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일이년 이자메아 비정기 특이 사항 보고 1-1


보고원: 758 "하하키가미(ハハキガミ)" 부대 하사 요시모리 유타(よしもり ゆうた)


보고 개요: 조선에서의 영 현상 감소조사에 대함. 



보고 내용: 현 조선에서는 전쟁 영령을 기리는 신사가 각지에 설립되어, 영 부대 운용 등 사망 장병들의 활동 증진 및 이에 따른 영적 자원의 유용성 증대가 기대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조선에서의 영 현상은 다이쇼 4년을 기점으로 하여 확연히 감소 추세인 것이 확인된바, 지나 사변의 발발과 조선에서의 기근으로 인한 아사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특정한 이유가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본 조사는 조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 현상 감소 원인의 소명 및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며, 더하여 가능할 경우 해당 현상의 장기적인 활용 가능성 또한 조사 범위에 포함하고자 한다.



1. 현상의 주요 발생 범위

현대적 음양학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지상에서 발생하는 영 현상의 대부분은 명계로 비승하기 직전의 조령이나 한을 품은 오바케(お化け) 따위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따라서, 이들을 지상으로 묶는 신사는 13도 전역에 고르게 설립되어 있으므로 지나사변으로 인한 조선 지역으로의 령 유입 등을 감안할 경우에도 각 지역의 영 현상은 이론적으로는 인구 밀도에 비례해야 한다.


그러나, 본 조사가 시작된 이후 조선 각지에서 보고된 영적 이상 사례의 수는 하삼도에서 ███건, 경기도와 강원도를 통합하여 ███건, 이북 5도에서 ██건으로, 백택 계획 III 이후 전체적으로 영적 현상이 크게 감소했으나, 특히 북 5도 지역의 이상 사례의 수가 인구감소세에 비해 상당히 크게 감소한 결과가 도출된다.


따라서, 본 현상은 조선의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발생하였으나, 그중에서도 북쪽 지역이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2. 원인의 소명

해당 사건은 현계에서 조사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므로, 통상의 수색대를 통한 조사보다는 영적 능력을 겸비한 민간 인물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이하, 주의단체-12(통칭 오행결사) 소속 연체기 음양사 "유메카와 타키(夢川 タキ)"와의 면담을 기록한다.


면담인: 이거 초면 이네만, 보아하니 제법 골치가 아픈 이야기를 하러 왔군?


보고자: 예. 부끄럽지만 가진바 지혜가 부족해 명성이 무궁하신 어르신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어르신은 현재 조선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괴이한 일, 아니, 괴이한 일이 줄어들고 있는 일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신지요?


면담인: 조선, 조선 땅이란 말이지? 이것, 시니가미께 여쭙기도 곤란하겠는데.. 뭐, 자네가 조사한 문서들을 보니 아예 짐작 가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네만, 확답을 줄 수는 없겠어.


보고자: 약간의 실마리만 주셔도 현재로서는 황금 같을 따름입니다.


면담인: 그래, 최근에 살생을 많이 한 적이 있나? 사람 뿐 아니라, 축생들까지 포함해서 말일세.


보고인: 저야 군에 몸을 담고 있는지라, 피가 손에서 마를 날이 없지요. 최근에도 여러 번 짐승이고 사람이고 죽였습니다만, 예전에 비해 특출나게 자주 죽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면담인: 자네 말고, 우리 제국이 말이야. 조선이라 했었지? 혹시 조선 땅에서 무언가를 대량으로 죽였나?


보고인: 일부러는 아닙니다만, 조선인들이 근성이 없어 픽픽 죽어 나가고는 합니다. 근 십몇 년 전에야 시위질 하는 조선인들을 여럿 죽이기는 했지만서도.. 그것이 원인이 된 것입니까?


면담인: 아니, 고금천지에 인간이 무더기로 죽은 일은 쌔고 쌨지. 헌데 조선 땅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났던가? 인간의 영이란 이미 여러 번 연구된 바가 있으니, 이에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눈이라도 감은 편에서조차 알아보았을 걸세. 그것 말고는, 무엇 없는가?


