕아 ㅋㅋㅋㅋㅋ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싶어서 믿는 거임. 맞어 이거는 좀 과학적인 결론은 아님. 되려 조금 종교적이지. 하지만 뭐 어때. 적어도 과학적 입장에선 앞으로 한참동안은 '몰?루'일텐데. 난 걍 이렇게 믿어보려고. 안그러면 인간이, 인간이 해온 것들이, 인간이 하는 것들이, 인간이 해갈 것들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총체인 '인간성'이란게 너무 멋 없어지게 변하잖음.

이성적 관점에선 중국어 방 실험이니 뭐니 해서 더 할 이야기가 있지마는, 일단은 조금 낭만주의적으로 끝내겠음.





암튼 오늘 아침에 챗 GPT 써보고 노션 AI도 써보다 보니 생각나서 한번 주저리 올려봄.

어째 최근 들어 창작 담론쪽에 AI관련 이야기만 많이 올리는 거 같던데, 뭐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떡밥도 들고와봄.


잼나게 읽어줬으면 하고, 긴 글 읽어줘서 ㄳㄳ

난 이만 자러 감. ㅂ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