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qntm.org/lead

저자: qntm


아라 오룬 도입부에 검은 상자 없는 버전임. 휠러가 SCP-3125 내부에서 겪는 일이 묘사되어 있음. 퇴고는 검은 상자 안 한 부분에만 한 것 같음. 예컨데 아라 오룬에서는 처음부터 끌을 가지고 와서 휠러의 손가락을 잘라내는데 여기서는 와이어 커터로 자르다가 끌을 가져오는 걸로 되어있음. 


qntm 왈, "항밈학과 이야기에서 가장 폭력적인 장면"


하지만 아닐 리가 없다.


비인간들은 휠러를 땅바닥에 찍어 누르고는 팔을 내밀게 붙잡는다. 그러고는 쥐고 있던 손을 강제로 열어 왼손 검지를 내보인다. 끔찍한 생각이 성난 듯 그의 정신에 난 문을 두드리며, 들여보낼 것을 요구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의 모양은 끔찍하며 너무 큰 데다가 독이 잔뜩 발려 있어 들여보내면 휠러가 무엇인지에 대한 모든 걸 집어삼키고, 그의 집을 쓰레기와 부서진 유리 조각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 생각은 그러한 것들에 휠러를 빠트리고 싶어 하며 말벌과 개미와 맞지 않는 과잉 비유로 그의 모든 것을 대체하리라는 걸 그도 알고, 이미 모든 세상과 그의 주변인을 집어삼켰다는 것을 그도 알기에 휠러는 저항한다. 그는 계속해서 저항하나 곧 그를 찍어 누르던 비인간 중 하나가 와이어 커터를 가지고 와 검지와 연결된 쪽의 손바닥에 있는 중수골에다가 대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제서야 휠러는 저항을 멈춘다. 스스로를 병사로 생각하고자 하지만 금속으로 된 날이 서서히 살을 파고드는 데에서 오는 그 고통은, 가장 처음에 느껴진 그 고통은,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을 넘어서는 것이라 그가 가지고 있던 약간의 의지까지도 허물어버린다. 그 고통은 그의 존재에 있던 다른 모든 걸 뒤엎고, 그의 저항을 없애버린다.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릎을 꿇고, 그래, 휠러가 말한다. 그래, 그는 문을 활짝 열고, 멈출 수만 있다면, 그냥 나로 있을 수만 있다면, 그냥 넘겨주어서, 이 껍질을 나 대신 조종해 줘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으로만 갈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놈은 그냥 서 있다. 밖의 밤 속에.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절단이 계속되고, 가면 갈수록 점차 나빠지는 꼴을 가만히 지켜만 본다. 현실의 어디선가 휠러는 고통에 가득 차 고함치고 있고, 너덜너덜하고 지저분한 절개 부위에서는 피가 솟구치고 있으며, 그를 붙잡은 이들은 손아귀에 더 힘을 줘 뼈에 도달하기에 충분한 양의 살점을 뜯어내고, 곧 뼈 자체를 부수려고 하나, 그러기에는 힘이 충분하지 않으며,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눈알을 지나쳐 휠러를 채우고 비명을 지르느라 숨조차 쉬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끌을 가져온다. 들어와! 휠러는 వ를 향해 소리친다. 제발! 항복할게. 내가 졌어. 날 죽여. 그리고 వ는 거기에 선 채로 제 입장을 분명히 한다. 넌 그 손가락을 잃게 될 거야. 그다음에는, 그 옆 손가락까지 잃게 되겠지. 그렇게 오랫동안 저항했으니까 말이야. 싸울 생각조차 말아야 했어.


그 말을 들으며, 휠러는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것 앞에 눈을 부릅뜬 채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놈이 거부함에 따라, 잔인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며 힘줄이 팽팽하게 늘어나고 휠러는 횡설수설하며 피를 흘리고 고통을 느끼고 그 시간은 그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지 싶던 시간보다 더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죽었어야 마땅할지도 모른다. 잠시의 안정도 탈출구도 없으며 의식을 잃고 무엇 하나 느끼지 못할 더 서늘한 차원으로 승천하는 것 따윈 불가능하며 고통의 기운은 가면 갈수록 커져가기만 하고 곧 비인간들은 휠러의 고문받은 손바닥으로부터 손가락을 분리해 낸다. 그러고는 그다음 손가락으로 넘어가며, 또 한세월이 흐른 것 같이 느껴지고 나서야 다시 한번 서투르면서 불완전하게 쪼개지듯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వ가 휠러에게 다가와 그를 대체시키고 그는 죽는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찬 고통을 느끼며. 그 모든 고통을 겪었음에도 결국에는 같은 결말을 맞이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죽이는 것이 요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지배하는 것이다.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고통을 말이다.