보고인: 인간과 관련 없는 살생이라.. 아, 다이쇼 때부터 표(豹)와 범(虎), 멧돼지 따위를 잡아들이고는 있습니다. 조선 땅이 원체 산이 많아 범들을 잡지 않으면 밤길이 험하고, 무엇보다도 가죽과 고기가 제법 돈이 되는지라.. 나라에서도 많이 잡았지만, 민간의 조선인 엽사나 일본인 엽사들도 혼자 잡거나 여럿이 모여 큰놈을 잡기도 한답니다. 요즘은 씨가 말랐는지 좀체 시들해진 모양이지만.. 하면, 이것이 그 원인입니까?


면담인: 범! 범이라고 하였지? 옳아! 바로 그것일 걸세. 옛사람들이 말하기를 지세가 험하고 위태로운 곳을 용담호혈이라고 부르고, 재주가 뛰어난 이들이 서로 비등히 겨루는 것을 용호상박이라 할 진저, 음양과 오행을 고루 갖춰 물짐승들을 부리고 천기를 다루는 영물인 용에 비견될 정도로 범은 비범하기가 다를 뭍짐승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짐승일진대, 이를 무더기로 죽였으니 어찌 상서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보고인: 그래봤자 총포에 스러진 한낱 축생의 영일 텐데, 무슨 수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영을 해칠 수 있단 말입니까?


면담인: 내 조사국의 사람이라고 하여 자네를 기특히 봤더니만, 이제 보니 기초적인 것조차 영 모르는 문외한이었군? 상식적으로 말이야, 저승길에 챙겨갈 수 있는 게 수의와 노잣돈 말고 더 있겠는가? 무언가 특별한 연원이 있는 물건이면 몰라도.. 아니, 조선인들은 요즘 그 노잣돈조차 가지고 갈 수 없는 형편일 텐데 말이야. 이런 상황에 범을 그리 잡아 댔으니, 불쌍한 영들은 시니가미께서 명계로 인도하시기도 전에 귀신 범들에게 잡아뜯겨 윤회의 고리에 들지도 못하고 소멸되어 버렸을 걸세. 영들의 수 자체가 주니, 그들이 일으키는 상서로운 일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야.


보고인: 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르신. 조선의 역사가 비록 대일본제국의 만세일계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제 나름대로 수백 년을 버텼고, 그 와중에 천명이 다해 죽거나 조선의 토벌로 죽은 범들도 그 숫자가 적지 않을 터인데 어찌 지금에야 이런 괴변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면담인: 그때는 지금처럼 씨를 말릴 정도도 아니었고, 단기간에 많은 두수가 죽은 것도 아니며, 총포라는 무서운 무기도 쓰지 않지 않았는가. 궁서투는 결사투(窮鼠鬥 決死鬥)라, 제아무리 짐승이라도 궁지에 몰리면 괴이한 힘을 내곤 하는 법이지. 하물며 그것이 범이며, 그 수가 애초에 적지도 않았던 이상에야.. 헌데 이것 큰일이군. 지금에야 망자들을 해치고 힘을 쌓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생령을 탐할 수 있는 놈이 생길 터. 그리되면 멀쩡한 장정이 대낮에 산 체로 영을 뜯어먹혀 횡사하는 일이 빈번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야...


보고인: 허면 어찌해야 합니까? 미욱한 본초가 어르신께 가르침을 구합니다.


면담자: 안타깝네만, 이것은 나 혼자서 해결할 만한 사안이 아니야. 짐승, 특히 죽은 짐승의 영은 달리 조사된 바가 흔치 않아서 말이지.. 아무래도 높으신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구먼. 이런 심대한 일을 미리 알게 해준 자네에게는 감사를 표하네. 자칫했으면 모르는 사이에 천기가 심히 어지러워질 뻔했어.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따로 연통을 주도록 하지.


