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 오셨습니다.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그쵸?

요즘 시대에는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은, 사실 그리 드러낼만한 직업은 아니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예. 사람 죽었다고 말 나돌기만 하면 집값 떨어지고 욕 먹고... 그죠? 네, 참 짜증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시체 썩는 곳에 가기 싫어하는게 사람 심리인데. 그건 것들을 처리하는게 일이니 이렇게 있는거고요. 시체가 아니라도, 여전히 고된 일들을 전담하는 것이 특수청소라는 직종이겠지요. 대단한겁니다, 그거.

각설하고, 도대체 무슨 미친 고용주가 '시험' 까지 봐가면서 청소업체를 선별하나 싶을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걸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 하면 그게 미친 사람이죠. 일당은 보너스 쳐서 주는데, 청소 실력을 검증하라니. 웃긴 일 아닙니까. 

아뇨, 아뇨, 비난하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기분이 언짢으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음, 네. 보면 알게 될 겁니다. 다들 옆에 놓인 특수 세척제와 방화 장비가 보일겁니다. 입으시면 됩니다. 농담 아닙니다. 안 입으면 면접 못 들여보냅니다. 안 입을 분들은 나가주십시오. 민폐라는 것 이해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절차라서 그렇습니다.

진짜 나가시는구만.

좋습니다. 이제 불타는 오랑우탄 똥오줌을 치우러 가보자고요.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내가 할 줄 아는 장기가 하나 있었다. 말 거꾸로 하기. 도깨비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인터넷에서 찾은 거니까. 하여튼, 나는 말을 꼴 줄 아는 재주가 있었다. 수련회에서 잰말놀이를 하면 항상 1등을 했고, 어렵다는 랩 가사도 족족 외웠고 (물론 음을 맞추는 것은 달랐다.), 원주율 외우기에서도 꽤나 소질을 보였었다. 나름의 자랑이었는데...

"자, 이 문장을 거꾸로 말해보세요."

웬 미친놈이 말을 거꾸로 하면 돈을 준다면서 날 끌고 갈지는 몰랐지.

"한 번지에 십팔 가구가."

"가구가 팔십 에지번 한."

혹시 이러다가 뒤에서 튀어나온 손에... 기절하는건 아닐까? 일어나니 침대에 묶여서 장기가 털리는거지. 꽤나 가능성 있는 일이다.

"다시 해볼게요."

"한 번지에 십팔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서서어늘... 고대맞 를깨... 어죽 가구가 팔십 에지... 번 한."

좋아요. 다음은 더 길어질겁니다.

"한 번지에 십팔가구가 죽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이 모양이 똑같다."

혹시 못 맞추면 죽는건 아니겠지?

"다같똑... 이양모... 이궁아 고같똑. 가호창 서서어늘 고대맞 를깨어 죽.... 어..."

"틀리셨군요."

좆됐다. 나는 이제 죽을 것이다. 분명 뒤를 돌아보면 덩치가 산만한 대머리 아저씨가 날 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 정도 문장을 처음 보고 한 번에 거꾸로 말하는 사람이 대단한거죠."

"무슨 회사라고 하셨었죠?"

"영화 업체라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서울 시네마 프로덕션 (Seoul Cinema Production) 이요."

"아."

남자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서류가방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낸다. 약도와 채용사항... 복잡한 것들이 쓰여져 있었다.

"다음주 똑같은 요일 2시에 여기, 이 카페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말을 거꾸로 하는 캐릭터 관련해서 소규모 더빙 작업을 진행 중인데, 말을 빠르게 거꾸로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채용사항은 여기 써져있으니 집에 가서 읽어보시면 될 겁니다. 짧은 알바같이 될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아, 네. 넵."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 때까지 연습 좀 해주세요."




"네, 네, 이사관님. 네. 재담재해요. 네. 맞죠. 네. 네, 농담 거꾸로 해야 하는 그거 말입니까, 현장 인력은 이미 구해놨습니다. 역정보 팀에 적당한 시나리오만 제작해달라고 해주세요. 개체 특성상 캐릭터 더빙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아뇨, 아뇨아뇨. 사망자 처리는 다른 쪽 관할이니까요. 네. 더빙 중 사망 사고는 위장하기 좀 어렵겠지만요. 훼손만 적절해 해놓으면 될 테지요."









"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됩니까. 다도 하나 잡으려고 마인애플이랑 카운터라도 섭외하게요?"

"우선, 마인크래프트 '과' 가 설립된 이유가 있다고만 말해주지. 그 포션뿐만이 아니라 마인크래프트에 주둔하는 변칙개체는 생각보다-"

"아니, 그건 백 번이고 들어서 알고요. 말이 되냐고요 이게. 마인크래프트가 왜 전담팀까지 있는건데요? 아니, 애초에 인사부 직원한테 마인크래프트 서버 관리 관련 프로젝트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건 마인크래프트과가 알아서 하겠지. 그리고 걔넨 이미 재단 소속이야."

"네?"

"음, 자네가 유흥변칙과 스트리머팀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다시 생각해봤어요."

"그래?"

"저 휴가 신청할래요."