*


동이 트기 전에, 세상은 파괴되었다. 세계가 వ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과정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산만할 것이라고 흔히들 오해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వ는 혼란스러운 구조가 아니라, 방대하면서도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창문을 통해 벽돌을 던져넣을 수 있다. 우연만으로도 결국에는 창문을 깨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엔트로피와 무질서가 그냥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단순하며, 자연적인 일로, 정상적이며 불변인 동시에 불가피한 일이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이거나, 무언가 계획을 짤 능력이 있는 잔혹하면서도 능동적인 힘이 아니다. 놈은 사전에 숙고할 필요가 있고, 형편없는 지능과 엄청난 계획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방사선 피해가 엄청난 핵폭탄과 동등한 폭탄을 인간 밈복합체 내부에서 터트려 구석구석 전부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వ는 인디펜던스 데이에 나오는 시티 디스트로이어와 같은 밈복합체다. 완전히 이질적인 관념 생태에서 온 최상위 포식자로, 인간이 독립적으로 상상 가능한 그 무엇보다도 유독하고 적대적이다. 놈이 인간 사고에 등장하는 것은 마치 갈라파고스섬에 늑대가 상륙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진화 적응력이 전혀 없다. 놈은 체계적이고 규율을 따르며, 정돈되었고, 집중적이면서 잔혹하고 효율적이다. 만지는 모든 것을 더 나쁜 버전으로 바꿔버린다. 놈의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것들은, 박살 나거나 오물에 뒤덮이고 만다. 쾌활한 이들이 놈의 눈에 들어오면 부서지고 망가지게 된다. 태울 수 있는 건 뭐든 태운다. 귀중한 것들을 박살 낸다. 음식을 배수로에 내다 버린다. 모든 걸 낭비한다. 모든 걸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칼을 사용한다. 뭉뚝한 도구도. 독도 사용한다. 총은 쓰지 않는다. 고통을 야기한다. 불구로 만든다. 죽이지는 않고자 한다. 죽이는 건 너무 쉽다.


వ는 획일적으로 등장하여 모든 이를 손아귀에 넣지 않는다. 지옥을 만들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획일성은 놈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놈이 원하는 것은 적수와 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상대이다. 피해자 없이 어떻게 고통을 가할까?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세상은 조용하고 소란 없이 두 부류의 이들로 나뉘게 된다. 우선 우리, వ에 잠식되어 조종받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사방으로 반짝이는, 격노에 찬 악랄함을 발하고, 공포를 발하며 오직 우리와 같지 않은 이들 중 최대한 많은 수를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을 가하고자 한다. 우리는 세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저들이 있다. 그 수는 수십억으로, 고통의 엔진에 들어있는 무딘, 쓸모없는 연골에 불과하다. 저들은 도망친다. 어쩌면 아직 멀쩡할지도 모르는, 잘 작동하는 정신을 가지고 말이다. 여전히 숨을 쉬고 충분히 깨인 의식을 가지고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며 자신들에게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그 어떤 동물보다도 더 고통받을 정도의 지능을 가지며, 자신들이 무엇을 잃는지, 고작 다섯 시간 전만 해도 세상이 어땠는지, 그 문을 통해 무엇이 맞이하러 나올지를 이해하며 말이다.


저들의 일원이 되는 것은 최악이다. 죽는 편이 낫다. 휠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기존의 휠러가 뒤틀려 만신창이가 되어 그에게서 좋은 점은 전부 앗아간 다음에 톱밥 제조기에 밀어 넣은 것과 같은 그것은, 그 사실을 이해한다. 그는 운이 좋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వ에게 잠식되어 그 일부분이 되는 행운을 얻었으니 말이다. 마지못해 늦게 숙이고 들어간 대가가 고작 손가락 두 개와 일생의 고통뿐이라는 점도 운이 좋았다. 대부분의 이들은 운이 좋지 않다. 그가 옛 눈으로 보는 이들은 말이다. 마치 고급 요트 창문으로 불길에 휩싸인 나라를 보며 지나치는 것과 같다. 냉정하면서도 무심하게 바라보게 된다. 정작 저들에게 온갖 짓을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그의 손인데도 말이다. 곧 불바다가 된다. 모든 것이 박살 난 뒤 우리는 지어나가기 시작한다. 시멘트와 철사 울타리와 징을 가지고 지어나간다. 누군가 그러한 일을 지휘한다. 도시의 중심에서 우린 일종의 깔때기를 여럿 만들어낸다. 그걸 통해 사람들은 문이 닫힌 상태에서도 먹을 수 있고, 서로 엮인 깔때기 망의 중심에는 아직 창의성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얼마 없는 드문 지점이 있다. 역겹고, 전례가 없고, 비가역적인 창의성이 말이다.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과연 무엇인가?