보고인: 저야말로 오늘 만나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르신께서 무탈히 해결책을 찾으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3. 해결 방안

사안의 심각함이 확인됨에 따라, 해결 방안의 쾌속한 창출이 요구되었다. 이에 대하여 본 대일본제국 이상사례조사국은 긴급한 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개략적 방안들을 구상하였다.


1번. 영적 효능을 보유한 총기를 개발, 양산하여 범의 영에 대한 직접적 타격을 계획한다.


2번. 천하독존의 천황폐하에 대한 충성심을 크게 고취시켜 야마토 정신의 증진을 꾀하고, 이를 통해 발달한 정신력을 이용해 신민 개개인이 자신의 정신을 호신한다.


3번. 범의 영들을 지나 사변의 화북 전선으로 유도시켜 장개석의 국민혁명군에 대한 초상적 전략병기로 활용한다.


이상의 방안들에 대하여, 이상사례조사국 집행부장 잇쇼 쿠라타 장군께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하셨다.


1번: 총기의 개발 가능 여부 및 생산성이 확실치 않을뿐더러, 보급 대상자의 범위 또한 지극히 피상적이므로 필요 생산량도 명확하지 않다. 별개로, 장성급 인사를 대상으로 한 영적 공격에 대비한 장비는 개발의 필요도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번: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고, 천황폐하께 충의를 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방안이다. 다만, 정신력의 고취가 실제적으로 범의 영혼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3번: 분명 강력한 병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통제 방법을 확실하게 수립하여야 한다. 또한, 하나의 범이 지나치게 많은 영을 포식하게 될 경우 통제가 불가능한 존재로 변화할 위험성이 있다.


이에 따라, 2번 안을 중심으로 하여 해당 안의 효용성이 확인되었을 경우 점진적으로 3번 안을 실행하는 것으로 대응이 결정되었다.


4. 확인 절차

상기된 방안의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히 모범적인 "야마토 정신"을 보유함을 자타가 공인한 황군의 인물 10명을 선발하여 함경도에서 자결함을 명령했으며, 그 중 제 7공병부 소속 야마모토 이치로(山本一郎) 상등병과 음양술을 통한 사후 교섭에 성공하였다. 이하, 야마모토 이치로 상등병의 영령과의 교섭기록.


보고인: 현세의 부름을 받잡은 그대는 7공병부 소속 야마모토 이치로 상등병이 맞는가?


야마모토 이치로: (긍정의 표시)


보고인: 그대는 이 땅에서 범의 영과 조우했는가?


야마모토 이치로: (긍정의 표시)


보고인: 어떻게 범에게서 영을 지킬 수 있었지?


야마모토 이치로: (욱일 문양, 팔중국화 문양을 번갈아서 표시)


보고인: 역시! 사내가 지극히 충의를 갈고 닦으니, 만세일계의 황실과 태양신 아마테라스께서도 이에 탄복하시어 가호하시는군!


야마모토 이치로: (긍정의 표시)(긍정의 표시)(긍정의 표시)(긍정의 표시)


지극하신 황실께서 가호하시매, 오직 야마토 정신의 증진만이 삿된 위협들로부터 우리 대일본 민족을 수호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에 따라, 현 조선 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郎)로 하여금 식민지인들이 황실에 대한 무궁한 존경심을 가지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대일본 민족과 일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케하어 범귀로 인한 피해를 원천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대일본제국 육군 사령부 답신: 대단히 훌륭하며 그 결론 역시 모범적인 보고다.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야마토 정신! 이는 비단 이번 사례뿐 아니라 차후 대동아의 신민들을 해방할 전쟁, 더 나아가 서방과 치룰 세계최종결전에서 우리 대일본제국의 무패필승을 보장하는 최후 무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글쓴이의 잡담: 사용 속담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입니다. 구일본군의 정신력 집착, 해수구제사업, 속담 주제등을 적절히 섞어보려 노력했습니다. 쇼와 일이년은 1937년, 지나사변은 중일전쟁입니다. 혹시나 글의 내용에 시대적, 문화적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