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고참 작가인 S D 로크(대표작: 로크의 제안)가 트위터에 올린 글.

뭐 개인의 의견이니까 이견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영위키 쪽의 관점이나 직면하는 문제점은 우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적당히 참고하며 읽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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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형 SCP의 이른바 '팬들'과 순수주의자들은 공포, 미스터리, SF가 위키에 잘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이해합니다! 저도 인물중심 서사(character-driven narratives)보단 으스스한걸(spooky stuff) 좋아하거든요.


이건 사실 위키가 문제인겁니다.

(원본엔 wikidot이라고 써놨는데 딱히 위키닷 문제는 아닌거같아서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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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위키는 작품 분류할때 장르태그 같은걸 안써서, 자기 흥미를 끌어줄 작품 찾는게 극도로 어려워요.


이야기 종류가 확장되고 작품 양이 터무니없이 늘어나면서, 여러분 각자가 즐길만한 이야기 찾는게 힘들 수 있죠.


SNS나 스트리밍 서비스같은 곳은 알고리즘이 사람들 입맛 취향 맞는거 골라서 다 떠먹여줍니다. 위키엔 그런게 없기 떄문에, 대강 훑어보고 쉽사리 실망해버리기 좋은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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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부분적인 사실만 가져와 어그로끄는 거(rage-bait that cherry-picks information)에 걸려들어 호도되면 그 실망감은 배가 되죠.


(상관없는 얘기인데, 가장 주된 scp 망했다! 어그로는 16년 scp에 초점을 두는데, 우리 17년 초에 SCP-3000으로 최대규모 공포경연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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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좋은 작품'을 못 찾는건 새로운 작가들 문제가 아니고, 구식 플랫폼 구조, 그리고 '디코에서 쟤네가 보여준거 한두개 보니까 별로던데요' 이상으로 조금 더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unwillingness) 때문인 거에요.


여러분을 SCP에 입문시킨 크리피한 작품들을 더 보고싶어하는 분들께 제가 드리는 조언은?


그냥 물어보세요. 사람들은 자기가 쓴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품 홍보하는거 정말 좋아합니다.


제가 딱 그런 용도로 사이트에 만들어둔 자료실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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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선정 목록, 이거에요. 최근 몇년간 업뎃 안하긴 했지만, 장르별로 분류되고 '대체로 고퀄리티(주관적)'인 수백가지 이야기 링크가 들어있죠.


http://scpko.wikidot.com/user-curated-lists


공포 장르만 해도 이야기가 150개에요. (포켓몬 음악 트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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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에서 더 많은 공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또다른 중요한 점은 뭘까요? 다 함께 외쳐볼까요:


직접 씁시다!!!!


정말이에요! 그 보고싶은 변화가 되어 보세요. 제가 내놓는 모든 작품이 제가 좋아하는 기이하고 무서운 미친 shit으로 이루어져 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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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게 너무 좋아서, 저랑 관련없는 작가(공포물 작성 미경험자 포함)을 잔뜩 모아서 한달짜리 할로윈기념 SCP 앤솔로지도 만들수 있었죠.


(미번역) https://scp-wiki.wikidot.com/scp-anthology-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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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커뮤니티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걸 이룰수 있어요.


뒤에서 '깨어나십시오 (woke)' 하고 외치는건 사람들을 귀찮게만 하고 여러분이 좋아하는거랑 거리두기밖에 안돼요.


여러분 스스로만 즐기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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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글이 좀 길어지고 있긴한데, 분명 이런 불만도 있겠죠.

여전히 공포랑 미스터리가 존재하지만, 그 '양'이 자기들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아까 말한 '직접 씁시다!' 얘기 말고도 덧붙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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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엄격한 틀 밖으로 나아가 적응하고 성장하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위키의 이 모든 합동 글쓰기 프로젝트는 몇년 전에 진작 망했을 거에요.


사람들이 2023년에 SCPride에 뭐라 한다는건 우리가 갖고있는 지속력을 입증해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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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부분 사람들, 심지어 위키의 대체적인 방향성에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2011년에 scp재단이 죽었더라면 여태껏 사이트에 남아서 신경쓰고 있지 않았을 거에요.


SCP-1000이 나왔을 당시엔 '스토리가 너무 많다', '이야기(테일)같다'는 비판을 받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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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출발점에서 창의성을 제한해버렸다면, 오늘날의 누구도 scp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을 거에요.


The Holders 위키에 대한 토론이 없는데엔 다 이유가 있어요. 초기 Holders 이야기의 느낌을 만들어내려는 짝퉁 사이트도 없고, Holders 애니메이션이나 낭독 채널같은 것도 없죠.


The Holders: 세상 곳곳에 절대 모여서는 안되는 538가지 물체와 그걸 지키는 holder들이 있다는 설정의 시리즈. 각 holder마다 물체를 얻으려는 자가 겪을 도전이 마련되어 있고 실패하면 죽음보다 더한 뭐가 있다는 이야기다.

최초의 scp인 173과 같은 해인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scp와 비슷한 창작 프로젝트이지만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종종 언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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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네요. 이제 앞으론 분노하지 마시고 제 shit을 읽으십시오. 여러분께 악몽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운영진이 장르 태그좀 도입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