휠러는 제 작업물 무더기의 꼭대기에 선다. 상의는 다 벗고, 손부터 겨드랑이까지 피범벅이며, 안경이 없는 탓에 시야는 뿌연 채로 말이다. 그의 뒤편 저 너머에는, 마치 작은 화면을 통해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보여지는 것처럼, 그의 초라한 조각 하나가 온전한 채로 지켜보며, 휠러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그에게 책임 의무가 있을까? 휠러의 어느 조각이라도 여전히 책임을 질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결코 결정되지 않을 문제일지 모른다. 만약 누군가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판단의 주체가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문제이리라. 휠러의 이 조각은 겁먹고 아주 자그마하며, 지금 자기가 모으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뭘 할지도 모르는 상태다. 다만 만약 뭔가를 해야 한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일을 시작하려면 말이다. 휠러의 상태는 매우 드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 중에 여섯 일곱 명 정도에게 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변칙적인 증세는 아니며, 유전되는 것도 아니다.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한 자연적인 아티팩트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이들은 어디 있는가? 휠러가 그러한 이를 알거나 알아볼 수 있는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한 이들의 대다수는 저들로, 무력하며 현실의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휠러만이 남았다. 애덤 휠러의 이 마지막 조각이 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조각은 들고 있던 클립보드를 치운 뒤 휠러가 현재 살고 있는, వ가 참을 수 없는 압력과 열기를 발산하고 있는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비행기에서 엔진 소음을 듣지 않으려는 것과 같다. 의식적인 과정이 아니다. 자연적이다. 사실상 망각 속으로 쑤셔 박힌 채로, 그 자그마한 조각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받으며, 아직 애덤 휠러인 채로 남아있는 애덤 휠러의 조각은 잠든 채로 몸을 뒤척인다. 그러고는 땅 밖으로 손을 뻗어 콘크리트를 움켜쥔다.


곧 조각은 잘못되어있다는 걸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진흙에서 햇살 아래로 빠져나오기까지는 긴 여정이다. 성장은 느리다. 작은 발상이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묘목에서 솟아 나와 위쪽으로 향하는 길을 찾고, 점차 퍼져나가며, 자라나고 있는 오물을 장악하여 무언가 더 나은, 더 강인한 것으로 바꿔나간다. 한때 애덤 휠러였던 것이 다시 성장한다. 약간의 영향력을 되찾는다. 그것은 지금의 휠러는 잘못되었고 다른 휠러는… 어쨌거나 지금의 휠러가 아니며, 더 나은 것이어야 한다는 걸 안다.


지표에 다다르자 태양이란 것이 더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비유적인 의미와 문자 그대로의 의미 양쪽 모두로 말이다. 여정은 고통스럽다. 세상을 적시고 있는 방사선에 맞서 싸우는 것은 마치 제 두개골 밖으로 철제 징을 꺼내려 드는 것과 같다. 당신보다 약한 이를 찾아서 가능한 최대한의 고통을 주어야 한다. 저들에게 좋은 일이다. 아니다. 마치 그 자신의 손가락을 하나 더 잘라내는 것과 같다. 부서진 비유의 조각이다. 저기 위에는 빛살이 있다. 얇은 노란빛의, 자양분이 되는 햇살이다. 그는 그걸 따라, 깔때기 밖으로 나와, 울타리에 난 금을 통해 빠져나와, 벽 위로 기어오른다. 그리고는 굶주리고 목마른 상태에서, 텅 빈 채로 비명만이 가득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도시로 나와, 저 남쪽으로, 관리가 안 되고 버려진 길을 따라간다.


다른 이들이 있다. 그를 우리 중 하나로 인식하여 어떻게든 피하려 하는 이들이다. 다른 우리는 흘낏 그에게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낸다. 혼자서 감염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며, 저들을 봐도 뒤쫓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칼이나 펜치도 들고 있지 않다. 신발 끈이 풀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고통으로 터질 것 같은 이들에게서 그 고통을 빨아먹는 것에 더 끌리기에, 그를 지나쳐 저들의 뒤를 쫓는다.


그렇게 휠러는 비틀거리며, 검은 태양 아래를 걸어 나간다. 누가 보면 블랙홀이라 생각할 것이다. 중심부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వ라는 발상이 이제 삼라만상에 스며들어 있고, 그는 가볍게 풀을 베어가듯 그사이를 지나간다. 제 안에 추가로 들어있는 존재의 무게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광원 앞을 걸으며, 그 빛을 마신다. 그의 뒤로 일종의 실이 풀리며, 감염이 천천히 빠져나온다. 입자 하나하나로.


휠러의 누관에서 검은 민달팽이 하나가 기어나와, 아스팔트 위로 떨어져서는 쪼그라든다. 곧 하나가 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